(20)

서재필은 크리스마스에 도착했지만, 그날 조선의 달력은 11 10일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에는 1896 1 1일이 된다. 양력이 시행된 것이다. 갑오개혁으로 개국 연호를 사용하던 조선은 양력을 세운다는 의미로 건양(建陽)’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달력은 개혁 조치 중 하나였는데, 흥미로운 점은 양력보다 요일제가 먼저였다는 것. 1895 5월에 주 7일 요일제가 시행되어, 양력보다 6개월 앞섰다. 하지만 명성황후 시해 이후 단발령과 함께 진행된 양력에 반발은 만만치 않았고, 종두법을 도입한 신지식인 지석영조차도 반대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22-23)

이처럼 <독립신문>은 가독성을 위해 한글 띄어쓰기를 채택했고, 이후 띄어쓰기가 대중화되고 정착되었다. 논설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각국에셔난 사람들이 남며 무론하고 본국 국문을 몬저 배화능통한 후에야 외국 글을 배오난 법인데, 죠션셔난 죠션 국문은 아니 배오드래도 한문만 공부하는 까닭에 국문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미라. 죠션 국문하고 한문하고 비교하여 보면 죠션 국문이 한문보다 얼마가 나흔 거시 무어신고 하니 첫재난 배호기가 쉰이 됴흔 글이요, 둘재난 이 글이 죠션글이니 죠션 인민들이 알어셔 백사을 한문 대신 국문으로 써야 샹하 귀쳔이 모도 보고 알아보기가 쉬흘 터이라.”


(46)

1919년 응우옌은 파이레 미리 도착해 활동 중인 한국 대표단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프랑스 당국은 응우옌이 한국 대표단과 매우 가깝게 지낸다며 심지어 응우옌과 한국인들의 대화 내용도 기록해두었다. 응우옌은 한국 대표단의 도움으로 세계 각국 언론과 인터뷰도 진행할 수 있었다. 당시 신문들은 이 한국 대표단이 대한민국임시정부(Provisional Government of Republic of Korea)’에서 파견되었다고 기록한다. 나중에 응우옌이라는 이 베트남 젊은이는 이름을 호치민(Ho Chi Minh)’으로 바꾸었고, 마침내 베트남을 독립시켰다.


(47)

해방될 때까지 독립운동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하와이 노동자들이 일당을 아껴서 모은 돈이었다. 그 총액은 1945년까지 300만 달러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1954, 이들은 미국의 MIT에 못지않은 공과대학을 설립해달라고 대한민국에 15만 달러를 기부했다. 1954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7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설립된 학교는 그들이 떠난 인천과 정착한 하와이의 첫 글자를 따서 인하대학교라고 이름 지어졌다.


(61-62)

여기서 이극로는 베를대학이 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어는 현재 동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언어입니다. 한국, 만주 및 동시베리아에 사는 2000만 명이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글은 매우 독특합니다. 한국어는 실용적 측면 외에 언어학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한국어를 아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독일에 전하기 위해 아시다시피 저는 3학기 동안 무보수로 한국어 강의를 제공하였습니다. 3학가 동안 12명이 수강했습니다.

모든 동아시아 언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으므로 한국어를 강의하는 것은 동양어 세미나에 큰 의미일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향후 수업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장관님께 청원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처럼 갈등과 분열의 상태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은 절망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78)

