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뉴욕에 살고 있는 한 가난한 작가. 런던에 있는 한 헌책방. 둘 사이에 20년 동안 편지로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 요즘 세상에는 생각할 수 없는 낭만적인 일이로구나. 우편 메일이나 전화로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우리는 누릴 수 없는 낭만

그런 낭만적인 경험을 했던 작가 할렌 한프라는 분이 런던에 있는 채링크로스 84번지 마크스 서점과 주고 받은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채링크로스 84번지>라는 책이란다. 요즘 아빠가 읽는 책 중에 대부분이 알라딘 인터넷서점의 북플이라는 어플에서 알게 된 책들인데, 이 책도 북플에서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보고 읽게 되었단다. 이 책의 제목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무척 유명한 책인 것 같더구나. 누구나 이런 낭만적인 경험을 꿈꾸게 마련인데, 그런 경험을 이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이 책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나 보구나. 이 책을 원작으로 해서 오래 전에 영화도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1.

이 책은 1949년부터 1969년 사이에 주고 받은 편지들로 되어 있단다. 지은이 할렌 한프는 나중에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지만, 1949년 당시에는 큰 꿈을 갖고 사는 가난한 작가였단다. 가난하지만 자신이 책에 대해서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었어. 우연히 잡지 책에 실려 있린 런던에 있는 마크스 서점에 절판된 책을 살 수 있는지 물어보는 편지를 보내게 된단다. 그 당시에만 해도 뉴욕에서 대서양 너머 런던까지 편지를 보내면, 한두 주는 걸렸단다. 메일로 바로 주고 받는 요즘 시대에는 그 느림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당연한 시절이라서 회신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었을 거야.

할렌의 편지에 정성스러운 답변과 할렌이 구하려는 책이 같이 왔단다. 할렌은 책값을 우편으로 다시 보내고, 다음 원하는 책을 또 요청하고이렇게 시작한 할렌과 마크스 서점의 편지는 책뿐만 아니라 서로의 일상과 사랑을 주고 받게 된단다. 처음에는 마크스 서점의 대표인 프랑크 도엘과 주고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나중에는 마크스 서점에 있는 다른 직원들과 프랑크 도엘의 아내 등 가족들과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은 점점 커져갔단다.

1950년대만 해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영국에서는 생필품을 배급제로 나눠 주던 시기라서 늘 부족했단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할렌 호프는 생필품들을 보내주기도 한단다. 그렇게 우정을 쌓는 이들은 서로 만나고 싶은 것은 당연할 거야. 영국의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할렌 호프에게 런던으로 여행해 와달라고 하고, 할렌 호프도 여행 계획까지 잡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번번히 가지 못했단다. 그 당시만 해도 비행기로 여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20년 가까이 우정을 쌓던 그들을 갈라 놓은 것은 다름 아닌 그 길게 쌓은 시간이었단다. 20년이란 세월은 그들을 나이 들게 하고, 그들에게 건강을 해치게 하였단다. 1968년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프랭크 도엘이 맹장 수술을 받다가 그만 죽고 말았단다. 이 낭만적인 우정이 슬픈 이별로 끝이 나는구나. 실제로 만나지도 못하고 말이야. 이 책에서는 1969년까지의 편지들만 엮어 있지만, 그 이후에도 남은 사람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을까 싶구나.

….

지은이 할렌 한프는 책을 무척 사랑하기도 하지만, 과감하게 책을 정리도 잘 하더구나. 과감하게 책을 정리하는 방법은 버리는 것인데, 봄마다 책을 그렇게 정리한대아무리 재미없게 읽은 책도 잘 버리지 못하는 아빠와는 사뭇 다른지저분하게 방바닥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면, 할렌 한프의 책정리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욕심 많은 아빠는 쉽지 않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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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저는 봄마다 책을 정리해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못 입는 옷을 버리듯이 내버려요. 모두들 큰 충격을 받지요. 제 친구들은 책이라면 별나게 구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친구들은 베스트셀러는 뭐든 다 가져다가 최대한 한 빠른 속도로 끝내버려요. 건너뛰는 데가 많을 거다, 하는 게 생각이죠. 그러고는 뭐든 두 번 다시 읽지 않으니 1년쯤 지나면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러는 사람들이 정작 제가 책 한 권 쓰레기통에 던지거나 누구한테 주는 걸 보면 펄펄 뛰는 거예요. 그 친구들 주장은 이래요. 책을 사면 읽고서 책꽂이에 꽂아둬. 평생 다시 펼쳐보는 일이 없을지언정 내버리면 안 돼! 양장 제본한 책이라면 더욱더! 왜 안된다는 거죠? 저 개인적으로는 나쁜 책보다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없다. 이런 생각이에요. 아니, 그냥 범용한 수준의 책이라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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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토요문학평론지에 실린 귀하의 광고를 보니 절판 서적을 전문으로 다룬다고 하셨더군요.

책의 끝 문장: 답장 고대할게요.


오, 저런, 월턴의 생애, 진심으로 축복을 기원합니다. 1840년에 출판된 책이 100년 넘게 이렇게 완벽한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마구리를 거칠게 재단한, 너무나 아름답고 감미로운 책이에요. 1841년에 이 책에다 이름을 남긴 윌리엄 T. 고던이 너무나 애처로워요. 얼마나 많은 싸구려 후손을 거쳐왔겠어요. 어쩌다가 당신한테 거저 팔리기까지 말이에요. 세상에, 그 책이 거쳐온 그들의 서재들을 맨발로 달려보고 싶네요. - P77

마침내 제가 (소설을 싫어하는 이 제가) 제인 오스틴에 착수하여 오만과 편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소식에 즐거워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제 책으로 구해주실 때까지 도서관에 돌려주지 않으렵니다. - P83

기꺼이 브루클린 다저스를 응원하지요. 그 보답으로 스퍼스(문외한한테는 토튼햄 핫스퍼스 풋볼 클럽이죠)에 응원을 보태준다면 말입니다. 현재 리그에서 꼴찌 다음가는 팀입니다. 하지만 시즌은 다음 4월까지니까 이 궁지에서 빠져 나올 시간을 충분하다고 봐야겠죠. - P101

