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 1 - 노희경 원작 소설
이성숙.노을 소설구성, 노희경 원작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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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에 재미있다고 소문난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단다. 아빠는 안 본 드라마인데 찾아보니 16부작이라서, 그 드라마를 보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구나. 그렇게 알게 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이 같은 소설을 보았단다. , 이게 원작 소설이 있는 드라마였나? 싶어 책 소개를 읽어봤더니 그건 아니고 드라마가 먼저고, 드라마 시나리오를 소설로 재구성해서 책으로 낸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는 유명한 노희경 님이고, 소설로 재구성한 분, 아니 분들은 이성숙 님과 노을 님이라는 분들이란다.

소설은 두 권이니까 드라마 16부작을 다 보는 것보다는 시간이 적게 걸리겠네. 이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단다.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을 확인해 보고, 소설을 읽을 때 소설 속 인물들과 배우들을 머릿속에서 매칭하면서 읽었더니, 머릿속에서 각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이 떠오르더구나. 대화하는 부분은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했어. 원래 드라마와 시나리오가 어땠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소설로도 잘 구성되어 있었단다. 원작이 소설이었다고 해도 될 만큼 자연스러웠단다. 예상했던 것처럼 책장도 금방금방 넘어갔고 말이야. 소설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1.

이 소설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들을 엉키지 않게 잘 소개해야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구나. 천천히 소개해볼게. 주인공 박완. 작가와 번역일을 하고 있어. 3년 전까지 슬로베니아에서 여인 서연하와 함께 있었는데, 서연하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장애인이 된 이후에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단다. 애인이 사고 당하고 장애인이 되었다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온 것을 보면 참 못된 사람인 것 같지만, 엄마가 장애인하고는 절대 결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한국에 온 것 같았어. 하지만 여전히 서연하와 연락을 주고 받고 지내고 있단다. 서연하도 박완을 잊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이 장애인이라서 박완을 사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한편, 박완은 힘들 때 의지하려고 만나는 남자가 있으니, 대학 때 잠깐 사귀었던 한동진이라는 선배란다. 그런데 한동진이라는 사람이 아내와 아이들은 외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라는 것.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막장 드라마인가 싶은데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이들이 아니란다. 소설의 첫 문장에 나와 있듯이 주인공들은 박완의 엄마와 그의 친구들, 선후배들이란다.

...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의 주인공들을 소개할게.

장난희. 박완의 엄마. 인기 좋은 중국집을 운영하고 남편은 이미 세상을 등진 과부였어. 남편이 죽었지만 여전히 30년 전 남편이 바람 핀 일로 남편을 흉보며, 그 어떤 일보다 바람 피는 일이 가장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오쌍분. 박완의 외할머니이자 장난희의 엄마. 네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치매인 남편, 장애인인 아들을 보살피고 있단다.

희자 이모. 난희의 선배. 얼마 전 남편 잃고 혼자 살고 있음. 아들만 셋이 있는데 그 중에 막내 민호가 가끔 보살펴주러 옴.

정아 이모. 역시 난희의 선배이자 희자 이모의 절친. 남편인 석균 아저씨와 세계일주 가는 것을 평생 꿈으로 안고 사는 사람.

충남 이모. 난희의 친구. 평생 솔로로 지냄.

영원 이모. 난희의 친구. 난희 남편이 바람 피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 해서 난희가 아직도 싫어함. 다행히 나중에 오해를 풀게 된단다. 영원 이모는 유명한 배우이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고 지금은 혼자 지내고 암까지 걸렸음.

, 대충 등장인물들을 다 소개한 것 같구나.


2.

이런 등장인물들이 나오니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재미있겠니. 이 드라마, 아니 소설은 노년층을 주인공을 삼았다는 데 다른 드라마들과 다른 것 같았어. 그들도 여전히 사랑도 하고, 우정은 더 깊고, 삶을 대하는 방식도 진지하면서 즐길 줄 아는 그런 분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그런 어르신들 사이에서 박완은 그들을 뒤치다꺼리를 하기도 하면서 불만을 쏟아내지만 그들의 일이라면 가장 먼저 앞장서고, 또 그들로부터 위안도 받고 조언도 받고 알게 모르게 삶을 배우기도 했단다.

그들 사이에는 보이는 않지만 따뜻함이 가득 느껴졌단다. 그들 사이에 우정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랑도 있었단다. 어렸을 때 희자 이모를 짝사랑했던 이성재 아저씨라는 사람이 있었어. 변호사이면서 겸손하고 멋진 분으로 나오는데, 아내를 잃고 혼자된 다음 희자 이모에게 데이트를 신청을 했단다. 그런데 충남 이모가 어렸을 때부터 성재 아저씨를 좋아했어. 삼각관계라면 삼각관계였지. 그런데 희자 이모에게 충남 이모가 더 중요했어. 그래서 데이트 신청하는 성재 아저씨를 외면하고 그랬어. 충남 이모도 성재 아저씨와 희자 이모의 관계를 알게 되고 쿨하게 양보를 하려고 했어. 그들의 귀여운(?) 삼각관계에서 애틋함이 느껴지는구나.

….

이 소설에서 가장 꼴불견인 캐릭터는 정아 이모의 남편인 석균 아저씨란다. 아내를 하인 부리듯 하고 여자를 무시하고 고집불통인 사람이었어. 정아 이모와 석균 아저씨에는 딸이 셋이 있는데, 첫째 딸은 입양한 딸이었어. 오래 전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 입양을 했는데 그 이후 딸들을 낳게 된 거지. 다행히 대학 교수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었어. 아니, 잘 살고 있는 줄 알았지. 그런데 첫째 딸 순영이 남편한테 오랫동안 구타당하고 있었던 거야. 정원 이모가 이 사실을 먼저 알게 되고 정아 이모에게 이야기하고 순영은 이혼을 하고 미국으로 가기로 했단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석균 아저씨는 변호사인 성재 아저씨를 데리고 순영의 남편을 찾아가 기질을 발휘하여 5억을 뜯어내어 딸 순영에게 보내주었단다. 그 일을 하고 얼마나 자신을 뿌듯해 하는지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내한테는 못된 남편이었지. 약속했던 세계일주도 안 가겠다고 했어. 결국 정아 이모는 남편과 따로 살겠다면서 집을 알아보러 다녔어. 정아 이모의 결정을 지지한 친구들이 같이 집을 알아보러 다녔단다.

