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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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인가 <녹색평론>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신카이 마코토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단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워낙 유명한 사람이고, 아빠도 그의 영화를 몇 편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던 사람인데, 신카이 마코토라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그의 작품 제목을 보니, ‘, 그 영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단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 익숙한 애니메이션의 감독이었더구나.

<녹색평론>에서도 바로 그 두 영화,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던 기억이 있구나. 아빠가 녹색평론에 실린 그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날씨의 아이>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에 책으로 나온 <날씨의 아이>를 먼저 읽겠다고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기억도 있구나. 그리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단다.

1.

외딴 섬에 살고 있던 고등학교 1학년이던 호다카는 무작정 도쿄로 향했단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던 도쿄는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어. 가지고 간 돈을 금방 사라지고 말았지. 다행히 도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스가 씨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는데, 그가 일자리를 하나 주었단다. 스가 씨는 조그마한 잡지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해보라고 했어. 스가 씨는 도시의 전설들, 미스터리, 재미있는 소문들을 모아서 잡지를 만들었단다. 스가 씨 말고 다른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인 대학생 나츠미가 전부였는데, 나츠니는 스가 씨의 조카였단다.

호다카가 처음 맡은 일은 맑음소녀를 만나 취재를 하는 거야. 그 맑음소녀는 소문에 의하면 날씨를 맑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어. 그 소녀의 이름은 히나였단다. 히나를 봤다는 사람들을 먼저 취재를 하면서 히나를 찾았어. 어떤 불량배들에게 괴롭히는 여자 아이가 있어 도와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가 호다카가 찾고 있던 히나였단다. 그리고 호다카도 히나의 능력을 직접 보았어. 실제로 날씨를 맑게 해주었어. 얼마 전부터 도쿄에는 계속 비가 오고 있었는데, 호다카도 오랜만에 해를 볼 수 있었단다.

호다카는 이런 히나의 능력을 가지고 사업을 사자고 했어. 돈을 받고 날씨를 맑게 해주는 것이었지. 그래서 호다카는 히나의 집에 가게 되었는데, 히나는 초등학교 동생 나기가 단둘이 살고 있었어. 그들은 인터넷에 사이트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뢰를 해왔단다. 히나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경찰들이 호다카를 쫓고 있었어. 왜냐하면 얼마 전에 일이 있었거든. 호다카가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총을 줍게 되고, (당연히 장난감 총인 줄 알았지…) 불량배에 괴롭힘 당하던 히나를 구할 때 겁을 주겠다고 그 총을 쌌거든.. (장난감 총인 줄 알았다니까…)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경찰을 총을 소지한 호다카를 계속 찾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호다카와 히나는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었어. 호다카는 히나, 나기와 함께 경찰을 피해 도망자 신세가 되었단다.

2.

미성년자를 받아주는 숙소도 없고 밖은 8월인데도 이상기후로 눈까지 내리고 있었어. 간신히 호텔을 구한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셋 모두 아직 어리니까 어려움을 잠시 뒤로 하고 호텔방에서 신나게 논 거지. 히나는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었어. 날씨를 맑게 할 때마다 자신의 몸이 투명해지고, 이제 얼마 후면 자신의 몸이 사라진다고 했어. 다음날 정말 히나가 사라졌단다.

히나가 사라지고 이상 기후는 사라지고 여름 본연의 날씨가 되돌아왔어. 히나는 원래 그런 존재였단다. 히나가 사라져야 날씨가 제대로 돌아오고, 히나가 이 세상에 있으면 비만 온종일 오고하지만, 호다카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호다카에게는 히나가 이상기후보다 훨씬 중요했단다. 호다카는 히나를 사랑하니까. 호다카는 히나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단다. 그리고 결국 히나는 다시 돌아오게 되고, 도쿄의 날씨는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내기리 시작한 비는 3년 동안 쉬지 않고 내렸어. 호다카와 히나는 자신들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단다.

이 책에서는 히나의 선택으로 이상기후가 계속되었지만, 실제 세상에서의 이상기후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상 기후는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단다. 사상 최고의 폭염, 사상 최고의 폭우한쪽에서는 지독한 가뭄, 한쪽에서는 지독한 홍수. 지난 여름 우리나라에서도 이상기후를 톡톡히 경험했단다. 그렇다면 이 이상기후는 누구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히나가 선택을 바꾸지 않은 것처럼 현실의 이상 기후를 불러일으킨 선택도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는 것 같구나. 이상 기후의 증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세지고 더 무서워질 텐데,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안타깝기만 하구나. 그래도 무엇인가 해야지내가 하고, 우리가 하고그렇다 보면 조금이라도 변하겠지.. 선택은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니야. 이 지구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이상기후를 없애는 선택을 해야 하는 거야. 그것이 지금 당장 불편함을 주는 선택일지라도, 미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이니까 말이야. 우리도 함께 노력하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비 내리는 3월 하늘에 페리의 출항을 알리는 기적이 길게 울렸다.

책의 끝 문장: 맞잡은 우리 손을 빗방울이 살짝 매만지듯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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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9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카이 마코토 이분 에니메이션 감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도 직접 쓰셨군요. 진짜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능력을 한꺼번에 가진 사람이 많단 말입니까? 하나도 없는 사람 슬프게 말입니다. ㅠ.ㅠ <너의 이름은>을 영화로 봤는데 <날씨의 아이>도 찾아서 보고 싶네요.

bookholic 2022-10-10 23:13   좋아요 2 | URL
<날씨의 아이> 영화는 저도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봤는데요.
<너의 이름도>도 함 찾아봐야겠어요~~^^
즐거운 한 주 되시고요~~
 
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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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에 <헤밍웨이>를 괜찮게 읽어서, 그 시리즈의 다른 인물들도 살펴 보았단다. 아빠가 흥미를 갖는 인물들이 여럿 있었어. 그 중에 <절규>란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 뭉크를 읽었단다. <절규>라는 작품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데, 그걸 그린 화가 뭉크는 이름만 알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단다.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궁금했단다.

