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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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알라딘 서점의 블로그 알라딘 서재에서 알게 된 책이란다. 옥타비아 버틀러라는 사람이 쓴 <>이라는 소설이야. 장르는 SF. 시간 여행을 하는 그런 소설이란다. 내가 원할 때 하는 시간 여행이 아니라, 원하지 않을 때도 하는 강제 시간 여행이지. 그런데 주인공이 흑인인데, 강제 시간 여행을 어디로 가느냐, 아직 노예 해방이 되지 않은 시대의 미국 남부 지역으로 가게 된단다. 끔찍하겠지?

우리가 강제 시간여행을 해서, 신분 제도가 엄격한 조선시대 천민으로 돌아간다면? 이런 상상을 하면 끔찍할 것 같구나. SF 소설이지만, 인종 차별과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점도 부각시켰다는 점. 이 작품이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구나. 그런데 재미도 엄청났단다. 번역도 잘 하셔서 그런지 매끄럽게 잘 읽어졌고, 쉽게 몰입을 할 수 있었단다. 너무 좋게 읽어서 지은이 옥타비아 버틀러의 다른 책들도 찜 해 두었단다.


1.

이 책이 출간된 것은 1979년이고, 이 소설 속 배경은 1976년이었단다. 주인공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흑인 여성인 다나이고, 다나는 케빈과 결혼한 사이였어. 이 소설이 노예 해방 이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다 보니, 다나의 남편인 케빈이 백인 남성이라는 점을 이야기해주어야겠구나.

어느날 케빈은 거실에 있던 다나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십여 초 후에 나타나는 것을 목격했단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진흙투성이에 옷이 젖어 있었어. 도대체 어떤 일이 있던 것일까. 거실에 있던 다나는 갑자기 어지러워지고 세상에 빙빙 도는 것을 느끼고 다시 정신을 차렸더니 어떤 벌판이었어. 호수에 빠진 아이가 보여서 엉겁결에 구해서 인공호흡을 해서 살려냈단다. 그 아이의 이름은 루퍼스라는 백인 소년이었어. 뒤늦게 총을 들고 온 소년의 아버지가 와서 자신의 아들은 죽이려고 했냐면서 다나를 밀치고 총을 겨눴어. 갑작스런 일이 벌어지고 설명할 틈도 없이 총에 맞아 죽을 위기, 다나는 다시 자신의 거실로 돌아왔단다. 다나는 자신이 겪은 일이 무슨 일인지 몰랐어. 나쁜 꿈을 꾼 것 같았지만, 케빈이 이 상황을 모두 목격했지.

며칠 뒤 다나는 다시 어지러워졌다가 정신을 차렸는데, 앞서 보았던 루퍼스의 방이었어. 갑자기 자신의 방에 나타난 다나를 본 루퍼스도 놀랐어. 하지만 예전에 자신을 구해주었던 사람이란 걸 알고 경계심을 낮췄어. 그리고 둘은 이야기를 나눴단다. 이야기를 해보니 루퍼스가 살고 있는 곳은 1815년이었어.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노예제도가 있는 남부 지방. 호수에서 루퍼스를 구했던 것이 며칠 전인데, 루퍼스가 부쩍 자라 있는 것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그건 몇 년 전에 있던 일이라고 했어. 그러니까 현재 시간으로 며칠이 지났지만, 과거의 기준으로 한참 지나간 것이었지.

루퍼스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집에 불을 지르려고 했다고 했어. 그때 다나가 자신의 방에 나타난 거야. 다나가 루퍼스의 방화를 막을 수 있었던 거지. 그러니까 법칙이 있었어. 루퍼스가 위험에 빠지게 되면 다나가 과거로 소환 되는 거야. 그리고 다나는 루퍼스를 위험에서 구출해 주고

그런데 다나는 루퍼스가 자신의 조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돼. 백인이었던 루퍼스는 나중에 커서 흑인 여자인 앨리스 사이에서 아이를 낳게 되거든. 그 아이가 다나의 조상이었던 거야. 그 사실을 루퍼스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어. 다나가 루퍼스의 시대로 오는 법칙은 대충 알게 되었지만, 다시 돌아가는 방법은 아직 몰랐어. 다나는 현재로 돌아오기 전까지 잘 살아남아야 하는데, 흑인 여자가 노예제도가 있는 사회에서 살기 쉽지 않았단다. 루퍼스의 아버지한테 발각이 되어 쫓겨 다니다가 현재로 돌아오게 되었단다. 그리고 짐작할 수 있었어. 다나 자신의 목숨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1815년에 며칠을 머물다가 왔는데, 1976년의 시간은 단지 몇 분이 흐른 것에 불과했단다.