….

박완은 엄마 난희와 사이가 좋았다 안 좋았다 했어. 박완 나이 정도 되었으면 엄마와 싸우는 것은 좀 줄어들 만 할 텐데, 여전히 소리 지르면서 엄마와 싸우고 자존심 긁는 소리도 하더구나. 어느 날은 말다툼하다가 30년 넘게 비밀로 간직했던 말까지 꺼냈어. 30년 전 왜 자신을 농약 먹여 죽이려 했냐고 물어봤어. 그 말에 난희는 충격을 받았지. 박완이 어렸기 때문에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사실 앞서 이야기한 남편의 불륜 때문에 딸과 동반자살하려고 했던 거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딸을 다시 살려냈지만 말이야. 그렇게 딸과 엄마는 숨겨둔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어 갈등의 최고조에 다다르게 된단다.

대충 1권의 중요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했는데, 그 밖에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단다. 어르신들의 생활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그런 소설인 것 같았어. 부모님들께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전화를 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로구나.

오늘은 이상 1권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2권의 이야기는 조만간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오늘 그날의 엄마 그림자를 그녀 앞에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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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음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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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혜석.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신여성이자 화가이자 독립 운동가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방구석 미술관 2>라는 책에서 좀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혜석이라는 분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책을 알아보던 중 아빠가 예전에 사두었던 책 한 권을 책장에서 발견하였는데, 그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라는 책이란다.

앞서 이야기한 <방구석 미술관 2>를 비롯하여 여러 책에서 단편적으로 만났던 나혜석.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나혜석 님이 직접 쓰신 글들을 통해서 좀더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구나. 그리고 그렇게 글을 시원시원하게 쓰셨을 거라 생각 못했는데, 그의 사라진 글들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구나. 이 책을 엮은 장영은 님이 쓰신 서문에 따르면 나혜석은 이혼 후에도 많은 글들을 쓰셨다고 하는구나. 아무래도 이혼이라는 경력 때문인지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 글들은 한국전쟁이 나면서 없어졌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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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나혜석의 조카 나영균의 회고에 따르면, 나혜석은 이혼 이후의 수기를 어느 잡지에 연재할 생각으로 계속 글을 썼다. 다만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었다. 원고를 쌓은 높이가 적어도 50센티미터는되었지만, “원고더미가 다락에 쌓여만 있다가 6.25 전쟁이 나면서 난리 통에 모두 없어지고 말았다.” 그녀 자신도 새로운 글을 발표하는 것만이 사회적 재기의 방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가능성은 차단되었고, 그녀는 조금씩 세상에서 잊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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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라진 나혜석 님의 글들을 읽지 못함이 아쉽구나. 그런데 위의 글을 보면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싶구나. 위의 글을 보면 난리 통에 없어졌다고 했지, 불 같은 것에 완전 소멸되었다는 표현은 아니구나. 그러니까 혹시 누군가 그것을 가져가서 보관하고 있다가 그 후손들이 보관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단다. 어느날 그 글들이 짜잔, 공개되는 상상을 해보았단다.


1.

이 책에는 나혜석 님이 쓰신 열일곱 편의 글들이 실려 있단다. 그 유명한 <이혼 고백장>을 비롯하여 단편 소설들, 에세이들, 평론들이 실려 있었단다. 나혜석 님이 소설도 썼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나혜석 님이 살아온 길은 <방구석 미술관 2>를 읽고 쓴 독서편지에서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을 생략할게. 아빠도 기억이 잘 안 나서 그 내용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너희들도 혹시 기억이 잘 안 난다면, <방구석 미술관 2> 독서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보렴.

나혜석 님의 소설 중이 <경희>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 소설은 주인공 이름이 경희라고 되어 있지만, 나혜석 님의 경험과 거의 유사한 자전적 소설이란다. 일본 유학을 갔다가 방학 때 집에 왔는데,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 어르신들이 공부는 이제 그만 하고 결혼하라는 소리에 질려버린 주인공 경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항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유학을 다녀왔지만, 여전에 부모님께 예의 바르고, 하인들에게 친구처럼 잘 대해주고, 잘난 척 하지 않으면서 지냈단다. 단 하나 지금 당장 결혼할 생각, 그것도 부모님이 짝지어주는 사람과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야. 학교도 아직 다 안 끝났으니 마저 공부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계속되는 아버지의 성화에 경희는 당차게 자신의 이야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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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버지가 계집애라는 것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시부모 섬기고 남편을 공경하면 그만이니라.” 하실 때에 그것은 옛날 말이에요. 지금은 계집애도 사람이라 해요, 사람인 이상에는 못할 것이 없다고 해요, 사내와 같이 돈도 벌 수 있고, 사내와 같이 벼슬도 할 수 있어요. 사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는 세상이에요.” 하던 생각을 하며, 아버지가 담뱃대를 드시고 뭐 어쩌고 어째, 네까짓 계집애가 하긴 무얼 해. 일본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아니 하고 귀한 돈 없애고 그까짓 엉뚱한 소리만 배워가지고 왔어?” 하시던 무서운 눈을 생각하며 몸을 흠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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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는 한 때 사랑 없이 결혼한 여자들을 불쌍히 여기기만 했는데, 그들을 경외심으로 바라보기도 했단다. 그래서 살짝 갈등을 하기도 했단다. 부모님의 뜻대로 결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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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2)

경희는 이제까지 비녀 쪽 찐 부인들을 보면 매우 불쌍히 생각하였다. ‘저것이 무엇을 알고 저렇게 어른이 되었나. 남편에게 대한 사랑도 모르고 기계같이 본능적으로 저렇게 금수와 같이 살아가는구나. 자식을 귀애하는 것은 밥이나 많이 먹이고 고기나 많이 먹일 줄만 알았지 좋은 학문을 가르칠 줄은 모르는구나. 저것도 사람인가.’ 하는 교만한 눈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웬일인지 오늘은 그 부인네들이 모두 장하게 보인다. 설거지하는 시월이 머리에도 비녀가 꽂힌 것이 저보다 훨씬 나은 것도 같이 보인다. 담 사이로 농민의 자식들의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저보다 훨씬 나은 딴 세상 같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저는 저 같은 어른이 될 수 없을 것 같고, 제 몸으로는 저와 같은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저와 같이 이렇게 가기 어려운 시집을 어쩌면 그렇게들 많이 갔고, 저와 같이 이렇게 어렵게 자식의 교육을 이리저리 궁구하는 것을 저렇게 쉽게 잘들 살아가누.’ 생각을 한즉,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부인들은 자기보다 몇십 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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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이라는 짧은 소설도 나혜석 님의 경험에서 나온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공부를 할 만큼 한 딸이 결혼할 생각은 없고, 어머니는 진작에 혼수자리를 봐두었고, 이로 인해 둘 간의 갈등을 그린 짧은 소설이란다. 딸은 어머니가 엄청 신뢰하는 김선생에게 부탁을 해서, 딸이 더 공부를 할 수 있게 중재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이었단다. 나혜석도 실제로 그렇게 여주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했단다. 여주에서 선생님으로 지낸 경험담도 이 책에 실려 있단다.

