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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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하드코어 스릴러 소설을 읽고 싶을 때 간혹 찾아보는 작가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요 네스뵈. 이번에는 하드코어 스릴러를 읽고 싶었던 것보다 요 네스뵈의 소설을 읽은 지 좀 오래된 것 같아서 책을 펼쳤단다. 요 네스뵈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을 확인해 보니, 2년 전쯤 읽은 <맥베스>였구나. 그 책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구나.

이번에 읽은 책은 가장 최근에 출간된 <킹덤>이라는 책이야. 책 소개에 대해서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아서 이 책도 요 네스뵈의 유명한 해리 홀레 시리즈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책 앞부분을 읽으면서, .. 해리 홀레는 언제쯤 나오지? 이러면서 읽었단다. 백 페이지를 읽어도 해리 홀레가 나오지 않았는데, 책이 워낙 두껍다 보니 등장이 좀 늦어지나 보다 했어. 이백 페이지까지 읽는데도 해리 홀레가 나오지 않아서, 인터넷 서점에서 책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니, 이건 해리 홀레 시리즈는 아니더구나. 요 네스뵈의 소설 중에 해리 홀레 시리즈가 유명하긴 하지만, 간간히 선보이는 단독 소설들도 무척 재미있단다. 이번 <킹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손목이 조금 아팠지만 말이야.


1.

오스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로위와 칼이라는 형제가 살고 있었어. 그들에 십대일 때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 집 근처에 있는 협곡에 자동차와 함께 떨어졌는데, 경사가 너무 급해서 부모님 시신만 간신히 꺼내오고 자동차는 아직 그 협곡 중간에 있었어. 로위와 칼은 형제애가 아주 좋았단다. 형인 로위는 동생인 칼을 무척 잘 보살폈고, 동생 칼은 로위를 잘 따랐단다. 로위를 학교를 마치고도 계속 오스에 살고 있었고, 칼은 캐나다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직장을 얻어 생활했단다.

그리고 오랜 만에 고향 오스로 돌아왔단다. 옆에는 아내 섀넌이 있었어. 칼은 이 시골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마을 사람들한테 소개해 주려고 했어. 일종의 투자설명회였지. 아무래도 그 마을의 땅 주인은 마을 사람들한테 있으니까 말이야. 로위도 그곳에 황무지를 갖고 있었단다.

로위의 직업은 주유소 지점장이었어. 그의 꿈은 돈을 모아서 자기 소유의 주유소를 갖는 것이었단다. 칼의 말대로 관광지가 개발이 되고, 자신의 황무지를 보상을 받게 된다면 자기의 꿈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 하지만 그 관광 사업이 실패를 한다면약간의 도박 같은 일인데, 로위는 동생을 믿기로 했단다. 얼마 후 이 사업 계획은 지방 의회까지 통과되어 공사가 시작되었단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보면 로위와 칼이 부모님은 없지만 성실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잘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그들의 주위에는 의문의 살인 사건이 몇 있었단다. 16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 의문의 살인 사건에 의문을 품고 있는 쿠르트 올센이라는 경찰이 있어. 쿠르트는 칼이 돌아오자 그 사건들을 다시 수사하려고 했어. 16년 전 어떤 일이 있었냐고? 바로 로위와 칼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었던 해였어.

당시 부모님의 교통사고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시그문 올센이라는 경찰이 있었어.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시그문 올센은 쿠르트 올센의 아버지였단다. 당시 시그문 올센은 칼이 십대일 때 근친상간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가해자가 바로 형인 로위라고 생각했어. 정황들도 여럿 있었고 말이야. 그런 일들을 시그문은 로위의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주고 나서 이틀 뒤에 로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었어. 시그문은 이 교통사고에 로위가 연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며칠 뒤 로위는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칼의 전화를 받게 돼. 시그문 올센이 그 협곡에 떨어졌다고 말이야. 떨어졌다고 이야기했지만, 로위는 칼이 밀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고, 로위는 사건 처리를 했어. 칼의 도움을 받아 위험을 무릅쓰고 협곡로 내려가서 시그문 올센의 시신을 끌고 올라와서, 시그문 올센의 차에 태우고 근처 호수로 가서 자살한 것처럼 꾸몄단다. 로위가 시그문 올센처럼 변장을 해서 운전을 했기 때문에 시그문 올센이 운전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었어. 그렇게 시그문 올센은 자살로 종결처리 되었단다. 시그문 올센의 아들 쿠르트는 그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경찰까지 되어서 그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 거야.

그런데 시그문 올센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어. 칼을 성폭행한 가해자는 로위가 아니고 아버지였단다. 로위는 이 사실을 알고 동생 칼을 지켜주기 위해서 아버지의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고장 내서 교통사고를 만든 거였어.


2.

쿠르드 올센은 아버지의 핸드폰의 마지막 위치를 확인해보니 협곡 근처라고 하는 거야. 그것을 찾으러 협곡을 내려가겠다고 했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로위는 한발 먼저 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협곡을 내려갔단다. 간발의 차이로 로위가 먼저 시그문의 핸드폰을 찾아내고 그 핸드폰도 호수로 던져 버렸단다. 며칠 뒤 그 핸드폰이 발견되면서 쿠르트도 로위의 말을 믿어야 하지만 떨떠름한 믿음이었지.

….

