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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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 신체 기관 중에 가장 비밀도 많고 신기한 기관은 뇌가 아닐까 싶구나. 사람이 죽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심장이 멈췄을 때를 죽었다고 하지만, 심장은 뛰어도 뇌가 죽었을 경우를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 그만큼 뇌라는 것이 우리 신체에서 중요한 부분이고 말이야. 그래서 단단한 머리뼈로 보호할 수 있도록 진화된 거겠지. 그런 뇌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는 오랫동안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이 뇌가 아닐까 싶구나.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뇌에 대한 책들도 시중에 엄청 많이 나와 있고, 아빠도 그런 책들을 여럿 읽어 보았단다.

이번에 읽은 <더 브레인>이라는 책도 뇌에 관한 책이란다. 지은이는 데이비드 이글먼이라는 뇌과학자인데, 뇌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신 분이라고 하는구나. <더 브레인>은 미국과 영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TV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했어.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서 그런지 중간중간 사진들도 많이 나오고,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 있어 읽기 편했단다. 정말 뇌라는 것은 신기하구나. 1.4 킬로그램 밖에 되지 않는 쭈글쭈글한 것이 우리 몸을 통제하고 우리 정신 세계를 구축하고 인간의 존재를 만들어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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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신경과학은 내가 매일 하는 예사로운 일이지만, 지금도 나는 인간의 뇌를 손에 받쳐들 때마다 경외감에 빠진다. 뇌의 상당한 무게(성인의 경우 1.4킬로그램), 기이한 균질성(꼭 탄탄한 젤리 덩어리 같다), 쭈글쭈글한 겉모습(둥그스름한 전체에 깊은 골들이 패여 있다)을 살펴보고 나면, 뇌가 순전히 물리적인 대상이라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 보잘것없는 물질 덩어리와 그것이 산출하는 정신적 과정들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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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머리가 커서, 태어날 때 머리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알고 있어. 태어난 이후에도 뇌는 계속 성장하고, 20대가 넘어서야 완전한 뇌가 된다고 들었어. 그래서 뇌를 이루는 주요 요소인 시냅스가 계속 늘어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시냅스의 개수는 아기일 때가 최대치라고 하는구나. 처음 알게 된 사실이야. 뇌가 자란다는 것은 최대치에 이른 시냅스의 개수를 적절하게 제거하면서 최적화하는 과정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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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제 아기의 스냅스 개수는 최대치에 도달했으며, 그 개수는 앞으로 아기에게 필요한 개수보다 훨씬 더 많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연결들의 만발 대신에 신경학적 가지치기가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된다. 당신이 성숙하는 동안, 당신이 가진 시냅스들의 50퍼센트가 감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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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동작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수많은 시냅스와 뉴런은 어떻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까? 컴퓨터의 저장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원리를 알고 있다면 뇌라는 것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것은 방식은 정말 신비롭단다. 그리고 왜 어떤 기억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어떤 기억은 금방 잊혀지고 말이야.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이런 뇌를 구현하기는 어려울 거야. 이 책에서 말하길 뇌의 동작을 도시에 비유했단다. 도시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작동하는 거처럼 뇌도 여러 뉴런들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한다고 말이야. 그런 상호작용들이 우리가 지금 행동하고 생각하고 보고 맛보고 냄새 맡는 등 모든 몸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거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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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뇌의 작동도 마찬가지다. 뇌의 작동은 한 지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뇌의 어떤 구역도 격리되어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뇌의 도시에서 모든 일은 거주지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그 상호작용은 온갖 규모에서 일어난다. 국소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먼 거리를 가로질러 일어나기도 한다. 열차들이 도시로 들여온 천연자원과 직물이 가공되어 도시의 경제에 편입되듯이, 감각기관들에서 유래한 미가공의 전기화학적 신호들은 뉴런들로 이루어진 초고속도로로 운반된다. 그러면서 그 신호들은 가공과 변환을 거쳐 우리가 의식하는 실재에 편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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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뇌의 뉴런들 사이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란다. 뇌와 뇌도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뇌를 변화시키고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의 뇌와 아빠의 뇌가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뇌가 그렇게 다른 뇌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특징이 있어서 가능한 거야. 너희들의 뇌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 가장 가까이 있는 엄마와 아빠의 뇌라는 것이구나. 갑자기 책임감이 확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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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전통적으로 뇌 연구는 고립된 뇌를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엄청나게 많은 외 회로들이 다른 뇌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우리는 깊은 수준에서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는 우리의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거래 상대들이 중첩되어 이룬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주위의 모든 곳에서 우리는 관계의 형성과 결렬, 친밀한 유대, 강박적인 사회연결망 형성, 충동적인 동맹을 본다. 이 모든 사회적 결합을 위한 접착제는 뇌 속의 특별한 연결망들에서 생산된다. 어지럽게 퍼져 있는 그 연결망들은 타인들을 주시하고, 타인들과 소통하고, 타인들의 고통을 느끼고, 타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타인들의 감정을 읽어낸다. 우리의 사회생활 솜씨는 뉴런 회로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그 회로를 이해하는 일은 사회신경과학이라는 신생 분야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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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공지공 로봇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란다. SF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도 인공지공 로봇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과학이 발달하게 되면 정말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다른 기관들은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인간의 뇌를 잘 구현할 수 있을까? 계산능력 데이터처리능력 판단능력 등은 이미 인간의 뇌를 넘어섰어. 인공지능의 바둑실력을 이제는 인간이 이길 수 없다고 하잖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인간의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을까.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 타는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하는데, 컴퓨터가 하게 되면 수많은 계산을 통해서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구현할 수 있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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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그러니 다음번에 사람이 걷거나 달리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거든, 잠깐 멈춰서 인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동작을 완벽하게 지휘하는 무의식적 뇌의 능력에도 감탄할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우리의 가장 기초적인 동작들의 복잡한 세부 사항은 수조 회의 계산에서 나온 결과다. 그 모든 계산은 당신이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공간적 규모에서 당신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일어나는 신호 전달의 형태를 띤다. 지금까지 제작된 로봇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신체 동작에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슈퍼컴퓨터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반면에, 우리의 뇌는 놀라운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인간 뇌에 에너지 소비량은 대략 60와트 전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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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 머릿속의 데이터를 뽑아 내어 디스크에 저장하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단다. 과연 이 기술이 가능할까? 이런 것 또한 시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우리 머릿속의 의식을 데이터로 뽑아서 저장이 가능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지은이는 다른 별로 가는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그런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건 정말 불가능해 보이는구나. 가능하더라도 인간의 멸종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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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만일 의식의 업로드가 가능하다고 밝혀진다면, 다른 별들로 가는 여행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우리 우주에는 제각각 1000억 개의 별들을 거느린 은하가 최소 1000억 개나 있다. 우리는 그 별들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들을 이미 수천 개 발견했다. 그것들 중 몇몇은 지구와 꽤 유사하다. 문제는 우리가 현재 지닌 생물학적 몸으로는 그 외계 행성들로 가는 여행이 영영 불가능하리라는 점이다. 우리가 그토록 먼 시공을 가로질러 그곳들에 도달할 전망이 전혀 없다. 그러나 당신이 디지털화되어 있다면, 당신의 시뮬레이션을 중단시킨 상태로 먼 우주로 발사한 다음에 1000년 후 어느 외계 행성에 도착할 때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의 의식은 당신이 지구에서 발사된 다음에 곧바로 새 행성에 도착했다고 느낄 것이다. 의식을 업로드하는 기술의 등장은 웜홀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일 것이다. 그 기술은 우리가 우주의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주관적인 관점에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을 가능케 해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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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 일부를 소개해 주었는데, 아빠가 소개하지 않은 내용들 중에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많았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뇌의 동작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뇌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더구나. 이 책이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고 했잖아. 그 다큐멘터리 원본을 볼 수 있는지 함 찾아봐야겠구나. , 그럼은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뇌과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책의 끝 문장: 우리가 누가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요컨대 그 생일잔치에 대한 당신의 기억은 이미 퇴색하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첫째, 당신이 보유한 뉴런의 개수는 유한하며, 모든 뉴런은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각각의 뉴런이 때에 따라 다른 연결망에 참여한다. 그 생일잔치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는 ‘생일’ 뉴런들이 다른 기억 연결망에 동원되는 일이 거듭됨에 따라, 그 생일잔치 기억은 퇴색한다. 기억의 적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이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유한한 개수의 뉴런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망이 형성되어야 한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기억이 퇴색했는데도 당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신은 그날의 장면 전체가 기억에 남아 있다고 느끼거나 최소한 추측한다. - P38

