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필사를 마치며...
...
시작은 미미했다.
하다가 힘들면 관두려고 했다.
하루이틀 걸리는 일도 아니고...
그런데 태백산맥 필사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태백산맥 필사는 지난 1000여 일 동안 지친 영혼을 달래주었다.
지친 몸과 지친 영혼으로 퇴근.
샤워 후 한시간 정도 태백산맥 필사를 하다보면
몸과 영혼이 치유되는 듯했다.
서두르지 않고 하루 한시간 정도...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빠른 세월과 함께 빠르게 쌓여가는 원고지.
어느덧 태백산맥 10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
휴...
이제 뭘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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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17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큰 일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조정래 작가께서 며느리되실 분들께 결혼 전 태백산맥 필사를 과제로 내셨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던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17-04-17 18:2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큰 일까지는 아니고요.^^ 저한테도 좋은 힐링타임이었어요~

다락방 2017-04-17 0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어마어마하네요. 저는 진짜 필사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요!

bookholic 2017-04-17 18: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다락방 님의 책들을 필사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요?^^

오거서 2017-04-17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일을 해내셨군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솔직히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필사하는 동안 즐거웠거든요.^^

박균호 2017-04-17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존경스럽습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동생 생일 선물로 <독서만담>을 선물로 주었는데, 재미있다고 난립니다.^^

건조기후 2017-04-17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3년을 넘게 꼬박꼬박! 정말 대단하세요.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필사원고 전시한다고 하던데 기증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필사하신 분들이 많아서, 태백산맥 문학관에 빈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Breeze 2017-04-17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시네요.
한 권을 필사하는데도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열 권이나 되는 책을 필사하시다니요.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하루하루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4-17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대단하십니다..

bookholic 2017-04-17 18: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2017-04-1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7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unsun09 2017-04-17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끈기에 감탄합니다.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17-04-17 23:5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끈기‘가 아니고 ‘x고집‘으로 부릅니다.^^

정자영 2017-04-22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드 엄지척~

bookholic 2017-04-22 21: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juneleaf 2017-04-22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마음 깊이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17-04-22 21:53   좋아요 0 | URL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과객 2017-04-24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뉴스레터에서 보고 들렀습니다. 10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필사하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책 옆에 쌓인 원고지를 보니 얼마나 방대한 양인지 더욱 와 닿네요. 원고지 막장 사진이 멋집니다. 정말 뿌듯하실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bookholic 2017-04-24 22: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필사를 끝낸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무엇인가 허전합니다. 어떤 책을 필사할까 방황하고^^ 있어요.. <아리랑>을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김낙현 2017-04-24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단 하심
읽는것도 힘든 사람이
많은데 >>>>>>>
우리나라도 이제 독서를 바탕으로한 선진국 진입이
가까워 지고 있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팅 -------

bookholic 2017-04-24 22: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독서를 바탕으로 상식적인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현 2017-04-25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대박입니다.
태백산맥을 필사하셨다니..
어떤 마음으로 하셨을지.. 저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네요. ^^

bookholic 2017-04-26 18: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가로등 2017-04-26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힐링이 쉬운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축하드립니다~! 보고 배워갑니다^^ 혹시 원고지는 어디서 구입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bookholic 2017-04-26 18: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원고지는 일반쇼핑몰에서 200자 원고지로 검색하시면 되고요. 저는 60매짜리 10권 묶음을 주로 주문했습니다^^

2017-04-26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6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7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파누리 2017-06-16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고지ㅔ 하셨다니 새롭게 보이네요.. 작가를 꿈꾸시나요?

파파누리 2017-06-16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씨도 이쁘시고^^

bookholic 2017-06-19 00: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작가까지 꿈꾸는 것은 아니고요.. 그저 조정래 선생님의 팬으로써..^^
필사하는 시간이 저에게도 좋은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여기에 흔적이 있군요 3년동안....북홀릭님의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 보겠습니다 ^^ㅎㅎ

bookholic 2018-12-24 17:24   좋아요 1 | URL
앗, 여기까지 찾아와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걸 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ㅎㅎ 앞으로는 회사 열심히 다녀야죠...^^
 














(22)

시민혁명은 그 내면에 영구혁명적 동력을 품어야 가능해진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정세에 규정당하는, 생명력이 짧은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런 영구혁명적 의지와 함께 그 시야가 자연과 세계 그리고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의식의 진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근대시민혁명의 역사를 거쳐 초근대적 시대를 향해 진입해야 하는 인류에 속해 있다. 근대적 과제의 해결 못지않게, 그걸 뛰어넘는 세계로 가는 길을 열 때 한국의 시민혁명은 문명사적 가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이해만 관심의 중심에 놓이는 혁명은 언제든 본래의 이상을 배반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애라는 프랑스혁명의 구호는 근대를 넘는다. 그것은 아직도 결코 낡지 않았다.

