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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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가끔 과학 교양 서적을 읽곤 하잖아. 이번에도 그런 책 중에 괜찮다고 소문난 책 한 권을 읽었단다. 이번에는 과학 중에서도 천문학에 관련된 책이란다. 그런데 읽고 나서 느낀 점은, 과학 책이긴 한데 감성적이고 따뜻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글들로 가득 차 있더구나. 따뜻한 과학 에세이. 지은이는 심채경이라는 분인데, 책은 처음 출간하신 것 같은데, 글을 참 따뜻하고 재미있게 잘 쓰시더구나. 천문학을 전공하셨다면 이과 출신일 텐데 말이야 ㅎ. 아빠가 이과 출신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고, 아빠를 비롯하여 아빠가 알고 지내는 이과 출신들 친구들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가 왜 글솜씨가 좋은 줄 알겠더구나. 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고 하는구나. 책도 많이 읽고 말이야.

그리고 심채경 님의 글쓰기의 특징 중 하나는 디테일에 강한 것 같더구나.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서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았어. 지은이 심채경님은 천문학자이고 행성과학자인데, 지은이 소개를 하는 부분에 유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는 내용이 있어. 지은이는 이것을 두고 추천을 받은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천문학을 사랑하고 연구하시는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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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144)

촌극은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주 뒤 인터뷰가 실린 호가 출판되자 국내 여러 언론과 매체에서 연락을 해왔다. 내가 <네이처>가 선정한 젊은 달 과학자 다섯 명에 들었다나.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네이처>에서 무슨 엄청난 심사나 평가를 거친 것도 아니고 그저 기자가 여기저기 묻고 물어 몇몇 나라의 연구자들과 인터뷰를 했을 뿐인데, 그리고 기사를 읽어보았다면 엄청난 실력자를 골라내려는 목적의 인터뷰가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대단한 침소봉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당시 나는 대학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이 직급의 이름 풀이를 해보자면 호봉이 높은 박사후연구원이요, 연차나 경험은 조금 더 많지만 비정규 계약직 연구전담 인력이기는 매한가지라는 뜻인데 그걸 언론에서 약칭해 교수로 부르자 갑자기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서 앞칸으로 옮겨 탄 효과가 났다. 어이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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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에는 지은이가 학창 시절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고, 박사까지 되는 과정도 이야기해주고 있어. 학부생때부터 행성실이라고 하는 대학원 연구실에 들락거리면서 대학원 선배님들과 같이 공부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토성의 위성 중에 하나인 타이탄에 대한 연구를 했대. 그런데 본인 스스로도 타이탄 전문가라고 하더구나. 하지만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그런 전문 분야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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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상당한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 후,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타이탄 전공자가 되어 대학원을 졸업했다. 물론 모든 박사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남의 연구를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에게 주는 학위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유일무이하다고 감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타이탄에 관심을, 학위논문 주제로 삼을 만큼의 관심을 갖는 자가 나 이후로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내 연구가 그렇게 지루해 보였나. 하하, 난 괜찮으니 혹시 지금 안쓰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면 거두길 바란다. 국내 천문학계는 대단히 좁은데,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넓어서 관심을 줄 대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은 외롭지만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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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도 함께 해야 하는 여성 과학자로 겪는 여러 어려움도 이야기도 해주셨고, 최근 대학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이야기했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가는 곳, 스펙 쌓기 바쁜 곳아빠 때도 대학이 당시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문제점이 있는 것 같구나. 아빠 주변에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들이 없어서,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은이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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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학생들은 대학에 학문을 배우러 오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음 중학교 다음 고등학교에 간 것과 같이 고등학교를 마쳤으니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학비보다 열 배는 비싼 등록금이요, 모두가 입어야 하는 교복 대신 모두가 가져야 하는 스펙을 등에 업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젊음은 싸구려 술과 술값보다 비싼 커피와 크고 작은 성추행과 미필자조차 향유하는 선배들의 군대식 갑질, 전공과목 들을 시간을 뺏는 교양 강의와 대학생다운 교양을 쌓을 틈을 주지 않는 전공 강의, 토익 시험과 한국사 시험과 각종 컴퓨터 자격증과 크고 작은 기업의 공모전과 인턴 경력에 소모된다. 과제로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연습할 기회는 별로 없다. 대신 비문으로 A4 용지 다섯 장을 채워내는 끈기, 남의 것을 베끼되 표절 여부를 자동으로 검사하는 프로그램에 걸리지 않게 몇몇 표현을 바꿔치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 비용과 시간과 어처구니없는 문화와 그 젊음은 대체 무엇을 위한 제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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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을 전공하신 분답게 천문학에 관련된 이야기, 천문학자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 등도 해주었어. 요즘에는 직접 망원경으로 직접 밤하늘을 관측하는 것보다 장비가 좋은 외국에 있는 망원경으로 촬영한 것을 받아서 본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책 제목을 그렇게 정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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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요즘은 우주탐사선 자료를 쓰고, 직접 관측하더라도 CCTV를 보며 원격으로 망원경에 명령을 보내기 때문에 그렇게 온몸으로 관측하는 일이 드물다. 심지어 망원경을 미국에 설치해놓았더니 시차 덕을 본다. 대낮에 내 연구실에 앉아 미국의 밤에 뜬 달을 관측하니까 밤을 지새울 필요도 없다. 그래도 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이면, 노을도 차분히 지고 공기가 신선한 날이면 나는 관측하기 딱 좋은 날이네하고 중얼거린다. 그러고는 관측자의 일과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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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명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마칠게.. 아빠가 학교 다닐 때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웠어. 너희들은 어떻게 배울지 궁금하구나. 여전히 행성의 앞자리 말을 떼어내어 외우려나. 그런데 명왕성이 이제는 행성 지위를 잃어버렸으니, “수금지화목토천해이렇게 여운을 남긴 채 끝내면서 외우려나? 어디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명왕성을 행성 지위를 박탈할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감성 없는, 원리 원칙만 내세우는 냉정한 과학자들이 주장했겠지? 명왕성이 행성이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막내 꼬마 행성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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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45)

뉴호라이즌스의 책임연구자 앨런 스턴 박사는 요즘도 명왕성을 행성이라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이라 부르든 왜소행성이라 부르든 134340이라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받고 소외당하며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에 이입시켜려 하든 말든 명왕성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 멀고 어둡고 추운 곳에서, 하트 무늬처럼 보여 지구인에게만큼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얼음평원 스푸트니크를 소중히 품은 채 태양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잡고 있을 뿐이다. 그 곁에 오랫동안 지켜온 위성 카론은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서 위성이 아니라 명왕성과 이중행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카론 역시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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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오랜 친구 중에 화가가 된 이가 있다.

