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2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6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2,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1권에서는 주인공들이었던 러시아 청년들이 프랑스와 전쟁을 하기 위해 국외로 떠나갔는데, 2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보자꾸나. 할 이야기가 많으니 바로 소설 속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806년이 되었어. 전쟁에 참가했다가 휴가를 받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니콜라이. 휴가 온 군인들이 그러하듯이 니콜라이는 젊음을 즐기자는 생각으로 군대에서 알게 된 친구들인 데니소프, 돌로호프 등과 함께 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졸지에 갑부가 된 피예르 생각나니? 피예르는 아내 옐렌과 결혼하긴 했지만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었어. 거기다가 옐렌은 행실이 바르지 못해서 다른 남자들과 염문설이 나기도 해서, 피예르는 마음 고생을 했단다. 피예를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도 갑자기 갑부가 된 것에 조롱하는 시선들이어서 기분도 안 좋았어. 그런데 옐렌이 염문설에 빠진 이들 중에 돌로호프라는 사람이 있었어. 피예르는 그런 돌로호프에게 결투 신정을 했단다. 옛날 유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결투를 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단다. 그렇게 죽어도 그건 불법이 아니었어. 결투가 인정되는 사회였던 거지.

이들은 이 결투를 증인들로 각각 친구들을 불렀어. 돌로호프는 니콜라이를 데리고 갔단다. 이 결투에서 피예르는 운이 좋게도 승자가 되었단다. 상대였던 돌로호프는 총에 맞고 중상을 입게 되었어. 다행히 죽지는 않았단다. 이 소식을 들은 옐렌은 자신을 믿지 못하냐면서 피예르에게 따졌고, 피예르도 격분하면서 이혼하자고 했단다. 그리고 혼자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크로 가버렸단다. 아빠가 모스크바는 지금도 러시아의 수도니까, 대충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고 있었는데, 페테르부르크는 정확히 위치를 모르고 있었단다. 지도를 찾아보니 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보다 더 위쪽에 위치하고 있더구나. 아참, 모스크바가 예전에도 수도였고, 오늘날도 수도였지만, 이 소설이 배경이 되는 시기, 즉 알렉산드르 1세가 황제로 있던 이 시기에는 수도가 페테르부르크였다고 하는구나.

안드레이 공작은 프랑스 군에게 포로로 잡혀갔다고 했잖아. 그의 소식을 모르는 동료 군인들도 그가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전사했을 것이라고 가족에게 연락했어.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실종인데, 이미 아버지는 아들이 죽은 것으로 받아들였어. 안드레이의 아내는 임신을 하고 있었고, 몸도 좋지 않았잖아. 그런데 거기에 남편의 전사소식까지 들었으니 그 충격으로 몸은 더 안 좋아졌단다. 그리고 출산일이 다가와 아이를 낳게 되는데 오랜 진통으로 진이 다 빠져 있었단다. 그런데 그때 죽은 줄만 알고 돌아온 안드레이가 돌아왔단다. 하지만 몸이 많이 허약해진 리자는 아이를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았단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없는 아이가 되었단다. 고모인 착한 마리야가 아기를 대신 봐주게 되었단다. 그러니까 임신한 아내를 두고 왜 전쟁에 참가를 했냐, 이 안드레이야.


1.

옐렌과 염문설이 났다가 피예르와 결투를 했다가 중상을 당했던 돌로호프는 이번에는 소냐에게 청혼을 했단다. 니콜라이의 사촌 소냐 있잖니, 소냐는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의 청혼을 거절했단다. 소냐는 어렸을 때부터 니콜라이를 좋아하고 있었단다. 휴가를 나온 니콜라이가 신나게 놀았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만 카드놀이를 하다가 43천 루블이라는 거금을 빚지기도 했단다. 아버지가 간신히 메꿔주었고, 다시 군대 복귀를 했단다. 군인이 휴가 나와서 벌인 일인데, 뭐라 할 수도 없는 심정 아빠도 알지 ㅎ

한편 데니소프는 나타샤에게 청혼을 했는데, 나타샤의 엄마인 로스토프 백작부인은 나타샤가 너무 어리다는 핑계로 거절했단다. 데니소프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니콜라이와 데니소프가 휴가 나와서 이 여자 저 여자 찔러본 거였나?

아내 옐렌과 한바탕 했던 피예르는 페테르부르크 가는 길에 프리메이슨 회원을 만나 그에게 설득 당하고 이후 프리메이슨에 푹 빠지게 되었단다. 그는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프리메이슨 형제단에 입단했어. 프리메이슨에 푹 빠진 피예르는 키예프에 있는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해방한다며 이야기하는 등 프리메이슨의 사상인 박애와 평등을 실천하려고 했어.

========================

(166)

키예프에 도착한 피예르는 관리인들을 모두 가장 큰 사무소로 불러 그들에게 자기의 의도와 희망을 설명했다. 농노적 종속관계에서 농민을 완전히 해방하기 위한 방법을 즉시 강구할 것, 그때까지는 당분가 농민에게 지나친 노동을 시키지 말 것, 아이가 있는 부녀자에게는 일을 시키지 말 것, 농민을 원조할 것, 처벌은 훈계로 그치고 체형은 금할 것, 각 영지에 병원과 고아원과 학교를 설립할 것 등이었다. 몇몇 관리인은(그중에는 거의 문맹인 청지기도 있었다) 젊은 백작이 자기들의 관리 소홀과 돈을 착복하는 데 불만을 품은 거라고 해석하고 겁을 먹은 패 피예르의 말을 들었다. 또 처음에는 두려워하다가 피예르의 떠듬거리는 말투와 처음 들어보는 새로운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무리도 있었고, 주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그저 만족하는 세번째 무리도 있었는데, 총 관리인을 포함한 네번째 무리에 해당하는 가장 슬기로운 자들은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를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았다.

========================

피예르는 안드레이를 만나러 갔어. 안드레이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적군에 잡혀 포로가 되었다가 간신히 탈출하여 집에 와서 쉬고 있었잖아. 안드레이는 다시는 군대는 안 가겠다고 다짐했고 앞으로는 군복무 대신 민병대를 관리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어. 지금은 어린 아들 니콜루시카를 보살피는 일을 도와주었어. 니콜루시카를 주로 보살피는 것은 여동생 마리야이고 안드레이는 옆에서 거들어 주는 정도였어. 피예르는 안드레이를 찾아와서, 프리메이슨의 사상인 박애와 평등에 관해 이야기를 했지만 안드레이는 처음에는 반대 입장을 보였단다. 하지만 나중에 내면의 변화를 느끼게 되고, 그가 비록 프리메이슨은 아니지만 박애와 평등을 실천하며 살게 된단다.


2.

니콜라이와 데니소프는 모두 군대에 복귀를 했어. 그런데 식량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2주째 고생을 하고 있었단다. 병사들은 산에서 독이 있는 식물들을 잘못 먹고 죽기도 했어. 그 뿐만 아니라 병으로도 죽었는데, 이런 것들은 전투로 죽는 이보다 많았단다. 데니스프의 직급이 소령이었는데, 그는 식량 부족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른 군대로 가는 보급 차량을 가로 채서, 자기 군대원들에게 먹게 했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엄연한 위법이니 군법위원회에 넘겨지기로 했는데,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군법위원회가 아닌 병원으로 호송되었단다. 니콜라이가 데니소프가 입원한 군 병원에 병문안을 갔는데, 시설이 너무나 열악해서 충격을 먹었단다. 제대로 치료 받는 사람들보다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죽어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 그리고 니콜라이는 데니소프가 한 행동을 충분히 이해를 했기 때문에 니콜라이는 황제에게 청원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으르렁거리면서 싸우던 알렉산드르 황제와 나폴레옹 황제가 강화협약을 맺고 전쟁을 중단하기로 했단다. 니콜라이는 심하게 회의를 느꼈단다.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는데, 그렇게 협약을 맺을 거면 그런 젊은이들이 죽기 전에 했어야지. 지금 이 순간에서 전쟁에서 얻은 부상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있는데, 알렉산드르 황제와 나폴레옹 황제는 웃음이 끊이지 않은 것을 보고, 니콜라이는 생각이 복잡해졌단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