시각이란 눈에 들어온 광자들을 뇌의 피질이 손쉽게 해석하는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시각은 온몸이 참여하는 경험이다. 뇌로 들어오는 신호들은 훈련을 거쳐야만 유의미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 훈련은 그 신호들을 우리 활동의 감각적 귀결들과 비교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만 우리의 뇌는 시각 데이터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할 수 있게 된다. - P64

결론적으로, 당신의 머리 바깥에 있는 세계의 ‘참모습’은 어떠할까? 그 세계에는 색깔이 없을뿐더러 소리도 없다. 그 세계에 있는 공기의 압축과 팽창이 당신의 귀에 포착되어 전기 신호로 변환될 뿐이다. 그러면 뇌는 그 신호들을 감미로운 음악과 ‘쌩’하는 소리와 덜거덕거리는 소리와 쨍그랑거리는 소리로 가공하여 우리에게 제공한다. 냄새도 실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 바깥에는 냄새 따위가 없다. 공중에 떠도는 분자들이 우리의 콧속 수용기들과 결합하고 뇌에 의해 다양한 냄새로 해석될 뿐이다. 실재 세계는 풍부한 감각적 사건들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뇌가 손전등으로 대상을 비추듯이 고유한 감각 능력으로 세계를 비추는 것이다. - P86

컵 쌓기 챔피언 오스틴 네이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몰입 상태에 진입한 극한 스포츠 선수의 뇌파는 의식적 숙고의 재잘거림(내가 멋있게 보일까? 내가 이러이러한 말을 해야 할까? 내가 집에서 나올 때 문을 잘 잠갔나?)으로 요란하지 않다. 몰입 상태의 뇌에 서는 ‘이마엽 저하(hypofrontality)’가 일어난다. 이 용어는 앞이마엽피질의 몇몇 부위에서 일시적으로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그 구역들은 추상적 사고, 미래 계획, 자아감에 주의 집중하기를 담당한다. 이 배경 활동들을 줄이는 것은 선수가 암벽을 타는 비법의 핵심이다. 딘이 발휘한 것과 같은 솜씨는 내면의 재잘거림이 없을 때만 발휘될 수 있다. - P121

당신의 뇌는 경쟁하는 정당들로 구성된 의회와 유사하다. 정당들은 국가라는 배를 조정하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당신은 때때로 이기적으로 결정하고, 때로는 자비롭게, 때로는 충동적으로, 또 어떤 때는 장기적인 전망을 고려하면서 결정한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많은 욕망들로 이루어졌고, 그 모든 욕망들이 저마다 통제권을 쥐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 P142

개별 뉴런은 어둠 속에서 산다. 뉴런 각각은 다른 뉴런들과 함께 이룬 연결망 속에서 단순히 신호들에 반응하면서 평생을 보낸다. 개별 뉴런은 자신이 셰익스피어를 읽는 당신의 눈을 움직이는 일에 참여하는지, 혹은 베토벤을 연주하는 당신의 손을 움직이는 일에 참여하는지 알지 못한다. 애당초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른다. 당신의 목표, 의도, 능력은 이 작은 뉴런들의 존재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이 뉴런들은 자신들이 모여서 이루는 결과를 알아채지 못하는 채로 더 작은 세계에서 산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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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사람들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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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 SF 소설을 좀 읽어서 그런지 SF 소설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구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SF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는 소설가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어. 이번에 읽은 <미래를 가는 사람들> SF 소설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소설이란다. 지은이는 김보영이라는 분인데, 2004년 등단하신 이후 많은 SF 소설들을 써 오셨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미래를 가는 사람들>이란 책은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시리즈 중에 하나라고 하더구나. 그렇다고  그 소설들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읽는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구나. 다른 책들도 찾아보니 같은 시리즈라서 그런지 책 표지의 디자인이 비슷비슷하더구나.


1.

<미래로 가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줄 알았는데, 소설 속에 실제로 미래로 가는 사람들이 나오더구나.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보통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는 경우와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단다. 이번에 읽은 소설에서는 광속우주선이라는 것이 개발되어 시간여행을 하는 이들이 생겨난 거야. 광속우주선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특수상대성이론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빠른 속도를 가진 물체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것이고, 만일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면 그 물체의 시간은 멈춰 있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광속우주선 속의 사람은 시간은 멈춰 있고, 그 우주선 밖의 사람은 시간이 흘러가니까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지. 우주선 밖의 시간이 수백 년이 흘러도 광속우주선 안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 거야. 그랬다가 광속우주선의 속도를 줄이게 되면 다시 시간이 흐르니, 미래로 갈 수 있다는 것이지. 아빠는 그렇게 이해를 했단다.

시간은 멈췄다고 해도 영양분은 섭취해야 하지 않을까? 기술이 발달하여 광합성을 하는 나노봇이란 것을 핏속에 넣을 수 있었어. 그러면 그 나노봇이 광합성을 일으켜 식물처럼 영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지. 그럴 듯한 설정이었단다.

그런데 이야기의 소재는 좋았지만, 스토리 라인은 아빠 취향이 아니랄까 아빠에게는 별로였단다. 주인공 성하라는 사람이 항법사 셀레나를 만나서 우주여행을 하는 스토리였어. 어떤 행성에서는 자신처럼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이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이제 막 문명을 싹 틔우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으로 군림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어. 성하에게 자신과 같은 ()’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내 성하는 그곳을 떠나 다시 시간여행이자 우주 여행을 했단다. 또 다른 여행자들도 만나기로 하고 인간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였단다.