(38-39)

사람들에게 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차별 없이) 돈을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메이슨은 그렇게 묻고 대답한다.

우리에게는 기술을 아주 빠르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연구에 제시된 대로 앞으로 선진국에서 자동화 때문에 모든 직업의 47%가 공급과잉이 된다면 신자유주의체제 아래서 벌어질 일은 프레카리아크(precarious(불안정한) proletariat(프롤레타이라계급)를 합성한 조어)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밖에 없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세금으로 지불하는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비시장경제 안에서 입지를 마련할 기회를 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위키피디아편집에 참여하거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울 기회를 준다. 아니면 그냥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노동을 하다가 쉬어갈 시간을 준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더 늦게 진입하거나 일찍 빠져나올 수 있고, 스트레스가 높은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50)

이제는 사회가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해법은 경제 석학들의 어려운 수식에 있지 않다는 점을. 노동자들의 공동체 노동조합, 답은 평범한 너와 나 안에 있다.

(76-77)

근현대사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박물관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에는 근현대사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국립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일본이 적지 않은 국립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기묘한 현상이다. 지바 현의 불편한 장소에 위치해 있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선사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근현대의 역사는 소홀히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근현대사 박물관의 부재는 근대사를 어떻게 서술할 지에 대한 일본 내의 치열한 논쟁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한 박물관의 부재는 전후에 일본정부가 제국주의 시대와 특히 아시아-태평양전쟁(1931-1945) 시기에 관련해서 이웃 나라들은 물론 자국의 시민들과도 충분히 화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03)

영국의 민주주의가 이제 EU의 관료체제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 생기를 되찾아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우리가 (유럽) 공통농업정책이나 공통어업정책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훨씬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토지와 해양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일도 확실히 가능하다. 녹색운동은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서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녹색운동은 어째서 민중이 EU를 거부했는지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녹색운동의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릴 가능성이 높다. – 폴 킹스노스(아일랜드 거주 작가)

(114)

아테네인들은 정치적 평등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에 민주주의와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근원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민주주의체제 속의 시민에게는 나라를 운영할 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은 없었다. 그 대신에 그에게는 최소한의 불편을 치르고 정치에 참여할 풍부한 기회가 마련되어 있었다. 선거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테네인들은 정교한 추첨제를 활용하여 공직자들을 뽑았다.

고대의 민주주의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정책 결정력은 집단 속에 있었다. 실제로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국가에서만 민중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이 주장하려 했듯이, 이것은 결코 혼돈스러운 경험이 아니라 시민적 책임의 구조화된 이행 행위를 뜻하는 것이었다.

(117)

연구자들은, 평균적인 시민들이 부유층과 정부로부터 같은 정책을 원할 때는,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주목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의견이 불일치할 때는, 부유층이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 이 연구는 미국을 과두정치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가 사실상 경제적 엘리트가 지배하는시스템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정치기관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공화당에 대해서도 아웃사이더인 자신의 위치를 트럼프는 유리하게 활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승리를 거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데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찍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투표장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투표를 했겠는가? 클린턴은 월스트리트가 원한 후보였고, 미국의 금융 및 은행계의 엘리트들로부터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을 기부받았다.

(118)

트럼프의 승리는 기성 정치권력층에 대해서 날로 깊어가는 불신과 갈수록 커가는 양당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환멸을 나타내는 명백한 신호였다. 데이터들은 많은 백인 노동자들과 중산층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음을 가리키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워싱턴의 주류 정치권에 대해서 진정한 아웃사이더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인종적 소수파는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23)

트럼프의 제안은 오바마가 화석연료에 대하여 취했던 접근방식을 더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 무제한적으로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에너지 고갈과 경제적 붕괴로 가는 길을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문명의 차()를 경제 절벽으로 몰고 가면서, 자신의 지지기반 이외의 모든 타자들-인종적 소수자들, 무슬림, 여성,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등등 을 비난함으로써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지지자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132)

현대인들은 만연된 고통속에서 살기에 타인의 고통에 눈길을 두는 것에 인색하다. 고통은 도처에 있기에, 다른 사람의 고통은 엄살이고 나의 고통이 진짜 고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만을 응시하고 있는 상태에서 타인의 고통은 손쉽게 이야깃거리로 전락한다. 곳곳에 산개해 있는 고통은 공감능력을 훼손하게 한다. 멈춰 서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깊이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움에 이르는 길이다. 수동적 멈춤이 아니라, 능동적 멈춤의 감각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낯설게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문학적 은유의 한 방식이다.

