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바다 - 그 바다는 무엇을 삼켰나
황현필 지음 / 역바연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너희들이 역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괜찮은 콘텐츠가 없나 찾아보다가 유튜브에서 황현필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단다. 이 분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시는 분인데, 아빠랑 역사적 성향,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시고 말도 시원시원하면서 재미있게 해주신단다. 그래서 가끔 그의 영상들 찾아보곤 해. 그의 영상 중에 이순신 관련 강의를 하신 것이 있는데, 그 영상들을 모아 9시간 넘은 하나의 영상으로 올려주신 것이 있는데, 그야말로 명품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단다. 그리고 그 강의 영상과 연계하여 <이순신의 바다>라는 책을 냈는데, 아빠도 뒤늦게 알고 이제서야 읽었단다.

황현필 님의 동영상에서도 다루었던 내용을 활자로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단다. 이 책에는 이순신의 생애와 이순신이 참여해서 이겼던 스물세 번의 전투에 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아빠가 전에 다른 역사책을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도 있으니, 오늘은 그의 생애를 따라 이야기하는 것보다 아빠가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등을 위주로 간단히 이야기를 해줄게. 그리고 시간이 되면 황현필 님이 설명해 주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강의를 같이 보자꾸나. 중간중간 욕을 하시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이제 너희들도 넘겨줄 만큼 컸으니 말이야.


1.

아빠는 지금까지 이순신 장군이 한 번의 패배가 있다고 알고 있었어. 많은 역사가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런 줄 알았지. 그 한 번의 패배는 바다가 아닌, 함경도 녹둔도라는 곳에서 일어난 전투라고 알고 있었어. 하지만, 황현필 님은 그곳에서 전투가 결코 패배가 아니었다고 했어. 이순신도 다음과 항변했다고 했단다.

==========================

(37-38)

이순신은 항변했다.

병력이 부족하니 군사를 증원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으나 들어주지 않았음을 기억하오. 그 공문이 바로 나에게 있소이다. 조정에서 만일 이런 사실을 안다면 죄가 나에게 있다 하지 않을 것이오. 또 내가 힘껏 싸워서 녹둔도를 지켰고, 바로 추격하여 잡혀간 백성들을 여러 명 구출해 왔거늘, 이것을 패배로 치는 것이 옳단 말이오?”

==========================

이 전투를 마치고 백의종군을 하던 이순신을 유성룡이 전라좌수사로 천거하여 전라좌수사가 되었단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이때 유성룡이 그를 천거하지 않았고, 천거를 하더라도 이순신이 전라좌수사가 되지 않았다면,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완전히 점령당해서 나라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고, 이 이후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지 모를 일이었단다. 이순신이 역사에서 사라질뻔한 아찔한 일은 그 뒤에도 여러 번 일어나는데, 그가 있어서 우리나라의 백성으로 정말 다행인 일이란다.

전라좌수사에 임명된 그는 전쟁 준비에 돌입하게 된단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나중에 유명하게 되는 난중일기도 쓰게 된단다. 아마 그의 밑에 있는 병사들 중에는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었을 거야. 전쟁 준비를 왜 하냐고 말이지. 그는 조선의 대표적인 배인 판옥선과 그것을 개량한 거북선을 만들었고, 거북선의 진수식까지 마친 것이 1592 4 12일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놀랍게도 일본이 우리나라에 쳐들어 온 것이 그 다음날인 1592 4 13일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구나. 이순신은 혹시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닌가?

우리가 이 거북선의 위대함에 대해서 많이 듣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 거북선 안에서 배를 조정하고 포를 쏘던 당시 우리 백성들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그곳에서는 온몸을 다해 전투에 참여했던 우리 조상들이 있었단다.

==========================

(109-110)

전투 시 거북선의 실내는 아수라장이었을 것이다. 자욱한 먼지와 함께 어두웠을 것이고 바닷물은 계속해서 새어 들어왔을 것이다. 실내에서 쏘는 포의 소리와 진동은 갑판 위에서 함포를 쏘는 판옥선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전투원들의 귀는 먹먹함을 넘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적선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진동으로 몸이 붕 뜨고 온몸을 여기저기 찍혀가며 피를 흘린 채 노를 젓고 포를 쏘았을 것이다. 공포감이 치열함으로 바뀌고 노를 젓는 틈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바다에 떠다니는 일본군들의 시체와 먹먹해진 귓속을 뚫고 들려오는 살려 달라는 일본군의 아우성에, 알 수 없는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무적의 전사가 되었을 것이다.

거북선을 바라보며 외관의 멋스러움만 생각하지 말고 거북선에 탑승해서 전투를 치렀을 선조들의 처절함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


2.

임진왜란 초기 일본군은 그들의 작전대로, 어쩌면 작전보다 더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했을 거야. 순식간에 한반도 전체를 휩쓸었고, 무능한 왕 선조는 나 몰라라 도망을 가버렸으니 말이야. 하지만 일본의 계획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이순신과 전투에서 지기 시작하면서였어. 첫 번째 출전인 옥포해전, 합포해전, 적진포해전에서 완패를 당한 일본, 특히 이번 전쟁을 일으킨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분노를 대단했을 거야. 처음에는 방심해서 졌다고 위안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철저히 준비한 이후 전투에서도 일본은 계속 지고 말았지. 전반부 전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산도대첩으로 일본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진 것을 깨달았을 거야.

==========================

(152)

그러나 한산도의 패전으로 일본의 수륙병진작전은 좌절되고 말았다. 일본은 서해 바다로 10만 병력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올려 보내지 못했다. 증원병과 군량미, 무기 등 보급이 완벽하게 끊긴 고니시는 평양에 발이 묶이며 의주를 공격할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한산도대첩은 이순신이 조선의 임금 선조를 살려준 전투였고, 바다의 재해권을 완전히 조선이 장악하게 되는 계기가 된 전투였으며, 육지로 북상해 있던 일본군이 장기간 굶주리며 춥고 불안에 떠는 계기를 마련한 전투였다.

==========================


3.

그 이후에는 연전연승을 한 이순신은 전라도 바다뿐만 아니라 경상도 바다, 충청도 바다까지 모두 통솔하게 되는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단다. 일본은 연속된 해전에서 패배로 인해 휴전 이야기가 오가고 전쟁도 소강 상태가 되었단다. 그런데 그렇게 전쟁의 소강 상태에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짜증나는 일들이 일어났어. 왜 당시 왕이 선조였으며, 왜 원군 같은 자가 있었는가. 선조는 바다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순신에게 무리한 공격 지시를 했고, 그것은 일본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선조의 공격지시에 따르지 않았단다. 바다는 그 누구보다 이순신 장군이 가장 잘 알았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속 좁은 선조는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이순신을 파직하고, 서울로 압송하여 고문했단다. 심지어 이순신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하기까지 했단다. 우의정 정탁을 비롯하여 몇몇 신하들이 선조를 극구 말려 사형은 면할 수 있었어.

