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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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서점에서 서칭하다가 무심히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읽은 안드레 애치먼의 <하버드 스퀘어>라는 책도 그런 책이란다. 지은이도 처음 보는 사람이고, 책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어. 겉표지와 제목만 봐서도 유추할 수 있는 소설. 추리 소설일까?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읽는 것도 좋은 것 같구나. 이것저것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는구나.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은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의 자전적인 소설이었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소설의 주인공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고, 미국에 와서 어떤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이 그의 젊은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소설을 통해서 잔잔하게 전해졌단다. 아빠도 아빠의 삶에 영향을 준 사람을 생각해 보니, 여러 명이 떠오르는구나.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아빠가 된 듯 같구나. 아빠가 이 소설의 지은이처럼 글 쓰는 능력이 있다면 그런 만남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소설을 쓸 수 있을 텐데,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겠구나.


1.

소설은 일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어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고 로 등장한단다. 주인공 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으로 아들도 하버드에 가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함께 캠퍼스 투어를 하다가 자신의 젊은 시절, 그러니까 1977년의 일을 회상하게 된단다.

주인공 는 이집트에서 태어나서 파리에서도 지내서 프랑스어를 할 줄 알고, 미국에 유학 와서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대인이었단다. 유학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했어. 종합시험도 두 번이나 불합격해서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남겨두고 있었어. 이것마저 불합격하면 하버드대학교에서 졸업도 못하고 쫓겨나야 한다고 했어. 그런 불안하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하고 있을 즈음 가끔 가는 카페 알제에서 칼라슈니코프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단다. 짧게 칼라지라고 불렀어. 칼라지는 튀니지 사람이고 현재 직업은 택시운전사이고, 아랍인이었어. 유대인과 아랍인은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관계인데,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의지할 친구가 필요했던 그들은 쉽게 친해졌단다. 하지만 칼라지는 주인공 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단다. 그는 수다쟁이이면서도 사람과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있었단다. 잡학다식 했으며, 진짜 남자로 불릴 만했어. 세상을 사랑하고 사랑들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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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4)

스스로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등 떠밀려 시작한 방랑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행성에 속해 있었지만 나는 이 행성에 속해 있다는 확신이 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세상을 사랑했고 사람들을 이해했다. 누군가 그를 힘껏 밀쳐도 그는 곧 중심을 잡고 자기가 갈 방향을 찾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도 항상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고 항상 뒤처진 느낌이었다. 내가 어디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단지 내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시적으로 불안정을 겪을지라도 끊임없이 돌아다녔지만 나는 영원히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움직였다면 급류가 흐르는 여울에서 흔들리는 뗏목 위에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 같았을 것이다 뗏목이 움직이고 강물이 움직일지라도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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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한 삶을 걱정만 하는 주인공은 칼라지와 친해지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커지고, 사랑도 하게 되었단다. 비록 오래 가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칼라지의 친구들과도 어울리면서 주인공의 세상은 더 넓어지게 되었단다. 아무튼 칼라지를 만나면서 나의 세상도 변하게 되었고, 성장도 했단다. 칼라지가 통찰력이 좋다고 했잖아,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성격의 단점도 금방 파악을 했어. 그리고 한마디 충고를 던졌는데, 그 충고가 마치 글을 읽는 아빠한테 하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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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아무것도 몰라. 너무 갈팡질팡하고. 그래서 잠자코 있거나 너무 서두르지. 여자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그래. 가만히 앉아서 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그게 자네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야.” 그는 내가 순간을 팽창시키고 오래 끄는 방법을 알고, 발을 질질 끌면서 원하는 일이 일어나길 가만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사부라르 트레네(질질 끄는 지식인). 그저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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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내면 한쪽에서는 주인공 는 칼라지와 다른 사람이고 싶어하는 감정도 있었어. ‘는 젊은 하버드 생이고, 칼라지는 나이 많은 택시 운전사이니까 말이야. 대학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문득 들 때가 있는데, 그때는 칼라지와 멀어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칼라지가 택시 운전사의 면허 정지가 되었을 때 도와달라는 말에,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해 주고, 대학에서 객원 강사로 일하게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단다. 칼라지도 미국에 오기 전에 어느 정도 공부를 했고,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했기 때문에 프랑스어 회화를 가르치는 하게 되었어. 칼라지는 그것 또한 최선을 다해서 했단다.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어. 하지만, 그는 1학기 다른 교수의 땜빵용이었으니, 다음 학기 재계약은 안 되었단다.

칼라지는 영주권이 없어서 영주권 취득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영주권을 받지 못했고, 강제 출국 조치를 당해야 했단다. 칼라지의 친구들은 송별회를 해주기로 했어. 하지만, 주인공 는 이런저런 핑계로 송별회에 참석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진짜 몰랐을 거야. 그가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했단다. 그러면서 주인공 는 죄책감을 갖기도 했어. 그리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자신의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지. 한동안 잊고 지내던 젊은 시절이 생각이 난 것이고아마 주인공 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에 칼라지의 지분도 있지 않을까 싶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아빠도 어리숙하지만 나름 쬐끔은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게 되더구나. 하루 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멀리 왔는지 신기하구나. 문득 그 시절 함께 했던 이들에게 안부 문자 하나 넣어주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그냥 가면 안 돼요?”

책의 끝 문장: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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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21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스퀘어 읽으셨군요~!! 전 이 책 너무 좋더라구요 ㅋ 그때 감동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

bookholic 2022-10-22 00:05   좋아요 2 | URL
읽는 이의 옛추억까지 불러내주는 좋은 책인 것 같았어요...^^
새파랑 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ㅎ

은하수 2022-10-21 0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드레 애치먼 ... 눈에 익다 했더니 그<해 여름 손님>과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작가네요 작가를 믿고 읽어보고 싶네요^^

bookholic 2022-10-22 00:06   좋아요 1 | URL
<그해 여름 손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익숙한 책들의 작가라는 것을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그해 여름 손님>, <콜미 바이 유어 네임>도 읽어봐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mini74 2022-10-21 1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 에 굉장히 감정이입하며 읽었던 책이에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0-22 00:10   좋아요 1 | URL
mini74 님께서 혹시 ‘나‘와 비슷한 20대를 보내신 건 아니예요? ㅎㅎ
mini74 님도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scott 2022-11-09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합니다

11월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1-09 20:16   좋아요 0 | URL
늘 먼저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서니데이 2022-11-09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2-11-09 20:17   좋아요 1 | URL
언제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느덧 11월도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네요.
행복한 11월 되세요...^^

이하라 2022-11-09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행복하신 날들 되세요.^^

bookholic 2022-11-09 20:1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ㅎㅎ
이하라 님도 즐겁고 여유있는 늦가을 되세요...

