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쏘다 - 김상옥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3
이성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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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이원규의 <약산 김원봉>이란 책을 본 적이 있어. 그 책에 나오는 의열단 단원들의 활약상에 크게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단다. 작년에 큰 인기를 끈 영화 <암살>과 올해 인기를 끈 영화 <밀정> 등에서 잇달아 의열단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의열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단다. 아빠도 예전에 읽은 <약산 김원봉>을 다시 들쳐보기도 했어. 그리고 김상옥이라는 매력적인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을 끄집어냈단다.

혈혈단신으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맞서 싸운 김상옥. 아빠는 혹시 그에 관한 책이 있는지 찾아보았어. 두 권 정도가 있더구나. 그 중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경성을 쏘다>라는 책이 있어서 산 것이란다. 역사 교양서 내지 평전의 장르라고 기대를 했는데, 이 책은 소설이더구나. 김상옥을 주인공으로 하는…. 아빠가 생각했던 장르가 달라서,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을 통해서 김상옥이라는 사람을 대략 알게 되었고, 이중스파이로 그려진 일본경찰 황옥이라는 사람을 새로 알게 되었어. 이 소설에서는 김상옥과 황옥이 서로 잘 아는 사이로 나왔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이 만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하더구나. 소설적인 장치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지은이는 후기에 적어 놓았단다.

아참, 아빠가 아직 영화 <밀정>을 보지 못했는데, <밀정>에 송강호가 연기를 한 일본 경찰의 실제 모델이 황옥이라고 하더구나. 시간이 되면 <밀정>이라는 영화를 한 번 봐야겠구나.

 

1.

그는 삼일 운동이 일어난 후에 독립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는 조직도 없고, 그렇다고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과 인맥도 없었어. 그저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신문을 만드는 것으로 독립운동을 했단다. 그는 서울역 폭파 사건에 감명을 받고 그도 폭파 계획을 세우게 된단다. 서울역 폭파 사건이라고 함은, 일본 경찰의 우두머리 중 한 명인 사이토를 겨냥하여 폭탄을 던졌지만, 아쉽게 그를 죽이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사건이란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파사건은 큰 이슈가 되었어.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그 폭탄을 던진 이가 다름 아닌 65세의 노인이었다는 사실이야. 강우규. 그가 배후도 없이 혼자 주도해서 벌인 사건이었단다. 김상옥은 그 사건에 감명을 받고, 경찰서 폭파 계획을 했지만, 그마저도 사전에 발각이 되어 도망을 가게 되었단다.  그때 그는 상해로 망명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임시정부의 일을 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의열단을 이끌고 있는 김원봉을 만난 이후 그는 의열단이 되었어. 김상옥은 김원봉과 함께 대대적인 투쟁계획을 세웠어. 그 타겟은 서울로 정했지. 그런데, 누가 폭탄을 삼성한 경계를 뚫고 서울로 가지고 가느냐가 문제였어. 그때 이야기된 이가 일본 경찰로 있는 황옥이라는 사람이었단다. 황옥은 일본 경찰에 숨어 있는 밀정이라는 거야. 하지만, 백프로 믿을 수는 없었단다. 김원봉은 직접 황옥을 만나보기로 했어. 황옥은 출장을 핑계로 톈진에 왔고, 김원봉 일행도 톈진으로 향했어. 그곳에서 그들은 한 달 동안 만나면서, 서로 믿음을 쌓게 되었고, 서울에서 폭파 계획을 세웠어. 그런데도 아직 의열단 내부에서도 황옥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어. 김상옥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어. 하지만, 김원봉은 황옥을 신뢰했고, 결국 황옥이 폭탄을 서울로 밀반입하게 되었단다.

 

2.