(137)

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재난의 잠재적 피해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용기로 이어졌고, 구조적 모순이 기인한 사회적 재난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열망이 망각에 반대하는 절박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졌다. 희망의 언어는 낭만적 열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인식을 통한 실천을 통해 생성될 수 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용기와 망각에 대한 저항이 어우러지는 지점에서 뜨거운 삶의 열기가 생겨난다. 그 열기는 어둠을 이겨내고 내일 아침을 맞이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어야 할 온기에 대한 뜨거운 언어, 핍진한 이야기일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로 인해 한국의 동시대인들은 살아가는 인가이 아니라 생각하며 살아 있는 인간이 되었다.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됨의 조건이다. 한국문학이 상상을 통한 생각의 확장을 향해 있고, 그 지평을 넓힘으로써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는 길에 접어들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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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른들의 글쓰기도 자기의 삶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우리 문학이 크게 잘못된 글쓰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문학은 겨레의 삶과 말에서 멀리 떠나 있었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방안에 앉아 글만 쓰는 데서 오는 필연의 결과였다. 삶과 말에서 떨어져 나간 문학은 일부 사람들의 오락물 구실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문장은 갈수록 사실과 사물을 떠난 병든 말의 희롱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 문학작품이 일본말과 일본말법을 퍼뜨려 우리 글 전체를 오염하고 우리 말을 병들게 한 사실도 바로 보아야 한다.

(12)

그렇다. 사람은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는 것이다. 돈벌이로 글을 파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자기표현으로 글을 쓴다. 책이 책방에 산으로 쌓이고 거리에 넘치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역시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13)

그런데 앞에서 말한 아주머니가 왜 쓸 것이 없다고 했나 생각해본다. 그 아주머니는 아마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분 같다. 누구든지 만나면 자기 생각을 다 토해내어버리니 다시 더 할 말을 글로 쓸 필요가 없겠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아주머니도 다른 사람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름없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표현을 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남의 흉내만 내는 짓에 길이 들어버렸기 때문일까? 그래서 자기표현 대신에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또 버스안에서나 밤낮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남의 표현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동안에 어느덧 그것을 자기표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17)

소설이나 동화, 혹은 수필 같은 글을 처음 쓰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 흔히 첫머리가 부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근사한 말로 요란스럽게 꾸며놓은 글이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짐작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가 한참 읽어나가면 그때야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해야 할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왜 글 첫머리를 이렇게 쓰는가? 문학이란 것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이라면 보통 생활에서 쓰는 글같이 쉽고 분명하게 써서는 안된다는 그릇된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증거다.

(32)

중국글자말을 쓸 경우에 그 뜻을 잘못 알게 보는 보기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그 첫째는 글은 말보다 어렵게 써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더 친절하게 써야 한다는 사실이고, 다음 또 하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중국글자말을 쓰지 말고 우리 말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45)

우리 나라 사람들이 거의 모두 걸려 있는 정신병이 있는데, 그것이 유식병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쉬운 말을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남들이 잘 안 하는 말, 어려운 말, 유식한 말을 하고 싶어한다. ‘말을 한다고 할 것도 언어를 사용한다고 보통으로 글을 쓰고 말도 그렇게 한다. ‘우리 집은 산 밑에 있는데할 것을 산 밑에 위치해 있는데한다. 누구를 만났다든지, 무슨 책을 읽었다든지, 무슨 소식을 들었다든지 하는 말은 모조리 접한다고 한다. 그래야 공부를 한 사람, 유식한 사람으로 알아준다고 여긴다. 나는 아직 우리 나라 신문에서 언어를 사용한다.’를 안 쓰고 말을 한다고 써놓은 기사를 읽은 저기 없고, 무슨 건물이 어디에 위치한다고 안하고 있다고 쓴 신문 기사를 읽지 못했다. ‘사건이 발발했다고 안 쓰고 일이 일어났다고 쓴 신문도 본 적이 없다. 거의 100년 전에 나왔던 <독립신문>에서 우리 말을 읽은 이후 쉬운 우리 말로 쓴 신문을 보지 못했다. 쉬운 말로 글을 쓰면 무식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이라고 말할까봐 그렇게 쓰는 것이다. 유식한 척하려고, 학문이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임을 내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58)