소설이 짧아서 금방 읽었는데, 며칠 지나니 그 줄거리가 잘 생각나질 않는구나.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오늘은 이렇게 간단히 끝낼게.


PS:

책의 첫 문장:  가장 큰 문제는 이 집에 밤과 낮의 구분이 없다는 사실이다.

책의 끝 문장: 이 작은 별 가득히 자라나게 될 수많은 생물과,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찬란한 삶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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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긴 꽃잎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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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전기를 읽은 적이 있단다. 칠레의 민주화와 개혁을 이끌었던 분이었지. 아옌데 대통령은 반군 쿠데타 세력에 맞서 싸우다가 대통령궁을 끝까지 지키다가 자살로 삶을 마감을 했단다. 아옌데 대통령이 죽고 나서 가족 친지들은 모두 망명을 떠나게 되었다고 했어.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아빠가 책 한 권을 봤는데 지은이의 성이 아옌데였어. 이사벨 아옌데. 아옌데 대통령이 생각나서 지은이의 이력을 읽어보니, 아옌데 대통령의 조카더구나. 몇 년 전에 아옌데 대통령에 대한 책을 읽고 검색을 해봤을 때 친척 중에 소설가가 있었다는 기억도 살짝 나는 것 같았어.

아무튼, 아옌데 대통령을 좋게 생각했던 아빠는 그의 조카가 쓴 소설책이 어떤 것들이 있나 검색해 보았단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들이 꽤 있고, 평들도 다들 좋았단다. 그래서 아빠가 몇 권 샀는데, 그 중에 가장 최근에 출간된 <바다의 긴 꽃잎>이란 책을 읽었단다. 바다의 긴 꽃잎? 제목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칠레의 유명한 정치인이자 시인인 네루다가 자신의 조국 칠레를 표현한 말이라고 하더구나. 칠레라는 나라가 남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하고 태평양에 맞닿아 있으면서 남북으로 길게 위치하고 있잖니. 그 모습을 긴 꽃잎으로 비유한 것이로구나.

책 제목에서 알다시피 이 책은 칠레 현대사가 담겨 있다고 했어. 몇 년 전에 읽은 아옌데 대통령의 전기를 통해 칠레 현대사를 대충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소설을 통해서 다시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낯선 공간과 낯선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서 읽기 어려우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단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지은이의 글솜씨도 좋았고, 읽기 편하게 잘 번역한 옮긴이의 글솜씨도 좋았단다.


1.

, 그럼 책 속의 이야기를 해볼게. 때는 1938년 스페인. , 칠레의 역사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스페인부터 시작하네. 1938년 스페인이라면 한창 내전을 겪고 있던 시절이란다. 아빠도 잘 모르지만, 소설 속에 나온 것을 바탕으로 스페인의 사정을 이야기해줄게.

1936년 총선 때 좌파정당연합인 인민전선이 승리하여 정권을 잡게 되었단다. 하지만, 몇 달 뒤인 1936 7월 프랑코가 이끄는 우파와 군인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어. 그래서 두 세력은 전쟁을 하게 된 것이 스페인 내전이란다. 그 내전은 1939 4월 프랑코의 우파가 승리함으로 끝났고, 이후 프랑코의 장기 독재 집권을 하게 되었어.

아무튼 다시 1938년으로 돌아와서의대생 빅토르 달마우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아버지 마르셀루이스 달마우는 음대 교수였고, 어머니 카르메라는 분이고, 동생 기옘이 있었어. 빅토르 집안 좌파를 지지하는 가족이었고, 동생 기옘은 급진 좌파로 전쟁에 지원해서 참가하기도 했단다. 빅토르는 지원까지는 아니고 징병되어 군의관으로 참가했어. 아버지의 음대 제자 중에 로세르 브르게라라는 사람이 있어. 로세르는 집이 가난했었는데 우연이 어떤 부잣집의 후원을 받아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어. 로세르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었어. 집이 가난하여 마땅히 머물 곳이 없었는데, 아버지 마르셀루이스는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했어.

그런데 아버지 마르셀루이스는 얼마 후 돌아가시게 되었단다. 그래도 로세르는 계속 집에 머물렀어. 군대 갔던 기옘이 티푸스 병에 걸려서 집에 왔을 때, 로세르와 기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 하지만 기옘의 사상은 사랑보다 더 강했지. 기옘은 병이 낫자 다시 전쟁터로 돌아갔고 얼마 안 있어 빅토르는 기옘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하지만, 빅토르는 이 소식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어. 더욱이 로세르는 임신을 하고 있는 상태였거든.

..

1939 1월 프랑코 장군이 승기를 잡았고, 좌파 세력들은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었어. 그래서 바르셀로나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스페인에 남아 있어봤자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었거든. 많은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에서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도망을 갔단다. 하지만 1월 추위는 장난이 아니었어. 빅토르는 부상병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군대에서 먼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래서 친구인 아이토르에 부탁을 했어. 어머니 카르메와 로세르를 데리고 먼저 국경을 넘어가라고 말이야.

아이토르는 카르메, 로세르를 데리고 프랑스로 향했단다. 가던 길에 빅토르의 어머니 카르메는 자신은 짐만 된다고 생각하고 죽을 결심을 하고 밤에 그들을 떠났단다. 아이토르와 로세르는 프랑스로 향했어. 그런데 프랑스도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난민들을 어쩌지 못하고 국경을 닫아버렸어. 국제 여론이 안 좋아지자, 여자, 아이, 노인들만 받아주었단다. 그래서 아이토르와 로세르는 헤어지게 되었어. 로세르만 프랑스에 들어와 수용소에 머무르게 되었단다. 그 수용소에서 로세르는 빅토르의 옛 동료였던 간호병 엘리자베뜨를 만나게 되었고, 엘리자베뜨의 도움을 받아 정착을 할 수 있었단다.

빅토르도 뒤늦게 국경을 넘어와서 스페인 난민 수용소에서 의료진으로 일하게 되었어. 빅토르는 아이토르와 만나게 되는데,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소식과 로세르가 아이를 낳고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접했어. 빅토르는 로세르를 만나러 갔어. 그리고 그제서야 기옘의 전사 소식을 알려주었단다.


2.

프랑스도 그리 안전한 곳은 아니었어. 세계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지. 그 와중에 칠레에서 이민을 받아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칠레의 유명한 시인 네루다가 당시에는 외교관이었는데 네루다가 프랑스 영사관에서 이민 갈 사람들을 면접했어. 그런데 이민은 가족만 가능하다고 했어. 빅토르는 로세르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가짜로 결혼을 하고 칠레로 가기로 했단다. 그리고 로세르와 기옘 사이 낳은 아가의 이름을 빅토르의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마르셀이라고 했어.