너희들도 그 그림을 보여주니 아는 그림이라고 했잖아. 원작보다 재미있게 패러디한 그림으로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아빠가 아는 뭉크의 그림은 <절규> 한 편이지만, 그 작품 하나만 봐도 그가 외롭고 어두운 삶을 살았을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실제도 그런 삶을 살았다고 하는구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뭉크도 그랬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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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뭉크의 예술은 그의 인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뭉크는 평생 외롭고 고독했다. 어린 시절엔 죽음의 그림자가 늘 드리워져 있었고, 청년이 되어서는 사랑을 갈구하고 그에 집착했다. 비극적 이별과 좌절을 겪고, 병마에 시달리면서 정신병을 앓기까지 했다. 공황 장해, 우울증, 불면증, 정신 분열, 불안 장애, 환각, 피해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들은 뭉크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기에, 그는 자신에게 닥친 불운과 불행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집중했고, 자기 내면의 심연으로부터 그림의 대상을 찾았다. 대표작 <절규>를 비롯하여 <마돈나> <불안> <아픈 아이> <이별> <키스> 등의 모티프를 그는 몸소 겪은 경험에 가져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마치 그림으로 된 일기장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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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크가 노르웨이 사람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1863년 노르웨이 로텐이란 곳에서 태어난 뭉크. 5살에 엄마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셨고, 13살에는 잘 따랐던 누나 소피에가 역시 폐결핵으로 죽었단다. 어린 시절 뭉크는 카렌 이모가 보살펴주었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무척 컸단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뭉크는 어린 시절 엄마와 누나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것이 그의 삶 내내 어둠과 외로움의 색깔을 띠게 했을 거야. 나중에 그는 아팠던 누나를 떠올리면서 <아픈 아이>라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단다. 이 그림을 처음 출품할 때는 호평과 혹평이 함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뭉크의 대표작 중에 하나가 되었단다.

오슬로의 옛 명칭은 크리스티아니아라고 하는구나. 뭉크의 아버지는 늘 모범적인 종교인으로 기독교적인 삶을 뭉크에 강요를 했지만, 반항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그것을 따르겠니. 뭉크도 예민한 성격이지만 20대는 20대였어. 20살 무렵 사교계에 참석하면서 인맥도 넓혀갔어. 한스 에게르라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 자유주의와 진보 성향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한스 에게르의 영향으로 자유연애를 해서 그런지 첫사랑은 밀리 타우로비라고 하는 유부녀였단다. 하지만 이 사랑은 1년을 넘기지 못했어.

1889년 뭉크는 파리에 유학을 가서 3년 만에 돌아와 전시회를 열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가게 된단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호평과 혹평을 받게 되는데, 베를린 화단에서 뭉크의 전시회를 혹평하게 되는데, 오히려 이것이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서 여러 곳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의도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의 반전이로구나. 뭉크는 1893년 그의 어린 시절 겪은 죽음들로 인한 마음의 고통과 어둠을 그림으로 표현한 <절규>를 발표하는데, 아빠도 이 그림보다 사람 마음을 절절히 표현한 그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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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뭉크의 <절규>는 일그러진 얼굴과 독특한 분위기로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강한 인상에 압도당하고 만다. 해골 같은 얼굴에 늘어지고 비틀린 입과 턱, 강한 원색들이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움직이는 풍경은 당시 선호되던 아름답거나 숭고하게 느껴지는 풍경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절규>는 마치 환상 속이나 꿈속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그린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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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절망>, <절규>, <불안>으로 이어지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하는구나.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그림들이란다. 그런데 이 <절규>라는 그림이 두 번이나 절도를 당했다가 되찾았다고 하더구나. 그 두 번의 절도가 제법 최근에 있었다는 사실에 놀랬단다. 첫 번째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올린 동계올림픽 때 절도 당했다가 되찾았고, 두 번째는 2004년에 절도 당했다가 무려 2년만에 되찾았다고 하는구나. 형사가 신분을 숨긴 채 용의자의 이웃집으로 이사 와서 그와 친분을 쌓은 다음 그 그림을 되찾았다고 하니,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로구나. 또 하나 <절규>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아빠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림 <절규>에 글씨가 써 있다고 하더구나. 자세히 봐야 보인다고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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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노을 부분을 보면 아주 작은 한 줄의 글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라는 이 글귀가 최초로 발견된 건 1904년인데, 뭉크 자신이 썼는지 다른 이가 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필체를 분석해 본 결과 뭉크보다는 관람객 중 누군가가 썼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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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뭉크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대. 아무래도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래도 사랑을 한 적은 있었어.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유부녀 밀리와 첫사랑. 반 년 만에 끝이 난 사랑이지만 뭉크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랑이었을 거야. 먼 친척 율이라는 사람을 사랑하기도 했는데, 율은 뭉크만이 아니라 당대 많은 남성들이 사랑하는 여인이었단다. ‘검은 새끼 돼지라는 예술가들이 자주 모이는 주점이 있었는데, 뭉크도 그곳에 자주 가곤 했단다. 율도 그곳에 자주 오면서 많은 예술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어. 팜므파탈이라고 할까? 나중에 뭉크가 <마돈나>라는 그림을 그리는데 율이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안타깝게도 율은 팬이 쏜 총에 맞고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대. 툴라라는 여인과는 약혼까지 했지만, 결국 안좋게 헤어지고 말았단다. 그러나 이런 사랑들 또한 모두 뭉크의 삶을 만들어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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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141)