==========================

(256)

우의정 정탁은 엎드려 아룁니다.

이 모(이순신)은 몸소 큰 죄를 지어 죄명조차 무거우나 성상께서는 얼른 극형을 내리시지 않으시고 두둔하여 문초하시다가 그 뒤에 엄격히 추궁하도록 허락하시니 (중략) 성상께서 인을 베푸시는 한 가닥 생각으로 혹시나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으시고자 바라심에서 하심이라 신은 이에 감격함을 이길 길이 없습니다.

(중략) 이 모는 참으로 장수의 재질이 있으며, 수륙전에도 못하는 일이 없으므로 이런 인물은 과연 쉽게 얻지 못할 뿐더러, 이는 변방 백성들의 촉망하는 바요, 왜적들이 무서워하고 있는데, 만일 죄명이 엄중하다는 이유로 조금도 용서해줄 수가 없다고 하고, 큰 벌을 내기기까지 한다면 공이 있는 자도 스스로 더 내키지 않을 것이요, 능력이 있는 자도 스스로 더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옵건대 은혜로운 하명으로 문초를 덜어주셔서 그로 하여금 공로를 세워 스스로 보람 있게 하시면 성상의 은혜를 천지 부모와 같이 받들어 목숨을 걸고 갚으려는 마음이 반드시 저 명실 장군만 못지않을 것입니다.

==========================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직에서 파직 당하고 그 자리는 원균이 차지했어. 사실 원균도 그 전에 이순신과 함께 전투에 계속 참여를 했단다. 그렇게 옆에서 봐 온 것이 있어서 바보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지휘를 할 수 있을 텐데, 일본군의 첩자인가 싶을 정도로 무능함과 고집불통을 보였단다. 전투를 앞두고 부하들이 면담을 요청했지만 다 거절당하고 경상우수사였던 배설은 결국 진영까지 이탈했다고 하는구나. 그의 항명이 나중에 반전의 계기가 되었지만 말이야. 결국 무능의 대명사 원균은 철전량 해전에서 대패하고 말았단다. 자신이 죽은 것은 물론, 이순신이 훈련시켜 레벨업한 유능한 부하들도 많이 죽고 말았어.

==========================

(285)

다른 지휘관들 역시 칠천량에서 머무르는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원균에게 면담을 청했으나 원균은 분노의 술만 들이킬 뿐 소통을 거부했다. 이 상황에 대해 원균에게 항명을 했던 이가 경상우수사 배설이었다. 배설은 칠천량에 진을 치는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한산도로의 회군을 주장했다. 그러나 통제사 원균이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자 12척의 판옥선과 함께 칠천량의 조선권 진영을 이탈했다. 배설의 행동은 분명한 항명이었고, 칠천량에 남은 조선 수군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


4.

겁쟁이 선조는 다시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판옥선 12. 앞서 이야기했던 배설이 원균의 진영에서 이탈해서 살아남은 12. 배설이라는 인물도 이순신에게 그리 호의적인 사람은 아니었대.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니까 자신보다 상사이긴 하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대.

아무튼 남아 있는 12척으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 이순신은 희망을 보았단다. 그 유명한 명량 해전의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졌단다. 12척의 배로 300여대에 맞서 싸우고 100여대의 일본군 배를 침몰시킨, 전세계 역사를 통틀어 찾아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전투. 이순신은 천운으로 생각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모두 다 이순신의 덕분이라 생각한단다.

==========================

(323)

명량해전 이전에도 이순신은 조선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명량해전 승리 이후 이순신은 성웅이 되었다.

이순신은 명량해전이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명량해전 승리는 실로 천운이었다.”

칠천량의 대패를 보고받은 선조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 패배는 하늘의 뜻이었다.”

==========================

이 명량 해전 한 번의 전투로 재기를 노리던 일본군은 큰 좌절을 느꼈을 거야. 이런 일본군의 패배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도 앞당기지 않았을까 싶구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이순신이라는 이름까지 외쳤다는 이야기도 있대. 아무튼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죽으면서 유언으로 조선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 했다고 하는구나. 이로서 전쟁은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이순신의 생각은 달랐단다. 그들을 곱게 보내준다면 그들은 다시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군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단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인 노량 해전. 그 전투에서 조선은 마지막 대승을 하고, 이순신 장군이 이야기한 것처럼 일본은 조선을 오랫동안 침략할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어. 하지만,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의 총탄에 맞고 돌아가신단다. 그렇게 길고 긴 전쟁이 끝이 났단다.

….

당시 명나라에서도 조선을 도와준다고 왔었는데, 그 중에 명나라 장군 진린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웠는데 나중에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없다면서 진린의 자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터를 잡았다고 하더구나. 나중에 진씨 성을 가진 사람을 알게 되면 한번 물어봐야겠구나.

==========================

(388)

조선의 명나라 제독으로 참전하여 이순신과 깊은 전우애를 맺고 돌아간 진린의 자손들은 청나라 오랑캐의 지배를 받을 수 없다 하여 대거 조선으로 이주해 들어왔다. 그들이 이순신과 진린이 함께 있었던 고금도까지 왔고, 그 옆 해남에 터를 잡고 살아가니 이들이 광동 진씨이다. 지금도 해남에는 광동 진씨 집성촌이 있다.

==========================

우리나라 위인 중에 한 명만 고르라고 하면 세종대왕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현충사를 곳이 있단다. 하지만 그곳을 가는 이들은 극히 적다고 하는구나. 사실 아빠도…. 너희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 묘소와 현충사에 한번 꼭 가보자꾸나.

==========================

(368-369)

이순신 장군 묘소에 가본 적이 있는가?

갈 때마다 항상 혼자였다.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에는 평일에도 사람이 북적거린다.

그러나 현충사는 한적함이 좋다.

그게 서글프다.

==========================

….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는 정말 많단다. 이번 여름에도 한산도 대첩을 영화화한 <한산>이라는 영화가 개봉을 해서 상영 중이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객수를 모았던 <명량>이라는 영화의 후속작이기도 하지. 시간적으로 보면 <한산>이 먼저란다. 이번에 <이순신의 바다>라는 책을 읽고 났더니 이 영화도 보고 싶더구나. 기회가 되면 너희들도 함께 같이 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이순신은 덕수 이씨이다.