빅토르와 로세르, 마르셀은 배를 타고 긴 항해 끝에 칠레에 도착을 했단다. 펠리페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당분간 그의 집에 머물게 되었어. 펠리페라는 사람도 주요 인물이니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할게. 펠리페의 아버지 이시드로는 칠레의 큰 사업가였어. 아버지 이시드로는 철저한 보수파였고, 펠리페는 진보 세력이다 보니 정치적 견해로 갈등이 많았단다. 우리나라도 그런 가족들이 많잖니. 펠리페는 급진 진보파 모임인 광란자 살롱에도 자주 나갔고 그곳에서 네루다를 만나 친분을 쌓기도 했어. 스페인 난민을 받아들이려는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단다.

한편, 이시도르는 부인 라우라, 딸 오펠리아와 유럽 여행을 떠났어. 이시도르는 사업 구상을 위해 떠난 것이고, 딸 오펠리아는 유럽에서 유학을 시키려고 했어. 그런데 그들이 유럽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되어 세계2차대전이 일어나서 간신이 배를 구하고 다시 칠레로 돌아왔단다. 가족들이 유럽에 가 있을 동안 펠리페가 빅토르와 로세르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던 거야. 펠리페 집의 유모인 후아나는 주인이 없는 동안 난민들을 데리고 온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했었지만, 어린 마르셀에 푹 빠지고 말았단다. 빅토르는 칠레에서 의대 공부를 이어서 하고, 로세르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단다. 빅토르와 로세르가 가짜 부부라고 했잖아. 남들에게는 진짜 부부 행세를 했지만, 둘이 있을 때는 예를 잘 지켰단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마르셀을 잘 보살피는 것이었어.

얼마 후 펠리페의 가족들이 유럽에 돌아왔고, 오펠리아는 빅토르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단다. 오펠리아는 약혼녀가 있고, 빅토르는 유부남인데 말이야.

빅토르와 로세르는 돈벌이를 위해서 술집을 차리고 펠리페의 집에서 나왔단다. 오펠리아가 빅토로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고 했잖아. 그건 빅토르도 마찬가지였어. 빅토르가 펠리페의 집을 나온 지 1년이 지나고 그들은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둘만의 비밀 사랑을 아주 뜨겁게 했단다. 오펠리아는 파혼까지 했어. 오펠리아의 아버지는 오펠리아를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고 감금했단다. 얼마 뒤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고, 빅토르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한 순간 불꽃이었음을 알고 후회를 하였단다. 하지만 아이는 낳고 싶어했어. 그래서 오펠리아의 아버지 이시드로는 오펠리아를 한동안 수녀원에 숨기고, 아이를 낳으면 입양 보내려는 작전을 세웠단다. 오펠리아는 임신 후반에 계속 몸이 좋지 않아서 약을 먹고 정신을 잃기도 했어. 결국 오펠리아는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단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빼돌린 것 같더구나.

오펠리아는 몸이 회복된 다음 이전 약혼자인 마티우스를 다시 만나게 되고 마티우스는 오펠리아를 용서해 주고, 그들은 얼마 후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빅토르도 갑자기 사라진 오펠리아의 사정을 몰랐어. 그리고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지게 되었지. 다시 의학 공부를 열심해 해서 드디어 의사가 되었단다. 로세르는 피아니스트로 성공을 해서 공연을 자주 다녔단다. 그러다가 빅토르의 어머니가 스페인에 살아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렇게 어머니와 다시 만나게 되고 어머니를 칠레로 모셔왔단다. 다시 만난 가족들그들은 칠레에서 정착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3.

살바도르 아옌데가 칠레의 대통령이 되었단다. 정권을 잃은 야당과 그들을 지지하는 우파 세력들은 태업을 주도했어. 그렇다 보니 물가는 계속 오르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단다. 그런데 이것은 미국이 뒤에서 우파 세력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었던 거야. 혼란스러운 사회를 보고 있자니 빅토르는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기 전의 스페인이 떠올랐단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거지. 결국 미국의 지원을 받은 우파는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옌데 대통령은 대통령궁을 끝까지 사수하다가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측근들은 대부분 숙청당했어.

빅토르는 예전부터 네루다를 통해 아옌데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어. 그 이야기는 빅토르는 안전하지 않다는 거야.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들 마르셀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고, 로세르는 외국에서 연주 중이라서 칠레 국내에는 빅토르 혼자였어. 이웃집의 신고를 빅토르는 잡혀가게 되고 감금되었어. 가족들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갇히게 되었는데, 무려 11개월이나 갇히게 되었어. 우연히 심장마비로 쓰러진 지휘관을 살려주게 되었는데, 그 덕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었단다.

빅토르와 로세르는 베네수엘라로 망명하기로 했어. 또다시 망명이라니스페인을 떠나 칠레가 정착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나 싶었는데, 이제 칠레 사람 다 되었다고 생각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제2의 고향 칠레를 떠났단다. 그곳에서 빅토르는 의사로, 로세르는 피아니스트로 다시 시작했단다. 이제 그 둘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어. 그러면서 서로 진정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스페인에서 오랫동안 독재를 하던 프랑코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스페인 입국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고 했어. 빅토르와 로세르는 40년 만에 스페인에 돌아왔단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칠레 사람이었어. 스페인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몇 달 만에 다시 베네수엘라로 돌아왔단다. 그들이 돌아가야 할 조국이 있다면 그것은 칠레였던 거지.

1980년대 들어서면서 칠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 망명객들이 속속 칠레로 돌아오기 시작했지. 빅토르와 로세르도 칠레로 돌아왔어. 빅토르는 철거촌에서 의료 봉사를 하면서 지냈단다. 그런데 세월은 그들도 가만두지 않았단다. 로세르가 그만 암에 걸렸어. 빅토르는 로세르가 가는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단다. 로세르가 죽고 나서 빅토르는 쓸쓸한 생활을 했어. 그런데 어느날 한 여성이 찾아왔어. 자신이 52살이고, 이름은 잉그리드라고 했어. 그러면서 덧붙인 충격적인 말. 빅토르, 당신의 딸입니다. 빅토르는 그제서야 오래 전에 오펠리아가 임신을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 아이가 죽지 않고 잘 살고 있었던 거야. 잉그리드는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어. 52살이면 원망할 나이도 지났지, .. 생존해 계시는 아버지를 만난 것에 대해 기뻐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 사람의 역사에 스페인과 칠레의 굴곡진 현대사가 모두 담겨 있구나. 몇 년 전에 칠레가 민주화 시위로 뉴스에 자주 등장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 다시 사회가 안정화되어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몇 년 전에 읽은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전기와 이번에 읽은 <바다의 긴 꽃잎>때문인지 칠레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았단다. 그 먼 나라를 가 볼 일이 없겠지만 말이야. 칠레 하면 축구를 잘 하는 나라로 알려졌는데, 이번 월드컵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었단다. 다음에 혹시 칠레 축구를 볼 일이 있으면 칠레를 응원해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어린 병사는 비베론 부대 소속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은 새로운 항해이며, 그렇게 그는 끝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는 로세르의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갑에 넣어 둔 유일한 사진이었다. 로세르가 피아노 옆에 서 있었다. 어쩌면 연주회 중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짙은 색 소박한 블라우스에 평소보다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소매에 목에는 레이스가 달린 옷은 몸매를 감추는 촌스러운 교복 같았다. 그 흑백사진에서 로세르는 아마득하고 흐릿했다. 멋도 없고, 나이도 불분명하고, 무표정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호박색 눈과 검은 머리카락, 조각처럼 곧은 코, 표정이 담긴 눈썹, 돌출된 귀, 기다란 손가락, 그녀에게서 나는 비누 향. 느닷없이 그를 덮쳐 고통스럽게도 하고 잠 못 이루게도 하는 섬세한 표정은 애써 떠올려야 했다. 그리고 이런 표정을 떠올리다 보면 깜빡 방심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 P55