1933 6 <과학조선> 창간호 표지

첫 페이지 과학 조선의 탄생부터 도발적이다. 일제강점기임에도 굳이 임진왜란의 거북선, 진주성 전투의 비거(飛車)’와 비격진천뢰로 시작했다. 그리고 고려 고종 21(1234)의 금속활자와 조선 태종의 주자소가 구텐베르크보다 앞선다는 내용과 세종 때의 측우기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잡지는 오늘날 기술 관료제로 번역되는 테그노크라시라는 단어도 영어 그대로 사용했다. 14페이지에는 특허제도 소개도 있다. 특허제도의 기원으로 16세기 네덜란드 수학자 시몬 스테빈의 이야기도 나오고, 1925년 지식재산권에 대한 헤이그협정 비준 현황도 실었다. 발명학회는 특허에 진심이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18페이지 향기의 과학. 향기의 역사에서 시작해 에스테르, 알코올 등 화학 성분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향기의 조합을 음악에서 협화음과 비교한 부분을 보면, 뉴턴이 <광학>에서 프리즘으로 분해한 빛을 피타고라스 음계와 비교했던 것도 떠오른다. 24페이지에는 질문과 응답 코너가 있다.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부터 시작해,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좋은 사진기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이스트만 코닥으로 답한 것도 볼 만하다. 무엇보다 한 번 응답한 질문은 다시 응답하지 아니함이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과학조선> 첫 페이지에 나오는 측우기는 역사상 유일하게 발명 날짜가 알려진 발명품이며, 발명자는 당시 세자였던 문종이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57년부터 5 19일을 발명의 날로 지정했다. ‘과학의 날이 제정되기 10년 전의 일이다.


(86-88)

베를린 유학생 황진남이 상대성이론 특집 기사는 아인슈타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로 이어진다. 도입부가 재미있다.

소개함니다. 물리학에서 연구하시는 아인스타인양임니다. 우리 시대 위인인 아인스타인의 사촌 누이라 하는 한 여학생이 내게 말함은 오 년 전 스위스 쭈리히(취리히) 대학에서 공부할 때다. “당신은 물론 아인스타인이 누구인지 아시오하고 뭇난 데 대하야 아모 형편도 모르는 나는 부정사로 답하얏다. 긔가 막히여 우스면서 이 불상한 냥반아! 용서하시오”(…)

아인스타인의 존재 여부도 모르든 나는 이 여학생의 비소를 감수하얏다.

이후로는 아인스타인과 상대성에 대한 해석적 서류도 읽어보고 또 그의 저서도 연구하야 보앗스나 (…) 책장을 넹길 때마다 츨라톤(플라톤)의 아카데미 문 앞에 설린 수학에 불통하는 자에게는 허입을 금함이라는 구절을 기억치 아니치 못하얏다. 아인스타인씨 자신도 말하기를 상대론의 진의를 이해하는 이가 현재 차세에 5인 이외에 없다 하얏다는 풍설이 잇다. 고등 수학에 정통히 못하고는 상대론의 진미를 모르고 상대론을 이해치 못하면 아인스타인 숭배도 허위라 하겟다. (…) 그런대 유태인 배척이 이러케 심한 독일이 그를 위하야 특별히 천문대를 창건한 것을 보든지, 독일을 그러케 배척하든 영국과 전국 각 학교에 독일어 교수를 금지하든 미국이 그를 초청하는 것을 보면, 심지어 독일 것이라면 열성으로 증오하는 프랑스까지 그를 초청하야 후대하는 것을 보면 그 과학적 공적이 위대함을 추상할 수 잇다. 그런데 그가 우리 동아시아에 여행하려 출발하얏다는 소식을 듣고(우리 학계에 기와 누차 명석하게 소개되얏슬 듯하다) 상대론의 원리를 소개코자 하얏다.”


(148-149)

상하이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여운형이 체포된 것은 야구 시합때문이었다.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여운형은 특히 야구를 좋아했는데, 1912년 한국 최초의 야구단인 YMCA 야구단을 이끌고 일본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일본 대학들과의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패하기는 했지만, 당시 이들의 경기는 일본에 유학 중인 한인 학생들을 크게 고무시켰고, 여운형은 이 원정을 통해 국제 스포츠 경기의 중요성을 인신하게 된다. 여원형은 독립운동에 몰두하던 상하이에서도 야구를 즐겨 코치를 맡기도 하고, 유학생들을 모아 팀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선수 중에는 문인 주요한도 있었다. 여운형은 나중에 유학생 축구팀까지 만들어 동남아 원정을 떠나 국제경기도 했다.


(161-162)

1936 2 8일부터 15일까지 최규남은 신흥 물리학의 추향이라는 6편의 시리즈를 <조선일보>에 기고하면서 양자역학의 최신 동향을 소개한다. 그의 시각은 시리즈의 첫 문장에 잘 드러난다.