2.

다시 돌아온 다나. 다음에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을 대비해서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겼어. 그리도 다시 사라질 징조가 보였고, 그 옆에 있던 케빈은 다나를 껴안자 이번에는 둘이 모두 과거로 가버렸단다. 케빈은 백인이므로 그 시대에도 살아가는데 크게 문제되지 않았단다. 하지만 흑인이었던 다나는 그럴 수 없었단다. 다나는 케빈의 노예인 척 하면서 루퍼스 집에 머물렀단다. 다나의 비밀을 알고 있던 루퍼스에게는 더 많은 진실을 알려주었어. 루퍼스도 다나에게 잘 대해주었고 말이야. 그런데, 케빈과 같이 오긴 했지만 1976년 현재로 돌아갈 때도 같이 있을까? 다나가 죽을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와야 현재로 돌아오는데, 그때 케빈이 옆에 있으라는 보장도 없잖아.

다나는 루퍼스의 집에 머물면서 몰래 다른 흑인들에게 글을 가르쳐주곤 했는데, 어느날 그걸 루퍼스의 아버지한테 걸려서 그만 벌을 받게 되었어. 엄청난 채찍질을 당하다가 다나는 1976년 현재로 돌아오게 되었단다. 걱정한 대로 케빈은 오지 못했어. 그거 기억나지? 현재에서 시간보다 돌아가는 과거의 시간이 빨리 갔던 것다나는 되도록 빨리 과거로 돌아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케빈은 그곳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거야.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고 삶을 마감할 수도 있는 일이야.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며칠 뒤 다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갔어. 현재에서는 며칠이었지만, 다가가 도착한 과거는 이미 몇 년이 지나 있었어. 다나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은 루퍼스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 노예인 앨리스의 남편 아이작이 루퍼스를 심하게 구타하고 있었어. 다나가 앨리스와 아이작을 설득해서 그 폭행은 멈췄고, 그들은 떠났고 루퍼스는 심하게 다친 상태였단다. 다나는 루퍼스의 집에 가서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루퍼스를 집으로 데리고 갔단다.

왜 그런 일이 있었냐면, 루퍼스는 흑인 노예인 앨리스를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는데, 그와 결혼을 할 수 없는 사회적 상황이었고, 앨리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싸움을 하게 된 것이었어. 루퍼스도 불쌍하긴 하구나. 그런데, 루퍼스가 마냥 착한 것은 아니야. 자신의 아버지의 무자비함도 조금은 닮아서, 루퍼스는 관대하다가도 노예들을 폭행하는 등 흉악해지기도 했어.

과거로 돌아온 다나가 찾아야 할 유일한 사람. 케빈이 한참 전에 다른 지방으로 떠났다고 했어. 케빈에게 편지를 쓰는 등 우여곡절 끝에 케빈이 다시 루퍼스의 집에 돌아왔고 다음 위기에 빠졌을 때는 다행히 다나는 케빈과 함께 현재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현재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과거로 돌아갔고또 현재로 돌아오고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시간 여행은 루퍼스의 삶이 끝나서야 끝나게 되었단다. 아빠가 소설의 줄거리를 뭉텅뭉텅 잘라내고 이야기를 해서 잘 이어지지 않고, 결말도 흐릿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너희들도 좀더 커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주렴~

….

SF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간혹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하는데, 현실에서 불가능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구나. 내가 만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너희들은 시간여행을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니? 과거? 미래?

그런데 왜 제목이 <>이지? 원제를 보니 <Kindred>로 되어 있단다. 영어를 잘 못하는 아빠는 처음 보는 단어라서 그 뜻을 찾아보았지. 혈연이라는 뜻이로구나. , 주인공 루퍼스가 다나의 조상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다나와 푸러스는 같은 핏줄로 맺어져 있었던 것이고, 다나를 과거로 강제 소환한 것도 그 핏줄로 맺어진 인연의 힘이었던 같구나.


