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90대 80대 70대 60대 4인의 메시지
피천득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있음.

 

 


 

[반가운 만남]

이 책은 알라딘 인터넷 중고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알게 된 책이다. 지은이가 네 분 중에 법정 스님과 최인호를 워낙 좋아해서 눈이 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먼저 주문해갈까 싶어 얼른 주문했다이런 것 또한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또 다른 즐거움인 듯하다. 일명 보물찾기.

이 책은 월간 <샘터> 400호 기념으로 엮은 책이다. <샘터> 잡지라고 하면, 예전에 공공기관 등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읽었던 기억들이 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읽었던 기억도 있다. 학창시절 사촌형 집에서 봤던 기억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껏 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샘터>를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만큼 유명하고 오래된 월간지이다. 검색해보니, 여전히 샘터는 계속 출간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2016 4월호가 창간 46주년이라고 한다. 책 가격도 놀랄만큼 싸다. 아메리카노 한잔보다 싸다. 다음에 책 주문할 때 같이 구입해 봐야겠다. 그런 <샘터> 400호 기념으로 2003 4월에 피천득과 김재순, 법정스님과 최인호의 대담을 하였고, 그 대담을 엮은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책이다.

피천득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인연>이라는 수필로 유명한 수필가이고, 김재순은 몰랐던 사람인데, 국회의장도 지낸 정치인이자, 샘터사를 창간하였고, 지금은 고문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샘터>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정스님과 소설가 최인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책이 출간될 당시 피천득은 90, 김재순은 80, 법정스님은 70, 최인호는 60대여서이 책의 부제가 <90 80 70 60 4인의 메시지>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재순을 제외한 나머지 3분은 이제 모두 고인이 되셨다. 법정스님의 책들은 대부분 다 읽었고, 최인호의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모르고 있던 그들의 책을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 줄 몰랐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외진 골목길에 우연히 만난 그런 기분이다. 이 책은 지은이들이 말씀하신 내용 그래도 적어놓아서 눈을 감으면 그들이 서로 마주보면서 말씀하시는 장면이 눈에 떠오른다. 오랜만에 법정스님과 최인호의 육성을 듣는 기분이어서 정말 좋았다.

 

[90대와 80대의 대화]

수필가 피천득.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고,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학창시절 배운 <인연>이라는 수필이 내가 읽은 그의 유일한 작품이다. 솔직히 나는 <인연>이라는 수필에 큰 감동을 받지 못해서, 그가 대작가라는 것은 알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교과서에 나온 수필의 지은이라는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피천득 선생님의 삶을 다룬 책이나 그가 쓴 수필집을 한번 정독을 해봐야겠다.

피천득과 김재순이 나눈 대화...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나누셨고두 분 사이의 오랜 친분으로 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하셨고, 우리 나라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김재순이 정치에 몸을 담기도 해서인지,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당시의 정치와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늘날의 정치와 언론을 생각하면, 그시절의 정치는 더욱 민주주의에 가까웠고, 언론 또한 그렇게 자유로웠던 시절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스컴, 즉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언론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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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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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 요즘 이것에 관해 가끔씩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세월의 빠름을 깨달았고, 체력의 저하를 자주 느껴서인지, 간혹 나이듦에 대해 생각을 한다. 나이 든 모습. 우리 아이들이 자란 모습의 상상. 피천득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젊음 날의 방황과 욕망, 분노, 초조감 같은 것들이 지그시 가라앉고 안정된다는 의미라고 하셨다. 나는 아직도 작은 일에 분노하고 초조감을 자주 느끼니 아직 젊다고 해야 하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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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금아(피천득) : 나이가 든다는 건 젊은 날의 방황과 욕망, 분노, 초조감 같은 것들이

지그시 가라앉고 안정된다는 의미이지요.

인생을 관조하고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요.

늙음이란 물론 젊음만은 못하겠지만, 잘 늙는 경지에 이르면

노년도 아름다울 수 있고 또 어느 순간 죽음이 닥쳐와도 두렵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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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와 60대의 대화]

법정스님과 최인호의 대화가 2부로 이어진다. 최인호는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한때 불교에 깊게 빠져서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라는 책을 쓰기도 하고, 경허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길 없는 길>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최인호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편으로 천주교 신자로써의 믿음도 깊다. 그래서인지 두 분은 종교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했고, 상대방의 종교를 이해를 해주셨다. 두 분처럼 상대방의 종교를 이해해준다면,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 분쟁, 종교 전쟁이 없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분의 말씀은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인생의 가르침이라서, 한 자 한 자 빼먹지 않고 가슴에 새겨야 할 말씀들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법정스님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어쩌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자신도 모르게 욕망에 빠지고 욕심에 휩싸여 그 진실을 잊고 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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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3)

법정스님 :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겐 원래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불만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인호 : 행복의 기준이나 삶의 가치관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

지금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가난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죠.

