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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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천선란 님의 신간 알림 메시지가 도착했고, 아빠는 바로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단다. 이제 믿고 보는 작가가 된 천선란 작가. 이번에는 단편집이구나. 아빠가 원래 단편을 즐겨 않았는데, 최근에는 단편도 단편 나름 재미가 있더구나. 이번 천선란 님의 <노랜드>에는 모두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단다.

늘 그렇듯 사람 향기 풀풀 나는 SF 소설들이었어. SF 소설을 쓰려면, 새로운 세계관이나 새로운 과학 규칙을 생각해 내야 할 것 같은데, 이번 10편도 제각각 새로운 세계관이 펼쳐졌단다. 마치 10개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단다. 아빠가 천선란 님의 책은 두어 권 안 읽은 것이 있는데, 그것도 찾아서 읽어야겠구나. Jiny는 천선란 님의 <나인>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이번 <노랜드>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구나. 한번 읽어보렴. 아빠의 편지에는 스포일러가 가득 들어 있으니 책을 먼저 읽고, 다음에 이 독서 편지를 읽기를


1.

자 그럼 10편의 선물에 대해 각각 짧게 이야기할게.

<흰 눈 푸른 달>. 크람푸스라는 외계인의 침략이 있었고, 인류는 그들을 막기 위해 늑대 유전자를 이식한,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고 4년 동안 전쟁 끝에 승리를 하고 외계인을 쫓아냈단다. 전쟁은 끝나고 늑대 유전자를 이식한 늑대 인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없애야 할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겠는데그럼 다른 모든 사람을 늑대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격리하기로 했단다. 그러다가 적대 관계에 있는 다른 우주의 행성을 먼저 쳐들어가기로 했다는구나.

명월도 그런 늑대 인간 중에 한 명이었어. 격리 생활을 하면서 훈련을 했어. 우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지인이나 가족들의 면회가 있었는데, 명월은 친구인 강설이 면회를 왔어. 크람푸스가 쳐들어왔을 때, 강설의 언니는 크람푸스의 공격으로 죽고, 강설 마저 크람푸스의 공격으로 죽을 뻔했는데, 그때 명월이 나타나서 구해준 인연으로 친구가 되었단다. 강설과 명월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하지만 찐한 우정이 그려지는 소설이란다.

<바키타> 바키타라는 외계종족이 지구로 쳐들어왔는데, 이 종족은 특이하게도 인류의 골칫덩어리 일회용품 쓰레기를 먹고 몸집을 키우는 종족이었단다. 그래서 지구인들은 바키타와 공존하면서 다시 일회용품을 맘놓고 쓰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바키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공구조물도 먹고, 인간을 지배하고 사육하려고 했단다. 바키타들이 처음 지구에 왔을 때 인간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어.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간 인간들그들과 공존하다가 그들의 가축 신세가 된 사람들. 하지만 스스로 문명 인간이라고 불렀어. 그들을 떠나 숲 속으로 숨어 들어가 살다가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다가 육식에 유리한 턱을 갖게 진화한 숲 속의 인간들.. 끝이 어떻게 되었더라

<푸른 점> 제목만 들어도 칼 세이건의 글에서 소설 제목을 따 온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우주에 나가서 지구를 보면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인다고 했지.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게 되는 인류그 중 한 우주선을 이끄는 시에라 박 함장. 토성의 고리 근처의 웜홀을 앞두고 우주선 외부 작업을 하다가 푸른 점이 아닌 먼지에 뒤덮인 지구를 보게 되었단다. AI인 러스가 진실을 알려주었어. 지구가 옐로스톤의 화산으로 멸망했다고지금이라도 남아 있는 인류를 구출하러 지구로 다시 돌아가자고 하는 시에라. 하지만 러스는 가능성이 없다고 했어. 그리고 지구가 멸망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했단다. 웜홀을 지나기 직전, 우주선에 있는 사람들은 지구의 마지막 모습, 아름답고 창백하게 빛나는 푸른 점을 보게 된단다. 그들은 그것이 지구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홀로그램 상의 푸른 점이었단다.

….

<옥수수밭과 형> 푸코는 열한 살이고 자폐아의 천재였단다. 그런데 푸코를 아주 잘 보살펴 주었던 형이 백혈병으로 죽고 말았단다. 그런데 며칠 뒤 옥수수밭에서 형을 다시 만났어. 그것도 건강한 진짜 형이었어. 이상한 것은 그 전에 있었나 긴가민가한 발목에 새겨진 9라는 숫자. 또 얼마 뒤, 부모님은 발목에 13이라고 써 있는 형을 데리고 와서 같이 지낼 거라고 했어. 옥수수 밭에서 만난 9번 형은 13번 형을 없애고 자신이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단다. 그런데 며칠 뒤 이번에는 발목에 2번이 새겨진 형을 옥수수밭에서 또 만났단다. 처음에 백혈병으로 죽은 사람은 진짜 형이었을까? 그 형도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렇지 발목에 숫자가 써 있었던 건 아닐까? 형이 도대체 몇 명인 거야? 혹시 푸코의 발목에도 숫자가 써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 > 주인공은 해리성 인격 장애를 겪었단다. 몸은 하나인데, 영혼이 둘이었어.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처럼?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약물을 먹고 그렇게 되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영혼이 둘이었단다. 둘은 서로를 구분하기 위해 로 서로 부르기로 했어. 재는 엄청난 천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제는 무척 평범한 사람이었어. 가끔 어쩔 수 없이 재처럼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들킬 뻔한 적도 많았어. 둘은 동시에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메모로 의사 소통을 했단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시간에서 잠에서 깨어난 제. 그러니까 그 시간은 재가 일어나 활동할 시간인데 제가 깨어난 거야. 재와 제에게는 동생 선이 있었단다. 그런데 선에 제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어. 재는 연구를 거듭하여 제를 죽이고 몸을 온전히 자기 혼자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했어. 선이 제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선은 재보다 제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어. 그래서 선은 재가 알아낸 그 방법을 제에게 알려준 거야. 제는 이제 재를 없애고 온전히 자신이 몸을 다 차지할 수 있었어. 과연 제의 선택은? 이 소설이 아빠는 가장 마음에 들었단다. 대단한 상상력이시네, 이러면서 읽었어.