억울한홍합 2022-11-09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11-09 20: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억울한홍합 님도 즐겁도 따뜻한 11월 되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11-09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2-11-09 20:19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주말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남은 이틀 달려보아요~~

강나루 2022-11-10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축하드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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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를 좋아한단다. 얼마 전에 고세훈 님의 조지 오웰의 전기를 통해서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과 그의 생각을 좀더 폭넓게 알게 되었는데, 고뇌하는, 진보적이면서 자유주의를 가진 지식의 모습이랄까, 그런 이미지의 조지 오웰을 만나게 되었어. 그래서 아빠는 더욱 조지 오웰을 좋아하게 되었단다. 그 동안은 조지 오웰들의 소설들만 읽었는데, 고세훈 님의 <조지 오웰>을 읽고, 오래 전에 사 둔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도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얼마 전에 유시민 님과 조수진 변호사님이 진행하는 <알릴레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 영상을 보고 더욱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단다. 오래 전 다른 공간을 산, 지식 충만한 사람이 쓴 에세이라고 해서 읽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이 책 읽기를 좀 망설였는데, 유시민 님과 조수진 변호사 님, 그리고 게스트님께서 잘 소개를 해주어 아빠도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 책을 펼쳐 들었단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 29편을 시대순으로 엮은 것이고, 책 제목 <나는 왜 쓰는가>는 그 중에 한 편이란다. 그러니까 책 전체가 글쓰기에 관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 각각 독립적인 29편의 에세이라는 점... 그래서 유시민 님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곳을 펼쳐서 읽어도 좋겠더구나. 29편 모두 조지 오웰의 글솜씨와 그의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사상을 엿볼 수 있었어. 하지만 아빠가 당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는 않는 글도 있었단다. 하지만, 조지오웰의 부러운 필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소설보다 더 많은 그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았단다.

 

1.

조지 오웰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에서 경찰을 하기도 했었는데, 제국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하고, 인종 차별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하면서도 자신이 식민지 경찰을 하는 모순성에 마음이 무척 불편해했단다. 그런 자신의 처지에 대한 글도 이 책에 실려 있는데, 조지 오웰의 괴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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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이 당혹스럽고 언짢았다. 왜냐하면 그 무렵 나는 제국주의가 사악한 것이니 어서 직장을 때려치우고 그로부터 멀어질수록 좋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론적으로는(물론 남몰래 그랬다) 전적으로 버마인들 편이었고, 그들의 압제자인 영국인들을 전적으로 적대시했다. 내가 하고 있던 일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정도보다 지독하게 혐오했다. 그런 일을 하다보면 제국의 추악한 짓거리들을 지근거리에서 보게 된다. 악취 지독한 철창에 처박혀 있는 불쌍한 죄수들, 장기 재소자들의 겁먹은 얼굴, 대나무로 매질을 당한 사람들의 터진 엉덩이. 이 모든 게 견딜 수 없는 죄책감으로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난 그럴싸한 내 나름의 관점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나는 아직 어린데다 부실한 교육을 받았고, 동양에 가 있는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랬듯 내 문제를 철저히 함구한 채 혼자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심지어 나는 대영제국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고, 그것을 대체해가는 신생 제국들보다는 영국이 훨씬 낫다는 건 더더욱 몰랐다. 내가 알았던 것이라곤 섬기던 제국에 대한 나의 증오와, 도무지 일을 할 수 없게 만들려던 악독하고 자그만 인간들에 대한 나의 분노 사이에 내가 끼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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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모국인 영국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 글들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만 소개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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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영국은, 자주 인용되는 셰익스피어의 구절처럼 보배 같은 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괴벨스 박사의 묘사처럼 지옥인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집안을, 상당히 고루한 빅토리아 시대의 집안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골칫덩이가 많진 않아도 찬장마다 해골이 넘쳐나는 집안 말이다. 이 집안에는 비굴하게 아첨을 떨어야 하는 부자 친척도, 끔찍이 들러붙는 가난뱅이 친척도 있으며, 집안의 수입원에 대해 함구한다는 단단한 공모가 있다. 또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좌절을 겪고, 실권은 대부분 무책임한 삼촌들이나 몸져누운 숙모들 손에 있다. 그래도, 집안은 집안이다. 나름의 언어가 있고, 공통의 기억이 있으며, 적이 다가오면 단결한다. 엉뚱한 식구들이 살림을 주무르는 집안-영국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게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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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좌파로 분류되는 지식인이었는데, 아빠는 예나 지금이나 좌파 지식인들에 호감이 더 가더구나. 신문이나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한데, 그것 또한 지금이나 예나 별 차이가 없는가 보구나. 조지 오웰은 당시 언론의 주요 매체인 신문이나 라디오의 거짓 정보를 비판하는 글들이 여럿 있었단다.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면이건 앞으로도 영원히 고쳐지지 않는 것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구나. 더 이상 언론과 싸우지 말고, 언론을 무시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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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진실은 밝혀질 수도 있겠지만, 거의 모든 신문이 사실을 워낙 거짓으로 알리기 때문에, 거짓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어거나 나름을 견해를 갖추지 못한다 해서 일반 독자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가 전반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황당한 믿음을 고수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무엇 하나 입증되지도 반증되지도 않기에, 더없이 엄연한 사실도 뻔뻔히 부인해버리는 게 가능해진다. 더구나 민족주의자는 세력, 승리, 패배, 복수에 대해 끊임없이 골몰하면서도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선 다소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그가 바라는 바는 자기편이 상대편보다 앞서고 있다고 느끼는것이며, 사실이 뒷받침되는지 확인하기보다는 상대편을 묵살해버림으로써 더 쉽게 그럴 수 있다. 모든 민족주의 논쟁은 토론반 학생들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어떤 논쟁 참가자든 자신이 이겼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어떤 논쟁 참가자든 자신이 이겼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결판이 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어떤 민족주의자는 정신분열증 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제 세계와 아무 상관이 없는 세력과 정복을 꿈꾸며 제법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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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 보면 조지 오웰의 글쓰기 영역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그만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런 세상의 이슈에 대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로 보는 것이 좋았단다. 당시 신뢰가 점점 쌓여가는 과학 교육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에 대한 반대 입장도 생각해서 적었는데, 오늘날 과학 맹신에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처럼 아빠에게는 읽혀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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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219)

