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ASEM 정상회의 만찬을 마친 대통령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주방에 라면을 청했다. 순방국의 공식 만찬 행사에 다녀올 때마다 거르지 않는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라면 한 그릇을 비운 후 대통령은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리랑 담배에 불을 붙였다. 힘들도 어려운 시기에도 그의 얼굴에서 웃음을 지켜준 세 가지 아이템이었다.

(172)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결국은 자기 삶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약간의 불일치가 생깁니다. 참모들은 제 인생을 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좋은 정치만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결국 한 인간으로서 삶의 선택에 치열하게 맞닥뜨리는 것은 아닌 셈이지요. 그런데 어찌 보면 사람들은 자기 멋에 살다가 죽는 게 아닐까요?”

(177)

경사였고, 분명히 좋은 일이었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탄생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기에 기쁨이 더 컸다. 선거를 위해 이 년여에 걸쳐 숱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던 터라 대통령 당선에 견줄 만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바깥으로 감정을 드러낼 일은 아니었다. 의전비서관이 축하 행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그는 최대한 간단히 하자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생색낼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전부였다.

(181)

미국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어떤 형태든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방향의 제재 조치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이지만, 막상 전장에서 죽는 것은 군인이다.”

그가 평소 자주 하는 말이었다. 그렇듯 그는 전쟁이 초래할 비극을 원치 않았다. 또 결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혹여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이 깊어져 군사적 충돌이라도 생기면 한반도의 남쪽은 전쟁의 참화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접견이 계속되는 동안 대통령의 얼굴은 몇 번이나 벌겋게 상기되었다. 때로는 격앙된 표정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긴 설득이 이어졌다. 접견을 마치고 관저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그는 진익훈 대변인에게 기록해두라며 말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고집 센 나라와 가장 힘센 나라 사이에 끼어 있다.”

(202)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대통령이 혼잣말처럼 말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선출된 권력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317)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재판을 통해 싸울 각오를 다졌다. 이미 큰 생채기가 나 있었지만 그래도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설령 감옥에 가는 일이 있어도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 생활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쏟아지는 엄청난 비난의 화살 속에서도 자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자신에게 뒤집어씌워진 누명의 한 귀퉁이라도 제대로 벗겨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삶의 구차한 연명은 될 수 있을지언정,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덜어내는 방법은 아니었다. 감옥 안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진보의 미래를 성찰하는 글을 쓴들 효과는 크게 없을 듯싶었다. 그런 한편에서는 사실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사실이라고 인정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는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내가 차라리 사법절차를 포기하는 것은 어떻겠나? 이 말은 내가 그냥 모든 걸 인정해버린다는 뜻이다.”

(320)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332)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뒤 대통령은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켠다. 어느 곳이든 일하는 사람이 있는 마을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고 덕담을 건넨다. 그는 이제 전직 대통령이라기보다 시민 임진혁에 가깝다. 마을회관을 나서면서 그가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2017 5 15. 봄이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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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4-25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곧 5월이네요. 5월 9일 대선이 있고, 무엇보다 5.18이 있고 5.23이 있고...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하지만, 우리 역사에는 참 잔인한 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bookholic 2017-04-25 23:56   좋아요 0 | URL
올 5월에는 좋은 기억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76)

내가 물었다. “데키무스를 돕겠다는 겁니까?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살인자를?”

옥타비우스의 대답.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에케나스도 입을 다물었다.

옥타비우스가 다시 말했다. “우리 맹세를 기억하나? 그날 밤 아폴로니아에서? 너와 나, 아그리파와 마에케나스.”

내가 대답했다. “잊지 않았습니다.”

옥타비우스가 미소 지었다. “나도 잊지 않았어…, 데키무스를 증오해도 구해줘야 한다. 바로 그 맹세를 위해서. 그리고 법을 위해 살려줄 것이다. “ 순간 그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려보았아. 아니, 어쩌면 상대가 내가 아닐 수도그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본모습을 의식한 걸까?