최근 이십 년간의 물리학 발전은 실노 녯것을 보내고 새것을 맛기에 무가지감이 잇다. 나날이 발전되는 신이론은 또다시 신이론 출현의 동인이 되여 물리학사상에 보기 드문 위관을 정하게 되엿다. 일즉이 전 세계 과학에 일대 혁명적 센세이슌을 일으킨 아인스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어언간에 고전물리학으로 귀결되엿고 현대물리학계에 가장 새로운 이론은 뿌라크리(드 브로이)’, ‘쉬레덴가(슈뢰딩거)’, ‘하이센벨크{아이젠베르크}’, ‘드랙(디랙)’, ‘풀랑크(플랑크)’, 여려 사람의 파동역학, 양자역학 및 양자론 등이라고 하겟다. (…) 인간의 사상사가 생긴 이래 철칙으로 미더오는 인과율도 조상지육이 되엿고 따라서 자연과학의 기초적 개념에까지 동요를 주게 되엿다.”


(188)

한편,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교토 다키이 연구소에서 우장춘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우장춘은 가족에서 일본이 이번에는 패배할 것이다라고 단언했고, 그들은 가장의 돌출 발언이 알려질까 봐 가슴 졸이며 전쟁을 견디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디키이 연구소에 조선인 청년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우장춘이 기숙사에 찾아가 이들 조선인만을 상대로 강의했다는 것이다. 가끔 조선 청년들은 흥분해서 소리를 쳤고, 뒤이어 달래는 듯한 우장춘의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고 가족들은 증언한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나, 우장춘이 이 무렵 전쟁이 곧 끝나리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으며, 그 뒤에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205-206)

사회자 : 선생님 지금 구십 평생을 살아오셨는데요. 선생님 일생을 간단히 한마디로 평을 하신다면, 어떻게 하실 수 있을까요?

피천득 : 그저 인생을 착하고 아름답게는 살려고 했는데, 그게 끝이고… (…) 우리나라는 과거에 저항 운동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여러 번 있었어요. 근데 그걸 한 걸음 나가지 못하고 (…) 뒷골목으로 다니면서 한숨이나 쉬고 이렇게 한 것이 지금으로(서는) 한이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247-249)

타향에서 고국의 소식을 접하던 그는 자신의 심정을 1949 3.1절 경축사에 육성으로 남겼다. 3.1운동은 그의 인생을 결정지은 사건이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건 서재필이기 미국에서 말하는 것이오. 나는 미국에 돌아온 뒤에 신체가 좀 강해지고, 시방 건강이 매우 좋지만은 아직도 언제 조선에 갈런지는 모르겠소이다. 내가 가든지 안 가든지 다만 부탁하는 말은 아무쪼록 조선 살게들 하시오. 합하면 조선이 살 테고, 만일 나뉘면 조선이 없어질 것이오. 조선이 없으면 남방 사람도 없어지는 것이고, 북방 사람도 없어지는 것이니 죽을 일을 할 도리가 있습니까? 살 도리를 하시오. (…)

한 집안으로 4000년을 살았는데 왜 지금 나뉘어서 두 집안이 될 까닭이 있습니까? 둘이 되면 둘이 다 약해지고 살 수가 없을 터이니, 한 배 속에 든 것과 같아서 한쪽 배가 무너지면 저쪽도 망해지는 법이오. 나는 설령 미국에 있더라도 내 정신은 조선 사람과 같이 있으니 아무쪼록 합심하고 합동해서 조선을 살게 해주시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92-293)

100년 전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머나먼 저곳까지 가서 3.1운동을 알리고, 레닌에게 한국의 독립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림을 보면 전 세계에서 모인 공산주의자 모두가 붉은 깃발을 흔들 때, 유독 이들만은 태극기를 흔들었다.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독립운동가들은 태극기를 앞세워 광장을 누비고 생소했던, 당시 러시아 화가의 눈에도 인상적이었기에 굳이 그림 중앙에 넣은 것이다.