스물한 살 젊은 뭉크에서 첫사랑 밀리는 사랑이라는, 그가 추구하고 탐구해야 할 예술의 구심점을 만들어 주었다. 검은 새끼 돼지 그룹에서 만난 율은 30대에 들어선 뭉크에게 여자의 관성성과 마력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30대 중후반에 만난 툴라는 뭉크에게 인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예술을 담도록 자극한 여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예술가 뭉크에게는 다양한 자극을 주었던 반면, 한 인간으로서의 뭉크에게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빠지게 했다. 밀리는 쫓아 크리스티아니아를 헤매던 청년 뭉크와 툴라와 관련된 모든 지인들에게서 멀어지고 싶어 크리스티아니아를 등진 중년의 뭉크. 뭉크의 인생은 이들과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더욱 침잠하고 고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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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크는 30대 후반 오스고쉬트란드라는 곳에 정착하게 된단다. 여름휴가가 해마다 들렀다가 나중에는 이곳에 집을 구입하여 정착하게 되었어. 이곳은 한적하고 조용한 해변 마을로, 단조롭고 외로운 생활을 해야 했지만 뭉크는 이곳에서 안정을 찾고 걸작을 만들어내게 된단다. 그렇다고 그곳에만 머문 것은 아니고,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을 여행하기도 하고, 작품활동을 위해 외국에 가기도 했단다. 그의 유명한 작품 중에 <생의 프리즈>라는 연작이 있는데, 이것을 처음 선보인 것도 베를린이었다고 하는구나. <생의 프리즈>는 뭉크 예술의 집약판이라고도 부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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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뭉크는 <생의 프리즈>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그림들을 그릴 때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나는 그 그림들을 모아보았을 때, 각각의 그림들이 내용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그림들이 전시되자 그림들 사이에서 하나의 울림이 터져 나왔고, 그림들이 따로따로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것은 교향곡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생의 프리즈를 그리게 되었다.”

- 뭉크의 노트(MM N 46, 1930~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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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의 또 다른 작품으로 오슬로 대학 강당 벽화가 있다고 하는데, <절규>만 알고 있던 아빠에게 좋은 상식이 되겠구나. 지금도 오슬로 대학 강당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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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263)

오슬로 대학 강당 벽화 작업은 뭉크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대형 공공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뭉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생의 고통스러운 에피소드와 그 의미에 집중했던 반면, 오슬로 대학 강당의 벽화 작업을 하면서 인류와 민족, 지식과 역사 그리고 희망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젊은 시절의 깊은 방황,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끝없는 관찰과 집요한 탐구에 몰두했던 뭉크는 50대를 눈앞에 둔 중년의 나이에 이르자 더 큰 관점에서 인류와 역사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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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년이 되어서(1916) 크리스티아니아 외곽 에켈리에라는 곳에 땅과 집을 구입하여 1944년 죽을 때까지 지내게 된단다. 독신을 살아서일까? 그의 말년은 외로움과 싸워야 했고, 병마와 싸워야 했단다. , 그가 언제 외롭지 않은 적이 있을까? 그가 말년에 그린 자화상들이 여럿 있는데, 그 그림에서 외로움과 고독이 절절하게 느껴지더구나. 그런 그림을 그렸을 뭉크를 생각하니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또 그의 말년은 전 세계적으로 무시무시한 2차 세계대전으로 무서운 시절이었으니, 그것 또한 그에게는 불운이었단다. 그의 작품들은 독일에도 많았는데, 나치가 집권하면서 그의 작품들은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82점이나 압수당하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나치가 망하고 독일이 전쟁에게 지기 전에 뭉크는 세상을 등졌단다. 그래서 다시 자신의 작품들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그 또한 안타깝구나.

이 책을 통해서 뭉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되어 좋았단다. 아빠가 화가들의 전기를 읽은 것이 있나 생각해 보니, 김홍도와 고흐를 빼면 없는 것 같더구나. 미술 관련 책을 통해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읽은 적은 있지만 말이야. 이번처럼 화가들의 전기를 읽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구나. 이 책은 재미있게 잘 읽은 것 같구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에 화가를 다룬 것이 있으면 또 찾아서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에드바르 뭉크의 키워드는 단연 절규.