칼과 새년은 관광지 개발 때문에 오스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었어. 섀넌의 직업은 건축가이고, 이 개발의 호텔 등을 설계를 맡고 있었어. 칼과 섀넌이 계속 그곳에 머물면서, 로위는 갖지 말아야 할 감정을 갖게 되었어. 섀넌을 사랑하는 마음. 로위는 계속 갈등하다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섀넌에 비췄어. 그런데 섀년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았어. 사실 오스로 올 때부터 칼과 섀넌은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단다. 칼이 섀년을 구타하기도 했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섀넌은 로위에게 쉽게 마음을 연 것 같구나. 결국 로위와 섀넌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단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이어졌어

이런 와중에 한창 공사 중이던 호텔에서 큰 불이 일어났단다. 그 피해가 무척 컸어. 처음부터 다시 지어야 할 판이었단다. 걱정을 하는 투자자들에게 칼은 안심을 시켰단다. 보험을 들어서 걱정할 것 없다고 말이야. 하지만, 얼마 전부터 보험을 연체되고 있었단다. 그러니까 보험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지. 칼은 완전 망한 것 같구나. 칼의 가장 큰 투자자인 빌룸셈이라는 사람이 해결사라 부르는 덴마크 사람을 고용해서 로위와 칼을 위협했단다. .. 빌룸셈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잘못 건드렸구나. 로위와 칼은 덴마크인 해결사는 사고사로, 빌룸셈은 자살로 위장하여 죽였단다. 이젠 그런 것이 프로가 된 모양이구나. 쿠르트는 로위와 칼 주변에 또 의문의 죽음이 일어나자 다시 그들을 의심하게 되었어.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지.

….

로위가 섀넌을 사랑하고, 섀넌이 칼에게 폭행을 당하고, 칼의 사업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다 보니 로위는 더 이상 칼의 든든한 형이 아니었어. 로위는 이제 칼을 사고사로 죽게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단다. 그런데 섀넌은 임신을 하게 되었어. , 로위의 아이겠지. 칼도 섀넌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칼은 다른 남자를 의심했단다. .. 점점 위험한 방향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는구나. 로위는 또 다급한 목소리의 칼의 전화를 받았단다. 차 고장이 났는데 도와달라고 했어. 로위가 가보니, 단순 차 고장이 아니라 더 위급한 일이 있었어. 섀넌이 죽어 있었던 거야. 둘이 말다툼을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했어.

로위는 순간 고민을 했단다. 칼을 없애고 섀넌과 함께 하려고 했던 계획이 틀어진 거지어떤 선택을 할까? 섀넌의 복수를 할까? 그렇게 해서 모두 사고사나 자살로 보일 수 할 수 있을까? 결국 섀넌은 좀 쉬운 선택을 한단다. 칼을 사고사로 꾸미려고 조작을 해 둔 자동차의 운전석에 섀넌을 태우고, 또 교통사고 위장을 했단다. 이번에도 증거는 없었지. 칼은 호텔 관광 사업을 재개하기 시작했고, 로위는 섀넌을 그리워하고, 쿠르트는 여전히 로위의 뒷조사를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비록 소설에서는 끝까지 로위와 칼의 사이가 긴장 상태이긴 하지만, 겉으로는 서로 의지하는 형과 동생 관계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 끄나풀이 끊어지지 않을까 싶구나. 무서운 형제들이구나. 자주 싸우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너희들과는 전혀 다른 말종이구나. 쿠르트는 결국 로위의 범행 사실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아니면 로위의 완전 범죄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될까?

….

이 책의 앞날개에는 요 네스뵈의 사진이 실려 있단다. , 예전에 다른 책에서 본 사진에 비해 많이 늙었더구나. 세월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더 부지런히 책을 읽고, 더 부지런히 독서 편지를 써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개가 죽은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래, 무자비한 봄이 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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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곡 소오강호 8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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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김용의 <비곡 소오강호> 마지막 8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가 읽은 판본에는 8권에 <비곡 소오강호>의 마지막 이야기뿐만 아니라, 김용의 단편 소설 <원앙도>도 함께 실려 있었단다. 김용이 장편, 그것도 대하소설들만 쓴 줄 알았는데, 단편도 있었구나. 단편 <원앙도>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로 하지 않고, <비곡 소오강호>의 마지막 부분만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7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영호충이 벙어리 할머니가 의림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잖아. 의림의 어머니는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자, 딸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려고 했어. 잽싸게 영호충의 혈을 찔러 꼼짝하게 하고 의림과 결혼할 것을 강요했단다. 영호충은 영영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어. 알고 보니 그곳에 영영도 의림의 어머니에게 혈을 찔려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어. 영호충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의림의 어머니는 영호충이 그렇게 고집을 부리자, 그러면 의림을 둘째 부인으로라도 받아주라고 했어 대단한 고집의 의림의 어머니로구나. 의림의 아버지 불계화상을 보는 듯하구나. 그들이 부부였던 이유가 다 있구나. 의림이 벙어리 할머니를 찾아왔단다. 벙어리 할머니는 자신이 의림에게 어머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어. 벙어리는 더더욱 아니고 말이야.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벙어리 할머니한테 자신의 고민을 풀어놓았던 의림은 어머니를 만났다는 기쁨보다 당황스러움이 더 컸어. 영호충을 짝사랑하는 마음을 다 이야기했었거든의림의 어머니는 의림에게 영호충과 결혼하라고 했어. 의림은 그럴 수 없다고 했는데 의림의 어머니는 계속 강요를 했어. 그러자 의림은 도망을 가버렸고, 의림은 어머니도 의림을 뒤쫓아갔단다.

영호충과 영영이 혈에 찔려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악불군의 부하들이 몰려와서 그들을 죽이려고 했어. 이제 악불군은 이 소설 최고의 빌런이 되었구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영호충은 묶였던 혈이 조금씩 풀려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영호충은 벽사검보를 알려주겠다는 꾀를 써서 그들을 해치웠단다. 나중에는 악불군이 직접 그들을 찾아와서 해치려고 했어. 영호충과 영영은 아직 혈이 다 풀리지 않아서 악불군의 공격을 막기 어려웠단다. 악불군이 그들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직전,. 악불군은 그만 등에 칼에 찔려 죽었단다. 그의 등에 칼을 찌른 이는 바로 의림이었단다. 의림은 아버지 불계화상, 어머니, 전백광 등과 함께 그곳에 다시 돌아왔던 거야. 그리고 영호충과 영영이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의림이 악불군을 처치한 것이고그렇게 오악파의 장문인 악불군은 죽고 말았단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영호충을 돌봐주는 착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마음 속에는 그렇게 흑심을 품고 있었다니그리고 그 욕심은 결국 제명에 살지 못하고 가게 만들었구나.