(293)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무기력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폭넓은 행보를 보이며 당대의 흐름과 같이했다. 과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상대성이론을 소개한 선구자가 있었고, 조선 전역을 돌며 순회강연을 했던 젊은이도 있었다.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상대성이론을 알리는 데 그토록 열정적이었을까? 과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에 다시는 과학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다짐한, 현식 극복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 뜨거운 시대를 살았으며, 그들이 소개한 과학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전쟁의 잿더미에서 불과 몇십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은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으로 극복하려 했던 분들의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정명섭 님의 <조선의 형사들>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도 너희들과 함께 읽으려고 산 책인데, 너희들은 바빠서 못 읽고,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정명섭 님의 책은 예전에 <유품정리사>라는 책을 한 권 읽었는데, 그 책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 정조 때였는데, 이번에 읽은 <조선의 형사들>도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더구나.

좌포도청 군관 이종원과 우포도청 군관 육중창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란다. 원래 좌포도청과 우포도청은 영역이 달라서 함께 일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 소설에서는 두 군관이 함께 사건을 수사해 나간단다. 두 사나이의 브로맨스 이야기라고 할까. 그런데 두 사나이의 직급이 높지 않아서 간혹 직급이 깡패라는 것을 실감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그 때마다 등장하여 그들을 도와주는 이가 있었으니 형조참의 정약용이란다. 아빠도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 정약용이 등장하여 반갑더구나.

그런데 이종원, 육중창 두 군관은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 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두 군관 모두 실존했던 인물들이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에서는 두 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단다. 먼저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마마의 위패를 모신 의열궁의 기와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사도세자의 어머니라면 정조의 할머니가 아니더냐. 좌우 포도청은 난리가 났어. 좌우 포도청은 힘을 합쳐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능력 있는 군관을 한 명씩 발탁하여 수사하게 했단다. 그렇게 뽑힌 군관이 좌포도청의 이종원, 우포도청의 육중창이란다. 그런데 의열궁의 기와가 사라진 사건도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구나. 그 사건을 해결했던 이들도 이종원과 육중창이고 말이야. 소설이 그냥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소설로 각색한 것이로구나.


1.

소설 속에서는 이종원과 육중창이 기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즈음 모화관 앞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단다. 이십 대 여성의 시신으로 신분도 알 수 없는 시신이었어. 이종원과 육중창이 이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범인은 병조판서의 아들이 의심되었어. 하지만 병조판서의 집을 함부로 수사하기 어려웠어. 병조판서와 그의 아들은 수사에 대해 협조는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사주하기도 했단다. 이 때 형조참의 정약용은 이종원과 육중창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들을 믿게 되었단다. 정약용이 도움을 주어 이종원과 육중창은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게 된단다. , 이 사건도 그럼 실제 있었던 사건일까? 이 사건은 정조는 아니고 성종 때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구나.

….

이 살인사건을 마무리하고 소설의 앞부분에 등장했던 기와 사건에 집중을 하게 된단다. 이 사건은 연루되었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은 단순 절도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단다. 이것은 정조 암살 미수 사건과 이어지게 되는데, 정조 암살 미수 사건은 역사적인 사실로, 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에서 차용하는 소재 거리란다. 그래서 그런지 아빠에게는 약간 식상한 듯한 이야기였단다. 이 책은 너희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 싶더구나. 조선 시대 수사관들에 어떻게 활동했는지 알 수 있고, 일부 역사적인 사실도 알 수 있고, 책도 얇고 쉽게 쓰여서 읽는데도 어려움이 없을 듯 하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추리 소설인 점도 있고

오늘은 짧게 끝.


PS,

책의 첫 문장: 한밤중의 한양은 고요했다.

책의 끝 문장: 그러자 다른 참석자들도 술잔을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기묘한 양자 - 과학이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기묘한 6가지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강형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그렉 이건의 <쿼런틴>이라는 소설을 읽었잖아. 그 책을 읽긴 했는데,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있어 유튜브를 좀 찾아봤단다. 그 중에 한 북튜버가 <쿼런틴>을 설명해주면서 도움이 된다면서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책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존 그리빈의 <이토록 기묘한 양자>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토록 기묘한 양자>가 가장 얇은 책이 아닐까 싶구나. 그래서 그 동안 읽었던 양자역학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려나, 하고 책을 펼쳤단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여섯 가지 해석을 정리해 놓았단다. 아빠가 그 동안 읽은 양자역학의 책들은 주로 코펜하겐 해석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양자역학의 해석이 여섯 가지나 된다고? 이 책을 읽어보니 코펜하겐 해석을 제외한 나머지 해석들도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었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들도 익숙했단다. 다만 이 책에서 짧게 정리한 내용을 읽고서는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웠단다. 이 책을 소개해준 북튜브는 양자역학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인가보구나. 이렇게 짧게 정리한 내용은 다 이해를 한 것인가? , 아빠는 솔직히 쉽지 않았단다. 그 동안 양자역학 책들을 여럿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좌절을 맛보게 한 책이란다.


