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고미숙 지음 / 북튜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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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님 중에 고미숙이란 분이 계시단다. 다양한 고전들을 쉬우면서도 색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해주셔서 아빠도 고미숙 님의 책들을 여럿 읽었단다. 우연히 고미숙 님의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라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부제가 눈에 더 띄었단다.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동의보감>은 고미숙 님께서 여러 번 책으로 다룬 고전이었고, <숫타니파타>는 아빠가 좋아하는 불교 경전이란다. 예전에 법정스님이 번역하신 <숫타니파타>를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했었거든. <숫타니파타>를 고미숙 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하니 궁금했단다. 그리고 <숫타니파타>와 동의보감을 함께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실지 궁금했어. 그리고 고미숙 님의 책을 한 동안 안 읽어서 얼른 책을 보고 싶었단다.

….

이 책은 코로나 초기 시대 고미숙 님이 진행하신 강연을 바탕으로 책으로 엮은 것이란다. 읽다 보면 고미숙 님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단다. 그렇게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읽기도 편했단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모두 바꾸어 놓고, 코로나 이후의 삶은 바뀔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하던 그 시절, 고미숙 님은 <동의보감> <숫타니파타>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하셨단다.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에도 이 책의 원본이라고 할 수도 있는 강의도 올라와 있어서 아빠도 몇 편 보았단다.

, 그럼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볼게.


1.

불교라는 것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믿는 종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하지만 석가모니가 큰 깨달음을 얻고 불교 사상을 전파한 나이가 35, 한창 젊은 시절이었단다. 그러니까 불교라는 것이 젊은 사상이라는 거지. 그래서 고미숙 님은 불교를 청년의 파토스라고 이야기했단다. 파토스라는 것은 청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호소와 공감력이라고 이해하면 되고, 로고스라는 것은 논리적 근거로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단다. 파토스와 로고스는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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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일단 불교는 이전의 모든 사상을 전복하면서 등장했고, 이후에도 기존의 지배적인 사유구조를 해체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야말로 청년의 사상이죠. 그에 비하면, 중화 문명의 도교나 유교, 즉 공자나 노자의 사상은 노년의 사상이에요. 청년의 역동성이나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화사상이 노년의 로고소라면, 불교는 청년의 파토스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교는 마음을 탐구하는데, 그 마음의 격정이 가장 심한 때도 청년기잖아요. ‘질풍노도의 시절이라고 하죠. 불교는 바로 그 역동성이 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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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불교의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는 마음의 심연을 탐사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고, <동의보감>은 우리 몸과 소통을 잘 하기 위한 책이란다. 그러니까 <동의보감>을 통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숫타니파타>를 통해서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동의보감>에 보면 몸 안에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정기신(精氣神)’이 있다고 한단다. 먼저 정()은 신장이 주관하여 정액, 생리혈을 만드는 등 생식 작용과 관련이 있으며 에로스의 원천이 된다고 하는데, 이 욕망을 다스리고 정()을 보존해야 건강할 수 있다고 했어. ()는 폐가 주관하고 에너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 에너지를 온 몸 곳곳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어. 우리가 숨을 쉬어 산소를 온 몸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를 온 몸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마지막 신()은 심장이 주관하는 것으로 정신활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긴장하거나 마음이 안정치 못하면 심박수가 변하는 것을 보면 심장과 마음은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겠구나.

<숫타니파타>를 통해서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탐진치(貪瞋癡)를 없애야 한다고 한단다. 탐진치가 괴로움의 원천이기 때문이야. ()은 탐욕, 소유욕, 성취욕을 이야기하고, ()은 분노를 이야기하고, ()는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단다. 이 탐진치를 없애기 위해서는 치닫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동의보감>의 태과불급, 즉 지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된다고 설명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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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존재는 삼독, 즉 세 가지 독에 물들어 있다는 거였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던 탐진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삼독이고요. 그래서 삼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설법을 많이 하십니다. 계속해서 <숫타니파타>의 구절들을 보죠. “치닫지도 뒤처지도 않아, 모든 것이 허망한 것임을 알고 어리석음을 버린 수행자는,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뱀의 경> 여기서 치닫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는다라는 말은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태과불급을 넘어선다는 것과 상통하는 말이에요. 정기신을 바탕으로 오장육부가 구성되지만 그 기운 역시 항상 넘치거나 모자라게 됩니다. 목기가 넘치면 간 기운이 넘쳐서 술에 빠지게 되고, 토기가 넘치면 비위 기능이 너무 활발해서 식탐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 기운이 범람하면 성욕이 함부로 날뛰게 되고이렇게 넘치는 것이 있으면 모자라는 것도 있겠죠. 그것을 불급이라고 합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온갖 병증들이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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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는 총 열 개의 강의가 있는데 모든 강의가 좋았지만, 그 중에 두어 가지만 더 이야기해 볼게. 먼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많이들 한단다. 정말 궁금하구나, 내가 누구인지몸 뿐만 아니라 아빠가 머릿속 가득 채운 의식의 정체는 무엇인지 말이야. <동의보감>내경편에 보면 라는 것은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여러 타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라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리고 그 타자들을 통해서 몸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어.

먼저 꿈이 있는데 꿈도 우리 몸의 상태를 알려준다고 하는구나. 꿈에 따라 현재 나의 몸의 건강을 알 수 있다는 거지. 가장 좋은 꿈은 꿈을 꾸지는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최고의 상태, 도의 경지라고 하는구나. 프로이트는 꿈을 성()과 관련 지어서만 이야기하는데, 그보다 <동의보감>에서의 해석이 더 공감이 가는구나. 실제로 아빠의 건강, 특히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온갖 잡다한 꿈을 꾸는 것을 보면 <동의보감>의 이야기가 맞는 것 같구나.

..

나를 이루는 것 중에 목소리가 있단다. 목소리에도 자신의 건강이 새겨져 있다는 것은 너무 쉽게 이해가 가는구나. 건강을 잃으면 목소리도 확 변하니까 말이야. 목소리에 관여하는 내장기관으로는 신장, 심장, , 폐 등이 있다니 모든 중요한 요소는 다 관여를 하고 있구나. , 그럼 목소리뿐만 아니라 목소리는 내는 말들은 어떨까? 상스러운 말이나 비속어만 하는 목소리와 곱고 좋은 말을 하는 목소리... 그리고 인문학적 지식이 담긴 목소리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목소리에서 나오는 언어들도 건강에 중요하다고 하면서 고전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구나. ㅎㅎ 돌고 돌아 건강을 위해서는 많이 읽으라고 하는구나. 그것도 고전을

내 몸을 이루는 또 하나, 벌레가 있단다. 이것은 내 몸 속에 있는 세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이야기한단다. 이런 것들을 떨쳐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공생해야 한다고 하는구나. 삼시충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벌레가 뇌에 들어가게 되면 공부를 하기 싫게 만들고 색을 밝히게 하는 벌레라고 하는구나. , 이런 무서운 벌레가 있냐.^^ 내 몸을 이루는 것 중에 또 하나 똥과 오줌이 있는데, 이 또한 몸의 상태를 진단하는 요소가 된단다. 건강검진을 할 때 대변 검사와 소변 검사하는 이유가 다 있지.