책의 끝 문장: 아마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한, 뭉크의 그림은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것이다.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본 것을 그린다."
뭉크가 남긴 많은 글 가운데 그의 예술을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문구이다. 뭉크는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처럼 풍경이나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대상을 관찰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본 것, 자신의 기억을 그리려고 했다.
- P13

스물여덟 살의 뭉크가 그린 <칼 요한 거리의 저녁>(1892)은 뭉크의 불안정한 심리나 비관적인 태도가 잘 드러나는 그림이다. 아직 눈이 쌓이지 않은 늦은 가을 혹은 겨울 초입, 차라리 눈이라도 내려 쌓였더라면 거리의 불빛이 눈에 반사되어 조금은 환하고 포근한 느낌을 줄 테지만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지 않은 이 무렵은 노르웨이의 1년 중 가장 암울한 계절이다. 오전 늦게 뜬 해가 빨리 져서 초저녁인데도 어느새 거리는 어둡다. 색깔도 없다. 가로수의 잎도 다 떨어져버리고, 사람들도 짙은 색깔의 겨울옷을 꺼내 입어 도시 전체가 무채색이다. - P22

뭉크는 크리스티아니아 보헤미안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가는 아니었다. 당시 그는 진보적인 정치사상이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입장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에게르가 당시 사회 관습에 정면으로 반하는 파격적 사상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또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후 화단에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혁신적 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 P35

표현주의는 이후 추상 미술의 탄생을 이끌었다. 뭉크의 영향을 크게 받은 청기사파의 바실리 칸딘스키는 이후 내면의 감정을 순수한 형태와 색으로만 표현하는 경지에 이르면서 형상을 완전히 해체해버리게 되는데, 이때부터 추상 미술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시대를 앞서갔던 뭉크의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는 동시대인들로부터 예술에 대한 모독 혹은 오만방자한 화가라는 혹평 세례를 받았지만 미술사 전체로 보면 현대 미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추상 미술을 탄생시키는 씨앗을 만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P67

뭉크의 <아픈 아이> 또한 모티프상 이 시기의 베개 그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뭉크는 단지 이 모티프가 당시의 유행이기 때문에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 그리고 어릴 적부터 병약하여 생사를 넘나들었던 경험에서 나온 모티프였다. 그렇기에 <아픈 아이>에서 뭉크는 사실주의적 화법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자신의 경험을 주관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기술적으로 이를 보완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그저 자연을 관찰하듯이 볼 수는 없는 법이다. - P103

베를린에서 뭉크는 채 4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절규> <불안> <뱀파이어> <마돈나>과 같은 작품 대부분을 완성했다. 검은 새기 돼지 그룹의 급진적이고 과격한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뭉크는 자신의 예술을 정립시켜 나갔다. 그리고 여러 전시회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을 뿐 아니라, 독일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뭉크 미술에 영향을 받은 이들은 이후 표현주의를 꽃피우고 추상 미술을 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72년 독일 국립 미술관은 독일 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뭉크의 공로를 인정하여 뭉크의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전시회는 노르웨이 국립 미술관에서도 열렸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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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06 0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뭉크하면 절규 그 그림만 알고있는데 이렇게 새로운걸 알아갑니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도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습니다~!!

bookholic 2022-10-06 18:58   좋아요 2 | URL
절규하면 뭉크고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사진도 많고 읽기 편해서 저같은 초보자에 제격~~

mini74 2022-10-06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편들 좋거라고요.~ 연이은 죽음과 사랑 불신 등. 이 분 침대와 시계 사이에 서 있는 자화상 좋아합니다 ㅠㅠ

bookholic 2022-10-06 19:01   좋아요 1 | URL
절규만 있는 줄 알았는데 독특한 그림들을 많이 그렸더라구요. 말씀하신 침대와 시계 사이 자화상은 노년의 외로움을 리얼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scott 2022-10-06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난당한 절규
찾아야 하는데
뭉크가 안다면
공포에 절규를 ㅜㅜ

bookholic 2022-10-06 19:02   좋아요 2 | URL
찾아서 다행임.
뭉크도 안심을...

그레이스 2022-10-06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넘 재밌게 읽었어요

bookholic 2022-10-08 00:41   좋아요 1 | URL
저도 재미와 정보, 일석이조였어요..^^
즐거운 연휴 되시고요~~
 
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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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박소연 님의 <재능의 불시착>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 둘러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란다. 평도 좋고, 직장인에 대한 소설이라고 해서 공감이 갈 것 같아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어. 지은이 박소연 님의 이력도 독특하시더구나. 일단 엄청난 능력자로써 엄청난 일들을 해서 국무총리상까지 받은 이력이 있다고 하는구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국무총리상까지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싶어. 그런데 그런 그가 적게 일하고 돈도 잘 버는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하는구나. 그 이후 강연과 글을 쓰는 일을 한다고 하는데, 그의 이력을 보면 뭘 해도 잘 하실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 동안은 주로 아빠가 싫어하는 자기계발, 처세술에 관한 책을 쓰셨는데 이번에는 소설까지 쓰셨어. 이 책은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어. 지은이의 약력을 보고 놀랬는데, 이 소설들을 보고 한번 더 크게 놀랬단다. 글 솜씨가 여간 좋은 게 아니구나. 여덟 편이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고 읽기도 너무 편하게 되어 있었어. 순식간에 다 읽고 말았단다. 아빠가 약속장소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읽었는데, 잘못하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칠 뻔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설의 배경들이 모두 회사라서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아빠로서 많이 공감 가는 소재들이었단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장류진 님의 <일과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도 생각이 났지만, 약간 다른 류의 소설이었어. 뭐랄까, 장류진 님의 <일과 기쁨과 슬픔>은 풋풋한 젊음이라면, 박소연 님의 <재능의 불시착>은 좀더 잘 익은 젊음이랄까. 둘 다 재미가 확실한 소설들인 것은 확실해.

한창 이야기하다 보니 아빠가 너무 좋게만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가 기대를 안 하고 책을 읽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네. 아무튼 아빠한테는 아주 좋았단다. ㅎㅎ


1.