1.

여섯 가지 양자역학의 해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볼게.

해석1. 코펜하겐 해석. 가장 유명한 양자역학 해석으로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내 놓은 해석으로 전자 같은 아주 작은 물질들을 우리가 입자를 찾으려고 하면 입자처럼 행동하고, 우리가 파동을 찾으려고 하면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것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 상태로 있고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입자로 존재한다는 해석이란다. 코펜하겐 해석은 다른 책들 이야기할 때 여러 번 해서 좀 익숙하지?

==============

(59)

그저 당신이 입자를 찾을 때 전자가 마치 입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당신이 파동을 찾을 때 전자는 마치 파동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전자가 입자 또는 파동이거나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보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고,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볼지에 대해 내린 선택에 의존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와 원자 같은 양자적 개체들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는 이 개체들이 그 누구도 이들을 측정하지 않을 때-혹은 누구도 이들을 바라보지 않을 때-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

두 번째, 파일럿 파동 해석. 프랑스의 대표적인 양자역학 물리학자인 루이 드 브로이가 제시한 해석으로 파동과 입자 모두 실재하고 입자는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의 의해 움직인다고 한 해석이란다. 파동이 입자를 이동시킨다고 하였단다. , 파동의 속성은 측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입자의 행동으로부터 파동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고, 입자는 관찰하기 전까지는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단다. 이것을 숨은 변수 이론이라고 했단다. 코펜하겐 해석은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없는데, 파일럿 파동 해석에서는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 두 해석간의 차이라고 이해했는데, 아빠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단다. 나중에 시간 나면 쉽게 설명한 유튜브를 좀 찾아봐야겠구나.

세 번째, 다세계 해석. 이건 좀 익숙한 해석이란다. 휴 에버렛이라는 사람이 처음 제시했지만, 지은이 존 그리빈은 슈뢰딩거가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했어. 양자약학이란 것이 물질들이 파동에 의해 확률로 존재하고 있다가 관찰하는 순간 존재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 존재하는 순간 나머지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해석이란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관찰하기 전, 살아 있을 확률 50%, 죽어 있을 확률 50%에서 관찰하게 되어 만약 고양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또 다른 세계의 나는 죽어 있는 고양이를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란다. 다세계 해석이라고도 하고 평행우주라고도 하고 다중우주라고 하는데, 이 해석이 실재한다면 무수히 많은 너희들이 다른 우주에 존재하고 있을 거란다.

네 번째, 결어긋남 해석. 양자역학에서 결어긋남이라는 용어는 중요한 용어인데 아빠는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단다. 앤서니 레깃이라는 사람이 주장했는데, 결어긋남을 알기 위해서는 결맞음을 알아야 한단다. 운동장에서 파도파기 응원을 할 때 모든 사람들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잘 맞추면 멋진 파도파기 응원이 되는데 이때를 결맞음이라고 할 수 있고, 그와 달리 제각각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못 맞추면 어지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를 결어긋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란다. 전자 같은 작은 물질을 관찰하기 전에는 결맞음을 유지하여 파동 형태를 띠는데 관찰하게 되면 결어긋남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파동함수의 붕괴가 되고 입자가 된다는 것이 이 해석의 주된 내용으로 아빠는 이해했단다. 얼핏 보면 코펜하겐 해석과 비슷하지?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는구나.

다섯 번째, 앙상블 해석. 소설 <쿼런틴>에서 나왔던 앙상블. 리 스몰린에 의해 정리된 이 앙상블 해석은 통계적으로 양자역학을 해석했다고 해서 통계적 해석이라고도 한대. 코펜하겐 해석을 그렇게 반대했던 아인슈타인은 이 앙상블 해석을 선호했다고 하더구나.