…..

<동의보감>에서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 중에 음양오행설이 있단다. 음양오행설은 그냥 책으로만 읽어서는 기억에 잘 안 남는구나. 예전에 여러 책에서 이 음양오행설을 접했는데, 책을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모두 증발해 버리는구나. 이 책에도 음양오행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또 잊어지겠지만 다시 집중해서 읽어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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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270)

그다음 여름의 기운인 화는, 우리 몸에서는 심장과 소장입니다. 간과 담을 가까이 있으니까 금방 이해되는데, , 소장은 좀 생소할 수도 있어요. 현대의학에서 보자면, 심장은 순환계고, 소장은 소화계에 속하는 장기니까요. 하지만 한의학적으로는 분류의 기분이 오행의 기능이기 때문에 심장과 소장을 화기에 배속시킵니다. 그다음 토는 비위를 말합니다. 비위, 즉 비장과 위장은 몸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모든 걸 조정해 주는 거죠. 음식물을 완전히 분해한 다음 영양분을 몸 전체로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조정과 배분, 이런 활동은 토의 기운이라고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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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에는 상생과 상극이 다같이 존재한다고 했고, 이런 것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신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단다. 즉 뇌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하는데, 뇌활동이 둔해지면 성격도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고 했단다. 그렇지, 공감하는 내용이란다. 나이를 먹어서 뇌활동을 하지 않은 꼰대가 되는 거고, 뇌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슬기로운 노인이 되는 거지그런데 뇌활동을 한다고 책도 보고 그러는데, 예전보다 생각도 잘 떠오르고, 기억력도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면, 또 우울해지는구나. 이런 우울함 또한 괴로움의 일종인데, 이것 또한 집착 때문에 생겨나는 것을이 탐욕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해결책이니라. 그러나 이 집착을 버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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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401)

그래서 모든 괴로움은 다 자아에 대한 집착 때문이에요. 나를 확장하고 계속 증폭시키려다 보니 괴로움을 겪는 거예요. 게다가 자본주의는 소유밖에 없는 거죠. 이렇게 와 소유, 이런 자아에 대한 집착이 허망하다는 걸 불교는 계속 강조하는 겁니다. “열반은 허망한 것이 아니다. 고귀한 님들은 이것을 진리로 아는 님들이다. 그들은 진리를 이해하기 때문에 탐욕 없이 완전한 열반에 든다.”<두 가지 관찰의 경> 내가 아닌 것을 나라고 우기지 않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것이고, 그러면 탐욕에서 벗어나 지극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자아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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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강의 중에 몇몇을 소개해 주었는데, 아빠가 쓴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책의 진면목을 제대로 소개해주지 못한 것 같구나. 아빠의 한계이니 이해해 주고나이를 먹으면서 몸에서 이상 신호를 주는 경우가 있단다. 그러다 보니 점점 건강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구나. 그래서 동의보감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또 시간을 핑계되는구나. 얼마 전부터 듣기 시작한 도올 선생의 <주역> 강의도 자꾸 늦어지고 있는데 말이야. 완벽한 멀티캐스팅이 되어 왼쪽 뇌는 왼쪽 눈을 통해서 책을 읽고, 오른쪽 뇌는 오른쪽 눈을 통해서 강의를 보고 그러면 얼마나 좋으려만. , 또 탐욕을 부리는구나.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는 책을 읽자마자 말이야.  

오늘은 이만 마치련다. 나중에 너희도 <동의보감> <숫타니파타>를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반갑습니다.

책의 끝 문장: 감사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자기의 몸을 탐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몸의 토대인 생명과 자연에 대한 앎의 비전을 가져야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내 안의 자연성이 회복되면서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거죠. 그러면 예기치 않은 재난이나 고난에 처하더라도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 P29

하루의 리듬, 일상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항목은 쏙 빠져 있어요. 밤에 잠을 못 자는데 로열젤리나 홍삼을 아무리 많이 먹으면 뭐합니까. 또 하나, 물질이 아닌 정신의 면역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마음이 ‘불안지옥’인데, 각종 비타민을 먹는다고 그게 재대로 효능을 발휘할까요? 약간만 스트레스 받아도 소화가 안 되는 게 우리의 몸인데, 감정, 정신, 마음, 이런 영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홀한 거죠. 달라이라마께서 유튜브로 하는 설법에서 누누이 강조하듯이 이제 생리적 위생뿐 아니라 정신적 위생에 대해서도 깊이 탐구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 P36

사후의 지복을 원한다면, 누구든 애착을 갖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열정과 집착을 부추기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살아서도 늘 무겁고, 사후에도 혼이 탁해서 구천을 맴돌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점에서 <동의보감>의 비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절에서 장수로, 장수에서 신선으로 가는 이 경로의 핵심은 장수나 신선 자체가 아니라 존재가 점점 더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는 겁니다. - P112

그리고 이건 제 소견인데, ‘우리는 동등해’라는 견해를 고집하다 보면 그 또한 폭력적인 동일성에 빠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주의가 주장한 과격한 평등주의가 실패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이건 앞으로 더 깊이 탐구해 볼만한 과제입니다. 아무튼 비교라는 척도가 작동하는 한 모든 견해는 다 망상이라고 보는 겁니다. 우월하다, 열등하다, 동등하다, 이 셋은 다 같은 범주의 산물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식의 척도에서 벗어나는 거겠죠.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되 어떤 방식으로든 비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붓다의 평등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P175

내가 지금 보고 경험하는 세계는 어떤 종류의 마주침 속에서 잠시 구성된 것일 뿐입니다. 연기조건이 만들어 낸 환영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설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내 눈앞에 리얼한 세계가 있는데 왜 없다고 하지?’ ‘이게 가짜라고? 미친 거 아냐?’ 등등. 서양철학사, 과학사가 그렇게 세상을 파악해 왔고 우리도 20세기 내내 ‘주객 이원론’, ‘물질의 합법칙성’, ‘변증법적 발전’ 등을 수도 없이 들어 왔기 때문에 그런 식의 사유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 P238

불교는 참 특이한 게 무신론이잖아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들의 세계에 가거나 신이 되어 태어나는 것조차 윤회의 한 코스라고 여기거든요. 인간, 아수라, 신, 축생, 아귀, 지옥, 이렇게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종교는 죽은 다음에 신들에 세계에 태어나는 걸 목표로 하죠. 그래서 많은 제물을 바치고 날마다 예배를 드려서 그 신에게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신들의 세계에 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불교는 그것을 목표를 하지 않습니다. 내세에 대한 표상을 강하게 갖고 있으면 거기에 다시 끄달리게 됩니다. ‘과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닐까", 이런 걸 의식하면서 자기검열에 빠지게 되겠죠. 그럼 일단 마음이 늘 초조합니다. 생리적 균형도 깨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음허화동이나 상화망동의 상태에 빠지기 십상이에요.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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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06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미숙님 좋아합니다. 숫타니파타도 좋아해요. 이 책은 숫타니파타를 잘 해설해주는 책이군요. 읽어보고 싶네요.