때때로 제가 당신을 아주 질투했다는 얘기도 이젠 할 수 있겠네요. 프랭크는 당신 편지를 정말 좋아했고, 당신 편지들은 어딘가 그이의 유머 감각과 아주 닮았거든요. 그이는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저는 언제가 자기 권리를 위해 맞서는 아일랜드 사람이었어요. 그이가 너무나 그리워요. 하루하루가 참 즐거웠거든요. 그이는 늘 책에 관한 것을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려고 애썼지요. 제 아이들은 멋진 숙녀가 되었고, 이런 점에서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아마도 저처럼 홀로된 사람들은 너무나 많이 있겠죠? 횡설수설을 용서하세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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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2-13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저도 여러분들의 리뷰를 봤었는데 북홀릭님 리뷰가 진짜 이 책을 읽고싶어지게 만드네요. ^^

bookholic 2022-02-14 00:09   좋아요 1 | URL
독서편지가 밀려서 오타 체크도 제대로 안하고 급히 썼는데,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 늘 즐거운 일만 함께 하시기를...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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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콜슨 화이트헤드라는 작가의 <니클의 소년들>이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콜슨 화이트헤드라는 작가는 아빠는 처음 보는 작가인데, 예전에 퓰리처 상 등 많은 상을 받은 미국의 작가라고 하는구나. 이번에 읽은 <니클의 소년들>은 그의 두 번째 퓰리처 상 수상작이라고 하는구나.

<니클의 소년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했어.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종 차별이 심한 나라이고, 그것이 오랫동안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단다. 그런 사건 중에 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니클의 소년들>이라는 소설이란다.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하지만, 아직도 심심치 않게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퓰리처 상에 선정된 것도 이런 사회문제를 담고 있어서 선정된 것이 아닐까 싶구나. 이 책이 퓰리처 상을 받은 것이 2020년인데, 2020년에도 이런 인종 차별이라는 주제가 공감 가는 주제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구나.


1.

소설은 니클 캠퍼스 공터의 땅속에서 수십 수의 시신과 유골들이 발견되면서 소설이 시작한단다. 니클 캠퍼스는 어떤 곳이길래, 그리고 그곳에 왜 의문의 유골들과 시신들이 수십 개나 묻혀 있는지그 이야기를 해볼게.

1960년대의 미국은 인종 차별이 정말 심한 시기였단다. 유색 인종들은 놀이공원, 극장도 가지 못하던 시절이었어. 엘우드라는 소년이 주인공인데, 엘우드는 유색인종이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단다. 부모님은 오래 전에 집을 떠나고 없었어.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으니, 집안 사정이야 뻔하겠지. 니클의 할머니는 호텔 주방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근근이 이어갔어. 엘우드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착한 아이였단다. 우연히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이 담긴 레코드 판을 얻게 된 이후, 그 내용을 엄청 많이 듣고 감명을 받았어. 그런 영향인지 엘우드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인권운동 시위에도 참가했단다.

공부를 꾸준히 잘했던 엘우드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흑인들도 갈 수 있는 대학에 가기로 했단다. 대학으로 처음 가는 날, 대학까지 가는 차를 얻어 타게 되었는데, 하필 그 차는 훔친 차였단다. 그러니까 엘우드에게 차를 태워준 사람이 그 차를 훔쳐서 운전하고 있었던 거야. 엘우드는 차 훔친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그 차에 함께 타고 있었다는 이유로 차량절도범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어. 그래서 대학이 아닌 소년감화원 니클에 가게 되었단다. 이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니클은 앞서 니클 캠퍼스라고도 불렀는데,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범죄를 저지른 어린 소년들을 교육시키는 소년감화원이었던 거야. 니클에 비록 왔지만, 엘우드는 좌절하지 않고,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이곳을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다시 가길 꿈꾸었단다.

어느날 니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을 도우려다가 한 대 얻어맞았는데, 그것이 감독관에게 걸려서 쌍방간 싸움으로 몰려 벌을 받게 되었단다. 계속된 억울함. 그런데 그 벌이라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구나. 정신을 잃을 때까지 채찍질 당하는 것이었어. 니클 내에서는 그 벌 받는 곳을 화이트하우스라고 불렀단다. 화이트하우스에서 벌을 받고 나서는, 병동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어. 엘우드는 그런 억울함에 화가 날 법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인내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려고 했단다. 봉사활동도 하고, 혼자 독학으로 공부도 꾸준히 했어. 그렇다고 해서 니클에서 지내는 기간이 줄어들 것처럼 보이지 않았단다.

니클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었단다. 보육 기간을 마치는 것. 법원의 판결이 바뀌어 나가는 것. 죽은 것그런데 이 죽는 것이란 것이 자연사가 아니고, 체벌과 가혹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문제란다. 그리고 그렇게 죽고 나면 외부에는 진실을 숨긴 채, 도망가버렸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리프라는 아이가 있었단다. 그리프 또한 니클에 들어온 흑인 소년이었어. 니클에서 열린 공식 복싱 경기에 참석을 한 그리프는 누가 보나 우승후보였단다. 복싱 경기를 두고 니클의 감독관들은 돈을 걸기도 했나 봐. 아무래도 그리프에게 가장 많은 돈이 몰려 있겠지. 한 백인 감독관이 그리프에게 다가와 몰래 승부조작을 하라고 명령했단다. 일부러 지라는 것이었지. 그런데 경기를 하다 보니 승부욕에 앞섰던 그리프는 우승을 하고 말았단다. 그 시합 이후 그리프는 화이트하우스에 끌려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클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도망치는 것이었어.


2.

소설 중간중간에 먼 미래의 엘우드의 모습이 나온단다. 니클을 떠나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 번듯한 사업가가 된 엘우드.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도 니클의 옛 기억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였어.

….

다시 니클에서 생활을 이야기해볼게. 엘우드는 니클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그 중에 가장 친한 친구는 잭 터너였단다. 둘은 서로 의지하면서 힘든 니클 생활을 버텨 나갔단다. .어느날 니클에 감사가 오기로 되어 있었어. 니클의 소년들은 모두 이 감사를 위해 준비를 했단다. 이곳 저곳을 광내고 청소하고 그랬어. 엘우드는 이번이 찬스라고 생각했단다. 니클의 실상과 불법 행위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기회 말이야. 그래서 그 내용을 쪽지에 적었고, 엘우드는 그걸 감사온 사람에게 주려고 했어. 이 계획을 들은 터너는 반대했단다. 그래 봤자 변하는 것은 없을 거라고엘우드는 그 쪽지를 건넬 기회만 계속 보다가 건네지 못하고 고민하고만 있었어. 이 때 터너는 그 쪽지를 대신 전달하겠다면서, 몰래 감사하러 온 사람 중에 한 명의 주머니에 그 쪽지를 넣었단다.