책의 끝 문장: 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76년마다 돌아오는 핼리혜성도 우리나라 사료에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989년 고려 성종 때의 기록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말인 1835년까지 매번 핼리혜성을 관측하고 기록했다. 아, 성실한 공무원들이요. 우리 세대도 선조들 못지않게 훌륭하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에는 <조선왕조실록>을 위시하여 수많은 사료가 인터넷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본래의 기록은 한자로 된 것이었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주제별로 열람할 수도 있고 검색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내기 딱 좋다. - P50

학자들은 교류를 통해 지식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신을 기록을 발표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학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학자들과도 교류하기 위해서 편지 형식을 취했던 것이 오늘날 논문의 전신이다. 논문에서는 과거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연구하고 논했던 내용을 정확히 밝히며 인용한다. 남의 업적을 내 것인 양하는 태도는 국가나 가족에 대한 긍지를 느낄 때나 쓰는 것이요, 남의 글 베끼기는 타자 연습할 때나 하는 일이다. - P59

부모 중 누군가가 본인의 일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의무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일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건 누군가는 가야 하는데 남편이 안 혹은 못 달려가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런 걸 누가 비난할 수 있겠나. 비난의 대상은 아픈 아이도, 달려가는 엄마도, 못 달려가는 아빠도 아니다. 갈 수 있으면서 안 달려가는 아빠가 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런 경우엔 그게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도 비난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남의 가정 일에 비난할 자격과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 - P107

우주 탐사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당장 상업적으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이 돈을 대는 일은 드물다.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정부에 우주 탐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것이 국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비전을 제시해주는 자문단이 필요하다. 그 조언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 이를 승인하는 최고결정권자와 국회, 그리고 그 실무를 담당하는 수많은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하고, 공문서를 작성하고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 탐사에 쓰도록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탐사에 힘을 보낼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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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6 문예춘추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6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나관중 원작 / 문예춘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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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6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드디어 제갈공명이 초가 오두막집에서 나왔으니, 그의 활약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단다. 6권의 시작은 강동 지역 오나라부터 해보자꾸나. 손권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어. 봉추 선생으로 알려진 방통, 감녕 등 인재들이 손권 아래 모여들었어. 손권은 아버지 손견의 원수인 황조를 공격했어. 황조는 유표의 장수로 강하 지역에 있었는데, 정보와 감녕 등의 수훈으로 황조를 죽였어.

한편 형주 땅의 주인 유표는 늙으면서 우유부단해져 갔어. 늙다 보니 후계자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유표의 장남은 유기이고, 서자로 유종이 있었어. 그런데 문제는 유표의 현재 부인은 유종의 엄마인 채부인인 거지. 채부인은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오빠인 채모와 함께 유기를 죽이려고 했어. 유기는 도망을 가서 유비에게 도움을 청했고, 제갈공명의 조언으로 강하 지역에 물러나서 관망하기로 했단다. 결국 형주의 유표가 노화로 죽었단다. 유표는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는데, 유비에게 형주를 맡아달라고 했고, 유비가 맡지 않겠다고 하면, 장남 유기에게 넘기라고 했어. 하지만, 채부인과 채부인의 오빠 채모가 가짜 유서를 만들어서 14살인 유종이 형주를 물려받게 했단다.

유비 진영에 새로 온 제갈공명. 제갈공명의 나이는 고작 이십 대 초반이었어. 유비가 제갈공명을 총애하면서 다른 장수들의 불만이 늘어났어. 관우와 조조도 불만이 많았어. 그런데 그런 불만은 오래 가지 않았단다. 제갈공명이 참여한 첫 번째 전투가 조조의 하후돈이 이끌고 온 10만 대군과의 싸움이었는데, 제갈공명의 치밀한 계획으로 대승을 거두었거든. 그 대승으로 장수들의 불만을 모두 사라졌단다.

이 패배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조조는 백만 대군을 직접 데리고 유비가 머물고 있는 신야성으로 왔단다. 제갈공명은 이번에도 신야성으로 조조 대군을 끌어들여 화공작전으로 대승을 거두었어. 신야성에서 패배한 조조는 형주성을 공격했어. 채모는 조조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항복을 했단다. 하지만 인정머리 없는 조조는 채모와 유종을 죽여버렸단다. 쯧쯧채모의 가짜 유서로 형주의 성주가 되었던 유종은 삼촌 때문에 금방 삶을 마감하게 되었구나. 허수아비 성주였던 유종은 불쌍하구나.

유비는 화공 작전을 써서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화공 작전이다 보니 성이 전부 불타 버렸어. 유비는 군인 뿐만 아니라 백성들까지 모두 데리고 강릉으로 이주를 했어. 백성들까지 모두 데리고 가다 보니 속도가 느렸어. 그리고 조조가 쫓아온다고 했어. 제갈공명은 관우에게는 강하 지역의 유기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보냈고, 본진은 조운과 장비가 조조군에 맞서 싸웠어. 이 와중에 유비의 감부인과 미부인 그리고 유비의 아들 아두를 잃어버리는 일이 있었는데, 조운이 그들을 찾아 구출했단다. 그런데 미부인은 부상을 입었어. 미부인은 자신이 도망가는데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하고 조운이 손쓸 틈도 없이 우물에 빠져 자결했단다. 조운은 감부인과 아두만 데리고 유비에게 돌아왔단다. 조조의 공격을 유비 혼자로서는 막아낼 수 없어서, 제갈공명은 손권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유비에게 조언을 했고, 손권을 설득하기 위해서 제갈공명은 직접 강동으로 가겠다고 했어.