사실 빈곤과 궁핍은 불행이잖습니까.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은, 행복이란 마음에서 비롯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같은 온도에서 추워 죽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서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지만 특히 행복은 전적으로 마음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

....

최인호가 법정스님의 하신 예전의 말씀을 다시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그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생각에서 말이 나오고말에서 습관이 나오고습관이 성격이 되고성격이 운명을 이룬다.” 이 말씀이 너무 공감이 가서 다이어리에 적어 놓았다.

올해도 여지없이 봄이 왔다. 봄이 오면 한번쯤은 장영희 교수님이 생전에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남은 생에 봄이 몇 번이나 더 올까 생각을 하면, 이 아름다운 봄을 만끽해야 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말씀. 올 봄은 좀더 많은 시간을 식구들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인호는 같은 봄이라도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다르다면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그 벽 속에 갇혀 있으면서 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도 못 본다고 하셨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 또한 마음 안에 큰 벽이 있는 것 같다. 그 안에 갇혀 지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작은 일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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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최인호 : 사람은 다 벽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의 벽 속에 갇혀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는 것이죠.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정말 다르거든요.

평소에는 바보의 벽에 가로 막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만, 그 벽을 부서뜨려야만 사람은 변화할 수 있고,

남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요즘은 집에만 오면 아빠를 찾는 아이들이 있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외롭다는 생각을 자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 외로움이 그리 싫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그렇다고 스님은 되지 말라는 미소 짓게 하는 충고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내가 이상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이 책에서 법정 스님은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하여 공감하였다. 외로움에 너무 갇혀 있으면 안되지만, 외로움은 옆구리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말씀하셨다.

===================================

(140)

법정스님 :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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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대화가 너무 짧게 끝이 나서 아쉬웠다. 이젠 두 분의 대담을 볼 수 없어서 더 아쉽고… 어쩌면 저 세상에서 만나 지금도 활짝 웃으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중간중간에 대담 당시 촬영한 지은이들의 사진들을 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여유롭고도 슬기로운 모습에, 지성까지 묻어나는, 아름답게 늙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지금 이 순간 이 아름다움 봄을 같이 즐겨야겠다는 다짐하였다. 그런데, 내일 미세먼지가 잔뜩 끼면 어쩌나? 한편으로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72~73쪽)
법정스님 :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겐 원래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불만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134쪽)
최인호 : 사람은 다 벽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의 벽 속에 갇혀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는 것이죠.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정말 다르거든요.
평소에는 바보의 벽에 가로 막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만, 그 벽을 부서뜨려야만 사람은 변화할 수 있고,
남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140쪽)
법정스님 :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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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58쪽)

금아(피천득) : 유머는 인생을 향상시키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요.

유머는 위트처럼 날카롭지 않고 풍자처럼 잔인하지 않아서 따스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긴장, 초조, 냉혹함 등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머가 있다면 인생은 따뜻해집니다.

유머를 가진 사람은 너그럽지만 유머가 없는 사람은 빡빡하고요. 

유머가 풍부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웃을 수 있는 동시에

'센스 오브 유머'를 터득할 수 있어요. 좀더 밝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63쪽)

금아(피천득) : 나이가 든다는 건 젊은 날의 방황과 욕망, 분노, 초조감 같은 것들이

지그시 가라앉고 안정된다는 의미이지요.

인생을 관조하고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요.

늙음이란 물론 젊음만은 못하겠지만, 잘 늙는 경지에 이르면

노년도 아름다울 수 있고 또 어느 순간 죽음이 닥쳐와도 두렵지 않겠지요.



(72~73쪽)

법정스님 :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겐 원래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불만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인호 : 행복의 기준이나 삶의 가치관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

지금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가난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죠.

사실 빈곤과 궁핍은 불행이잖습니까.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은, 행복이란 마음에서 비롯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같은 온도에서 추워 죽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서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지만 특히 행복은 전적으로 마음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104쪽)

법정스님 : 글 쓰다 보면 그런 일이 있지요.