<이름 없는 몸> 한 고립된 마을이 있었어. 한쪽은 독암산이라는 산으로 막혀 있고, 나머지 3면은 바다로 둘러 쌓여 있었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여서 먹고 인육도 먹는 것 같았어.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노리는 사람들도 많았어. 주인공 를 임신했던 엄마는 임신을 안 한 척하고 를 몰래 낳고, 몰래 키우고 해서 가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었단다. 나중에 엄마가 죽고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고 하러 그 마을에 다시 찾았는데, 그곳은 좀비들의 마을이 되어 있었단다. , 혹시 좀비 장편 소설의 프리퀄 같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전에 흡혈귀를 소재로 한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쓰시기도 했는데, 이젠 좀비 소설도 쓰시다니.. 영역 확장이 반갑더구나

<에게> 죽고 나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이들의 아주 짧은 소설이었단다.

<우주를 날아가는 새> 우리도 예전에 갔었던 강화도 전등사가 배경이란다. 어렸을 때부터 전등사에서 자란 효원. 지구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되어서 우주선들이 인류를 다른 행성으로 실어 날랐는데, 효원의 부모님과 같은 효종 스님은 몸도 불편하고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우주선을 타지 않기로 했단다. 마음씨 착한 효원도 효종 스님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가지 않겠다고 했어. 둘만 있는 절에 한 새가 날아왔는데, 자세히 보니 몇 년 전에 치료해준 새였어. 그 새가 다시 왔다는 소식을 효종 스님도 기뻐하실 것 같아서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잠을 달게 주무시고 계셔서 이야기하지 못했어. 그런데 그 다음날 효종 스님은 일어나지 못하시고 열반에 드셨단다. 얼마 후 다른 스님이 헬기를 타고 오셨단다. 어떤 새가 염주를 물고 찾아왔다고그래서 마음에 걸려 다시 절을 찾아왔다고효원은 다시 헬기를 타고 같이 떠났단다. 동화 같은 이야기로구나.

<두 세계> 황유라와 황유진은 쌍둥이였단다. 유진은 늘 이 행성에 잘못 왔다고 이야기했는데,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유라는 노랜드라고 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가상현실과 종이 책을 융합한 책을 만드는 일종의 출판사로 볼 수 있어. 그런데 어느날 크래킹 사고가 발생해서, <아락스>라는 책의 결론이 바뀌었다는 거야. <아락스>라는 책의 주인공은 아락스인데, 그 아락스가 소설 속에서 사라졌다고 했어. 확인해 보니 AI였던 아락스는 능력을 발휘하여 현실 세계의 사람의 영혼으로 이식한 거야. 그러니까 가상 현실을 떠나 현실 세계로 온 거지. 유라는 아락스가 이식한 신규영이라는 사람, 아니 아락스를 만났단다. 신규영이라는 사람의 몸에 들어 앉은 이락스. 신규영은 어디에 갔느냐고 물어보니, 아락스는 그 또한 지금 세계의 밖으로 갔다고 했단다. 우리는 이 세상이 다 인줄 알고 살지만, 우리 세상을 들여다 보는 또 다른 세계가 있고, 규영은 그 세계로 갔다는 거야.. .. 그럴 법 하구나. 유라는 혹시 유진도 자살한 것이 아닌, 밖의 세계로 간 것은 아닌가, 생각했단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이인은 외계인 침입에 맞서 싸웠던 군인이야. 포르투갈 해변에서 싸웠어. 100여 일 동안 이어지던 전쟁은 끝이 나고 외계인은 물러갔어. 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전쟁이 끝나고 다들 자기 나라로 갔는데, 이인은 그냥 포르투갈에 남았어. 어느날 해변도로를 운전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중상을 입었어. 마침 붕대가 있어 응급조치를 했지만, 절벽은 너무 높아 오를 수 없었고, 외부인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고, 먹을 것도 없었어. 시간이 지나면 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어. 며칠 뒤 그곳에서 지구에 남아 있던 외계인을 만났어. 그 외계인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어. 자신의 존재를 비밀로 해주면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어. 이인의 친구의 꿈에 이인의 모습을 나타나게 해주었어. 그래서 이인의 친구를 그곳으로 왔고, 이인은 구출되었단다.

….

읽은 지 워낙 오래 되었고, 급하게 이야기한다고 앞뒤 줄거리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거야. 이상하다고 하지 말고 스포일러 예방 차원이라고 생각하렴.^^ 너희들에게 독서 편지를 쓰다 보니, 다시 한번 소설의 스토리들을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단다. 그럼, 천선란 님의 다음 소설을 기다리며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안내 받은 장소에는 사람이 많았다.

책의 끝 문장: 이인은 이제 그 사람이 보이는 대신 언제 어디서나 딱-- 청아하게 퍼지는 새소리를 들었다.


우주는 공(空)이다. 존재에는 실재가 없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실재하지 않기에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깨닫지 못한 이들이 그것을 기적이라 부를 뿐이다. - P296

세계와 자신의 불합치. 어떻게든 이 행성에서 살아갈 이유를 만드는 다른 존재들과 달리 끊임없이 이 행성의 출구를 찾는 존재. 합일되지 않은 세계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불안. 이해 받을 수 없다는 외로움이 굳어져 만든 마음의 외벽. 동시에 이 세상에 입장해 꼬박 스물네 해를 넘긴 후에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세상과 이 애의 관계였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애에게도 길이 될 수는 없었다. 그 애의 우물은 왜 생겨난 것일까. 유라는 고민했지만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기야 그 애조차 찾지 못했던 것이었으니 애초에 유라가 알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 P333

"저는 언제나 더 넓은 세계를 갈망했습니다. 그 욕망만이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머물고 있는 세계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제 욕망은 오로지 그 세계만을 꿈꿨습니다. 제 바람은 언제나 바깥에서 불어왔습니다. 아무리 배를 타고 멀리 나아간다 한들 그 세계에 발붙이고 있는 한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세계였습니다. 그곳에 갈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 저는 언제나 괴로웠습니다. 당신은 제 고통을 모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 그 세계보다 더 큰 세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갈 수 없는 그 고통 말입니다. 제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저는 욕망을 좇는 것 외에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은 세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제 그 욕망이 그 세계를 벗어나 더 큰 세계를 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세계가 오롯이 저에게 고통만 준다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 P351

삶과 죽음의 경계는 슬픔의 척도 같았다. 얼마만큼 슬프고 괴로운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삶에서 죽음으로 기꺼이 넘나들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거짓된 고통, 거짓된 슬픔 혹은 크지 않은 고통, 크지 않은 슬픔이 되었다. 고통과 슬픔, 좌절과 모멸, 증오와 살의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누간가 살라고 말했다. 죽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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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07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천선란 작가는 아직 못읽어봤는데 이 글 읽으니 읽어봐야겟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한국문학에서 sf소재의 글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거 같은데 소재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좋은거 같아요.

bookholic 2022-09-08 00:1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젊은 SF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ㅎㅎ
그리고 바람돌이 님도 저랑 취향이 비슷하길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비곡 소오강호 6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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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김용의 소오강호 6권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5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정교와 마교의 대결을 암시는 장면으로 끝이 났었잖아. 6권에서는 그 대결로 시작하였단다. 일종의 내기였는데, 마교가 내기에서 지면, 임아행, 향문청, 영영이 소림사에서 10년 간 머무르는 것이었어. 말이 머무르는 것이지, 갇혀 지내야 하는 것이었지.