1.

강동에 도착한 제갈공명은 강동의 손권의 신하들로부터 무례하고 조롱 섞인 듯한 질문들을 받았단다. 제갈공명은 그들의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을 했어. 우문현답들이었지. 그리고 손권과 만났어. 당시 손권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어. 얼마 전에 조조로부터 항복하라는 칙서를 받았어. 손권의 부하들도 그것에 대해서 둘로 나뉘었어. 조조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항복을 해야 한다는 이들과 항복을 거부하고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이들로제갈공명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어서, 손권에게 조조에게 항복하면 편히 살 수 있다면서 약간 건방지게 이야기를 했단다. 손권의 자존심을 일부러 건드렸던 거지.

손권은 어려운 결정을 할 때는 주유에게 물어보라고 하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이 문제를 주유에게 물어보기로 했어. 이제 주유의 한 마디면 전쟁인지 항복인지 결정이 되는 것이었어. 그렇다 보니 손권의 부하들이 줄줄이 주유를 찾아왔어. 제갈공명은 손권의 책사 노숙과 함께 주유를 찾아갔어. 주유의 의견을 물어보니 주유는 항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조조와 손권이 손을 잡으면 유비에게는 엄청난 불행이고, 제갈공명은 이를 막고 손권과 유비가 손을 잡게 만들어야 했잖아. 제갈공명은 조조가 지은 <동작대부>라는 시를 주유에게 알려주었어. 그 시는 조조가 강동이교를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강동이교는 강동 지역의 두 명의 절세미인 대교와 소교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교는 죽은 손책의 부인이었고, 소교는 바로 주유의 부인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조조가 주유의 부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거지이 사실을 제갈공명이 주유에게 알려주자 주유는 분노를 하면서 조조와 전쟁을 하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제갈공명에게 도움을 청했고, 공명도 그러겠다고 했어. , 이제 제갈공명이 의도한 대로 판은 만들어졌구나.


2.

주유는 손권을 만나 조조와 전쟁하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러면서 주유는 제갈공명의 영특함을 알아보고, 그가 나중에는 해가 될 것을 염려하여 노숙에게 죽이자고 했어. 노숙은 제갈공명의 형 제갈근이 오나라에 있으니, 제갈근을 이용하여 제갈공명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자고 했어. 제갈근이 공명을 만나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제갈근이 공명에게 설득을 당하는 상황이었어.

조조는 항복을 거절한 손권을 치기 위해 강동으로 향했어. 그런데 강동 지역을 가려면 강과 호수를 건너가야 하는데, 조조군은 예로부터 수전이 약했어. 채모와 장윤이 나섰지만, 파양호에서 오군에게 패배하고 말았단다. 정면승부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주유를 회유하기로 했어. 주유의 지인 장간이 그 임무를 띠고 주유를 찾아왔는데, 주유는 이걸 역이용했어. 장간이 주유가 쓴 가짜 문서가 진짜인 줄 알고 가지고 조조에게 보냈어. 그 문서에는 조조의 장수 채모와 장윤이 오나라의 편이라는 내용이었어. 조조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화가 나서 채모와 장윤을 곧바로 죽이고 말았단다. 성급한 조조의 성격을 잘 이용한 주유의 작전이 성공했구나. 조조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

주유는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제갈공명을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니 말이야. 주유는 제갈공명에게 어려운 군령을 하나 내렸어. 10일 안에 화살을 10만개 만들어오라는 군령이었어. 군령이라는 것은 지키지 못하면 죽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거든그런데 제갈공명은 3일 만에 만들겠다고 했어. 바로 그 유명한 허수아비 작전안개 낀 밤에 배에 허수아비들을 잔뜩 싣고 조조 진영으로 가서 공격하는 척하고, 조조 진영에서는 깜짝 놀라서 화살 공격을 하고, 엄청난 양의 화살을 얻어서 돌아오는 바로 그 작전그렇게 제갈공명은 3일만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어왔단다.

조조는 다시 한번 작전을 펼쳤어. 이번에는 자신이 실수로 죽인 채모의 조카 채화와 채중을 이용하는 것이었어. 그들을 주유에게 보내어 가짜 투항을 하게 하는 것이었어. 이유는 확실했지. 자신들의 삼촌 채모를 조조가 죽였으니 말이야. 하지만 주유는 이 작전도 눈치를 챘어. 이번에도 그들을 받아주는 척 하면서 그들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역으로 이용했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주유는 황개에게 곤장 100대를 때렸고, 황개는 이것이 억울해서 조조에게 항복하게 하는 작전이었지.. 고육지계(苦肉之計)로도 유명한 작전이야. 황개는 자신의 항복 의사를 편지를 써서 조조에게 보냈어. 조조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 하지만 그 현장을 목격한 채화와 채중도 그 일에 대해 조조에게 편지를 썼어. 그래서 조조는 황개의 항복 편지를 믿게 되었단다.

아까 주유를 회유하러 왔던 장간이라는 사람 있었잖아. 주유는 이 장간을 다시 한번 이용했어. 장간은 오나라의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일부러 놓아주었어. 장간은 본인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했지. 그는 조조에게 가는 길에 방통을 만났는데, 방통은 조조의 약점인 수전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배를 밧줄로 엮어 싸우는 연환계를 알려주었어. 그러면 배 위에서 싸우는 것이지만, 마치 땅 위에서 싸우는 것과 똑같을 것이라면서 말이야. 장간으로부터 연환계를 들은 조조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그 작전을 쓰기로 했어. 몇몇 부하들이 연환계를 쓰면 화공에 약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당시 계절은 겨울로 북동풍이 심하게 불어 화공을 쓰면 오히려 오나라가 불을 뒤집어 쓰게 된다고 했어. 연환계를 밑밥을 깐 주유도 그게 걱정이었어. 조조가 연환계를 쓴 것까지는 작전대로 되었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동풍이 불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지.