황옥이 폭탄과 함께 먼저 서울로 향했고, 김상옥은 얼어 붙은 압록강을 건너서 국내로 들어왔단다. 경성에 와서 동생 집에 숨어 지내곤 했지. 그런데 사전에 약속된 날짜가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었어. 어렵게 황옥과 접선에 성공했는데, 발각되었다고 했어. 폭탄이 경찰서에 있다고 했어. 누가 발설했는지 모른다고 했고, 현재로서는 피해를 최소하는 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어. 그렇게 접선이 끝나긴 했는데, 김상옥은 아무래도 황옥이 계속 의심이 갔어.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는 자신도 잡힐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 고심 끝에 그는 단독으로 행동하기로 했어. 그리고 혈혈단신의 몸으로 종로경찰서에 포탄을 투척하고, 맞서 싸워서 인명 피해를 주었단다. 그리고 김상옥은 일본경찰을 피해 도망을 갔어. 열흘 동안 신출귀몰하면서 도망을 다녔는데, 결국 일본경찰에 위치가 노출되었고, 남아 있는 총으로 총격전을 벌었고, 나머지 한 방으로 자결을 했단다. 그렇게 그의 꿈은 미완으로 남게 되었단다.

황옥… 그는 과연 독립군의 밀정이 과연 맞는가. 아직도 그것은 물음표로 남아 있다고 하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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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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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2008년에 예상 밖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한 편 있단다. 그 책은 바로 세라 워터스가 쓴 <핑거스미스>란 책이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책. 이 정도면 영화로 나올 만하다고 생각했었어. 이미 2005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더구나. 그런데, 올해 다시 우리나라에서 각색해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단다. 노출 장면 때문에 많은 이슈가 있었던 영화 <아가씨> 아빠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탄탄해서, 이야기만으로도 잘만 만들면 성공했을 텐데, 노출 장면만 너무 부각되어 이야기의 힘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아가씨>란 영화 때문에 영화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와 그 소설을 쓴 세라 워터스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어. 아빠도 문득 오래 전 읽었던 소설이 생각나면서, 세라 워터스로 검색을 해보게 되었어. 그가 쓴 여러 책이 검색이 되었고, 디자인이 유달리 예쁜 이 책이 눈에 갔단다. 그래서 읽었어. 솔직히 이야기해서 <핑거스미스>보다는 별로였단다.

 

1.

이야기는 1940년대 몰락해가는 헌드레즈 홀의 한 귀족의 집에서 시작한단다. 주인공은 의사인 패러데이야. 패러데이는 30년 전인 1919년 열 살 때 엄마가 하인으로 일하는 에어즈 집안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에어즈 가의 집은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단다. 그런데 30년 전이 지난 1949, 그는 의사로써 그 집에 다시 가게 되었어. 에어즈 의 주치의는 동료 의사인 데이비드란 사람이었는데, 일이 있어서 대신 가게 된 거야. 에어즈 의 하인 베티가 아프다고 했어. 패러데이에게는 감회가 새로울 만한데, 30년이란 시간은 에어즈 를 전혀 다른 집으로 만들었단다. 에어즈 가는 에어즈 씨가 죽은 이후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고, 에어즈 부인의 자존심으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었어. 첫째 딸 수전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죽었고, 둘째 딸 캐럴라인은 이제 스물일곱 살의 처녀였어.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에서 억척스러움도 가지고 있고, 장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단다. 그리고 아들 로더릭이 있었는데,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어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었어. 하지만, 그는 에어즈 의 유일한 남자로써, 집안의 가장 역할을 충실해 해냈어. 그런 집에 패러데이가 방문했단다. 하인 베티가 아프다고 해서 진료를 해보니, 바로 꾀병인 것을 알았어. 베티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돌아갔어. 그런데 패러데이는 로더릭의 다리 부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자신이 최근에 개발한 의료기술에 대한 임상실험을 로더릭에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그것을 에어즈 가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에어즈 가에 들르기로 했어. 그러면서 에어즈 가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어.

 

2.