그 일의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엘우드가 두 번째로 화이트하우스에 가게 된 것이었단다. 니클의 감독관이나 감사나 다 한통속이었던 거야. 화이트하우스에 들어간 엘우드는 3주가 지나도록 계속에 있었어. 매일 구타당하고 채찍질 당하고…. 그렇게 3주가 지난 어느날 터너가 찾아왔어. 감독관들이 내일 엘우드를 죽이기로 했다고 말이야. 그러니 더 이상 이곳에 있지 말고 도망가자고니클을 벗어날 수 있는 네 번째 방법도망터니와 엘우드는 극적으로 니클을 탈출해서 도망을 갔단다. 하지만 며칠 뒤 그들은 그들을 뒤쫓는 감독관에게 발각되었어. 다시 도망. 하지만, 얼마 못 가 감독관이 쏜 총으로 그만 엘우드는 죽고 말았단다.

, 뭐라고? 엘우드가 죽었다고요? 이렇게 반문하겠지.. 이미 이전에 수십 년 후 사업가로 변신한 엘우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말이야. 간신히 도망을 간 잭 터너는 나중에 이름을 엘우드로 바꾸고 엘우드로 살아갔단다. 엘우드라는 이름으로 평생 부끄럽지 않은 살을 살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살아왔던 거야.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여전히 그를 후회로 빠뜨리는 것은바로 엘우드의 그 쪽지를 그냥 버렸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 점이란다. 그랬다면 엘우드가 화이트하우스에서 고생하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을 텐데, 하면서 말이야. 사업자로 존경 받는 사람이 되었지만, 평생 트라우마로 그를 괴롭히는 것은 수십 년 전 그의 선택이었단다. 하지만 터너도 엘우드를 돕기 위해 용기를 낸 행동이었으니, 너무 탓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의지했던 친구의 죽음이니 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더구나.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참 안타까운 이야기이고, 이런 일들이 불과 몇 십 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구나. 지은이 콜슨 화이트헤드의 첫 번째 퓰리처 수상작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는 작품인데 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책의 끝 문장: 그는 배가 고팠고 이 식당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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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8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가슴 아프게 읽은 ㅠㅠ 북홀릭님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3-08 23:55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즐거운 봄날, 즐거운 독서와 즐거운 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2-03-08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콜슨 화이트헤드는 퓰리처상~ 북홀릭님은 3월의 리뷰상~!!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3-08 23:58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bookholic 2022-03-08 23:5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따뜻한 글도 고맙고요..
즐거운 대선일 되십시오~~^^

이하라 2022-03-08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3-08 23:59   좋아요 2 | URL
이하라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대선일 되시고요....^^

페넬로페 2022-03-09 0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니클의 소년들‘, 읽으면서 저도 많이 힘들고 가슴 아팠어요, ㅠㅠ

bookholic 2022-03-12 00:0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니클의 소년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가슴이 아팠던 것 같아요...

강나루 2022-03-09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오늘 아직 투표하지 않으셨다면, 투표하는 거 아시죠^^

bookholic 2022-03-12 00: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투표는 잘했는데...
결과는 원하지 않게 나와서...
며칠째 암것도 안하다가 댓글이 늦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3-09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3-12 00:02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러블리땡 2022-03-10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03-12 00:03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 님 고맙습니다...
이젠 완연한 봄이 된 거 같아요..
즐거운 봄날 되십시오~~

scott 2022-03-10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축하 합니다
‘니클의 소년들‘ 실화처럼 읽혀저서 더 슬픈 ㅠ.ㅠ

bookholic 2022-03-12 00:05   좋아요 1 | URL
넵, 고맙습니다~~^^
이젠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겠죠?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3-1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감사합니다! bookholic님께서도 즐거운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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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나라 언론과 검찰은 문제가 참 많은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단다. 우선 언론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해. 요즘에는 종이 신문을 많이 보지 않지만, 여전히 포털을 통해서 기사를 접하게 되고, 그 기사들을 읽고 나면 그 기사들이 우리의 머릿속에 녹아 들게 되고 결국 내 생각에 영향을 주게 된단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무척 중요한데, 우리나라 언론은 언론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너무 왜곡된 기사를 써 내고, 아님 말고 식의 확인 안된 기사를 쏟아내게 된단다.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기사나 보도를 볼 때, 그것이 백퍼센트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 명심하고 봐야 한단다.

그리고 검찰이라는 조직도 정말 무서운 조직이란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법을 지키면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검찰은 우리나라 권력 구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단다. 자신들과 대립을 하게 된 정치인들이나 유력 인사가 있다면, 뒷조사를 해서 온갖 의혹을 만들어 낸단다. 그리고 그 검증 안된 의혹들을 언론과 자신들과 호흡이 맞는 정당(지금은 야당)에 그 내용을 흘리면 확대 왜곡되어 포털 1면에 실리게 된단다. 그러면 그것으로 검찰은 다시 수사하고아주 철저하게 말이야. 그래도 쓰러지지 않으면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친구, 지인들까지 모조리 뒤져서 조사한단다. 그렇게 가족, 친척, 친구까지 괴롭힘을 당하면 당사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단다.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일들이란다. 조국 前 법무부 장관님도 그런 일을 경험했다고 하더구나. 검찰의 의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꿋꿋하게 버티셨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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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조선일보> 기자는 내가 치료받은 병원까지 찾아가 무슨 치료였는지 묻고 갔다. 동네 카페와 세탁소 등 상점을 방문해 나와 내가족에 대한 불만이 없는지도 탐문했다. 채널A는 등교하는 아들을 따라붙어 버스에 올라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질문을 퍼부었다. 아파트 인근에 회사명이 붙어 있지 않은 취재 차량을 항상 주차해놓고 가족이 이동하면 추격전을 벌였다. 서울에 오셨다가 부산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모시고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을 계속 쫓아오더니, 어머니가 내리자 어머니를 가로막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친구와 지인을 만나러 나갔다가 쫓아오는 차를 확인하고 돌아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남 장소에서 기다리다가 친구와 지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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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자세히 알지 못해서 알고 있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아무튼 검찰이란 권력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최고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단다. 법이라는 이름 아래, 칼을 휘두르고 있거든. 그것도 자기 입맛에 맞게 말이야. 자기 내부의 잘못이나 검찰의 친한 세력의 잘못은 대충대충 넘겨 버리고 말이야. 일부 양심 있는 내부고발자들에 의해 검찰의 비리를 세상에 공개되기도 하지만, 그러면 그런 이들이 바로 왕따 당하고 검찰 옷을 벗게 되는 것이 현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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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으로 검찰의 민낯을 폭로한 비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출간한 이연주 변호사는 개탄했다.