그들은 칠레가 몹시 가난한 나라로 광물, 그중에서도 특히 구리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지만, 정착해서 성공할 수 있는 비옥한 땅도 많고, 어업에 종사할 수 있는 수천 킬로미터의 해안도 있고, 무수히 많은 숲과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달과 같은 북쪽 황무지부터 남쪽의 빙하까지 칠레의 자연은 경이로웠다. 칠레 사람들은 한순간에 모든 걸 무너뜨려 사망자와 이재민이 속출하는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가난에 길들여져 있었다. 하지만 망명자들에게는 자기네가 살아왔던 과거와 프랑코 권력하에 있는 스페인의 미래에 비하면 칠레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칠레 사람들은 그들이 많은 것을 받을 테니 보답할 준비나 하라고 했다. 칠레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가난하지만 인색하지 않고, 오히려 친절하고 너그러웠다. 칠레 사람들은 늘 두 팔 벌려 자기네 집을 열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나를 위해, 내일은 너를 위해." 그것이 슬로건이었다. - P180

쿠바 혁명에 영감을 받은 지지자 몇몇은 진정한 혁명을 이뤄 평화롭게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무기를 들고 싸워야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옌데에게 혁명은 견고한 칠레 민주주의에 넉넉히 들어맞았고, 그는 칠레의 헌법을 존중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나 한 손에 자기네 운명을 움켜쥘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고발하고 설명하고 제안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요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마지막까지 믿었다. 또한 그는 적들의 힘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공인일 때 아옌데는 약간 우쭐해하며 근엄하게 행동해 적들에게 건방지다는 트집도 잡혔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수수하고 농담도 잘하는 편이었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은 반드시 지켰다. 그로서는 배신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마지막에 가서는 그 자신을 잃게 되었다. - P316

빅토르는 임종이 임박한 마지막 순간의 로세르의 말을 듣는 것 같았다. 그때 그녀는 우리 인간은 모여 사는 생명체이고, 우리는 고독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기 위해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가 혼자 살면 안 된다며, 심지어 그를 위해 애인까지 정해 주며 집요하게 굴었다. 빅토르는 느닷없이 매체를 정감 있게 떠올렸다. 그에게 고양이를 선물하고 텃밭의 토마토와 허브를 가져다주는, 마음이 열린 옆집 사람, 뚱뚱한 요정들을 조각하는 꽤 자그마한 여자였다. 빅토르는 딸이 떠나자마자 오징어 먹물 파에야와 크레마 카탈라나 남은 것을 메체에게 가져다주기로 했다. 그것을 새로운 항해이며, 그렇게 그는 끝까지 갈 생각이었다.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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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3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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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 식구들이 얼마 전에 부여 당일치기 역사(?) 여행을 하고 왔잖니, 날씨가 너무 좋은 날 가서 좋은 추억 만들어 온 것 같구나. 부여는 백제의 수도 중에 하나로 가장 마지막 수도이면서 백제의 멸망을 함께 했던 곳이란다. 그곳에 우리가 여행을 가서, 다시 복원한 부여성도 가보고, 금동대향로도 보고, 정림사지 오층석탑에서 탑돌이도 하고, 궁남지라는 호수에서 달구경도 하고 멋진 야경도 보는 등 알찬 여행이었지. 아빠가 백제 역사에 대해 좀더 많이 알고 있었다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점이 좀 아쉬웠지.

그래서 여행 오자마자 책장 속에 잠자고 있던 <한 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을 찾아내어 읽었단다. 예전에 한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한 권으로 읽는 왕조실록> 시리즈 중에 하나야. 아빠는 고려 편, 조선 편을 읽었고, 신라 편, 백제 편, 고구려 편은 사두기만 안 읽었거든. 이번에 백제 편을 꺼내 읽었단다. 진작에 여행 가기 전에 읽고 갈걸, 아빠가 뒷북을 잘 치잖니.

책은 참 재미있었단다. 그리고 백제의 역사를 한반도에 국한 두지 않고, 중국 대륙에서도 번성했었다는 대륙백제로 해석한 부분도 신선했어. 우리 고대사의 역사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보니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들에 늘 논란이 있었어. 어떤 역사가들은 옛 기록들을 찾아내서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삼국이 모두 중국 대륙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어. 아빠도 오래 전에 그런 책들을 읽어보기도 했단다. 그들의 주장이 아무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니라서, 역사의 또 다른 해석일 수 있겠다고 아빠는 생각했어.

우리나라가 일제 36년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왜곡된 식민사관이 해방 후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는 아빠도 믿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이 책의 지은이 박영규 님도 백제의 역사를 한반도 국한하지 않고, 대륙과 일본에 진출한 역사로 보는 시각이라서 책을 읽는데 더욱 흥미를 주었단다. 너희들도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되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조금 다른 부분이 나올 수 있어. 어느 것이 옳다, 틀리다 단정 짓지 말고 역사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좋겠구나.


1.

어떤 한 시대의 역사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왕 같이 나라를 이끈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고, 어떤 예술품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백제의 왕 중심으로 주로 이야기를 했단다. 그래서 우리가 부여 당일치기 여행을 가서 본 정림사지 오층석탑이나 금동대향로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어.

백제는 총 31명의 왕이 있었단다. 조선시대 왕이 총 27명이었는데, 그보다 많구나. 백제를 세운 사람은 너희들도 잘 알다시피 온조왕이란다. 그 온조왕의 아버지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었고그런데 친아들이 아니고 양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구나. 주몽이 소서노와 결혼을 하였는데, 그 때 이미 소서노는 사별한 전 남편 사이에 낳은 아이들이 있었대. 그 아이들이 바로 비류와 온조였어. 그래서 주몽은 친자인 유리를 태자로 삼은 것이고 말이야.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소서노는 아들들을 데리고 고구려를 떠나 하남으로 가서 정착했다고 역사서에 써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 하남을 한강 이남이라고 해석을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중국의 옛 역사서에서 이야기하는 하남은 중국 황하강 남쪽이라고 했대. 그 지역이 대방이었어. 그러니까 고구려를 떠난 소서노 일행이 정착한 곳은 중국 황하 남쪽 대방이라는 곳이야. 비류가 형이니까 아무래도 대방에서 지휘자 역할은 비류가 했고, 온조에게 명을 내려 바다 건너 땅을 알아보라고 해서, 온조가 미추홀에 오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미추홀도 오늘날 어느 지역인지 정확한지 모르지만, 인천지역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온조는 미추홀을 거쳐 지금의 한강 아래 지역인 오늘날 하남에 정착을 하게 되었단다.