확실히 과학교육은 합리적이고 회의적이며 실험적인 사고의 습성을 심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방식’, 즉 부닥치는 어떤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습득하는 것이어야지, 사실을 잔뜩 축적하는 것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을 과학교육 옹호론자에게 하면 대게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하면, 언제나 과학교육이란 정밀과학에, 달리 말해 더 많은 사실에 주목하는 일이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과학은 한 덩어리의 지식에 불과한 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은 현실에서 강한 반발에 부닥친다. 그렇게 된 데에는 순전히 직업적인 시기심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학이 단순히 하나의 방식이나 태도라면, 그래서 사고방식이 충분히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의미에서 과학자라 할 수 있다면, 지금 화학자나 물리학자 등등이 누리고 있는 엄청난 위세는 어찌 되며 아무튼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현명하다는 주장은 또 어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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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가 세상사에 비판에 대한 글들을 쓴다고 해서 그의 글에 감성과 순수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단다. 봄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적은 그의 글을 보면, 그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단다. 하지만 평범한 순수함은 아니고 남들과 다른 독특한 것에서 봄을 느끼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순수함 같아서 좋았단다. 남들 같으면 새싹이 돋아나거나 봄바람이나 봄꽃에서 봄이 오는 것을 주로 느낄 텐데, 조지 오웰은 두꺼비로부터 봄을 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는구나. 조지 오웰의 남다른 시각을 닮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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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제비보다 먼저, 수선화보다 먼저, 아네모네보다 조금 늦게, 두꺼비는 봄이 다시 찾아온 것에 대해 나름의 경의를 표한다. 지난 가을부터 들어가 누워 있던 땅속 구멍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적당한 물웅덩이 쪽으로 최대한 빨리 기어가는 것이다. 무언가가(땅속의 어떤 떨림인지 아니면 그냥 온도가 몇 도 올라서인지 잘은 모르지만) 두꺼비에게 깨어날 때가 되었다고 말해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몇 마리는 내내 잠만 자다 한 해를 아예 빼먹기도 하는 것 같다. 한여름에 땅을 파다가 멀쩡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두꺼비를 몇 번이고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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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으로 뽑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조지 오웰의 생각이 담겨 있었단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그리고 정치적 목적이라고 이야기했단다. 각각의 자세한 설명도 있어서 그 글을 읽다 보면, 아빠가 지금 이 리뷰 편지를 쓰는 이유도 그 중에 하나에 속한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조지 오웰이 이야기한 글쓰기의 이유 중에 정치적 목적은 조지 오웰과 같은 영향력 있는 지식인라면 더욱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생각이 든단다. 그 또한 어떤 글이든 정치적 성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고, 잘 쓴 글들은 여지없이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이야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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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으로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 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아마 그 귀신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이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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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너희들에게 더 소개해 주고 싶지만, 밀린 독서 편지를 보니, 되도록 짧게 마치고 또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구나. Shon이 이 책의 표지를 보더니, 참 재미없을 것 같다는 평을 냈는데, 지금이야 그렇겠지만 나중에 커서는 너희들도 조지 오웰을 좋아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이 책도 읽어봤으면 좋겠어.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조지 오웰이 어떤 식으로 글을 써 내려갔는지도 살펴보면서 말이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늦은 오후였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그를 정치인으로만 볼 때, 그리고 우리 시대의 다른 유력 정치인들과 비교해볼 때, 그가 남긴 향기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나 지금 우리 사회와 같은 곳에 살면서 변화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성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버마에서 영국 제국주의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목격했고, 영국에 와서는 빈곤과 실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나로서는 그런 시스템에 맞서 싸운다는 게, 주로 독서 대중에서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책들을 쓰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계속해서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책을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태의 진전이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한때는 한 세대 뒤의 위험 같아 보이던 것들이 우리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극적인 사회주의가 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에 공감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되고, 언제나 활발한 적들의 술수에 놀아나서도 한 된다. - P64

애국주의, 즉 국민적 충심이 갖는 압도적 힘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오늘의 세계를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애국주의는 상황에 따라 무력해질 수도 있고, 문명의 어느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힘으로서 그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기독교와 국제 사회주의는 애국주의에 비하면 지푸라기처럼 연약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들의 나라에서 권좌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그들은 이 사실을 파악했고 그들의 적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데 있다. - P88

군대 생활의 본질적인 공포는(군인이 되어본 사람이라면 군대 생활의 본질적 공포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것이다) 어떤 성격의 전쟁에서 싸우게 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군기 같은 것은 어떤 군대든 궁극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명령은 복종해야 하고 필요하면 처벌로써 강요되며, 장교와 사병의 관계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같은 책들에 나오는 전쟁 묘사는 대체로 정확하다. 총탄은 맞으면 아프고, 시체는 썩어 악취를 풍기고,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무 무서워 바지를 적시기도 한다. 어떤 군대가 만들어지게 된 사회적 배경이 그 군대의 훈련과 전술과 전반적인 능력에 영향을 끼치며, 정의 편이라는 의식이 사기를 북돋우는 것도 사실이다. - P134