(237)

로스토프는 이 모퉁이에 서서, 연회를 벌이는 사람들을 한참 동안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도저히 결말이 나지 않는 괴로운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음속에 무서운 의혹이 일었다. 얼굴이 완전히 달라지고 아집도 사라진 데니소프, 팔다리가 잘린 사람들과 오물과 질병으로 가득한 병원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 병원에서 맡았던 시체 냄새가 아직도 너무 생생해서 대체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렸을 정도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제 황제가 되어 알렌산드르 황제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손이 희고 자기만족에 빠진 보나파르트가 떠올랐다. 팔다리가 잘린 사람들이나 전사자들은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까? 포상을 받은 라자레프와 처벌을 받고 사면되지 않은 데니소프도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이상한 상념에 잠긴 자신을 깨닫고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

안드레이는 군대를 가지 않고 시골에서 2년 동안 지냈단다. 그러나 국제 정세에 대한 내용은 계속 보고, 책도 많이 읽곤 했어.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박애와 평등 사상을 바탕으로 농민해방을 실천하고 자유경작을 하게 했단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자신이 너 이상 이런 시골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이제 그의 나이 고작 31살인데 말이야. 안드레이는 자신이 2년 동안 작성한 새로운 군규를 들고, 고위층을 만나려고 했어. 자신이 생각하기에 러시아군은 문제가 많고 이를 바뀌기 위해서는 새로운 군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는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내무부장관 스페란스키를 만나게 되는데 그와 친분을 쌓고 군규제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2년 간 강호 생활을 청산하고 세상에 다시 등장한 안드레이.

피예르는 페테르부르크의 프리메이슨의 핵심 회원으로 되어 열심히 활동했단다. 그리고 장모님이 찾아와 옐렌과 다시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어. 프리메이슨의 정신 때문인지, 피예르는 장모님의 말대로 했단다. 그래서 다시 옐렌과 함께 지내게 되었어. 하지만, 함께 지낼 뿐이지. 그 이전보다 관계가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었단다. 잠도 따로 자고 그저 같은 집에 있다 뿐이지. 옐렌은 예전부터 예쁘고 총명했기 때문에 금방 사교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단다. 옐렌이 유명해지다 보니, 피예르는 옐렌의 기이한 남편으로 알려지게 되었어. 프리메이슨을 제외한 다른 활동을 안 하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날 수밖에

로스토프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어 로스토프 백작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크로 이사를 왔단다. 그곳에서 베르크라는 훌륭하고 모범적인 군인이 첫째 딸 베라에게 청혼을 했고, 로스토프 백작 부부는 그것을 받아들였단다. 안드레이는 스페란스키와 함께 하다 보니 사교계에도 다니게 되었어. 어떤 무도회에서 나탸사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한 눈에 반해 버렸단다. 나탸샤도 안드레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들은 서로 호감을 갖고 곧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때 남몰래 배 아파하는 이가 있었단다. 피예르. 자신도 나타샤를 좋아했으나 자신은 유부남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안드레이와 나타샤가 사귄다고 하니그는 잊어야지, 별수 있니... 나타샤를 잊기 위해 프리메이슨에 더욱 정진을 하는 피예르. 하지만 그게 쉽게 잊혀지나.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은 괴롭게만 하지.


3.

안드레이는 나타샤에게 청혼을 하기 전에 아버지의 허락을 받기로 했어. 안드레이의 아버지 볼콘스키 공작은 엄청 무섭고 엄한 아버지라고 했던 거 기억나지? 볼콘스키 공작은 심하게 반대를 했단다. 그런데도 하고 싶다면 1년 뒤에 하라고 했어. , 착한 안드레이지금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나. 안드레이는 나타샤에게 1년 뒤 결혼을 하는 조건으로 청혼을 했단다. 나타샤는 실망을 했지만, 1년을 기다리겠다고 했어. 그들은 양가 가족들만 비밀로 한 약혼을 하게 되었단다. , 왜 비밀 약혼으로 했을까. 나타샤에게 남자들이 접근할 여지를 왜 남겨두었을까. 안드레이가 사랑에 서툰 것인가? 결혼까지 했던 사람인데

심지어 안드레이는 일년간 외국 여행을 떠났단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예정되었던 외국 여행이긴 하지만, 나타샤를 만나서 상황이 바뀌었는데, 외국 여행을 한다고? 허허, 나타샤에게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구나. 나타샤를 믿은 것일까? 나타샤를 시험하는 것일까?

군 복무 중이던 니콜라이는 집안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안을 일으켜 보겠다고 귀환 요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그는 페테르부르크에 돌아왔단다. 니콜리이가 와서 이런 저런 일을 해보았지만 집안의 재정은 나아지지 않았어. 백작부인은 니콜라이를 부잣집 딸과 결혼시킴으로써 재정의 어려움을 이겨보려고 했어. 니콜라이도 어머니의 말을 들으려고 했으나, 소냐를 보니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소냐라는 것을 깨달았어. 어렸을 때는 장난처럼 좋아했던 것이지만 이제는 정말 사랑을 하게 되었단다. 니콜라이는 엄마에게 소냐와 결혼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가난한 소냐와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단다. 불쌍한 소냐.

...

그리고 나타샤에게 접근하는 이가 있었으니, 옐렌의 오빠인 아나콜이었어. 아나콜은 이미 몇 년 전에 결혼한 유부남인데, 총각행세를 하면서 사교모임에 나왔어. 식구들을 빼고는 그가 유부남이란 것도 대부분 몰랐어. 그런 아나톨이 나탸샤에게 접근을 했고, 이별에 힘들어하던 나타샤는 금방 아나톨에 마음을 주고 말았단다. 나타샤는 한동안 안드레이와 아나톨 사이에게 갈등했지만, 이내 아나톨을 선택하고 아나톨과 함께 몰래 도망치려고 했어. 이 계획을 소냐가 알게 되고, 이걸 사교계 부인 중에 한 분인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한테 이야기했어. 당시 로스토프 가족들은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부인의 집에 묵고 있었는데,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부인은 나탸샤를 감금해서 도망 못하게 했단다.

이 소식을 들은 피예르는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부인을 찾아왔어. 피예르는 아나톨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거든. 피예르는 아나톨이 유부남에 파렴치한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 이야기를 들은 나타샤는 자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단다. 뒤늦게 귀국한 안드레이는 나타샤의 소식을 듣고, 나타샤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단다. 안드레이, 사랑에 관해서는 참 답답한 사람이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과 비슷한 스타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여기까지가 대충 2권의 이야기란다. 2권에서는 전쟁보다는 사랑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구나. 그래서 읽기가 다른 권들보다는 쫌 편했단다. 싫어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잖니. 그 사랑이 늘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은 약간은 서툰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직 나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서툴고, 그렇다 보니 시행착오도 하고, 그리고 또 아파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뭐 사랑의 여러 가지 모양이지만 말이야. 3권은 아빠가 부지런을 좀 떨어서 얼른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텐데바쁘네.


PS:

책의 첫 문장: 1806년 초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휴가를 얻어 귀국했다.