에어즈 가의 자존심을 지켜오고 있는 에어즈 부인은 오랜만에 파티를 열기로 했어. 말은 안했지만, 에어즈 부인은 그 파티를 통해 캐럴라인이 결혼 상대를 만나기를 내심 기대했었어. 하지만, 캘러라인과 로더릭은 그 파티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았어. 집안 사정이 파티를 할 여건도 되지 않았고, 기분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 파티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단다. 이웃집 베이커 하이드 부부의 어린 딸 질리언이 에어즈 가의 늙고 충실한 개 지프에게 얼굴을 물려 중상을 입었어. 다행히 그 현장에 패러데이가 있어서 응급조치를 취하고 빠른 판단으로 조치를 취했지만, 얼굴에 난 상처는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남아있을 거야. 에어즈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 평상시 지프의 행동을 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 분명 질리언이 지프에게 장난을 심하게 쳤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질리언의 부모는 딸이 다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어. 최소한 지프를 죽어야 한다고 했어. 안 그러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했지. 결국 패러데이가 에어즈 사람들.. 특히 지프에게 애정을 깊이 갖고 있는 캐럴라인을 설득해서 지프를 안락사 시키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단다. 그렇게 파티는 엉망으로 끝이 나고 말았어.

이 사건 이후, 에어즈 가에서는 이상한 일어났어. 로더릭이 자꾸 이상한 증세를 보였어. 밤에 넘어져서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기도 하고캐럴라인은 패러데이와 함께 로더릭 몰래 그의 방안에 들어가서,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에 대해 패러데이에게 설명을 했어. 로더릭의 방에는 검게 그을린 듯한 이상한 자국이 있었어. 이 정체 모를 자국이 최근에 생겼다고 이야기했지만, 패러데이는 원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로더릭과 우연히 시내에서 만난 패러데이는 자신의 집에 로더릭을 초대했어. 로더릭이 무엇인가 숨기는 듯했어. 그래서 설득하여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게 했어. 로더릭은 파티가 열린 날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래. 그 일은 거울이 스스로 움직여서 깨지는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고 로더릭 자신도 심함 불안감과 공포를 느껴서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어. 이후에는 물건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그 움직인 물건들에 로더릭 자신이 걸려서 넘어지곤 했다는 거야. 패러데이는 의사이다 보니 그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않고, 오히려 의사다운 의료적인 판단을 했단다. 패러데이는 공황장애와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고 판단을 했고, 그것을 로더릭에게 이야기했어. 그러자, 로더릭은 격분했어.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말이야. 아빠는 왜 로더릭이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어. 혹시 패러데이가 한 임상실험의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는 나중에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겠지. 하면서 책장을 넘겼단다. 패러데이는 로더릭이 걱정이 되었어. 그래서 캐럴라인에게 이 사실들을 이야기했어. 그러던 어느날 밤에 에어즈 가에 화재가 발생했어. 가족들 모두 로더릭이 불을 낸 것이라고 생각했어. 로더릭이 제정신이 아닐 때 말이지. 에어즈 가 사람들과 패러데이는 로더릭을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어. 당시 전쟁 후 후유증에 따라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3.

의사들이 하는 파티가 있었어. 패러데이는 캐럴라인을 초대했단다. 캐럴라인도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귀족의 장녀라고 하는 꼬리표를 떼고 스물일곱 살 젊은 아가씨로 돌아갔어. 그 모습을 보고 패러데이는 캐럴라인에게 은근히 끌렸어. 캐럴라인도 패러데이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들은 집에 오는 길에 잠시 샛길로 빠졌고, 키스 직전까지 갔지만, 캐럴라인이 갑자기 거부를 했단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어색한 사이가 되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에어즈 부인이 오히려 둘 사이를 넘겨 짚었단다. 에어즈 부인도 패러데이가 나이가 많기 하지만, 캐럴라인의 짝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둘 사이는 그 어색함을 극복하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는데, 캐럴라인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어. 그런데, 그 동안 잠잠했던 집에서 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단다. 이번에는 전화벨이 저절로 울리고, 차임벨이 저절로 울렸어. 그리고 이 일로 에어즈 부인은 신경쇠약에 빠지게 되었단다. 이 증세는 점점 심해져서, 환각 증세까지 보이면서, 어렸을 때 세상을 뜬 첫째 딸 수전을 보았다고 했고, 자해도 시도했어. 패러데이는 에어즈 부인을 정신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는데, 이번만은 캐럴라인이 격한 반대를 했단다. 그런데 캐럴라인이 격하게 반대한 그 다음날 연락이 왔어. 에어즈 부인이 방에서 문을 잠그고 문 손잡이에 목을 매달고 죽었다는 거야. 옆에는 상실에 빠진 캐럴라인이 있었어. 그 어떤 위로가 필요하겠어. 이젠 그 큰 저택에 캐럴라인 혼자 있어야 하잖아. 물론 하녀들이야 있었지만정신병원에 있는 로더릭은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는 소식만 들려오고