기록된 역사 대부분은 어떤 식이든 거짓이라는 말이 유행인 건 나도 안다. 나는 역사가 대체로 부정확하고 편향된 것이라는 말을 기꺼이 믿는 쪽이다. 한데 우리 시대에 와서 특이한 점은, 역사가 진실하게 기록될 ‘수도’ 있다는 개념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 글을 무의식적으로 윤색하거나,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진실을 애써 추구했다. 단 어느 쪽이든 ‘사실’은 존재하며,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만한 사실이 늘 상당 부분 있었다. - P148

문명의 역사는 대체로 무기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주장은 이제는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특히 화약의 발명과 부르주아에 의한 봉건제 전복의 연관성은 누차 지적된 바 있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일반적인 사실로 판명될 것이라 생각한다. 즉, 가장 강력한 무기가 싸고 단순한 시대에는 서민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컨대 탱크나 전함이나 폭격기는 본질적으로 압제적인 무기인 반면에, 소총이나 머스킷총이나 긴 활이나 수류탄은 본질적으로 민주적인 무기인 셈이다. 복잡한 무기는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고, 단순한 무기는(보복이 따르지 않는 한) 약자에게 갈고리발톱이 된다. - P210

언제나 강자가 약자에게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미덕은 이기는 데 있었다. 즉, 미덕이란 남들보다 더 크고, 강하고, 잘생기고, 부유하고, 인기 좋고, 세련되고, 거리낌 없는 데 있었다. 달리 말해 남을 지배하고,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고, 바보 같아 보이게 하며, 모든 면에서 남보다 앞서는 데 있었던 것이다. 삶이란 본래 위아래가 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자체가 옳은 일이었다. 강자가 있어 그들은 이겨 마땅하고 언제나 이겼으며, 약자가 있어 그들은 져 마땅하고 언제나, 끝없이 지기만 했다. - P419

정치에선 둘 중 어느 쪽이 덜 악한지를 판단하는 것 이상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악마나 미치광이처럼 행동해야만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는 상황들이 있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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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익스프레스 - 중력의 원리를 파헤치는 경이로운 여정 익스프레스 시리즈 1
조진호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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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너희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좀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화로 중력을 이야기하는 <그래비티 엑스프레스>를 샀단다. 그런데 너희들이 보기에는 아직 책이 좀 어려운 것 같았어. 오히려 과학을 좀더 쉽게 접하고자 하는 어른에게 맞는 책 같았단다. 이 책은 지은이 조진호 님께서 출간한 익스프레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데, 디자인이 일단 멋지단다. 이 시리즈가 모두 네 권인데 이 네 권을 함께 모셔두면 책장이 폼이 나더구나. 천천히 한 권씩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도 좀 더 크면 읽어보면 좋겠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화로 중력과 중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잘 그려냈단다.


1.

이 책은 인류가 중력을 원리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단다. 지구 상의 물체는 왜 떨어질까에 대한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봤단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달과 태양의 정체는 무엇인지 고민들을 많이 했단다. 기원전 600년 전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사람은 이 세상이 둥글게 휘어져 있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어딘가에 지탱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윗부분은 둥그렇게 생겼지만 아래쪽은 원통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는구나.

피타고라스는 세상 만물을 수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지구와 우주를 모두 구 모양이라고 생각했대. 지구와 태양은 우주의 중심으로 돌고 있고, 우주는 규칙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규칙성은 수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어. 지금 와서 보면 피타고라스는 대단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던 것 같구나. 기원전 5세기 아낙사고라스라는 사람은 달이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것이라고 했다는구나. 이 분의 추측도 정확하게 맞았구나.

기원전 300년대에서 200년대를 살던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지구가 하루 한번 스스로 돌고, 지구가 공전한다고 주장을 했어. 태양은 우주의 중심이라고도 주장을 했는데, 이것은 그의 생각일 뿐 증명은 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했다고 했어. 그리고 그는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려는 시도도 했다는구나. 이런 사람들의 생각들과 연구가 점점 쌓이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더 훌륭한 사람들도 출현한단다.

에라토스테네스라는 기원전 2세기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과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사람으로 아빠도 이름이 어렴풋이 기억나는구나. 그의 이름은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그가 한 일은 아주 정확히 기억한다. 그는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고 기둥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지구의 반지름과 둘레를 구한 사람으로 유명하단다. 그가 사용한 이 방법은 수학적으로도 올바른 방법으로 그가 잰 지구의 반지름은 실제와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너희들이 지구의 크기가 얼마냐고 물어봤을 때, 아빠도 에라토스테네스의 방법대로 지구의 반지름을 잴 수 있다고 설명해 준 적이 있는데, 기억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에라토스테네스는 월식을 이용하여 달의 크기가 지구의 약 4분의 1이라는 것도 구했단다. 그것뿐만 아니라 달까지의 거리, 태양의 크기, 태양까지의 거리도 구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2.

여러 가지 증거들을 보면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하지만 그들이 갖는 한가지 의문점이 있단다. 지구가 둥글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라는 의문점이야. 그냥 다 떨어지고 아무도 살지 않나? 그리고 지구도 그렇게 둥근 상태로 떠 있다면 어딘가로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갖게 되었어.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가 떨어지는 낙하 현상을 근본 원소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본성이라고 설명했단다. 그리고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했고, 지구 상의 물체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가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별이나 태양은 왜 안 떨어질까? 그것에 대한 설명은 지상 세계와 천상 세계는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그것에 대한 것을 모두 논리적으로 설명했다고 하는구나.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사람은 지구가 중심이고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하는 천동설을 주장하였는데, 그는 이 천동설의 설명을 위해 하늘의 별과 태양과 달의 움직임도 설명했어. 천동설에 짜 맞추려다 보니, 예외적으로 움직이는 별들이 많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예외적인 것들이 많다면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 좋았을 텐데프톨레마이오스의 주장은 아주 오랫동안 정답으로 이어졌단다. 중세 코페르니쿠스와 임페투스가 지동설을 주장할 때까지 이어졌단다. 하지만 여전히 물체가 낙하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했단다. 행성 운행의 3 법칙으로 유명한 케플러는 낙하하는 물체의 원리가 질량자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뒤이어 점점 위대한 과학자들이 출현한단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개조해서 목성의 4개 위성을 관찰하게 되면서,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는 것을 증명하게 돼. 낙하하는 물체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는데, 그는 낙하속도가 높이와 시간 사이의 규칙성을 발견하게 된단다. 관성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의하게 되는데, 후에 뉴턴이 정의한 관성과는 조금 다르지만, 갈릴레이는 모든 운동을 하는 물체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그것이 관성이고, 그 관성 때문에 행성들이 원운동의 궤적을 따른다고 했어. 그러니까 지구나 행성이 태양의 주변을 돌고 있는 것을 관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단다.