책의 끝 문장: 피예르는 그 별이 새로운 생활을 향해 활짝 꽃펴 부드럽고 고무된 그의 영혼 속에 있는 무언가를 화답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루이 16세도 죄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처형당했지만, 일 년 후 루이 16세를 처형한 자들 역시 죽임을 당했다. 무엇이 나쁜 것인가? 무엇이 좋은 것인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해야 하는가? 무엇 때문에 살고, 나는 대체 무엇인가? 삶이란, 죽음이란 무엇인가? 만물을 지배하는 힘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들에 단 한 가지 대답도 얻지 못했고, 한 가지 대답이 있긴 했지만 논리적이지 못하고 또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도 되지 못했다. 그 한 가지 대답이란 ‘죽으면 모든 것은 끝난다. 죽으면 모든 것을 알게 되거나, 더 이상 그런 의문을 갖지 않게 된다’였다. 그러나 죽는 것은 무서웠다. - P113

‘봄, 사랑, 행복!’ 떡갈나무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희는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부질없고 무의미한 기만에 싫증을 내지도 않는거냐. 언제나 똑같고, 언제나 기만할 뿐인데! 여기에는 봄도, 태양도, 행복도 없다. 봐라, 저기 짓눌려서 죽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전나무들이 있을 뿐이고, 나고 꺾이고 상처 난 내 손가락들이 등에서건 옆구리에서건 제멋대로 뚫고 나가 돋는 동안 이렇게 서 있어야 할 뿐이다. 나는 너희의 희망과 기만을 믿지 않는다.’ - P246

"예전 같으면 내가 이런 사랑에 빠질 거라고 누가 말했더라도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야. 지금 내게는 온 세계가 둘로 나뉘어 있어. 하나는 그녀가 있는, 온갖 행복과 희망과 빛이 있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가 없는, 우울과 어둠뿐인 곳이지……" - P34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1-15 0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의 줄거리 정리 너무 좋네요. 읽었던 기억이 막 되살아납니다~!!
옐렌, 아나톨 남매는 너무 짜증나고 나타샤는 어리고, 안드레이는 답답하고, 베주호프는 귀엽고 ㅎㅎ 3권도 기대가 됩니다~!!

bookholic 2022-01-16 03:5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만, 자세히는 읽지 말아주세요~~^^
앞뒤 문맥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ㅎ
 
전쟁과 평화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겨울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내년 겨울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러시아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일 년은 금방 휙 지나가고겨울이 되어 묵혀두었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꺼내 들었단다. 두께부터 엄청나구나. 아빠가 읽은 것은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양장본인데, 한 권이 거의 600페이지모두 합쳐서 2400페이지에 육박하고, 누가 세었는지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이 559명이나 된다고 하더구나. 그러니 얼마나 방대한 소설인지 알겠지?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너희들이 아빠 뭐 읽어?” 물어봐서 아빠는 전쟁과 평화”. 며칠 뒤 다시 아빠, 오늘은 뭐 읽어?” 아빠는 다시 전쟁과 평화또 며칠 뒤 아빠, 전쟁과 평화 다 읽었어?” “아니, 오늘도 전쟁과 평화야. ㅎㅎ그렇게 페이지 수가 엄청난 <전쟁과 평화>. 읽기 시작하기 전에 큰 마음 먹고, 심호흡 한번 하고… 1권을 꺼내 들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러시아 소설은 이름 때문에 애를 먹는데, 다행히 책 앞에 주요 인물들을 집안 별로 정리가 되어 있단다. 초반부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앞의 인물 소개 부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았단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책을 톨스토이가 30대에 썼다고 하더구나. 유전자가 남달랐던지, 외계인이던지 그랬을 것 같구나.

<전쟁과 평화>는 단순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19세기 초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관한 지은이의 철학적 인문학적 고찰에 대한 내용도 있고,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은이에 내용도 가득 담겨 있었단다. 그러니까 아빠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능력은 없다는 거야. 이 책은 소설과 인문학이 잘 버물려져 대작인 것 같구나. 아빠는 주로 이 책의 소설 부분, 그러니까 스토리 쪽 위주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줄게.


1.

때는 1805. 러시아 모스크바 일대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전 유럽을 들쑤시고 있던 시기란다. 프랑스 나폴레옹은 영역 확장을 하던 시기인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그 영역 확장의 방향을 틀던 시기였단다. 나폴레옹은 독일, 오스트리아 땅까지 점령을 했어.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의 전운이 돌던 시기였단다.

러시아의 한 연회장에서 소설은 시작된단다. 러시아 귀족들이 모인 연회장에서 요즘 돌아가고 있는 국제 정세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어. 대부분이 나폴레옹이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일부 젊은 귀족, 특히 파리에서 오랜 기간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이들은 나폴레옹을 옹호하기도 했단다. 그들 젊은 귀족들에는 안드레이와 피예르가 있단다.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다 소개해주기는 어렵고, 주요 집안의 사람들만 이야기를 해줄게.

위에서 이야기한 안드레이의 아버지는 볼콘스키 공작이라는 사람인데, 아버지가 엄청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란다. 안드레이는 리자라는 사람과 결혼을 한 유부남이고, 리자는 임신을 하고 있었어. 안드레이의 여동생은 마리야라는 사람이고 아직 결혼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피예르의 아버지는 베주호프 백작으로 엄청난 부자란다. 그런데 피예르는 적자가 아니고 서자라서 집안에서는 그리 대접을 받지는 못했어. 하지만, 베주호프 백작이 병으로 죽으면서 그 많은 재산을 모두 피예르에 남겼단다. 사실 자식이 없었거든베주호프가 병이 위중하자 유산을 좀 받을까 싶어 그의 친척들이 모여들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재산이 피예르에게 갔단다. 그런 먼 친척 중에 바실라 공작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베주호프의 모든 재산을 피예르에게 넘어가자, 바실라 공작은 이번에는 작전을 바꿔서, 자신의 딸 옐렌을 피예르와 결혼 시키려고 했어. 옐렌은 누구나 알아주는 미인이었는데, 피예르는 자신의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도 옐렌을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얼떨결에 피예르는 옐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또 하나의 주요 집안인 로스토프 백작 집안이 있단다. 로스토프 백작은 자상한 아버지상으로 생각하면 된단다. 그에게는 아이가 아들이 둘, 딸이 둘이 있었단다. 첫째 니콜라이, 둘째 베라, 셋째 나타샤, 넷째 페탸. 그리고 조카딸 소냐도 함께 살고 있었어. 니콜라이는 소냐와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타샤는 보리스라는 소년과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단다. 나타샤의 나이가 이제 열세 살이니 심각한 관계는 아니었어. 보리스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 안나 미하일로브나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집안은 몰락한 가문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베주호프 백작의 친척 중 하나였단다.

, 대충 주요 등장 인물 소개를 다 한 것 같구나.


2.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러시아와 프랑스 전쟁이 감돌고 있던 시기라서, 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자원해서 전쟁에 가기로 했단다. 임신한 아내를 두고 전쟁에 자원한다는 것이 지금의 기준으로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당시 러시아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원해서 군대를 갔단다. 전쟁에 참가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안드레이가 전쟁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좀 이해하기 힘들구나.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나? 지금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쟁에 참가하겠다고 하니 말이야.

===========================

(54-55)

모두가 자기 신념에 따라서만 전쟁을 하고자 한다면, 전쟁은 없어질 걸세.” 그는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죠.” 피예르는 말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피식 웃었다.

정말 좋겠지만, 그런 일은 결코 없거든……”

그럼, 당신은 뭐 때문에 전쟁에 나가시는 겁니까?” 피예르는 물었다.

뭐 때문이냐고? 나도 모르겠어. 그래야 하는 거니까. 또한 내가 전쟁에 나가는 것은……” 그는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나의 삶이,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야!”

===========================

군대를 입대하면서 임신한 아내 리자를 혼자 두기 어려우니, 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골 집에서 지내게 했단다. 기억나지? 그 아버지가 얼마나 무섭고 엄격한 지를그나마 안드레이의 동생 마리야가 착한 사람이라서 다행이구나. 리사는 몸이 좋질 않았어. 거기에 무서운 시아버지 볼콘스키 백작와 함께 지내니 얼마나 더 스트레스를 받겠니. 착한 시누이 마리야가 보살펴 주긴 했지만, 참 불쌍하구나.

안드레이는 군대 입대해서 러시아 총사령관 쿠투조프의 부사관 업무를 하게 되었단다. 쿠투조프는 실존했던 인물로, 이 책에는 쿠투조프뿐만 아니라 많은 실존인물이 나온단다. 나폴레옹 황제도 나오고, 당시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도 나오고 그런단다.