2.

얼마 후 임아행과 일월신교 수천 명이 화산에 왔단다. 오악파를 접수하려고 왔던 것 같아. 하지만 이미 오악파는 자기들끼리 싸워서 거의 전멸 상태가 되어 있었어. 영호충이 장문인이 있는 항산파만 빼고 말이야. 임아행은 영호충을 좋게 봐왔고, 자신의 딸 영영과 사랑하는 사이인 것을 알고 있어서 그에게 일월신교 부교주 자리를 제안했단다. 하지만 영호충은 정중히 거절했단다. 자신의 결정으로 항산파를 없어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러자 임아행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면서 한 달 뒤에 항산을 접수하러 다시 오겠다면서 돌아갔단다. 영영도 아버지를 따라서 흑목애로 길을 떠났단다. 그런데 가는 길에 임아행은 갑자기 죽고 말았어.

그것도 모르고 영호충은 일월신교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들이 열세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결사 준비를 했단다. 소림파의 방증대사와 무당파의 충허도인이 와서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리고 한 달 뒤 약속한 대로 일월신교 무리들이 왔단다. 그런데 교주가…. 영영이었어. 임아행이 죽고 영영이 교주를 이어받게 된 거야. 영영이 항산파와 싸울 일이 있겠니. 사랑할 일만 있겠지.^^ 전쟁 준비는 이내 결혼 준비로 바뀌었단다. ㅎㅎ 그렇게 비곡 소오강호는 영호충과 임영영의 결혼과 함께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단다.

아빠가 <비곡 소오강호>를 주말에 한 권씩 읽겠다고 했었는데, 다시는 그런 독서계획을 세우지 말아야겠구나. 일주일마다 한 권씩 읽었더니,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답답하더구나. 김용의 시리즈 중에 읽지 않은 것이 책장에 아직 2개가 더 있고 그건 언제 읽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 책들은 몰아서 읽어야겠구나. 소오강호는 강호에 깃든 평화와 함께 끝~


PS:

책의 첫 문장: 그녀의 목소리는 처음 말을 배우는 어린애처럼 이어지지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바로 천하 무적수가 되는 대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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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1 - 모차르트, 영원을 위한 호소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1
민은기 지음 / 사회평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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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즐겨 읽는 시리즈 중에 난처한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가 있단다. ‘난처한난생 처음 한번의 줄임말이야. 이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그 출판사에서 클래식 음악도 그 시리즈를 낸 것 같더구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수업. 1권은 아빠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더구나. 부제가 모차르트, 영원을 위한 호소라고 되어 있어. 아빠가 모차르트에 관한 책들을 여럿 읽었어도 또 읽을 수 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클래식에 대해 알지는 못해도 모차르트는 좋아하니까 말이야. 너무 짧을 삶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그야말로 엄청나잖니. 클래식 시리즈의 1번으로 뽑으라고 하면 단연 모차르트지.

그런데 이 책은 모차르트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이 시리즈의 취지는 음악가보다 클래식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거야. 그래서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이며,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어떻고, 클래식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 등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도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러면서 모차르트 이야기를 곁들여 이야기해주고 있었어. 1권이라서 그런지 클래식 음악, 아니 음악의 정말 기초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었단다. 가끔 독자를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예를 들어 조성이나 옥타브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니 말이야. 하지만 아빠가 생각을 바꿨단다. 이 책의 취지는 기초부터 착실하게 다지는 것이니까. 이 책은 너희들도 읽을 수 있게 쉽게 잘 써진 것 같구나. 함께 읽자꾸나.


1.

아빠도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쉽다고는 하지 않을 거야. 클래식 음악이 쉽지 않았던 것은 18~19세기 상류층들이 자신들만의 음악이라고 주장하고 싶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오늘날이야 듣고 싶은 사람들은 다 들을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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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누구나 한번 들어서 파악할 정도로 쉬우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클래식의 주요 소비자였던 18~19세기 유럽 사람들은 남들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고상한지 보여주려고 예술을 활용했습니다. 최근까지도 유럽의 상류층은 음악 취향을 교양의 척도라고 여겼어요. 교육 받지 않은 사람은 듣기 힘들도록 의도적으로 진입 장벽을 높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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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피아노를 즐겨 치고 있는데, 아빠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집에서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워보려고 노력을 해보았단다. 그런데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놀아야 하는데 그것이 정말 어렵더구나. 성격 급한 아빠는 결국 오래 가지 않아 포기를 하고 말았지.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란다. 너희들도 피아노를 잘 치고 배우고 있으니, 피아노의 테크닉에 대해서 잘 알겠지만, 이 책에서 포인트 하나를 알려 주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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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 피아노를 잘 친다는 건 신체적인 테크닉과 관련이 있습니다. 빨리 칠 수 있는 능력이야 당연하고 음량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하죠. 이게 어려운 이유는 열 손가락에 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엄지는 힘이 세지만 민첩하지 못하고,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은 특히 힘이 약하죠.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모든 손가락으로 비슷하게 건반을 누를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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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이야기 나와서 한 가지 더 하면, 최근에는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피아노를 배우지만, 예전에는 피아노는 주로 여자들이 다루는 악기로 알려져 있었단다. 그래서 여자들이 많이 배우고 말이야. 그 이유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무겁고 연주하는 자세 때문에 그랬다고 하는데, 그 설명을 같이 읽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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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40)

피아노라는 악기는 그전까지 유행한 악기들과 달리 엄청나게 무거웠어요.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루트 같은 악기는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었지만 피아노는 한번 집에 들여놓으면 다른 데로 옮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주로 바깥 활동을 하던 남성보다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던 여성이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피아노가 여성의 악기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연주 자세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피아노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과 어울리는 얌전한 자세로 연주할 수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바이올린을 켜려면 팔을 높이 들어 휘저어야 해요. 첼로는 두 다리를 벌려야 합니다. 관악기는 숨을 거칠게 몰아쉴 수밖에 없고요. 그에 비해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는 여성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 연주는 점점 프랑스어나 바느질처럼 고상한 여성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신부 수업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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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이라는 것은 클래식 음악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 중에 하나인데 보통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많은 악기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다 보니 웅장하단다. 그리고 오래 전에는 공개적으로 열리는 공공음악회를 통해 주로 교향곡을 연주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어서 교향곡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음악이론도 많이 설명되고 있는데, 그 중에 아빠가 헛갈려 했던 것 하나만 이야기해줄게. 조바꿈과 조옮김이라는 것이 있는데, 용어가 비슷해서 그 의미도 헛갈릴 수 있을 것 같아. 조바꿈은 곡이 진행되면서 조가 바뀌는 현상이고, 조옮김은 연주의 편의를 위해 다른 조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는구나.