(79)

우리가 입성했을 때 로마는 분쟁과 야욕으로 갈가리 찢긴 터였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친구임을 빙자해, 살인자들과 놀아나고 우리의 옥타비우스 카이사르가 양부께 물려받은 명예와 권력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옥타비우스 카이사르는 침탈자 안토니우스의 야심을 확인하자마자, 양부의 노병들이 땅을 일구고 있는 정착촌으로 달려가 다시 군사를 일으켰다. 때마침 암살당한 지도자를 애통해하던 터라 퇴역군인들은 충성을 맹세하고 우리와 함께 약탈자들과 싸워 국가의 꿈을 되찾기로 했다.

(88)

상황은 이틀 만에 끝이 났네. 로마의 피는 한 방물도 흘리지 않고.

우리 병사들은 무티나 전투 이전에 약속한 보상을 받았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옥타비우스를 입양한 것도 합법화되고 공석으로 남은 히르티우스의 집정관 직도 물려받았지. 그리고 열한 개 군단을 위 휘하에 둘 수 있었다네.

8 11(, 당시 자네들은 섹스틸리스, 즉 여섯 번째 달이라고 불렀겠군그래.) 옥타비우스는 로마에 들어가 집정관 계승을 위해 제례에 참석했네.

그리고 한 달 후 스무 해 생일을 맞았지.

(358)

다행히, 젊음은 자신의 무지를 보지 못한다네. 도저히 감내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지. 무지에 눈을 감고 그래서 후일 자신의 삶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는 것도 필경 피와 살에 담긴 본능 덕분이겠지?

(361~362)

젊은이는 미래를 모르기에 삶을 일종의 서사적 모험으로 여기지. 오디세이아처럼 낯선 바다와 미지의 섬을 여행하며, 자신의 힘을 실험하고 증명하고 그로써 자신의 불후를 발견하고 싶은 걸세. 중년이 되면 꿈꾸던 미래를 겪었기에 삶을 비극으로 본다네. 자신의 힘이 아무리 위대한들, 신이라는 이름의 사고와 자연을 이길 수 없으며,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자기가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노인은 삶을 희극으로 볼 수 있네. 승리와 실패를 가감한다면, 누구도 타인보다 자랑스러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네. 그 힘들과 맞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영웅도 아니고, 그 힘에 파멸당하는 운명의 주인공도 못 돼. 늙은 배우처럼 너무 많은 역을 맡은 탓에 더 이상 자기 자신일 수가 없는 거야.

(374)

전술했듯이 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존재했네. 그래, 어쩌면 세상이 바로 내 시라고 볼 수 있겠군. 부분을 전체로 통합하고 이 파벌을 저 파벌과 통합하고 그 파벌에 걸맞은 역할과 혜택을 부여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내가 지은 시라 해도 세상이 시대를 초월해 존재할 수는 없을 걸세. 베르길리우스가 숨을 거두며 자신의 걸작 시를 파기해달라고 애원한 바 있지. 그 양반 말로는 미완성인 데다 부족하기까지 했어. 군단 하나가 패퇴하는 장면만 보고 다른 두 군단의 대승을 접하지 못한 장군처럼,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을 실패자로 여겼다네. 하지만 그의 로마 건국 시편은 로마 자체보다 오래 살아남을 걸세. 물론 내가 만들어놓은 이 허접한 세상보다도 장수할 거야. 난 그 시를 파기하지 않았네. 베르길리우스도 내가 그러리라고 생각지는 않았을 거야. 시간은 시가 아니라 로마를 부순다네.