로스토프 백작의 첫째 아들 니콜라이도 경기병으로 군대에 입대를 했단다. 그곳에서 알게 된 친구 데니소프와 친하게 지냈어. 니콜라이가 전쟁터에서 겪는 이야기를 하면서, 전쟁의 생생한 묘사를 하게 되었단다. 당시 프랑스와 러시아가 격돌한 곳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땅이었어. 그러니까 프랑스 대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연합군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어. 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니콜라이는 왜 이런 전쟁을 하는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왔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성숙해 갔단다.

===========================

(383-384)

이 사람들은 누구지? 무엇 때문에 왔지? 이 사람들한테 무엇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언제쯤 이런 것들이 모두 끝나는 걸까?’ 눈앞에서 변하고 있는 그림자들을 바라보면서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팔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졸음이 엄습했고, 눈 속에서 빨간 동그라미들이 튀었고, 이 목소리들, 이 얼굴들이 주는 인상과 통증이 고독감과 하나로 녹아들었다. 이 사람들, 부상하거나 부상하지 않은 이 병사들이 그의 힘줄들을 으스러뜨리고, 짓누르고, 비틀고, 부러진 팔과 어깨의 살을 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

당시 러시아 황제는 젊은 알렉산드르 황제였는데, 전쟁터까지 직접 와서 군인들을 격려를 했단다. 그러니 젊은 군인들은 이 젊은 황제를 다들 좋아했단다. 안드레이도 총사령관의 부사관으로 황제를 만나기도 했단다.

계속 되는 전투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그랬단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도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었어. 안드레이는 어떤 한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게 되었어. 나중에 눈을 떴을 때는 주변에는 러시아군인들이 시신들만 있었고, 살아 있는 이들은 프랑스군들이었단다. 그는 그렇게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나중에 다행이 풀려나게 된단다.


3.

전쟁터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모스크바에는 아직 평화로운 일상의 날들이었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전쟁이 국경 밖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야. 전쟁터에서 아들들이 나간 부모님들은 애가 타겠지만 말이야. 가끔씩 오는 편지를 통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겠지만, 얼마나 마음을 조아리겠니니콜라이의 어머니 로스토프 백작부인도 그런 심정이었어. 갓난 아이였던 아들이 장성해서 군인이 된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늘 걱정이….

===========================

(457)

아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거쳐 요람에서 나와 어른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온 세계 공통의 오래된 모든 경험도 백작부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성장의 각 시기에 있었던 아들의 변화는, 그것과 똑 같은 길을 밟고 성장한 무수히 많은 사람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그녀에게는 언제나 신기한 것이었다. 스무 해 전 그녀의 심장 아래 어딘가에서 숨쉬던 조그마한 존재가 응애응애 울기도 하고 젖을 빨기도 하고 옹알거리기도 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 존재가, 편지로 미루어보건대 강건하고 용감한 사나이가 되어 세상의 아들들과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

바실리 공작은 딸 옐렌을 부자인 피예르와 결혼시키는 것에 성공을 했잖아. 그는 이번에는 아들 아나톨을 볼콘스키 백작의 딸 마리야와 결혼시키려고 했어. 그래서 아들 아나톨을 데리고 볼콘스키 백작의 집에 방문을 했단다. 마리야는 아나톨이 자신보다 식객으로 머무르고 있는 프랑스 여인 부리엔을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청혼을 정중히 거절했단다.

대충 1권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란다. 중간중간 메모를 간단히 해 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빠진 내용이 훨씬 많단다. 이해 바라고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묵직해서 말이야. ㅎ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2권에서 이어서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그것 보세요, 공작. 제노바도 루카도 보나파르트 일가의 영지, 영지나 다름없이 되어버렸잖아요.

책의 끝 문장: 결국 안드레이 공작은 회복될 가망이 없는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그 지방 사람들에게 맡겨져 보호받는 몸이 되었다.


아버지는 행군이니 진격이니 하시면서 나로서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만 하고 계십니다. 그제는 평소처럼 마을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 소집되어 군대에 보내지는 신병들이었습니다…… 나는 출발하는 사람들의 어머니, 아내, 아이들이 비탄에 잠긴 모습을 보았고,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이 오열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인류는 우리에게 사랑과 모욕에 대한 용서를 가르쳐주신 구세주의 율법을 잊고 서로를 죽이는 기술 속에 자기들의 주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186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은 것 같은 이 선을 한 발짝 넘어서면 미지와 고통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가 있을까? 이 들과 나무와 태양에 빛나는 지붕 저쪽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다. 이 선을 넘는 두렵다. 그러나 넘어보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선을 넘어 거기에, 이 선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결국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힘이 넘치고 건강하고 쾌활하고 흥분해 있고, 나와 똑같이 건강하고 활기차고 흥분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적과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은 똑같지는 않아도 다들 이렇게 느끼고 있었고, 이 느낌은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특별한 광채와 즐겁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있었다. - P280

안개가 자욱한 밤, 달빛이 안개 속으로 신비롭게 비치고 있었다. ‘그렇다, 내일이다, 내일!’ 그는 생각했다. ‘내일, 어쩌면 나의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모른다. 이런 추억도 모두 사라지고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내일이다, 내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할 순간이 마침내 처음으로 찾아온 것이다.’ - P509

그러나 내가 이러한 것을 원하고, 명예를 원하고,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고, 남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원하는 것. 내가 오직 그것만을 원하고,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죄는 아니다. 그렇다. 그것만을 위해서인 것이다! 나는 절대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아아! 명예와 사람들의 사랑 외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죽음도, 부상도, 가족을 잃는 것도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많은 사람-아버지, 누이, 아내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이 아무리 소중하고 사랑스럽더라도 명예의 한순간을 위해, 사람들에게 승리를 자랑하는 한순간을 위해, 내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는 아버지와 누이와 아내를 지금 당장이라도 버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아무리 무섭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해도 나는 상관없다. - P510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1-09 1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랑 <안나 카레니나> 아닌가요? ^^ 이 책은 너무 방대해서 리뷰 쓰기도 힘들거 같아요 ㅜㅜ 등장인물 소개를 보니 저도 재독하고 싶어집니다~!!

bookholic 2022-01-09 21:22   좋아요 1 | URL
리뷰 쓰기 겁날 정도로 방대하죠...^^
그냥 주인공들 줄거리만 따라 이야해주듯 적어봤습니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어느날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된 피아니스트 임현정 님. 아빠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음악에 관심이 있거든. 음악에 관련된 책들도 가끔 보고, 음악에 관련된 콘텐츠도 가끔 보고 듣고, 물론 음악 자체도 즐겨 듣고하기야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런데 아빠는 애석하게도 음악을 평가하는 귀는 가지고 있지 못했어. 피아니스트들이 치는 음악을 들어봐도 정확히 차이점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임현정 님이 치는 피아노 연주는 한번만 봐도 한번만 들어도 차이가 확 나더구나. 힘이 느껴지고, 속도감이 느껴졌어. 그리고 음악에 취해서 연주하는 모습 또한 좋았단다.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처음 우연히 보고 난 다음 임현정 님의 연주 모습을 여럿 찾아보았단다. 여성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는 경우도 많은데, 임현정 님은 대부분 블랙의 편안해 보이는 의상을 입으셨는데 긴 검은 머리와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았어.

혹시나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임현정 님을 검색해 보았더니 책도 내셨구나. 그 중에 최근에 출간된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라는 책을 읽었단다. 지은이도 이야기한 것처럼 베토벤에 대한 책들은 너무 많아서, 누군가는 또 베토벤이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임현정 님은 자칭 베토벤 스토커라고 할 정도로 베토벤에 푹 빠져 사시는 임현정 님께서 음악가에 대한 책을 쓴다면 가장 먼저가 베토벤인 것은 당연했을 거야. 특히 임현정 님은 24살 때 유명 음악사의 제안을 받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다 외워서 녹음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 앨범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를 했다고 했어. 이 내용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나는구나. 우리나라 사람 중에 빌보드 차트 1위를 했던 클래식 연주자가 있다는 소식. 그 분이 임현정 님이었구나.

