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테슬라의 꿈은 지구를 굶주림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곳곳으로 통신을 가능하게 하며, 기상을 조절하고,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꺼지지 않는 빛을 만들고, 다른 행성에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생명체와 소통하는 것이었다.”

 

(15)

자신이 연구하던 공학 분야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면서 사람들로부터 화려하면서도 극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테슬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고집했다. 테슬라는 줄곧 독신이었고, 혼자서 일했으며,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렇게 언제나 혼자서 생활하면서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35)

테슬라의 연구실을 방문할 때는 놀라지 않도록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사방이 이상한 기계들로 가득 찬 밝고 큰 방안에 당신이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키가 크고 마른 젊은이가 다가와 손가락을 하고 퉁기는 것만으로 갑자기 붉은 불을 뿜는 공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손 안에 가만히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그 사람은 손에 아무런 화상도 입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꽃이 이글거리는 그 공을 자신의 옷 위에 갖다대기도 하고, 머리 위에 그리고 당신의 무릎 사이에 떨어뜨려 보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서 나무로 만든 박스 속에 집어넣지요. 그러나 그 불꽃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결국 당신은 놀라서 스스로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눈을 비비게 될 것입니다.”

 

(49)

내가 만든 장치들은 언제나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대로 작동했고 실험 결과도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가른 결과가 나올 리가 없었다. 공학이란 것은, 특히 전기공학과 기계공학 같은 분야는 인과 관계가 분명한 학문이다. 거의 대부분을 수학적인 계산으로 다룰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유용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리 결과와 효과들을 계산할 수 있다.”

 

(68)

교류시스템은 직류 시스템보다 훨씬 큰 전압을 만들기 때문에 아주 먼 거리까지 전기를 전송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에디슨이 개발한 탄소 필라멘트 전구는 직류와 교류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직류를 사용할 경우에는 2마일마다 발전소를 따로 두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전기를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슨의 생각은 직류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결국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전구보다도 더 융통성이 없었던 셈이었다.

 

(130)

테슬라는 친구나 친척들이 다른 사람에 의해 상처를 받을 때마도 자신이 우주적고통이라고 표한한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것은 인간의 몸이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고, 같은 외부 영향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고도화된 완전한 신체와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하는, 대단히 민감한 감각과 관찰력을 갖고 있는 어떤 존재에게는 위험을 바로 감지함으로써 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초능력적인 감각이 부여되어 있다. 만약 그 사람이 신체가 심하게 손상된 다른 사람과 접촉을 한다면 그 감각들이 그대로 살아나서 우주적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154)

테슬라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시기하는 과학자와 비판적인 언론인들만이 아니었다. 신비주의자들도 테슬라에게 관심을 가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테슬라가 바로 자신들이 예기했던 금성인이라고 선언하며 그에게 따라다닌 예사롭지 않은 얘기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 사람들은 테슬라가 금성에서 태어났으며, 우주선 아니면 커다란 하얀 비둘기 날개를 달고 지구로 왔다고 주장했다.

 

(187)

테슬라는 잠시 동안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이 앉아 있다가, 마치 다른 사람 얘기를 하듯이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발명가가 갖는 고충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그것들 중에서 몇 개만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시간을 정열을 쏟아서 완성하는 것은 또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같은 생각을 한 다른 발명가가 한 발 앞서서 만들어내는 경우도 가끔 있죠. , 그것은 정말 발명가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199)

테슬라의 꿈은 한마디로 유토피아였다. 지구를 굶주림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곳곳으로 통신을 가능하게 하며, 기상을 조절하고,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꺼지지 않는 빛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다른 행성에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생명체와 연락하는 것 등이 바로 테슬라가 실현시키고자 했던 이상이었다. 테슬라는 통계적으로 확실히 화성인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252)

테슬라는 남겨 놓은 일지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특히 무선 통신 분야에서 테슬라가 했던 역할을 밝혀 주고 있으며, 테슬라가 일찍이 1893년에 무선 전신 시스템을 완성했다는 것을 더 이상 의심의 여지 없이 받아 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과학자들은 테슬라가 가졌던 생각을 부분적으로나마 재연해 보려고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253)

어느 날 테슬라는 짙은 안개를 모으는 일에 성공했다. 이것은 스스로도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바깥은 옅은 안개가 살짝 낀 날씨였다. 하지만 스위치를 올리자 실험실 안에 안개가 뿌옇게 생기기 시작했고, 너무 짙어 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테슬라는 나중에 이 실험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적절하게 설계한 설비들을 건조한 사막 지역에 설치해 가동하면 바다로부터 관개와 전력 수급을 위해 필요한 물을 얼마든지 끌어다 댈 수 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 일을 해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해낼 것이다. 내 생각이 틀림없다.”