드디어 뉴턴이 등장하여 중력에 대해 정확하게 정리한단다. 만유인력 법칙이라는 것으로 중력을 정의하고 지구 상에 모든 물체는 떨어진다고 할 때 항상 의문이었던 달은 왜 안 떨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에, 뉴턴은 달도 지구로 떨어진다고 설명하였단다. 뉴턴이 중력의 정체를 풀어내고, 역학 법칙을 정립했지만 결국 중력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풀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과학자들은 빛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책의 후반부는 그런 빛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설명한단다. 왜 중력 이야기를 하다가 빛의 이야기까지 할까?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것은 뉴턴의 상대성 이론을 이야기하기 위한 전채라 볼 수 있단다. 빛 마저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것을 설명하고, 시공간도 구부러진다는 상대성 이론 말이야. 상대성 이론은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해서 오늘은 생략할게.

…..

이 책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했단다. 너희들이 좀 커서 중력에 관심이 있다면, 오구리 히로시 님의 <중력, 우주를 지배하는 힘>와 오정근 님의 <중력파>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물론 이번에 아빠가 읽은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도 좋고


PS:

책의 첫 문장: 쪼로록

책의 끝 문장: 이것 또한 멋진 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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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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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박균호 님의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라는 책을 읽었어. 그 책에서는 소설과 인문서를 짝지어 소개시켜주었는데, 그 책에서 소개해준 준 소설 중에 가장 최근에 출간된 소설 권여름 님의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란 책이 있었어. 책 제목부터 재미있을 것 같아 책 소개를 찾아 읽어보았단다. 2021년 제 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하고, 지은이 권여름 님은 이 책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다이어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결심이 다이어트가 아닐까 싶구나. 아빠는 결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늘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다이어트란다. 적당히 먹으면서 운동도 틈틈이 하면서 천천히 몸무게를 줄이겠다는 마음. 하지만, 생각과 달리 나이를 먹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서 그런지, 예전과 비슷하게 먹고 비슷하게 운동한다고 생각하는데, 몸무게는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속상하구나. 아무튼 아빠도 적극적인 다이어트는 아니더라도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단다. 이번에 읽은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제목만 보면, 유쾌한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처럼 생각했는데, 재미는 있지만 좀 무거운 내용의 소설이었단다.


1.

주인공 봉희는 상업고등학교를 다닐 때 성적이 일등이었단다. 그래서 졸업을 하게 되면 은행에 취직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인 줄 알았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 은행은커녕 취업을 아예 하지 못했어.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 봉희 자신도 눈치채고 있었지. 남들보다 몸이 통통했던 거야. 외모가 능력인 사회에서 봉희는 취업을 못했던 것이란다. 학교 성적은 자신보다 한참 떨어진 친구들도 취업을 하는데 말이야.

봉희는 단식원에 들어가게 된단다. 유리 단식원. 유리 단식원은 원장의 이름을 따서 지은 단식원인데, 봉희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어떤 건물의 2층을 빌려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점점 번창하게 되어 시외에 5층짜리 건물을 새로 짓고 이름도 구유리 건강 힐링 센터로 바꾸었단다. 봉희는 단식원 회원으로 왔다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후 코치로 일하게 되었단다. 코치가 하는 일은 담당 회원들의 다이어트를 담당하는 것인데, 담당 회원들의 다이어트 성적이 바로 코치의 성적이 되어 코치의 랭킹도 공개하는 그런 치열한 경쟁 사회였단다. 봉희의 애제자로 할 수 있는 소운남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이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여자였단다. 운남은 인기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으로 참석 예정이었는데, 방송하기로 한 그날 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단다. 봉희는 단식원 건물을 다 뒤져 찾아보았지만 없었어. 전날 운남이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것을 보고 운남을 걱정해주기 보다, 도대체 운남이 먹지 말아야 할 무엇을 먹었는지 밤새 신경을 쓴 점이 마음에 걸렸어.

원장은 봉희에게 무조건 운남을 찾아내라고 해서, 봉희는 무작장 운남의 빈 방을 살펴 보았어. 운남은 모든 짐이 사라져 있었어. 손톱 깎기 하나만 남겨 두고그것은 지리산 산채비빔밥이라고 써 있는 거 봐서 그 식당에서 받은 것 같았어. 봉희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을까? 직접 지리산 산채비빔밥이라는 식당을 찾아 나섰단다.


2.

운남이 그곳에 왔을라고그런데, 그곳에서 운남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단다. 운남의 성씨가 라는 희귀 성씨라서 찾을 수 있었던 듯… ‘지리산 산채비빔밥은 오래 전에 서울 가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고, 운남의 본명은 강미라는 것을 알게 돼. 운남, 아니 강미의 어머니는 운남이 단식원에 들어간 줄 모르고 계셨어. 차마 운남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봉희는 다시 단식원으로 돌아왔단다.

그 사이에 인기 유튜브의 라이브 방송에 참가자로는 아이돌 연습생인 안나가 운남을 대신하기로 했어.