==============

(127)

양상블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대안이며 아인슈타인이 선호했던 해석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에 대한 완전한 기술로서 생각하고자 하는 시도는 부자연스러운 이론적 해석으로 귀결된다. 만약 우리가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이 아니라 계들의 앙상블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을 수용할 경우, 앞서 언급했던 해석은 곧장 불필요해진다.”

==============

여섯 번째, 거래 해석. 리처드 파인만이 추론한 해석으로, 전자가 전기를 띤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할 때 파동의 절반으로 미래로 이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과거로 이동한단다 내용이란다. 물질이 파동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반사파가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이 과거로 이동한다는 생각독창적인 해석인 것 같구나. 그럼 과거로 이동한 파동은 과거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인가? 이 생각을 발전시키면 SF 소설도 하나 등장할 것 같지 않니? ㅎㅎ 그런데 이 거래 해석도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오늘 독서 편지는 툭 하면 모르겠다고 해서 읽는 너희들도 답답해 할 수도 있겠구나. 그냥 저희가 그 책을 읽어볼게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듯 ㅎㅎ 앞서도 이 책이 너무 짧게 짧게 정리를 하다 보니 각 해석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여섯 가지 해석을 짧게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그거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오늘 편지는 마치마.

==============

해석 1 우리가 보지 않는 이상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 2 입자들은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를 받아 움직이지만, 입자들은 파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석 3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평행한 실재들의 배열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해석 4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실제로 이미 일어났고 우리는 오직 그 일부만 알아차린다.

해석 5 모든 것은 마치 공간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다른 모든 것들에 순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해석 6 미래는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

==============


PS,

책의 첫 문장: 양자물리학은 이상하다.

책의 끝 문장: 그 누구도 어떻게 세계가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양자역학의 방정식들을 이용해서 원자가 공간에 전자를 방출하는 실험(이는 실제 실험으로 베타 붕괴라고 불린다)를 기술할 수 있다. 이상적인 실험에서 전자는 명확한 스핀을 갖는다. 스핀은 위 방향이거나 아래 방향이다. 그러나 스핀의 값이 무엇이 될지 사전에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각각의 확률의 50 대 50이다. 만약 당신이 실험을 1000번 하거나 동시에 원자 1000개로 실험할 경우, 당신은 전자 500개(여기서 몇 개를 더하거나 뺀 값일 수 있다)의 스핀이 위 방향이고 나머지 전자 500개의 스핀이 아래 방향임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전자 하나를 골라 스핀을 측정한다면, 당신은 전자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그 전자의 스핀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 - P36

반쪽 상자는 당신의 실험실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 반쪽 상자는 화성으로 가는 로켓에 실어 보내자. 보어에 따르면 전자가 연구실에 있는 상자나 화성에 있는 상자에서 발견될 확률은 50 대 50이다. 이제 당신의 실험실에서 상자를 열어보자. 당신은 전자를 발견하고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떤 경우에도 파동함수는 붕괴한다. 만약 열어본 상자에 전자가 없다면 전자는 화성에 있다. 이는 전자가 이 반쪽 상자 또는 저 반쪽 상자에 ‘항상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실험실에서 상자 안의 내용물을 검토하는 경우에만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EPR ‘역설’과 슈뢰딩거의 유명한 죽어 있으면서 살아 있는 고양이에 관한 퍼즐의 근저에 있는 핵심 개념이다. - P62

각각의 스위치는 비트(bit)로 알려져 있고, 비트가 많을수록 컴퓨터는 더 강력해진다. 8개 비트는 1바이트가 되고, 오늘날 컴퓨터 메모리는 수십억 개의 바이트 즉 기가바이트(GB)를 통해 측정된다. 우리가 이진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1기가바이트는 2^30바이트이지만, 대개 그대로 받아들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 속에 있는 각각의 스위치는 중첩된 상태들로 있을 수 있는 개체다. 대개 이들은 원자들이지만 당신은 이들이 스핀 값을 위 방향 또는 아래 방향으로 가질 수 있는 전자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차이는 바로 중첩 상태로서 전자들의 스핀은 위 방향이자 동시에 아래 방향이라는 것, 즉 0이고 1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스위치는 큐비트(qubit)라고 불린다.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3-34)

1940년의 뉴욕이란!