에어즈 부인의 장례식을 치르고, 패러데이는 결혼식을 빨리 하자고 독촉했어. 마지못해 알았다고 대답한 캐럴라인. 하지만, 결국 캐럴라인의 확신은 꺾이고 말았어. 그래서 결혼 며칠 전 결국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어. 패러데이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 화를 터뜨리고 말았지. 이후 패러데이는 실연 당한 슬픔을 톡톡히 겪었단다.  그런데, 또 다시 그 집에서 슬픈 소식이 전해졌어. 캐럴라인이 죽었다는 거야. 난간에서 떨어져서 1층으로그게 자살이냐, 아니면 사고사냐, 아니면 또다른 원인이냐목격자는 없었고, 하녀 베티가 죽은 캐럴라인을 발견한 것이 전부였단다. 결국 패러데이도 수사를 잠깐 받긴 했지만, 경찰은 캐럴라인의 죽음을 자살 또는 우발적인 사고로 규정했단다.

이제 남아 있는 페이지는 얼마 없는데, 진실은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어. 지금까지 헌드레즈 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어떤 일들에 의해서 일어난 것인지, 설명이…. , 그렇게 소설이 끝났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엇인가 심오한 진실과, 헌드레즈 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사실을이리저리해서 일어났던 일이다하는 말들을 기대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지, 이 허탈감.

그런데, 옮긴이의 글을 잠시 읽다 보니,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소설의 화자는 패러데이였단다. 그러므로 이 글의 전부를 진실이라고 믿어야 하느냐 하는 의심이 들었어. 패러데이의 시각에서 쓴 거짓이 담겨 있다면그 생각을 하니, 패러데이그가 어렸을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헌드레즈 홀을 차지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조력자로써 베티가 있었던 것이고맨 처음 패러데이가 헌드레즈 홀의 에어즈 가에 오게 된 것도 베티의 꾀병이었잖아. 거의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 직전, 캐럴라인이 결혼을 깨버리자, 그 분노를 담아 캐럴라인을 죽인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다시 책을 펴서 마지막 페이지를 펴봤어. 대충 넘겨 읽었던 그곳에는 의미심장한 패러데이의 글이 있었단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금이 간 창유리뿐이고, 거기에서 이쪽을 지그시 노려보는 일그러진 얼굴은, 간절히 원했으나 원을 이루지 못한 얼굴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어. 지은이는 하인이었던 베티의 일인칭 시점으로 다시 한 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일련의 사건을 목격했고, 주변에 있었던 베티의 시선으로 이 모든 일들을 다시 이야기하는 거야. 그러면서 드러나는 진실등. 베티와 패러데이가 사전에 짜고 일을 벌인 것이라는아빠의 상상력이 너무 갔나?^^ 아무튼 아빠가 지은이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한번 조언해 주고 싶더구나. 베티를 화자로 해서 다시 한번 소설을 써달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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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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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법륜 스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수업>이란 책을 이제서야 읽어 보았단다. 그냥읽었단다가 아니라읽어 보았단다라도 쓴 이유가 있어. 법륜 스님은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스님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그래서 법륜 스님의 말씀은 TV나 팟캐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단다. 그래서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법륜 스님의 말씀을 쉽게 접할 수 있단다. 그렇게 굳이 읽지 않아도 될 책을 집어 들었기 때문에읽어 보았단다라고 한 거야. 그럼 왜 읽어 보았느냐? 사실 아빠가 최근 몇 달 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거든. 물론 너희들에게 위로를 받긴 하지만, 책읽기로도 위안을 받고 싶어서 집어 들었단다. 회사일이든, 스트레스든, 모두 다 인생에 관한 이야기잖아.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가 법륜 스님의 책들은 어떤 것을 읽었나 생각해봤어. 이 책 이전에 다섯 권을 읽었더구나. 법륜 스님의 책을 처음 만난 건 반야심경을 설명한 <반야심경 이야기>란 책이었어. 그 책을 너무 좋게 읽어서 법륜 스님의 책들을 찾아 읽었단다. <금강경 이야기>(2), <붓다, 나를 흔들다>, <행복한 출근길>을 읽었었어.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구나. 이 책 <인생수업>은 아빠처럼 인생 후반전에 막 접어든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이 많이 실려 있었어. 공감은 할 수 있는데, 그것을 몸으로 옮기기가 어려워서 문제지만 말이야.