<독신 여성의 정조론>이란 글은 여성도 독신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실제 독신으로 살고 있는 여성의 시각으로 글을 그렸고, <부처(夫妻)간의 문답>이란 글은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처가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남편과 나눈 대화를 희곡 형식으로 실었단다. 그러면서 조선 남자들은 생각과 행동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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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126)

다른 나라 남자들은 그러할지 모르거니와 굴레를 벗지 못하는 조선 남자들에게 진보가 있으면 몇 푼어치가 있겠소? 그중에도 되지 못한 것일수록 제 앞 하나 꾸리지 못하는 것이 언필칭(말을 할 때마다 이르기를) 여자가 어머니 어떠니 하는 것을 보면 참 아니꼬와. 3년 전에 먹은 오례송편이 다 나올 듯하지. 실상 학식 있고 인격 있는 남자들이야 다 자기 앞을 꾸려 가려기에 어느 여가에 여자 타령할 여유가 있답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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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신을 쫓아다니던 김우영과 결혼한 나혜석은 아이도 낳게 되었단다. 화가이면서 사회활동을 하는 나혜석은 자신이 엄마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단다. 첫 번째 아이를 임신한 세상 모든 초보 엄마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구나. 그런데 당시 다른 초보 엄마들과 달리 나혜석은 그런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했다는 것이야. 힘들어도 숨기고 남들 하는 대로 그대로 하는 그런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솔직히 표현할 줄 아는 멋진 신여성이었던 거야.

아래 글을 읽어보면 엄마 노릇에 대한 고민과 아이 때문에 자신의 발전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고민의 글들이 너무 솔직하구나. 당시 여자로써 아이가 자기의 발전에 방해가 될 것 같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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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나는 분만기에 닥쳐올수록 이러한 생각이 났다. ‘내가 사람의 가 될 자격이 있을까? 그러나 있기에 자식이 생기는 것이지.’하며 아무리 이리저리 있을 듯한 것을 끌어 보니 생리상 구조의 자격 외에는 겸사가 아니라 정신상으로는 아무 자격이 없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성품이 조급하여 조금조금씩 자라 가는 것을 기다릴 수 없을 듯도 싶고, 과민한 신경이 늘 고독한 것을 찾기 때문에 무시로 빽빽 우는 소리를 참을 만한 인내성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무지몰각하니 무엇으로 그 아이에게 숨어 있는 천분과 재능을 틀림없이 열어 인도할 수 있으며, 또 만일 먹여 주는 남편에게 불행이 있다 하면 나와 그의 두 몸의 생명을 어찌 보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의 그림은 점점 불충실해지고 독서는 시간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내 자신을 교양하여 사람답고 여성답게, 그리고 개성적으로 살 만한 내용을 준비하려면 썩 침착한 사색과 공부와 실행을 위한 허다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자식이 생기고 보면 그러한 여유는 도저히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 아무리 생각하여도 내게는 군일 같았고, 내 개인적 발전상에는 큰 방해물이 생긴 것 같았다. 이해와 자유의 행복된 생활을 두 사람 사이에 하게 되고, 다시 얻을 수 없는 사랑의 창조요 구체화요 해답인 줄 알면서도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행복과 환락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어찌나 슬펐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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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아이를 만나기 전 이야기이고, 아이를 만나면 모든 것은 아이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엄마 아닐까 싶구나. 나혜석도 마찬가지였어. 아이가 태어나서 뭘 안다고 젖꼭지를 물려고 할 때, 이젠 너 다 가지라고 하는 나혜석 님의 글에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엄마로써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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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그리하여 저 소유자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으레 제 물건 찾듯 이 불문곡직하고 찾는구나. 나는 웃음이 나왔다. “세상 일이 이다지 허황된다……” 하고. 그리고 에라 가져가거라.”하는 퉁명스러운 생각으로 지금까지 맡아 두었던 두 젖을 그 쪼그만 소유자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 하회를 기다리고 앉았었다. 그 쪼끄만 주인은 아주 예사롭게 젖꼭지를 덥석 물더니 쉴 새 없이 마음껏 힘껏 빨고 있다. 내 큰 몸뚱이는 그 쪼그마한 입을 향하여 쏠리고 마치 허다한 임의의 점과 점을 연결하면 초점을 달하듯 내 전신 각 부분의 혈맥을 그 쪼그마한 입술의 초점으로 모아드는 듯싶었다. 이와 같이 벌써 모()된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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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중에 이혼을 하고 나서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이들이었단다. <이혼고백장>을 잡지에 투고할 만큼 자기 주장이 뚜렷했던 나혜석도 이혼에 앞서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었단다. 살을 에이고 뼈를 긁는 듯한 고통이라고 썼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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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207)