 

(293)

테슬라는 인류의 의식 수준이 아직 선구자의 예리한 감각을 수용할 정도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어쩌면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발명이 격려를 받기보다는 이기적인 자본과 학자들의 현학적인 자세, 어리석음, 무지, 개발 수단의 부족 등에 의해 시작 단계부터 억압과 방해를 받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치열한 투쟁을 통해 쓰라린 역경과 고난을 뚫고 상업화 과정에서 살아남도록 말이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다. 또 과거의 위대한 유산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전해졌다. 냉대와 비난, 억압을 받다가 마지막에는 더 강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역사 속에 등장하곤 했다.”

 

(297~298)

“국제 무선 전신 시스템의 가동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온 것으로부터 비옥한 새 출발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을 계몽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며, 특히 아직 미개한 나라들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인류의 평화적 관계 유지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물질적으로도 우리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가져다줄 것이다.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따로 구분된 신호들을 전송할 수 있는 많은 전신 설비들이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각 설비들이 가급적이면 중요한 문명 중심지 부근에 들어섬으로써 다양한 주파수를 통해 수신한 소식들을 전 세계 곳곳에 즉시 전달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 싸고 간단한 장비가 등장해 전 세계의 소식이나 원하는 정보를 전해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모든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거대한 두뇌로 바뀔 것이다. 수백만 개의 장비들을 100마력짜리 발전소 하나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것은 정보의 전달이 더욱 싸고 대량으로 이루어지도록 촉진할 것이다.”

 

(353)

지라데 박사는테슬라가 레이더의 원리를 공식적으로 밝혔던 그 당시에는 자신이 제시한 원리를 실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테슬라가 단순히 예언을 했거나 아니면 꿈을 꾼 것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만약 테슬라가 꿈을 꾼 것이라면 적어도 그가 제대로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376)

테슬라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서 마치 두 사람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얘기를 계속했다.

“그렇소. 그것은 환영이 아니라 진짜 빛이었소. 내가 실험실에서 만든 어떤 램프보다도 환하고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 빛이었소. 그 비둘기가 죽자 내 삶에서 뭔가가 빠져나건 것 같았소. 그때까지는 아무리 거창한 계획이더라도 내가 그 일을 끝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소. 하지만 뭔가가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부터는 내가 할 일도 이제 끝났다는 사실을 알았소. 그렇소. 나는 아주 오랫동안 수천 마리의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어 왔소. 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소.”

 

9383)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일한 정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동일한 성취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으며, 여러 세대가 지나가면서 그 능력은 점점 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보통여성들이 보통남성들만큼 교육을 받을 것이고, 나중에는 오히려 남자들보다 더 높은 교육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여성들의 뇌가 수세기 동안 휴식을 취해 와서 잠재된 능력을 자극하면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여성들이 지금까지 있었던 전례를 무시하고 크게 발전함으로써 문명 사회를 깜짝 놀라게 만들 것이다.”

 

(402)

테슬라는 자신이 제시한 이와 같은 생명에 대한 기계론적 관점을 부처의 가르침이나 예수의 산상수훈 등과 같은 중요한 진리라고 생각했다.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이다. 인간도 자연의 질서에서 예외일 수가 없기 때문에 우주처럼 우리 인가도 하나의 기계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의 감각 기관을 두드리는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우리 마음속에 들어올 수 없고 어떤 것도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지 못한다. 우리 인간은 비슷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고, 인간을 둘러싼 환경도 비슷하기 때문에 유사한 자극에는 같은 식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이런 여러 반응들이 하나로 조화되면서 이해가 탄생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인간은 대단히 복잡한 매커니즘을 갖게 되었지만, 우리가영혼' 또는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결국은 인체의 여러 기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인체의 기능이 멈추면 영혼이나 정신도 같이 멈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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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방사능은 결코 생명과 공존할 수 없다. 방사능은 생물의 세포를 손상시키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 이것은 기초적인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환경 속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호흡과 피부 또는 음식 섭취를 통해서 몸속에 흡수되어 쌓이는내부 피복이다. 아무리 저농도라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대기와 토양과 물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다면, 호흡과 먹이사슬을 통해 내부 피폭을 당한다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당장 눈에 띄는 상해가 나타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장기 노출로 인한 체내 축적의 결과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손들에게 어떤 가공할 신체적, 정신적 장해를 입힐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12)