각각 대표 3명이 나와서 삼판 이승제로 하기로 했어. 이런 대결을 영호충은 여전히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단다. 첫 번째 대전은 소림파의 방증대사와 임아행. 그들은 양측 최고의 고수답게 오랫동안 승부를 가릴 수 없었는데, 임아행인 꾀를 써서 이겼단다. 임아행의 반칙성 행동에 화가 난, 숭산파 장문인인 좌랭선이 곧바로 나서서 싸움을 걸어왔는데, 방증대사와 결투에서 힘을 쏟아 부은 탓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그만 지고 말았단다. 현재 스코어 일 대 일.

이제 마지막 승부. 정교에서는 그들을 응원 온 무당파 충허도인이 겨루기로 했단다. 그러자, 임아행도 자신들을 응원하러 온 이가 참가하겠다고 하면서, 숨어 있던 영호충을 불러냈단다. 영호충은 엉겁결에 그들 앞에 나왔지만, 다소 당황스러웠어. 영호충은 정교 소속의 스승님뿐만 아니라 방증대사 등과도 친분이 있었고, 마교 소속의 임아행과도 친분이 있고, 특히 영영에게는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도 사랑의 힘이 강한 법이지.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영영이 소림사에 10년간 갇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대결에 참석하겠다고 했어. 그러자, 충허도인은 이미 며칠 전에 영호충과 대결을 한 차례 했고, 그 대결에서 자신이 졌기 때문에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였단다.

이로써 마교의 승리로 끝나려는 찰나, 화산파의 장인 악불군이 나서서 싸우겠다고 했단다. 영호충 입장에서는 더욱 난처하게 되었어. 자신을 키워주신 스승님과 대결을 벌여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영호충과 악불군의 대결. 영호충은 스승님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 방어만 하고 있었는데, 이를 지켜 보는 이들은 영호충의 무공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단다. 계속 방어만 하던 영호충은 실수로 사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면서 이 대결은 영호충의 승리로 끝이 나고 말았단다. 이 때 화가 난 악불군은 영호충에게 장풍을 날렸고, 아무런 대비가 없던 영호충은 스승이 쏜 장풍에 맞고 정신을 잃었단다.

다시 정신이 든 영호충. 이미 소림사를 떠나 있었고, 그의 곁에는 영영이 그를 보살펴 주고 있었단다. 임아행과 향문청과 영영과 영호충은 부상의 치료를 위해 서서 손을 맞잡고 서로에게 진기를 불어넣어 주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내리는 눈그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그 네 사람을 모두 뒤엎어 버렸단다. 그래도 그들은 그 눈을 다 맞으면서 진기를 불어넣은 것을 계속 했어.

그런데 그곳을 악불군과 악부인이 지나가게 되었어. 악불군과 악부인은 임아행 일행을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악불군은 숭산파가 제안했던 오악검파를 하나로 합치는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어. 그에 반해 악부인은 그것을 거절해야 한다고 했어. 악불군은 거절하게 되면 항산파 정한 사태나 정일 사태처럼 숭산파한테 당할 수 있다고 했어. 아니, 정한 사태와 정일 사태가 같은 편인 숭산파에게 당했단 말인가. 그러면서 그들은 정교라 떠들고 다닌 것인가.

악불군과 악부인이 지나가고 나서, 얼마 뒤 악영산과 임평지가 그곳을 지나갔어. 그들은 부모님을 찾아가는 길인데, 둘은 신혼 부부답게 알콩달콩 깨가 쏟아졌단다. 그런데 동방불패 무리들이 와서 악영산과 임평지를 납치하려고 했어. 그러자 영호충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 속에서 뛰쳐나와 동방불패 무리들을 처치하고 악영산과 임평지를 도와주었어. 눈사람인줄 알았는데 거기서 영호충이 뛰쳐나와 깜짝 놀랬지만, 자신들을 위험에서 구출해준 영호충에게 고맙다면서 길을 떠났단다. 영호충의 마음 한쪽에서는 싸한 느낌이 일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영호충은 정한 사태와 정일 사태와 한 약속이 있어서 항산파로 간다고 하면서, 임아행, 영영, 향문청과 헤어졌단다. 항산파에 도착한 영호충. 다른 항산파 사람들은 영호충의 장문인 취임식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취임식 준비를 하는데, 얼마 뒤 의림의 아버지 불계화상(기억나지?)이 전백광을 데리고 항산에 왔단다. 그런데 전백광이 머리를 빡빡 밀고 스님이 되어 나타났어. 불계화상이 그를 불교에 귀의시켰다고 하더구나. 불계화상과 전백광이 항산에 온 이유는 항산파에 가입하기 위함이라고 했어. 여자들만 있는 항산파의 장문인이 되는 영호충이 난처하게 될 까봐 남자들인 자신들도 항산파에 가입하겠다고 온 것이었어. 그들뿐만 아니라 영영을 따르던 수천 명의 무리들도 항산파에 가입하겠다면서 왔어. 이것은 영영이 영호충이 난처하지 않게 하려고 한 조치였단다. 마음씀씀이가 착한 영영이로구나.

….

영호충의 항산파 장문인 취임식방증대사와 충허도인도 축하해 주러 왔단다. 하지만 숭산파의 악후가 형산파, 태산파, 화산파 일행들을 데리고 와서 영호충의 장문인 취임은 무효라고 경고하러 왔어. 앞서 이야기한 영영의 수천 명의 무리들이 그곳에 있는 줄 몰랐던, 악후는 쪽수에 밀려 그곳을 다시 떠났는데, 다음달에 오악검파를 하나로 합치는 행사가 있으니 참석하라는 이야기를 남겼단다.