이혼 사건 이후 나는 조선에 있지 못할 사람으로 자타 간에 공인하는 바이었고, 사오 년간 있는 동안에도 실상 고통스러웠나니, 1, 사회상으로 배척을 받을 뿐 아니라 나의 이력이 고급인 관계상 그림을 팔아먹기 어렵고 취직하기 어려워 생활 안정이 잡히지 못하였고, 2, 형제 친척이 가까이 있어 나를 보기 싫어하고, 불쌍히 여기고, 애처로이 생각하는 것이요, 3, 친우 지인들이 내 행동을 유심히 보고 내 태도를 눈여겨보는 것이다. 아니다, 이 모든 조건쯤이야 내가 먼저 있기만 하면 이겨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보다 내 살을 에이는 듯 내 뼈를 긁어 내는 듯한 고통이 있었나니 그는 종종 우편배달부가 전해 주는 딸 아들의 편지이다. ‘어머니 보고 싶어하는 말이다. 환경이란 우습고도 무서운 것이다. 환경이 일변하는 동시에 과거의 공적은 공()이 되고 과거의 사실만 무겁게 처져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따라다니는 과거를 껴안고 공에서 생()의 목록을 시작하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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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책에는 나혜석 님의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너희들에게 많이 소개해주고 싶구나. 오스카 와일드의 글을 인용하면서 동양사람들은 나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쉬 늙는다고 했는데, 나혜석 님이 이 이야기를 한 지 10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 말에 공감이 가는구나. 아빠도 나이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놈의 관념 때문에ㅎㅎ 앞으로 더욱 나이는 신경 쓰지 말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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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아니지, 몸이 늙어 갈수록 마음은 젊어 가는 것이야. 오스카 와일드의 시에도 몸이 늙어 가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젊어 가는 것이 슬프다고 했어, 그러기에 서양 사람은 나이 관념이 없이 언제까지든지 젊은 기분으로 살 수 있고, 동양 사람은 늘 나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쉬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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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삼단계로 정리한 글이 있는데, 그 글도 오늘날 부부에게도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공감이 갔단다. 배우자에 대해 좀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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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64)

부부간에 어떻게 하면 화합하게 살 수 있을까. 일 개성과 타 개성이 합한 이상 자기만 고집할 수 없는 것이외다. 다만 극기를 잊지 마는 것이 요점입니다. 그리고 부부 생활에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사외다. 1, 연애 시기의 때에는 상대자의 결점이 보일 여가 없이 장처(長處, 장점)만 보입니다. 다 선화(善化) 미화(美化)할 따름입니다. 2, 권태 시기, 결혼하여 3, 4년이 되도록 자녀가 생()하여 권태를 잊게 아니 한다면 권태증이 심하여집니다. 상대자의 결점이 눈에 띄고 싫증이 나기 시작됩니다. 통계를 보면 이 때 이혼 수가 가장 많습니다. 3, 이해 시기, 이미 부()나 처()가 피차에 결점을 알고 장처도 아는 동안 정의(情誼)가 깊어지고 새로운 사랑이 생겨 그 결점을 눈감아 내리고 그 장처를 조장하고 싶을 것이외다. 부부 사이가 이쯤 되면 무슨 장애물이 있든지 떠날 수 없게 될 것이외다. 이에 비로소 미와 선이 나타나는 것이요, 부부 생활의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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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하고 마칠게. 사회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자신의 좋지 않은 사생활에 대해서도 다 공개하는 그런 자세 때문인데 나혜석 님에 대해 나쁜 평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나 봐. 그런 평들을 향해 시원하게 내놓은 글이 있는데, 명문이로구나. 나혜석 님에게 나쁜 평을 했던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반론을 하지 못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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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71)

최후로 씨게 요망하는 바는 나도 신여자로 자처한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신인이라고 해 주는 것을 별로 영광으로 알지 않는다 함이외다. 나는 사상가도 아니요, 교육가도 아니요, 예술가도 아니요, 종교가도 아니외다. 다만 사람의 탈을 썼고, 여성으로 태어났으며, 사랑으로 살아갈 도리만 찾을 뿐이외다. 혹 다른 때 인연을 맺게 되더라도 명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씨여 사상적 방황이란 그다지 못한 일이오니까? 방황해야만 할 때 방황치 말라는 것은 못된 일이 아니오니까? 그다지 조바심을 하여 걱정할 것이야 무엇 있으리까? 방황도 아니 하고 고정부터 하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화석의 그림자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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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님의 글들 몇 편 소개하는 것으로 짧게 쓰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이 글도 보여 주고 싶고, 저 글도 보여 주고 싶다 보니 글이 길어졌구나. 나중에 커서 너희들이 이 책을 읽고, 나혜석 님의 당당함과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921 3 19일 나혜석의 전시회가 경성일보사 내청각에서 열렸다.

책의 끝 문장: 또 사회에서는 문학자이면 문예 애호자들끼리, 음악 애호가는 음악 애호자들끼리 모아 자유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먹고 입고만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알아야 사람이에요. 당신 댁처럼 영감 아들 간에 첩이 넷이나 있는 것도 배우지 못한 까닭이고, 그것으로 속을 썩이는 당신도 알지 못한 죄이에요. 그러니까 여편네가 시집가서 시앗(첩)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고, 여편네 두고 첩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르쳐야만 합니다.’하고 싶었다. - P30

아버지가 "계집애라는 것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시부모 섬기고 남편을 공경하면 그만이니라." 하실 때에 "그것은 옛날 말이에요. 지금은 계집애도 사람이라 해요, 사람인 이상에는 못할 것이 없다고 해요, 사내와 같이 돈도 벌 수 있고, 사내와 같이 벼슬도 할 수 있어요. 사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는 세상이에요." 하던 생각을 하며, 아버지가 담뱃대를 드시고 "뭐 어쩌고 어째, 네까짓 계집애가 하긴 무얼 해. 일본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아니 하고 귀한 돈 없애고 그까짓 엉뚱한 소리만 배워가지고 왔어?" 하시던 무서운 눈을 생각하며 몸을 흠찔했다. - P59