그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막내가 사라졌다> 부서의 막내 사원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하고 문자만 남긴 채, 모든 연락을 끊고 사라졌단다. 문자에는 다음 날 대리인이 와서 퇴직 처리를 하겠다는 했어. 일반적인 퇴사 방법이 아니라서 부서원들은 다들 당황스러워했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퇴사도 대리인을 통해 퇴사를 하나 싶기도 하고, 연락마저 다 끊은 것이 혹시 퇴사 하면서 이상한 이야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어. 막내 사원에게 했던 시킨 일들은 정당한 것들인가, 정도에 지나쳤던 말들은 없나, 여러 사람들이 이것들을 걱정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막내 사원의 대리인이 올 때까지 초긴장을 하고 있었단다. 대리인이 왔을 때도 예의주시면서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원만하게 처리되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단다. 사표 수리를 안 해주고 사표를 찢어버릴까 봐 사표를 코팅을 했다는데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모든 직장들의 이상이 아닐까 싶구나.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를 수 밖에 없는 법. 지은이 혜진씨는 가슴 뛰는 일을 선택하겠다고 하고 NGO 회사에 취업을 해서 일하고 있었단다. 부모님은 모두 의사였고, 혜진씨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해외 봉사를 했고, 혜진씨도 따라 다니곤 했어. 혜진씨가 고등학교 때 사정상 혜진씨 엄마 혼자서 아프리카에 봉사를 갔었는데 그만 큰 지진이 일어나서 돌아가시고 말았지. 그래도 혜진씨는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려고, NGO 회사에서 취업해서 봉사도 하면서 돈도 버는 일을 한 거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지. 회사는 회사일 뿐. 하는 일만 어려운 사람들은 도울 뿐이지 업무는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단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많이 실감했겠지. 그리고 남자친구의 어머니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웠어. 엄마가 없다고 대신 엄마를 해주겠다는 식의 과도한 관심. 그런 것을 불편해 하는 혜진씨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친구. 남자 친구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만 알려주고가슴 뛰는 일을 선택할 정도로 자유의지가 강했던 혜진씨는 결국 회사도 그만두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단다. 혜진씨에게 박수를 보내 주고 싶구나.

<전설의 앤드류 선배> 전설이라는 말까지 붙을 만큼 무능한 회사 선배가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소설로 쓴 것이 바로 이 소설이란다. , 상상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은 다름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일을 망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걸 수습하는데 정신 없고, 생각만 해도 피곤하구나성격 더러운 선배만큼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선배가 무능한 선배가 아닐까 싶구나. 소설 속 무능한 선배는 결국 고문직으로 지방 발령을 받는데, 그 선배가 심성은 못 돼먹지 않아서 사람들은 기분이 언짢았단다.

<재능의 불시착> 얼마 전에 아빠 회사 사람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 다른 사람들보다 잘 하는 무엇인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걸 찾지 못하고 결국 평범한 회사원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이야기.. 그러면서 혹시 갖고 있는 재능이 오늘날에는 발휘할 수 없는 재능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예를 들어 마차를 기가 막히게 끈다거나, 주판을 기막히게 튕긴다거나그런데 그런 생각을 아빠만 한 것은 아닌가 보구나. 이 책의 지은이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재능의 불시착>이란 소설을 쓰신 것 같아. 주인공 준은 어렸을 때부터 방향을 정확히 알고, 무게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단다. 하지만 그런 재능들은 이 시대 어디에도 써 먹을 때가 없었단다. 장기 자랑에나 써 먹을까? 회사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냥 다니고 말이야. 결국 구조 정리로 회사에서도 쫓겨났어. 잠시 쉬는 동안 봉사 활동을 했는데, 포도 따기 봉사 활동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무게 측정을 정확히 하는 그의 모습에 다른 사람들에게 환호성을 받으며 가장 인기가 좋은 사람이 되었단다. 그로 인해 자신감을 갖은 준은 자신의 재능이 어쩌면 불시착한 것이 아니고 행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이 소설은 남자 직원의 육아 휴직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빠 회사에서도 처음으로 남자 직원이 육아 휴직을 쓴다고 했을 때 좀 낯설어했던 기억이 있구나.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가 일하는 부서에서 1호 남자 육아 휴직자였단다. 아내가 임신 때부터 임신중독으로 고생하고 아이를 낳아서도 몸도 좋지 않은 상태고 육아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어. 아내가 계속해서 육아휴직을 쓰라고 처음에는 부탁을 했고, 그것이 경고로 바뀌고 협박으로 바뀌어서 결국 주인공은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자신도 좋게 생각했어.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내를 도와 육아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이야. 그런데 육아휴직을 한 지 얼마 안되어, 아내의 복직 선언. 어라, 이게 아닌데, 주인공은 생각했지. 아내를 도와준다는 생각의 육아 휴직이었는데, 이젠 독박 육아가 되어버린 거야. 아내의 이야기에 반박하지 못하고 아내는 복직하고 주인공은 집안일과 육아를 하게 되었어. 물론 무척 힘들었지. 하지만 그동안 감으로 알았던 아내의 고충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해피 엔딩.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주인공인데, 진상 학부모와 벌이는 에피소드를 그린 소설인데, 학보무가 갑이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을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착하기까지 해서 거절도 잘 못하고그런데 이 진상 학부모가 하는 행동은 점점 가관나중에 시원하고 복수를 해주는데 아빠 속이 다 시원하더구나.