방증대사는 충허도인과 영호충을 데리고 조용한 것에 셋 만의 대화를 나누었어. 숭산파 좌랭선의 야욕이 걱정된다고 했어. 오악검파를 하나로 합치려는 것도 오악검파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그 다음은 강호의 일인자로 데려는 야욕이 있다고 했어. 그러면서 그것에 같이 대비를 하자고 했단다. 방증대사는 규화보전과 벽사검보에 대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해주었어. 옛 화산파 제자 중에 두 명이 규화보전을 보고 나서 외웠는데, 나중에 보니 둘이 서로 외운 것이 달랐다고 했어.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다가 화산파가 내분에 휩싸여 검종과 기종의 둘로 나뉘게 되었다고 했어. 이들 중 하나가 자신의 기억을 적은 다시 적은 것이 오늘날 동방불패의 손에 있는 규화보전이라고 했어. 그리고 규화보전과 벽사검보는 원래 하나였다고 했어. 그들이 그렇게 밀담을 나누고 있던 자리에 동방불패의 부하 가포와 무리들을 이끌고 와서 그들을 기습했어. 아무런 준비가 없던 방증대사, 충허도인, 영호충은 그들에게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는데, 때마침 임아행, 향문청, 영영이 그곳에 나타나서 방증대사, 충허도인, 영호충을 구해 주었단다. 임아행은 가포의 무리들 중에 상관운이라는 자를 알고 있었는데,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그를 포섭했어. 임아행은 진정한 일월신교의 교주이고, 동방불패가 그 자리를 빼앗은 것이었잖아. 임아행 일행은 동방불패가 있는 흑목애로 향했단다. 일전을 겨루기 위해서….


2.

임아행 일행은 흑목애에 도착해서 동방불패를 만났는데, 그는 가짜였고, 진짜 동방불패는 숨어 지내고 있었단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분명 남자였던 동방불패의 목소리는 완전 여자 목소리가 되었고, 신체도 여자처럼 변해있었어. 자신의 부하였던 양련정이란 자와 사랑에 빠져 있기도 했어. 그가 이렇게 된 것은 그가 연마한 규화보전 때문이었어. 규화보전을 연마하면 무공의 실력은 뛰어나게 되지만, 여성화되는 부작용이 있었던 거야. 그럼에도 무공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 동방불패는 규화보전을 익힌 것이지.

임아행 일행은 동방불패와 겨루게 되었는데, 소문대로 동방불패는 그들이 함께 겨루어도 이겨낼 수가 없었어. 영영이 꾀를 써서 동방불패가 사랑하는 양련정을 공격하려고 하자, 그 때 빈틈을 보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동방불패는 죽고 말았단다. 아빠가 어렸을 때 본 영화들에서는 동방불패의 존재감이 엄청났었는데, 원작에서는 잠깐 출현했다가 곧바로 죽고 마는구나. 그렇게 영화로 각색한 감독의 창의성에 박수를 보내야 하나, 원작을 제대로 무시한 감독의 무례함에 비판을 보내야 하나.

아무튼 동방불패가 죽고 나서, 임아행은 다시 일월신교의 교주가 되었단다. 영호충도 이들과 함께 왔었는데, 모든 것이 다 정리되고 나서 다시 항산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숭산파에서 이야기한 오악검파를 합치는 행사가 있는 날짜가 다가와서 영호충은 숭산으로 향했단다. 숭산에는 오악검파의 장문인들과 각 파를 대표하는 고수들이 모두 모여 있었어. 그런데 이미 숭산파 좌랭선이 떡밥을 다 뿌려 놓아서 오악검파를 합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았어. 믿고 있던 스승 악불군마저 동참하겠다고 했단다. 배신감을 느낀 영호충.

여기까지 소오강호 6권의 이야기란다. 김용의 소설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난단다. 이제 남은 2 권에서는 어떻게 잘 해피엔딩을 끝날 지다음에 또 이야기해줄게. 아빠의 게으름이 좀 나아져야 할 텐데.. 밀린 독서편지를 언제 따라 잡으려나ㅎㅎ


PS:

책의 첫 문장: 영호충은 방증대사의 입으로 그날 영영이 자기를 매고 이곳에 도착했던 상황을 듣자, 마음속으로 감격하고 또 감격하였다.

책의 끝 문장: 우리는 돌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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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유시민 님의 책을 읽었단다. 유시민 님이 유럽 도시 여행을 주제로 책을 쓰신다고 하셨고, 몇 년 전에 1권이 나왔단다. 원래는 1권이 나오고 얼마 후에 2권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전무후무한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책 출간이 계속 미뤄지다가 올해 나왔단다. 코로나 전염병이 창궐해 있는 동안 해외 여행에 대한 규제가 있어서 자유롭게 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올해 그 규제가 풀리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해외 여행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단다. 그래서 2권이 이번에 출간된 것 같구나. 유시민 님이 2권에서 소개된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여행한 것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이라서 이전에 책을 출간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을 보고 책에서 소개한 곳을 여행할 수도 있으니, 해외 여행의 규제가 풀어진 시점으로 출간 시점을 맞춘 것 같구나.

그런데 최근에 다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서 다시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조심하게 되는 것 같구나. 하기야 우리나라의 명소들도 못 가본 곳이 얼마나 많은데급히 해외로 갈 필요 있겠는가. 더욱이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끓고 있는데 말이야. 이젠 점점 여행하기 힘든 시절이 오는 것 같구나. 예전에 많이 다니지 못한 것에 대해 너희들에게 미안하구나.


1.

이번 <유럽도시기행 2>에 소개된 도시는 모두 네 곳이란다. ,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아빠는 모두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드레스덴을 제외한 세 곳은 모두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란다. 드레스덴이란 곳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으로 많은 희생자를 생겼던 곳으로 유명한데, 아빠는 커트 보니것의 <5도살장>을 통해서 그 비극적인 사건을 알게 되었단다.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커트 보니것의 <5도살장>을 읽고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를 읽어보렴.

아무튼 이 네 도시에 대한 소개와 그 도시에 얽힌 역사 등을 유시민 님의 화법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고, 이야기해주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어.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유시민 님이 각 도시에 대한 느낀 점을 짧게 한 마디로 적은 것을 볼 수 있단다. 빈은 내게 너무 완벽한’, 부다페스트는 슬픈데도 명랑한’, 프라하는 뭘 해도 괜찮을 듯한’, 드레스덴은 부활의 기적을 이룬’. 이 차례들을 보면서 왜 유시민 님은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아빠도 그의 글들을 읽어보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하면서 책을 펼쳤단다. 그러나 그가 직접 걷고 보고 느낀 감정을 그가 쓴 글에서 느끼기는 어렵겠지? 여행은 역시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을 해야 해


2.