PS:

책의 첫 문장: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 녀석이 죽었으니 이제는 계속 제정신으로 살 가망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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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의 생존법 문학동네 청소년 66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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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너희들 읽어보라고 한 책인데, 제목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빠도 한번 읽어봤단다. 너희들이 재미있게 본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를 쓴 황영미 작가의 소설로 <모범생의 생존법>이라는 책이란다. 모범생이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생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방법이 필요한가? 아무튼 재미있는 제목이더구나. 그렇다고 이 책에서 모범생에 대한 생존법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은 아니고, 소설을 읽으면서 그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모양이네, 이러면서 읽어나갔거든

그런데 읽다 보니, 각 장의 제목들에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단다. 소설의 각 장의 제목들이 바로 모범생의 생존법이로구나, 하고 말이야. 지은이는 그런 의도로 각 장의 제목을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1. 이름이 불려도 당황하지 않기

2. 강풍을 대비하기

3. 빌런의 등장에 흔들리지 않기

4. 떡볶이는 먹고 가기

5. 골고루 망쳤을 땐 일단 한숨 자기

6. 도저히 안 될 땐 과감히 투항하기

7. 패배에 대한 맷집을 기르기

8. 내 앞에 놓인 일들을 그냥 하기

9. 메뉴가 별로인 날은 건너뛰기

10. 기운 없는 친구에겐 죽을 건네기

11. 밖으로 끄집어내기

12. 드넓은 바다를 상상하기

13. 고양이인가 싶을 때 다시 보기

그런데 이것들은 모범생뿐만 아니라, 너희 같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아빠 같은 어른들도 해보면 좋을 것 같은 항목인 것 같구나. 특히 패배에 대한 맷집을 기른다거나, 골고루 망쳤을 땐 일단 한숨 자라든가 말이야.


1.

소설은 고등학교 1학년생 방준호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빠는 고등학생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 소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어. 방준호의 아버지는 의사이지만 돈보다 봉사활동에 진심이신 분이었어. 그런데 얼마 전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으시고 시골로 요양을 가셨고, 아버지를 간호해주시기 위해 엄마도 같이 가셨어. 그래서 방준호는 삼촌과 함께 살고 있었어.

방준호는 이번에 두성 고등학교에 들어간 고등학교 1학년생인데,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이자 모범생이었단다. 하지만 준호 자신은 자신이 운이 좋아서 수석을 했다고 생각했어. 두성 고등학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정독실 혜택을 주었는데, 아이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그런 제도였단다. 시험 성적이 좋지 못 하면 정독실에서 쫓겨나기도 하니까 말이야. 운으로 수석이 되었다고 생각한 방준호는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정독실에서 쫓겨날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가졌어. 하지만 그것으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단다. 학생들의 성적과 고등학교의 성과를 내기 위한 정독실 제도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 씁쓸하구나.

방준호는 절친 건우와 함께 코어라는 토론 동아리에 가입을 했단다. 그 동아리에서는 방준호, 건우, 유빈, 보나 선배 이렇게 친하게 되어 어울려 지냈어. 같이 지내다 보니 준호는 유빈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게 되었는데, 유빈은 일반 학교가 아닌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특성화고로 전학 갈 예정이었단다. 보나 선배는 토론도 잘하고 공부도 늘 1등을 하는 모범생으로 나오는데, 재벌 집안의 딸로 부모와 잦은 갈등을 겪는 그런 캐릭터였단다.

그리고 방준호에게는 라이벌이 한 명 있었어. 민병서. 정확히 이야기하면 민병서만 방준호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 준호와 병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면서 엄청 친한 사이였는데, 중학교 이후에 멀어졌고, 지금은 사이도 안 좋은 상태였어. 병서의 아버지는 아빠이고, 병서의 엄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캐나다로 갔단다. 그러니까 병서도 그리 행복한 가정은 아니었어. 병서는 준호를 라이벌로 경쟁 상대로 생각하면서도 다시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단다.

하림이라는 아이도 있어. 하림은 아이들 연습생을 했다가 그만둔 이력이 있는데, 일등만 사귄다는 소문이 있었어. 그래서인지 준호에게 처음 접근했다가 나중에는 병서와 사귀기도 했지. 대충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를 다 했단다. 주인공 준호와 친구들 사이에 에피소드들, 보통 고등학교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더구나.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들이라서 너희들이 공감을 좀 못할 수 있지만,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소설이라는 면에서는 공감을 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어. 한 번 읽어보렴.. 요즘 푹 빠져 있는 <암호클럽> 시리즈를 마치면 말이야 ㅎㅎ


PS:

책의 첫 문장: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책의 끝 문장: 러울이 목격담을 들려주고 싶은 또 한 사람을 향해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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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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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빛이 매혹이 될 때>라는 책이란다. 화려한 책 표지와 제목만 보고 소설인가, 싶었어. 책 소개를 읽어보니 과학과 미술에 관한 에세이더구나. 지은이는 서민아라는 분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고려대학교 교수라고 하시더구나. 서민아 교수는 물리학 말고 또 다른 분야에 관심도 많고 재능이 있으시다고 하는구나.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려서 일요일의 화가라는 별명도 있대. 빛은 연구하는 물리학자, 빛을 그리는 화가. 지은이 서민아 교수는 물리학과 미술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를 쓰기도 하셨대. 이 책은 아빠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서민아 교수님이 쓰신 거구나. 그리고 이번에 쓴 <빛이 매혹이 될 때>도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과학과 미술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책이었단다.


1.

빛의 정체란 무엇일까? 아빠도 이 빛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어서 예전에 빛에 관한 책들을 여럿 읽었었어. 그런데 빛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먼저 상대성이론이 나오고, 그 다음에 따라서 양자역학이 나오게 된단다. 그래서 아빠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그것들에 관한 책들도 여럿 읽어보게 되었단다. 어찌되었든 정확하게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대략 알게 되었어. 그런 책들을 통해서 빛이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과 관련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이 책에서도 그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단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오늘을 생략할게. 그 외에 새로 알게 된 것들과 너희들도 알면 좋을 것 같은 것에 대해 몇 개만 이야기해볼게. 빛은 우리 눈을 통해서 뇌에 전달되는데, 그 과정은 학교에서도 배울 텐데, 그 과정을 설명한 부분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망막이니, 원추세포니 오랜만에 만나보는 단어들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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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망막에 도달한 빛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각 세포층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작용을 일으키고 뇌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신호를 생성한다. 망막의 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뇌에 전달되는 시각 정보가 결정된다. 가령 원추세포가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에 각각 반응하는 세 가지 세포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우리가 무수하게 많은 색채를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세 가지 세포들이 얼마든지 다양하게 조합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색채를 부르고 표현하는 언어에 한계가 있을 뿐 색채는 무한하게 존재한다. 눈은 단순히 빛의 신호를 수용하고 전달하는 기계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세포의 유기적인 얽힘과 신호의 재배치를 통해서 다양한 기표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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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따라서 본다는 것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구나. 과학자인 뉴턴은 하나의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작가인 괴테는 인식활동이라고 생각하고, 화가인 고흐는 인간 내면의 탐구를 재해석했다고 하니 말이야. 아빠도 고흐를 좋아하긴 하는데, 지은이도 고흐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구나. 그렇게까지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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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8)

뉴턴에 본다는 것이 하나의 자연현상이라면, 괴테에게는, 괴테에게는 인간의 심리적 작용이 더해진 인식 활동이었다. 고흐와 같은 미술가들은 그 영역을 더 확장해 우주와 인간 내면의 탐구를 더하고 재해석해 다시 우리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광학이 밝혀낸 시각 작용과 색채 원리에 화가들의 집요하리만큼 열정적인 탐구심이 더해져 탄생한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본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 빛에서 출발하지만 빛이 닿지 못하는 인간 심연의 어떤 곳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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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과 미술가들은 또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데, 과학자들은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하고, 미술가들은 세상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한다고 하는구나. 물리학과 그림을 다 섭력하고 있는 지은이 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려나. 주중에서는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생각하고, 주말에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생각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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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과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는 것을 반복했다. 빛을 탐구하고 욕망하며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얻고 보폭을 맞춰왔던 미술가들 역시 더 낮은 차원의 단순한 세계로 들어가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고 그것을 화폭에 옮겼다. 과학자들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과 미술가들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만나 자연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탐구로 수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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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곤살베스라는 화가가 있단다. 그는 양자중첩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아빠는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 중에 그의 그림이 가장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구나. 그 그림은 곤살베스가 그린 <수평선을 향하여>라는 작품이란다.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지만, 논리적이고 수학적이고 물리학적으로 위배되지 않아 보였단다. 이 그림을 보면서 에셔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아빠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더구나. 아빠가 에셔의 그림들도 좋아하는데, 아빠 같은 성향이 좋아하는 그림에 공통점이 있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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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곤살베스는 양자 중첩을 시각화하기 위해 인지적 착시라는 도구를 활용했다. 왼쪽에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가 바다 위 고정된 다리 위에서 자동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희미한 자동차 불빛과 덩그러니 뜬 달이 외로운 여행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런데 길을 따라 시선을 오른쪽으로 옮기면 어느 순간 수평선이 시작된다. 오래된 돛단배들은 수평선 너머에 있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탐험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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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향하여>