2.

그럼 모차르트 이야기도 한번 해보자꾸나. 아빠가 다른 책에서도 이야기를 여러 번 해서, 오늘은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할게. 모차르트는 워낙 유명하지 그의 천재성을 또 이야기하는 것이 식상할 지 모르겠지만, 그의 천재성은 여러 번 이야기해도 지나치질 않는구나. 오페라 악보를 초연 직전에 완성하거나 합창곡을 듣고 외워서 악보에 옮기는 등 그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에피소드들은 무척 많단다.

그가 다섯 살 때 작곡을 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면 사람으로써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모차르트는 외계인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죽은 것도 죽은 것이 아니라, 임무 완수하고 자신의 별로 돌아간 것은 아닌지아무튼 그런 천재성 때문에 어린 시절 혹독한 피아노 훈련과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한편 힘들 수도 있었을 것 같아.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어린 모차르트를 데리고 유럽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잖아. 그러면서 모차르트는 국제적으로 유명해지고 모차르트 자신도 다양한 음악을 듣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

….

모차르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곡했지만, 가장 유명한 것들은 오페라와 교향곡이 아닐까 싶구나. 열두 살 때 이미 <가짜 바보>라는 오페라는 작곡하는 등 음악적 성과를 보였지만 당시 빈의 음악가들의 반발로 인해 연주할 수는 없었다고 하는구나. 연주까지 올린 첫 번째 오페라는 <바스티앙과 바스티엔>이라는 하는, 지금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오페라였어. 하지만 그 이후 오페라를 빼고는 모차르트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의 대작들을 만들어냈단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 등등 아빠도 젊었을 때 모차르트 오페라 앨범을 사서 들었던 기억이 있구나. 요즘에는 유튜브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예전보다 더 안 듣는 것 같구나 ㅎㅎ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다 보면, 듣기 편하면서 깔끔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샾이나 플랫이 적은 조표의 조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그의 대표 교향곡 중에 하나 교향곡 40번도 조표가 적은 g단조로 이루어져 있어 조표 적은 조를 써서 단조임에도 깔끔하고 듣기 편한 음악이 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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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0)

교향곡에서는 D장조와 C장조를 많이 사용했어요. 흔히 D장조는 즐겁고 유쾌하며 호전적이고, 그와 비슷하게 C장조는 밝고 화려하며 진취적인 조라고 얘기합니다. 모차르트 스스로 g단조를 숭고하고 감동적인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에 체념하게 하는 조성이라며 특별하게 여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50여 개의 모차르트 교향곡 중에서 g단조로 된 교향곡은 다 두 곡밖에 없지만요. 영화 <아마데우스> 도입부에 나온 <교향곡 25>이 바로 g단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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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를 떠나 빈에서도 많은 활동을 했는데, 빈에서는 피아노 유행과 함께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 독립할 수 있었단다. 빈에서는 특히 피아노 협주곡의 인기가 좋았다고 했어.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화를 주고받듯이 연주하는 형태를 가졌는데, 그래서 모차르트는 다른 음악가들과도 교우 관계를 갖게 되었대. 모차르트가 청중의 취향이 아닌 자신의 취향의 단조로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들이 있고 그것들이 불안하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아빠가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 20 d단조도 있다고 하더구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들으면서 한번도 불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역시 아빠는 클래식을 듣는 귀를 갖진 못했나 보구나.

모차르트가 오늘날 태어났다면 엄청 돈을 벌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음악가가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많은 돈을 벌지 못했나 보구나. 빈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덩달아 모차르트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더 많이 해야 했고 그로 인해 병에 걸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단다. 그가 죽기 전 작곡하고 있던 것이 누군가에게 의뢰 받은 거지만 죽은 사람의 혼을 달래기 위한 미사 음악인 레퀘엠이었다는 것이 그의 삶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 것 같구나.

….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나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책을 읽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오늘은 하지 않은 점 양해 바람. 너희들도 피아노를 좋아하고, 엄마의 영향으로 클래식 음악도 자주 듣고 그러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된 실황 공연을 보지 못해서 안타깝구나. 이제 좀 잠잠해서 공연도 보러 다니려고 했지만, 다시 극성을 보이는 이 코로나 어쩌면 좋으니그래도 너희들이 좋아하는 연주자들의 콘서트가 주변에서 열리면, 마스크 잘 쓰고 한번 보러 가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지금 음악은 우리 생활 어디에나,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책의 끝 문장: 어쩌면 그 예술이 고단한 우리 삶의 유일한 위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점에 따라 클래식 문화 자체에 그런 예의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귀족들이 음악회에 참석하는 데에는 옷을 자랑하려는 목적도 있었거든요. 성년식 파티에 입고 가기 위해 값비싼 드레스를 하나 장만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그 드레스를 성년식 외에 입을 없다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요? 새로 장만한 연미복을 입고 칵테일 한잔 기울일 곳도 있었으면 했을 테고요. 음악회, 그중에서도 특히 오페라 공연은 멋진 옷을 입은 상류층의 사교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런 식으로 음악회를 대하는 분위기가 남아있죠. 우리에겐 다소 뜬금없을 수 있겠지만요. - P23

"내가 아는 세상의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은 음악이다."
<해리 포터>에서 덤블도어 교수가 한 말입니다. 멋있지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사라 강의 때마다 소개하고 있답니다.
- P43