이번 편지에서는 아빠가 뽑은 네 도시의 핵심 키워드 몇 개를 소개하고, 각 도시에 대해 유시민 님이 설명하는 부분 일부를 발췌해서 너희들에게 알려줄게.

먼저 빈. 빈의 키워드는 슈테판 성당, 비엔나 커피, 시씨, 마리아 테레지아로 뽑았단다. 슈테판 성당은 빈의 대표적인 건물이고, 빈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고 반전이 있어서 키워드로 뽑았단다. 그리고 시씨는 빈 사람들이 좋아하는 역사 속 인물인데,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서 뽑았단다. 시씨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황후였단다. 시씨는 애칭이고 본명은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라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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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7)

사람들은 비운의 주인공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지만, 빈 사람들이 시씨를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운명에 의해 권력형 셀럽이 되었지만 시씨는 자기다운 삶을 추구했다. 그녀는 남편이 황제여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혼인했다. 황후의 권력과 화려한 궁정 생활에서 의미와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남편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빈을 떠나 여행자의 삶을 영위했다. 아름다운 몸과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고 처절한 노력을 쏟았고 신분의 차이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다. 운명을 거부하거나 극복하지는 않았으나 운명에 갇히지도 않았다.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의미를 느끼는 인생을 살아나가려고 번민하고 도전했다. 그리고 그런 끝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역사의 위인은 아니었으나 사랑할 만한 미덕을 지난 황후였음에는 분명하다. 그러니 시씨의 사진과 초상화를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빈의 상인들을 욕하지 마시라. 그들은 시씨를 정말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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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랑스 혁명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 마리 앙투아네트의 엄마로 알게 된 마리아 테레지아도 빈을 대표하는 위인이란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든 생각인데, 마리아 테레지아에 대한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에도 들었단다. 그 시절 여성으로써 어떻게 그렇게 유능한 군주가 되었는지 궁금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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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4)

마리아 테레지아가 오로지 타고난 성격과 재능 덕분에 유능한 군주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남자 형제가 없었기에 어려서부터 군주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고 권력 행사와 관련한 직접 간접 경험을 쌓았다. 쇤브룬 궁전의 마리아 테레지아는 내게 말했다. “리더십을 형성하려면 지적,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학습과 경험을 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 그런 기회를 얻는다면 누구라도 탁월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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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도시 부다페스트의 키워드는 도나우강, 리스트, 언드라시 등으로 뽑았단다. 유명하지만 아빠에게는 낯선 도시 부다페스트. 이 도시를 흐르는 유명한 강 도나우 강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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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도나우강은 알프스 남쪽 경계를 타고 동쪽으로 흐르면서 빈을 지난 다음 부다페스트 근처에서 직각으로 몸을 틀어 남쪽으로 내려간다. 헝가리를 벗어날 때 다시 동으로 전향해 카르파아산맥과 발칸 산맥 사이의 협곡을 따라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등 발칸반도 북부를 가로지른 후 루마니아 남부 평원과 우크라이나 저지대를 거쳐 흑해에 들어간다. 숱한 지류를 끌어안으며 알프스의 발원지에서 흑해까지 3천 킬로미터를 달리는 도나우의 품에서 빈,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자라났다. 1990년대에 라인강과 연결하는 운하가 개통되어 이제 도나우 물길은 흑해에서 북해까지 통하게 되었다. 하류의 도나우는 잔물결이 흐르는 푸른 강이지만 빈과 부다페스트 구간의 도나우 상류는 그렇지 않다. 탁류가 빠르게 흐르는 위험한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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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만 보는 도나우 강이지만, 아빠 생각에는 한강만 못한 것 같더구나.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위인으로 리스트가 있단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젊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님이 콩쿠르 대회에서 리스트의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달아 치면서, 그것도 리스트가 환생했다는 극찬을 받으면서 연주를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된 리스트가 바로 부다페스트 출신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언드라시라는 사람을 소개해 주었는데, 아빠는 처음 들어본 사람이지만 헝가리에서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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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언드라시(Andrassy Gyula, 1823~1890)는 오늘날 슬로바키아공화국에 속하는 곳에서 태어났다. 자유주의 성향을 가진 백작의 아들이었던 그는 소년 시절부터 민족주의 정치 운동에 참여했고 세체니 이슈트반의 눈에 들어 스물세 살에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848년 귀족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크로아티아 영토전쟁에 종군했으며 헝가리혁명 정부의 명에 따라 이스탄불로 파견되어 오스만제국 정부의 협력을 끌어내려고 했다. 혁명을 진압한 합스부르크제국은 그를 반역자의 두목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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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도시 프라하의 키워드는 얀 후스, 보헤미아, 성 바츨라프로 뽑았단다. 얀 후스와 성 바츨라프는 프라하의 유명한 위인인데 아빠는 역시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고, 보헤미아는 프라하와 관계가 있는 말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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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189)

그래서 보헤미안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보헤미아인에 해당하는 체코 말은 체키인데 뜻은 정반대에 가깝다. ‘체키는 슬로바키아인이나 모라비아인 같은 소수민족을 제외한 보헤미아의 체코인을 가리키는 체코 말이고, ‘보헤미안은 독일인과 집시를 비롯해 체코인이 아닌 보헤미아 사람을 지칭하는 외국어였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보헤미안의 뜻이 달라졌다. 유럽 사회의 주류로 지위를 굳힌 부르주아 계급의 틀에 박힌 도덕 규범이나 행동 양식을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한 가치관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활동하는 지식인과 예술가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주로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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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네 번째 도시 드레스덴의 키워드는 드레스덴 폭격, 부활, 아우구스트로 뽑아 보았단다. 드레스덴을 이야기할 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이 벌인 만행을 빼놓지 않을 수 없구나. 독일은 자신들이 더 나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드레스덴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손해배상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어. 전쟁은 이래저래 죄 없는 민간들을 불쌍하게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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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영국과 미국 공군은 1945 2 13일 밤부터 사흘 동안 네 차례 번갈아 드레스덴을 융단폭격했다. 그때마다 고열의 화염폭풍이 도심을 집어삼켰다. 군수품 공장과 기차역뿐 아니라 주택, 상점, 호텔, 술집, 교회, 성당, 병원, 오페라하우스, 영화관, 동물원, 학교, 엘베강의 선박까지 도심 반경 3킬로미터 안에 있던 모든 것이 터지고 녹고 부서지고 불탔다. 사망자만 20만 명이라며 연합국을 비난한 나치 정부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 폭격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몇인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전쟁이 끝나고 여러 해가 지난 뒤에도 무너진 건물에서 시신이 나왔고 지하 방공호 한군데서 1천여 명의 시신을 찾은 일도 있었다. 체코 접경지 수데텐란트(보헤미아의 독일 국경 인접 지역)에서 쫓겨나 드레스덴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던 피난민들은 거주자 통계에 잡히지도 않았다. 당시 시신을 수습한 사망자만 35천 명이 넘었다. 독일이 엘베의 피렌체라고 자랑했던 드레스덴에는 공장 몇 개 말고는 전쟁과 관계있는 시설이 없었는데도 연합국 공군은 엄청난 양의 폭탄을 투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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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단히 네 도시에 대해 소개를 해 보았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역시 여행은 간접 체험보다는 직접 체험이 나을 듯 하구나. 유시민 님이 아무리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셔도 감흥이 크게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야.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열렬히 기다리며 오늘 편지는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유럽도시기행> 1권을 내고 제법 긴 시간이 지났다.