<노령 반려견 코코> 가족 돌봄 휴가란 것이 있는 회사가 있단다. 가족들의 건강이 안 좋거나 하면 돌봐주기 위해서 쓰는 무급 휴가가 보통이란다. 그런데 주인공은 반려견이 늙고 많이 아파서 가족 돌봄 휴가를 신청했단다. 부장님과 인사팀은 전무후무한 이야기라서 당황했지. 반려견 때문에 가족 돌봄 휴가를 쓴다? 그런데 그 사정을 잘 들어보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어.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 이걸 잘 이용하면 회사 이미지도 좋아질 것 같았어. 그래서 주인공은 가족 돌봄 휴가를 받게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마지막 <언성 히어로즈>는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모아 놓은 글이란다. 언성 히어로즈. Unsung heroes. 보이지 않는 영웅들. 그들이 회사를 더 빛내고, 우리 사회를 더 빛내지 않을까 싶다.

자 이렇게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를 짧게 해 보았단다. 이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서, 자기계발서와 처세술을 읽지 않는 아빠가 이 책의 지은이가 쓴 것은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서, 지은이의 다른 책도 구입을 했단다. 그 책은 이 책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회사에 다니게 될 텐데, 그때의 회사 생활은 또 어떨까? 그 때도 이 책의 이야기들에게 공감을 갖게 될까?

이 책의 한 이야기처럼 가슴 뛰는 일을 하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 책의 지은이처럼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막내가 사라졌다.

책의 끝 문장: 다들 감사해요, 정말.


"그렇죠. 결국 세상에서 비싼 값을 쳐주는 재능을 타고나는 건 운의 영향이 큽니다. 시대도 마찬가지죠. 아마 저 같은 사람은 80년대에 태어났으면 틀림없이 실패자가 됐을 거예요. 몸이 허약하고, 술은 못 먹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사람이니까요. 웬만한 회사는 일 년도 못 버티고 나왔을 겁니다. 그러니 제 성공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게임 산업이 막 성장하고 있을 때에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한국에서 살았다는 거라고 할 수 있겠죠."
남자는 잠시 멈추고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저는 미친 듯이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운이었던 겁니다."
- P147

어쩌면 준이 그동안 뽑기에서 실패했다고 투덜거린 재능들이 언젠가 행운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태수처럼 말이다. 준은 이제 고작 서른두 살이었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기준을 성인 평균 수명의 3분의 1로 잡았다고 했으니, 백 세 시대에서는 어린이가 서른세 살까지인 셈이다. 무엇을 새로 발견해도, 새로 시작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였다.
준은 아직 불시착한 게 아니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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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30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어쩌면,,,제 이야기![첫 문장: 막내가 사라졌다.] 저!🖐🖐🖐 막둥이 ^^인데 ㅎㅎㅎㅎ

bookholic 2022-10-01 21:43   좋아요 1 | URL
ㅎㅎ scott 님은 사라지지 마세요~~~
 
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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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근에 책을 고를 때, 너희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도 알아보곤 한단다. 이번에 읽은 TJ 클룬의 <벼랑 위의 집>도 그런 이유로 고른 책이란다. 책 표지도 예쁘고, 판타지 소설이라서 너희들이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샀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jiny가 아는 책이라고 하면서, 재미 있을 것 같다면서 아빠가 읽고 나면 바로 달라고 했잖아. Jiny도 알고 있던 책이구나. 그래서 아빠도 후다닥 읽었단다.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개성 있고, 귀엽고 해서 너희들도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읽었단다. 책의 줄거리는 약간은 예상 가능한 전개로 이어져서 아빠는 살짝 지루함마저 느끼며 끝을 달리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약간은 색다른 반전이 있더구나. 너희들에게는 아직 낯설 수 있는 결말인데, 이 세상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더구나.


1.

주인공은 라이너스 베이커라는 총각이고, 칼리오페라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혼자 살고 있단다. 마법 아동 관리 부서, 줄여서 DICOMY라는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그는 고아원들의 관리 및 운영이 잘 되고 있는데 현장 조사를 하는 사례 연구원이었어. 그 일을 17년 동안 모범적으로 하고 있었어. 어느 날 최고 경영진의 호출을 받고 찾아가니, 특별 비밀 임무를 맡게 되었단다. 어떤 섬에 있는 마르시아스 고아원이라는 것을 조사하라는 것이었어. 아서 파르나서스라는 사람이 원장으로 있는데, 최근 정부 방침을 준수하지 않는 것 같으니 조사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라이너스는 그 섬으로 4주간의 출장을 가게 되었단다.

그 섬은 들어갈 때부터 다른 곳과는 달랐어. 그 섬은 채플 화이트라고 하는 정령이 보호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아서가 고아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어. 이곳이 마법을 쓰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 여섯 명은 아주 독특한 특징을 가진, 평범한 마법사와는 다른 아이들이었어. 다른 고아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쫓겨난 후에 이 곳에 오게 된 것이란다. 그 여섯 명의 아이들을 잠깐 소개를 해 보면, 먼저 탈리아는 정원을 사랑하는 노움 종족이고, 피는 숲의 정령으로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샐은 내성적이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겁에 질리게 되면 개로 변하기도 했어. 시어도어는 와이번 종족으로 새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 못 찾는 것이 없었고 천시는 호텔리어를 꿈꾸지만 외무는 문어 비슷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시는 적그리스도이자 악마의 아들이었단다. 장난기도 조금씩 있지만 다들 심성은 무척 착한 아이들이었단다.

그 마르시아스 고아원은 섬 밖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고, 이런 저런 문제로 대립도 생겼단다. 그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들은 아니니까 말이야. 섬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나오다 보니, 아서와 아이들은 섬 안에서만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단다. 아서는 마법 정부에서 정해준 규칙이 아닌, 아이들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 해주었단다. 라이너스는 그곳에 생활하면서 아서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들이 일부 있지만, 그보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라이너스 또한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단다.