검사들은 과거 언론 탄압하고, 민간인 사찰하고, 거짓 자백을 강요했던 잘못은 한 번도 되돌아보지 않으면서, 검찰이 휘두른 칼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은 느끼지 않으면서, 검찰 조직 문제에만 기개 있게 덤비고 정의를 내세운다.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비겁한 사람들이다.”

이어 이 변호사는 검찰의 모토를 간명하게 정리했다.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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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 수구 정당은 검찰과 합이 잘 맞아서 검찰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크게 뭐라 하지 않는단다. 그들이 잘못을 하면 오히려 도움도 받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진보 또는 민주 정당의 경우는, 검찰이 이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고 오랫동안 노력을 해왔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검찰 개혁을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시고, 검찰의 칼을 맞으셨단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도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로 검찰 개혁을 하지 못한 것이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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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이랬던 검찰이 지금은 달라졌을까. 나는 항상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탄을 잊지 않으려 했다.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가운데 검찰은 임기 내내 청와대 참모들과 대통령의 친인척들, 후원자와 측근들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추진한 대가로 생각하고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치적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다른 문제였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자 정치적 중립은 물론이요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버렸다. 검경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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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당선되시면서 다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단다. 그 검찰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직책인 법무부 장관. 2019 8, 민정수석을 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님이 법무부 장관 후보에 지명되었단다. 검찰에 있어 조국 법무부 장관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무조건 낙마 시키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당사자, 가족, 친척, 지인들의 먼지 털기 또는 없는 먼지도 만들어내기 작전이를 받아 증폭시켜서 온 세상에 퍼뜨리는 언론들까지 합세. 세상 사람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를 이젠 색안경으로 끼고 보게 된단다.

물론 조국 법무부 장관도 백퍼센트 청렴 결백한 사람은 아니란다. 그렇다고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린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게 된 점은 자신도 반성하셨어. 소위 금수저를 갖고 태어난 강남좌파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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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2019 9 2일 기자간담회에서 토로했다.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습니다. 세상에서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합니까. 강남에 살면 보수여야 합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 제도가 좀더 좋게 바뀌면 좋겠다, 공평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런 고민을 했고 공부했다 해도 실제 흙수저 청년, 흙수저 사람들의 마음을 고통을 제가 얼마나 알겠습니까. 10분의 1도 모를 것입니다. 그것이 제 한계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금수저라 해도, 강남 좌파라 야유받아도 국가권력이 어떻게 바뀌는 게 좋겠다, 정치적 민주화가 어떻게 되면 좋겠다고 고민해왔습니다. 그 점에 대해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해보려고, 그 기회를 달라고 여기에 비난받으며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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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검찰과 언론의 일방적인 공격에 조국 前 법무부 장관님도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할 곳이 필요했어. 언론에서는 잘 받아주지 않으니, 이렇게 책을 통해서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란다. 누군가는 핑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싸움을 하더라도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하니, 조국 前 법무부 장관님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특히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떠드는 것만 보고, 조국 前 법무부 장관님을 욕했던 사람들이 이 책들을 보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또 이런 책들을 잘 안 본단다. 검찰과 언론의 작전 성공.


2.

언론으로 만들어진 나쁜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국 님은 법무부 장관에 되셨단다. 괴롭힘을 당하는 가족, 친척, 지인들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두었겠지만, 이런 일들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고, 자신이 아니면 또 검찰 개혁은 뒤로 무한정 미뤄질 것이라 생각해서 법무부 장관이 되셨단다. 그리고 최단 기간 일을 하시고 사퇴를 하셨지만, 검찰 개혁의 초석을 쌓으셨단다. 후임 법무부 장관님들이 이어서 잘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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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41)

장관 사퇴 후 정의당도 유상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덕담을 해주었다.

취임 이후 36일 동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개혁을 해왔고, 오늘까지도 개혁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면서 45년 만에 특수부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한 것 등 그동안 검찰개혁의 초석을 마련했다. 가족들에 대한 수사 등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온 것을 높이 평가한다.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했으며,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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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에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에 적진 않을게. 검찰 개혁이 한 걸음 아제 나아갔으니, 앞으로 좀더 진척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긴 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 조직의 우두머리께서 검찰을 그만두고 대통령을 하겠다고 소리치고 있거든. 그런데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 발짝 나아간 검찰개혁은 어떻게 될까. 안 봐도 눈에 선하구나. 더 강력한 검찰공화국이 되지 않을까 싶어. 아무튼 올해 진행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나라 백성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서, 검찰 개혁도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법의 잣대가 누구에게나 공평했으면 좋겠구나. 최근 재판 결과들을 보면 당사자가 아닌 아빠가 엄청 속상하고 분노가 일 정도이거든


PS:

책의 첫 문장: 2019년 봄날, 청와대 뜰에는 봄꽃이 피어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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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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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천선란 님의 소설을 두 권 연속 재미있게 읽고 나서, 또 다른 책을 찾아 읽은 것이 이번에 읽은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란 소설이란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중에 하나인데, 안전가옥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뱀파이어가 나오는 이 소설과 안전가옥과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 집 밖에는 뱀파이어가 있으니 위험하니까, 안전하게 집 안에만 있으라고 말이야

그래, 이 소설은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이란다. 뱀파이어 관련 소설과 영화는 정말 많고, 특히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경우는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단다. 그런데 우리나라 작가가 쓴 뱀파이어 소설이 있나, 한참 생각해 보았는데, 아빠의 독서 이력으로는 잘 생각이 나질 않더구나. 따뜻한 SF를 써 오신 천선란 님의 뱀파이어 소설 또한 따뜻한 소설이더구나.