책의 끝 문장: 이순신은 지금 우리들의 이순신이고, 우리 후손들의 이순신일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국방부 장관인 병조판서 유전이 우연히 활터에서 이순신이 활 쏘는 모습을 보았다. 이순신의 활 실력을 구경하던 유전에게 이순신이 차고 있던 화살통이 눈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그 화살통 참 찾아 보이는구만. 나한테 선물로 줄 수 없겠는가?"
그러자 이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대감께 이깟 화살통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화살통 하나 때문에 대감이 부하의 화살통이나 바쳐서 출세하려는 인물로 오해를 받을까 두렵습니다."
이 말을 들은 병조판서 유전은 아차 싶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 P30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원균의 수급 베는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거니와 이순신은 적의 수급을 베는 것에 대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
"적의 수급을 베는 데 매진하지 마라. 너희들이 어떻게 싸웠는지는 내가 다 보고 있노라."
"너희들의 공을 내 직접 장계를 써서 낱낱이 밝힐 테니, 너희는 다만 전투에 이기는 데 집념하라."
- P132

부산포해전에서 승리했던 날은 1592년 9월 1일이었다. 이를 양력으로 계산하면 10월 5일이다. 그래서 오늘날 ‘부산 시민의 날’이 10월 5일이다. 이순신이 부산포를 공격해서 대승을 거둔 날이 바로 부산 시민의 날이 된 것이다. - P181

이순신이 재해권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일본 수군은 서해 바다를 돌아서 한강을 타고 한양으로, 예성강을 타고 개성으로,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으로의 군대 충원과 보급이 가능했을 것이다. 일본군은 압록강을 타고 들어가 의주에 있는 선조가 명나라로 도망가는 길을 막았을 것이고 조선의 임금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해전에서 조선군의 승리가 일본 육군의 발을 묶었고 전쟁의 양상을 바꿔버린 것이었다. - P187

전쟁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적을 막아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진린도 잘 알고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려는 자들의 발악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적이 돌아가도록 내버려두면 끝날 전쟁을 기어이 막아선다는 것은 군인으로서 너무 훌륭한 신념이었다. 나라와 강토를 짓밟은 외적이 살아서 돌아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자존심을 건 큰 신념이었다.
전린 입장에서 이순신의 이러한 신념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전투에서 이순신이 단독으로 공을 세운다면, 진린 자신은 명나라 본국에 돌아가서도 입장이 난처해질 터였다. 울면서 겨자 먹듯, 진린의 명나라 수군은 이순인의 함대와 함께 참전을 결심하였다.
- P353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2-08-22 0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보았지만, 역사에 만약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말 제목 그대로 그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한것 같습니다! 즐거운 한주되십시요!

bookholic 2022-08-23 00:1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이순신 장군님이 하늘에서 오늘날 우리나라를 보고 흐뭇하게 웃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막시무스 님도 즐겁고 시원한 한 주 되십시오~~

바람돌이 2022-08-22 0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
이렇게 다양한 컨텐츠를 찾아 얘기해주잖아요.

bookholic 2022-08-23 00:12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저도 행복하답니다...
즐거운 8월 되시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2-08-22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센고쿠 시대 우두머리가 전투에
지면 바로 항복해 버리는 그네
들의 전투 방식과 달리 멍청이
임금 선조가 튀었어도, 임금도
버린 의병들이 자신들에 대항하
는 장면에 왜군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육전에서 울산왜성에
포위된 왜군들을 섬멸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bookholic 2022-08-23 00:14   좋아요 0 | URL
일본 사람들이 많이 당황했겠네요...
우리 선조들(선조 왕 빼고..)이 자랑스럽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고요~~

mini74 2022-08-22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순신 그래픽 노블도 있던데요. 저희 아인 재미있게 보더라고요.~

bookholic 2022-08-23 00:15   좋아요 0 | URL
그래픽 노블도 권해 봐야겠네요...^^
우리집 아이들도 역사에 좀더 흥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ㅎㅎ
남은 8월 늘 행복하시길...
 
비곡 소오강호 4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비곡 소오강호 4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비곡 소오강호는 모두 8권까지 있단다. 오늘 이야기를 해주면 어느덧 절반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구나. 그런데 이 책을 좀 검색하다 보니, 비곡 소오강호 2 8권이 또 있더구나. , 이것도 찾아 읽어야 하나? 앞으로 남은 네 권을 읽으면서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구나. , 그럼 바로 4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영호충이 중상을 입고, 그것을 여기저기서 치료를 해준다고 진기를 주입하다가 그 진기들이 영호충 몸 안에서 더 꼬여서 더 악화시켰잖아. 명의인 평일지는 영호충을 치료하다가 결국 손을 들여버렸단다. 평일지가 고치지 못한 첫 번째 사람이 된 거야. 그렇게 첫 실패는 그를 순식간에 파삭 늙게 만들고 이내 죽었단다. 도대체 영호충의 내상은 누가 고칠 수 있단 말인가.

오패강에 모인 여러 군상들. 갑자기 하나 둘 영호충을 찾아와서, 자신을 못 봤다고 해달라며 급히 길들을 떠났단다. 그 전까지는 어떤 수를 써서 영호충을 도와주려고 했다가 이번에는 또 하나같이 그를 떠나려고 하는지, 점점 궁금하구나. 그렇게 순식간에 모든 무리들이 오패강을 떠났단다. 그리고 초막 안의 가야금 연주를 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 연주를 들어보니 그것은 예전에 만났던 녹주옹의 고모, 영호충이 할머니라고 부르고 따랐던 이의 연주였어. 반가움에 영호충은 다시 할머니를 불렀지. 영호충은 할머니가 가는 길을 보살펴 주겠다고 했어. 노파 혼자서 길을 떠나면 위험할 테니 말이야. 그러자 할머니는 조건이 있다고 했어. 자신을 절대로 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같이 가겠다고 했어.

그렇게 길을 떠났는데, 영호충이 앞서고 할머니가 뒤를 따랐어. 영호충이 돌아만 보지 않으면 할머니를 안 볼 수 있으니 말이야. 착하기 그지 없는 그 약속을 철썩 같이 지키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갔단다. 가는 길에 소림파 방생대사와 그의 제자들 등 일행을 만났는데, 그들은 영호충 뒤에 오는 할머니를 두고 사교라고 하면서 공격을 해왔어. 영호충이 말리려고 했지만, 그들은 무공을 겨뤘고, 방생대사는 도망가고 나머지들은 모두 할머니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단다. 도대체 이 할머니의 무공은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

다시 길을 떠나는데, 영호충은 우연히 할머니의 본 모습을 보게 되었어. 자신이 생각했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고 젊고 아름다운 여자였던 거야. 왜 여태껏 할머니라고 생각했을까. 처음 만났을 때 녹주옹의 고모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녹주옹이 나이 많은 노인인데, 그의 고모라고 했으니 말이야. 그 여자의 이름은 임영영이라고 했어. 그들은 다시 길을 가다가 조천주와 그의 일행을 만났는데, 숨어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어. 그들의 대화 속에서 영호충이 궁금했던,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내막을 알게 되었어. 오패강에 어려 무림의 사람들이 모이고, 영호충을 도와준 것도 모두 영영이 시켜서 했던 일들이고, 오패강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것도 모두 영영이 시켜서 그랬던 것이야. 영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그의 말을 그렇게 따르지? 점점 더 궁금해졌단다.