이 책을 읽다 보니, 처음 프랑스로 유학을 간 지 20년 정도 되었다고 했어. 스무 살에 갔다고 해도 그럼 벌써 마흔이 넘었나? 아빠가 본 영상에서는 꽤 젊어 보였는데이래서 알아보니 프랑스 유학을 열네 살에 갔다고 하는구나. 그것도 혼자서중학교 1학년 때될 사람들은 떡잎부터 다르다더니이 책을 읽고 나서 임현정 님이 쓰신 책을 한 권 더 샀어. 그 책은 유럽에서 임현정 님께서 프랑스어로 출간한 책을 다른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침묵의 소리>라는 책이란다. 그 책에서는 임현정 님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임현정 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그 책을 읽고 다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자꾸나. 그 책도 기대되는구나.

1.

임현정 님께서 베토벤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베토벤 음악을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 베토벤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러나 베토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고 하더구나.

======================

(5)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는 일은 단지 음악 작품을 연주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방면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우리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려는 시도다. 베토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인생을 조명하는 것이 음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감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가끔 임현정 님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곡이 너무 빠르다는 평을 받는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임현정 님은 베토벤의 악보대로 연주한다고 하셨어. 너희들은 피아노를 칠 줄 아니 메트로놈도 아빠보다 더 잘 알잖아. 임현정 님께서 이야기하기를, 베토벤의 악보에 적혀 있는 메트로놈의 속도에 맞춰 연주를 한 것뿐이라고 하더구나. 최근에 많은 연주자들의 베토벤 연주는 원래 메트로놈의 속도보다 느리게 연주한다고 하셨어. 심지어 어떤 음악가는 베토벤 악보에 적혀 있는 메트로놈의 숫자가 실수로 잘못 적힌 것이라는 하는 이도 있다고 했어. 아빠는 임현정 님이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베토벤의 음악이 더 듣기 좋았단다. 힘이 있고, 속도감이 있고, 마치 락을 듣는 기분이었어.

음악가는 어떤 연주를 해야 할까? 남들이 듣기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 할까?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주해야 할까? 연주자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임연정 님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연주자였어. 고전음악가들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

(101)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제하고 나보다 남의 시선을 우선시하면서 연주하는 연주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좋겠다. 고전 음악가라고 불리는 그들이 오늘날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이유는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정신을 음악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이 세월을 관통해 우리에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치의 위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

베토벤에 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구나. 임현정 님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베토벤에 관한 좋은 평전들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야. 이 책은 피아니스트 임현정 님께서 베토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고, 음악을 사랑하는 임현정 님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

(108)

음악이야말로 표현이 자유로운 언어다. 사회가 문학을 검열하고 억압했을 때 마지막까지 자유롭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도구는 바로 음악이었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연주는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누가 연주하는지 대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그들은 기계처럼 악보대로 연주하는 수준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곡을 재창조한다.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연주하기 시작하면 즉시 그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나의 전폭적인 찬탄의 대상이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화제가 되었던 임현정 님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 전집을 검색해 보았더니 절판되었더구나. 안타깝네.

PS:

책의 첫 문장: 처음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베토벤에 관한 훌륭한 평전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의 끝 문장: 그는 앞으로도 영원히 내 인생의 롤모델이자 큰 영감으로 남을 것이다.


베토벤 역시 자아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이 찰나의 순간 듣고 끝나는 무언가가 아닌, 영원히 신화처럼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작품에 일일이 작품 번호를 매기고 엄격하게 관리했다. 작품 번호를 붙이지 않은 곡도 있지만 심혈을 기울여 애착이 가는 작품에는 꼭 작품 번호를 붙여 정식으로 출판했다. - P62

침묵은 자신의 마음이다. 그 마음 안에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이 가득 차 있다면 이어질 음악이 온전하게 느껴질 리 없다. 그래서 침묵의 순간에는 고요함과 평온함을 유지해야 하며, 그 깊은 안정감에서부터 에너지를 일으켜야만 모든 격한 감정들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 - P64

누구나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약점이나 트라우마가 한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강점으로 승화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현재 자신의 사정이 너무 불리하다고 해서 미래의 가능성마저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과거는 이미 끝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현재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어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미래를 바꿀 현재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 - P88

젊음이 가지는 눈부신 활력과 무모함은 그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장년의 지혜와 깊이 있는 열정은 장년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간혹 젊은 음악가들이 왜 벌써부터 하얀 머리가 난 철학가처럼 심오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지나간 젊음은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이 20대 때 작곡했던 초기 피아노 소나타의 열정과 활기를 그대로 표현해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 P109

음악에서 말하는 템포는 속도가 아닌 ‘시간’을 뜻한다. 이탈리아어로 시간은 템포(tempo), 영어로는 타임(time), 프랑스어로는 떵(temps)인데, 굳이 여러 나라 언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모든 단어들이 라틴어 ‘템푸스(tempus)’에서 유래된 것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여기서 ‘템(tem)’은 무언가를 자른다는 뜻으로, 즉 템푸스는 ‘시간을 자른다.’ ‘시간을 나눈다.’라는 뜻이라고 보면 되겠다. 절을 영어로 ‘템플(temple)’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자른다는 뜻의 ‘템’에서 유래되었다. 속세에서 떨어져 있다는 뜻에서 템플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 P140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파엘 2022-01-07 0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임현정님이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독자들과 대화하기도 하세요.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즉흥적으로 관련 곡을 연주해주기도 하시고요 ㅎㅎ

bookholic 2022-01-07 18:38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영상을 찾아서 보도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유니와책친구들 2022-01-07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아빠에게 이런 편지를 받는 자녀분들운 넘 행복할 것 같아요!

bookholic 2022-01-07 18:3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몇분께는 말씀드렸는데, 아이들이 이 편지의 존재를 아직 모릅니다 ㅎㅎ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mini74 2022-02-10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토벤의 보은인가요 ㅎㅎ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2-12 05:04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오늘은 베토벤의 고마움을 느끼며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봐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2-02-10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번달도 당선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02-12 05:05   좋아요 2 | URL
네, 고맙습니다~~~
늘 변변치 않은 글에 ˝좋아요˝ 버튼 눌러주신 덕입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이번주말도 책과 함께~~

이하라 2022-02-10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2-12 05:05   좋아요 1 | URL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서니데이 2022-02-10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2-02-12 05:0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scott 2022-02-10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북홀릭님에게 임현정님이 진짜로 선물을 주셨네요!
아들과 딸에게 비밀로 😊

bookholic 2022-02-12 05:09   좋아요 2 | URL
ㅎㅎ 그렇게 되었네요..
책 읽을 때 책 제목도 유심히 봐야겠어요~~
임현정 님 SNS에 가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겠어요...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러블리땡 2022-02-11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 즐거운 주말 되세요 ^^

bookholic 2022-02-12 05:13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 님, 고맙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2-11 0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2-12 05:14   좋아요 1 | URL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따뜻하고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강나루 2022-02-11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해요^^

bookholic 2022-02-12 05:16   좋아요 2 | URL
강나루 님,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thkang1001 2022-02-12 0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천 개의 파랑>의 작가, 천선란 님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예약 판매까지 해서 구입했단다. <천 개의 파랑> SF지만 따듯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나인> SF지만 따뜻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어. 아빠의 취향으로 봤을 때 <나인>이 더 좋았단다.

<나인>이라고 하면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나인>도 생각났단다. 주인공인이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였는데, 아빠가 재미있게 봤거든. 물론 이번에 읽은 <나인>과 드라마 <나인>은 전혀 관련이 없어. 그 드라마보다 저 재미있었어. 언젠가는 이 소설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웹툰으로 재탄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웹툰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 소설들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구나. , 그럼 천선란 님의 <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의 편지는 늘 그렇듯 스포일러를 가득 실려 있는데 이 소설은 더더욱 스포일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것 같구나.


1.