그런 뉴욕은 다시 없을 것이다. 그 이전이나 이후의 뉴욕을 폄하할 생각은 물론 없다. 언제라고 뉴욕이 중요하지 않았겠니. 하지만 그때의 뉴욕은 그 도시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그 도시, 오직 내 눈에만 새롭게 창조된 뉴욕은 다시 존재하지 못하겠지. 그 뉴욕은 책 사이에 끼워 말린 나뭇잎 책갈피처럼, 나만의 완벽한 뉴욕으로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단다. 너에게 너만의 완벽한 뉴욕이 있겠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때의 뉴욕은 언제나 나만의 뉴욕이란다.


(357)

네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 있어. 비비안. 너는 절대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 물론 예쁘긴 하지. 하지만 그건 오직 젊기 때문이란다. 아름다움은 곧 사라져. 하지만 넌 결코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없어. 내가 이 말을 해주는 이유는, 네가 스스로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네 삶도 중요하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넌 전혀 흥미롭지도 않고, 네 삶도 전혀 중요하지 않아. 한때는 나도 네가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어. 네 고모 페그가 바로 흥미로운 사람이야. 올리브 톰슨도 흥미로운 사람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야. 하지만 넌 전혀 흥미롭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니?”


(498)

아무나 쉽게 어른이 되지 못해.” 올리브는 페그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아빠가 해주신 말씀이지. 어른의 세상은 어린이의 세상과 다르다고. 너도 알다시피 아이들은 고통을 견딜 필요가 없지. 그런 기대를 받지도 않고.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어른의 자리에 서야 해. 당연히 그런 기대도 받게 되고. 자기만의 원칙과 신념도 지켜야 하고. 희생도 필요하단다. 사람들은 널 판단하겠지. 실수를 하면 해결해야 하고. 어름이 되지 못한 사람보다 충동을 자제하고 더 고상한 입장을 취해야 할 때가 있을 거야. 물론 많이 아프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른의 자리가 힘든 거란다. 이해하겠니?”


(529)

나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아본 적은 없었다. 내 경험을 말로 표현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말한 어둠이 나 사악함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내 마음속 깊고 깊은 곳에 세상의 빛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오직 섹스만 그곳에 가닿을 수 있었다. 태곳적부터 내 안에 존재하는 곳, 문명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곳, 말이 가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우정으로도 불가능했다. 창의적 노력으로도, 경외와 기쁨으로도 건드릴 수 없는 곳이었다. 내 안의 그 어둠은 오직 섹스를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었다. 남자들이 그 어둡고 은밀한 공간에 도달하면 나는 마침내 나라는 인간의 기원에 내려섰다고 느꼈다.


(548)

잘 들어요, 프랭크 그레코. 당신이 겁쟁이라면 그래요, 당신 말대로 그렇다고 쳐요. 그래도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내 고모 페그는 알코올 중독이에요. 고모는 술을 절제하지 못해요. 그래서 인생이 엉망진창 꼬였죠. 그게 무슨 뜻일까요? 아무 뜻도 없어요. 그렇다고 고모가 나쁜 사람일까요? 술을 조절하지 못한다고 실패한 사람일까요? 당연히 아니에요. 고모는 그저 그런 사람인 거예요. 어쩌다 알코올 중독이 된 것뿐이에요, 프랭크. 누구나 그런 일을 겪을 수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우리예요. 그 사실을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빌리 삼촌은 약속을 밥 먹듯 어기고, 여자에게 충실하지 못해요. 그것 역시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에요. 빌리는 멋진 사람이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삼촌은 그저 그런 사람인 거예요. 그뿐이지 아무 뜻도 없어요. 그래도 우린 그를 사랑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6)

3 23일 스티븐스(일본 통감부 외교고문)는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역 구내에서 장인환, 전명운 두 애국지사의 총격을 받았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같이 행동한 게 아니라 서로 모른 채 각각 거사에 나섰다. 먼저 전명운이 권총을 쏘았으나 불발되자, 장인환이 다시 3발을 쏘아 2발은 스티븐스의 가슴과 허리를 관통했고 나머지 한 발은 전명운의 어깨에 맞았다. 스티븐스는 병원에 옮겨진 후 사망했다. 그는 보호조약을 강제로 맺게 함으로써 나의 강토를 빼앗았고, 나의 종족을 학살했기에 이를 통분히 여기어 그를 쏜 것이다라고 말했다.