하지만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화론의 기초를 마련했던 찰스 다윈은 150여 년 전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죠. 음악을 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유전자가 음악에 반응하는 거라고요. 이 설명은 지금에 와서는 크게 주목받고 있진 않지만, 경험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나요? 가끔은 말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보다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잖아요. 음악만이 전달할 수 있는 진정성이 있으니까요. - P54

오페라 부파는 일종의 코미디극으로, 오페라 세리아와 함께 18세기 중반에 큰 인기를 누린 오페라의 장르입니다. 오페라 세리아가 영웅의 이야기나 신화에 나오는 진지한 주제를 다룬다면 그와 반대로 오페라 부파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을 풀어냅니다. 나폴리에서 시작된 오페라 부파에는 우스꽝스러운 재밋거리를 즐기는 나폴리 지역 하층민의 취향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본에 나폴리 방언이 많이 나오고 음악은 언제나 가볍고 흥겹죠.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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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18 0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생처음 시리즈는 진짜 쉽게 잘 설명을 해줘서 어쩌면 이렇게 북홀릭님이 자녀에게 얘기해주는 책인거 같아요.
이 독서편지 시리즈로 책 하나 쓰시면 그게 바로 난처한 독서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요? ^^

bookholic 2022-09-19 00:39   좋아요 2 | URL
앗, 좋게 말씀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냥 요렇게 알라딘서재에서 노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살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고요~~

scott 2022-10-07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 상추카 합니다

모차르트 음악!
아드님과 따님도 함께 ^^

bookholic 2022-10-08 00:3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아이들과 함께 모차르트 음악을 잔뜩 들어보겠습니다 ㅎㅎ
scott님도 즐거운 연휴 되십시오!!

이하라 2022-10-07 14: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10-08 00:36   좋아요 1 | URL
이하라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글날 연휴 되십시오~~^^

새파랑 2022-10-07 1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매달 비밀이 적금처럼 늘어만 가시네요~!!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10-08 00:37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
덕분에 이번달도 비자금이 적립되었습니다 ㅎㅎ
즐거운 연휴 되시고요...

thkang1001 2022-10-07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bookholic 2022-10-08 00:38   좋아요 1 | URL
thkang1001님, 고맙습니다.
thkang1001님도 즐겁고 여유로운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mini74 2022-10-07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아이들이 커서 읽어야 할 책들이
자꾸 쌓이는 기분이 ㅎㅎ ㅎ축하드리옵니다 ~

bookholic 2022-10-08 00:3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을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ㅎㅎ
즐거운 한글날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2-10-07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bookholic 2022-10-08 00:40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강나루 2022-10-10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 축하새요^^

bookholic 2022-10-10 23:14   좋아요 1 | URL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즐거운 가을날 되시길 바랍니다...
 
비곡 소오강호 7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소오강호 일곱 번째 이야기구나. 전에 <소오강호> 2부도 있어서 그것도 읽어야 하나?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알라딘 서재 친구 분께서 <소오강호> 2부는 김용이 쓴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셨단다. 그래서 그건 패스하려고그것 말고도 읽을 책들이 많이 쌓여 있어서 말이야. , 그럼 바로 소오강호 7권의 이야기를 해볼게.

….

7권의 시작은 오악검파들이 하나의 파로 합치자고 숭산파들이 마련한 행사장에서 이야기를 시작된다. 그 행사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것이고, 숭산파 좌랭선이 오악파의 장문인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보였어.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도곡육선이었단다. 도곡육선 기억나지? 영호충과 친분이 있던 여섯 형제들. 머리는 나쁘고, 힘은 엄청 세서 그들에게 잘못 걸리면 사지가 찢어져 죽을 수도 있잖아. 그런 도곡육선이 서로 만담을 나누듯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좌랭선이 장문인이 되는 것을 방해했단다. 도곡육선들이 하는 말들이 너무 논리 정연해서 좌랭선은 반박을 할 수가 없었어. 도곡육선이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닌데알고 보니 영영이 그들에게만 들리게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도곡육선은 영영이 알려준 대로 이야기를 한 것뿐이야.

그래서 장문인은 좌랭선 단독 추천이 아니라 오악검파의 각 파 대표들이 나와서 무공을 겨루어 최종 승자가 장문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악영산이 뛰어나와 이야기하기를, 오악검파의 장문인이 될 사람이니, 다섯 개 파의 검술을 모두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장문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었지. 그러면서 악영산은 자신이 화산파의 대표로 싸우겠다고 했어. 악영산은 각파의 검술로 형산, 태산파를 차례로 이겼어. 이것을 보고 있던 영호충은 놀랬단다. 악영산이 언제 저런 검술들을 익혔나 놀랬고, 그 검술들은 자신이 화산파에 있을 때 벌을 받았던 사과애라는 낭떠러지에 있는 비밀 동굴의 벽에 새겨져 있는 검술이라서 또 놀랬단다. 그러니까 악영산은 그 비밀 동굴 안에서 검술을 익혔던 거야. 이제 악영산과 항산파의 영호충의 검술 대결이 있었어. 영호충은 일부러 악영산에게 져주었단다. 악영산이 이기면 악영산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사부였던 악불군이 장문이이 될 수 있으니, 그렇다면 오악검파가 하나로 합쳐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악영산과 결투에서 영호충은 중상을 입게 되었어. 악영산의 다음 상대는 좌랭선이었는데, 이 대결에서 악영산은 지고 말았단다. 그런데 악영산은 화산파의 장문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악불군이 남아 있었어. 악불군은 앞서부터 계속 좌랭선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좌랭선에게 장문인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진지하게 대결을 요청했단다. 악불군의 무공실력은 영호충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랑 많이 달라졌단다. 실력이 올라간 것뿐만 아니라, 마교의 동방불패가 사용했던 사악한 기술을 이용했어. 그 사악한 기술로 좌랭선의 눈을 멀게 했단다. 그래서 최종 승리는 악불군이 되었고, 오악파의 장문인이 되었단다. 이런 반칙과 비열한 방법으로 장문인이 된 악불군을 지켜보던 영호충은 더 이상 스승님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단다.