주인공은 나인이라는 17살 고등학생이란다. 부모님은 없고, 이모와 함께 살고 있어. 이모의 이름이 유지라서 유지 이모라고 불렀고, 줄여서 지모라고 불렀단다. 지모는 브로멜리아드라는 화원을 하는데, 일반적인 화원이 아니고 희귀한 식물들을 주로 판매하는 화원이었어. 나인과 지모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은 선연시라는 곳인데,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도시란다. 선연시 주변에는 선연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이 또한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산. 나인의 절친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의 이름은 미래, 나머지 한 명의 이름은 현재였단다. 과거라는 친구는 없었어ㅎ 미래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미래의 엄마는 경찰이었고, 애인이 요한이라고 하는 여자였단다. 자신이 성소수자인줄 모르고 살았다가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만난 케이스.

나인은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녔는데, 태권도도 수준급이었단다. 나인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2 년 전에 실종한 박원우라는 선배가 있었단다. 사건은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되었지만, 박원우의 아버지는 몇 년 째 계속 전단지를 나눠주고 붙이면서, 아들을 찾고 있었단다. 이런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단다.


2.

그런데 최근 나인은 자주 환청이 들이는 경험을 하게 된단다. 뜻 모를 말들이 계속 들려왔어. 어느날 해승택이라는 동갑내기 학생이 나타냈어. 그러면서 나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너는 식물이야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최근에 들리는 환청은 환청이 아니라 식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단다. 말 같지도 않아서 떠 넘겼다가 그 이야기를 지모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지모는 어렸을 때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 말이 맞다고 했어. 흙에서 태어나서 사진 속 흙이 묻은 어린 아기가 나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지모 자신도 식물이라고 했단다.

며칠 뒤 해승택이 다시 나타나 나인의 정체에 대해 설명해주었어. 나인은 누브족이라고는 외계인이라고 했어. 해승택 자신도 나인과 마찬가지로 누브족이라고 했단다. 누브족은 어느 나이가 되면 손끝에서 새싹이 돋아나는데 그것을 심으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거야. 열을 심으면 보통 두셋은 자란다고 하는데나인과 해승택이 태어난 이후로는 지구상에서 더 이상 태어난 누브족이 없다고 했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이 변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 같아. 그래서 누브족들은 또 다시 그들이 살아가야 할 행성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 나인은 지모의 손톱에서 자란 새싹에서 태어난 아이였어.

나인은 승택과 함께 선연산에 가서 나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중에 한 불쌍한 나무. 일제 시대 일본 경찰에 쫓겨 총맞고 선연산에서 죽었는데 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금옥이라고 하는 나무야. 자신이 사람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2년 전에 나무가 되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단다. 네 남학생들이 선연산에 왔다고 했어. 그 중 한 명은 박원우라는 학생이고, 또 한 명은 권도현이라는 학생이었어. 그리고 박원우가 지금 이 곳에 묻혀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실종된 줄 알고 있던 박원우 선배는 사실 이곳에서 죽은 다음 묻혀 있는 것이야. 그 죽음에는 권도현이라는 선배와 연루가 되어 있고 말이야.

이런 진실을 알게 된 나인. 하지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랐단다. 경찰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무작정 경찰서에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단다. 나무가 그러더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야.

나인은 직접 권도현을 찾아갔어. 그리고 박원우 이야기를 꺼내자, 권도현은 당황하며 나인을 멱살을 잡고 때리려고 했어. 그때 현재가 와서 위기를 모면하게 했단다. 이로써 권도현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단다. 권도현 선배는 고3인데, 큰아버지가 학교의 이사장이고 아버지는 선연시 대형 교회의 목사이고, 어머니는 잘 나가는 종합학원 원장님이었단다. 그러니까 엄청 잘 사는 집의 둘째 아들이었던 거야. 그러나 박원우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는 최근에 심신이 많이 약해져서 헛것도 자주 보고, 코피도 자주 흘리고 그랬어. 뜻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죽였고 그것도 친했던 친구를 죽였고, 그 죄를 숨기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니. 박원우 사건은 권도현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알고 계신데 그 일을 숨기려고 공권력에 뇌물을 주는 등 별의 별일을 다 했단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들의 죄를 숨기기 보다는 모두 자신들의 명예와 부가 무너질까 봐 그랬던 거야.

원래 권도현과 박원우는 태권도 도장을 함께 다니는 엄청 친한 친구였단다. 그러다가 도현이 태권도 도장을 그만 두고 학원에 다니면서 멀어졌고, 그리고 도현의 엄마가 가난한 원우와 만나지 못하게 했단다. 그리고 원우가 진지하게 외계인을 봤다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면서, 친구들은 고등학생이나 되었으면서 외계인이야기나 하고 다닌다며 왕따를 시키기도 했어. 도현도 새로 사귄 나쁜 친구 송우준, 김민호와 어울리면서 원우를 멀리하게 되었어. 박원우가 죽은 날 함께 있었던 나머지 두 친구도 바로 송우준과 김민호였고,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권도현의 아버지는 엄청난 돈을 써야 했단다.


3.

나인과 승택은 금옥 나무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도현이 저지른 범죄를 알릴 수 있을까?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면서 말이야.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것도 미래와 현재가 아무리 친해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고, 박원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자연히 미래와 현재와도 사이가 멀어졌어. 미래와 현재도 무슨 일인지 최근에 사이가 안 좋아 보였어. 미래는 나인이 엄마가 일하는 경찰서에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인에게 화해를 하려고 갔다가 나인이 태권도 도장 선배인 석구에게 박원우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어. 석구는 도현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형이었는데, 도현의 이야기를 하니 참았던 울음보가 터졌단다. 석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도현과 원우가 엄청 친했기 때문에 도현이 원우를 죽였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나인은 산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승택과 함께 자주 선연산에 갔단다. 그러다가 다른 누브족이 갖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나인은 산의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정신을 집중하면, 나인의 에너지가 파란 빛의 에너지가 발산하여 식물들의 키가 순간적으로 자랐어. 갑작스러운 식물들의 성장을 캐시 위한 방송국 차들이 선연산으로 몰려 들기도 했단다.

미래가 나인과 석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에게 박원우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어. 미래의 엄마 경혜는 2년 전 박원우 사건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감쪽같이 다 사라진 거야. 담당 경찰한테 물어보니 팀장이 다 가져갔다는 거야. 권도현의 아버지의 돈줄이 여기까지 미쳐 있구나. 돈으로 다 막아 둔 것인데, 나인은 다시 곡괭이로 파헤치려고 하는 것이었어.

….

나인과 승택은 다시 선연산에 가서 이야기를 듣게 된단다. 이번에는 2년전에 있었던 상세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돼. 권도현은 송우준, 김민호와 함께 술을 먹고 나서 원우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라고 했어. 원우는 그 자리에 왔고, 그들은 함께 산에 갔어. 도현은 원우가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한편, 원우가 외계인이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제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원우와 다시 친해지려고 했지만, 둘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홧김에 원우를 밀쳤는데 그곳에 벼랑이 있어서 그만 원우가 떨어지고 말았단다. 겁에 질린 도현이 부모님께 연락을 하고, 부모님이 와서 원우를 땅 속에 매장한 것이란다. 그런데 나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벼랑에 떨어지긴 했지만, 원우가 생존에 있다는 것이었어.

정신을 한데 모아 집중하며 듣던 나인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파란빛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변의 식물을 또 크게 만들었단다. 이때 미래와 현재가 나인을 찾기 위해 선연산으로 오는 도중에 선연산에서 순간적으로 파랗게 빛을 보았단다. 그리고 선연산에서 미래와 현재는 나인을 보았단다. 나인과 승택은 더 이상 정체를 숨기지 않고, 미래와 현재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했단다.

이후 이야기는 나인, 미래, 현재, 승택이 잘 작전을 짜서, 권도현이 고백을 하도록 하고, 모든 진실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죄를 지은 자들은 벌을 받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게 된단다.


4.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좋은 문구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란다. 지은이 천선란 님은 어떻게 그런 문장들을 만들어낼까? 아래 같은 글은 연륜이 묻어나는 글처럼 보이는데, 젊은 작가의 펜에서 나왔다는 것이 대단하시구나.