2.

아서가 이 고아원의 원장이 된 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어. 그 또한 이 아이들처럼 평범하지 않은 존재였단다. 아서의 정체는 불사조였고,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지하실에 감금당하기도 하고 학대를 받았었다고 했어. 그런 경험이 오늘날 고아원 원장이 되어, 자신처럼 평범한 마법사와 다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보살피기로 마음 먹은 거야. 그런 진정성을 알게 된 라이너스도 아서를 돕게 된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섬 밖에 나서 체험을 할 수 있게 돕기도 했어. 섬 밖의 사람들도 모두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갖는 것은 아니야. 그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정겹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어. 앞으로는 좀더 자주 섬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희망도 생겼단다. 시간은 금방 지나서 4주의 조사 기간이 끝이 나고, 아쉽지만 라이너스는 다시 도시로 돌아와야 했단다.

그리고 마르시아스 고아원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어. 이 고아원은 유지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보고서를최고 경영진은 라이너스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논의를 했어. 그리고 그들은 마르시아스 고아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단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라이너스는 사표를 썼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하면 자신이 행복하지 깨닫게 된 거야. 그것은 바로 자신도 다시 마르시아스 고아원으로 가서 아서와 여섯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란다. 그리고 다시 도착한 섬라이너스와 아서는 서로 사랑했음을 확인을 하게 된단다. , 라이너스와 아서 모두 남자였으니까, 좀 색다른 사랑이었던 것이지둘은 결혼을 하고 함께 마르시아스 고아원을 관리하고 아이들을 보살피기로 했단다. 아이들도 라이너스를 모두 반갑게 반겼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마법사들의 판타지 소설이 뒷부분에 퀴어 소설로 바뀌어 아빠가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앞서 이야기했지만 다양성으로 이해하게 되었단다. 아빠가 읽고 나서, Jiny도 곧바로 이 책을 읽었는데, 아이들이 정말 귀엽다는 평을 하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우와, 정말 특별한 능력이구나.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운이 좋다면, 삶 역시 그 답으로 우리를 선택해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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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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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특별한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책으로 선물한 이를 생각하면서 정성스럽게 읽었단다. 세월은 무서운 속도로 빨리 지나가서 아빠도 언제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지, 내일모레면 오십이 되는구나. 소위 말해 앞만 보며 달려온 시간들, 나이 오십, 가끔은 뒤로 돌아보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왔는지도 좀 보고잘못된 방향이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방향전환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나이가 오십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나.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든단다. 지금까지는 5라는 숫자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갑자기 드는 생각은 기대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구나. 아무래도 나이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정신적 성숙이 덜 된 모양이구나.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도 하는데, 아빠는 아직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는 것 같고오십견이 생기고, 노안이 와서 안경을 맞추고, 몸만 오십이 되어가는구나.

지은이 박균호 님은 예전에 그분의 다른 책에서 나이가 들어서는 새로운 책을 사는 것보다 지금까지 샀던 책들 중에서 좋았던 책들을 골라 읽는 것을 추천했던 기억이 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슬프면서도 무척 공감이 되었단다. 살 날은 얼마 남지 않고 읽고 싶은 책들은 많고, 이미 읽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들도 많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지금 생각해봐도 쉽지 않은 질문이구나. , 그냥 그때그때 마음에 가는 책들을 꼽아 읽어야겠구나.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책 사는 것을 줄여야 한다면 지금은 많이 사도 되겠다면서, 책 많이 사는 것을 합리화시켰던 것도 생각이 나는구나. ㅎㅎ 그래서 안 읽은 책들은 더 쌓여만 가는구나.


1.

그렇다면 지은이 박균호 님은 오십에 되어서 어떤 책 읽기를 추천했을까?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함께 읽기라고 할 수 있겠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읽기가 아니고, 두어 권을 함께 읽기.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을 함께 읽긴 읽는데, 한 권은 소설, 한 권은 인문학 책을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해 주셨어. 그러면서 그렇게 짝을 지어준 책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1부에서는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소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까라마조프 형제들>과 인문서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 <죽음의 집의 기록>이라는 책들을 시작으로 8쌍의 소설과 인문서의 짝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2부에서는 인간 내면에 관한 이야기로, 아빠도 재미있게 읽은 소설 <레베카>와 인문서 <질투>를 비롯하여 다섯 쌍의 책들을 소개해 주었고, 3부에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과 인문서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를 비롯하여 7쌍의 책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박균호 님의 책들을 보면 자신의 일상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이야기해주는데 이번 책에서도 책 소개 중간중간에 책과 어울리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유머와 감동을 더해서 이야기해주어 좋았단다. 선생님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지은이인데, 제자를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가족을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아빠를 반성하게 했단다.

이 책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 소설과 인문서 한 권씩(두 권도 가끔 있음) 짝을 지어 소개해 주었어. 다 읽고 나서 다시 책 차례를 한번 봤단다. 소설로 소개한 책들 중에는 아빠가 읽은 책들도 여럿 있었단다. 그런데 인문서로 소개된 책들은 읽은 책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책 제목도 다 처음 보는 책들이구나. 아빠의 독서가 얼마나 편향적이었나 깨닫게 해주고, 그리고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참 많다는 것도 깨닫게 해주었단다.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 중에 아빠가 읽은 책들이 어떤 책들인지 너희들이 궁금할 것 같아서, 리스트 업을 해 보았단다.