이 소설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도 전형적으로 차가운 피부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만은 따뜻함이 느껴졌단다. 소설 <나인>에서는 평범한 지구인들 사이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식물 외계인에 대해 그렸다면, 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에서는 평범한 지구인들 사이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그렸더구나.


1.

줄거리는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인천 구시가지 철마재활병원이 있었어. 재개발 지역에 있어서 주변도 썰렁하고 음산한 분위기 마저 드는 곳이야. 이 병원에는 치매 환자나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단다. 그런데 이곳에서 연속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단다. 모두 유서도 있고, 타살 흔적이 없어서 자살로 사건 종결 처리를 했지만, 최근에 갑자기 늘어난 자살이 이상하긴 했어.

형사인 수연은 이 점을 의심스럽게 생각하고, 자살 사건이 일어난 병원을 조사했단다. 그리고 그 병원에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보살펴 준 은심 할머니가 계셨어. 친할머니는 아니지만, 인연이 닿아 보살펴 주었는데, 지금은 서로 의지하는 그런 사이란다. 수연은 이 자살들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면, 은심 할머니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수사를 해보니 이상한 점들이 있었어. 대부분 투신 자살인데, 시신에 피가 별로 없는 거야. (눈치 챘지? 이 소설은 뱀파이어 소설이라니까.) 그리고 시신들이 건물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어이상하군.

수연이 현장 탐방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여자가 그 곳을 서성거렸어. 완다라는 여자였단다. 우리가 좋아하는 <어벤저스 시리즈>의 완다와 이름이 똑같아 반갑네. 완다는 다섯 살 때 프랑스로 입양을 했고, 모르스와 클레어 부부의 보살핌으로 잘 자랐단다. 그러다가 16살 때 릴리라는 독특한 친구와 절친이 되었는데아빠가 릴리를 왜 독특한 친구라고 했냐면,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추운 겨울에도 맨발로 다니고 있었거든. 그래, 이 릴리가 뱀파이어란다. 그리고 나이도 수백 살이었어. 수백 살이 되어도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는 것.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뱀파이어의 전형적인 특징 중에 하나지. 완다도 릴리와 친해지면서, 릴리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뱀파이들 중에도 착한 뱀파이어와 나쁜 뱀파이어가 있다고 하는구나. 뱀파이어들은 주기적으로 피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데, 착한 뱀파이어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맛은 없지만 주로 동물의 피를 먹는다고 했어. 그리고 영화와 달리 뱀파이어에게 물렸다고 해도 뱀파이어가 되지는 않는대. 릴리가 한동안 피를 못하고 힘들어 할 때, 완다는 자신의 피를 릴리에게 주기도 했단다. 그만큼 완다와 릴리는 많이 친했어.

그런데 어느날 릴리가 다른 사람의 피를 먹는 것을 완다에게 들키고, 돌연 사라졌단다. 죄책감 때문인 것 같았어. 완다는 이해해 줄 수 있는데 말이야. 완다는 이후 릴리를 찾아 나섰단다. 뱀파이어들을 뒤를 쫓으면서 말이야. 일명 뱀파이어 헌터. 그런 완다가 철마재활병원 사건 현장에 온 거야. 수연을 만나 대뜸 한다는 이야기가 이 사건은 뱀파이어의 소행이라고 했어. 증거로 시신의 목에 구멍 두 개가 있고, 시신의 피가 적을 것이라고 했어. 수연은 이 황당무계한 소리를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시신에서 발견된 구멍 두 개를 보고 완다의 말을 믿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수연과 완다는 사건의 범인을 함께 쫓게 된단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요 인물 서난주. 어렸을 때 불우한 가정 환경에 가고 싶었던 의대를 가지 못하고, 간호사가 되었단다. 늘 가난에 찌들어 사는 난주는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주사해서 뒷돈을 벌기도 했어. 그리고 우연히 만난 뱀파이어 울란을 도와 병원 환자들을 자살하게 만들었단다. 그러니까 뱀파이어 울란이 이 사건의 범인이었던 거야.

이후 소설의 이야기는 완다와 수연이 이 울란을 쫓고 쫓기는 이야기들이 이후에 펼쳐지게 된단다. 뒷 이야기도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주면 좋았겠지만, 밀린 독서 편지도 써야 하고, 아빠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스포일러 방지 차원이라는 핑계도 대고아무튼 잘 마무리 되었다는 정도만 알려 줄게.

천선란 님의 소설들은 좋은 문구들이 많아서 좋았는데, 이번 소설에서도 그런 문장들이 많이 있었단다. 이런 글들이 공감하게 하는 글들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정말 능력자인 것 같구나. 그런 글들 중에 세 개만 소개하고 오늘 독서 편지는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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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이 있다고 하자. 무시무시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아메리카 대륙 정도는 며칠이면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단체가 있는데도 그런 세력이 있다는 걸 인간 사회 전체에 알리는 게 과연 옳을까? 나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세력이 있다는 걸 인간들이 알게 된다면 아마 대부분은 나쁘고 위험한 세력이니 조심하자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은, 분명 그중 몇몇은 그 세력과 손을 잡을 거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내다 팔겠지. 네가 보기에는 어때? 그럴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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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밤하늘에는 별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유난히 밝은 별들이 있다. 저 많은 별들 중에서도 유달리 존재감을 드러내는 별들. 모리스는 그것이 별이 아니고 행성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완다는 그게 별이든 행성이든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완다의 눈에는 전부 똑같아 보이는걸. 가까이 들여다보면 별도 다 같은 별이 아닐 텐데 멀리서 보면 전부 똑 같은 별이었다. 그래서 완다는 멀리서 보는 것도 좋아했다. 완다는 언젠가 모리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다 똑 같은 별로 쳐요, 멀리서 보면 다 똑같으니까, 그게 좋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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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세계를 넓혀 간다는 건 피부에 실을 꿰어 늘리는 과정이다. 피부가 두꺼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람일수록 세계를 넓혀 가는 데 거침이 없다. 그들은 세계를 넓혀 가면서 동시에 빠른 속도로 세상에 적응한다. 세상을 이용하고, 세상을 지배하기도 한다. 많이 넓히려면 세세한 것은 지나쳐야 한다. 황무지나 불모지여도 상관없다. 풀 한 포기 살지 못하는 세계라도 개의치 않는다. 피부가 두꺼운 사람은 전체에서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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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뱀파이어야.