얼마 있지 않은 동안에 어찌 알겠소마는 몇 번 활동사진에서 보니까 한번 마음에만 들면 비록 유부녀 유처자라도 목숨을 바쳐 가며 끈기 있게 사랑을 할 줄 알며, 한 번 틀리는 일이 있으면 언제 알았더냐시피 씩 돌아서면 고만이고 대담스러운 단념심이 구비하였습니다. 묘년(妙年, 스무살 안팎의) 여자를 유혹해 내는 수단도 용하거니와 미남자의 꾀에 빠지지 아니하는 피신 수단도 또한 용합니다. 그만치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남녀 교제라도 재미있을 것이요, 의미가 있고 자유가 있고 평등이 있을 것입니다. - P129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동양 사람이 서양을 동경하고 서양인의 생활을 부러워하는 반면에 서양을 가 보면 그들은 동양을 동경하고, 동양 사람의 생활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면 누구든지 자기 생활에 만족하는 자는 없사외다. 오직 그 마음 하나 먹기에 달린 것뿐이외다. 돈을 많이 벌고 지식을 많이 쌓고 사업을 많이 하는 중에 요령을 획득하여 그 마음에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외다. 즉 사람과 사물 사이에 신(神)의 왕래를 볼 때뿐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외다. - P163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운명이 어찌 될지 모릅니다. 속 마디를 지은 운명이 있습니다. 끊을 수 없는 운명의 쇠사슬이외다. 그러나 너무 비참한 운명은 왕왕 약한 사람으로 하여금 반역케 합니다. 나는 거의 재기할 기분이 없을 만치 때리고 욕하고 저주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필경은 같은 운명의 줄에 얽히어 없어질지라도 필사의 쟁투에 끌리고 애태우고 괴로워하면서 재기하려 합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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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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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엄마가 우리 집에 <아노말리>란 책이 있냐고 물어봤어.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책 제목이라서 없다고 했지. 그리고는 무슨 책인가 검색해봤단다.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더구나. 이 역대 공쿠르상 수상작 중에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책이기도 했대. 평점들도 좋고그래서 잽싸게 구해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소설 제목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 모순이라는 프랑스 말이란다. 이 책을 읽을 때 책 소개도 안 보고, 리뷰도 안보고 읽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다 읽고 책 뒷면에 책소개을 읽어보니 그 책소개도 읽어보지 않고 책을 읽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만큼 책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모른 상태에서 읽은 것이 재미를 더한 것 같구나. 이 정도 이야기하면 너희들도 무슨 큰 반전이 있는가 보다 하겠구나. 반전이라기 보다는 중간에 예상치 못한 설정이 나와서 책장 넘기는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되더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에르베 르 텔리에라는 사람인데, 아빠의 기억력으로 지은이의 이름을 오랫동안 외우기는 쉽지 않겠구나. 소설 제목도 낯선 외국어라서 기억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아무튼 아빠는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아빠의 취향에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지.


1.

소설의 시작은 블레이크라고 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그래서 범죄스릴러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어. 블레이크라는 이름은 본명을 아니고, 스릴러 소설가 이름에서 따온 가명이었어. 그는 청부 살인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늘 완전 범죄였단다. 블레이크는 그렇게 청부 살인을 하지만, 겉으로는 평범한 가정을 가진 사람이란다. 그의 본명은 조.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은 그를 평범하지만 성공한 사업가로 알고 있단다. 플로라라는 아내가 있고, 아이도 둘이 있단다. 처음에는 블레이크라는 가명을 썼지만, 청부 살인이 늘어나면서 20개가 넘는 가명을 만들었단다. 얼마 전 청부 살인을 위해 파리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가 난기류로 고생한 적이 있었단다.

빅토르 미젤이라는 별로 안 유명한 작가가 있단다. 자신의 작품은 별로 없고, 번역으로 근근이 먹고 살고 있는 50대 남자란다. 몇 년 전 첫눈에 반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는 순정남이기도 해. 그런데 그 여인을 어떤 모임에서 스쳐 지나듯 만난 거라서 이름도 모르고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해. 빅토르는 얼마 전 미국에서 번역상을 받게 되어 뉴욕행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단다. 그 비행기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낄 만한 난기류를 경험했어. 빅토르는 파리로 돌아와서 번뜩 떠오른 영감으로 소설 <아노말리>를 썼단다. 하지만 당시 빅토르는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소설을 다 쓰자마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그런데 그 소설이 대박이 났어.

뤼시라는 영화 편집자가 있단다. 미녀이고 아이가 있는 미혼모였어. 뤼시를 따라다니는 앙드레라는 사람이 있었어. 뤼시도 앙드레에게 아주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서 데이트도 했단다. 데이트한 장소 중에 한국 식당도 있더구나. 굳이 한국 식당에서 데이트를요즘 전세계적으로 한식이 유행이라고 하더니 거짓말은 아닌가 보구나. 이런 소설에서도 한국식당이 등장하는 걸 보니앙드레가 미국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뤼시도 함께 갔었는데, 그때 엄청난 난기류를 만나서 고생했단다.

아빠가 등장인물을 한 명씩 소개해주고 있는데, 마지막은 거의 비슷하구나. 엄청난 난기류를 만났다. 너희들도 예상했겠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같은 비행기를 탔던 거야. 파리발 뉴욕행 비행기.

그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뤼시는 얼마 후 경찰이 찾아오기까지 했단다.


2.

뉴욕에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몸이 안 좋아서 의사인 형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단다. 검사 결과는 최악이었단다. 췌장암 4. 너무 늦게 발견되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급격하게 악화되어 죽고 말았단다. , 이 사람도 그 비행기를 탔던 사람인가?

클라크라는 미국 군인이 있었어. 아내는 에이프릴이고 리엄과 소피아라는 아이들이 있었어. 클라크는 무척 엄하면서 무서운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단다. 그들은 파리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클라크를 제외한 에이프릴, 리엄, 소피아만 비행기로 뉴욕으로 돌아왔단다. 바로 그 난기류가 엄청났던 비행기. 얼마 후 FBI가 그들을 찾아와 그들을 데리고 갔단다. 조애나라는 젊은 변화사도 그 비행기를 탔었는데 마찬가지로 FBI가 찾아왔단다. 슬림보이라고 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R&B 가수도 그 난기류 심한 비행기를 탔었어. 슬림보이는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얻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그도 FBI가 찾아와서 데리고 갔어.

….

지금까지는 비행기 탑승자들 중 일부를 이야기 주었는데,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사람이 나온단다. 에이드리언이라고 하는 MIT 교수이자 확률전문가였어. 대학원 다닐 때 그가 내세운 가설 때문에 비행기 사고 관련 정부 비밀 요원이라는 직함도 있었는데, FBI의 호출을 받았어. 그가 오랫동안 비밀 요원으로 있으면서 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단다. 그만큼 긴급 상황이라는 거지. 에이드리언이 간 곳에서는 FBI뿐만 아니라 정보 모든 주요 부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단다.