아마도 초기에 핵 발전을 기획한 사람들은 원자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만간 기술적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핵 발전에 비판적이던 사람들도 대부분은 운전 중 핵 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만물은 생성, 성장, 노쇠, 사멸의 과정을 밟기 마련이다. 돌덩어리, 쇳덩어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고, 탄생의 장소가 있으면 죽음의 장소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핵분열 반응의 생성물이라는 이 기괴한 물질만은 예외적이다. 아마도 이것이 자연의 창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교만한 지식이 창조해낸 물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31)

특히 이 주장은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과장하는 데 문제가 있다. 발전 과정만 보면 화석연료 발전에 견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라늄 채굴, 제련, 운송, 원전 건설, 핵폐기물 처분 등 전 과정을 포함해 실증적으로 분석하면, 핵 에너지의 기후 안정화 효과는 알려진 것처럼 크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핵 에너지의 온실효과 감축 기여도를 2030년까지 10퍼센트, 2050년까지 6퍼센트로 예측한다. 반면 70~80퍼센트 감축은 에너지 효율과 재생 가능 에너지라는 진정한 녹색 에너지 시스템이 담당할 것으로 내다본다.

 

(88~89)

따라서 에너지 기술의 전환은 성장과 공급 중심에서 절약과 수요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나아가는 전환이라는 틀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에너지 전환의 토대가 되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은에너지 커먼스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성장과 이윤 추구에 집중된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에서 에너지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그리고 그동안 국가와 시장이 맡아온 에너지 관리를 시민과 지역에게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의 참여와 책임, 그리고 협동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중심의 에너지 체제는 이윤이나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한 수준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관계를 확립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 자원에 의존해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에 힘쓰고 지역 에너지원(재생 가능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환경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112)

일본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올덴’(영어의 ‘All’과 전기를 뜻하는을 합한 말)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부터 일본 전기 사업자를 중심으로 제기된올덴화전략은 가정의 난방, 냉방, 조리, 조명 등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부문에서 전기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가스 조리기 등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부문에서 전기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가스 조리기 등을 전기 조리기로 바꾸고, 심야 전력을 이용한 보일러와 비데, 다양한 온열기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명목상으로 전기를 이용해 깨끗한 생활을 영위하자는 것이지만, 실상은 전력 수요가 더 늘지 않은 상황에서 가스 사업자와 경쟁하는 국면에 내몰린 전기 사업자들이 내놓은 궁여지책의 일환이다. 도쿄전력 전력관에는 전기 오븐을 이용한 요리교실과 비데와 전기 족욕기, 욕실 체험장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풍부한 전기 생활을 통해 전기 사용의 이점을 보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국 전력 산업, 특히 핵 산업계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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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물론 빅토리 위고처럼 하려고 들어가는 글로 1904년에 하이드리히가 태어난 도시 할레에 대해 열 페이지 넘게 묘사할 수도 있다. 아마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그 도시의 거리, 상점, 유적지, 현지 명소, 관청, 사회 기반 시설, 향토 음식, 주민과 그들의 사고방식, 정치 성향, 취향, 여가 생활에 대해 묘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다음에는 하이드리히의 집을 자세히 묘사하겠지. 덧문 색, 커튼 색, 방 배치, 거실 가운데에 놓인 테이블의 재료가 된 나무에 대해 자세히 묘사해야 할 거고.

 

(32-33)

역사소설에서 제일 억지스러운 것은 과거를 그린 죽은 페이지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이유로 어느 정도 직접 수집한 증언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대사다. 이것은 활사법과 비슷하다. 묘사가 너무 생생해 마치 눈느오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법이다. 대화를 재구성하면 부자연스러울 수 있고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인위적인 기교가 너무나 뻔히 보이고 역사적 인물들의 목소리를 가로채어 되살리려는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된다.