색깔이라는 것이 원래 특정 빛만 반사하고 나머지 빛들은 흡수해서 그 반사된 빛을 보게 되는 것인데, 검정색이라는 것은 모든 빛을 흡수해서 검게 보이는 것이란다. 하지만 사실은 모든 빛을 흡수하지는 못해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보는 검정색은 완벽한 검정색은 아니란다. 그런데, 거의 모두, 그러니까 99.665퍼센트 빛을 흡수하는 반타블랙이라는 물질이 있대. 그래서 입체감이 거의 없이 2차원으로 보이게 한다는구나. 아래 그림을 보면, 옆에 반타블랙의 검정색도 3차원의 얼굴상인데, 2차원으로만 보이니 신기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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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최근에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극도의 검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반타블랙(vantablack’)이라는 물질인데 빛을 99.965퍼센트 흡수해 사실상 우리가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완벽한 검정을 구현한다. 이 극도의 검정은 빛을 모두 흡수해버려 산란과 반사가 없으므로 물질의 입체감을 완벽하게 없애버리고 2차원의 평면으로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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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이 책은 기대만큼 충족해주지는 못했단다. 빛의 물리학 관련된 내용은 기존에 다른 책들에서 봤던 내용들이 많았고, 물리학과 미술을 접목해서 이야기해주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잘 섞여 든 것 같지는 않았단다. 물리학은 물리학, 미술은 미술.. 뭐 이런 느낌? 그래도 괜찮은 미술 작품을 소개받고, 이런 저런 숨어있는 상식을 알게 된 것은 좋았단다. 그 알게 됨이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십여 년 전 네덜란드 델프트라는 작은 도시의 대학교에 여러 차례 방문해 몇 달씩 머문 적이 있습니다.

책의 끝 문장: 이 책을 통해 과학자와 예술가의 노력과 헌신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빛의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는 소중한 시간을 경험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사람마다 원추세포와 간상세포의 상대적 민감도가 다른 것도 색채의 차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가령 원추세포의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어떤 이미지를 볼 때 색의 차이에 더 주목하게 되고, 간상세포의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빛의 양이나 조명 효과와 같은 정보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같은 대상을 보면서 서로 다른 색이라고 지각하게 된다. - P37

뉴턴은 일곱 가지 무지개색을 원행 다이어그램에 배열한 색상환을 만들면서 세 가지 원색인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맞은편에 보완이 되는 색을 배치했다. 빨간색의 맞은편에 초록색을 배치했고, 노란색의 맞은편에 보라색을 배치했다. 이는 대조되는 색의 상호보완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뉴턴의 색상환은 1708년 프랑스 화가 클로드 부테에 의해 확장되어 삽화로 그려졌는데, 이것이 오늘날 색상환의 시초가 되었다. - P42

매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빛의 파장보다 훨씬 저 작은 크기의 금속이나 유전체 등과 같은 물질을 복합적으로 섞여 설계되었으며, 메타원자는 새로운 물질 단위 요소의 주기적인 배열로 이루어졌다. 메타원자는 새로운 광학적 값을 가지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원자이다. 1968년 러시아 물리학자 빅토르 베셀라고가 메타물질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으며, 영국 물리학자 존 펜드리 경이 투명망토처럼 빛을 완벽하게 투과시킬 수 있는 음의 굴절률 원리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 P130

폴로늄(Po)과 라듐(Ra)을 발견하여 방사선에 관한 연구를 더욱 발전시킨 공로로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과학에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연구실 과학자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마치 동화처럼 자신에게 감명을 주는 자연현상 앞에 선 어린아이기도 하다." 마리 퀴리를 비롯해 모든 과학자는 눈으로부터 출발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궁극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변의 법칙과 진리를 밣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마리 퀴리는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갖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190

양자역학의 등장은 기존의 고전물리학으로 대변되는 과학사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었는데, 이는 예술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결정론과 인과율의 사고방식에 젖은 사람들에겐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양자역학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새로운 예술적 감수성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곤 자연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원적으로 바꿔놓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양자역학이 과학과 예술을 통해 동시에 던져준 자연과 인생에 대한 무수한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지금도 온 우주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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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26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그림과 함께 과학원리를 설명해주는 책 재밌을거 같아요. 저같은 과알못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

bookholic 2022-11-27 20:45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미알못이라서 책을 펼쳐들었답니다~~^^
편안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
 