비밀 공군기지에 파리에서 온 보잉787기 비상 착륙해 있다고 했어. 그런데 비행기에 탄 사람들, 그러니까 기장, 부기장, 승객들 모두가 이미 세 달 전에 동일한 비행기를 타고 착륙했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은 오늘 날짜를 세 달 전인 3 10일로 알고 있다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갑자기 소설은 SF로 점프를 했단다. 똑같은 비행기가 똑같은 승객을 태우고 3달 뒤에 또 나타났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정보와 FBI는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어떻게 할지 모르고 일단 사람들은 감금시켜 놓았단다. 그리고 3개월 전에 탑승했던 사람들을 찾아 불러보았던 거야. 그런데 이 비행기의 기장인 데이비드는 이미 죽었다고 했어. 앞서 아빠가 등장인물 소개할 때 췌장암 말기 환자인 데이비드를 소개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 비행기의 기장이었어.

승객들을 모두 격리하고 있었는데, 한 명이 빠져 나갔단다. 가짜 여권을 가지고 있던 블레이크. 아마 자신의 신분이 들통났다고 생각했겠지. 그는 그곳에서 빠져 나와 다시 다른 가짜 여권으로 파리로 돌아왔단다. 자신의 집에서 그는 무엇을 봤을까. 그래 3개월 정도 더 늙은 자신을 봤지그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또 다른 자신을 죽여버렸단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갔단다. 연쇄살인마의 사이코패스가 무엇을 이야기하겠니.


3.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각계 각층 전문가와 종교인들이 모두 모였지만, 뾰족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단다. 그나마 설명 가능한 것이 소설이나 영화 속에만 이야기되었던, 이 세상이 프로그램화된 것이었어. 프로그램이 오류가 생겨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이야.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이 사실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공개하는 것을 준비했어. 먼저 당사자인 프랑스 정부에 이 소식을 알리고, 중국 정부에도 알렸단다. 그런데 중국 정부도 깜짝 놀랐어. 사실은 자신들도 두 달 전에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고, 여전히 그 진실을 숨기고 두 달 째 사람들을 감금하고 있었거든. 역시 중국답구나.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함께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기로 하고, 당사자들끼리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단다. 그러니까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 적응을 하자는 것이었지. 나랑 똑 같은 사람을 거울이 아닌 실물로 만나는 것은 기분이 정말 이상할 것 같구나. 어떤 이는 함께 협력하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가족 구성원은 한 명씩인데 나만 두 명? 기분이 이상할 것 같구나. 아빠가 그런 상황이라면 멀리 떠나서 혼자 지낼 것 같구나.

그런데 그 세 달 사이에 자살을 한 빅토르 같은 이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온 거야. 그리고 췌장암 4기인 빅토르는 어땠을까? 이번에는 한두 달 일찍 치료를 일찍 시작하였단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끔찍한 경험을 가족들에게 두 번 주게 될까?

….

소설은 그렇게 새로운 아노말리에 대해서 적응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이 났단다. 그리고 마지막은 예상 가능한 일이 하나 더 벌어지는 것과 함께….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었고, 지은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단다. 이 세계는 정말 프로그램된 세상일까? 아빠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 본 적이 있는데,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만 지구의 생태계를 프로그램 하는데 굳이 이 광활한 우주를 만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야. 지은이 에르베 르 텔리에의 작품 중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은 이 책이 유일한데, 나중에 출간되는 책이 있다면 또 읽어보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책의 끝 문장: “어 내 생도프 소 속 의 한 처 리 한 느 성과 반 많 자에 ㅇ ㅣ  ㅎㅑㅇ ㅁ1 ㅇ ㅏ ㅁ ㅇ ㅅ ㄹ ㄲ ㅡ 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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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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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부터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해서 눈에 띄는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있었어. 작년는 그 책의 후속편까지 출간되었단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후속편이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 눈에 띄었어. 궁금해지더구나. 어떤 책일까. 책 제목에 이미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나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이 책은 언론인이자 외교 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전문가인 팀 마샬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란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책 제목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세상사 모든 곳이 지리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중국, 러시아, 유럽, 미국 등이 오늘날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지리 때문이라고 설명했어. 우리나라와 일본도 한 챕터로 떼어내어 설명을 했는데, 국제 문제 전문가답게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어. 이 책이 쓰여진 것은 2015년이고, 시의성 뜨는 글도 있어서 출간 당시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지리적 이점을 가진 국가는 그 어떤 강한 군대, 강한 무기보다 좋다고 하는데,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닌 듯 했단다. 그리고 지리적 분쟁에 대해 다소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점도 별로였어.


1.

지은이는 중국부터 이야기를 해주는데, 중국은 수천 년 동안 대륙의 확장을 해왔단다. 남서쪽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티베트까지 정복하여 자신의 땅으로 흡수하고, 북서쪽으로는 신장 지구를 점령했단다.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는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해왔지만, 중국 정부를 이를 용납할 수 없었고, 이 땅들을 양보하게 되면 지리적 이점이 무너지기 때문에 절대 양보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 한족 사람들을 대거 이주 시켜서, 원주민들보다 더 많은 한족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살게 함으로써 독립의 의지를 꺾게 만들었단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대륙을 정리한 중국은 최근에는 바다의 확장에 눈을 돌렸단다. 공동 수역을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면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애를 쓰고 있단다. 암초에 건축물을 지어두고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기도 했어. 중국의 이런 야욕은 주변 국가를 배려하지 않는 강대국의 독선으로 보여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생긴 지 200년 남짓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일인자가 된 것도 지리의 힘이고, 거기에 보탤 것이 있다면 지지리도 좋은 운이 아니었다 싶구나. 영국으로 독립한 이후 서쪽으로 이동하였는데, 물론 전쟁을 통해서 얻은 땅도 있지만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많았단다. 살 때는 값어치 없어 보였지만 사고 나면 금이 나오거나 석유가 나왔단다. 손 대는 곳마다 대박이었지. 그렇게 부유한 나라가 되었고, 두 번의 세계대전도 지리적인 영향으로 피할 수 있었고, 그 세계대전에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단다.