 

(107)

우리는 일촉즉발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다뉴브 강의 입구에서 흑해로 통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중앙유럽과 다뉴브 계곡의 모든 나라들이 베를린에서 불어온 나치의 무력 외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으로 차례로 끌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미, 오히려 시작일 뿐입니다…..”

잠시 후 처칠은 불멸의 명연설로 마무리한다.

여러분은 전쟁과 불명예 중에 선택해야 했을 때 불명예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는 전쟁만이 남았습니다.”

 

(318)

진실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싫다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글이다.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진실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진실을 가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천박한 인간들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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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글래스는 마지막 남은 설치류의 작은 흉곽을 집어 들었다. 그는 아직도 배고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다음 날은 무리하지 않고 조금 일찍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두 군데에 함정을 파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몸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자 그는 짜증이 났다. 통행이 잦은 그랜드 강 주변에서 아리카라 족과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끝장이었다. ‘그러지 마. 벌써부터 나중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오늘의 목표는 내일 아침일 뿐이라고.’

 

(294)

글래스가 걸음을 멈추고 프랑스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카이오와가 말했다. “당신이 피츠제럴드에게 계획했던 복수를 못했다는 건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게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지진 않습니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나부끼는 깃발 소리뿐이었다.

이건 당신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카이오와.”

당연히 아니겠죠. 누가 간단하다고 했습니까? 하지만 그거 알아요? 세상 모든 일엔 미진한 부분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냥 주어진 패에 만족하고 흘려버려야죠.”

카이오와가 또다시 제안했다. “나랑 같이 브라조 진지로 갑시다. 나중에 내 파트너가 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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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기후 변화를 부정한다. 기후 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금세 관심을 딴 데로 돌려 외면해 버리는 것이다. 혹은 농담으로 넘겨 버리기도 한다. <세계 종말의 조짐이 계속 늘고 있군!>이 역시 외면의 한 방법이다.

기후 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인간은 영리한 동물이니 대기 중의 탄소를 안전하게 흡수하는 기적의 기술이나 태양열을 차단하는 마법과 같은 방법을 발명해 낼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내가 취재 과정에서 확인했던 이 같은 행동 역시 외면의 한 방법이다.

 

(33)

물론 우리는 섭씨 4도나 뜨거워진 세계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그 모습은 처참할 것이다. 기온이 섭씨 4도나 상승하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1미터, 어쩌면 2미터까지 상승할 것이고 그다음 세기에도 추가적인 해수면 상승이 일어날 것이다. 몰디브와 투발루 같은 몇몇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에콰도르와 브라질, 그리고 미국 북동부와 캘리포니아,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해안 지역 상당 부분이 침수될 것이다.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광역권, 밴쿠버, 런던, 뭄바이, 홍콩, 상하이 등의 대도시들이 역시 침수 위기에 놓이게 된다.

 

(56)

자연이 말을 하는데 인간이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애석할 따름이다.

-       빅토르 위고

 

(75)

바로 여기에 내가 생각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나는 이 강경한 이데올로그들이 정치 분야에서 행동하는 <온난화주의자들>보다 기후 변화의 중요성을 훨씬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난화주의자들은 여전히 기후 변화 대응이 점진적이며 고통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따라서 화석 연료 기업은 물론이고 어느 누구와도 전쟁을 치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고수한다. 다음 논의로 넘어가기 전에 내 입장을 분명히 밝혀 두겠다. 세계의 기후 과학자들 중 97퍼센트의 의견에 따르면, 기후 과학과 관련한 허틀랜드의 판단은 완전히 엉터리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들이 정치와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친다는 대목, 그리고 인간의 에너지 소비 형태는 물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유주의 경제의 근본 논리에도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는 대목에서는 이들의 판단이 정확하다 .부정론자들은 여러 가지 세부적인 내용을 왜곡하고 있지만(기후 변화론은 공산주의의 음모가 아니다. 곧 다루겠지만, 권위적인 국가 사회주의 체제는 끔찍한 환경 파괴를 자행하며 극단적인 자원 채취 활동을 강행했다.), 재앙을 피하기 위해 요구되는 변화의 범위와 강도를 돈 문제와 관련시켜 따지는 한, 이들의 판단은 정확하다.