이때 제갈공명은 3일 안에 동풍을 불게 하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제사단을 쌓고 제사를 지냈어. 제갈공명이 무슨 신기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어. 그는 통계를 알았던 거야. 겨울이지만 늘 북동풍이 부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끔 동풍이나 동남풍이 불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제갈공명이 이야기한 3일의 마지막 날, 진짜로 동풍이 불었어. 주유도 깜짝 놀랐지. 그러면서 제갈공명이 똑똑한 것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가? 이러면서 말이야. 제갈공명은 그저 통계를 알고 있었던 것인데 말이야. 그래서 더 이상 제갈공명을 살려두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그를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으나, 그런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제갈공명은 이미 강동을 떠나 배를 타고 유비가 머물고 있는 강릉 지역으로 떠났단다.

….

여기까지가 6권의 이야기야. 제갈공명이 손권에게 가서 조조와 싸움을 걸게 하고 손권 진영에 이런저런 조언과 작전을 알려준 이 장면이 바로 그 유명한 적벽대전의 일부란다. 그야말로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을 잘 설계한 것이지. 이제 제갈공명이 설계한 대로 구현만 되는 것이야. 그건 7권에서 이어지겠구나.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겠지만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0년을 이야기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하룻밤 사이에 백년지기가 되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책의 끝 문장: 주유도 조조와의 결전을 위해 즉시 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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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5 문예춘추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5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나관중 원작 / 문예춘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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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5권이란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달려보자.

..

조조의 보살핌을 받다가 유비의 소식을 듣고 허창을 떠난 관우. 조조가 준 선물도 그냥 놔두고 유비의 두 부인과 하인들을 데리고 무작정 길을 떠났단다. 조조는 관우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도 인사라도 해야겠다고 쫓아갔어. 조조가 간웅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관우에게는 극진했거든그렇게 쫓아가 관우를 만난 조조는 존경의 표시를 했고, 관우 역시 그에 대한 보답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단다. 그렇게 헤어지고 길을 떠난 관우. 통행증이 없다 보니 관문을 지날 때마다 관우를 막고 싸움을 걸어와 싸우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다섯 관문을 지나는 동안 여섯 명의 장수를 죽였어.

그리고 하북 지역에 도착하여 손건을 만나고 그 간의 소식을 듣고 유비가 여남에 있다고 하여 그리로 향했단다. 그곳으로 가던 길에 조조의 장수 하후돈을 만났는데, 하후돈도 관우가 허락 없이 도망가는 거라 생각하여 싸움을 걸었어. 이런 일이 또 일어날까 봐 조조가 장료를 보냈는데, 그 장료가 도착을 해서 하후돈을 만류한 후에야 싸움은 멈췄어. 길을 가던 관우는 장비를 만났는데, 장비는 반가워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걸어왔어. 관우가 조조 사람이 되었다고 오해를 한 것인데 그 오해는 이내 풀어져서 반가운 해후를 하게 되었단다. 한편 유비는 간옹을 만나 하북으로 이동해서 드디어 관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장비가 낡은 고성을 지키고 있어서, 그들은 장비를 만나기 위해 낡은 고성으로 향했어. 가는 길에 삼국지의 또 다른 걸출한 영웅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조자룡 조운이란다. 조운은 공손찬 밑에 있었는데, 공손찬이 죽고 나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만나게 된 거야. 처음 만난 건 아니고 예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고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 고성에서 모두 다시 만난 유비, 관우, 장비여남으로 돌아가서 정비를 다시 하기로 했단다.


1.

강동 지역에 상황을 이야기해보자꾸나. 손책이 안정적으로 이끌어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어. 당시 조조와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에 조조의 밀정을 찾아내어 죽인 사건까지 일어났어. 조조는 이 일에 복수를 계획했지. 손책이 사냥 중에 독화살과 독창에 맞게 되었고, 명의인 화타가 치료하여 20여일 만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어당시 강동 지역에 운길 선인이라고 부르는 도인이 있었는데, 그를 따르는 백성들이 점점 많아졌어. 이 소식을 들은 손책은 운길 선인을 요사스러운 사람이라면서 그를 죽여버렸어.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손책은 헛것을 보게 되고, 비실비실 앓다가 결국 죽고 말았단다. 손책의 나이 고작 27살이었어.

죽기 전에 동생 19살 손권에게 강동 지역을 맡기고, 장소, 주유 등 자신의 부하들에게 동생을 보좌해 달라고 부탁했어. 손책의 뒤를 이은 손권도 영특한 사람이었어. 장소, 주유의 말도 귀담아 들으면서 더 힘을 키워갔지. 주유가 천거한 노숙을 등용하고, 노숙이 천거한 제갈근도 등용했어. 제갈근은 그 유명한 제갈공명의 친형이란다. 형이 먼저 삼국지에 등장

삼국지의 3대 대전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는 관도대전이 드디어 일어나게 된단다. 관도 대전은 원소와 조조의 대군이 정면승부를 한 전투라고 생각하면 돼. 이 싸움에도 누가 이겼을까? 원소는 지금까지 하는 것을 하면 좋은 리더는 아니었지. 점점 악행을 하게 되면서 부하들의 충언을 하면 감옥에 넣어 버렸어. 허유가 계략을 제안했을 때도 무시해 버렸어. 허유는 원소를 떠나 조조에게 가서 항복을 했어. 원소와 달리 조조는 허유를 반갑게 맞이하였고, 허유가 제공한 정보를 이용하여 원소의 진영의 약점을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게 되었단다.