(384)

내 생각은 이렇다네. 누구나 살다보면,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있을 걸세. 이해 못 할 수도 있고 형설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네. 아무리 초라하다 해도 본질을 넘어선 그 누구도 되지 못해. 나도 지금 말라빠진 정강이, 쭈글거리는 손, 세월에 얼룩지고 처진 살갗을 보고 있네. 한때 이 육신이 그 자체에서 벗어나 타인의 육신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니 우습기까지 하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혹자는 쾌락의 찰나에 온 생을 걸고는, 육신이 말을 듣지 않으며 괴로워하고 외로워하지.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육신이 아는 것이 오로지 쾌락뿐이건만, 그 쾌락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야. 오히려 우리 믿음과 달리, 성애란 그 무엇보다도 이타적이라네. 타인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를 탈피하려 하기 때문일세. 그 때문에 대부분 가장 저급하다고 여기네만 성애도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네. 성애가 더욱 소중한 이유는 우리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야. 하지만 일단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자아에 갇히지도, 자아 속으로 쫓겨나지도 않는다네.

(399)

하지만 그가 건설한 로마 제국은 티베리우스의 폭정을 견디고 칼리귤라의 극악무도한 폭력과 클라우디우스의 무능력까지 모두 이겨냈습니다. 이제 새 황제를 맞이할 때입니다. 바로 선생께서 어렸을 때 지도하셨고, 지금도 그 곁을 지키시는 분이라 들었습니다. 신임 황제께서 선생의 지혜와 미덕을 후광으로 통치하시라는 사실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네로 휘하에서 로마가 마침내 옥타비우스 카이사르의 꿈을 실현하기를 신들께 간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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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필사를 마치며...
...
시작은 미미했다.
하다가 힘들면 관두려고 했다.
하루이틀 걸리는 일도 아니고...
그런데 태백산맥 필사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태백산맥 필사는 지난 1000여 일 동안 지친 영혼을 달래주었다.
지친 몸과 지친 영혼으로 퇴근.
샤워 후 한시간 정도 태백산맥 필사를 하다보면
몸과 영혼이 치유되는 듯했다.
서두르지 않고 하루 한시간 정도...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빠른 세월과 함께 빠르게 쌓여가는 원고지.
어느덧 태백산맥 10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
휴...
이제 뭘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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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17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큰 일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조정래 작가께서 며느리되실 분들께 결혼 전 태백산맥 필사를 과제로 내셨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던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17-04-17 18:2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큰 일까지는 아니고요.^^ 저한테도 좋은 힐링타임이었어요~

다락방 2017-04-17 0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어마어마하네요. 저는 진짜 필사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요!

bookholic 2017-04-17 18: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다락방 님의 책들을 필사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요?^^

오거서 2017-04-17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일을 해내셨군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솔직히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필사하는 동안 즐거웠거든요.^^

박균호 2017-04-17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존경스럽습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동생 생일 선물로 <독서만담>을 선물로 주었는데, 재미있다고 난립니다.^^

건조기후 2017-04-17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3년을 넘게 꼬박꼬박! 정말 대단하세요.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필사원고 전시한다고 하던데 기증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필사하신 분들이 많아서, 태백산맥 문학관에 빈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Breeze 2017-04-17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시네요.
한 권을 필사하는데도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열 권이나 되는 책을 필사하시다니요.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하루하루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4-17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대단하십니다..

bookholic 2017-04-17 18: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2017-04-1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7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unsun09 2017-04-17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끈기에 감탄합니다.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17-04-17 23:5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끈기‘가 아니고 ‘x고집‘으로 부릅니다.^^