책의 끝 문장: 시선이 닿지 않는 곳곳에, 세상의 어둠 면면에, 그들은 언제나 고독한 피 냄새를 맡고 있을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 끝에 몰린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잊었다고 해야 할지 소용없는 걸 안다고 해야 할지. 영혼 없는 눈동자로 허공만 바라보며 하루를 까먹지. 슬플 때 눈물이 난다는 거, 그래서 울 수 있다는 거, 그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야. 의욕을 잃은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운다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울지 않으면 몸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해. 그 수분 때문에 피가 아주 묽어지는 거지. 잘 숙성된 적포도주처럼.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해서 그 고독한 피의 향을 맡을 수 있어." - P118

낮에 뜬 구름보다 밤에 뜬 구름이 더 예쁘다. 해는 바라볼 수 없지만 달은 바라볼 수 있고, 해는 별을 감추지만 달은 별과 함께 뜬다. 밤에 듣는 새소리는 귀가 아닌 마음을 두드리고, 낮 동안 움직이지 않던 나무들은 그제야 부스스, 몸을 털어 낸다. 고양이 눈치를 보느라 움직이지 못했던 들쥐와 그들을 노리는 맹금류의 눈이 소란스럽게 지나가고, 그것들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계절이 내려앉는다. 새싹과 꽃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랐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렇다. 부끄러움이 많은 것들은 낮이 아니라 밤에 움직였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면, 주변이 너무 환하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 P226

"그 사람을 떠나보내도 살면서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될 테니까. 한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아. 누군가를 좋아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 바닥에는 외로움이 깔려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모두가 각자 외로움을 깔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외로움을 타인으로 치유할 수는 없단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면 나 하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뿐이지."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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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9 2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문장들이 좋아요. 아직 천선란 작가 책은 못봤는데 관심이 가네요.

bookholic 2022-01-30 08:37   좋아요 4 | URL
네, 저는 아주 좋았답니다...
천선란 님께서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라고 하시는 생각도 좋구요~~
<천 개의 파랑>, <나인> 조심스럽게 추천해 봅니다...

scott 2022-01-30 2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뱀파이어가 나와서 아이들이 무서워 할지도 ㅎㅎㅎ
북홀릭님 설 연휴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福마뉘 ^ㅅ^

bookholic 2022-01-31 00:00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추천하지 않았어요 ㅎㅎ
scott님도 즐거운 설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침묵의 소리 - 열정의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나의 이야기
임현정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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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피아니스트 임현정 님이 쓴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읽고, 임현정 님의 또 다른 책 <침묵의 소리>를 읽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읽었단다. 제목은 <침묵의 소리>

임현정 님의 <침묵의 소리>는 프랑스의 출판사의 제의로 임현정 님이 프랑스어로 쓴 책을 양영란 님이 번역하여 우리나라에도 출간한 책이란다. 그러니까 임현정 님의 첫 번째 책은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된 거야. 그만큼,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피아니스트야. 최근에도 프랑스 방송국에서 임현정 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정말 멋진 분이시네.

임현정 님의 약력을 보면, 루앙 국립유학원 조기 졸업,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 최연소 입학,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 조기 수석 졸업, 베토벤 소나타 최연소 전곡 앨범 발매, 그 데뷔 앨범이 빌보드 클래식 차트와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에서 한국인 최초 1위 기록 등 엄청난 이력을 갖고 계신단다. 이번에 읽은 <침묵의 소리> 2016년에 프랑스에서 출간한 책이라고 하는구나. 임현정 님이 1986년생이니, 30년 인생과 음악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란다.


1.

1986년 안양에서 늦둥이로 태어났다고 했어. 임현정 님의 태어났을 때 이미 아버지는 50이 넘으셨다고 했어. 아버지는 시골에서 무일푼으로 올라와 자수성가하신 분으로 안양에 건물도 갖고 계신다고 했어. 어렸을 때 임현정 님은 엄마와 유달리 친밀한 관계였대. 피아노를 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에 엄마는 임현정 님을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는구나. 곧바로 임현정 님은 피아노에 푹 빠지게 되었어. 피아노 앞에 있을 때 자유를 느꼈다는 임현정 님. 부모님도 딸의 자유에 간섭을 걸지 하고 원하는 대로 하게 두셨나 봐. 그래서 더욱 자유로울 수 있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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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

아무튼 내가 전적으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유일한 공간은 피아노 앞에서였다. 영혼이 느끼는 행복감은 한참 후에나 찾아오게 된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아직 피아노를 일종의 의무로 받아들였다. 내면적인 명령. 나의 임무. 아무도 나에게 신동을 만들기 위한 교육법이라든지 아주 세세한 전문적 방식에 따라 손가락, 손목, 팔 놀리는 법, 자세를 유지하는 법 등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아직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작은 피아노 학원을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무도 나에게 신동들이 강요받는 몸짓을 강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 그것은 분명 다행이었다. 내 몸은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으니까. 간혹 내가 사람들에게서 고양이처럼 연주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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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고 나서 프랑스 유학을 가겠다고 부모님께 이야기했다는구나. 엄마는 찬성, 아빠는 반대. 역술인이 나서서 임현정 님의 아빠를 설득했다고 하는데그렇게 무작정 떠난 프랑스 유학. 프랑스 콩피에뉴에서 생활을 시작했어. 그곳에 엄마의 친구의 아들 부부가 살고 계셔서 그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단다. 엄마의 친구의 며느리 분이 자신을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어. 그런데 그 이모는 임현정 님한테 무척 엄하고, 현정 님 앞에서 대놓고 험담도 많이 하고 자신의 아이들과 차별하고 무시를 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임현정 님의 부모님이 보내준 돈도 많이 떼어먹었다고 하는구나.