봉희는 운남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고, 계속 운남에게 메일을 쓰는 것밖에 할 것이 없었단다. 그렇게 계속 메일을 보내던 어느날 운남으로부터 아주 짧은 답변이 왔단다. 하지만 그것으로 운남이 어디에 있는지 감을 잡지 못했어. 단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안도감? 봉희는 운남의 소지품에서 마약 성분의 식욕 억제제를 발견하게 돼. 이건 불법 금지 약물인데 이걸 운남이 어떻게 갖고 있었을까. 봉희는 보건 코치와 원장에게 이야기했지만, 잔소리만 들었단다. 그건 운남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자신은 책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이 일이 있고 나서 봉희는 원장과 사이가 안 좋아졌단다.

운남 대신 촬영한 안나의 방송은 성공을 넘어 대박이 났어. 유뷰트 라이브 시청자도 어마어마했단다. 가장 힘든 사람은 그 촬영을 하고 있는 안나였단다. 안나의 마지막 촬영은 단식원 뒷산을 등산하는 것인데, 이미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안나가 그 등산을 한다는 것에 무엇인가 사고가 터질 것 같더구나. 그런데 봉희는 뒷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폐교에서 얼핏 지나가는 사람을 보았는데 그 사람이 운남인 듯 보였어. 봉희는 유튜브 촬영을 도와주고 있어서 지금 당장 폐교로 확인하러 갈 수 없었지만, 나중에라도 찾아가 볼 마음이었지.

그리고 촬영은 막바지.. 안나가 산 정상을 얼마 앞두고 있는데, 산 정상에 누군가 나타났어. 그가 누군지 알고 다들 깜짝 놀랐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운남이었단다. 안나도 그런 운남을 보고 놀래서 쓰러지고, 운남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 둘 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쓰러진 거였어. 그 장면들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많은 사람들이 봤단다. 이 사건이 일어나서 원장은 피해를 입을 것 같았지만, 여론을 조종해서 위기를 벗어나게 되었단다.

하지만 봉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고민 끝에 단식원에서 불법으로 식욕 억제제를 사용했다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했단다. 이 동영상은 삽시간에 많은 논란을 일으키게 되었어. 원장은 어떤 식으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그리고 봉희는 다시 지리산을 찾았고, 꿈에서 운남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아빠도 뚱뚱한 몸보다 균형 잡힌 몸을 좋아하고, 너희들도 그렇게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균형 잡힌 몸이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을 해서였거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살찐 이들보다 아름다운 몸을 가진 이들을 선호하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겠구나. 그러니까 여전히 소설 속의 단식원 같은 것들이 현실 사회에도 많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그런 생각들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구나. 하지만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것은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것 저것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었단다.


PS:

책의 첫 문장: 새벽 세 시, 개운하게 눈이 떠졌다.

책의 끝 문장: 봉희의 눈이 질끈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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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2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벽 세시! 전 다섯시 그리 개운하게 눈은 안떠져도 저절로 기상!^^

bookholic 2022-10-13 18:31   좋아요 0 | URL
늦게 주무시는 것 같은데, 다섯 시에 일어나시면...
건강을 위해 푹 주무시길...^^

그레이스 2022-10-14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문장 끝 문장에 의도가 담겨있네요^^

bookholic 2022-10-14 23:30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두 문장이 연관성이 있네요...^^
작가의 멋진 의도를 그레이스 님께서 알아채셨네요...
 
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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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너희들이 읽는 책 중에 <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이라는 책이 있더구나. Shon은 그 책을 읽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그 책 중간중간 보면서, 원소 기호에 대한 문제를 내곤 했지. 책 제목에 청소년을 위한이란 말이 붙어 있다면, 그냥 <사라진 스푼>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조회를 해봤어. 주기율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으로 평이 좋았어. 주기율표를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원소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고 했어. 읽어볼 만하겠더구나. 그래서 아빠도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단다.

지은이는 샘 킨이라는 미국 사람으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더구나. 이 책을 보면 가장 궁금한 것이 왜 책제목이 <사라진 스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이유는 갈륨이라는 원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알게 된단다. 갈륨은 상온에서 고체이지만, 조금만 온도가 높게 되면 녹는다고 해서, 뜨거운 차에 넣으면 사라지는 장난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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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갈륨은 실온에서는 고체이지만 29.8℃에서 녹기 때문에,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으면 녹아서 수은처럼 변한다. 갈륨은 액체 상태에 만져도 뼛속까지 살이 타지 않는 희귀한 금속 물질 중 하나이다. 그래서 갈륨은 화학 전문가들이 사람들에게 장난치고 싶을 때 선호하는 물질이 되었다.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알루미늄처럼 보이고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갈륨으로 찻숟가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차와 함께 손님에게 내놓고는, 손님이 찻잔에 담근 찻숟가락이 사라지는 걸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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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갈륨에 대한 이야기는 책 전체에서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그것을 책 제목으로 뽑은 것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책 전체의 제목을 뽑으려면 원소 이야기라든가, 주기율표 이야기 정도가 될 텐데, 그런 제목으로는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없을 것 같으니, <사라진 스푼>이라는 제목으로 뽑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이 책은 책 소개에서 본 것처럼 주기율표에 얽혀 있는 재미 있는 이야기, 원소들에 얽힌 이야기 등이 역사, 과학, 정치 등 다방면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단다.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최소 단위가 원소이고, 그 원소들로 이 세상이 이루어져 있으니, 원소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세상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구나.

아빠에게 이 책은 책 소개에서 이야기한 것들보다 추억 소환을 많이 해주는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구나.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배운 과학, 특히 화학이 많이 생각났어. 그리고 아빠가 오래 전에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과학을 가르쳤거든아빠가 화학이 취약해서 수업 준비를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도 떠 올랐단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화학이 참 재미있는 과목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아무튼 이 책은 고등학교 때와 아르바이트 하던 그 시절이 참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 그 때 함께 사람들도 말이야. 지금은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면 지내시는지