영영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호충을 도와주게 하고, 오패강에 오도록 하게 한 이유는 영영이 영호충을 사랑했기 때문이야. 몰래 조천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영영은 조천주 앞에 나타나서, 이번에는 다른 명령을 내렸단다. 그것은 바로 영호충을 보면 죽이라고 했고, 이를 강호에 소문을 내라고 했어. 그 명령을 받은 조천주는 그 길로 떠났단다. 영호충은 궁금했어. 자신을 죽을 거면 중상을 입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죽이면 되지. 왜 사람들에게 시키는 걸까? 영영이 그런 명령을 내고 소문을 낸 이유는 그런 소문을 내야 영호충이 감히 영영을 떠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자신을 떠나면 언제 죽을 지 모르니 말이야. 이제 영호충의 생명을 보살펴줄 이는 영영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호충이었는데, 그런 말에 신경이나 쓰겠니그저 중상 입은 몸이라서 움직이지 못할 뿐이지영호충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그만 정신까지 잃고 말았단다.


1.

한 동안 정신을 잃고 깨어보니 영호충은 소림파에 근거지 소림사에 있었어. 주위에 영영은 보이지 않고, 앞서 길에서 만났던 방생도사가 그를 보살피고 있었어.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이 무려 세 달만이라고 했어. 소림파의 장문인 방증대사가 영호충의 병을 치료해 보려고 했으나, 상태를 좀 완화시켰지만 여전히 완치시키지는 못했단다. 어느 정도 상태가 호전된 뒤에 더 이상 신세를 지지 않겠다면서 영호충은 길을 떠났단다.

길을 가다가 수백 명이 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그 한 사람을 도와주었는데, 그가 일월신교의 고수인 향문청이라는 사람이었단다. 그가 싸우고 있는 수백 명의 무리는 모두 정교 사람들로, 향문청에게 복수하려는 이들이었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수백 대 일의 싸움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어. 둘은 수백 명의 공격을 막아내고 오히려 반격을 해서, 그들은 모두 도망을 가 버렸단다.

싸움이 끝나고 향문청은 영호충의 의리에 반했단다. 그리고 영호충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에게 데리고 가겠다고 했어. 그렇게 도착한 곳은 매장이라는 곳인데 그곳에서는 강남사우가 있었어. 강남사우는 황종공 외 세 명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자신들과 검술을 해야 그곳을 떠날 수 있다고 했어. 치료하러 왔다가 그들과 검술을 하게 된 영호충.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모두 이겼단다. 그들은 진 것에 분하여 매장에 한 명이 더 있으니 그와도 검술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그러면서 영호충을 지하 감옥 같은 곳에 데려갔고, 그곳에 임선생이라는 붙들려 있었는데 그와 싸워야 한다고 했단다. , 임선생? 임씨? 그럼 이 사람과 임영영과 어떤 관계가 있나? 영호충은 그와 칼싸움을 하기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단다.

깨어보니 감옥이었어. 그 감옥에는 놀랍게도 비술이 적혀 있었고, 그 비술을 적은 사람은 임아행이라는 사람이었어. 어느날은 어떤 이가 와서 영호충에게 임선생이라고 부르면서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했어. 몇 번 거절하다가 영호충은 벽에 적혀 있는 임아행의 비술을 보면서 그것을 익힌 후 그에게 가르쳐 주었어. 그런데 왜 그 사람은 영호충에게 임아행이라고 부를까. 영호충은 자신도 벽에 적혀 있는 비술을 연마했는데, 그 비술을 하나하나 연마하면서 몸의 내력이 쌓이는 기분이었어. 몸도 예전보다 많이 호전되고 그랬지. 하지만 자신은 감옥에 갇힌 몸. 그렇다고 좌절할 인물이 아니지. 그는 자신에게 무공을 배우러 온 이를 잡아두어 감방에 대신 가둬두고 영호충 자신은 변장을 해서 그곳을 탈출했단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직 그곳에 임아행이 갇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여 다시 매장으로 돌아왔단다. 하지만 임아행은 이미 그곳을 탈출하고 없었단다. 어떻게? 그리고 임아행은 누구?

임아행은 정교에서 마교 또는 사교로 취급하는 일월신교의 교주였어. 그런데 12년 전에 임아행의 부하였던 동방불패가 임아행을 배신하고, 일월신교를 접수해 버렸지.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임아행을 지하 감옥에 가둔 거야. 그렇게 임아행은 매장의 지하 감옥에서 12년을 보냈어. 향문청은 임아행의 심복이었는데, 최근에서야 향문청은 임아행이 매장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걸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영호충을 데리고 와서 영호충을 임아행 대신 감옥에 가둬두고 탈출했던 것이란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강남사우들은 감옥 안에 갇혀 있던 것이 여전히 임아행인 줄 알았던 거지. 12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임아행이 다시 강호에 등장하였구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5권에서 계속 되겠구나. 그리고 영호충에게 정성을 다했던 임영영은 어디로 사라졌지? ? 임영영도 임씨이고, 임아행도 임씨네? 이 둘 사이는 무엇? 그건 금방 감이 오는구나. 5권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주말마다 읽기로 계획했으니 일주일을 기다려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평일지는 엄숙한 목소리로 영호충에게 말했다.

책의 끝 문장: 왜 대역무도에게 찬탈했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22-08-18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곡 소오강호 2부는 김용 작품이 아니라 김용의 선배인 양우생 작품입니다. 원래 제목이 강호삼여협인데 우리나라에 녹정기 2로 나왔다가 또 소오강호 2로 나온 모양이더라구요. 충분히 단독으로 나올 수 있을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bookholic 2022-08-18 22:18   좋아요 1 | URL
음,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용 작품 아니면 패스해야겠습니다 ㅎㅎ
읽을 것도 많이 밀려 있는데 말이죠~~
 
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책은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몇 달 전에 인터넷 알라딘 서점의 블로그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평을 해주어서 알게 된 책이란다. 그렇게 사람들이 좋은 평을 많이 하니, 귀가 얇은 아빠가 안 넘어갈 수 없지.