책의 끝 문장: 관용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 인간은 더 자유롭고 세상은 더 평화로워지기를.


온몸을 적셔 준 ‘비엔나커피’의 달콤함이 물 밑으로 가라앉는 듯한 우울함을 덜어주었다. ‘이성은 고상할지 몰라도 사람의 내면을 항구적으로 지배하지는 못해. 매 순간 더 강하게 인간을 끌어당기는 것은 감각인지도 몰라. 어때? 그런 것 같지 않아? ‘비엔나커피’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잠깐, 오해를 피하려면 ‘비엔나커피’라고 따옴표를 한 이유를 말해야겠다. 빈에는 ‘비엔나커피’가 없었다. 딱 한군데, 부다페스트행 기차를 기다렸던 중앙역 로비의 비스트로에 ‘비엔나커피’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건 ‘비엔나커피’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길다방 커피’에 생크림을 올린,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정체불명 음료였다. - P32

부다페스트의 화려함은 헝가리 사람들이 지니고 있었던 열등감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사의 상처를 감쪽같이 지워버린 빈과 달리 부다페스트는 그 모든 것을 내놓고 보여줌으로써 여행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증언하는 초대형 기억 공간을 조성한 베를린 말고는 부다페스트만큼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을 적극 홍보하는 도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부다페스트에서 반드시 그런 것을 챙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연을 알면 부다페스트가 더 정겹게 안겨 오는 느낌이 들 것이다. - P114

나는 얀 후스를 존경한다. 후스를 모른다고 해서 프라하 여행에 지장이 생기진 않지만 알면 프라하 공간과 체코 사람들의 정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 세계사 교과서에서 얀 후스(Jan Hus, 1372~1415)라는 ‘종교개혁가’의 이름을 처음 보았다. 그렇지만 후스가 그저 종교개혁가로서 프라하의 광장에 서 있는 건 아니다. 후스의 동상은 보헤미아 민족주의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민중의 열망을 담고 있다. 그는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았고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럴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삶과 죽음은 보헤미아와 유럽의 역사를 바꾸었다. - P181

집은 건축주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종교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건축양식은 건축기술의 발전, 활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의 변화, 건축주가 동원할 수 있는 재정의 규모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건축주의 철학과 욕망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로마제국 시대에 지은 교회는 무섭지 않다. 아테네 도심 골목의 오래된 정교회들은 아담하고 소박하고 정겹다. 원래 성당이었던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박물관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중세 유럽의 대세였던 고딕 양식 성당들은 그렇지 않다. 높고 날카로운 첨탑과 장중한 스테인글라스로 ‘경외심’ 또는 ‘공포감’을 강요한다. 고딕 양식은 가톨릭교회가 세속권력과 결탁하거나 스스로 세속권력을 능가하는 권력이었던 시대의 지배적 건축양식이다. 그들이 그런 집을 지은 것은 민중이 그곳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복종하기를 원해서였을 것이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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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니카의 황소
한이리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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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아빠가 읽은 책은 한이리 님의 <게르니카의 황소>라는 소설이란다. 이 책은 독특한 소설 제목과 먼저 읽은 이들의 높은 평점으로 아빠의 눈길을 끈 책이란다. 그리고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스토리부문 대상작이라고 하였어. 이 소설의 제목은 누가 봐도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에서 따 온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아빠도 그 그림의 제목만 알았지, 자세한 내용은 몰라서 구글링을 좀 해봤더니 게르니카라는 그림은 스페인 내전 당시 게르니카 지역을 독일군이 비행기로 폭격한 참상을 기리는 마음으로 피카소가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구나. 그 크기가 349.3 x 776.6 cm나 되는 엄청난 크기라고 하더구나.

그런데 왜 이 소설에 그 그림에서 따왔을까, 궁금했단다. 지은이는 한이리 님이라는 처음 알게 된 분이었어.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스토리부문 대상작이고, 평점이 너무 좋아서 아빠가 너무 기대를 하고 책을 펴서 그런지, 그 기대에는 좀 못 미쳤단다. 아빠의 취향과 좀 안 맞는다고 할까?


1.

한국에서 부모님을 따라 미국 뉴욕으로 이민은 온 소녀. 신경질환을 겪던 엄마가 아빠를 죽이고 딸도 죽이려고 했으나 실패. 엄마는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혼자 남은 딸은 정신병원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그 딸은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엔 열 살 이전의 기억을 하나도 못하고, 심지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그 딸을 치료하던 의사 칼 벤헴은 그 소녀를 양녀로 입양하였고, 이름을 케이트라고 지어주었어. 케이트 벤헴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칼 벤헴에게는 친 딸 레이첼과 친아들 댄이 있었는데 레이첼과 댄은 케이트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단다. 케이트는 그 사건의 트라우마로 정신 질환을 겪고 약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했어.

그런 케이트가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을 보면 안정을 찾았어. 그래서 칼 벤헴은 케이트의 생일 선물로 게르니카그림을 주었어. 케이트 방의 한 쪽 면을 게르니카로 가득 채웠지. 그 이후 케이트는 게르니카 그림 속 황소가 뛰쳐나오는 환상을 겪곤 했어. 그러다가 그림을 그리면 안정을 찾곤 하는데, 케이트의 그림이 수준급이었단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버지 칼 벤헴의 소개로 그가 근무하는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상대로 그림 치료 강의를 하기도 했단다.