주기율표. 원소들이 하나하나 발견되었고, 연구를 하다 보니 비슷한 성격의 원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 원소들을 나열하는 방법들을 연구했는데, 멘델레예프라는 사람이 처음 고안하게 되었고, 그 이후 더 좋게 바뀌어 오늘날 주기율표가 된 것이란다. 너희들도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주기율표를 배우게 될 텐데, 원소의 배치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다. 가로줄이 의미하는 바가 있고, 세로줄이 의미하는 바가 있어. 아빠가 앞서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비슷한 원소들 같은 열에 모아 두었단다. 그러니까 주기율 표의 세로줄에 모여 있는 원소들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고 보면 돼. 그 세로줄에는 이름들이 붙어 있고 말이야.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외울 때 그 세로줄끼리 외웠던 기억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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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각 가로줄을 수평 방향으로 지나가며 주기율표를 읽으면 원소들에 관해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은 전체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나마 가장 좋은 이야기도 아니다. 같은 세로줄에서 수직 방향으로 늘어선 이웃들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계에 있다. 거의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사람들은 무엇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도록 길들여져 있다. 그렇지만 주기율표는 위에서 아래로 읽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면 예기치 못했던 경쟁 관계와 대립 관계를 비롯해 원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주기율표는 나름의 문법을 갖고 있으며, 행간을 잘 살피면 아주 놀랍고 새로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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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많은 원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빠가 다 기억을 하지 못한단다. 그래서 재미있어서 너희들에게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고 발췌한 부분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 줄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가 어쩌면 태양이 한 개가 아니라 될 뻔했다고 하는구나. 목성이 별이 되려다가 실패한 행성이라고 했어. 그런데, 태양계에 두 개의 별이 있었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었을까? , 목성이 별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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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4)

목성 내부에 원소들이 이렇게 기묘한 형태로 존재하는(그다음으로 큰 행성인 토성에서는 그 정도가 좀 덜하다) 이유는 목성이 보통 행성이 아니라 별이 되려다 실패한 행성이기 때문이다. 목성이 지금보다 10배쯤 더 많은 물질을 끌어모았더라면, 일부 원자핵이 융합을 일으킬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지게 되어, 행성에서 졸업해 낮은 에너지의 갈색 빛을 방출하는 갈색왜성이 되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태양계에서는 2개의 태양이 쌍성계를 이루어 존재할 것이다.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이런 상황은 그다지 기이한 것이 아니다.) 그러는 대신에 목성은 핵융합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해 식어버리고 말았지만, 원자들을 아주 촘촘하게 압축시킬 만큼 충분한 열과 질량과 압력을 지녀 원자들이 지구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목성 내부에서 원자들은 화학 반응과 핵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가능성의 림보(limbo, ‘가장자리란 뜻인 라틴어 limbus에서 유래한 말로, 지옥과 천국의 중간에 있는 장소)에 머물고 있다. 이곳에서는 행성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나 기름 같은 금속성 수소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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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를 이루고 있는 원소의 약 80퍼센트가 질소란다. 그런데 그 질소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 대기 중에 80퍼센트가 질소니까 우리가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야. 질소가 무서운 원소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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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질소는 그러한 시스템의 작동을 방해한다. 질소는 냄새도 색깔도 없으며, 혈관 속에서 산을 만들지도 않는다. 우리는 질소를 쉽게 들이마시고 내보내는데, 폐도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않으며, 질소는 우리의 어떤 심리적 인계철선도 건드리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든다. 질소는 체내의 보안 시스템을 무사통과해 돌아다니면서 우리를 자비롭게 죽인다.”(질소와 같은 족에 있는 원소들을 옛날에는 닉토겐족이라 불렀는데, 그 이름이 질식또는 목을 조름이란 뜻의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게 재미있다.) NASA의 그 기술자들(22년 뒤 텍사스 주 상공에서 공중 폭발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컬럼비아 호에서 발생한 최초의 희생자들)은 질소 안개 속에서 머리가 몽롱해지고 몸이 처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33시간 동안 계속 일한 뒤에는 누구라도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으며, 아무 이상도 못 느끼고 질소를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에, 의식을 잃고 질소가 뇌의 작동을 멈추기 전까지 더 이상 정신적으로 다른 걸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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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예전에 어떤 책에서 X선을 발견 뢴트겐이라는 사람에 대해 읽고, 그 사람의 인성이 너무 훌륭해서 학습 만화로 된 뢴트겐 위인전을 너희들에게 사 준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뢴트겐이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서 얼마나 꼼꼼했던 사람인지 알게 되었단다.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이면서, 한편으로는 노벨물리학상으로 받은 상금을 모두 기부할 정도로 착하고, 내가 자신에게는 철저했던 사람이라니, 또 다시 봐야겠구나. 뢴트겐 전기문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지금 검색해보니, 품절된 책들 이외에는 학습만화만 있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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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오늘날 우리는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하면서 이렇게 수선을 피운 걸 보고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가 보여준 그가 보여준 놀라운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뢴트겐은 자신이 뭔가 획기적인 것을 발견했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대신에 어딘가에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꼼꼼히 따졌다. 당황한 그는 자신의 잘못을 증명하려고 연구실에 7주일이나 틀어박힌 채 연구를 계속했다. 그는 조수들도 다 내보내고, 식사도 마지못해 억지로 삼켰고, 가족에게는 대화보다는 불평을 더 많이 했다. 뢴트겐은 크룩스나 메갈로돈 탐색자, 폰스와 플라이시만과는 달리 자신이 발견한 것을 알려진 물리학으로 설명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혁명가가 되길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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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그 외에도 많은 재미있는 원소의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아빠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서 이만 하련다.


3.