bookholic 2022-11-06 19:05   좋아요 1 | URL
숫타니파타 참 좋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이 저희 좌우명입니다.
늘 놀라지만요... ㅎ
즐거운 저녁 시간되세요~~
 
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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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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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김호연 님의 <불편한 편의점 2>는 우리 jiny 가 기다린 책이잖아. 그래서 아빠도 jiny가 읽고 나서 빌려 읽었단다. 지난 봄에 <불편한 편의점>을 뒤늦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올 여름에 <불편한 편의점>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Jiny 가 예약 구매를 해달라고 한 책. <불편한 편의점> 첫 번째 이야기에서 따뜻한 사람 이야기를 전해주었던 지은이 김호연 님은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그것이 비록 의도적으로 감성팔이를 한 이야기라고 해도 책도 술술 잘 읽히고,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됐지, 이렇게 생각한단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염영숙 사장님과 독고 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잖니, 두 번째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단다. 1권에서 나왔던 염영숙 사장님은 Always 편의점을 아들 강민식에게 넘겼단다. 강민식은 1권에서도 나왔지만 말썽쟁이 아들이었단다. 크게 바뀌지 않아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않았어. 편의점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일하시던 오선숙에게 점장직을 주고 전담하게 했단다. 그리고 돈에 우선된 것들만 간섭을 했어. 오선숙 점장은 1권에서도 나왔던 인물로, 염영숙 사장과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단다. 2권의 시작은 야간 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던 곽씨가 그만 두는 것에서 시작했단다.


1.

야간 타임 아르바이트는 구하기 어려웠는데, 불리한 모든 근무 조건을 감수하고도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단다. 40대의 황근배라는 사람인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그의 이력서에는 온갖 아르바이트가 다 적혀 있었단다. 덩치가 크고 둥글둥글한 모습이 오래 전 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홍금보를 닮았다고 해서 별명도 홍금보라고 했어. 그래서 명찰도 본명이 아닌 별명 홍금보로 달았단다. 이 황근배 씨가 바로 <불편한 편의점>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란다. 그를 중심으로 편의점에 들리는 손님과 여러 사람들의 사연들이 소개가 된단다.

숙명여대 출신의 3년차 취업준비생 소진은 힘든 생활에 자신을 위로해 주는 것은 자갈치 한 봉지에 소주 한 잔이었단다. 자갈치는 자신의 아버지와 추억이 깃들어 있는 그의 소울 스낵이었어. 소울 스낵이라는 말을 보니, 아빠에게 소울 스낵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단다. 아빠도 너희들처럼 과자를 좋아하긴 하는데, 최근에 좋아하게 된 과자 말고 오래 전 어린 시절부터 쭉 좋아했던 과자나 추억에 깃든 과자를 생각해보려니 잘 떠오르지 않는구나. 소설 속 소진처럼 소울 스낵을 하나 정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너희들과 함께 소울 스낵을 하나 정해봐야겠구나. 소진은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살기 위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어 황근배 씨와도 알게 되었어. 우연히 나눈 황근배 씨와 대화에서 도움을 얻어 취업 면접에서 합격을 하게 되었단다.

소고기 집 최 사장은 코로나로 가게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단다. 코로나로 시장 환경은 바뀌어서 아내와 아들이 배달도 하는 등 가게 운영 방식을 바꾸자고 조언을 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이 옳고 생각하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자존감이 강한 것이 아니라 고집이 센 것이었지. 최 사장은 가끔 편의점을 들르는 손님이기도 했는데, 황근배 씨는 최 사장과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고 나서 최 사장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단다. 최 사장이 옛방식만 고집하는 것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꼰대 중에서 상꼰대라고 이야기했어. 최 사장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아내와 아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봤어. 변화를 해보겠다는 마음과 함께 말이야.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는 민규는 저녁마다 편의점에서 1+1 행사 상품을 사고 그것을 먹으면서 편의점에서 죽치곤 했단다. 민규가 그러는 이유는 집에서는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해서 그랬던 거야. 민규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황근배 씨는 민규에게 편의점과 가까운 남산 도서관을 추천해 주었단다. 편의점보다는 그곳에 낫지 않냐고, 민규는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황근배 씨의 추천으로 남산 도서관에 가보니, 완전 자신의 취향이었어. 그래서 이젠 편의점이 아닌 남산 도서관에서 죽치는 학생이 되었단다.

….


2.

이런 에피소들 이외에도 황근배 씨는 까칠하고 싸가지 없는 편의점 사장인 강민식과도 친해지고 되었어. 알고 보니 황근배 씨도 강민식이 나온 대학교를 나왔던 거야. 대학교 앞의 식당들도 모두 알고 있는 등 옛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어. 그 이후 강민식은 자주 황근배 씨와 대화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단다. 그러면서 강민식도 변하게 되는데, 결정타는 황근배 씨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강민식을 설득해서 황근배 씨 후임으로 야간 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게 한 거야.

강민식은 자신이 사장을 하고 있지만 편의점 보다는 좀더 큰 사업, 사실은 허황된 사업만 구상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황근배 씨가 그를 잘 설득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 사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란다. 그렇게 일해봐야 편의점을 잘 아는 사장이 될 수 있다면 서 말이야. 그런데 황근배 씨는 왜 갑자기 편의점을 그만 두냐고?

사실 황근배 씨는 연극 배우였어. 황근배 씨의 지인 중에 연극 시나리오 작가인 인경 씨가 있었어. 혹시 인경 씨 기억나니? 1권에서도 나왔던, 편의점이 맞은 편 빌라에 잠깐 살았던 그 사람그 인경 씨가 편의점에서 일했던 독고 씨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 시나리오를 썼고, 그 역을 황근배 씨가 맡기로 했거든그래서 황근배 씨는 그 연극을 위해 직접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보고 독고 씨를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독고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란다. 이제는 연극 준비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것이고 말이야.

….

몇 달 뒤 황근배 씨가 독고 씨 역할을 맡은 연극의 막이 올랐단다. 관객으로는 Always 편의점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참석을 했단다. 전 사장이었던 염영숙 사장님, 그리고 독고 씨도 연락을 받고 찾아왔단다. 그렇게 훈훈하게 소설은 마무리 되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소설은 읽는 내내 따뜻한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책에서도 실제로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 했단다.


PS:

책의 첫 문장: 출근하던 선숙은 사람들의 시선이 연달아 자신에게 꽂히고 나서야 마스크를 안 쓴 걸 깨달았다.