한편 비류와 소서노가 머무르고 있던 대방 지역에 낙랑군이 침략해 들어와서 그곳을 떠나 미추홀로 오게 되었어. 온조는 이미 한반도 땅에서 자신이 정착을 했기 때문에 형인 비류가 오는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했어. 그러자 소서노가 격분하여 직접 군사를 이끌고 온조에게 쳐들어갔는데, 온조에게 패하고 전사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아들과 엄마가 전투를 하고 엄마가 전사되었다? 온조가 왕이 되었겠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은데

온조는 한강 이남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였단다. 온조의 뒤를 이어 2대 기루왕 3대 다루왕이 각각 50년 이상씩 통치를 하면서 백제라는 나라의 모습을 만들어갔어. 7대 사반왕이 며칠 만에 왕에 물러났는데, 이것으로 왕위 찬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 그렇게 왕위에 오른 이가 8대 고이왕인데, 고이왕은 52년간 왕위에 머무르면서, 대륙 진출을 하여 요동 반도와 요서 지역을 점령을 하였대. 옛 백제 땅을 다시 차지하려고 말이야. 그렇게 고이왕은 앞서 이야기했던 대륙 백제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구나. 9대 착계왕 10대 분서왕은 아예 대륙에 머물면서 통치를 했대. 그리고 낙랑군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는구나. 착계왕은 낙랑군과 전투 중에 전사하고, 분서왕은 자객에 의해 죽고 말았지만 말이야.

11대 비류왕, 12대 계왕을 거쳐 13대 근초고왕이 왕이 되었단다. 근초고왕은 백제의 전성기를 연 왕으로 너희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백제의 가장 대표적인 왕이란다. 346년부터 375년까지 29 2개월 왕위에 있었어. 그런데 교과서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근초고왕은 집권 29년 중에 20년을 대륙에 머물면서, 대륙백제의 안정에 힘썼다고 하는구나. 양자강과 요동지역을 진출하였대. 그런데 이 20년의 기록이 삼국사기에는 적혀 있지 않고, 중국 역사서에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는구나. 삼국사기라는 것이 승자의 역사 기록이다 보니, 백제의 기록을 작게 왜곡하거나 누락되어 있는 것이 많이 있다는구나. 아무튼 근초고왕은 대륙에서 기반을 쌓아 북쪽으로는 고구려와 대치하였대. 역사 기록에 평양성까지 공격을 했다고 하는데, 이 평양성도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평양성이 아니라 중국 요령성 주변이라고 추정을 하는구나. 그러니까 고구려와 백제의 전투는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 대륙에서 이루어진 거라는 거야. 이 전투에서 고구려 고국원왕이 화살에 맞아 사망하게 된단다. 근초고왕 때는 대륙에서 기반을 닦은 것뿐만 아니라, 왜에도 문물을 전달했다고 해. 그렇게 근초고왕은 백제라는 나라의 영토를 넓히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단다.


2.

근초고왕의 뒤를 이은 14대 근구수왕은 근초고왕의 아들로 근구수왕은 태자시절부터 평양성 공격에 참여를 했고, 왕위에 오른 후에도 평양성 공격을 했는데, 전염병과 흉년이 들면서 내부 분열로 평양성 공격이 중단되었단다. 15대 침류왕은 짧은 치세라서 큰 업적은 없었는데, 인도로부터 불교가 전래되었다고 한다. 16대 진사왕과 17대 아신왕은 서로 대립했었는데, 진사왕은 아신왕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하는구나. 아신왕은 침류왕의 맏아들로 유능했지만, 그의 적군이 고구려 광개토왕이었다는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었지. 아신왕은 고구려 광개토왕과 전투에서 패배하고 항복을 했어. 후에 왜, 가야와 연합하여 복수를 꿈꾸었단다. 당시 고구려는 신라와 연합하여 대응했어, 백제, 가야, 왜 진영과 고구려, 신라 진영의 대규모 전쟁이 있었고, 아신왕은 광개토왕의 기세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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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아신왕과 광개토왕은 둘 다 391년에 정권을 장악하고 392년에 왕위에 올랐다. 당시 광개토왕은 18, 아신왕은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모두 혈기 왕성한 때였다. 이들은 젊은 혈기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의 패자를 자처했고, 그것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 선제 공격을 가한 쪽은 광개토왕이었다. 고국원왕의 전사 이후 소수림왕과 고국양왕은 줄기차게 복수전을 꾀하였으나 번번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젊고 용맹한 광개토왕이 즉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광개토왕은 백제가 왕위 계승 문제로 내분을 겪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륙백제의 북쪽 요충지인 관미성과 주변 10개 성을 공략하여 얻음으로써 먼저 승기를 잡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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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아신왕이 급사로 죽고 나서 왕위 계승 다툼이 일어났는데, 왜에서 돌아온 태자 영이 왕위에 오르는데 18대 전지왕이란다. 왕위에 오르기 전에 친족간 왕위를 두고 혈전을 벌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올랐대. 집권 중에 이웃 나라와 화친을 유지하는데 노력을 했대. 18대 전지왕의 장남인 19대 구이신왕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고, 당시 팔수 태후라는 사람이 왕권 행세를 했는데 구이신왕은 7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재위했단다. 그래서 20대 비유왕이 반정으로 왕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 더욱이 비유왕은 18대 전지왕의 서자라고 하는구나.

20대 비유왕은 27 9개월 동안 왕위에 있었어. 신라 눌지왕에 화친을 제의하여 성사되었고, 신라와 화친하며 고구려 남하 정책에 대응을 했단다. 그런데 비유왕도 급사했다고 하는구나. 반란군에 의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어. 비유왕이 죽고 21대 개로왕이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개로왕의 동생이자 비유왕의 삼남 곤지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개로왕이 왕자 신분일 때 곤지에서 명령을 내려 일본으로 가라고 했어. 자신이 입지가 약해져서 왜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이지. 그런데 곤지는 자신의 신분 보장을 위해 개로왕의 부인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어. 개로왕은 이를 허락하고 함께 일본을 갔는데, 당시 개로왕의 부인은 임신을 하고 있었고, 일본으로 가는 도중 각라도라는 섬에서 아이를 낳게 되어 개로왕의 부인은 아이와 함께 다시 백제로 돌아오고, 곤지만 일본에 가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때 각라도에서 낳은 아이가 나중에 왕위에 오르게 되는 무령왕이란다. 아무튼 곤지는 일본에 가서 왜 천황을 보필하여 왜 조정에서도 일했는데, 개로왕이 죽고 나서 백제로 돌아왔으나 해구라는 사람에게 살해되었다고 하는구나. 곤지의 이야기는 예전에 아빠가 재미있게 읽은 최인호 님의 소설 < 4의 제국>에도 나오는데, 이 책은 나중에 너희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구나. 정말 재미있거든.