우리는 모두 제각기, 자기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확인해서 그것부터 써야 한다. 자기의 삶을 바로 보고 그것을 풀어가려고 하는 데서 비로소 사물이 제대로 잡히고, 살아 있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자연조차도 삶 속에 들어온 것이라야 나뭇잎 하나라도 구름 한 조각이라도 비로소 제대로 살아 있는 모양과 빛깔을 띠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165)

글은 저혼자 기분으로 써서는 안되고, 쓰는 재미에 취해서 쓰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오늘날 이 땅에서는 누구든지 엄숙한 마음으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끼리, 이웃끼리 나눠보는 정도의 글도 그 친구와 이웃들의 삶을 높여주는 글이 되어야 하겠지만, 더구나 온 나라 사람들이 읽으라고 내놓은 글이 값싼 이야기를 장난삼아 써놓거나, 세상 일을 바로 볼 수 없도록 하는 안개를 피우는 글 같이 되어 있으면 용서할 수 없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이 그 이름만 보고도 그가 쓴 글을 읽게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바른 글을 쓰기 위해 목숨을 바칠 결심까지 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고, 그런 결심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반민족, 반민중의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온갖 고난을 달게 받을 생각만은 단단히 해야 하리라 본다. 만약 그런 마음이 서지 않는다면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글쓰는 사람이 가야 할 가시밭길이고, 또한 영광의 길이다.

(215)

글을 다 쓴 다음에는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것을 그대로 남에게 보이거나 발표를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다듬어야 한다. 한번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빠뜨린 것을 써 넣고, 필요가 없는 말을 줄이고, 틀린 말이나 정확하지 않은 말을 고쳐 쓰고 하는 일을 글 다듬기라 한다. 전에는 이것을 중국사람들 말 따라 추고퇴고니 했는데 우리 말로 다듬기라고 하면 아주 알맞다.

글을 왜 다듬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의 글이든지 처음 써 놓은 글은 여러모로 잘못되어 있기가 예사다. 말을 잘못 썼거나 글자를 틀리게 쓴 경우도 흔히 있지만, 꼭 써야 할 내용을 빠뜨리는 수도 있고, 기분대로 쓴 것이 엉뚱한 말로 나타나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 얽어서 고치고, 또 읽어서 고치고, 여러 번 줄이고 보내고 바로 잡아서 다듬을수록 좋은 글이 된다.

(217)

쓰고 나면 곧 그 자리에서 읽어 보고 잘못된 곳을 바로잡는다. 한 차례 그렇게 해서 다듬어 놓고는 며칠 뒤에, 될 수 있으면 그 글을 어떻게 썼던가를 거의 잊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내어서 다듬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는 흔히 마음이 흥분해 있어서 바로 뒤에 읽으면 그 글을 올바른 눈으로 보기가 힘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글이든지 적어도 두 차례는 다듬어야 한다.

(425)

나는 글과 사람은 따로 볼 수 없고, 따로 보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글과 사람이 다른 것처럼 보는 것은 우리가 글을 바로 보지 못했거나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잘못 이해하기도 예사이지만 글을 잘못 보는 일도 흔하다. 더구나 재주꾼들이 써놓은 글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너무나 많다. 세상에는 사기꾼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로 남을 속이는 사람도 많지만 글로, 문학이라는 이름의 글로 사기를 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놀랄 만큼 많다. 적어도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바로는 그렇다. 다만 이런 사기꾼들은 훌륭한 문필가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말로 하는 사기꾼과 다를 뿐이다. 글은 온몸으로 써야 하는 것이지 머리로 써서는 안된다. 사기꾼들의 글이 바로 머리로 쓴 글이다.

(426)

이제 와서 새삼 또 친일작가를 들먹이느냐 할는지 모른다.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단죄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살아 남으려면 역사 전체의 잘못된 흐름을 기어코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한 번도 겨레의 이름으로 반역의 무리들을 정죄하지 못했으니, 그 일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와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말과 글의 사기꾼들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겨레정신을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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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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