책의 끝 문장: 옆에서 미소를 나눌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웃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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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2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어도 머릿속에서 상황이 막 그려지네요
불편한 편의점 2편도 1편 만큼 재밌을것 같습니다 ^^

bookholic 2022-11-03 23:15   좋아요 1 | URL
네, 잔잔하고 따뜻하고 재미있습니다~~^^

파이버 2022-11-03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따뜻한 이야기들이 더 끌리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1권과 2권의 인물들이 연결되는군요~

bookholic 2022-11-03 23:15   좋아요 2 | URL
네.. 따뜻한 날씨와 어울리는 소설 같아요...
기회되시면 함 읽어보세요^^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8 - 순조에서 순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8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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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마지막 8권을 읽었단다. 즉 조선이 망해가는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 즈음 조선이 망하는 것이 마치 운명인 것처럼, 되는 것 하나 없는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순조, 헌종, 철종, 고종, 순종까지조선 시대의 왕 중에 존경하는 왕을 뽑으라고 할 때, 위 다섯 명 중에 한 명을 뽑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싶구나. 지난번 7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정조의 뒤를 이어 순조가 왕이 되었을 때, 세도 정치가 득세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는데, 8권의 첫 부분은 그 세도정치부터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순조가 왕위에 오르고, 장인 어른인 김조순을 비롯하여 안동 김씨의 처가 식구들이 권력을 잡는

세도 정치가 시작되었단다. 순조는 힘 하나 쓰지 못하고 있었지. 그런데 순조에게는 똑똑한 아들이 한 명 있었으니 효명세자였단다. 효명세자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순조는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시켰단다. 그렇게 효명세자는 1827년 대리 청정을 시작했단다. 효명세자의 부인은 나중에 조대비라고 부르게 되는 신정왕후였단다. 신정왕후는 풍양 조씨였는데, 효명세자는 풍양 조씨의 도움을 받아 세도 정치의 주축이었던 안동 김씨를 축출해내어 권한을 약화시켰단다. 그리고 군권을 강화하고 백성이 국왕에게 바로 청원하는 상언제도를 만들었어. 그리고 춘앵무라는 궁중 무용도 직접 만들기도 했어. 그렇게 대리청정을 하면서 왕이 될 준비를 하고 있던 효명세자는 그만 갑자기 죽고 말았단다. 마지막 조선이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고나 할까, 순조가 죽고 손자인 헌종이 왕이 되었단다. 그런데 헌종은 아들 없이 어린 나이에 죽고 말았단다.


1.

왕이 죽었는데, 후사가 없다? 그러면 왕실 중에서 그 다음 순위가 왕이 되어야 정상인데, 복잡한 사정이 있었단다. 왕을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권력을 잡고 싶은 이들이 있었던 거야. 당시 왕실의 최고 어른은 순조의 왕비인 순원왕후였단다. 순원왕후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김조순의 딸이었잖니효명세자에 의해 권력에서 잠시 밀려 있던 안동 김씨가 이 기회를 그냥 넘길 사람들이 아니지.. 그들은 왕이 될 자격을 그나마 갖춘 사람 중에서 가장 능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을 찾아내게 된단다. 정조의 이복 동생 은언군의 아들 이원범이라는 사람인데 이원범의 집안은 역모의 혐의를 받고 강화도로 유배를 가 있었단다. 왕실에서 이원범을 왕으로 모시려고 강화도로 행차를 하게 되는데, 이원범의 형은 자신들을 잡으러 오는 사람인줄 알고 도망갔다가 다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고 하는구나.

이원범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왕이 되었단다. 왕실에서 세자로 왕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이 바로 왕이 되었단다. 왕은 되었지만, 권력은 안동 김씨가 다 차지하고 있었지. 안동 김씨의 만행이 점점 심해지자 곳곳에서 민란이 일어나게 되었어. 민란이 많아지자 조정에서는 민란을 잠재우기 위한 민심 정책을 펴려고 했지만, 모두 중단되었단다. 점점 탐관오리가 판을 치고, 농민들을 착취하고 부정부패가 들끓는 사회가 되었단다. 왕노릇 제대로 하지도 못한 철종은 젊은 나이에, 이번에도 후사 없이 죽고 말았단다. 왕이 안 되고, 강화도에서 계속 살았다면 마음 편히 살았을 텐데, 왕이 되어 왕실에 갇혀 지내다가 스트레스로 일찍 죽은 것 같구나.

철종이 후사 없이 죽었으니 또 다시 왕을 골라야 했단다. 이 때의 왕실의 최고 어른은 효명세자의 부인이었던 신정왕후, 조대비였단다. 조대비는 철종이 죽기 전부터 후사를 모색해 왔었단다. 조대비는 흥선대원군과 손을 잡고, 흥선대원군의 아들 고종을 왕위에 세우는데 성공한단다. 고종의 나이 12살에 왕위에 오르고, 어린 왕을 대신해서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하게 되었단다. 세도 정치를 직접 본 흥선대원군은 세도 정치를 하지 않을 집안에서 왕비를 고르기로 했단다. 그렇게 왕비가 된 사람이 바로 민치록의 딸 명성황후란다. 고종과 명성황후가 결혼할 당시에 민치록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여서, 흥선대원군이 생각하기에 세도정치를 할 수 없는 영향력 없는 집안이라고 생각했단다. 어린 명성황후가 나중에 자신과 대적할 만한 배포를 가지고 있는 줄은 그때는 몰랐을 거야.


2.

고종이 나이를 먹으면서 친정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왕비인 명성황후도 움직임이 빨라졌단다. 왕비의 빽으로 민씨 척족들이 권력을 차지하게 되었고, 명성황후 주도로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는 등 개방 정책을 펼쳤단다. 당시 조선은 명성황후의 세력과 흥선대원군의 세력을 나뉜 것 같았어. 조정으로부터 홀대를 받건 군인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임오군란을 일으켰는데, 명성황후는 이 일로 피신을 하게 되고, 다시 흥선대원군이 권력을 잡게 되었단다.