======================

(27)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

그 밖에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Jiny가 이 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책의 내용도 재미있고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니, 먼저 읽어봐도 되냐고 물어보더구나. 그래, 한번 읽어보라고 했는데, 이 책에 푹 빠지셔서 이틀 만에 뚝딱 읽고 역대급으로 재미있다는 감상평을 하셨지. 그러면서 아빠가 읽은 책 중에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이 또 없냐고 물어봤지... 너희들보고 언제나 천천히 자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쑥쑥 금방 자라니 이렇게 책을 함께 읽는 행복도 금방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천선란 님의 작품은 아빠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예전에 출간한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그런데 진짜 지구인들 사이에서 지구인과 똑 같은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외계인들이 있는 거 아냐?


PS:

책의 첫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어요.


감정에 가라앉는 건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고, 무언가에 슬픔을 느꼈다면 그 슬픔을 다시 느끼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테면 현재가 울 때마다 미래는 현재를 울게 만든 원인을 찾아 없애는 식이었다. 놀리는 애가 있으면 찾아내 혼내거나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시험을 망쳤을 때는 울어 봤자 성적이 바뀌지 않으니 그 시간에 차라리 영어 단어나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말했다. 몇몇 친구는 그런 미래의 화법을 불쾌하게 여기거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나인과 현재는 그런 미래를 좋아했다. - P49

찰나의 표정이란 감정을 가장 진솔하게 비추는 호수의 수면 같은 것이다. 조그만 충격에도 금방 흩어지고 만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한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마법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원망할 수가 없다. 미워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안쓰럽다는 걸, 불쌍하다는 걸, 가엾다는 걸, 애잔하다는 걸. 때때로 어떤 이들의 표정은 파도같이 잔잔하게 밀려오다 부서지고 흩어진다. - P112

살아간다는 건, 적응한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건, 버텨야 한다는 건, 존속한다는 건, 그러니까 끈질기게 존재한다는 건, 세계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무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한다는 건 지킨다는 것이고 동시에 버린다는 것이다. 지켜야 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버려야 하는 건 존재했던 모두다. - P189

그렇게 어떤 일은, 죽음은, 억울함은, 호소는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 세상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걸, 그렇게 사라지지도 분해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는 걸 미래는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걸 알아가는 게 살아가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도 알게 됐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건 온몸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 - P376

이 꽃이 처음 싹을 틔웠을 때는 이 세상이 지구였는지도 몰랐을 거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있는 힘껏 세상 밖으로 나와 봤겠지. 물을 머금지 못하는 흙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선과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시련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다른 씨앗들처럼 일찍이 삶을 포기했을 텐데, 땅에 있을 때부터 나인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밖에 하지 못해 기어코 세상에 나왔다. 그렇지만 나인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 행성이 자신의 행성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외롭지 않다.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땅속으로 기어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 P4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마지막 권이구나. 지은이 콜린 매컬로는 6부에서 끝내기로 했는데, 팬들의 요청으로 7부까지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잖아. 7부를 읽고 났더니, 팬들이 잘 한 것 같구나. 왜냐하면,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되면서 끝나는 7부의 끝맺음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알맞은 끝맺음인 듯했어. 6부에서 끝났다면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텐데 말이야.

, 그럼 제 7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권은 기원전 32년부터 27년까지의 이야기란다.

이제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내전은 불가피해 보였어.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내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단다. 내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또 내전을 한다면 로마 시민들의 여론도 안 좋아질 거야. 그리고 여전히 안토니우스의 측근들이 로마 원로원에 다시 포진하고 있었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권에서 안토니우스가 동방에서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서 공개되었음에도 말이야. 그들 중 일부는 로마를 떠나 안토니우스가 머물고 있는 동방으로 이사를 갔단다. 마치 예전의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비슷한 관계가 되어 갔어. 그 때도 카이사르 진영은 로마에 있었고, 폼페이우스와 원로원들은 동방에 머무르고 있었잖아.

옥타비아누스는 이번 전쟁을 내전이 아닌 국제전이라는 여론을 만들었단다. 그러니까 옥타비아누스 대 안토니우스가 아닌, 옥타비아누스 대 클레오파트라의 전쟁, 즉 로마와 이집트 간의 국제 전쟁 구도로 몰고 갔어. 이집트가 엄연한 로마의 땅들을 빼앗았으니 말이야.

=====================

(45)

오늘 아침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저는 현상황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임은 클레오파트라에게 있습니다. 그 여자, 오로지 그 여자 탓입니다! 꾸준히 서쪽으로 진군한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지, 그 여자의 꼭두각시요 인형인 안토니우스가 아닙니다. 그가 추는 춤은 이집트의 춤입니다. 저나 로마나 무슨 짓을 했다고 육군과 해군의 위협을 받아야 합니까? 로마와 저는 우리의 의무를 다했을 뿐, 동방에 있는 안토니우스를 위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서방을 위협할까요? 정답은,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란 겁니다! 그가 아니라 클레오파트라입니다!”

=====================

그러던 와중에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가 로마를 배신했다는 증거가 그의 유언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원래 다른 이의 유언을 보는 것은 불법이었어. 하지만, 안토니우스를 완벽한 적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그 유언을 빼와야 했단다. 아내 드루실라의 도움으로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의 유언을 얻어낼 수 있었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불법이긴 했지만 말이야.

안토니우스의 유언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로마의 영토와 권한은 모두 이집트 클레오파트라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어. 이젠 이를 막기 위해서는 클레오파트라와 전쟁을 해야 했단다. 로마 시민들도 동의를 해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거야.


1.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어. 안토니우스가 옛 모습을 되찾기만 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어. 안토니우스에게 전쟁 물자를 제공하기로 전쟁 준비에 돌입했어. 클레오파트라는 자신도 전쟁에 참여하고, 특히 작전 회의에 참가하겠다고 했는데, 안토니우스의 부하들이 외국 사람이고 더욱이 여자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단다. 그나마 카니리우스란 사람만이 긍정적으로 생각했단다. 하지만 돈줄을 대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주장을 계속 무시할 수 없었어. 결국 클레오파트라는 전쟁에서 참여하게 되었어. 전쟁에 참여한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장수들과 계속된 의견 충돌을 보였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직접 군함을 이끌고 이집트로 행했어. 이번에는 아그리파가 총 지휘를 했어. 하늘도 옥타비아누스를 도왔는지, 파도와 바람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치고 불었단다. 악티온이라는 곳에서 해상 전투. 아빠는 악티움 해전이라고 기억하는데, 이 책에서는 악티온이라고 하는구나. 외국어 표기이다 보니 다르게 쓰긴 했지만 같은 거란다.

이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 측은 대승을 거두게 된단다. 어쩌면 이미 전투의 승리를 결정되어 있을 수도 있어. 로마군은 옥타비아누스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안토니우스 군은 내부 갈등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야. 전투에서 밀리게 되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몰래 몇몇 군단만 이끌고 이집트로 도망갔단다. 아직 전쟁이 한창인데 말이야. 악티온에서 전투는 옥타비아누스의 로마군의 대승이었단다.

이제 이집트로 진군을 해야 옳겠지만, 이탈리아에서 레피두스의 반란 소식이 전해졌단다. 2차 삼두연합의 한 사람이었던 레피두스가 반란을 일으켰는데, 이미 시칠리아에서도 한번 배신을 했던 기억이 있어 그리 놀랄 일은 아니구나. 아무튼 레피두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로마로 돌아온 옥타비아누스. 그런데 괜히 왔구나. 이미 마이케나스가 진압해 버렸어 ㅎㅎ. 옥타비아누스의 주변에는 믿음직스러운 능력자들이 있어서 그가 더욱 세력 확장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제 다시 옥타비아누스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이집트로 진군하였단다.


2.

한편 이집트로 돌아온 안토니우스는 전쟁의 패배에 상실감이 컸어. 지은이는 안토니우스가 전쟁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뽑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너무 낙관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쟁 준비보다 클레오파트라에 올인했다는 점이라고 하더구나.