케이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약을 먹지 않기도 했는데 그 때면 아버지한테 혼나고 다시 약을 먹었단다. 심지어 어쩔 때는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어.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약을 먹지 않아서 다시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했어.


2.

그런 병원 생활이 싫어서 탈출을 하고 친구 니콜의 집에서 숨어 지냈어. 그 때부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꿈을 너무 생생히 꾸었단다. 그리고 케이트 자신도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어. 꿈속에서 알게 된 에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에린이 그린 그림이 엄청났고, 꿈속에 본 에린의 그림을 케이트가 다시 그렸어. 그런데 그 그림들이 그야말로 대박을 치게 된 거야. 꿈 속의 에린은 자신의 그림을 훔쳤다고 했어.

이 때부터 소설은 지금 이야기가 케이트의 꿈 속에서 일어나고 이야기인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인지 읽는 이들도 혼란스러웠단다. 에린이 정신병원 보일러실에 갇혀 있었는데, 케이트는 그 에린을 구출해 주고 시골의 한 별장에 지내게 하면서 그림만 그리게 했단다. 어찌 보면 케이트가 다시 에린을 가두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 아무튼 에린이 그린 그림들은 케이트의 이름이 붙인 채 고가에 팔리게 되었어. 사실 케이트가 현실에서 다시 그린 그림들이지만, 이미 케이트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어.

….

그런데 있잖니이런 이야기는 결말부에 가서 대 반전을 이루게 된단다. 지금부터는 아빠의 편지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나중에 이 소설을 읽을 마음이 있다면 아래 편지는 안 읽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케이트의 열 살 이전의 기억들 있잖니. 그게 모두 거짓이었어. 케이트는 열 살 이전의 기억을 모두 상실했고, 양아버지 칼 벤헴한테 들은 것들이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어.

모두 칼 벤헴의 짓이었어. 칼 벤헴은 아동성애자란다. 그가 납치 후 가둬서 죽인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었어. 그가 케이트에게 약을 먹인 것도 정신 질환 치료가 아닌, 옛 기억을 떠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수단이었어. 케이트의 부모님은 죽었냐고? 그렇지 않았어. 그들의 식구들은 여전히 코리아타운에 살고 있단다. 딸을 잃은 슬픔을 안은 채 말이야. 그리고 칼의 결말은 이 사실을 알게 된 케이트의 의해 끝나게 된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마지막 예상치 못했던 반전은 괜찮았지만, 소설 중반부 꿈과 현실을 어지러움이 아빠에게는 다소 지루하고, 머릿속에서 그려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단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기분일까?


PS:

책의 첫 문장: 어머니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샤넬 No.5의 향기를 맡았다고 한다.

책의 끝 문장: 다시는 그 어떤 환상에도 속지 않도록 두 눈을 똑바로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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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곡 소오강호 5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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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바로 소오강호 제 5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4권에서는 일월신교 교주였던 임아행과 영호충이 인연은 맺게 되었고 임아행이 12년 동안 갇혔던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었잖아. 영호충도 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했고, 다시 임아행을 구출하려고 다시 감옥으로 갔지만 이미 임아행은 영호충보다 먼저 탈출한 사실을 알게 되었잖아.

….

5권 첫 부분은 영호충이 임아행과 그의 심복 향문천과 다시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한단다. 영호충을 마음에 들어 했던 임아행은 영호충에게 일월신교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고, 영호충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단다. 영호충은 화산에 다시 가서 스승 악불군의 오해를 풀려야 한다면서 그들과 헤어져 길을 떠났단다.

영호충이 감옥에 머무는 동안 임아행이 벽에 새겨 놓은 흡성대법을 몸에 익혀서 몸이 많이 회복되었단다. 화산에 가는 길에 못된 군인을 혼내주기도 했는데, 그를 혼내주고 자신의 신분을 그 군인으로 위장하면 눈에 안 띄고 좋겠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영영이 자신을 죽이라는 소문을 강호에 널리 퍼뜨리게 했으니 말이야.

그가 화산에 가는 길에 마교 일당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산골짜기에서 몰래 숨어서 어떤 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알고 보니 그들은 그 산길을 지나가는 항산파 일행을 공격하려는 것이었어. 그리고 그 항산파 일행에는 영호충과 친분이 있는 의림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영호충은 군인으로 변장한 모습으로 그들을 도와주어 안전하게 그곳을 지나갈 수 있게 했어. 하지만 항산파 일행을 노리는 이들은 또 있었어. 어떤 마을에서 항산파 일행은 정정사태를 제외하고 모두 잡혀가고 말았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영호충도 항산파 일행을 찾으러 다녔어. 영호충은 정정사태와 함께 항산파 일행을 잡아간 의문의 무리들과 싸워서 모두 구출해 냈으나, 정정사태가 부상을 입고 그만 죽고 말았단다. 항산파를 안전하게 보내고 영호충은 다시 화산으로 길을 떠났단다.


1.

영호충이 복건성이란 곳에 도착을 했는데, 그곳에 우연히 악영산과 임평지의 밀애 장면을 보게 되고 가슴 아파했단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던 악영산인데, 이제는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으니 말이야. 그런데 그 곳에 두 명의 괴한이 잠입하여 악영산과 임평지의 혈도를 찍어 꼼짝 못하게 하고, 그곳에 숨겨져 있던 <벽사검보>를 훔쳐갔단다.

<벽사검보>는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임평지 집안 내내 내려오는 검술의 비법을 적은 책이었단다. 아니 책으로 알고들 있었지. 임평지 집안 아니면 본 적이 없으니 말이야. 그런데 알고 보니, <벽사검보>는 종이가 아닌 장삼가사라는 옷에 빽빽이 적혀 있었던 거야. 그것이 복건성에 숨겨져 있었는데, 그 괴한들이 그것을 알고 훔치러 온 거야. 영호충은 그 괴한들을 따라가서 그들을 죽이고 <벽사검보>를 빼앗았는데, 너무 많은 기력을 써서 정신을 잃었단다. 영호충이 몸이 회복은 되었지만, 아직 정상은 아니었거든.