평범한 인생이라아빠도 지금까지는 참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어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어. 더욱이 아빠가 좋아하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이기도 하니이 소설의 지은이는 카렐 차페크라는 사람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까먹을 것 같은 낯선 이름이구나. 카렐 차페크는 체코 사람인데,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니, 꽤나 유명한 사람인 것 같구나. 그의 이력 중에 독특한 것 하나. 카렐 차페크가 오늘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로봇(Robot)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하더구나. 이런 이력을 보니 더더욱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구나. 나중에 그의 로봇이라는 책도 읽어봐야겠구나.


1.

사실 평범한 사람의 일생은 아빠가 소설가라면 한 번쯤 써보고 싶었단 소재였단다.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겠지. 그러니 그런 평범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않을까, 싶었단다. 재미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런 평범한 사람의 일생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었구나. 지은이 카렐 차페크도 그런 생각을 하고 썼을까? , 평범한 인생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단다. 하지만 그 반전이 평범하지 않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더구나.

어떤 평범한 사람이 죽고 자서전을 남긴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그는 죽기 전에 자서전을 씀으로써 자신의 삶을 정리하려고 했어.

============================

(14)

나는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으로 뭔가 익숙한 것을 할 수 있다는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의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고, 죽음의 느낌이 야기하던 놀라움은 익숙함과 친근함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으로 옮겨 갔다. 이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잠이나 휴식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대상으로 이름 붙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그 길을 지나간 친구들을 만나길 희망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감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가 보다. 아마도 한 인간의 죽음이 중요한 경제적 사건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언을 남기는 것일 게다. 그래,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내 주변을 정리하려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또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

소설의 초반부는 예상했듯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마치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기대하듯 말이야. 주인공의 이름이 안 나왔던가, 못 본 것 같구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나무를 다루는 장인인 소목장으로 작은 가게를 가지고 있었어. 주인공의 어머니는 그에게 사랑을 듬뿍 주시는 그런 평범한 어머니였어. 주인공은 어렸을 때부터 모나지 않고 학교생활도 모범적이었고, 공부도 잘하려고 노력해서 성적도 나쁘지 않았어. 대학교는 철학과에 입학했어. 아버지가 원하는 선생님이 데려고 말이지.

그런데 막상 대학을 가보니 주인공은 시인이 간절히 데고 싶었어. 하지만 아버지는 강력 반대를 했단다. 이 때 아마 처음으로 아버지에 반항을 했을 거야.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 부모님께 반항 한번 안 해본 평범한 사람은 없었을 거야. 그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철도청 공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했어. 뭐냐, 결국에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거냐? 시인은?

주인공은 철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았어. 특히 세상의 끝과 같은 조용한 시골 역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좋았어. 그 시골역의 역장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그의 사랑에 빠진 그의 사랑에 대한 예찬은 외우고 싶을 만큼 공감이 가고 좋았단다.

============================

(103-104)

그러나 다른 면을 보자. 그것은 유희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혀 유희가 아니었다. 위대하고 힘든 것이 사랑이다. 또한 가장 행복한 사랑일지라도 도가 지나치면 끔찍하고 부담스러워진다. 고통 없는 사랑이란 없다. 사랑으로 죽을 수 있고, 고뇌를 통해 사랑의 원대함을 측정할 수 있다면! 기쁨은 무한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너무도 행복했고 처절할 정도로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그대, 나를 구원해 주오. 나의 사랑은 너무 지나치오. 아직 우리 머리 위에 별들이 있고, 사랑과 같이 커다란 것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다행이오. 우리는 침묵이 우리를 억누르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자요, 안녕. 영원을 시간의 조각으로 찢어 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잠을 자지 않았고, 무거운 마음이 되어 사랑에 울며 목이 메었다. 빨리 날이 밝아 그녀의 창가에 인사할 수 있기만을 기다리는 시절이었다.

============================

결혼하고 나서는 장인어른이자 역장님이 잘 봐줘서 좋은 역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단다. 그리고 장인어른의 배경으로 젊은 나이에 역장이 되기도 했어. 역에서 일하는 것이 그의 적성에 딱 맞았어. 그렇게 일을 좋아하다 보니, 아내보다 일을 더 사랑하는 그런 일꾼이 되어버렸어. 전쟁이 나는 위기도 있었지만, 잘 넘겼단다.


2.

죽음을 앞두고 쓰는 자서전이다 보니 뜻하지 않게 며칠 동안 아팠기 때문에 글을 못 썼다.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고 나서 글을 다시 쓰기 했는데, 문체가 바뀌었단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약간은 객관적으로 써 내려갔는데, 이제는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단다. 겉으로 보여주는 자아가 아닌 자신의 몸 속에 숨겨져 있는 악인도 불러내서 말이야.

그 두 자아는 서로 말을 주고 받았어. 그 동안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자아는 사악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더러운 욕망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선한 마음을 갖고 있던 원래 자아는 사악한 자아를 비판하면 설득하려고 했어. 이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둘은 서로 상반되는 영혼의 소유자였어. 그런데, 소설은 갈수록 내 속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자아들이 나타나 자신의 목소리를 냈단다. 그의 자아에는 우울증 환자 자아가 있고, 그거 억척이라고 부르는 억척스러운 자아가 있고, 원래 평범하게 살아온 자아도 있었어. 그들은 주인공의 몸 안에서 서로 공존하며 살아왔던 거야.

============================

(201-202)

그건 우울증 환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어머니가 관련되어 있다. 어머니는 나를 응석받이로 만들었고, 나 자신 속에 있는 억척스러운 자아의 나약한 동생 같은 인물이 내게 형성된 것이다. 둘 다 분명 이기주의자들이었다. 그런데 억척이는 공격적이었고, 우울증 환자는 방어적이었다. 이 우울증 환자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이었고, 오로지 안전한 생활만을 원했다. 그는 아무데에도 끼어들지 않으려 했고, 안전한 항구나 방풍막 같은 것만을 찾았다. 무엇보다 그 때문에 공무원이 되었고, 결혼을 했고, 자신의 주위에 울타리를 친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첫 번째 자아인 평범하고 착한 인간과 지내기가 가장 편했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생활은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은신처를 만들어 주었다. 억척이의 불만에 찬 명예욕은 때로 우울증 환자가 느긋하고 편안히 지내는 데 방해가 되기는 했지만,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는 데에는 쓸모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세 개의 삶은 서로 동맹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었으나 조화를 이룬 셈이었다. 평범한 자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고, 억척스러운 자아는 그 일을 상품화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이 일은 하고 저 일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정해 주었으며,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았고 모든 일을 적당히 처리했다. 그처럼 세 개의 상이한 본성이었지만 서로 불화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타협했고, 아마도 서로를 배려하기도 했을 것이다.