아무튼 21대 개로왕은 455년부터 475년까지 20년간 재위하는데 반란군을 진압하느라 10년동안 분쟁에 휩싸였었대. 고구려 장수왕이 보낸 생간(간첩, 스파이) 도림에게 속아서 전쟁에도 지고, 고구려군에게 참수 당했다고 하는구나.


3.

22대 문주왕은 고구려의 남진 때문에 수도를 웅진(공주)로 옮겼어. 당시 해씨 해구라는 사람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곤지가 해구와 맞서다 죽고, 문주왕도 해구에게 살해당했다고 하는구나. 문주왕의 아들 삼근왕이 15살에 왕위에 올랐는데, 이때 진씨 진남의 혁명군이 해구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대. 삼근왕의 짧은 치세 다음에는 14대 동성왕이 왕이 되었어. 동성왕은  왜에 있다가 왕으로 추대 받고 와서 왕이 되었는데, 20년간 재위했대. 처음에는 대륙백제의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북위와 두 차례 전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사치와 향락에 빠져 왕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그에 원한을 품은 신하에 의해 죽음을 당했대.

다음 25대왕이 앞서 이야기했던 개로왕의 아들이자, 곤지의 양자인 무령왕이 왕위에 오르게 된단다. 왕위에 오른 뒤 대국화를 위해 노력을 했대. 한수 이북 영토를 안정화시키고, 섭라 지역과 임나 지역을 차지했단다. 임나에 대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할게. 고대사의 논란이 되는 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임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참고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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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257)

하지만 일본 사학계의 주장처럼 임나가 일본에 의해 지배된 것은 아니었다. 임나엔 백제, 가야, 왜의 군대가 모두 주둔하고 있었고, 백제와 왜는 대사관 격인 객관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서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임나의 땅 주인은 가야이다. 가야는 6개의 분국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였고, 백제와 왜에 비해 국력이 쇠약했다. 그래서 가야는 왜와 백제 양국과 동맹을 맺고, 임나 지역을 자유무역 도시로 내놓고 공동 관리를 한 것이다. 덕분에 임나는 당시 최대의 국제무역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왜와 백제는 물론이고 고구려와 중국의 제국들도 임나에서 거래되는 물품을 사갔을 정도였다. 고구려가 섭라에서 사서 중국에 팔던 옥도 역시 임나에서 거래되던 것이었다. 현재 한반도 내에서 옥 생산지가 어디였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옥은 아마도 임나 지역에서 대거 생산되었던 듯하다. 임나는 그 옥을 기반으로 경제권을 형성하고, 국제적인 무역 도시로 성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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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은 아들 시아를 일본에 파견하는 등 일본 정치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26대 성왕은 31 2개월간 재위를 하면서, 대륙백제 확대 의지를 보였어. 그래서 고구려를 계속 공격했는데, 계속 패배하면서 오히려 국력이 쇠퇴되었단다. 결국 수도를 다시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기고 국토도 남부여로 바꾸면서 재정비를 했대. 그러니까 우리가 얼마 전에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온 부여는 성왕 때부터 백제의 수도였던 거야. 20대 비유왕 때 맺어진 신라와 화친이 계속 이어져왔는데 이때 신라가 백제를 배신하고 고구려와 손을 잡고 백제를 공격했단다. 성왕은 관산성 전투에 참여했다가 전사하고 말았단다.

성왕에 이어 27대 위덕왕이 왕위에 오르고 44 5개월 동안 재위했어. 위덕왕은 성왕의 장남으로 관산성 전투에 참여했었어. 그래서 성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대. 이때도 계속 고구려와 신라의 공격을 받았고, 위덕왕은 왜와 가야에 도움을 요청했어. 28대는 위덕왕을 보필하던 위덕왕의 동생 혜왕이 조카를 제거하고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당시 혜왕의 나이가 칠십도 넘었다고 하는데, 권력에 대한 욕심은 나이에 상관이 없구나. 28대 혜왕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재위했고, 29대 법왕은 혜왕의 맏아들로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재위했지만, 불교를 장려하고 왕흥사라는 절을 짓기 시작했대.

법왕 다음은 위덕왕의 서자였던 무왕이 왕위에 올랐는데, 무왕은 서동요로 유명한 바로 그 사람이란다. 서동이라는 뜻은 마를 캐는 아이라는 뜻인데, 왕위에 오르기 전에 마를 캐는 생활을 하다가 신하의 추대로 왕위에 오르게 되었단다. 서동요는 백제의 무왕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이것은 삼국유사에만 나오는 이야기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하는구나. 서동요에서 등장하는 공주는 백제의 29대 법왕의 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구나. 30대 무왕은 40 10개월간 재위하면서, 안정화를 찾고 영토 수복에 노력을 했어. 신라를 공격하여 옛땅을 되찾기도 했지만, 신라는 당에 도움을 요청했어. 그래서 백제도 당의 의중을 살펴서 공격에 소극적이기도 했어. 말년기에는 풍류와 불교에 빠지기도 했대. 그리고 법왕 때 짓기 시작한 왕흥사를 이때 창건되었다고 하는구나.

백제의 마지막 31대 왕은 의자왕이야. 백제의 마지막 왕이고,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에도 나와서 너희들도 아는 왕이잖니. 의자왕은 무왕의 맏아들로 처음 즉위했을 때는 신라를 공격하여 성을 함락시키는 등 성과를 냈어. 위기에 빠진 신라는 고구려에 화친을 요청했다가 거절 당하고 당에 구원을 요청했어. 당이 개입하면서 의자왕은 전쟁은 멈추었지만, 당의 지원을 받은 신라가 공격해 왔지.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공격해 왔고 초반에는 백제가 우세해서 승리를 거두었단다. 하지만 의자왕이 자만에 빠지고 향락에 빠지면서 국정을 소홀히 하게 되었어. 나름 왕 노릇 잘 하던 의자왕이 왜 그런 생활을 했을까? 궁금하구나. 의자의 그런 추태를 보다 못한 성충이라는 신하가 충언을 했지만, 오히려 성충을 감옥에 보냈다고 하는구나.

소정방이 이끄는 당나라 군대와 신라군의 공격이 이어졌고, 계백 장군이 마지막까지 버텼지만 결국 방어에 실패하고 말았단다. 의자왕은 사비성을 버리고 후퇴하여 웅진성으로 피신했지만 결국 항복하고 당으로 압송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백제는 70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역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때는 660년이었어. 참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우리가 여행했던 부여에서 본 정림사지 오층석탑. 그 탑의 1층의 4개 면에는 어떤 글씨가 잔뜩 써 있다고 했어. 실제로 보면 오래되었지만 한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단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무찌르고 자신의 승전 내용을 파 넣은 것이라고 하더구나. , 아픈 역사의 내용이 천 년이 넘어도 지워지지 않고 그곳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었어.