명성황후는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청나라의 지원을 요청하고 러시아와도 손을 잡게 되었단다. 국내 문제는 점점 주변국까지 간섭하게 되는 국제 문제가 되어갔어. 그러다가 일본군의 왕실 침입으로 명성황후는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러시아의 건축가 사바틴이라는 사람에 의해서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단다.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가 서로 다른 길을 가지 않고, 화합의 길을 갔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그들이 화합했다면 조선의 운명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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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주진오) 확실히 흥선대원군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했어요. 흥선대원군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세도정치의 여러 가지 폐해를 정리하고 왕실 중심의 국가 체제를 수립할 수 있었거든요. 고종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신병주) 흥선대원군에게 그런 공은 분명히 있지만, 외교적으로 대응하는 문제라든가 국제 정세를 보는 시각에서는 부정적인 면이 있죠. 반면에 명성황후는 상당히 국제적 안목도 있고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위기의 순간에 두 사람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이 잘 조화를 이루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면 가장 좋았을 텐데, 결국 서로 화합하지 못함으로써 근대사 부정적으로 흘러간 것은 매우 아쉬운 측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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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근대국가를 꿈꾸며 혁명을 한 이들이 있으니,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서재필 등이 그들이란다. 그들은 급진개화파로 수구 대신들을 죽이고 고종과 명성황후까지 납치한 후 권력을 잡았단다. 그들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나라의 꿈을 꾸지만, 그들의 꿈은 3일 천하, 정확히 이야기하면 46시간만에 끝나고 말았단다. 갑신정변는 왜 실패했는가는 많은 역사들이 연구를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명성황후가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청나라 군인들이 개입하여 진압당했단다. 그리고 처음에는 지지를 표방했던 고종도 등을 돌리는 바람에 그들은 청나라 군대를 막아낼 힘이 없었단다. 갑신정변이 실패하고 핵심 멤버들을 도피 생활을 했는데, 김옥균은 홍종우라는 프랑스 유학파에 의해 상해에서 살해당했단다. 이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빠가 오래 전에 읽은 조재곤 님의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라는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그리고 김탁환 님의 소설 <리심>에서도 이 이야기가 등장했었단다. 홍종우의 배후에는 고종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우리나라가 근대화로 가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 중에서 동학농민운동을 건너뛸 수는 없단다. 점점 심해지는 조정의 수탈은 더 이상 농민들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단다. 고부 군수 조병갑이라는 사람은 탐관오리의 갑 중의 갑인 사람이었단다. 결국 참지 못한 고부 백성들은 녹두장군 전봉준을 지휘로 군대를 만들고 관군을 공격하였단다. 백성들이 스스로 만든 군대이지만 조정의 정규군을 압도했단다. 그만큼 나라의 군대가 얼마나 썩어 있었는지 알게 해준 일 이었단다. 조정도 한 발 물러나서 동학농민들의 의견을 들어주었단다. 하지만 그건 작전이었어. 조정이 스스로 진압을 하지 못하니 청나라 군과 일본군을 끌어들여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게 된단다.

청나라 군과 일본군의 화력에 결국 무릎을 꿇은 동학군전봉준은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고, 지휘부 대부분 체포되거나 죽고 말았단다. 동학농민운동 이후 청나라와 일본은 우리땅에서 나가지 않고 눈치 보면서 버티다가 둘은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일으켰단다. 전쟁의 이름은 청일전쟁이지만, 그 전쟁이 일어난 곳은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땅이었단다. 동학운동 또한 안타까운 결말로 끝이 나고, 계속되는 우리나라 수난사가 이어졌단다.


3.

고종이 왕이 된 것의 9할 아니 99푼은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역할이 컸단다. 하지만 고종이 친정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대립은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고종은 왕비인 명성황후의 뜻과 함께 했고, 늘 아버지와 대척점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고종은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죽었을 때,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놀라운 일이로다.

이 책은 역사의 큰 흐름 뿐만 아니라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주어 주었단다. 고종이 많은 비자금을 숨겨두었다는 사실은 아빠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단다. 그런데 고종으로부터 그 비자금을 찾아오라는 명을 받은 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헐버트라는 미국인이라는 점도 흥미롭구나. 여차하면 비자금을 가지고 도망갈 수도 있는데, 미국인에게 그런 걸 맡기다니.. 그런데 헐버트는 고종을 배신하지 않았단다. 결국 비자금을 찾지는 못했지만 고종이 죽은 이후 자신이 죽을 때까지 비자금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죽은 다음에는 그의 소원대로 우리나라에 묻혔다고 하는구나. 괜찮은 미국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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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그날) 근데 고종의 밀명을 받았던 헐버트라는 사람이 왠지 익숙하기는 한데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거든요.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신병주) 고종에게 크게 신뢰받았던 대표적인 미국인입니다. 1905년에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전에도 대한제국의 위급한 상황을 미국에 전하고자 상당히 애썼던 인물이죠. 헐버트의 삶이 대단히 극적이었던 게, 이후 40여 년간 사라진 비자금의 행방을 계속 찾으려고 합니다. 해방 이후인 1949년에도 방한해서 비자금을 꼭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안타깝게도 1949년의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러 왔다가 8 5일에 사망했어요. 지금은 본인이 원했던 대로 대한민국에 묻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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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기울어가는 조선은 국제 기류에 발 맞춰 제국 선언을 하는데, 말뿐인 제국이었단다. 그렇게 지은 이름이 대한제국이고, 나중에 대한민국으로 바뀌어 우리나라 이름이 된단다. 대한제국의 의미는 이렇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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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신병주) 큰 한이라는 뜻이지요. 우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조선에서 역사가 시작되는데, 고조선에서 남하한 이주민 일부가 한을 세웠다고 국사책에 나옵니다. 마한, 진한, 변한인데, 당시의 역사 인식을 보면 삼한을 통합한 나라가 고려라는 인식이 아주 굳건히 지속됩니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국호를 대신할 새로운 국호를 찾다 보니까 역사적으로 조선 다음에는 한이라는 국호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 거죠. 그래서 삼한을 계승한다는 의식을 이어받아서 그 한 중에서도 더 큰 한, 즉 대한을 나라 이름으로 정했는데, 황제의 나라라서 대한제국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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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8권으로 조선이 마무리되었단다. 조선 통사를 다루는 많은 역사책들이 있단다.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역사저널 그날 시리즈는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기반을 해서 그런지 재미도 좋고 읽기도 좋고 그렇구나. 아빠의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도 여럿 있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너희들에게 역사 이야기도 해줄 수 있어 좋았단다. 조금만 더 크면 너희들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선에 대한 역사 상식을 키울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구나. 역사 저널 그날은 <고려 편>도 있던데, 그 책도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구나. 아빠가 고려의 역사는 더 모르거든


PS:

책의 첫 문장: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19세기 초반, 순조는 기존의 노론 벽파를 제거하고 시파를 대거 등용하면서 국정을 직접 챙기고 전국에 암행어사를 파견하는 등 왕의 국정 주도권을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책의 끝 문장: 망국의 역사로 외면하기보다는, 희망의 씨앗을 품었던 대한제국의 진면목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최태성) 신정왕후가 수렴청정한 게 4년 정도인데, 교과서에 나오는 흥성대원군의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가 바로 그 4년이거든요. 수렴청정 기간에 신정왕후가 내놓았던 정책들을 보면 경복궁 중건, 과제의 폐단 시정, 서얼의 허통(許通) 등이 있습니다. 효명세자가 시행하려고 했던 개혁들을 다 실행에 옮기는 거죠. 다시 말해 세도정치 이후에 추진된 개혁을 흥선대원군의 개혁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 출발점이 효명세자에게 있다는 얘기입니다.
- P40

(박은숙) 갑신정변이라는 계획에 고종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은 급진 개화파가 반청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고종으로서는 청나라의 개입을 막으면 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서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진행되는 걸 보니까 왕권과 왕실 제정을 제약하고 입헌군주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예요. 오히려 왕권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위기를 느끼면서 당연히 뒤도 안 돌아보고 태도를 바꾼 것이죠. - P137

(신영우) 동학은 갑오년에 패배하고 난 뒤에 조선 왕조와 대한제국에서 탄압받았습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도 탄압받았고요. 광복 이후에는 교과서에서 반란으로 규정해서 오랫동안 매도당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큰 원인으로 보면 일본 사람들이 교묘하게 만든 것도 있지만, 양반 지주층의 후손들이 계속해서 동학농민군을 ‘과거에 나쁜 짓을 했던 사람들’로 매도한 경향이 있었죠. 그런 인식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다가 100주년이 될 때 명예를 회복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야 비로소 특별법에 의해서 명예회복을 위한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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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0-30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조 최악의 군왕으로
선조-인조 그리고 고종
을 꼽아 봅니다.