예민한 중학생 시절 그렇게 엄하고 차별 받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구나. 학교 생활도 힘들었어. 프랑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동양인 여자아이에게 프랑스 애들은 친절하지 않았어. 동급생들에게 차별 받고 그랬는데, 어느 날 피아노 한번 연주를 하고 나서는 친구들의 시선이 확 바뀌었단다. 그렇게 힘든 시절 임현정 님이 참아낼 수 있던 것은 역시 피아노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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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드디어 자유로울 수 있는 곳. 내가 음표들을 통해서 암울한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것은 축복이었다. 내 안에서 솟구치는 격랑은 내가 그때까지 모르고 있던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음악이 나를 잡아당기고 이끌었다. 내가 거기에 기대서 내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완전히 낯선 이 세계에서 음악만큼은 나만의 동굴, 나의 피난처, 내가 몸을 웅크리고 안길 수 있는 가장 은밀하고도 친숙한 존재였다.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그곳이 어디건, 나는 내 집에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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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현정 님은 콩피에뉴 음악원을 다녔는데, 마르크 오플레 선생님을 만났는데, 오플레 선생님은 바로 임현정 님의 재능을 알아보고,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 입학 시험을 준비하자고 하셨어. 이때 고국에 계시던 엄마가 처음으로 프랑스에 왔단다. 그리고 임현정 님이 머물던 집의 아줌마의 행적을 알게 되고, 바로 짐을 빼서 호텔로 옮겼다고 하는구나. 머물 곳을 찾고 있었는데, 오플레 선생님이 자신의 집에서 지내라고 하셔서, 임현정 님은 오플레 선생님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어. 오플레 선생님의 부인께서도 임현정 님을 딸처럼 여기고 잘 보살펴 주셨다고 하는구나.

이제 더욱 피아노에 전념할 수 있는 임현정 님. 15살에 루앙 국립음악원에 입학을 해서 거처를 다시 옮기게 되었는데, 이 때는 엄마가 다시 프랑스로 오셔서 한동안 함께 지냈다고 하는구나. 자신을 보살펴 주러 엄마가 프랑스에 오셨지만,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프랑스말도 못하시는 엄마가 오히려 걱정이 되었어. 그러다가 교포분들과 알게 되면서 엄마도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셨고, 김양희 외교관님의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는구나. 루앙 국립음악원에서는 지도교사와 마찰도 있어서, 지도교수 없이 혼자 파리국립 고등음악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어. 타고난 능력과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2003년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 입학을 했단다. 이 때 엄마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셨단다.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 그래서 자신만이 피아노를 사서 집에서 연주연습을 하려고 했지. 하지만 가정집에서 내가 원할 만큼 피아노를 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 그래서 도로변 차고형 아파트를 간신히 빌려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대. 그 아파트 위치상 얼마나 위험한지도 몰랐고, 가끔씩 쥐가 출현하는 그런 집이었어도 피아노 연습만 할 수 있다면 참을 수 있는 젊음과 열정이 있었어.

이때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음악을 하면서, 불교에도 빠져들게 되었단다. 불교를 삶의 자세로 받아들이게 되었어. 아빠도 한 때 삶의 방식으로 불교를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실천은 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임현정 님이 불교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하니 왠지 반갑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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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육체는 하나의 옷에 불과하며,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해도 그것을 저세상에 가져갈 수 있는가? 나에게는 오히려 영원히 지속되는, 저세상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함께하는 나의 영원한 본질을 풍성하게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지혜롭고 온당한 것이었다. 내면의 본질적인 아름다움, 보이지 않는 섬세한 아름다움의 영원한 재산. 나는 그 재산을 끊임없이 늘리고 싶었다. 더불어 지금 열여섯 살의 내가 접한 불교의 신선한 가르침과 매일매일의 경험에서 얻는 깨달음은 조금씩 내 안에 새로운 자산이 되어갔고 탐험의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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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개로 알게 된 성담 스님과 계속 교류를 하게 되었는데, 성담 스님으로부터 정신적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고 했어. 이 책에서도 성담 스님의 가르침이 여럿 나와 있는데, 다 좋은 글들이었어. 그 중에 두 개만 소개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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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41)

훗날 서대산인 성담 스승님께서 그분의 트레이드 마크인 유머와 간명함으로 나에게 한마디 해주셨다.

부처가 되기보다 부처럼 행동하라. 부처행을 하는 자가 부처님이니 깨달음을 찾으려고 허망하게 시간을 보내기 말고 지금 즉시 각자 자리에서 부처행을 하라. 부처행이란 나 아닌 것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걸 깨달아 모든 생명이 행복하도록 도우면 부처행이다

그렇다. “절대적인 완전함을 계속 찾으며 헤맬 것이 아니라 지금 즉시 여기에서 그 절대적인 완전함을 삶과 음악으로서 표현하면 된다. 왜냐하면 그 절대적인 완전함, 즉 정신의 본질, 온전하고 완전한 참나는 영원한 영원부터 언제나 내 안에 있었고 영원히 있을 진정한 이므로, 그것은 표면적인 자아”, 혹은 껍질에 불과한 가 아닌 나의 진정한 본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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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많은 음악인들에게 큰 혼동이 되는 이 문제에 대해서 훗날 서대산인 성담 스승님은 그분만의 특유의 명쾌함으로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셨다.

우리가 위대한 한 작곡가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음악은 깨달은 자의 음악이므로 우리 또한 그 작곡가의 진정한 본질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그와 하나가 되며 우리 자신의 진정한 본질에도 도달합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체성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소위 말하는 하나가 된 의식과 연결되기 때문이죠. 온 세계를 놓고 볼 때, 어떤 존재도 다른 존재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으나, 참자아, 즉 정신의 본질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하나이며 그것이 바로 우주의 의식입니다. 그때는 연주자와 작곡가 각각의 개성이 공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상호의존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그 둘은 하나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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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을 조기 수석 졸업하고, 벨기에 엘리자베스 뮤직 채플에 합격하여 다니다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마에스트로 리바노비치-바라콥스키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충고로 뮤직채플을 그만두고 임현정 님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갔어. 그런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다 보니, 그 흔한 콩쿠르도 나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그런 명예욕과 욕심도 없으시고, 오직 피아노에 대한 열정만 있으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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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84)

유명한 작곡가들의 이름을 단 이 콩쿠르들은 모두 그들의 이름을 내세워서 그들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데 고작 몇 명에게 상을 주고 그 나머지 몇 백 명들의 마음은 무너뜨리고 상심하게 했다. 정작 그 창조자들은 이런 비즈니스에 어떻게 반응할까? 정말 그들의 이름이 경쟁을 앞세워 음악도들을 모으는 비즈니스에 쓰이는 것을 그들은 원할까? 그들의 독립적인 정신이 그것을 허락했을까? 의문이다. 나는 그런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벨기에 왕가에서 개설했다는, 음악에 열중하는 데에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삶의 조건을 제시하는 그 기관의 이름을 처음으로 접하자 나는 나의 인생의 마지막 시험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제 겨우 스물 살밖에 안 되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휴식을 필요로 했다. 아니, 내 안에 있는 그 무언가는 이제 보살핌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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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리바노비치-바라콥스키는 임현정 님께 많은 독주회를 주선해주었고, 그 연주들을 인터넷에 올려보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런 영상들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면서, 임현정 님이 유명해지셨대. 그리고 어느날 영국의 유명 매니저인 재스퍼 패로트로부터 연락이 와서 전속 계약을 맺었대. 이후 임현정 님은 더욱 실력을 인정 받게 되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데뷔앨범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한 거야.