무너진 다리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8
천선란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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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좋아하게 된 작가 천선란 님의 이전 작품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책, <무너진 다리>를 읽었단다. 천선란 님은 SF 소설에 감성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 소설을 쓰셔서 SF 소설이지만 늘 따뜻한 느낌이 난단다.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단다. 이번에 읽은 <무너진 다리>는 다른 작품들보다 좀더 정통적인 SF 소설이라고 할까, 먼 미래에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단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때는 2087. 아빠가 앞서 먼 미래라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리 먼 미래는 아니구나.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후 정도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 때 지구는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바뀐 것 같아. 요즘 지구 이상 기후 현상을 보면 소설 속 모습이 완전 허구 같지 않아 가슴 아프구나. 어쩌면 소설보다 더 빠른 시기에 지구는 인간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될 수도 있어.

주인공 이아인. 아인의 엄마는 임해인이라는 아주 유명한 과학자였어.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 개발자인데, 휴론이라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사람이야. 하지만, 임해인은 췌장암에 걸려 일찍 죽고 말았구나. 아인의 아빠는 그보다 한참 전인 휴론이 나오기 2년 전에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돌아가셨어. 그리고 아인에게는 동생 아라가 있었어. 이름이 아인, 아라다 보니 자매인 것 같지만, 그들은 형제였단다. 아라는 유명한 수영선수였는데, 교통사고 이후 하반신을 못쓰게 되었어. 그러니까 수영을 다시는 할 수 없었지. 그래도 그때는 의료 기술이 발달하여 하반신을 휴론으로 대체할 수 있었어. 그런데 휴론의 하반신으로 대체하기로 한 날 하루 전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이렇게 아인의 식구들은 모두 불우한 삶을 살았구나.

아인은 우주비행사였어. ‘펄서라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 대체 행성인 가이아행성을 찾으러 탐험을 나섰지. 지구에서 사람들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 거야. 그런데 가이아 행성에 도착을 해서 착륙을 얼마 앞 둔 시점에 유성과 부딪치고 사고로 정신을 잃고 말았어. 함께 탐사에 나섰던 휴론들에 의해 아인은 지구로 보내지게 된단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던 지구에 와서도 10여 년이 흐른 뒤에 눈을 떴어.

그런데 그렇게 눈을 뜬 아인은 이전의 아인이 아니었단다. 유성과 충돌 사고로 아인은 몸의 대부분이 망가졌고, 뇌조직만 간신히 살고 있었어. 그런 아인의 뇌를 휴론에 이식시키는 수술을 하게 되었어. 그런 아인이 의식을 찾은 거야. 그러니까 아인은 뇌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기관은 모두 휴론이었어. 이 존재를 아인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구나. 아인이 다시 눈 뜬 지구의 모습은 자신이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단다.

 

1.

아메리카 대륙이 파멸되었어. 무슨 일이 있었냐면,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가이아 행성에 2차 우주선을 보내기로 했고, 그 우주선의 추진체로 핵로켓을 사용했어. 그런데 그 우주선을 쏘아 올리다가 잘못되어, 아메리카 텍사스 지역에 떨어지고 말았단다. 뜻밖의 사고로 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사람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모두 죽고 말았어.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의 생명체들 대부분이 죽었지.

죽음의 대륙이 된 아메리카 대륙에 사람들을 보냈지만, 되돌아오는 사람들이 없었어. 그런 와중에 아인이 지구로 귀환했고, 아인의 뇌를 휴론으로 이식을 한 수술이 성공을 한 거야. 아인에게 한 가지 임무가 제안되었단다. 아메리카 대략을 탐사하는 일. 그렇게 아인은 죽음의 대륙이 된 아메리카 대륙에 홀로 가게 된단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단다. 사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인은 그곳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어. 다음날 돌아가시긴 했지만 말이야.

그런 폐허가 된 아메리카 대륙에 버려진 휴론들만 있었단다. 아인은 몇몇 휴론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어떤 한 휴론을 이야기했어. 그 휴론의 이름은 카인. 그 카인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고뇌하는 등 독특한 휴론이었는데, 카인은 버려진 800여 기의 휴론들의 리더였지. 휴론들도 진화를 했어. 단순한 안드로이드가 아닌 하나의 인격을 가진 개체가 되었단다.