특히 인조는 도성을 세
번이나 뺏긴 최악의 군주
였습니다.

앞의 2인은 전란의 주범
이고, 마지막은 망국의
주범이네요.

bookholic 2022-10-30 22:35   좋아요 1 | URL
네, 공감합니다~~
저는 특히 인조가 싫어요 ^^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7 - 영조에서 순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7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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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역사저널 그날 7권을 읽었단다. 7권에서는 조선후기 전성기를 이끌었던 영조, 정조, 그리고 순조까지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조선시대 왕 중에 가장 위대한 왕은 누가 뭐라 해도 세종이라고 하겠지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왕은 정조란다. 코드가 같다고나 할까, 아빠가 정조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그의 행동과 그의 생각들이 마음에 들었단다. 아무튼 그런 정조를 이번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해서 알겠지만,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왕이 되지 못하고, 억울하게 뒤주에 갇혀 죽고 말았단다. 조선 왕궁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날을 뽑으라고 하면 다섯 손가락에 들지 않을까 싶구나.

사도세자의 아버지이자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 사도세자를 죽이려는 마음이 그 당시에는 진짜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들이 죽고 나서는 많이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생각할수록 슬퍼진다는 뜻의 사도세자라 이름 지은 것도 영조이니 말이야. , 그럼 영조 때부터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꾸나.

영조는 이복형의 경종의 뒤를 이었지만, 초반에는 경종을 죽였다는 소문과 무수리의 아들로 정통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란을 일어나기도 했단다. 그 중에 가장 큰 반란은 이인좌라는 사람이 일으킨 난이란다. 나중에 역사 교과서에 보면 이인좌의 난이라고 나올 거야. 당시 당파싸움이 치열했는데, 이인좌는 영조를 지지하는 노론과 반대에 있는 소론 출신이었단다. 그런데, 영조는 이때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였어. 소론인 이인좌가 일으킨 난을 소론 출신인 오명항, 박문수에게 진압하라고 명령한 것이야. 진압군인 소론들이 오히려 반란군과 합세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지만, 결과적으로 영조의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단다. 이 선택이 신하들에게 영조가 노론만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단다. 오명항과 박문수는 자신을 신뢰해준 영조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이인좌의 난을 진압하게 된단다. 이 난을 통해 영조를 교훈을 삼고 탕평책을 쓸 것을 마음먹게 된단다. 그 유명한 탕평채라는 요리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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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신병주) 무신란 이후에 영조가 직접 전교를 내립니다. 반란의 원인은 결국 조정에서 당쟁만을 일삼아서 재능 있는 인재들이 등용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계속 기근이 일어나 백성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구제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당쟁만을 일삼는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해 주는 게 없으니까 백성들이 조정이 있는 것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반란군에 편입된 것이라고 하고요. 그러니 결국 반란을 일으켰던 주모자와 반란에 가담했던 백성들의 죄가 아니라 조정이 잘못한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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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인좌의 난을 진압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박문수. 그가 바로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라는 사람이란다. 박문수는 아빠가 아주 어렸을 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유명했었단다. 아빠는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암행어사 출두요라고 소리지르며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고, 못된 사또가 무릎 끓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나는구나. 그렇게 드라마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을 통해서도 어사 중에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람이 박문수가 아닌가 싶구나. 박문수는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공로로, 대사성, 대사간, 도승지를 역임했고, 호조 참판과 병조 참판, 예조참판을 거치면서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고 하는구나. 영조가 균역법을 성공하는데도 박문수가 숨은 공이 있었대. 그렇게 박문수는 암행어사뿐만 아니라 여러 직책에서 공을 세웠다고 하는구나. 영조는 박문수를 특히 아꼈는데, 자신과 성격이 닮아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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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신병주) <실록>의 기록을 보면 두 사람의 성격이 대단히 닮았어요. 영조가 박문수를 지적하면서 나도 고집이 세지만 넌 진짜 고집이 세다.”라고 이야기하고 너는 성격이 진짜 불같다.”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영조 본인도 약간 그런 기질이 있다 보니까 서로 통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문수가 왕 앞에서 싸우니까 다른 신하들이 박문수를 무식하다고 나무라는데 영조가 다 나라를 위하는 말이다. 무식하면 공부 좀 하면 되지.”라는 식으로 박문수를 옹호해 주는 말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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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조는 조선의 왕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머문 왕이란다. 하지만 그 긴 재위기간에 그는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조선 왕실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된단다. 그에게 첫째 아들 효장세자가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죽고 만단다. 영조의 나이 42세 때, 다시 아들을 얻었으니 그가 사도세자였단다. 42살에 낳은 아들이니 얼마나 사랑스러웠겠냐. 그러면서 자신의 뒤를 이를 왕으로 잘 교육시키겠다는 마음도 컸을 거야. 그런데 그것에 도를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어렸을 때부터 지나친 교육은 예민한 성격의 사도세자를 미치게 만들었단다. 10대 중반에는 사도세자가 대리청정을 했는데, 사도제사가 제대로 하지 못하자 영조는 또 불같이 화를 내고, 사도세자는 추운 겨울 눈 속에서 잘못했다고 며칠을 빌고 또 빌어야 했단다. 이런 스트레스를 사도세자는 술과 여자로 풀었던 모양이구나. 그리고 예민한 성격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후궁들을 죽이기까지 했어.