원소는 재정비하여 세 아들과 함께 조조를 공격하였지만, 이번에도 대패하고 계속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었단다. 이 도주 중에 원소를 병을 얻게 되어 결국 죽고 말았단다. 원소와 조조가 한창 싸우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유비는 조조의 본거지인 허창을 공격하려고 했어. 이 정보가 조조의 귀에 들어가서, 조조는 대군을 이끌고, 여남으로 와서 유비군을 공격하였고, 유비군을 패배해서 도망을 가게 되었어. 유비는 유표의 형주로 도망을 갔단다.

한편 원소가 죽고 나서 세 아들 원담, 원희, 원상은 후계자 문제로 내분이 일어났어. 당시 원소의 부인인 유부인이 낳은 아이는 원상 한 명이었는데, 유부인은 거짓 유서를 이용하여 원상을 원소의 후계자로 세웠단다. 원담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원상과 전투를 벌이게 돼. 이런 사정을 잘 이용한 조조는 원소가 점령하고 있던 하북, 기주를 잇달아 점령하고 원담을 죽였어. 원상과 원희는 요동 지역의 공손강에게 도망을 갔단다. 조조는 이들을 추격하였어. 원상과 원희를 받아주었던 공손강도 깜짝 놀랐지. 조조의 대군이 자기를 공격하려 온다고 하니 말이야. 공손강은 원상, 원희를 죽이고 목을 조조에게 보냈단다. 공손강 입장에서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조조도 그 선물을 받고 군대를 철수했단다.

….


2.

유표가 다스리는 형주땅에 머물고 있는 유비. 유표의 부인 채부인과 채모가 유표에게 조언하기를 유비를 없애야 한다고 했어. 유표는 처음에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그도 마음이 바뀌어 유비를 없애려고 그를 초대했단다. 하지만 이런 음모를 유비도 알게 되어 도망을 가게 되었고, 도망 가던 중에 수경 선생 사마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 그리고 사마휘로부터 재야에 숨어 지내는 고수 와룡 선생과 봉추 선생을 알게 되었어.

도망가던 유비는 신야성에 머물면서 세력을 쌓아가고 있었어. 인재들을 끌어들였는데, 서서라는 사람은 지략을 써서 조조의 공격도 막아내는 공을 세웠어. 먼 친척인 유필이라는 사람이 보살피는 구봉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영특해 보여 유비는 양자로 삼았어. 이름도 유봉으로 바꿨단다. 조조는 서서의 지략으로 유비와 전투에서 지고 나서, 서서의 노모를 이용하여 서서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어. 서서의 노모는 조조의 땅에 머물고 있었거든서서의 친구였던 정욱이 노모의 글씨체를 흉내 내어 서서에게 편지를 보냈어. 몸이 좋지 않으니 얼른 돌아오라는 내용으로 말이야.

서서는 노모의 소식을 듣고, 유비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길을 떠났단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이야. 그러면서 와룡 선생 제갈량을 추천해 주었단다. 와룡 선생이라고 하면 얼마 전에 사마휘가 추천한 그 사람 아닌가. 유비는 제갈량을 찾아가기로 했단다.

제갈량은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서 삼국지를 읽지 않은 이들도 모두 알고 있을 거야. 자는 공명으로 제갈공명으로도 유명하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형 제갈근은 길을 떠나고 17살인 제갈량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있었어. 한때 숙부를 따라 다니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전쟁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와룡강 주변에 은거하면서 공부하면서 세상과 등지며 살고 있었단다.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는 장면은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한자 성어로 유명하단다. 유비가 제갈량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헛걸음하다가 세 번째 만에 제갈량을 만나고,

제갈량도 마음을 열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 이야기그 이야기로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5권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단다.

….

아참, 조조에게 간 서서는 어머니를 만났어. 그런데 어머니는 조조의 계략이 속아 자신을 찾아온 서서를 꾸짖으며, 그런 아들의 행동에 실망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불쌍한 서서이제 다섯 권 이야기 주었으니 다섯 권 남았는데, 부지런히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매 시각마다 순찰을 도는 순라군들이리라.

책의 끝 문장: 공명은 가늘게 감고 있던 눈을 가만히 뜨더니, 조용한 눈빛으로 유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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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지음, 윤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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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소설처럼> <몸의 일기>란 책으로 아빠가 좋아하게 된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또 다른 책 <학교의 슬픔>을 읽었단다. 아빠가 다니엘 페나크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 속에 유머와 진지함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빠의 영혼에 영향을 주었거든. 그래서 그의 다른 책을 찾아보다가 선택한 책이 바로 <학교의 슬픔>이란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는 지은이의 이름을 다니엘 페나크가 아니고, 다니엘 페낙이라고 적었네. 외국 작가의 이름들이 가끔 출판사마다 다르게 적어서 출간하는 경우가 있는데, 출판협회도 있고 그러니 어디선가 중재해서 작가의 이름은 하나로 통일해서 출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처럼 리뷰를 쓰는 사람들이 책의 지은이도 같이 적어 두는데, 다니엘 페나크로 써야 할지 다니엘 페낙으로 써야할지 고민하지 않도록 말이야.

이 책 <학교의 슬픔>을 보면서 너희들이 생각이 났어. 학교에 가기 싫다는 소리를 많이 하는 너희들이잖니..^^ 이 책의 표지를 보면 교실 안에 세 학생이 보이는데 모두 심각하거나 아주 재미없거나 당황한 표정을 짓는 두 아이와 시계를 쳐다 보는 한 아이의 사진이 있단다. 이 표정들만으로 이 아이들이 학교를 얼마나 싫어한다는 것을 절실히 알 수 있었어. 너희들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가끔 하지만, 이 정도 표정까지는 아닌데 말이야. ㅎㅎ 어떤 선생님들은 학교 수업을 참 재미있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빠도 생각해보면 수업이 참 지루했던 것 같아.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그 시절에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도 곤욕이었고 말이야.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어. 이 책은 지은이의 학창 시절의 경험과 선생님이 되어 직접 가르친 학생들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란다.


1.