정자영 2017-04-22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드 엄지척~

bookholic 2017-04-22 21: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juneleaf 2017-04-22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마음 깊이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17-04-22 21:53   좋아요 0 | URL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과객 2017-04-24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뉴스레터에서 보고 들렀습니다. 10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필사하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책 옆에 쌓인 원고지를 보니 얼마나 방대한 양인지 더욱 와 닿네요. 원고지 막장 사진이 멋집니다. 정말 뿌듯하실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bookholic 2017-04-24 22: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필사를 끝낸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무엇인가 허전합니다. 어떤 책을 필사할까 방황하고^^ 있어요.. <아리랑>을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김낙현 2017-04-24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단 하심
읽는것도 힘든 사람이
많은데 >>>>>>>
우리나라도 이제 독서를 바탕으로한 선진국 진입이
가까워 지고 있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팅 -------

bookholic 2017-04-24 22: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독서를 바탕으로 상식적인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현 2017-04-25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대박입니다.
태백산맥을 필사하셨다니..
어떤 마음으로 하셨을지.. 저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네요. ^^

bookholic 2017-04-26 18: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가로등 2017-04-26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힐링이 쉬운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축하드립니다~! 보고 배워갑니다^^ 혹시 원고지는 어디서 구입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bookholic 2017-04-26 18: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원고지는 일반쇼핑몰에서 200자 원고지로 검색하시면 되고요. 저는 60매짜리 10권 묶음을 주로 주문했습니다^^

2017-04-26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6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7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파누리 2017-06-16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고지ㅔ 하셨다니 새롭게 보이네요.. 작가를 꿈꾸시나요?

파파누리 2017-06-16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씨도 이쁘시고^^

bookholic 2017-06-19 00: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작가까지 꿈꾸는 것은 아니고요.. 그저 조정래 선생님의 팬으로써..^^
필사하는 시간이 저에게도 좋은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여기에 흔적이 있군요 3년동안....북홀릭님의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 보겠습니다 ^^ㅎㅎ

bookholic 2018-12-24 17:24   좋아요 1 | URL
앗, 여기까지 찾아와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걸 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ㅎㅎ 앞으로는 회사 열심히 다녀야죠...^^
 














(22)

시민혁명은 그 내면에 영구혁명적 동력을 품어야 가능해진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정세에 규정당하는, 생명력이 짧은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런 영구혁명적 의지와 함께 그 시야가 자연과 세계 그리고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의식의 진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근대시민혁명의 역사를 거쳐 초근대적 시대를 향해 진입해야 하는 인류에 속해 있다. 근대적 과제의 해결 못지않게, 그걸 뛰어넘는 세계로 가는 길을 열 때 한국의 시민혁명은 문명사적 가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이해만 관심의 중심에 놓이는 혁명은 언제든 본래의 이상을 배반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애라는 프랑스혁명의 구호는 근대를 넘는다. 그것은 아직도 결코 낡지 않았다.

(38-39)

사람들에게 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차별 없이) 돈을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메이슨은 그렇게 묻고 대답한다.

우리에게는 기술을 아주 빠르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연구에 제시된 대로 앞으로 선진국에서 자동화 때문에 모든 직업의 47%가 공급과잉이 된다면 신자유주의체제 아래서 벌어질 일은 프레카리아크(precarious(불안정한) proletariat(프롤레타이라계급)를 합성한 조어)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밖에 없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세금으로 지불하는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비시장경제 안에서 입지를 마련할 기회를 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위키피디아편집에 참여하거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울 기회를 준다. 아니면 그냥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노동을 하다가 쉬어갈 시간을 준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더 늦게 진입하거나 일찍 빠져나올 수 있고, 스트레스가 높은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50)

이제는 사회가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해법은 경제 석학들의 어려운 수식에 있지 않다는 점을. 노동자들의 공동체 노동조합, 답은 평범한 너와 나 안에 있다.