 

(78)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편향이 확인된다. 적극적인 기후 과학자들의 경우 인간이 기후 변화의 주원이라고 보는 비율이 97퍼센트인 반면에, 경제 지질학자들(화석 연료 채취 산업의 상업적 이용을 옹호하는 지질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47퍼센트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진실이 지나치게 높은 정서적, 지적,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때 사람들은 부정론으로 기울기 쉽다. <어떤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 덕분에 봉급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그 사실을 이해시키기란 어렵다> 업튼 싱클레어의 유명한 말이다.

 

(86)

환경주의자들은 오래전부터 기후 변화가 빈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평형 장치로 기능하면서 모든 사람을 단합시키는 계기가 될 거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기후 변화는 정반대의 기능을 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된다. 결국 부자들은 풍족한 돈을 이용해서 횡포한 날씨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소소한 대비책을 마련해 가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갈수록 재해 대비 능력을 잃어 가는 국가의 처분만 기다려야 할 것이다.

 

(119)

이처럼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기후 협상과 무역 협상은 마치 평행선을 그리듯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어 2~3년 사이에 각 분야에서 중요한 협의에 도달했단. 1992년 각국 정부는 리우에서 열린 제1 UN 지구 정상 회의에 참석하여 향후 기후 협상의 토대가 될 <UN 기후 변화 협약 UNFCCC>에 서명했다. 같은 해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체결되어 2년 뒤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1994년에는 세계 무역을 관장하게 될 기구 설립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었고, 그 이듬해 세계 무역 기구가 탄생했다. 1997,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교토 의정서>가 채택되었다. 2001년에는 중국이 세계 무역 기구의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1980년대에 시작된 무역 자유화의 흐름은 최고조를 맞았다.

 

(161)

1970년대 초부터 말까지, 세계 전역에서 가뭄과 홍수, 극단적인 기온 변화, 산불, 폭풍 등 656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반면에 2000년에서 2010년까지 10년 사이에 자연재해 건수를 무려 다섯 배나 많은 3,654 건으로 급증했다. 30년 사이에 이 정도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다. 단언컨대, 이 모든 재해를 <초래한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 기후 과학자 마이클 만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 변화 때문에 특정한 형태의 극단적인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학계는 가뭄, 강력한 허리케인, 초강력 태풍, 심각한 고온 현상의 빈번한 발생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닥치리라 예측하고 있다.>

 

(195)

독일 정부는 전국적 규모의 장기 계획을 시행하면서 에너지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업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재생 에너지 발전을 우선시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방식으로), 가격 통제를 실시하며(명백한 시장 개입이다), 잠재적인 재생 에너지 생산자들이 규모에 상관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적인 이탈에도 불구하고(혹은 그 덕분에)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좌파당의 경제 정책 전문가로 에너지 전환에 열정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한스 티에 따르면, <거의 모든 예상치를 뛰어넘는 급격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환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

 

(203)

원자력 발전소 시설은 오히려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사안의 긴박함을 고려하면 원자력 에너지보다 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경제적이다. 제이콥슨은 이렇게 말한다. <원자력은 결코 탄소 배출로부터 자유로운 에너지가 아니다. 원자력 지지자들이 무슨 말로 현혹하더라도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라늄을 채굴하고 운송하고 정련하는 과정, 게다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양의 화석 연료가 투입된다. 원자력 발전소 한 기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10~19년 동안에는 줄곧 더러운 화석 연료를 생산한 전력이 소모될 것이다. (이에 비해 풍력 발전소 건설에는 일반적으로 2~5년이 소요된다.> 그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진정한 재생 에너지 시대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원자력 시대의 도래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사이 빙하와 극지의 만년설은 계속 녹아내릴 것이다. 게다가 지구의 모든 사람 앞에는 더 위험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255)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지구와 우리 신체를 구성하는 요소들 앞에서 스스로 무력한 존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세계의 주인 혹은 운전자가 아니라 이 세계를 구성하는 취약한 일부임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면 상당한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문명적 도전의 깊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호주 정치학자 클리브 해밀턴이 말했듯이, 기후 변화와 관련한 이런 진실에 대면하게 되면 <인간과 지구 사이에 권력 관계가 우리가 지난 3백 년 동안 생각해 온 것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69)

환경 운동이 이처럼 정치적 소심함을 보이는 이유는 앞서 논의한 주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강력하고 매력적인 자유 시장 논리가 환경 보호 운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 지적인 생명력을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과학계가 도출해 낸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완강한 고집 역시, 인간이 지구의 손아귀에 있는 게 아니라 지구가 인간의 손아귀에 있다는 문화적 담론의 위력을 키워 준다. 바로 이 담론 때문에 우리는 상황이 아무리 악화된다 해도 최후의 순간 우리를 구해 줄 동아줄(시장과 억만장자 사업자와 천재적인 과학자가 동시에 활약하는 최고의 조합)이 나타나리라 확신하고, 그걸 기대하면서 화석 연료를 찾아 점점 더 깊은 곳까지 지구를 파헤치는 것이다.