지은이가 자신이 어렸을 때 열등생이고, 유급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가질 않았단다. 이렇게 재미있고 다양한 분야에 글을 쓰시는 분이 어렸을 때는 열등생이었다고 하는데, 믿기지가 않아. 그러면서 자신이 왜 다른 형들과 달리 열등생이 되었나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기도 했어. 교양 있고 안정적인 부모님, 똑똑한 세 형들 사이에서 자신만 돌연변이처럼 느껴졌거든. 알파벳도 제대로 못 외우고, 중학교는 재수를 해서 가고어렸을 때 지은이 때문에 부모님이 무척 걱정을 하셨대. 지은이는 자신이 그렇게 열등생이 된 이유를 자신은 기억도 잘 하지 못하는 여섯 살 때 쓰레기통에 빠졌다가 정신을 잃고 치료를 받았던 일화에서 찾고 있단다. 도저히 원인을 찾지 못하다 그나마 찾아낸 쓰레기통 사건. 그냥 웃으라고 엮은 이야기지만 지은이는 상당히 심각하게 이야기를 했어. 그래서 더 재미있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은이는 자신을 말하길, 명랑한 열등생이 평범한 생활을 하는 학생이라고 했단다. 그렇게 그런 열등생이 어떻게 선생님이 되고 소설가가 되었나. 그가 열등생이긴 하지만 열등생과 어울리지 않는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책 읽기를 좋아했다는 거야. , 역시 책이 답인가. 그리고 몇몇 선생님들을 잘 만났다고 하는구나. 자기 같은 열등생을 포기하지 않고 잘 지도해주신 선생들 말이야. 특히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지은이에게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숙제를 내주었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다니엘 페나크에게 소설을 쓰는 숙제라고 하더구나. 정말 훌륭하신 선생님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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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나를 구해냈던 그리고 나를 교사로 만들었던 선생님들은 그 일을 위해 양성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나의 무능한 학교생활의 기원에 대해서는 괘념치 않았다. 원인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거니와 나에게 설교를 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위기에 빠진 청소년을 마주한 어른이었다. 그들은 절박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던졌다. 그들은 나를 놓쳤다. 하지만 매일같이 다시 몸을 던지고 던지도 또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를 거기서 건져냈다. 나와 더불어 다른 많은 아이도 건져냈다. 말 그대로 우리를 낚아올린 것이다. 우리는 그분들에게 생명의 빚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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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초반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자신이 좋은 선생님이 만나서, 결국 자신도 선생님도 되고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헤피 엔딩의 이야기지금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열등생과 그들의 부모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일까? 하지만 그가 다닌 시대가 다르고, 그가 살고 있는 나라가 다르고, 그처럼 좋은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을 수 있고, 그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구나. 그래서 선생님들이 더욱 존경스럽구나.


2.

책 후반부는 지은이가 선생님으로 경험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빠의 학창 시절의 선생님들이 떠오르기도 하더구나. 학생들의 거짓말을 모른 척 받아주는 선생님들아빠도 그런 선생님들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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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하지만 선생이 거짓말을 모른 척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좀더 깊숙이 숨겨진 이유인데, 명석한 의식에 비춰보자면 대충 이런 거다. 즉 그 아이가 교사라는 내 직업의 실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발전시키지도 공부시키지도 못한 채, 그저 내 반에 들여놓고 그 아이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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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만 그렇겠니, 부모님들도 그렇겠지. 아직 너희들이 어려서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좀 더 크고 그러면 거짓말을 하겠지? 아빠를 포함한 모든 청소년들이 그러니까 말이야. 아빠도 그걸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모른 척할 때가 있을 거야.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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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지쳐버린 수많은 부모들은 사람의 진을 빼는 이런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척한다. 우선은 그들 자신의 고통을 잠시나마 진정시키기 위해(1515년 마리냐노 전투 같은 극소량의 진실은 진통제 역할을 한다), 그 다음엔 가족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하여 저녁식사 시간이 비극으로 선회하지 않도록, 제발 오늘 저녁은 아니기를, 각자의 마음을 찢어놓은 고백의 시련을 늦추기 위해, 요컨대 틈틈이 편지함을 살펴보던 당사자에 의해 다소 교묘하게 위조된 학기말 성적표를 받아들고, 사실 별로 놀라워하지도 않으면 학교생활의 재앙의 범위를 가늠하게 될 순간을 밀어내기 위해서다.

내일 생각해보자.

내일 생각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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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아빠가 공감하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시간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 특히 그랬던 것 같구나. 아빠 같은 나이에 10년은 정말 휙 지나간단다. 그렇다 보니 너희들의 10년 또는 5년도 금방 휙 지나갈 것으로 생각되어, 대학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그럼 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준비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게 된단다. 하지만, 지은이가 이야기하길 어른과 아이가 생각하는 시간의 길이가 다르다는 거야. 아이가 생각하는 일 년의 길이는 생각보다 길다는 거지. 그 이야기를 듣고 아빠도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더구나. 일 년이 참 길고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던 생각. 지금의 일 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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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1)

우선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알다시피 어른과 아이는 시간을 동일하게 지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십 년 단위로 계산하는 어른의 눈에 십 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이 오십이 되면 십 년은 금세 지나간다! 그렇게 빠른 속도감 때문에 어머니들은 아들의 장래를 근심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오 년 후면 벌써 대학 입시네, 아니 이제 금방이잖아! 이 어린 것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근본적으로 뭐 그리 변할 수 있겠어? 그런데 아이에게 그 시절의 일 년은 천 년과도 같다. 아이의 눈에 자신의 미래는 뒤 이은 며칠 안에 몽땅 달려 있다. 아이에게 장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한을 센티미터로 재라고 요구하는 꼴이다. ‘되다라는 동사가 아이에게 주눅들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것이 어른들의 걱정이나 질책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장래란 최악의 상태의 나를 말하며, 바로 그것이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선생님들의 말에서 내가 대충 이해한 바였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시간이란 게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조금도 생각해내지 못했고, 그냥 순진하게 영원히, 언제나 바보일 거라는 그들의 말을 믿었다. ‘영원히언제나는 상처받은 자존심이 열등생에게 시간을 헤아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단위였다.