영조와 사도세자는 사이는 점점 극과 극에 달했어. 참다 못한 영조는 결국 뒤주에 사도세자를 가두게 된 것이란다. 보통 사도세자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사람들은 영조, 사도세자의 아내인 헤경궁 홍씨,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 그리고 좀더 나아가면 노론, 소론, 남인의 사람들이란다. 아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단다. 사도세자의 엄마. 아무리 아들이 못났다 하더라도 그 조그마한 뒤주에 갇혀 죽는 걸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니. 사도세자의 엄마인 영빈 이씨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결국 영조의 뜻에 따랐다고는 하나, 속은 문드러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러니 사도세자 삼년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죽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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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신병주)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라는 인물이 사도세자의 죽음에 아주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었던 거죠. 여러 자료를 보면 영빈 이씨는 상당히 원칙이 분명하고 경우가 바르던, 아주 이성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때 파국을 막을 방법은 사도세자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영조도 후에 종사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평가하잖아요. 영빈 이씨 본인도 엄청나게 괴로웠겠죠. 그래서인지 기록을 보면 영빈 이씨가 사도세자의 삼년상이 끝난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다가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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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정조는 영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단다. 하지만 그의 자리도 안전하지는 않았어. 정조는 남인과 소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는데 사도세자의 죽음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노론 세력은 보복을 당할까 무척 걱정을 했던 거란다. 그래서 먼저 정조를 없애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다고 했어. 하지만 정조는 겉으로 그런 표를 내지 않았어. 그리고 젊은 학자들 중심으로 자신의 지지세력을 끌어들였단다. 그래서 규장각이라는 학술 정책 연구 기관을 만들었어. 능력만 있으면 서얼도 뽑았단다. 그런 서얼 중에는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서이수 등이 있었는데, 정조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그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 같구나. 어느 정도 왕권의 기틀을 마련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숭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단다. 그래서 아버지의 묘지도 수원 현륭원으로 이전하였고, 신도시로 수원 화성을 만들었단다. 현륭원과 수원 화성은 너희들도 가봤는데 기억나는지 모르겠구나. 수원 화성은 특히 그 공사 내용을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으로 기록하였는데, 나중에 이 책을 통해서 수원 화성을 복원하였다고 하는구나. 수원 화성을 짓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이가, 바로 아빠가 정조만큼 좋아하는 정약용이라는 분이란다.

정조의 많은 업적들이 있는데 그 업적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개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단다. 오늘날 많은 정치인들이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정조는 과감하게 그 개혁들을 이뤄낸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금난전권이란다. 시전 상인들에게 주어졌던 오랜 특권인 금난전권을 폐지하여 소상인을 보호해 주었단다. 이 때 금난전권 폐지에 큰 공이 있던 이가 채제공이란 분이란다. 그리고 정조는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임금으로 유명한데, 대신들이 말려도 백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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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70)

(그날) 포도대장뿐만 아니라 대신들도 말렸다고 합니다. “서민이 상언하는 것은 매우 외람되고 난잡한 행동입니다. 상언과 격쟁을 받지 마소서.” 그러니까 정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들어라. 저 말할 것 없는 자들이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달려와 하소연하기를 어린 자식이 부모에게 하소연하듯이 하니 그렇게 만든 자가 잘못이지, 저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애민 군주의 진정성이 수백 년의 시공간을 넘어서 가슴에 감동을 안깁니다. 정말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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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면서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정조가 일찍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말이란다. 정조가 일찍 죽지 않고 계속 왕위에 있었다면 조선은 그렇게 허망하게 일본에게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도는 머리에 난 부스럼과 얼굴에 생긴 종기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죽고 만단다. 그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고, 그가 백성들에게 해 온 선한 행동들 때문에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고, 그래서 인지 그의 죽음이 반대파인 노론, 특히 노론의 영수인 심환지가 주도하여 그를 죽였다는 소문이 떠돌았단다. 그런 이야기는 당시뿐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많았어.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단다. 정조와 심환지가 나눴던 편지가 발견된 거야. 아빠도 그 신문기사가 생각이 나는구나. 그 편지에는 심환지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은 내용이 실려 있는데, 둘은 당파적으로 반대 진영이었지만, 서로 존중하고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정조와 심환지가 나눴던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 있더구나. 쉽게 읽혀질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아무튼, 요즘에는 정조가 안타깝지만 병사했다는 것이 맞다고 하는구나.


2.

정조가 죽고 열한 살인 순조가 왕위에 오른단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다 보니, 왕실의 가장 웃어른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했단다. 정순왕후는 영조의 부인이긴 하지만 엄청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손자인 정조보다 고작 일곱 살 많았단다. 정순왕후는 노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단다. 정조가 죽자마자 정순왕후는 정조의 지지세력을 다 처단한단다. 정조의 지지 세력들이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유배를 보냈단다.

김조순은 정조 생전에 정조에게 신임을 얻어서, 그의 딸을 세자빈으로 간택 받았단다. 하지만 그는 정조의 믿음을 배신한단다. 순조가 왕위에 오른 이후 세도정치의 시작을 알렸단다. 세도정치란 외척과 소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형태인데, 여러 가문들이 권력을 독점하는데 그 중에 가장 파워가 셌던 이들이 김조순의 안동 김씨 세력이었단다. 이 세도정치는 권력과 독점과 함께 매관매직 등 온갖 비리의 열매를 낳게 되었단다. 그렇다 보니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농민이었어. 또 참다 못한 세상이 온 거야. 홍경래라는 사람이 난을 일으킨단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하면서 크게 세력을 펼쳐갔지만, 결국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단다.

여기까지 <역사저널 그날> 7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중간중간 빼먹은 내용도 많은데, 그런 부분은 나중에 너희들이 좀더 커서 이 책을 읽게 되면 접수하길 바란다.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은 총 여덟 권으로 되어 있고, 7권까지 읽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한 권인데, 이것도 사실은 아빠가 이미 읽었단다. 이 책에 대한 내용도 곧 이야기해 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복형인 경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영조는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저항에 부딪혔다.

책의 끝 문장: 홍경래의 난이 농민 항쟁으로 발전하면서 백성이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얻었던 날, 역사의 전환점이 됐던 바로 그날을 살펴본 거네요.


(고성훈) <정감록>에도 일종의 암호가 나오는데요. 파자(破字)라고 합니다. 글자를 풀어서 획으로 나눠 쓰거든요. 이를테면 ‘이망정흥(李亡鄭興)’으로 쓰지 않고 "목자(木子)가 망하고 전읍(奠邑)이 흥한다"로 씁니다. 임진왜란을 예로 들면 임진왜란의 키워드 중 하나가 "왜"이지 않습니까? 이것을 직접 ‘왜(倭)’로 쓰지 않고 "여인(女人)이 벼(禾)를 이고 있다."로 씁니다. 또한 병자호란이 한겨울인 12월에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눈 설(雪) 자가 곧 병자호란을 상징하는데, 눈 설 자를 쓰지 않고 비 우(雨)자 아래 산(山)이 옆으로 누웠다고 해서 ‘우하횡산(雨下橫山)’ 같은 식으로 쓰는 게 일종의 파자법이거든요. 암호라고 할 수 있죠. - P26