 

(367)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하는 방안을 일단 시작하면, 중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중단했다가는 일종의 차양막을 쳐서 인위적으로 억제해 놓았던 온도 상승 효과가 한꺼번에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인간이 점진적으로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강렬한 햇빛이 지표면을 습격할 것이다. 동화에 나오는 마녀 이야기를 떠올려 보라.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마법의 묘약을 마시면서 젊음을 유지하던 마녀가 묘약의 공급이 끊기는 순간 젊을 잃고 쭈그렁 할머니로 변하는 꼴이다.

 

(407)

환경주의 저술가 케네스 브라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이 우리를 구할 거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망상이다. 지금의 세대는 이 망상에 의지해 다음 세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자원을 제멋대로 탕진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문명 세계로 하여금 환경 재앙을 향한 확고부동한 행진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안정제다. 이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을 가로막는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인간 행동은 변화시키는 힘겨운 활동 속에 있다.> 게다가 그러한 망상은 한술 더 떠서 <만에 하나 지구 공학이 실패하더라도 옮겨 갈 곳이 있다>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492)

공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보자. 세계 보건 기구 WHO는 위험한 대기 오염 물질 초미세 미립자의 안전 기준을 평방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 이하로 정하고, 3백 마이크로그램을 초과하면 위험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2014 1월 베이징의 발암 물질 농도가 671 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흔히 구할 수 있는 마스크로는 호흡기 질환이나 8세 미만 아이들의 폐암 발생을 예방할 수 없다. 한편 상하이는 대기 중 미립자 농도가 평방미터당 450 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는 경우 자동적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휴업에 들어가고 연주회와 축구 경기 등 대규모 옥외 집회가 취소되도록 비상조치를 도입했다. (베이징에는 이런 제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공산당 고위 공무원이었다가 지금은 은퇴한 첸 지핑은 2013 3월 대기 오염이 중국의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는 점을 시인했다.

 

(540)

하지만 지구 상에서 손꼽힐 만큼 가난하고 각종 권리를 체계적으로 박탈당해 온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구원자가 되어 달라고 요구하는 우리는, 정작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원주민들이 힘들게 따낸 권리를 이용하기만 하고 그들에게 아무런 보답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관계 역시 또 다른 착취가 아닐까? 탄소 상쇄 제도와 관련한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을 명목으로 내세운 새로운 관계가 결국은 예전의 패턴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는 대단히 많다.

 

(614)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다양한 식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뒤섞여 자라나며, 다년생 식물이 생명을 이어 가듯 해마다 자신이 종자를 퍼뜨리고 뿌리를 더욱 깊게 뻗는다. 다양한 식물들이 뒤섞인 채 원래의 자리를 지킴으로써 토양은 건강과 안전성, 비옥함을 유지한다. 식물의 뿌리가 토양을 굳건하게 잡아 주기 때문에 식물이 뿌리내린 토양은 그렇지 않은 토양보다 빗물을 훨씬 더딘 속도로 안전하게 흡수하고, 섞여 자라는 서로 다른 식물들이 서로 다른 기능을 통해 토양의 산출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콩과 식물과 토끼풀 같은 일부 식물들은 생장에 필수적인 질소 유지 기능이 탁월하다), 해충과 침입성 잡초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619)

실로 인간은 놀라운 회복력을 가진 존재, 어떤 역경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역경을 헤치고 살아갈 능력과 아드레날린이라는 소중한 선물,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회라는 호사를 허용하는 수많은 생물학적 중복성을 타고났다. 지구의 바다나 대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존과 번성이 동의어가 아니듯, 생존과 행복 역시 동의어가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수많은 종들에게 생존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양분을 공급받고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생태계에 관용의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관용이 무한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적절히 주의하고 관리하면 우리는 놀라울 만큼 유연하게 구부러지고 펴진다. 그러나 고장이 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의 육체도, 우리를 지탱하는 사회와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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