언젠가부터 여러 매체에서 접하는 원소들의 이름이 아빠가 공부할 때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보게 되었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소의 이름들을 영어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는 거야. , 아빠가 배웠던 원소 이름도 외국어였는데…. 그 이름은 대부분 독일어였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많이 쓰는 영어로 바꾸었다고예를 들어 망간은 망가니즈, 플루오르는 플루오린, 크롬은 크로뮴, 요오드는 아이오딘으로 바뀌어 있었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책의 옮긴이는 우리나라의 졸속한 정책에 대해 옮긴이의 글을 통해 비판을 하고 있었단다. 아빠가 읽어보니, 옮긴이의 말이 일리가 있었어. 몇 십 년 동안 큰 불편 없이 써왔던 원소이름을 몇몇 소수의 의견으로 바꿔버리다니 잘못했네. 그렇다고 일관성이 있나? 그것도 아니란다. 어떤 것은 영어로 바꾸어 놓고, 어떤 것으로 그래도 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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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484)

그나저나 보통 사람들이 별 불편 없이 써오던 원소 이름을 왜 갑자기 바꾸자고 한 것일까? 미국 유학파가 다수인 대한화학회 관계자가 설명한 내용 중에 이런 게 있었다. 국제 회의 같은 데 가면, 우리나라에서 칼륨이나 나트륨으로 배운 사람들이 포타슘이나 소듐이라고 하면 헷갈려서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도 대학 때 원서로 화학을 배우면서 약간 헷갈린 경험이 있는지라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국제 회의에 참석할 정도면 머리가 상당히 좋은 사람일 것이다. 우둔한 나도 영어 원서를 계속 보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져서 전혀 불편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불편하다고? 그렇다면 수소와 산소는 왜 바꾸자고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평소에 하이드로전과 옥시전이라고 배워야 국제적으로 제대로 소통하지 않겠는가?    -- 옮긴이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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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새로 바뀐 원소명은 일관성도 없고 표기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뭐라고 평가할 수조차 없다. 주식 시장의 용어를 빌리자면 감사 의견 거절이다. 감사 의견 거절이 나오면 해당 주식은 상장 폐지되어 주식 시장에서 퇴출된다. 어쨌든 번역자의 양심상 이런 이름들은 도저히 쓸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름들을 이미 교과서에 쓰기 시작했다니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캘리포늄, 아인슈타이늄, 프로탁티늄만 바뀐 이름으로 쓰고, 나머지는 이전에 쓰던 이름을 그대로 쓰되 처음 한두 번은 괄호 안에 바뀐 이름을 병기하기로 했다. 번역자의 책임은 아니지만, 독자 여러분에게 혼란과 불편을 드려 괜히 송구스럽다. 대한화학회와 국어연구원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여 조속히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놓기 바란다.     옮긴이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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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을 읽다 보니, 이렇게 바뀐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옮긴이의 말대로 더 혼란을 주기 전에 다시 검토를 했으면 좋겠구나. , 그나저나 원소 이름을 부르는데 확실히 세대차이가 나겠구나. ㅠㅠ


PS:

책의 첫 문장: 많은 사람들은 주기율표라고 하면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선생님 어깨 너머에 걸려 있던, 가로줄과 세로줄이 다소 비대칭적으로 배열된 도표를 떠올릴 것이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우리가 주기율표를 여러 각도에서 읽는 방법을 설명해주면, 그들은 정말로 감탄하여 휘파람을 불고, 주기율표에 원소들을 집어넣은 우리의 방식에 큰 충격을 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즉, 대부분의 원소는 최소한 우리에게 익숙한 보통 온도에서는 차가운 회색 고체 물질이다. 오른쪽 끝부분에 있는 몇몇 세로줄에는 기체 원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실온에서 액체인 원소는 수은과 브롬(브로민), 두 가지뿐이다. 금속 원소들과 기체 원소들 사이에는 정의하기가 다소 애매한 원소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러한 모호한 특징 때문에 이 원소들은 흥미로운 성질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화학 실험실에 보관돼 있는 것보다 수십억 배나 강한 산을 만들 수 있다. - P19

그러나 게르마늄의 운명은 순탄치 못했다. 1954년에 이르자 트랜지스터 산업이 급성장했다. 컴퓨터의 처리 능력이 수십 배 이상 증가했고, 휴대용 라디오 같은 새로운 제품의 생산 라인이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이러한 급성장기 동안에 공학자들은 실리콘에 미련을 갖고 연구를 계속했다. 실리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 중 일부는 게르마늄의 단점 때문이었다. 게르마늄은 전기를 아주 잘 통하게 하는 성질이 있는 반면, 바로 그 때문에 불필요한 열이 너무 많이 발생해 게르마늄 트랜지스터가 과열되어 작동이 중단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흙보다도 더 싼 실리콘(모래의 주성분인)의 가격 경쟁력에 있었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게르마늄을 고수하면서도, 실리콘 트랜지스터 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었다. - P59

가끔 이러한 이론적 종이 뭉치가 핵폭발이란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성공한 것으로 쳤다. 하나의 계산이 끝나고 나면, 여성들은 곧바로 다른 무작위 수들을 가지고 다시 계산을 했다.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계산이 계속되었다. ‘리벳공 로지’는 전쟁 기간에 산업 현장에서 일한 여성을 상징한다.(리벳공 로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전쟁터로 나간 남자들을 대신해 산업 현장에서 일한 여성을 상징했다. 유명한 포스터에서 리벳공 로지는 소매를 걷고 "우린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여성들은 연합국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승리와 가족을 위해 일하면서 얻은 새로운 기술과 자유에 자부심을 느꼈다.-옮긴이) 하지만 엄청난 수치 자료를 일일이 손으로 계산한 이 여성들이 없었더라면 맨하튼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여성들은 ‘컴퓨터’라는 신조어로 불렸다. - P142

주기율표의 역사가 정치로 얼룩져 있다면, 돈과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긴밀하다. 많은 금속 원소의 이야기는 돈의 역사와 얽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원소들의 역사는 위조의 역사와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소, 향신료, 돌고래 이빨, 소금, 카카오콩, 담배, 딱정벌레 다리, 튤립 등이 돈으로 사용되었는데, 이것들은 모두 위조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에 금속은 위조하기가 쉽다. 특히 전이 금속 원소들은 전자 구조가 비슷해 화학적 성질과 밀도가 비슷하며, 서로 잘 섞이기 때문에 합금을 만들 때 다른 물질 대신에 쓸 수도 있다. 위조범들은 귀금속과 값싼 금속의 배합 비율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을 속여왔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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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14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기율표 관련 책 너무 많은데, 이책도 급 관심! 재밌을것 같아요

bookholic 2022-10-14 23:31   좋아요 1 | URL
원소와 주기율표에 대한 상식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읽는 재미가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