아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라와 비슷하게 생긴 휴론을 만나게 되는데, 그 휴론은 아벨이라는 휴론이고, 아라의 배양세포로 만들어진 휴론이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아라의 다리를 이식 받기 위해 만들어졌던 그 휴론이었어. 아인은 아벨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라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 전해 들었단다. 수술 하루 전날 휴론에게 자유를 주었다는 이야기. 이제서야 아라가 왜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어. 자신이 다리를 얻게 되면 아벨이 사라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지.

사실 아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온 이유는 우주선의 핵 로켓 엔진을 찾기 위해서였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아메리카 대륙을 추락한 우주선의 로켓. 그 로켓이 있어야 다시 가이아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만들 수 있었거든예전의 아인이라면 그런 일에 선뜻 동조하지 않았을 텐데, 휴론의 몸을 갖게 되면서, 그의 기억을 일부 조작을 했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아인은 본성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아인은 휴론의 리더 카인을 만나고 카인과 휴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어. 그들도 하나의 개체로 살고자 했어. 그리고 아인이 찾으려고 했던 우주선의 핵 로켓 엔진을 그들이 잘 보관하고 있었어.

아메리카 탐사를 마치고 아인은 각국 정상들과 함께 휴론과 공존하는 방법을 제안했단다.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살릴 수 방법도 논의해 보기로 하고 말이야. 그래, 가이아 행성으로 떠날 것이 아니라, 지구를 다시 살려봐야지소설 속에 생명체가 못살게 된 지구는 오늘날 우리의 책임일 수 있어.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인류를 비롯한 다시 많은 생명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지구를 만들기 위해 모든 인류가 힘을 합쳐 노력을 해야 되는데 그런 노력들이 적은 것 같구나. 우리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의 줄거리를 아빠가 아인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그 외에 반란군들의 이야기도 있고, 아인의 엄마 해인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었단다. 그러니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되었지. 그 많은 이야기들을 서로 연결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낸 지은이 천선란 님은 타고난 이야기꾼인 것 같구나. 이 소설은 더욱 천선란 님의 팬이 되게 한 작품이었단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번에 2초나 단축했어요.

책의 끝 문장: 아프도록, 그 고름이 전부 나오도록.


인간은 원래 물에서 살았대, 아주 먼 옛날에는 말이야. 쇄골은 아가미가 있던 흔적이고 갈비뼈는 지느러미가 떨어지고 생긴 무덤이야. 그런데 인간은 결국 어떤 이유로 퇴출당한 거야. 육지는 해상의 유배지였던 셈이지. 그래서 물에 사는 것들은 육지에서 걸을 수 없지만 육지에 사는 것들은 유전자가 가진 태초의 기억으로 수영을 할 수 있어. 물로 몸을 씻어내는 것도 육지의 죄를 닦아내는 행위에서 비롯된 거야. - P41

인간의 치아는 음식을 씹어 삼키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의 내장은 피부보다 연약해 씹히지 못한 덩어리를 소화시킬 능력이 없었으므로, 어쩌면 ‘인간의 창조주’가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걸 다 집어넣지 못하도록 해놓은 장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씹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왜 치아를 만들었을까. 눈을 보호할 필요가 없는 진에게 속눈썹과 눈꺼풀은 왜 필요한가. 손등의 미세한 털과 귓바퀴의 굴곡, 복사뼈까지도. 그렇다면 이 모든 걸 같은데 인간은 쉽게 죽고 자신은 쉽게 죽지 않는 이유가 무석인가. 그 모든 질문의 끝에 진은 한 마디 더 덧붙이고 싶었다. ‘자신은 왜 이 질문을 하고 있는가.’ - P251

사랑은 이제 끊임없이 생명에게 기생해 수 세기를 살아남은 질긴 바이러스다.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버려지지 않는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생명의 생각을 조종하는 것이다. 뇌를 커다랗게 감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막을 만들어 때에 맞춰 심장을 뛰게 하고 체온을 높이고 시각을 둔화시켜 현실의 객관성을 잃게 만든다. 상대방이 없을 때에는 기관지의 크기를 줄여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잠들지 못하게 생각을 깨우며 상대방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최악의 망상을 반복해 함께 있음에도 갈증을 느끼게 만든다. - P329