 

1.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라고 하신단다. 그 밖에 하시는 말씀들이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란다. 고개를 끄덕여지게 돼. 하지만, 법륜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과연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면, 아빠는 자본주의에 너무 물들어서인지 그런 것들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읽을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안이 되는 듯 하지만, 읽고 나서는 여전히 스트레스가 사라지지 않는구나. 스트레스로 뭉친 어깨를 만져보니 그대로야. 하기야, 아빠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야. 읽는 순간만이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던 거니까, 그걸로 만족한단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발췌한 몇몇 글들로 아빠의 생각을 대신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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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람은 왜 살아야 합니까?”

젊을 때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묻는 시기가 있습니다. 사십대, 오십대, 혹은 갱년기에 접어들어사는 게 뭔가, 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 다시 묻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삶이라는 생각보다 먼저이기 때문이에요. 즉 존재가 사유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이지요. 살고 있으니 생각도 하는 건데. ‘왜 사는지를 자꾸 물으니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17)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예요. 그래서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할 책임도 있고 권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자신을 괴롭히면 행복해야 할 내 인생을 내가 내팽개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왜 사느냐는 질문으로 삶에 시비를 거는 대신어떻게 하면 오늘도 행복하게 살까를 생각하는 것이 삶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쓰는 길입니다. 그것이 내 인생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지닌 주인으로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48)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무조건 잘될 거다.’ 하는 낙관이 아니라,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서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고, 그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혜로운 조언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78)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변하는 것을 봤을 때 괴로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마치 바다에서 파도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생성되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걸 깨쳐서 집착을 놓아버리면. 생겨난다고 기뻐할 일도 없고 사라진다고 괴로워할 일도 없어집니다. 그것을 직시하면 두려움도 아쉬움도 없을 텐데, 부분적으로 인식하니까 없어졌다고 생각해서 아쉬움이 생기고, 없어질까봐 두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나 늙음도 죽음도 단지 변화일 뿐임을 알고 나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144-145)

바다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바다가 기분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이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 좋은 겁니다. 내가 기분이 좋은 것은 바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산은 그냥 산이고 바다는 바다고 하늘은 하늘일 뿐입니다.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바라는 것 없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겁니다. 바라는 것 없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기대 없이 좋아해보세요, 바다를 사랑하듯이 산을 좋아하듯이.

(256)

만약 화를 냈다면, ‘아 내가 왜 화를 냈을까?’ 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내가 화가 났구나.’ 알아차리고다음부터는 안 내야지.’ 하는 겁니다. 그래도 또 화를 내면, 또 화를 냈구나. 다음에는 안 내야지.’ 해야 합니다. 백 번을 화내도다음에는 안 내야지.’ 이렇게만 할 뿐이지, 어제 화낸 것을 오늘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제 낸 화를 후회하고 따지면 인생 낭비예요. 그러니까 물을 길어 오다가 넘어져서 쏟았을 때, 쏟아진 물을 아까워할 게 아니라 빨리 다시 물을 길으러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지나간 일을 두고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 자꾸 연습해야 합니다.