유럽은 여러 작은 나라들이 오밀조밀 참 많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강들과 산맥들이 땅을 그렇게 나눠 놓다 보니 그렇게 많은 나라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구나. 이 또한 지리가 만들어 놓은 결과였지. 그런데 지리적으로 축복을 받은 서유럽과 달리 남유럽은 지리적 여건이 좋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를 겪은 것도 이런 불리한 지리적 여건이 한몫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고대 유럽의 출발점이라고 해서 지리적 여건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은 못해봤는데 비옥한 토양이 없고,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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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그리스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나라 해안은 가파른 벼랑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는데다 농사를 지을 만한 연안 평야도 거의 없다. 내륙은 가파르기가 훨씬 하천들 또한 수송에 적합하지 않으며 폭이 넓고 토양이 비옥한 골짜기도 드문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 고품질의 농경지가 있기나 한가? 문제는 그리스가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 되기에는 그런 양질의 토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 인구를 보유한 대도시들도 기껏해야 몇 개 이상은 개발하기가 어렵다. 그리스의 처지는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훨씬 약화되고 있다. 아테나 여신이 유럽과 교역이 이루어지는 땅과 단절된 반도의 끄트머리에 이 나라를 놓아둔 탓에 해상 교역로로 진출하려면 에게 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건너편에 잠재적인 거대 적수인 터키와 몇 차례 전쟁을 치렀고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유로화를 현재까지도 어마어마하게 방위비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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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시작된 전쟁이 아직도 진행중이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역을 선점하기 위함도 있었단다. 이미 2014년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침공해서 점령한 적이 있단다.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가진 러시아가 구차하게 남의 나라의 작은 땅을 더 차지하려는 것이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러시아에는 아킬레스의 건이 있었단다. 그것은 제대로 된 부동항이 없어서 해양 진출이 어려웠던 거야. 블라디보스토크가 있긴 하지만 수도 모스크바에서 멀고, 블라디보스토크도 얼어 있는 기간이 더 길었기 때문이야. 크림반도를 차지하게 되면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무작정 침공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비난을 사게 되지만, 러시아에는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가 있었단다. 그것은 바로 가스와 석유였단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에서 지하로 연결된 파이프로부터 가스를 받고 있단다. 그래서 그 동안 러시아가 깡패같이 굴어도 크게 제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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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10)

비경제적 위기에서 독일이 보여준 가장 진지한 외교적 시도는 우크라이나 사태일 것이다. 이 당시 독일이 보여준 행동은 현재 독일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2014년에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야누코비치를 끌어내리는 교묘한 술책에 관여한 독일은 이 사태가 있고 나서 곧장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던 베를린 정부는 눈에 띄게 비난 강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훨씬 덜한 영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제재안을 지지하기에 이른다. 유럽연합과 나토를 통해 독일은 서유럽에 닻을 내릴 수 있었지만 폭풍우 심한 날에는 이 닻 또한 다른 쪽에서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필요한 경우 초점을 동쪽으로 맞추고 모스크바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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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일례로 핀란드는 발트해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정책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사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다 보니 한편에선 그 충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보다 덜 공격적인 나라들에 대체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선박 운송을 위한 항구를 짓는 등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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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믿고 올해는 한발 짝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공격하게 되었는데,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었나 싶구나. 파이프에 영향을 받지 않은 미국까지 개입하게 되었고, 미국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유럽 여러 국가들도 예전처럼 러시아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야. 봐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거지. 그나저나 얼른 러시아는 전쟁을 중단해야 할 텐데푸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2.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지리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본 우리나라의 지형학적 위치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들. 결국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는 그 강대국들 사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나라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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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원이며 대외정책 또한 이를 지향한다. , , 3면은 바다에 면해 있고 천연자원도 부족한 이 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동해와 동중국해로 진출할 현대식 해군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지역 전체 해상 교통로의 정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종의 양다리 전략을 구사해서 러시아와 중국과도 잘 지내려고 공을 들인다. 이는 그만큼 평양 정권의 짜증을 돋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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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아프리카는 내전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영국과 프랑스 등 제국주의 시대에 국경선을 아무 생각 없이 그었기 때문이란다. 최소한 같이 살고 있던 민족이나 부족들은 한 나라에서 살 수 있게 국경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한 민족들이 살고 있는 땅을 여러 나라로 분리를 해 놓았으니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란다. 지금 와서 국경선을 다시 그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로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런 것을 반성하고 있으려나.

아프리카를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지 특징은 중국인들의 진출이란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비즈니스라고 하면 세계 곳곳 안 가는 곳이 없다고 하는구나.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 한족을 보내서 자신의 땅으로 만드는 작전으로, 아프리카 등에도 사람들을 보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걸까. 많은 인구로 잘 활용한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그곳에 가서도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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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지구상에서 중국인들이 안 가는 곳은 없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유럽인들과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 구석구석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약 3분의 1(여기서 발견되는 귀금속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데 이는 곧 중국인들이 일단 아프리카에 들어와서 터를 잡은 이상 쉽게 나가지 않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유럽과 미국의 석유 회사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훨씬 많이 개입하고 있지만 중국이 따라잡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철광석을 찾아 나서고, 콩고민주공화국도 캐가고 잠비아에서는 구리를 캐고, 역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도 캐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케냐의 몸바사 항만 개발 사업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케냐의 석유 자산을 겨냥한 보다 원대한 계획에도 손을 댔는데 이 사업은 상업적으로 가시화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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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북극에 관한 이야기만 짧게 할게. 지구 변화의 위기 속에 오랫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북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단다. 이것을 아빠는 지구의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북극의 지하자원을 노리는 나라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자원을 캐면 무엇하리,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마는데지은이는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부정적인 면 이외에 새로운 식량원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보고 있는데, 아빠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단다. 북극의 얼음이 다 녹게 되면 지구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져서, 살기 더 힘들게 될 거라고 생각함.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같아 더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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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349)

얼음이 녹고 툰드라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빙원(지표의 전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 극지방의 벌판)의 노화가 가속화된다. 눈과 얼음 위에 흡착되는 산업 폐기물들 때문에 태양이 복사하는 빛에너지를 반사하는 영역이 줄어든다. 얼음이  녹아 드러난 땅과 개수면은 얼음과 눈이 막아주던 열을 더 많이 흡수할 것이고 이는 연쇄적으로 얼음이 없는 땅의 면적이 늘어나게 한다. 이 현상이 이른바 <알베도 효과(Albedo effect)>라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있다. 따뜻해진 툰드라 지역에서는 당연히 많은 식물이 자랄 것이고 농작물 생산도 활발해져 그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식량원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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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리의 힘>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후속편이 나오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책이지만 아빠는 그저 그랬단다. 빨리 후속편도 찾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안 들었어. 그런데 1권에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후속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궁금하긴 하더구나. 차례나 한번 훅 훑어봐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블라디미르 푸틴은 스스로를 일컬어 러시아 정교회의 열렬한 후원자이면서 신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책의 끝 문장: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에게는 일종의 <지정학적 공포>가 있다. 만약 중국이 티베트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언제고 인도가 나설 것이다. 인도가 티베트 고원의 통제권을 얻으면 중국의 중심부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전초 기지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그리고 메콩 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의 통제권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티베트를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 버금가는 물을 사용하지만 인구는 다섯 배나 많은 중국으로서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 P33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왜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이런 양상은 각 하천 유역마다 적어도 하나의 주요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한 일부 도시가 수도들이 되었다. - P92