(신병주) 좌청룔,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라고 들어 보셨죠? 푸른색이 상징하는 것은 동쪽으로, 동인을 상징하는 게 미나리입니다. 우백호라는 건 서쪽을 말하는데 백호니까 흰색인 청포묵이 서인을 뜻하죠. 그다음에 남쪽은 붉은 봉황을 뜻하니까 붉은색 소고기가 남인을 가리키고요. 또한 북쪽은 검은 거북이어서 검은색인 김이 북인입니다. 이런 식으로 동인, 서인, 남인, 북인으로 인식되는 붕당에 상징색을 부여하고 이 음식들을 고루 섞어 먹으면 붕당 간의 화합이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은 거죠. - P46

(신병주) 어사는 공식적으로 왕의 가까운 신하로서 왕명을 받아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러 파견을 나가는 사신에 해당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임무에 따라서 진휼을 감독하는 어사는 감진어사라고 했고, 별도로 파견하는 어사는 별견 어사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 관리들의 부정이나 비리를 색출해야 할 때는 비밀리에 작업을 수행해야 해하니까 암행이라는 말을 썼죠.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도 암행어사였기 때문에 신분을 위장해야 하는 거지꼴로 나타나는 바람에 장모를 깜짝 놀라게 해 주는 대목이 나오죠. - P60

(김문식) 문학 하시는 분과 예술 하시는 분들은 문체반정을 놓고 대단히 비판적으로 보시는데, 정조가 개방적인 군주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허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치적인 입지가 있는 거고, 기본적으로는 왕위를 보존해야 하는 속성이 있죠. 또한 문체반정의 목적이 노론 세력을 약화하려는 데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시에 정조가 금지하려 했던 패관 소품체를 쓰는 사람들이 대개 노론 계통이었거든요. 참고로 패관 소품체는 대단히 짤막하면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문체입니다. 정조는 그런 문체로 쓴 글들이 나왔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성도 간파한 것 같아요. 계속 유행한다면 체제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본 거죠. 상당한 정치적 고려 끝에 취한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P147

(김문식) 정조는 자신이 강력하게 일을 추진할 때 자기를 도울 수 있는 확실한 세력을 아들인 순조의 혼인을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조순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려고 결심했을 거고요. 근데 정조가 예상 밖으로 일찍 사망한 게 하나의 패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왕들의 건강이 안 좋았던 것이 또 다른 패착이었죠. 세자가 되어서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잖아요. 근데 계속해서 왕이 이른 시점에 사망해 버리고, 덕분에 후임자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왕이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다가 결국은 후손마저 끊기죠. 그래서 철종을 데려오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닌 것 같아요. 안 좋은 조건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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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특별보급판)
이신주 외 지음 / 아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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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우리나라 SF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윤성 님의 <완전사회>를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썼는데,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께서 문윤성님 이름을 딴 SF 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단다. 그렇게 알게 된 < 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을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아빠가 올해는 SF 소설을 많이 읽는 것 같구나. 문득 초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이 나는구나. 당시에는 아빠가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았었어. 그런데, 그나마 읽던 장르가 추리 소설과 SF 소설이었던 것 같아. 추리 소설이야 범인이 누구인가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SF 소설은 주로 우주를 여행하는 소설이었는데, 미지의 세계를 무대로 한 것이 좋았던 것 같아. 어른이 되어서는 SF 소설을 한동안 안 읽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다시 SF 소설의 매력에 빠진 것 같구나. 특히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소재로 한 SF들이 더 마음에 들었어. 최근 SF 소설에 대해 높아진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단다.


1.

대상은 이신주 님의 <내 뒤편의 북소리>라는 작품이었단다. 촉수가 네 쌍이나 달린 외계인 둘이 등장한단다. 그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인데 이제는 죽음의 별이 된 지구를 탐사하는 그런 일을 했어. 그들은 기록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기록물에는 3명의 지구인이 남긴 지구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었단다. 그 기록물에는 지구를 떠났다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폐허가 된 지구를 보고 살려보려는 기록이 남겨 있는데, 그들의 기록을 보면서 지구 멸망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내용이었단다. , 기대가 너무 컸던가? 언론에서 이 소설의 평은 독창적인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데, 아빠는 이야기가 중단된 느낌이고 주인공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겠더구나.

우수상은 백사혜 님의 <궤적 잇기>란 작품이었어. 지구에서 살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트라피스트-1f라는 곳에 이주를 했는데, 이곳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처음에는 시력이 정상이었지만, 15살 이전에 모두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주인공은 15살이 넘었는데도 시력을 잃지 않고 정상이었어. 행운의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주인공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단다. 독특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임팩트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구나.

가작은 모두 세 편이었는데, 첫 번째로는 이경 님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라는 긴 제목으로 아빠는 절대로 제목을 외울 수 없는 작품이란다. 제목이 참 독특하긴 하구나. 책 제목에 있는 알렉산더 스카스카드는 소설 속에서 배우라고 하는데, 검색해 봤더니 실존하는 스웨덴의 영화배우더구나. 출연한 영화도 엄청 많은 것을 보니 유명한 사람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아빠는 잘 모르는 배우. 아무튼 그런 영화배우가 왜 한밤중 거실에 나타났을까? 알고 보니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를 닮은 베이비 케어 AI였던 거야. 구매는 오래 전에 했는데, 주인공이 살고 있는 아파트 A/I 관련 SW와 호환이 안되어 사용하지 못했다가 얼마 전에 아파트 A/I SW가 업데이트 되면서 한밤중에 동작이 된 것이란다. 원래는 아기를 보살피는 A/I이긴 하지만 혼자 아이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를 보살피는 것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어 육아에 지친 주인공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단다. 나중에 초상권 문제가 있어 얼굴 모양이 바뀌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설정의 소설이었단다.

두 번째 가작은 육선민 님의 <사어들의 세계>라는 작품이란다. 행성 Tr48이란 곳이 있단다. 지구의 쓰레기를 모두 갖다 버리는 곳이야. 주인공은 Tr48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 그곳의 유기체 발생 확률을 0%로 유지하는 그런 일을 한단다.

세 번째 가작은 존 프럼 님의 <신의 소스 코드>라는 작품이란다. 안나 한은 조물주 게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란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정체가 시뮬레이션 속 세상이란 것이 밝혀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단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안나가 만든 조물주 게임과 같은 세상이라는 거니. 누군가 만든 조물주 게임 속의 안나는 또 조물주 게임을 만든 거야. 안나가 만든 조물주 게임 속 캐릭터들은 또 그 속이 자신들의 세상인줄 알고 살아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나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든 위 차원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한 또 다른 조물주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했단다. 주인공 안나는 사라진 사랑하는 쥬시를 찾아 차원을 이동하게 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쥬시는 자신이 만든 게임 속의 캐릭터였단다.

….

이 책에 실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었는데,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그런지 잘못 이야기한 부분도 있을 거야. 책 읽고 바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아빠의 게으름으로 인해 많이 늦어졌구나. 이 책의 전체적인 감상은 아빠가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다소 실망했다고 할 수 있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촉수들이 구불거리며 내렸다.

책의 끝 문장: 아무튼, 꼭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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