=========================

….

지은이는 자신이 어렸을 때 열등생으로 겪었던 경험이 있고,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기억으로 자신도 그런 선생님이 되려고 무척 노력하신 것 같아. 예전에 자신을 잘 이끌어주신 몇몇 선생님들을 늘 생각하면서, 자신도 학생들을 잘 이끌기 위해서 말이야. 물론 변한 시대에 맞게 아이들을 대하기도 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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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324)

모든 점을 잘 따져보면 이 세 분의 선생님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모른다고 하는 우리의 고백에 속아넘어가지 않았다. (철자법의 결함을 이유로 내세우며 지 선생님은 내게 얼마나 여러 번 논술문을 다시 쓰게 했던가? 발 선생님은 내가 복도에 멍하니 있거나 자습실에서 몽상에 잠겨 있었다는 이유로 얼마나 여러 번 보충수업을 시켰던가? “시간이 있으니까 우리 한 십오 분만 더 사학을 해보면 어떨까? 페나키오니? , 십오 분만 해보자……”) 익사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그 몸짓의 이미지, 자살하려는 몸짓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저 위로 나를 끌어올리려는 그 손목, 내 옷자락을 단단히 움켜쥔 살아 있는 손의 생생한 이미지, 이런 것들이 바로 그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맨 처음 떠오르는 모습이다. 그들의 현존 안에서 그들의 과목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의 모습에 눈을 떴다. 수학자인 나, 역사가인 나, 철학자인 나로. 그러한 나는 이 스승들을 만날 때까지 진정으로 여기 있다는 느낌을 방해했던 나를 한 시간 동안 잠시 잊고, 나를 괄호 속에 집어넣고, 나로부터 나를 치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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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생님으로서의 경험을 주로 이야기를 했지만, 부모로서도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도움이 된 것 같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이 책의 내용을 금방 까먹을 수도 있으니, 이 책을 엄마에게도 추천을 해야겠구나. 그런데 공부도 좋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나게 뛰어 놀고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내일도 가기 싫은 학교를 가야 할 너희들을 생각하니 아빠도 회사 무척 가기 싫구나. 아참, 너희들은 내일 줌 수업이구나, 부럽구나. ㅎㅎ


PS:

책의 첫 문장: 에필로그부터 시작하자.

책의 끝 문장: 그뿐이다.


두 남자는 미소지으며 산책길을 따라간다. 그 모든 일이 그들 뒤로 아주 멀리 있다. 둘 중 한 사람은 이십오 년간 교직에 있었다. 대략 2500명의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중 상당수는 ‘심각한 난관’에 처한 학생들이었다. 두 남자는 저마다 가정을 꾸린 아버지다. 그들은 "선생님이 그랬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안다. 열등생이 지루한 푸념 속에 들어앉히는 희망, 그래 그거다…… 선생님의 말이라 급물살을 타고 추락하는 강물 위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이 붙잡고 매달리는 부표일 뿐이다. 열등생은 선생님이 한 말을 반복한다.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고, 규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순간적으로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놓여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아니면 사랑받기 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 P22

선생이라는 직업이 필연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다시 시작하는 일. 만일 우리가 한 명의 학생을 우리 수업의 직설적 현재에 정착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의 앎과 그것의 활용에 대한 안목이 이 아이들에게 미치지 않는다면, 그들의 실존은 식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막연한 결핍의 늪지에서 질척거릴 것이다. 물론 우리 선생들만이 그런 갱도를 파낸 것도 아니고, 그걸 메울 줄 몰랐던 것도 우리 책임만은 아니지만, 그때 그 아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 혹은 몇 년의 어린 시절을 우리 앞에 마주앉아 함께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망쳐버린 학교생활 일 년은 하찮은 게 아니다. 어항 속에서는 영겁의 세월이다. - P82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생이란 놀랍고도 짧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렇게 한마디로 말할 수 있겠는걸. 예를 들자면 한 젊은이가 – 우연히 맞닥뜨린 불행한 사고는 제쳐놓는다 해도 – 별 탈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나날조차도 나들이를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 옆 마을로 말을 타고 나설 작정을 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말이다."
이자벨은 존경심을 표하며 그 작가의 이름을 말했다. 프란츠 카프카.
- P133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막시밀리앵은 젊음만능주의라는 동전의 이면이다. 우리 시대는 젊음의 의무로 이루어져 있다. 젊어야 하고, 젊게 사고해야 하고, 젊게 소비해야 하고, 젊게 늙어야 하고, 유행은 젊고, 축구도 젊고, 라디오방송도 젊고, 잡지도 젊고, 광고도 젊고, 텔레비전도 젊은이로 가득하고, 인터넷도 젊고, 사람들도 젊고, 살아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 사람들도 젊게 남아 있고, 우리의 정치인들마저 마침내 다시 젊어졌다. 젊음 만만세! 젊음에 영광을! 젊어야만 한다! - P275

이때 담임선생님의 질문.
"신발은 걸어다니는 데 쓰이고, 상표는 뭐에 쓰이지?"
교실 구석에서 터져나온 돌발 발언.
"뽀다구 내는 데요!"
모두의 폭소.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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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7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국지 4 문예춘추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4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나관중 원작 / 문예춘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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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이제 4권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삼국지가 재미있다고 부지런히 읽었더니, 너희들에게 써야 할 독서 편지가 밀리는구나.^^ 밀린 독서 편지를 따라 잡기 위해서 가급적 짧고 핵심적인 내용만 이야기해 볼게.