(76-77)

근현대사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박물관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에는 근현대사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국립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일본이 적지 않은 국립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기묘한 현상이다. 지바 현의 불편한 장소에 위치해 있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선사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근현대의 역사는 소홀히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근현대사 박물관의 부재는 근대사를 어떻게 서술할 지에 대한 일본 내의 치열한 논쟁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한 박물관의 부재는 전후에 일본정부가 제국주의 시대와 특히 아시아-태평양전쟁(1931-1945) 시기에 관련해서 이웃 나라들은 물론 자국의 시민들과도 충분히 화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03)

영국의 민주주의가 이제 EU의 관료체제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 생기를 되찾아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우리가 (유럽) 공통농업정책이나 공통어업정책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훨씬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토지와 해양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일도 확실히 가능하다. 녹색운동은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서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녹색운동은 어째서 민중이 EU를 거부했는지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녹색운동의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릴 가능성이 높다. – 폴 킹스노스(아일랜드 거주 작가)

(114)

아테네인들은 정치적 평등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에 민주주의와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근원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민주주의체제 속의 시민에게는 나라를 운영할 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은 없었다. 그 대신에 그에게는 최소한의 불편을 치르고 정치에 참여할 풍부한 기회가 마련되어 있었다. 선거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테네인들은 정교한 추첨제를 활용하여 공직자들을 뽑았다.

고대의 민주주의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정책 결정력은 집단 속에 있었다. 실제로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국가에서만 민중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이 주장하려 했듯이, 이것은 결코 혼돈스러운 경험이 아니라 시민적 책임의 구조화된 이행 행위를 뜻하는 것이었다.

(117)

연구자들은, 평균적인 시민들이 부유층과 정부로부터 같은 정책을 원할 때는,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주목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의견이 불일치할 때는, 부유층이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 이 연구는 미국을 과두정치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가 사실상 경제적 엘리트가 지배하는시스템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정치기관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공화당에 대해서도 아웃사이더인 자신의 위치를 트럼프는 유리하게 활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승리를 거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데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찍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투표장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투표를 했겠는가? 클린턴은 월스트리트가 원한 후보였고, 미국의 금융 및 은행계의 엘리트들로부터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을 기부받았다.

(118)

트럼프의 승리는 기성 정치권력층에 대해서 날로 깊어가는 불신과 갈수록 커가는 양당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환멸을 나타내는 명백한 신호였다. 데이터들은 많은 백인 노동자들과 중산층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음을 가리키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워싱턴의 주류 정치권에 대해서 진정한 아웃사이더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인종적 소수파는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23)

트럼프의 제안은 오바마가 화석연료에 대하여 취했던 접근방식을 더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 무제한적으로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에너지 고갈과 경제적 붕괴로 가는 길을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문명의 차()를 경제 절벽으로 몰고 가면서, 자신의 지지기반 이외의 모든 타자들-인종적 소수자들, 무슬림, 여성,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등등 을 비난함으로써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지지자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132)

현대인들은 만연된 고통속에서 살기에 타인의 고통에 눈길을 두는 것에 인색하다. 고통은 도처에 있기에, 다른 사람의 고통은 엄살이고 나의 고통이 진짜 고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만을 응시하고 있는 상태에서 타인의 고통은 손쉽게 이야깃거리로 전락한다. 곳곳에 산개해 있는 고통은 공감능력을 훼손하게 한다. 멈춰 서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깊이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움에 이르는 길이다. 수동적 멈춤이 아니라, 능동적 멈춤의 감각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낯설게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문학적 은유의 한 방식이다.

(137)

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재난의 잠재적 피해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용기로 이어졌고, 구조적 모순이 기인한 사회적 재난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열망이 망각에 반대하는 절박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졌다. 희망의 언어는 낭만적 열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인식을 통한 실천을 통해 생성될 수 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용기와 망각에 대한 저항이 어우러지는 지점에서 뜨거운 삶의 열기가 생겨난다. 그 열기는 어둠을 이겨내고 내일 아침을 맞이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어야 할 온기에 대한 뜨거운 언어, 핍진한 이야기일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로 인해 한국의 동시대인들은 살아가는 인가이 아니라 생각하며 살아 있는 인간이 되었다.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됨의 조건이다. 한국문학이 상상을 통한 생각의 확장을 향해 있고, 그 지평을 넓힘으로써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는 길에 접어들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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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v.media.daum.net/v/2017033116460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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