러시아라는 개념이 성립된 시기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우크라이나인 드네프르 강 연안의 도시들과 키예프 공국으로 알려진 동슬라브 부족들의 느슨한 연합 형태가 그 기원이다. 그러나 당시 한창 제국을 확장해 나가던 몽골인들이 남부와 동부 지역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13세기 무렵이 되자 이들의 공세는 정점에 치달았다. 결국 당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러시아는 모스크바 북동쪽과 그 주변에 다시 터를 잡았다. 모스크바 대공국으로 알려진 초기 러시아는 방어력이 취약하기 짝이 없었다. 산지는 물론 사막도 없고 변변한 하천도 드물었다. 사방이 허허벌판인데다 남쪽과 동쪽의 스텝 지대를 넘어서면 몽골인들의 땅이었다. 침입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 진격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에게는 점령할 만한 천연 방어 진지들도 거의 없었다. - P127

사실 세계는 아프리카의 지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메르카토르(Mercator) 방식의 지도를 쓰는 데서 비롯됐다. 이 도법은 평평한 면에 지구를 그리다 보니 고위로 갈수록 면적과 형상이 왜곡된다. 따라서 실제로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길다. 이는 희망봉을 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또 교역에서 수에즈 운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희망봉을 도는 일은 기념비적인 업적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자 서유럽에서 인도까지의 해상 여행은 9,656킬로미터로 단축되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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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24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긴 한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위치가 참 애매하긴 하죠 ㅋ 주변이 다 강성인 국가들밖에 없고 ㅡㅡ

얼마전에 이란이 뉴스에 많이 나와서 이란의 위치를 찾아보니 이란도 주변이 참 화려하긴 하더라구요 ㅋ


왜 공룡은 중동쪽에만 살아서 우리나라는석유도 없고 ㅋ

bookholic 2023-01-25 22: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도 평균 이상~~^^
중국에서 날라오는 미세먼지가 피해가면 좋으련만요...ㅠㅠ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재미있게 읽은 단편소설집 박소연 님의 <재능의 불시착>을 읽고 나서, 박소연 님의 다른 책들은 뭐가 있나 찾아봤더니, 박소연 님은 자기계발서도 쓰셨더구나. 아빠가 안 읽는 분야가 자기계발서 분야인데 말이야. 박소연 님의 이력을 보면 자기계발서를 쓰시는 것이 당연한 이력이었어. 사기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박소연 님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고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는 하는 일꾼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회사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강연과 책을 쓰는 일을 한다고 하셨어. 그런 이력의 소유자이니 아무래도 책도 자기계발서를 쓰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구나.

아빠가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재능의 불시착>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단다. 그런데 왜 자기계발서를 안 읽냐고? 아빠는 그런 책들에서 이야기는 것들이 다소 뻔하게 느껴지고, 결국은 실천이 중요한데 아빠는 실천으로 옮기지 못할 것이 뻔하거든.^^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었단다. 제목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굳이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단다. 책 제목에 이미 말씀하려는 말이 다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야.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 제목에 주제를 팍 심어주는 방법, 좋았단다.


1.

아빠가 이런 종류의 책을 잘 안 읽는 편이고, 추천도 하지 않는 편이라서 이번 독서 편지를 최대할 짧게 끝낼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 제목이 책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를 비롯하여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참 잘하고 싶어한단다. 아빠도 회사 생활을 오래 보니,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일 잘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더구나. 그런데 아빠가 하는 일이 지은이가 하는 일이랑 달라서 그런지 책 제목처럼 일 잘하는 사람이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이도 있었단다.

단순하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뜻하는 듯 했단다.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평상시 이야기하는 것과 일할 때 이야기하는 것은 차이가 있단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일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서, 소통의 언어, 설득의 언어, 관계의 언어, 리더의 언어로 구분해서 이야기해주었단다. 소통하고 설득하고 관계를 맺고 잘 리딩하는 것. 그것이 회사 일을 잘 하는 것이니까 그런 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게 말을 잘 해야 하는 것이지. 그래서 소통을 잘 하기 위한 말하기, 설득을 잘하기 위한 말하기, 관계를 잘 맺기 위한 말하기, 리딩을 잘 하기 위한 말하기에 대해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지은이의 필력이 좋아서, 읽기도 참 편하게 되어 있었어.

이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의 기준으로 보면 아빠도 대화의 스킬이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지더구나. 하지만 억지로 그렇게 바꾸고 싶지는 않구나. 글쎄 회사 생활을 오래해서 꼰대가 들어앉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소통하는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아빠도 나쁘지는 않는 대화법을 가진 것 같더구나. 그렇다면 아빠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 회사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소통하고 설득하고 관계를 맺고 리딩을 하는 것 또한 일 자체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일을 하게 되면 아주 훌륭한 인재는 아니더라도 선후배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 받는 회사원이 아닐까, 아빠는 생각한단다.

이 책은 먼저 읽은 이들의 리뷰처럼 사회 초년생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단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할 것까지는 없고, 자신이 미쳐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자신과 너무 의견 차이가 나는 부분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자신의 방식이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변형된 형태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아무튼 누군가 이야기해 주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천에 잘 옮기는 사람은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 싶구나.

….

그리고 지은이 박소연 님께 한 마디 하고 싶더구나. 아빠가 생각하기에 박소연 님은 회사 생활을 경험으로 한 <재능의 불시착> 같은 소설을 쓰시는 게 더 나을 듯ㅎㅎ 아빠는 그 책이 이번에 읽은 책보다 훨씬 좋았거든. 오늘은 이상 짧게


PS:

책의 첫 문장: 일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릅니다.

책의 끝 문장: 악당을 물리치고 원하는 걸 얻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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