============================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내 안에 숨어 있던 자아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나게 된단다. 결국 주인공은 깨닫게 된단다. 사람은 사람들의 집합이라고그 사람들의 집합에는 평범한 인간, 우울증 환자, 영웅, 억척이. 시인, 거지 등 많은 자아들이 뒤섞여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 중에서 승기를 잡은 자아가 겉으로 표출된다고 했어. 이쯤 되면 평범한 인생이 아닌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자신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는 여러 자아들이 있음을 인정하게 될 거야. 물론 아빠도 그렇고 말이야. 그래서 더더욱 이 소설에 공감이 갔던 것 같구나.

============================

(215)

사람은 사람들의 집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집합 속에 평범한 인간, 우울증 환자, 영웅, 억척이 같은 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은 그처럼 뒤섞인 무리로 이루어진 존재이지만, 이 무리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늘 그중 누군가가 앞장서서 한동안 길을 인도한다. 그가 지도자라는 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왕의 깃발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 깃발에는 <내가 자아>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가 나의 자아이다. 이건 간지 단어에 불과하지만 강력하고 거창한 단어이다. 그가 자아인 동안 그는 집합의 지배자이다. 그 후 또다시 누군가 무리 중의 다른 인물이 앞으로 헤쳐 나오고, 이제는 그가 왕기(王旗)를 들고 인도하는 자아가 된다. 이 자아는 단순히 명분일 뿐이며, 그런 깃발이 그저 이 무리의 단일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집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 공통된 표지도 필요하지 않으리라. 단순하고 단지 유일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사는 동물에게는 자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존재가 복잡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 자아를 우리의 내면에 각인시키고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여길 보라, 이것이 나의 자아이다>라고.

============================

이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삶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게 되더구나. 자꾸만 아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고, 아빠의 속에 숨겨져 있는 자아들을 생각하게 되고, 만약 젊은 시절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아빠를 이루고 있는 자아들은 다른 자아들이었을 것이고, 승기를 잡아 겉으로 표출된 자아도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아빠는 또 어떤 자아들이 생겨날까도 궁금했고, 너희들 몸 속에는 승기를 잡아 겉으로 드러난 자아 말고 또 어떤 자아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

생각 거리도 던져주고 재미도 던져주고 좋았단다. 지은이 카렐 차페크. 정말 평범하지 않은 멋진 소설을 쓰셨구나. 그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겠다. 그의 이름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어. 검색을 해보자. 카렐 차페크. , 우리나라에도 그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구나. , 제목 마음에 드는 거 장바구니에 일단 넣어 둬보자.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아니, 정말입니까?

책의 끝 문장: 의사가 중얼거렸다.


노신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친구가 죽었어. 그처럼 규칙적인 사람도 해내는 걸 보면 죽는다는 건 아주 평범한 일임이 틀림없겠군. 하지만 분명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겠지. 아마 삶에 애착이 있었으니까 자서전을 썼을 게야. 그렇게 평범해 보이던 사람도 어느 날엔가는 훌쩍 세상을 뜨게 된다는 걸 누가 알겠나. - P9

하지만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찬미해야 옳지 않을까?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일까? 그 대신 우리는 많은 일을 해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 나의 삶은 전체적으로 보아 행복했고, 소심하지만 목가적인 삶에서 발견한 조그맣고 규칙적인 행복은 부끄러울 게 없다. - P20

지금도 아버지는 일을 하며 셈을 하고, 어머니는 걱정과 사랑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며, 나는 은밀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 P52

<행복한 청춘 시절>이라는 말은 얼마나 단순한 표현인가! 그런 표현과 더불어 우리는 분명 그 당시 건강했던 치아와 위장을 생각을 따름이지 고통스러워하던 영혼은 간과해버린다. 우리에게 그때처럼 긴 인생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즉각 우리의 존재를 바꾸려 할 것이다. 나는 그때가 내게 가장 불행했던 시기였고, 동경과 고독의 시기였음을 안다. 하지만 내가 변화하고 그 우울했던 청춘을 두 손으로 다시 붙잡는다고 해도, 나의 영혼이 또다시 그처럼 한량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 P57

유희란 진지한 일이며, 규칙과 구속력이 있는 질서가 유지된다. 유희는 어떤 것에 대해, 오로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몰두하거나, 감미롭게 또는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몰두하는 것을 그 밖의 다른 것으로부터 격리하고, 그 규칙에 따라 구분하고, 주변의 현실에서 떼어 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는 축소된 규모가 되기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어떤 것이 축소되면, 그것은 다른 현실로부터 분리되고 그 자체로 더욱 넓고 심오한 세계가 된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는 우리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다른 세계로부터 우리 자신을 떼어 내는데 성공하여 우리를 구분하는 마법의 원 한 가운데에 있다. - P97

절약이란 수동적인 미덕이며, 안정된 생활에 대한 희구이자 닥쳐올 미래와 위기와 우연에 대한 두려움이다. 탐욕이란 잔인할 정도로 우울증과 유사하다. 아버지는 엄숙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주 훈계를 했다. "공부만 해라, 얘야.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생활이 <안정>된단다. 그게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란다. 확실한 기반과 안정과 자신감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일이 없지." 나무처럼 크고 강했던 아버지가 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나약하고 응석받이인 아이가 어디에서 용기를 배웠겠는가? 내게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성향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며, 육체적인 충격이 나타나자 겁을 먹고 움츠러든 나는 삶에 대한 방어적 두려움을 느꼈고, 그 두려움을 삶의 질서로 삼았던 것이다. - P1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곡 소오강호 3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김용 무협 소설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읽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더구나.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십 년도 훌쩍 넘긴 시간들. 소설 속에서도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던 김용의 소설들. 또 시간이 지나고 미래의 어느 날, 오늘 읽은 이 소설들과 이 소설을 읽을 때의 감정들과 일상들이 생각나겠지.

소오강호 3권의 이야기를 다시 부지런해 해보자꾸나. 2권의 마지막 부분은 중상을 입은 영호충과 그를 간호해 주기 위해 육후아만 남고 화산파 사람들은 잠시 그들의 본거지를 떠나 있기로 했잖아. 그런데 얼마 뒤 악영산이 되돌아왔어. 아버지 악불군이 갖고 있던 자하비급이라는 책을 갖고 왔단다. 이 책에서는 자하신공에 대한 비법이 실려 있는데, 자하신공을 연마하면 영호충의 부상을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 몰래 그 책을 훔쳐가 가지고 온 거야. 그 책만 전달해주고 악영산은 다시 돌아갔단다.

영호충이 정신이 들었을 때 육후아가 그 이야기를 하자, 자신은 스승님 몰래 자하신공을 익힐 수 없다고 거절했단다. 하지만 육후아는 그보다 사형의 부상을 치료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자하비급을 대신 읽어주었단다. 영호충은 하지 말라고 해도 육후아는 계속 읽어주자, 육후아를 잠시 움직이지 못하게 혈도를 누르고 그곳을 떠나버렸단다. 영호충은 그 정도로 바른 생활 사나이였고, 예와 전통을 중시했단다.