...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홀로 유학을 가는 담대함은 어디서 온 것이며, 타고난 피아노 실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열정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정말 대단한 분이신 것 같구나. 그리고 글도 정말 멋지게 잘 쓰셨어. 주옥 같은 글들도 많아서 아빠도 여러 곳 발췌하면서 다시 읽곤 했단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연주를 자주 하시는데, 언젠가는 아빠도 한번 공연을 직접 보고 싶구나. 너희들도 함께 가면 더욱 좋고 말이야.

임현정 님께서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공연도 하셔서 너희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가도 좋겠지만, 코로나가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구나. 오미크론이 극성인데 오미크론이 가고 나면 부디 더 이상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는 찾아오질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마스크 벗고 공연장도 걱정 없이 다니고 말이야. 마스크 일상이 너무 오래되었어. 이젠 그만 할 때도 되었는데올해는 꼭부디


PS:

책의 첫 문장: 아이다운 아이였던 적이 없는 나는 런던의 거대한 로열 앨버트 홀에 들어선다.

책의 끝 문장: 엄마, 아빠의 영원한 막내딸로서. 영원히 사랑합니다.


아이다운 아이였던 적이 없는 나는 런던의 거대한 로열 앨버트 홀에 들어선다. 수천 명은 족이 된다. 살아 숨 쉬는 육체를 이끌고 이곳으로 모요든 사람들. 음악을 통해서 거룩하고 신성한 숨결을 듣고, 느끼고, 호흡하기 위해서. 그것에 시종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 숨결, 하모니의 숨결은 나의 영원한 열망이다.
청중들에게 인사한다. 박수 소리가 잦아든다. 어떤 남자가 잦아든다. 어떤 남자가 기침을 한다. 피아노는 잠자코 나를 기다린다. 의자에 앉고, 음악은 시작된다. 모든 것이 펼쳐진다. 음악은 그들이며, 나 자신이며, 당신이며, 침묵을 갈구하는 우리이다.
- P11

이와 같은 과거에 대해서 아버지는 통 말씀을 안 하신다. 그렇지만 나는 아버지의 음성에서 징용자의 절규를 듣는다. 아버지의 목청 속에는 강제로 빼앗긴 모국어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두 손에는 일본인들의 구타가, 몸속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실험쥐 신세가 된, 마치도 없이 생체이식을 당한 한국인들의 몸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의 어깨에는 도저히 먹여 살릴 수 없었던 집안의 무게가, 뱃속에는 장남의, 한 남자의, 한 아이의 분노가 한 짐이었다. - P26

독창적인 해석이란 없다. 뚜렷하게 유일무이한 진정성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비극적인 음악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극적으로 연주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아차피 그 음악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연주하는 사람이 음악과 하나가 된다면, 연주자가 감히 그 정도까지 자기 자신이고자 한다면 결국 그 자신은 숨결과 하나가 되며 우리가 "나"라고 알고 있는 그 나가 사라지게 될 테니까. 음악과 한 몸이 되는 것. 음악을 연주하고 해석하는 것을 멈추고 음악이 우리의 영혼을 아예 관통하는 것. 마침내 존재하기 위해서 사라지기. - P90

템포란 무엇인가? 음악에서 템포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저 작곡가가 실마리를 주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한 인간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어떠한 말을 속삭일 때 누가 그 어떠한 속도로 말을 하는지 따위에 신경을 쓰겠는가? 표현이 먼저이다. 열광하면 그것이 속도를 결정한다. 음악은 템포에 의해서 시작되지 않는다. 음악은 템포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음악이 템포를 창조하는 것이다. - P92

음악은 바람의 소리에서 처음으로 생겨났으며,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모두 음악의 원천이다. 음악은 안양의 다리 밑에도, 어린 나의 두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던 나른한 물풀들의 움직임에도 이미 있었다. 음악은 자연이다. 또한 자연의 메아리다. 음악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적인 흐름의 완벽함을 듣게 해준다. 반복되는 프레이징으로 모래사장을 향해 밀려와서 부서지는 파도. 하지만 밀려올 때마다 각각 늘 유일하며 개별적인 파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지는 새의 노래.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와 봄날의 이슬비. 내면의 숨결에 몰아치는 열대 계절풍, 영혼의 루바토, 쿵쿵 뛰는 심장, 점점 더 빨리 뛰었다가, 겁을 먹기도 하며, 순간 평온을 되찾는 우리의 심장. 감정이 고조되면서 빨갛게 달아오르는 두 볼. 축축하게 젖은 손. 살아 있는 육체! - P175

서른 개의 소나타는 이를 테면 각각이 하나의 소설이다. 극한으로 치닫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한 인간의 인생이 가지는 정수를 기념비적인 작품의 형태로 드러내 보이니까. 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 의 전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었다. 그 서른 개의 소나타를 나는 흔히들 습관적으로 해왔던 것같이 연대순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묶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야 총 99개의 악장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이해되는 음악적 설계도를 완성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 P217

프랑스에서 연주할 때면 운다. 아주 많이 운다. 친구들이 청중들 속에 앉아 있는데 난 친구들과 함께, 우리 모두가 같이 함께 연주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운다. 드디어 전적으로 나의 거처와 강렬하게, 그리고 진정하게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안전과 사랑이 있는 곳, 용서와 평화가 있는 곳이다. 침묵의 거처이기도 하다. 그곳을 내 거처로 삼을수록 더욱 음악은 나에게 다가온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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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26 0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로변 차고형 아파트...
가끔씩 쥐!가 출몰하능!

피아니스트 임현정님 파리에서 지독할 정도로 연습!연습!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파리 유학 시절은
좋은 추억 기억이 없었다고 합니다.

bookholic 2022-01-27 00:07   좋아요 2 | URL
다들 힘들게 노력하셨군요~~^^
꿈을 향한 열정, 다들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