사실은 아니더라도 진실하면 됩니다.

사실과 진실은 조금 다르지요.

그런데 진실이 사실보다 더 절절한 것입니다.

진실에는 보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고

자시들 일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 아니겠어요.

진실에는 메아리가 있어요.

역사와 예술 작품이 다른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고 창작 예술은 가능한 세계의 기록입니다.



(134쪽)

최인호 : 사람은 다 벽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의 벽 속에 갇혀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든다는 것이죠.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정말 다르거든요.

평소에는 바보의 벽에 가로 막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만, 그 벽을 부서뜨려야만 사람은 변화할 수 있고,

남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140쪼)

법정스님 :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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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아무 것도 물질적으로 주고받고 하지 않으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입니다.

말로는 동지라고 하면서 뭔가 주고받으면 그건 계보거든요.

계보는 이해관계로 결속한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 정치인들 보면 내 공천 받을 때 저 사람이 결정적으로 나를 도와줬다,

이런 부채의식 하나가 십 년씩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공천을 나는 하나도 따준 게 없고, 

우리가 도와줬던 사람들은 뭔가 빚이 있어서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게 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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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는 고스톱은 인생을 배우는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광이나 피를 최소한으로 모아야 박을 면하니까,

유비무환의 자세를 기르고 포트폴리오 투자 교육을 할 수 있죠.

자기 패가 완전히 불리할 때는 버릴 패를 절묘하게 버리면서 

쇼당 찬스를 만드는 건 위기극복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다른 데서는 다 무시하는 피를 많이 모아 가지고 이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민주적인 원칙을 구현하고 있는 놀이이고,

그밖에도 장점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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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무 현

      - 고은


모든 것을 혼자 시작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법고시 합격하여


암울했던 유신독재 시절

침울했던 5공독재 시절

부산항 일대의 인권의 등대가 되어


그는 항상 가난한 사람 편이었다.

그는 항상 어려운 사람 편이었다.

 

국회에서 모두들 앞으로 나와 비까번쩍할 때

그는 수줍어하듯 홀로 물러나 그늘이 되었다


거짓과 위선이 득세하는 정치판에서

그는 아마 정치를 하기 어려우리라.


속에서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 진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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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기록하라 -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
박태순.황석영 외 20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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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있음.

 

 



 

[기록 문학]

이 책은 녹색평론 146호에 실린 서평을 통해 알 게 책이다. 책의 제목과 지은 사람들만 보고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소위 기록 문학이라는 하는 르포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서 굵직굵직한 일들을 직접 현장에서 기록한 글이다. 이 책의 부제는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이다. 책 제목인 <민중을 기록하라>도 잘 지은 제목인데, 부제인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도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아주 잘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역사서는 권력자들의 움직임을 따라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그들에 의해서 국가적인 사안이 결정되는 일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역사의 진보는 민중들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런 민중들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것이 진짜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런 민중들의 운동을 기록한 이들이 이 책의 지은이들이다.

르포. 르포라고 하면 생각나는 책은 공지영의 "의자놀이"란 책이다. 그 책은 쌍용자동차 해고 사건에 대한 르포인데, 그 사건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그 동안 읽은 르포들이 어떤 것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작년에 읽었던 세월호 사건에 관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란 책과 역시 작년에 읽었던 히로세 다카시란 사람이 쓴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민중을 기록하라>의 머리말에 외국의 유명한 르포에 관한 책들도 여럿 소개해 주었는데, 그 책들 중에 읽은 책도 있었다. 그 책은 바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그저 고전 문학으로 읽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책도 르포라고 할 수 있겠다. 지은이 조지 오웰이 직접 전쟁이 참여하면서 그 전쟁에 대한 기록을 세세히 남긴 글이니까 말이다.