1.

오악파의 행사가 끝이 나고 다들 뿔뿔이 흩어졌단다. 영영은 중상 입은 영호충을 보살피면서 항산으로 향했단다. 가는 길에 여창해와 그의 청성파 무리들을 만났는데, 얼마 후 임평지와 악영산이 와서 청성파 무리들을 모두 죽였단다. 1권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임평지의 부모를 죽이고 집안을 망하게 한 이들이 청성파 사람들이었잖아. 그때는 무공이 약해서 복수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예전의 임평지가 아니었어. 그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부모님의 원수를 갚았단다. 그런데 임평지가 쓴 무공은 다름 아닌 동방불패가 사용하던 무공과 같았단다. 도대체 임평지도 그렇고, 악불군도 그렇고.. .그들은 무엇을 연마한 걸까?

얼마 후 목고봉도 그곳을 찾아왔는데, 목고봉 또한 임평지의 원수였단다. 목고봉도 죽임으로써 부모님의 원수를 모두 갚았단다. 그런데 상대방의 무공 또한 만만치 않았단다. 비록 그들은 싸움에 졌지만, 임평지를 공격하여서, 임평지는 눈을 멀게 되었단다. 악영산은 부상당해 앞을 보지 않게 된 임평지를 데리고 길을 떠났단다. 임평지의 상태를 보아하니, 임평지와 악영산은 누군가에게 공격이라도 받으면 죽는 것은 한 순간이 될 수 있었어. 영영과 영호충은 임평지와 악영산이 걱정되어 몰래 그들 뒤를 따라갔단다. 영영이 중상을 입은 영호충과 함께 있다 보니 기동력이 떨어져서 그를 잠시 안전한 곳에 두고 임평지와 악영산을 계속 뒤따라갔단다.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듣게 듣고 임평지와 악불군의 무공 실력이 는 이유를 알게 되었단다.

악불군이 영호충에 몸에 숨겨두었던 <벽사검보>를 훔쳐냈고, 그것을 몰래 익혔던 거야. 그런데 이 <벽사검보>의 비법은 남성성을 잃어야지 무공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거야. 그래서 무공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 악불군은 거세를 하였단다. 그러면서 목소리도 변하게 되었어. 이것을 모두 지켜보던 악부인은 남편을 설득했어. 결국 악불군은 그 <벽사검보>를 버렸지. 그걸 임평지가 주웠고, 그래서 임평지도 <벽사검보>를 익히게 된 거야. 그런데 더 소름 끼치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악불군의 빅픽쳐였다는 거야. 임평지 집안에서 가지고 있는 <벽사검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딸 악영산을 임평지에 접근시켰던 것이고, 임평지를 화산파 제자로 받아들였던 것이란다. 임평지 또한 악영산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고, 악영산을 이용해서 <벽사검보>의 무공을 쌓으려고 했던 것이란다. 악영산만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진심으로 임평지를 사랑했던 것이란다. 이렇게 악한 짓을 한 악불군과 임평지 모두 정교라는 것이지. 말뿐이고 허세만 가득한 정교의 모습을 그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구나.


2.

임평지와 악영산은 가는 길에 노덕약을 만났어. 노덕약 기억나니? 화산파의 제자 중에 한 명이었잖아. 그런데 알고 보니 노덕약은 숭산파였어. 스파이로 화산파에 잠입해 있었던 거야. 노덕약은 숭산파 좌랭선의 부하였던 거지. 원래 오악파의 장문인은 좌랭선이 차지해야 하는데, 그걸 악불군이 차지했으니 좌랭선이 얼마나 분노에 차 있겠니. 그래서 임평지에게 제안을 했어. 힘을 합쳐서 악불군을 없애버리자고임평지는 알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그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옆에 있던 악영산을 죽였단다. 그렇게 불쌍하고 순진하던 악영산이 죽어 말았단다. 계속 영호충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영호충은 뒤늦게 악영산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악영산의 시신을 데리고 가다가 실신하게 되었단다. 깨어 보니 영영이 영호충을 또 보살피고 있었어. 영영이 악영산을 묻어주었다고 했어.

….

얼마 후 악불군을 만났는데, 악불군은 영호충을 마구 공격하였단다. 이제 악불군은 최고의 빌런이 되어 있었어. 결국 악불군은 영호충에게 패하여 정신까지 잃게 되었단다. 그 사이에 영호충은 악불군을 꽁꽁 묶어 두고 혈도를 찍어 꼼짝 못하게 했단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악부인은 영호충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말릴 틈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단다. 얼마나 남편에게 실망을 했으면어쩌면 악영산이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구나.

7권의 마지막 부분은 오랫동안 숨어 지내던 의림의 어머니가 등장한단다. 의림의 어머니도 또한 무공이 뛰어난 자인데,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 늘 의림의 주변에 있었어. 분장을 해서 아무도 못 알아보게 하고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귀머거리 할머니인 것처럼 말이야. 그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남편, 그러니까 불계화상이 다른 여자에 관심을 두었다는 이유로 복수하기 위함이라고 했어. 하지만, 그건 귀머거리 할머니의 착각이었지. 불계화상이 그렇게 호탕하고 자유연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편단심이었는데 말이야. 아무도 그 귀머거리 할머니의 정체를 알지 못했는데, 영호충이 알아봤지. 당신이 의림의 어머니죠?

그렇게 7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아빠가 오늘은 줄여서 이야기한다고 노력을 좀 하긴 했는데아무튼 마지막 한 권도 빨리 이야기해줄게. 아빠의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지기 전에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좌랭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초조하였다.