(42-43)

(베델)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나는 죽더라도 신보는 앵생케 해 한국 민족을 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베델의 그런 한국 사랑은 그가 강한 민족주의 정서를 갖고 있는 웨일스 출신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걸까? 베델의 한국 사랑과 반일정신은 매우 투철해 한때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대한매일신보>의 통감부에 대한 공격을 중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베델을 암살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베델의 장례식은 동대문 밖 영도사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히 거행되었으며 그의 시신은 양화진(서울 합정동) 외국인 묘지에 묻혔고 그의 공적을 기리는 사람들의 성금에 의해 1910년 묘비가 세워졌다.


(132-133)

1910 2 7일 오전 9시 뤼순 법정. 당시 15만 부를 발간하던 영국 최대의 주간지 <그래픽>의 기자 찰스 모리머는 재판 참관기를 통해 세기적인 재판의 승리자는 안중근이었다. 그는 영웅의 월계관을 거머쥔 채 자랑스레 법정을 떠났다. 그의 입을 통해 이토 히로부미는 한낱 파렴치한 독재자로 전락했다고 썼다. 모리머는 재판을 참관하던 많은 일본인들조차 안중근에게 지극한 존경심을 가졌으며 그들에게서는 살해된 정치인의 추억보다 안중근의 명성이 더럽혀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안중근에 대해 그는 삶의 포기를 열렬히 염원했다이 사건으로 인해 재판에 오른 건 다음 아닌 일본의 현대문명이었다고 말했다.


(184-185)

한국은 종교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활기찬 나라이나 어떤 단일 종교도 한국인들의 종교생활을 지배하고 있지 않고 있는 다종교 국가이다. 종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동구,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천도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종교적 다원주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종교적 평화의 모델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은 유교의 문화적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나라이면서도 아시아적 가치를 변용하여 서구의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수용하는 데 가장 개방적인 나라이다. 한국은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의 가치가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한국은 새무얼 헌팅턴이 역설한 문명의 충돌에 대한 해답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한국의 극단주의는 신바람특성과 맞물린 것으로 늘 잠재돼 있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긴 어렵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리해볼 수도 있겠다. 한국인은 단기적으로 극단주의적이지만, 장기적으론 중용 지향적이다.


(189)

<독립신문> 1898 2 8일자 논설에 따르면, “사람이 시계를 살 때마다 기계 속을 모른즉 시계 좋고 아니 좋은 것을 아는 도리는 다만 전면에 비늘 둘이 시간과 분과 각을 옳게 가리키는지 아니 가리키는지 하는 것을 가지고 아는지라. 그것과 같이 사람을 옳고 그른 것을 아는 것은 그 사람의 하는 행사를 가지고 알기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라. 설령 시계가 보기에 훌륭하고 금과 보석으로 꾸민 시계나 그 시계가 시를 맞추지 아니 할 것 같으면 그것은 시계가 아니라 일개 값진 물건이라. 금과 보석을 팔면 돈은 생길지언정 시계로 쓸 것은 못 되지 그것과 같이 사람도 외양이 좋고 의복을 잘 입어 보기에는 좋은 사람 같이 보이나 자기 맡은 직무를 못 할 지경이면 무용지안이라. 그러하기에 시계 살 때에 외양과 모양은 어떠하였든지 시만 잘 맞추면 그 물건이 쓸데 있는 물건이요 사람도 지체가 없고 오양도 준수치 않더라도 맡은 직무만 착락 없이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이 보배로운 사람이라.”


(288)

조선은 당파싸움 때문에 망했다는 일본인들의 주장이 많은 한국인들에게도 먹혀 들어갔다면, 그건 조선이 망해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는 명백한 사실의 힘 때문일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 조선이 망했는가? 이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우리 스스로 내놓지 못한 채 당파싸움 때문에 망한 건 아니댜라고 주장하는 건 매우 옹색하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