 

[민중의 역사]

암튼, 이번에 읽은 <민중을 기록하라>. 이 책은 그 두께와 무게만큼 책의 내용 또한 진중하고 강한 가슴과 머리에 울림을 주었다. 명저(名著). 이 책을 보고 크게 느낀 바는 역사를 진보하기 위해서는 민중들이 큰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60, 70년대 노동 운동, 80년대 민주화 운동 모두가 결국 민중들의 큰 움직임, 그리고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 역사가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날을 생각해봤다. 권력은 권력을 이용하여 국민들로부터 자유를 빼앗는 등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있지만, 옛날과 달리 민중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다들 가만히 있는다. 물론 몇몇은 움직인다. 그리고 같이 움직이자고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다들 가만히 있는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날 민중들은 사회부조리에 큰 움직임이 없다. 무엇이든 수긍하는 자세. 갑자기 이해심이 많아지셨는가? 그래서 오늘날 역사는 진보하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최근의 르포는 민중들의 큰 흐름에 관한 기록이 아니고 사건 중심의 기록이다. 대부분 정상적인 국가라면 일어나지 말아야 사건들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

오늘날 우리가 이런 사회에서 살게 된 것은 앞 세대 민중들의 일구어놓은 것이 크다. 그들이 자갈길 같은 우리나라 시스템을 시멘트 길 같은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 세대는 빚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갚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날의 모순을 바로 잡아야 한다. 시멘트 길을 고속도로로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바꾸기 어렵다면 그것을 바꾸려는 사람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오늘날 가장 큰 모순덩어리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핵발전소와 그에 따른 방사능이다. 이 책을 펴기 전에 이 책에서 탈핵에 대한 르포가 있었으면 바랬는데, 빠져 있어서 아쉬웠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 미래에,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가 핵발전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핵발전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결국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소수의 시민 단체나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만의 목소리는 너무 작다. 좀 더 많은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갖게 되고, 다 같이 힘을 모아 소리를 질러야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다. 핵발전소를 없애기는커녕 늘리려고만 한다. 핵발전소에 찬성하는 정당이 압도적인 일등을 하고 있다. 다가오는 하나의 선거를 앞두고 있다. 탈핵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결과는 벌써 눈에 보이듯 뻔하다. 너무 암울하다.

올해 선거로 인해 2주기가 되는 세월호 사건도 묻히게 될 것 같다. 점점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세월호 사건.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세월호 사건에 대한 르포는 싣지 않고 정우영이란 분의 시로 대신했다. 슬프다. 아직도 이런 모순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희망이 잘 안 보인다는 것에 더욱 슬프다.

...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는 맞지만 모두 지나간 것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읽을 때는 오늘 아침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 글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많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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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언제부터 한국인은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들로 되어버렸을까.

나는 자책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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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이라는 글쓴이의 비판에 나도 자유롭지 못하고 불편했다. 사실 나 또한 바쁜 회사 생활을 핑계로,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의 이유 등으로 지금의 자리에 불편한 안주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작가의 역할]

이 책의 실린 글들의 지은이는 대부분 소설가나 시인이다. 그래서 글들은 참 쉽게 읽혀진다. 공지영, 김남일, 이원규, 안재성 등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았다. 반가웠다. 우리나라에 이런 르포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새삼 놀랐다. 그러면서 이런 르포들은 어디서 접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책 마지막에 이 책의 출처들이 적혀 있었다. 문학계간지 등 문학잡지에 실렸던 글들이 많았다. 최근 문학관련 잡지를 하나 구독을 해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2009년 용산에서 자신들의 집과 가게를 지켜려다가 공권력에 의해 목숨들을 잃은,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한 르포를 실으면서 당시 작가들이 한 선언을 실었다. 그 선언이야말로 시대를 대하는 작가들의 역할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정래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던 산소 같은 작가의 자세. 이런 작가들이 있다면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선언이 작가 뿐만 아닌 모든 민중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희망은 곧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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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에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섭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참혹한 오늘을 불러온 것도 우리이지만

참다운 내일을 만드는 이도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의 야만에 분노합니다.

사람의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보고 싶습니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할 아는 정치가의 얼굴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아첨과 왜곡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하고 진실된 언론의 발언을.

우리는 느끼고 싶습니다.

땅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자부를.

우리는 되찾고 싶습니다.

본래 우리 것인 광장과 집과 대지, 스스로 흘러 생명일 있는 강물을.

우리는 꿈꾸고 싶습니다.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사회,

양심과 이성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자유와 평등은 원래 사람의 것이라 믿고 자라날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입을 엽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입니다.

 

- 200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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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수정하여 작성함.

(39쪽)
언제부터 한국인은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들로 되어버렸을까.
나는 자책감을 느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아래의 근로자들로부터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노동운동이 아니라,
편의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듯한 노동운동이 되고 있어요.
이래서는 되지 않습니다.
근로자들이 밑에서부터 자기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학생들이 근로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하여튼 전태일 씨의 분신자살은 획기적인 살신성인의 의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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