영호충은 가는 길에 의림과 의림의 아버지 불계화상을 만났단다. 의림의 아버지 불계화상은 스님이었지만, 결혼하지 말라는 격식 따위는 지키지 않는 스님이었어. 심지어 의림의 어머니도 비구니라고 했어. 불계화상은 영호충을 만나자마자 사위라고 하면서 의림과 짝을 맺으라고 해서 의림을 당황하게 했단다. 그런 와중에 다시 화산으로 돌아오는 악불군, 악부인, 악영산을 만났어. 악영산이 자하비급을 빼돌린 것을 알고 그것을 찾으러 가는 것이었어. 영호충도 함께 다시 화산으로 갔는데, 그곳에 도착하고 보니 자하비급은 사라지고, 육후아는 죽어 있었단다.

악불군은 자하비급을 영호충이 훔쳐갔다가 의심했지만, 영호충은 결백했어. 다만 잠깐 정신을 잃게 혈도를 누른다는 것이 실수로 육후아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큰 자책감과 큰 슬픔에 빠졌단다. 그렇다면 자하비급은 도대체 누가 가지고 간 것인지그들은 화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다시 길을 떠나고 화산파의 다른 일행들과 만났단다. 그런데 복면을 쓴 열다섯 명의 괴한이 그들을 공격했어. 알고 보니 벽사검보를 빼앗으려고 왔던 거야. 임평지가 화산파에 있으니 벽사검보가 화산파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악불군과 악부인이 상대했지만 복면을 쓴 이들은 무공이 뛰어나고 숫자로도 역부족했어. 영호충은 자신이 중상을 입었지만,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는 단숨에 복면 15명의 눈을 공격하여 모두 눈을 멀게 했단다. 풍청양한테 배운 독고구검이 영호충 자신도 모르게 무공을 레벨업 시켰구나. 그는 복면을 쓴 15명을 공격하는데 기력을 소진해서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단다.


1.

영호충의 검술을 바로 앞에서 본 악불군. 그가 그런 검술을 보인 것은 벽사검보를 영호충이 익혔을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단다. 영호충도 스승님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마음이 아팠어. 그가 실력이 는 것은 풍청양한테 배운 덕분인데, 풍청양을 만난 사실을 이야기 않겠다고 약속을 해서 말도 못하고 말이야.

위기를 넘긴 화산파 사람들은 임평지의 외가에 들르게 되었어. 임평지의 외가 사람들은 영호충이 벽사검보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어. 그러면서 자기네 책이니 내 놓으라고 협박까지 했단다. 영호충은 없다고 하자, 강제로 몸까지 뒤져서 몸 속에 숨겨진 책을 하나 찾아낸단다. 그런데 그 책은 벽사검보가 아니었어. 그 책은 오래 전에 유정풍과 곡양이 죽으면서 남긴 악보인 소오강호지곡이었어. 그런데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임평지의 외숙부들은 그 책이 벽사검보라고 우겼단다. 영호충이 악보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를 않았어. 결국 주변에 있는 악사 녹죽옹과 그의 고모를 찾아갔어. 그리고 그들이 그 책은 금과 퉁소를 위한 악보라는 것을 확인해 주고 나서야 영호충은 혐의에서 벗어났단다. 이런 인연으로 영호충은 녹죽옹과 그의 고모와 인연을 맺었어. 그의 고모한테는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친해졌단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영호충도 금을 배우게 되었어.

다시 길을 떠난 화산파 사람들그런데 길에서 만난 이들이 자꾸 영호충을 도와주는 것이었어. 누군가 시킨 일이라면서 말이야. 살인명의라고 부르는 명의 평일지도 영호충을 도와주었어. 평일지가 살인명의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가 못 고치는 병이 없어 다 고치는데, 그대신 조건은 한 사람의 병을 고치는 대신 한 명이 대신 죽어야 한다고 했어. 강호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평일지가 영호충을 치료했는데, 그도 영호충의 병은 어쩔 수 없다고 했어. 진료를 해보니 100일 정도 살 수 있다고 했어. 영호충은 자신 때문에 사제 육후아도 죽고, 사랑하는 악영산도 자신을 멀리하고, 스승으로부터 믿음도 잃고그래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여 100일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슬퍼하지 않았단다.


2.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영호충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자꾸 나타난다고 했잖아. 그 중에 조천주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사람은 친구 노두자가 불치병에 걸린 자신의 딸을 살리려고 만든 진귀한 약을 훔쳐서 영호충에게 몰래 먹였단다. 영호충에게 약이라고 하면 안 먹을 것 같으니 몰래 먹인 거야.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영호충은 자신 때문에 노두자의 딸이 죽게 되었다면서, 자신의 피를 뽑아서 노두자의 딸에게 먹였단다. 자신의 피에 약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피를 얼마나 많이 뽑았던지, 영호충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단다. 순진하면서 착한 영호충이구나.

이번에는 오선교 남교주인 남봉황이 직접 영호충을 찾아와서 영호충을 치료하겠다면서 온갖 진기를 불어넣었단다. 이번에는 진짜 영호충이 기력을 많이 회복을 했단다. 그렇다고 그가 죽음을 면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데 도대체 영호충을 도와주는 사람들 뒤에는 누가 있는 걸까? 그렇게 영호충을 돕는 이들은 영호충을 오패강이란 곳에 데리고 갔단다. 그 숫자가 하나 둘 불어나더니 천 명 가까이 되었어. 그들이 모두 영호충을 보거나 영호충을 도와주기 위해 모인 거야. 영호충은 그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오패강에서 명의 평일지를 다시 만나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동안 영호충을 진료하겠다고 하는 영웅들이 들이부은 진기들이 영호충의 몸 안에서 얽히고 설켜서 더 안 좋은 상태가 되었다고 했어. 이젠 정말 완치할 수 없다고 했어. 그러면서 생명을 좀더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그 방법이란 것이…. “술 끊어라, 여자 생각하지 말라였단다. 하하, 영호충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랑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니그것들을 하지 않다가는 영호충은 더 일찍 죽지 않을까 싶구나.

여기까지 대충 3권의 이야기란다. 영호충을 뒤에서 몰래 도와주는 이는 누구일까? 그 정체는 4권에서 나올까? 오늘은 여기까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육후아는 산 아래까지 사부와 사모, 여러 사형제들을 전송하고 외롭게 영호충이 있는 작은 집으로 돌아왔다.

책의 끝 문장: 그럴 바에는 일찍 죽는 게 낫고 그것이 대장부의 떳떳한 행동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 꿈꾸는돌 22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국계 미국인인 태 켈러가 우리나라 전래 동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로 뉴베리 대상을 탔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에 그 책을 살 때, 태 켈러의 또 다른 책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도 평이 좋아서 같이 샀단다. 그리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단다.