죄와 벌, 까마라조프 씨네 형제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레베카, 마담 보바리, 장미의 이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이렇게 리스트 업을 해 보았더니 소설도 별로 없구나. 이 책에서 추천한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지은이 박균호 님은 짝을 지어서 읽어볼 것을 추천하셨지만, 어려운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아빠는, 일단 소설들 중에서 골라봐야겠구나. ㅎㅎ

이 책에서 추천한 소설들에는 고전들이 대부분인데, 유별나게 튀는 책이 하나 있었단다. 권여름 님의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책이란다. 책 조회를 해보니 작년에 출간한 책이더구나. 평도 좋은 것 같고, 박균호 님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 글들을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문해서 읽었단다. 이 책도 조만간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은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또 다 까먹겠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두어 개만 이야기해주면서 그 기억력의 반감기를 좀 늘려보련다. 먼저 알렉산드로스의 에피소드치사하게 병사들의 편지를 몰래 읽어보았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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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07)

역사가들은 왕의 치세와 업적을 기록으로 남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오직 왕이 돋보이고 빛나야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대제국을 건설한 왕들이 대개 사자나 신하를 지방에 보내 세금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국경 지대의 상황과 민심 그리고 이웃 나라의 동태와 같은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런 정보는 제국을 유지하고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첩보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심도 많았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심심찮게 병사들의 편지를 몰래 읽었다. 또 겉으로 보이는 병사들의 충성심을 믿지 못하고 병사들이 나누는 사적인 대화를 엿들으며 속마음과 사기를 파악하려 했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의 이메일을 들여다보고 통화 내용도 도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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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국에서는 책에 대한 검열을 세관과 우체국에서 한다는 놀라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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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미합중국의 법은 인쇄물 검열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두 개의 기관에 부여한다. 이 무서운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은 법원이나 경찰이 아니라 세관과 우체국이다. 세관은 불온하다고 판단한 책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지정할 수 있고, 우체국은 운송 자체를 막음으로써 불온한 책의 유통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미국 우체국 직원은 본인의 판단을 근거로 특정 책을 불온서적으로 낙인찍고 운송을 금지할 수 있는 기이한 특권을 가진 셈이다. 우체국의 판단으로 수천 명의 독자를 잃고 파산한 언론사도 있었다. 우체국이 불온한 책이라고 판단하여 발송에서 제외해버리면 신문사는 방법이 없다. 놀랍게도 미국의 우체국은 오늘날에도 이 권한을 행사한다. 여전히 우체국이 불온 문서를 통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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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찰스 디킨스가 외도가 잦았고, 그걸 후세가 알지 못하게 편지를 다 불태웠다는 이야기.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자가 자신의 글을 없애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보다 자신의 명성을 더 중요시했나 보네. 그럼에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의 외도 이력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네ㅎㅎ 편지를 다 불태워서 더 심하게 오해 받을 수도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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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50)

자신의 원고와 편지를 소멸하고자 했던 카프카는 문단의 대선배인 찰스 디킨스에게 한 수 배웠어야 했다. 디킨스는 미래를 내다보고서 자신의 원고와 편지를 꾸준히 부지런하게 불태웠다. 그는 1860년부터 1870년 죽을 때까지 사적이고 공적인 편지를 모두 태웠다. 평소 외도가 잦았던 디킨스는 사후에 편지가 공개되어 자신의 명성이 훼손될 위험과 자식들이 편지를 출판사에 팔아치울 위험을 모두 염두에 두었다. 디킨스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원고를 태워서 폐기해 카프카와 달리 자신의 의도와 반해 유고가 출판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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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딸아이는 어렸을 때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책의 끝 문장: 호텔은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도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하다는 하인 같은 존재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 시베리아 유배형은 여러 가지로 유익했다. 우선 죄수를 이용해서 시베리아라는 광활하고 척박한 땅을 사람이 살 만한 땅으로 개척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시베리아가 러시아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지역이라고 공포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권력 체제를 비판하는 도스토옙스키 같은 위험인물을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정부는 17세기 중반부터 사형보다 시베리아 유배형을 더 애용했다. 이때부터 시베리아는 20세기 러시아 혁명 때까지 유배의 땅으로 각인되었다. - P20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침략해 자유민이던 흑인들을 강제로 끌고갔다는 생각은 노예 무역에 관한 가장 큰 오해다. 유럽의 노예 상인들은 대부분 서아프리카 노예 시장에서 이미 노예 신분으로 팔려 온 흑인을 구매했다. 노예로 농산물이나 공산품처럼 무역으로 거래되었으며, 아프리카에는 노예를 유럽 상인에게 판매하는 상인이 존재해 이들을 주축으로 노예가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대략 7세기부터 <맨스필드 파크>의 배경인 19세기에 이르기까지 900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 노예가 고도로 발달한 노예 시장에서 매매되었다. 유럽 상인들은 개인 상인에게 노예를 구매하기보다는 노예를 체계적으로 거래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권력자와 거래하기를 원했다. - P67

사람들은 본인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롤랑 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을 읽으면 왜 우리가 질투를 부끄러워하는지 알게 된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의 대해 괴로워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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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2-09-25 0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북홀릭님 정성 스러운 서평 정말 감사합니다. 소설과 인문학의 콜라보 ...정작 제가 정하고 싶었던 이 책의 제목이네요 ^^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평온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2-09-25 09:32   좋아요 2 | URL
늘 좋은 책 출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식구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