책의 끝 문장: …… 넌 어떻게…… 어떻게 알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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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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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과학 교양 서적을 가끔 찾아본다고 했잖아. 너희들이 점점 자라다 보니, 과학 교양 서적을 읽은 내용을 너희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너희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더 찾아보게 된 것 같아. 특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은 더욱 말이야. 과학 교양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가 쉽지 않거든. 얼마 전에 몇 달 동안 계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과학 관련 책이 하나 있었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에 관한 책인가 보다 했어. 자세한 책 소개를 읽어보지 않고 샀단다.(읽고 나서 보니 참 잘한 것 같구나.) 지은이는 룰루 밀러라는 사람으로 과학 전문기자라고 하는구나. 첫 부분을 읽다 보니 과학 교양 서적이라기 보다는 과학 에세이라고 해야 더 많을 것 같구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자신의 일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 자신의 삶이 무료하고 침체되어 있는 것 같고 우울한 생활돌파구도 없어 보이고 그런 생활들.. 그러다가 그는 한 위대한 분류학자를 알게 되었단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분류학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던 분류생물학자. 지은이 룰루 밀러는 그를 우상으로 삼기로 하고, 그를 통해서 삶의 전환을 이룰 수 있고, 어떻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지은이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책들과 자료들을 섭렵하게 되었단다.


1.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851년에 태어나 1931년에 삶을 마감했단다. 그 시절 치고는 장수한 편에 속하는구나. 데이비드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를 분류해서 공통점을 가진 것끼리 나누는 것을 좋아했단다. 하늘의 수많은 별들. 식물들도 자기 나름대로 분류해 보았어. 대학교 때 자연사수업코스라는 것이 있었는데, 데이비드는 그것을 신청했어. 그가 평상시 존경하던 루이 아가시 교수가 진행을 한다고 했거든. 그 코스는 페니키스라는 섬에서 진행을 했단다. 공부보다 놀러 왔다고 생각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데이비드는 처음부터 열정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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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 똑 같은 뜨거운 땅이 데이비드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로 반짝거리며 환영의 손짓을 보냈다. 학생들이 안면을 트고, 서로 추파를 던지고, 길게 늘어선 침대 중 자기 자리를 고르는 동안, 데이비드는 슬그머니 해변으로 내려가 평생 처음으로 소금기 밴 바닷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까맣고 부드러운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이어서 녹색을 띤 돌을 집어 들었다가 하는 사이,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다급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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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열정은 루이 아가시 교수의 눈에 들었고, 데이비드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물고기 분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단다.

그 코스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데이비드는 물고기 분류를 했어. 그는 물고기 분류학 분야에서 유명해지면서 정부의 프로젝트 제안도 들어왔어. 이름 없는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짓고 분류해달라는 것이었어. 그는 이름이 없던 미국의 민물고기들 80여 종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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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그건 그렇고, 데이비드는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이제는 그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믿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그 청사진은 여전히 가장 결정적이고 많은 것을 알려줄 비밀들을 품고 있을 터였다. 데이비드는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진짜 창조 이야기, 인간을 만드는 데 어떤 생명의 실험들이 필요한지를 알아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가 하는 일은 다른 생물들의 우연한 실수와 성공들 속에 쓰여 있는, 잠재적으로 인류가 더욱더 진보하도록 도와줄 실마리들을 찾는 것이었다. 이는 키를 잡고 있는 창조주의 존재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가시의 사명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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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는 페니키스 섬에서 알게 된 수전과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가 했는데, 수전이 폐렴에 걸려 일찍 죽고 말았단다. 데이비드는 제시라는 여자와 재혼했는데, 제시와 데이비드의 아이들과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대.

지은이가 데이비드 조던 스타를 삶의 모델로 삼기에 좋은 에피소드가 두 개 있었단다. 그의 연구소에 불이 나서, 수 년 동안 자신의 모아두었던 샘플들을 모두 잃어버리는 사고가 났었어.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단다. 그런데 그것은 약과였어. 나중에 그거 더 유명해졌던 1905년 대지진이 일어나서, 30년 간 모아주었던 물고기 샘플과 그 샘플에 이름들이 다 떨어진 거야.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들의 이름이 다 사라지고 만 거야. 이정도 피해를 입었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포기할 텐데, 데이비드는 다시 하나하나 이름표를 매핑시켰단다. 그러면서 다음에 지진이 나도 이름표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그는 물고기에 이름표를 실로 꼬매 놓는 식으로 다시 정리했다고 하는구나. 정말 대단한 노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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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33)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 지진과 화재가 준 교훈이다. 그가 지은 집은 무너지기 쉬운 카드로 지은 집이지만, 그는 집 밖에서 서 있고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다.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도시란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사람은 영원히 자신이 창조한 것들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보다 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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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달리 주변 사람들, 가족이나 동료 연구원들의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았어. 그래도 꿋꿋하게 자신의 연구를 계속 하였단다. 그런 그의 일관된 열정은 본 받을 만 했지.


2.

그가 분류학으로 유명한 학자가 되자, 시골의 어떤 부자가 대학교를 만들었다면서 그 대학교의 학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어. 그 학교가 그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였단다. 그러니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금은 명문이 된 스탠퍼드의 대학교 초대 학장이었던 거야. 한 길만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인정을 받게 되는 거구나. 스탠퍼드 대학교를 세운 사람은 스탠퍼드 부부였는데, 그 중 부인인 제인 스탠퍼드와 데이비드는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하는구나. 그들 사이는 남편이 죽고 나서 더 안 좋아졌어. 데이비드를 지지하던 남편이 죽고 나자, 제인은 어떻게 하면 데이비드를 쫓아낼까 생각했단다. 그래서 스파이까지 두면서 그의 비리를 찾아내려고 했어. 그러던 중 제인이 하와이 여행에 갔다가 급사하게 된단다. 데이비드에게 행운이었을까?

지은이는 제인의 죽음에 의문점들이 있어서 조사를 해보았어. 제인은 하와이 여행 전에도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단다. 독이 든 음식을 먹고 말이야. 제인은 맛이 이상한 음식을 뱉어내고 그 위기를 모면했단다. 그런데 하와이에서는 그러지 못했어. 제인의 시신에서는 독으로 죽었다는 증거들이 여럿 있었단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를 살해한 것이지.