=====================

(85)

한마디로 말해 안토니우스는 개별 전투를 지휘할 수 있는 있어도 전체 군사작전을 지휘하지는 못했다. 모든 게 잘되리라 여기는 그의 낙천적인 믿음은 끊임없이 등한시되는 병참과 보급품 문제에만 이르면 그를 저버렸다. 게다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만족시키는 데 골몰한 나머지 장비와 물자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비위를 맞추느라 온 힘을 써버린 탓이었다. 그의 참모진에게는 이것이 약점 같아 보였지만, 안토니우스의 진짜 약점은 그가 클레오파트라를 죽이고 그녀의 군자금을 몰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향한 애정과 그의 정정당당한 승부 정신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

안토니우스는 이집트에 와서 작은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은둔 생활을 했어. 얼마 후 클레오파트라의 설득도 있고, 안토니우스도 마냥 은둔 생활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옥타비아누스의 진군에 대비해야겠지.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 전쟁의 패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했어.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카이사리온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단다. 성인이 되니 카이사리온은 더욱 카이사르와 똑 닮았단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위험이 되었어. 왜냐하면 그가 로마에 나타나면 로마 시민들은 카이사르가 환생했다면서 진정한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나타났다면 그를 떠받들 것이고, 그러면 옥타비아누스가 위축이 될 것이니 말이야. 옥타비아누스가 그를 발견하면 바로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리온은 인도로 보냈단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의 실수는 카이사리온에게 카리아시온의 외모가 카이사리온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게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은 점이란다.

카이사리온은 자신이 충분히 옥타비아누스와 협상을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카이사리온은 인도로 가는 도중, 옥타비아누스가 머물고 있는 진지로 찾아갔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리온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어. 아버지 카이사르를 너무 닮아서 말이야. 그리고 그가 살아 있으면 자신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어. 그렇다고 바로 죽인 것은 아니고, 카이사리온에게 카이사리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단다. 그제서야 카이사리온은 자신의 외모가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 깨달았어. 하지만 적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단다. 남자답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카이사리온은 자신의 엄마 클레오파트라의 목숨만은 살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고 말았어.

안토니우스는 전쟁의 패배를 확신하고 자살을 했어. 하지만 칼을 심장에 제대로 꽂지 못하고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했단다. 그로 인해 클레오파트라와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은 있었지. 드디어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한 옥타비아누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만났어. 잔인하게도 카이사리온의 죽음 소식을 알려주었지.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에 처분에 대해서 고민을 했단다. 클레오파트라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고 자신의 대한 평판이 안 좋아질 것 같았고, 자살을 강요하는 것도 여론은 좋지 않을 것 같았어.

모든 것을 포기한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단다. 신하에게 무화과 과일 바구니 심부름을 시킨 클레오파트라. 그 안에는 코브라가 함께 배달되어 왔단다. 그리고 그 코브라가 자신을 물도록 했단다. 자살이긴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코브라에 물려 죽은 사고사처럼 보였던 것이지.

이렇게 이집트마저 평정한 옥타비아누스는 양아버지 카이사르도 못한 이집트까지의 점령이었어. 드디어 카이사르 사후 후계자로 임명된 옥타비아누스의 긴 여정이 끝이 났단다. 카이사르가 죽은 건 기원전 44년이었고,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까지 정리한 것은 기원전 30년이니까 약 14년간의 긴 여정이었던 것이지. 허약했던 십대 소년이 30대 젊은 위대한 로마의 일인자가 된 순간이었어. 로마로 입성한 옥타비아누스. 이젠 모든 것을 이룬 그는 집정관에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원로원들의 반대가 이뤄졌단다.

=====================

(250)

옥타비아누스는 서른다섯 살로 일곱번째 집정관을 지내고 있던 1월의 열세번째 날 원로원을 소집했다. “이제 제 모든 권한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 그는 말했다. “위험은 지나갔습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그 불쌍한 얼간이가 죽은 지도 2년 밤이 지났고 그를 추악하게 타락시켰던 짐승들의 여왕도 그와 함께 죽었습니다. 그 시기 이후의 소소한 공포와 일시적인 두려움도 모두 사그라졌으며, 그것은 로마의 힘과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로마의 충실한 수호자였고 로마의 지칠 줄 모르는 투사였습니다. 그러므로 원로원 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모든 속주를 포기하겠습니다. 곡물이 나는 섬들, 히스파니아, 갈리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아시아 속주, 아프리카, 키레나이카, 비티니아, 시리라 등입니다. 이 속주들을 로마 원로원과 인민의 손에 넘기겠습니다. 제가 유지하고 싶은 것은 저의 존엄, 그에 수반되는 전직 집정관이자 여러분의 원로원 최고참 의원으로서의 자격, 그리고 명예 호민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지위가 전부입니다.

=====================

옥타비아누스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에게는 집정관보다 더 높은 자리를 원했던 것이겠지. 원로원도 그 사실을 알고 그걸 막기 위해 집정관에 계속 머물러 달라고 했을 수도. 노련한 정치인들 같으니옥타비아누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호칭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어. 그런 중에 마이케나스가 의견을 하나 주었단다.

아우구스투스. 높은 자들 중에 가장 높은 자, 영예로운 자들 중에 가장 영예로운 자, 위대한 자들 중에 가능 위대한 자. 그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옥타비아누스는 이제 아우구스투스가 되었단다. 소설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단다.

….

소설 밖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아우구스투스가 오랜 로마 공화정의 시대를 끝내고, 제정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란다. 기원전 27년 그는 로마의 첫 번째 황제가 되어 그가 죽는 서기 14년까지 황제로 재임했단다. 그 이후 로마가 멸망할 때까지 로마는 제정을 유지했고 말이야.

...

이렇게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다 읽었구나. 아빠는 이제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완독한 사람이란다. ㅎㅎ 아빠가 이 책의 내용을 금방 까먹겠지만, 읽는 동안은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고대 로마에 대한 책들은 너무나 많아서 읽을 거리도 많겠지만, 소설로 흥미롭게 잘 이야기해주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지은이 콜린 매컬로님께 경의를 표하면서 오늘 편지를 마칠게.

언젠가는 너희들도 한번 로마의 재미에 빠져보기를


PS:

책의 첫 문장: “당신 법안은 여전히 비준을 받지 못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아우구스투스다. 유일무이한 아우구스투스.





"로마인들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 민족이 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신격화했는지 말해주겠소. 그건 정말이지 로마인답지 않은 행동이거든.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소! 휘하 병사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다는 장군들은 많았지만, 로마와 이탈리아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밖에 없소. 그분은 포룸 로마눔을 걸을 때, 로마나 다른 이탈리아의 도시의 뒷골목과 빈 민가를 걸을 때 마주치는 사람 모두를 동등하게 대했소.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그들의 소소한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주려 애썼소. 수부자 지구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최하층민 무리 속에 있을 때면 그들의 일원처럼 행동했소. 그들의 은어를 사용하고 그곳 여자들과 잠자리를 했으며 그들의 냄새나는 아기들에게 입맞추고 그들의 힘든 처지에 공감하여 울기도 다반사였소. - P197

그러다 저 교만하고 지독한 속물들과 돈밖에 모르는 자들이 그를 살해했으니, 로마와 이탈리아 인민들은 그를 잃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거요. 바로 그들이 그를 신으로 만들었소, 원로원이 아니라! 실상 원로원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주도하에! – 어떻게든 카이사르 숭배를 진압하려 했지. 그래봤자 소용없었소. 그의 피호민이 군대였기에 나는 그분의 재산과 함께 군대도 상속받았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2-29 0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 완독 ! 추카 합니다!!
이제 저 책 탑들 아들과 딸이 물려 받을 탑!
⸜( ◜࿁◝ )⸝︎︎‎

bookholic 2021-12-29 07:28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책 탑은 잘 물려주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1-12-29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탑 멋집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30 01:1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책 탑은 언제나 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