하비성에서 갇혀 버린 여포는 농성전을 시작했단다. 여포의 책사 진궁은 조조가 정비하기 전에 공격하자고 했지만, 여포는 진궁의 말을 듣지 않고, 처첩의 이야기를 듣고 성 안에서 나오지 않고 수비만 했단다. 그러면서 공격이 아니라 원술에게 도망가려고 해보았지만, 관우와 장비가 감시에 걸려 다시 하비성으로 되돌아갔단다. 여포가 성 안에 있으면서 선정이라도 베풀면 모르겠지만, 부하들을 박대하고 그러니, 반감을 가진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그들은 여포의 적토마를 훔쳐서 몰래 성을 빠져나가 조조에게 투항했단다. 이런 성난 부하들의 배신으로 여포는 조조에게 체포되었단다.

진궁도 조조에게 잡혔고, 조조는 그 옛날 자신을 살려주었던 옛 인연을 생각해서 그를 살려주려고 했지만, 진궁은 투항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강해서 결국 처형당했단다. 여포에게 충성해서 무엇을 얻겠다고여포의 경우도 워낙 싸움을 잘 하니 살려주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늘 주인을 배신하는 여포를 살려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서, 결국 여포는 교수형에 당하고 말았단다.

여포가 떠나간 서주성의 백성들은 조조에게 서주성을 유비에게 맡아달라고 했어. 그러자 조조는 질투를 느꼈단다. 여포를 무찌르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두 허창으로 이동했단다. 유비도 함께 갔단다. 그래서 유비는 허창에 머물고 있던 황제 헌제를 만났어. 헌제는 유비가 황족이고 관계를 따져 보니 자신의 황숙이라면서 좋아했단다. 여포와 전투에서 이긴 조조는 더욱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단다.

헌제를 더욱 멸시하고 자신이 황제가 되려는 마음을 먹었어. 사냥에 가서도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황제를 조롱했단다. 그렇게 되자 헌제는 조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했어. 그러면서 헌제의 국구인 동승에게 밀서를 전달했단다. 조조를 제거하라는 내용의 밀서였어. 동승은 측근들과 그 뜻을 함께 했고, 유비를 몰래 찾아가 유비와도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단다.

어느 날, 조조는 유비를 초대하였어. 그러면서 이 시대의 영웅이 누구냐고 유비에게 물어봤어. 내심 조조라고 답을 받으려고 물어본 것인데, 눈치 없는 유비는 계속 다른 사람들만 이야기를 했단다. 결국 답을 받지 못한 조조는, 조조 자신과 유비만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어.


1.

원소에게 패배한 공손찬은 결국 자결을 했단다. 이 소식을 들은 유비는 조조에게 5만 군사를 빌려서 서주성으로 향했단다. 공손찬은 유비가 예전에 모셨던 사람이니까 복수를 하려고 한 거야. 조조가 유비에게 군사를 빌려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 조조의 참모들은 뒤늦게 반대를 했어. 유비의 세력만 키우는 격이라면서 말이야. 조조는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차주를 시켜 유비를 쫓게 했단다. 관우와 장비가 그를 손쉽게 막아냈단다. 조조는 차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는 원소와 유비를 한꺼번에 치는 작전을 펼쳤단다. 유비는 위장술로 조조의 출격을 지연시켰어. 그래서 조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시 허창으로 돌아왔단다.

헌제에게 조조를 죽이라고 밀서를 받은 동승은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자 마음의 병에 생겼어. 태의 길형이 동승을 진료를 해 보게 되었는데, 길형은 동승의 마음의 병의 원인을 알게 되었어. 길형도 동승과 뜻을 함께 하기로 하고, 자신이 독약으로 조조를 죽이겠다고 했어. 하지만 사전에 그 음모가 드러나 길형과 동승은 모두 숙었어. 그리고 동승과 함께 모의했던 사람 중에 마등과 유비도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조조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지. 곧바로 유비가 머물고 있는 소패성과 서주성을 공격했단다. 유비는 대패하고 원소가 머물고 있는 기주로 도망갔어. 꼬이고 꼬이는 관계들이구나. 공손찬을 자결하게 만든 원소를 공격하려고 길을 나섰던 유비가 원소에게 구해달라고 하게 되다니유비가 기주로 도망을 가고 관우는 하비성에서 조조군을 막아내고 있었어. 조조는 예전부터 관우를 흠모하고 있어서, 관우의 마음을 얻으려고 생포하라고 했단다. 관우는 수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결국 조조에게 생포되었어.

조조는 관우를 그야말로 극진히 대했어.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여포한테 빼앗은 적토마도 주었어. 관우는 유비의 위치를 알게 되면 곧바로 떠난다고 했어. 조조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자신이 더 잘 해주면 관우도 결국 자기의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관우의 마음은 끝내 얻지 못했단다. 또 하지만 관우는 조조가 자신을 잘 대해 준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은 있었어. 빨리 청산하고 싶은 빚이었지. 때마침 원소가 조조를 공격해 봤어. 원소의 부하 중에 안량이란 자가 있는데 그는 조조의 장수를 하나 둘 죽이면서 승전보를 올렸는데, 관우는 이때가 조조의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서 그 안량을 단칼에 죽였단다. 안량이 관우에 의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원소는 관우의 형님인 유비를 죽이려고 했지만, 유비가 잘 설득해서 죽음은 면할 수 있었단다. 안량이 죽고 나서 이번에는 안량의 동생 문추가 나섰지만, 이번에도 관우에게 죽음을 당했어. 전투 중에 관우는 우연히 유비의 부하인 손건을 만나고 유비가 원소와 함께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관우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유비에게 돌아가려는 계획을 세웠단다. 여기까지가 4권까지의 이야기란다.

삼국지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나온단다. 너희들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할 때는 중요 인물만 이야기해 주게 되는데, 그런 중요 인물들조차도 참 많구나. 아빠도 읽은 지 며칠이 지나면 다 까먹는 인물들이 많아. 다행히 몇몇 이름들을 적어 놓아서 그걸 참고하고 이야기해 주는 거야. 가끔 악필이라서 못 알아볼 때도 있지만 말이야.. ㅎㅎ 그래서 아빠가 이야기해주는 사람들 중에 이름이 잘못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람. ,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여포가 망루 위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짐짓 딴전을 부리며 말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북쪽으로 뻗은 대로를 혼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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