개인의 비극은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슬픔을 가지고 있다. 섞이거나 나눌 수 없다. 인간은 개인이 하나의 행성이므로, 각자의 비극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결국 그 파괴의 에너지가 은하수 전체에 퍼질 테니. 연쇄적 비극은 언젠가 모든 것을 태초의 상태로 돌릴 것이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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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3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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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씩 읽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이 시리즈는 유명한 작가들의 책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아빠만 모를 수도 있지만) 작가들의 작품들도 출간을 한단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통해서 새로 알게 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있었어. 이번에 읽은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분의 <루시>라는 책도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처음 들어본 책 제목이란다.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작가는 앤티가섬이란 곳에서 태어났대. 앤티가 섬은 카리브해에 있는데 영국 연방 소속이라고 하는구나. 저메이카는 어렸을 때 뉴욕에 와서 입주 보모 생활을 했는데 그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 바로 <루시>라는 소설이란다. 저메이카는 주로 피식민지, 여성, 흑인, 이주민 등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래. 그렇게 소수자들과 약자들을 대변하는 작가이다 보니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언급된다고 하는구나. 올해는 안타깝게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네.

 

1.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제목과 같은 루시(루시 조세핀 포터)이고, 지은이 저메이카처럼 십대 후반의 나이에 오페어(입주 보모)로 일하게 된 장면부터 시작한단다. 루시가 일하게 된 집은 변호사 루이스와 가정 주부 머라이어 부부와 네 자녀가 있는 집이었어. 머라이어는 루시에게 친구처럼 잘 대해주었단다. 나중에는 루시가 머라이어를 엄마처럼 생각하기도 했어. 네 자녀도 말썽 피우지 않고 잘 지냈어. 그렇게 잘 지내다가도 루시 자신은 그들과 섞일 수 없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곤 했지. 루시에게도 꿈이 있어서 오페어로 일하면서 야간학교도 다녔단다.

그렇게 일도 하고 학교도 다니곤 하지만, 루시는 여전히 10대 소녀였어. 친구들과 만나 놀기도 하고,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한단다. 머라이어가 잘 해주지만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혼자 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고향을 떠난 것은 루시 자신의 선택이었단다. 루시는 엄마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는 아들만 챙기고 자신을 홀대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었거든. 그리고 아버지는 바람만 피우고 집안일 돌보지 않는 완전 불량 가장이었단다. 엄마가 가장 잘못한 것이 아빠와 결혼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집안에서 탈출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거지.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또 그런 것이 아니지. 딸을 멀리 보낸 루시의 엄마는 자주 루시에게 편지를 보냈단다. 하지만, 루시는 답장은커녕 한 통도 뜯어보지 않았단다. 심지어 겉봉투에 긴급이라고 써 있는 편지도 열어 보지 않았어.

한달 뒤 루시의 엄마는 인편으로 소식을 전했어.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집안은 빈털터리가 되었다고그러니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말이야. 루시는 돈만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어. 자신은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어. 이런 장면을 지켜보던 머라이어는 루시에게 엄마를 용서해 주라고 조언을 했단다.

….

행복하게만 보였던 머라이어의 가족. 남편 루이스가 머라이어의 친구와 바람을 피고 이혼을 하게 되면서, 겉으로만 보던 게 전부는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단다. 머라이어는 이혼에 담담한 모습이었어. 루시는 1년 동안 한 보모 생활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아파트에 살기로 했단다. 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간 것이라 생각해. 그리고 남자친구의 소개로 작은 회사에 다니기도 시작했어. 그렇게 그 큰 도시에 조금씩 조금씩 더 적응해가고 있었단다.

머라이어의 집을 떠났지만, 친구로 계속 연락했고, 몇 달 뒤에는 다시 만나기도 했단다. 둘의 우정은 계속 이어질 듯 하구나. 그리고 루시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것 같고 말이야. 루시가 보모생활을 착한 머라이어의 집에서 한 것이 참 다행인 것 같구나. 물론 머라이어게도 루시 같은 보모가 와서 다행이었고 말이야.

책이 얇은 만큼 소설을 이렇게 끝이 났단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많구나. 이 책이 피식민지 유색 인종의 주인공이 백인의 주류 사회 들어와서 성장해 가는 모습 그런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아빠는 루시와 머라이어의 우정이 더 기억에 남는구나.

, 오늘은 소설이 짧은 만큼 독서편지도 짧게 끝낼게.

 

PS:

책의 첫 문장: 첫째 날.

책의 끝 문장: 그 문장을 보자 수치스러움이 집채만한 파도처럼 나를 휩쓸어 난 하염없이 울었고, 공책에 떨어진 눈물로 잉크가 더 번져 글자들은 하나의 커다란 얼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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