, 아빠는 이번에 읽은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이 더 좋았단다. 그리고 이 책은 너희보다 살짝 나이가 많은 한 소녀가 주인공이고, 소설 내내 식물을 키우는 내용도 나와서, 얼마 전에 강낭콩을 키우고 있는 shon 생각도 나더구나. 이 책은 너희들도 재미있을 게 있을 것 같아, 꼭 한 번 읽어보렴.


1.

그러면 이 책의 이야기를 해줄게. 주인공은 내털리 나폴리이고, 아빠는 존이었는데, 아빠는 한국계로 한국 이름은 영진이었고 상담사로 일하고 있어. 아빠 존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아빠 존의 어머니, 그러니까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었어. 내털리의 엄마는 예전에는 식물학자였는데, 지금은 아파서 계속 자기의 방에서만 생활했단다. 엄마의 병명은 심한 우울증이었어. 엄마의 병 치료 때문이지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고 늘 돈이 쪼달렸단다. 내털리의 가장 친한 친구는 트위그란 친구로 부잣집이었어. 그런데 사실 어렸을 때는 미케일라라는 더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멀어져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단다. 미케일라의 엄마는 멘저 교수이고, 내털리의 엄마는 멘저 교수와 같이 일했었는데, 그곳에서 해고되고 그 이후에 우울증에 걸렸어. 그것도 미케일라와 멀어지는데 한 몫 했지.

내털리의 엄마는 혼자 계속 방 안에만 있어서 내털리의 아빠가 요리도 다 하고 집안일도 다 했단다. 내털리는 처음에는 그런 엄마를 이해했지만, 십대 소녀로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 간혹 화를 내기도 했단다. 엄마가 예전의 모습을 다시 찾은 적이 있는데, 추수감사절 때 할머니가 왔을 때 잠깐 이었어. 할머니에게 자신의 그런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 할머니가 가시고 나자,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셨단다. 내털리는 엄마가 침대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엄마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엄마의 영향으로 내털리도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있어, 아빠는 내털리에게 병원에서 전문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고, 내털리는 그걸 싫어했지만, 아빠의 계속된 설득으로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상담을 했단다.


2.

하지만 착한 내털리는 엄마를 다시 예전의 엄마로 되돌리려는 방법을 알았어. 식물학자였던 엄마는 코발트블루 난초를 좋아했는데, 그 코발트블루 난초를 구해오면 엄마도 회복될 것이라 생각했어. 그 코발트블루 난초는 뉴멕시코에 있었어. 뉴멕시코까지 가려면 돈이 필요했고, 과학 선생님 닐리가 추천해준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의 상금이 500달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내털리는 그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겼어. 트위그가 같이 하자고 했고, 같은 반 친구 중 범생인 다리가 자기도 같은 팀으로 참가해도 되냐고 물어봤어. 트위그는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다리가 똑똑하기 때문에 같이 하기로 했단다. 다리는 팀원이 된 다음부터는 학교에서 과학실험을 할 때도 트위그와 내털리의 실험조에 와서 같이 실험했어.

내털리와 트위그와 다리는 집에 모여서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를 열심히 준비했어. 아참,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란 것이 무엇이냐면높은 곳에서 달걀을 안 깨지게 떨어뜨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란다. 아빠도 대학교 다닐 때 학교 축제에서 그런 이벤트를 했던 것 같아. 아빠는 참여해 보지 않았지만, 해보면 재미는 있을 것 같구나. 너희들도 한번 생각해 보렴… 3층 높이에서 달걀을 떨어뜨렸을 때 어떻게 하면 깨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내털리와 트위그와 다리는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단다. 그들의 달걀이 깨지고 말았어. 내털리는 아직 코발트블루 난초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어.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 엄마가 일하던 대학교 연구소에 갔었는데 그곳에 코발트블루 난초의 씨가 있었거든. 몰래 그 연구소에서 코발트블루 난초의 씨를 가져오려고 했어. 트위그와 다리가 같이 가겠다고 했어. 용감한 십대들^^ 몰래 연구소에 들어가는 것까지 성공했고, 내털리가 코발트블루 난초로 알고 있던 식물에 독일 붓꽃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어. 그럼 그 동안 잘못 알고 있던 건가? 그리고 또 하나 진실을 알게 되었어. 엄마가 일하던 연구소에서 엄마의 책상과 사무실과 물건이 그대로 있었어. 그러니까 엄마가 그곳에서 짤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만 둔 거였어. 다시 이야기하면 연구소에서 짤린 것 때문에 우울증 걸린 것이 아니라, 우울증에 걸려서 연구소를 그만 둔 것이었지. 엄마의 책상과 물건이 그대로 있다는 것은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그것도 모르고 내털리는 그동안 오해를 해왔구나. 내털리와 트위그와 다리가 실험실에 있다가 그만 경비원에게 걸리고, 내털리는 멘저 교수와 아는 사이라면서 멘저 교수를 불러 달라고 했단다. 멘저 교수가 오자, 연구소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지금까지 멘저 교수가 엄마를 해고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면서 용서를 빌었어.

내털리의 아빠와 엄마도 내털리가 엄마를 위해 한 일들을 알게 되었단다. 내털리의 아빠가 엄마의 병에 대해 내털리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엄마가 우울증에 걸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이번에는 예전처럼 잘 이겨내고 다시 예전의 엄마로 돌아올 거라고 말이야. 엄마도 내털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단다. 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털리와 함께 하는 시간도 늘려갔어. 내털리는 덴저 교수 때문에 더 멀어졌던 친구 마케일라와도 오해를 풀고 화해를 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희망을 갖고 끝이 났단다. 우울증은 마음이 깨졌을 때 병이라고 생각해. 달걀이 깨졌을 때 그것을 원래 상태로 만들기 어렵지만, 마음이 깨졌을 때는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의 사랑으로 다시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수 있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 우리 가족 중에 마음이 깨지는 일이 있다면 내털리와 내털리의 아빠처럼 사랑으로 잘 보살펴주자꾸나.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니까 말이야.

이 책의 목차를 보면 관찰, 질문, 연구 조사, 가설, 실행 계획, 실험, 결과, 결과 분석으로 되어 있는데 과학의 탐구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듯 해서 좋았단다. 중간중간 실험에 관한 삽화들도 나오고너희들도 이 책을 좋아할 것 같구나. 다시 한번 추천하면서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우리가 해야 할 첫 과제를 칠판에 구깃구깃한 글씨로 써 놓은 닐리 선생님은 우리에게 과학적 탐구 과정이란 것을 가르치기가 아주 신나는 모양이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 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