백제의 역사를 읽긴 했는데, 그 기억이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겠구나. 그래서 나중에라도 다시 보려고 좀 자세히 적다 보니 길이 엄청 길어졌구나. 아빠의 이번 편지를 다 읽었다면 고생깨나 했겠구나.^^ <한 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 괜찮았단다. <한 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한 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도 함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삼국사기>는 백제를 건국한 비류와 온조의 출생에 대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견해를 전하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이렇듯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왕조가 몰락한 뒤에도 무려 3년 동안이나 이어진 백제부흥운동은 백제인들의 무서운 저력을 보여준 사건으로 678년 동안 타오르다 한 줌의 재로 사그라진 백제 왕조에 대한 진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백제라는 나라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백제가 대륙에 영토를 개척한 서진 이후부터였다. 그 전까지 중국에선 한반도 중부 이남을 삼한의 땅으로 인식했고, 때문에 백제가 대륙에 진출하기 전에는 삼한의 맹주인 마한과 마한의 중심국인 목지국에 의해 그 땅이 다스려지고 있다고 믿었다. 말하자면 백제가 처음 대륙에 진출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백제를 마한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송서>와 <남제서>, <위서>, <주서>에 백제 편은 있으나 신라 편은 없는 것도 당시에 중국은 신라를 진한의 한 소국으로 인식한 반면, 백제는 대륙에 진출한 비교적 큰 나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남사>에서는 신라의 위치를 ‘백제의 동남쪽 5천여 리에 있다’고 쓰고 있는데, 이는 백제의 대륙 영토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다. 5천 리라는 개념은 백제를 대륙에 설정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수치인 까닭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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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6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2-15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2-12-16 18:3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어느덧 일년이 또 휘리릭 가버렸네요...
서니데이 님도 더불어 축하드립니다~~
주말에 무서운 동장군이 오신다고 하는데,
따뜻한 곳에서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23-01-07 22:3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토요일 하루도 그냥 휙 가버렸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은 주말인데, 미세먼지 주의하시면서 즐거운 휴일 되세요~~

thkang1001 2023-01-07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3-01-07 22:35   좋아요 1 | URL
thkang1001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3년 새해 첫 주말 잘 보내고 계신지요?
thkang1001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thkang1001 2023-01-08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오일러 패러독스 - 수학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정공식 e^iπ=-1
김상미 지음 / 궁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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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오일러 등식, 아빠도 인정한단다. 오일러 등식은 e + 1 = 0 이라는 식이란다. 자연상수 e는 나중에 고등학교 때 배울 텐데, 그 값이 2.7183… 으로 시작하는 무리수이고, i는 허수이고, π는 너희들도 아는 원주율.. 이것도 3.1415로 시작하는 무리수이고그런데, 이것들을 위와 같이 잘 조합한 다음에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숫자인 1을 더하면 0이 된다는 것이 정말 너무 신기하구나.

그런데 이런 식은 오일러라는 유명한 수학자가 발견했단다. 관계가 없는 숫자들의 조합에 더하기 1을 하면 0이 되다니. 누군가 프로그램하지 않고는 믿기지 않는구나. 정말 이 세상은 누군가 프로그램으로 만든 세상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구나.

….

아빠가 이번에 읽은 <오일러 패러독스>란 책도 책 제목에 오일러가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어 읽게 된 책이란다. 책 뒷표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읽는 수학소설로 태어났다고 적혀 있었단다. 지은이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단지 책제목에 오일러가 적혀 있어서 읽게 된 <오일러 패러독스>. 책이 얇아서 책 이야기는 간단히 할 수 있겠구나.


1.

고등학교 수학교사 I. 이름이 I인 것을 보니, 오일러 등식에 나오는 허수 i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이니셜을 표기한 것일까? I는 어느날 선배 쿤이 찾아왔는데, 써메이션이 사라졌다고 했어. 이름이 써메이션. 써메이션은 수학에서 합을 나타내는 기호의 영어 이름이기도 하단다. 써메이션은 I의 친구이기도 해.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I가 써메이션의 집을 찾아가 보니, 정말 깔끔하게 정리하고 어디론가 떠난 것 같았어. 써메이션의 집에서 I는 아브기와 찍은 사진을 보고 아브기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했단다. I, 써메이션, 아브기 모두 학창 시절 친구였단다. I는 써메이션을 찾기 위해 옛 친구들에게 하나 둘 연락을 해보았어. 매트, 티몬, 아크만, 아브기, 하울그들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때 써메이션과 함께 했던 친구들이란다. 친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하울 같은 경우는 써메이션과 사이가 좋질 않았어. 사실 그것은 오해로 생긴 일인데, 하울이 잘못 알고 있었어. 고등학교 때 하울에게 폐를 끼치게 한 것은 써메이션이 아니라 마크라는 친구였어. 하울은 뒤늦게 알고 써메이션을 찾게 되면 사과하겠다고 마음먹었지.

혹시 몰라서 I는 마크라는 친구에게 연락했는데, 마크는 최근까지 써메이션과 함께 연구를 했었다는 거야.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데 말이야. 둘은 커넥톰 지도를 연구하고 있었대. 커넥톰 지도란 뇌 속에 있는 신경 세포들의 연결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뇌지도라고 하는구나. DNA 지도만큼 그것이 완성되면 엄청난 성과래. 그런데 그간 업적을 발표하는 학회를 앞두고 써메이션은 모든 자료를 가지고 사라졌다고 했어. , 사실은 써메이션이 고등학교 때 자신에게 뒤집어 씌운 것에 대한 복수였단다. 아무튼, 마크도 써메이션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어.

친구들은 써메이션을 찾으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옛추억도 떠올랐어. 써메이션이 주도하여 밤에 몰래 모임을 갖기도 했지. 친구들이 모두 소위 범생들이었어. 써메이션은 친구들을 모아 놓고, 오일러 등식에 대한 증명을 해 보이기도 했단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밤에 몰래 만나서 오일러 등식을 증명하다니. , 현실성이 약간

암튼, 친구들은 옛 추억을 소환하면서도 써메이션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단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들은 써메이션의 초대장을 받게 된단다. 마치 고등학교 때 밤에 몰래 만나자고 보낸 초대장처럼 말이야. 그런데 만나는 장소를 문제로 내서, 친구들은 그 문제를 풀어야만 했어. 친구들이 범생이라고 했지? 다들 그 문제를 풀어 써메이션의 초대장에 암시하는 장소로 갔는데 그곳은 어떤 창고였고, 그곳에는 써메이션은 없고, 써메이션의 일기가 있었어. 그 일기에는 써메이션의 비밀이 적혀 있었단다.

써메이션은 치매를 앓고 있다고 했어. 치매는 원래 나이 드신 분들이 걸리는 병이지만, 아주 간혹 젊은 사람에게도 걸릴 수 있다고 하더구나. 친구들은 결국 써메이션이 머물고 있는 병원을 찾았지만, 써메이션은 이미 병세가 악화되어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오일러 등식을 추억으로 가지고 있는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너희들도 나중에 좀더 커서 읽어보렴.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 오일러 등식, 친구들의 우정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으니까.


PS:

책의 첫 문장: 국립뇌과학연구소의 컨퍼런스룸 앞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책의 끝 문장: I와 하울은 미처 말이 되지 못한 수많은 감정을 누른 채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우동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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