다시 정신이 들어 깨어나자, 그의 곁에는 악불군과 악부인이 있었어. 그리고 그가 빼앗은 <벽사검보>는 사라지고 없었단다. 영호충은 반가움에 인사를 했지만, 악불군은 영호충에게 화를 했단다. 영호충이 마교와 어울리고 규율을 어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얼마 뒤 숭산파 일행이 자신들 사람 두 명을 죽었다며 영호충을 찾아왔단다. 그럼 그 <벽사검보>를 훔치려고 있던 사람이 숭산파였던 거야. 그들이 왜 그런 나쁜 짓을 한 거지? 영호충을 찾으러 온 숭산파 사람들과 영호충이 싸웠는데, 영호충은 자신도 모르게 임아행에게 배운 흡성대법을 사용하였고, 이 흡성대법을 본 숭산파 무리들은 도망을 갔단다.

이를 지켜보던 악불군도 영호충이 흡성대법을 쓰는 것을 보고 마교 취급을 하고, 다음에 만나면 자신 손으로 죽일 테니 이번만은 그냥 사라지라고 했어. 오해를 풀고 다시 화산파 일원이 되려고 했던 영호충은 더 상태만 안 좋아진 상태로 화산을 떠났단다. 화산을 떠나 가고 있는데, 악영산이 찾아와 다짜고짜 <벽사검보>를 내놓으라며, 임평지를 왜 죽이려고 했냐고 했어. 영호충은 <벽사검보>는 없고, 임평지를 죽이려고 한 적 없다고 하자, 그 말을 믿지 않고 돌아가 버렸단다. 악영산의 그런 모습을 보고 영호충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니. 그리고 <벽사검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2.

위기에 빠져 있던 항산파의 정일사태와 정한사태를 도와 준 영호충. 그런데 마교의 적들인 줄 알았는데, 그 적은 같은 오악검파 연맹인 숭산파 사람들이었어. 이 숭산파 사람들은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 건가?

영호충은 영영이 소림파에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영영을 구하러 또는 소림파의 방증대사에게 잘 이야기해서 풀어달라고 이야기하려고 소림사로 향했단다. 그리고 영영에게 신세를 진 무리들 수천 명이 나타나서 함께 도와주겠다고 영호충을 뒤따랐어. 그들뿐만 아니라 정한사태와 정일사태도 영호충이 항산파를 위해 도와준 것에 대해 보답하겠다면서 영호충을 도와주겠다며 같이 소림사에 가겠다고 했어. 그런데 왜 영영이 소림파에 갇혀 있는 거지? 영호충은 가는 길에 형산파 막대 선생을 만나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단다. 오래 전 영호충이 가망 없이 정신을 잃고 있었을 때, 영영은 영호충을 소림사까지 부축해서 데리고 왔고 영호충을 치료해 달라고 한 것이었어. 영영이 마교 교주의 딸이라서 선뜻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영영은 자신이 이곳 소림사에 스스로 갇혀서 3년을 지내겠다는 조건을 달고 영호충을 치료해 달라고 했고, 이 협상은 체결이 되었던 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영호충은 영영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 자신을 위해 자신을 그렇게 희생하다니, 감동도 먹었지. 그런데 소림사 가는 일이 순탄치가 않네. 가는 길에 무당파 무리들과 시비가 붙어서 싸움이 붙었어. 빨리 처치하고 가려고 했지만, 그들의 무공이 만만치가 않았단다. 영호충이 한참 만에 그들을 무찌르고 다시 소림사 길을 향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무리 중에는 무당파의 장문인 충허 대사도 있었더구나. 그만큼 영호충의 무공이 많이 늘긴 했나 보구나. 아님의 사랑의 힘이 그렇게 크던지

소림사에 도착한 영호충과 수천의 무리들. 소림사에는 아무도 없었고, 정일 사태는 죽어 있었고, 정한 사태는 죽어가고 있었어. 정한 사태는 죽기 전 유언으로 영호충에게 항산파를 맡아달라고 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정정 사태, 정일 사태, 정한 사태 등 항산파를 이끌던 큰 비구니 스님들이 모두 죽고 말았단다. 그런데 항산파는 비구들로 있는데, 남자, 그것도 스님도 아닌 영호충이 맡을 자격이 될까. 하지만 정한 사태의 진심 어린 유언이었는데 어길 수도 없고

일단, 그것보다 급한 일은 영영을 찾는 일이었어. 하지만 영영은 보이지 않았고, 소림파를 둘러싼 무리들이 영호충 일행을 압박해왔단다. 영호충을 따르던 무리들은 포위망을 뚫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포위망은 점점 좁혀왔단다. 다행히 영호충이 소림사 땅속에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그들은 그 비밀 통로를 통해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었어. 영호충은 자신을 따르던 무리들에게 흩어져서 영영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자신은 다시 소림사로 향했단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있었어. 모두 각 무림파의 리더들이 있었어. 방증 대사, 악불군, 숭산파 장문인 좌랭선, 무당파 장문인 충허대사, 청성파의 여창해 등이 모여 있었단다. 영호충은 예를 갖추고 영영을 찾으러 왔다고 하니, 방증 대사는 정일사태와 정한사태가 찾아와 간곡히 부탁을 해서 영영을 이미 풀어줬다고 했어. 그리고 무리들이 소림사에 몰려 오는 것을 알고 싸움이 붙을까 봐 잠시 소림사를 비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했어.

그 소림사에 반가운 얼굴 영영이 다시 왔단다. 이번에는 임아행과 향문청도 함께 했어. 그제서야 영호충은 영영이 임아행의 딸이란 것을 알게 되었어.

, 상상을 해보자. 소림사의 앞마당에 정교라 부르는 이들의 리더들이 한쪽에 서 있고, 반대쪽에는 죽은 줄만 알았던 마교의 교주였던 이가 12년 만에 다시 나타나 서 있고 그 사이 영호충은 어정쩡하게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스탠스.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리에 그려지는구나. 소림사의 방증 대사가 제안을 했어. 강호의 평화를 위해 임아행, 향문천, 임영영에게 소림사에 10년간 머물러 달라고 했어. 자신들이 잘 보살펴주겠다면서 말이야. , 그래 봐야 시설 좋은 감옥이지… 12년만에 자유를 찾은 이에게 다시 갇혀 있으라고 하면 알겠다고 하겠는가. 당연히 거절을 하지..

, 여기까지가 소오강호 5권의 이야기란다. 싸움 장면을 굳이 그렇게 길게 갈 필요가 있나 싶게 길게 끌고 가서 살짝 지루함이 있는 부분과 우연이 다소 지나치기도 하지만, 역시 김용의 무협지는 재미있구나. 오래 전에 봤던 홍콩의 무협 영화의 장면들도 떠오르고이 책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영화 속 장면처럼 무림의 고수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구나.

,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책의 끝 문장: ,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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