제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데이비드는 만사를 뒤로 하고 하와이로 향했단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알고 지내는 의사와 함께 갔는데, 그 의사는 제인이 자연사했다고 발표했고, 언론에도 그렇게 내보냈단다. 다른 의사들의 생각은 달랐지만, 사람들은 신문에 발표된 것만 보았지나중에 데이비드가 죽고 나서도 한참 뒤인 2000년대 초반 데이비드가 제인을 죽였다는 내용으로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 책 내용으로 보면 증거와 정황이 너무 명백해서 제인은 데이비드의 사주를 받은 이가 죽였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았어.

지은이가 데이비드를 계속 조사하다 보니, 우생학이라는 학문을 계속 만나게 되었단다. 데이비드가 우생학 신봉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런데, 우생학은 무척 잔인하고 나쁜 학문이었단다. 우생학은 열등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후손을 갖지 못하게 하여 미래에는 유전적으로 좋은 사람들만 살아남게 한다는 학문이었어. 다윈의 사촌 골턴이라는 사람이 우생학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는데, 그는 자연선택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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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우생학은 1883년 유명한 박식가이자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이다. <종의 기원>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골턴은 사촌의 책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아, 그 책을 내 정신 발달 과정의 신기원이라고 불렀다. 지구에서 생물의 배열을 결정하는 자연선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마자, 그는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컨대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 등 그가 피와 관련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특징들을 교배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이라고 불렀다. “좋은출생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그리고 그는 자기-다윈의 사촌인!-말을 들어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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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도 그런 우생학을 신봉했던 거야. 그러면서 우생학을 신봉하는 다른 사람들과 실제로 행동도 하였단다. 열등함도 그들이 판단하여 사람들을 납치하여 감금하기도 했단다. 그들이 판단한 열등한 사람들에게는 유색인들도 포함되어 있었어. 그들은 사람들을 감금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불임수술을 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단다. 지은이는 당시 피해를 받은 여성들을 찾아가 그들의 사연도 책에 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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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스턴은 한 연구팀과 함께 수년간 그 기록들을 분석했고, “부적합자란 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그 범주 안에서 살아갔는지에 관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스턴의 글에서 알 수 있듯 부적합하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판단된 젊은 여자들, 멕시코와 이탈리아, 일본 이민자의 아들과 딸들그리고 성적인 전형에서 벗어난 남녀들이었다. 다른 연구들은 과도하게 치우친 비율로 많은 유색인 여성들이 불임화의 표적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초에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2500명 이상을 강제로 불임화했음을 인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우생학위원회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수백 명의 흑인 여성들을 찾아내 불임화했다.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1933년과 1968년 사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여성 중 약 3분의 1이 미국 정부에 의해 불임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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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이런 사실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어. 자신이 롤모델로 삼으려고 했던 이의 충격적인 사실. 열정을 가진 분류생물학자인 줄만 알았던 그가 알고 보니 사람들을 죽이고 온갖 만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니그건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같은 충격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이런 반전이 숨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지. 책의 전반부에 느꼈던 감정이 후반부에는 다 사라지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분노의 감정만….


3.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앙갚음을 할까 생각했어. 그러던 와중에 데이비드가 평생 연구했고 그의 업적의 전부인 물고기라는 것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연구 주장을 보게 되었어. 그러니까, 물고기를 너무 퉁쳐서 같은 무리로 했다는 거야. 마치 산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을 하나로 분류했다는 거야. 어류로 분류된 많은 것들이 하나로 묶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주장이었는데, 지은이가 알아보니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많았고, 그 근거들이 명확해서 최근에는 학계에서는 어류가 없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어.

지은이는 그래, 이거야.. 하고 깨달았단다. 지은이는 이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자며 이 책의 후반부에는 어류로 분류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까 어류란 없다는 근거와 설명을 해주고 있단다. 그러니까 데이비드, 당신이 평생 쌓았던 업적과 그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다 잘못된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그렇게 그가 죽은 다음에라도 그의 업적을 없애는 것만이 그가 죗값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생각했던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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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 만약 당신이 아직도 물고기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타당한 한 집단에 몰아넣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바늘이 있는 폐어들과 실러캔스를 당신 생각에 그들이 당연히 소속된 곳인 물속에 송어와 금붕어와 함께 밀어 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범주를 어류라고 부를 수도 있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공통 조상을 지닌 모든 후손이 함께 포함될 수 있도록 몇몇 다른 생물들도 어류라는 집단에 집어넣어야 한다.

물가에 걸터앉아 있는 개구리들은 어떨까? 그 개구리들도 발로 차서 같은 물속에 집어넣어라.

저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은? 그 새들도 물에 빠뜨려라.

소들은? 물론 소들도 들어간다.

당신의 엄마는? 당연히 어류다.

어떤가? 그럴듯한가?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낸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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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책은 한 사람의 열정과 업적을 쫓다가 그 사람을 고발하는 내용의 대반전으로 끝이 났단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에 있던,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이름을 따서 지었던 건물들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는구나. 뒤늦게나마 적절한 조치구나.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는 법이구나. 그리고 어류라는 것이 분류학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내용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 우리가 오랫동안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옳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류가, 물고기가 없었다니

독특한 이야기의 구성이 신선했던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남은 추석 연휴 재미있게 잘 보내자~~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책의 끝 문장: 가장 희망적이었던 순간에조차, 나의 하찮은 뇌는 그녀만큼 한없이 도취시키는 존재를 꿈에도 결코 상상해내지 못할 거라고.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우리는 전쟁, 휴전, 파산, 사랑, 순수, 죄책감을 선언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운송 수단인 이름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사상에 따르면, 이름이 존재하기 전까지 개념들은 대체로 불활성 상태에 있다고 한다. - P93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 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 P226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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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9-11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bookholic 2022-09-12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고맙습니다~^^

종이달 2022-09-1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뚜버기님 안녕하세요.

종이달 2022-09-1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님 안녕하세요.

돌아온탕아 2022-09-12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이군요!

bookholic 2022-09-12 10:15   좋아요 1 | URL
돌아온탕아님의 취향에도 맞는 책이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