(274)

진리의 길은 나를 자유롭게 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진리의 길은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아야 합니다. 나는 좋은데 남에게는 나쁘거나 남에게는 좋은데 나에게 나쁘거나 한 일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나에게는 이익인데 남에게 손해가 되는 일은 과보가 되어 돌아오고 내가 희생을 해서 남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내가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행복이 유지됩니다. 지금은 좋은데 나중에 나쁜 것은 나중에 후회하게 되고 나중은 좋은데 지금은 나쁜 것은 지금 하기가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아야 그 행복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이 진리의 길에 있어서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지속가능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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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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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약간은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있었어.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너무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리고 그 소설의 지은이 천명관에 반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두어 권 구입했고, 이번에 <고래>라는 책을 읽었단다.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2004년에 쓴 책이고, 당시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상이라고 하는구나. 앞표지를 넘겨 책날개의 프로필에 나와 있는 그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랬단다. 인터넷 서점에 있는 단정한 용모에, 지적으로 보이는 뿔테 안경, 비교적 긴 머리칼이 자연스러운 그의 프로필 사진과는 대조적이었거든. 무뚝뚝한 표정에 머리를 빡빡 밀어서, 머리칼 하나 보이지 않고, 눈썹마저 흐릿한 사진이었거든. , () 것 같은 사진.

10년 정도 흐른 시간인데, 요즘 사진이 더 젊어 보이더구나. ㅎㅎ 그래서 얼마 전에 읽었던 <나의 삼촌 브루스 리>의 사진도 확인해 봤어. 인터넷 서점의 프로필과 유사한 사진이더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빠의 10년 프로필 사진을 보면, 남들에게 숨기고 싶을 정도로 거칠게 생겼으니, 그의 사진을 보고 뭐라 할 입장이 아니구나


 

1.

소설 <고래>을 아빠가 한 마디로 평가해 보려고, 몇 줄을 썼다가 백스페이스를 쭉 눌러 버렸단다. 좀처럼 짧게 평가할 수 없는 소설이구나. 왜 그런지, 아빠가 그로 그 줄거리를 좀 이야기해줄께.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이 나온단다.

120kg의 거구의 춘희. 양아버지로부터 벽돌을 만드는 걸 배우고, 벽돌공장에서 일하던 벙어리 소녀 춘희. 춘희가 살던 평대라는 동네에 극장에서 큰 화재로 인해 수백 명이 죽은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화재의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사면을 받고 다시 평대로 왔는데, 대화재 이후 평대는 모두가 떠난 폐허의 도시가 되어버렸단다. 감옥에서의 오랜 세월은 그를 스물일곱 살로 만들어 놓았어. , 그 춘희의 이야기를 해줄께. 춘희의 이야기를 하려면 아주 오랜 옛날로 돌아가야 해.

멀고 먼 옛날, 국밥 집을 하던 못생긴 노파가 한 명 있었어. 노파는 자신이 버리고 눈을 애꾸로 만들어버린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딸이 어느날 찾아왔어. 그 딸은 젊은 나이인데도 백색머리였고, 꿀벌 한 무리가 그를 따라다녔어. 그 출현이 마치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등장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 그런데 당시 노파는 며칠 전에 빙판길에서 넘어져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어. 딸은 노파에게 모아둔 돈을 달라했지만, 노파는 끝끝내 거절하였고, 딸은 노파를 죽였어. 하지만, 노파에게 찾은 것은 몇 푼 안 되는 돈이었어. 그 돈을 가지고 자취를 숨겼단다.

 

2.

, 이번에는 또 다른 여인 금복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 금복은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술주정뱅이인 홀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동네에 온 생선장수의 트럭을 얻어 타고 그곳에서 도망쳤어. 생선장수를 따라 바닷가까지 갔다가 금복은 난생 처음 고래를 보았어. 그리고 그 이후 그는 고래를 마음속에 품고 다녔어. 금복은 돈을 버는 데 수단이 좋았어. 생선장수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생선장사보다 생선을 말려서 팔아 많은 돈을 벌게 되었어. 그런데 금복은 늙은 생선장수를 버리고걱정이라고 부르는 덩치 큰 젊은이와 눈이 맞아 같이 살았단다. 그런데, 그 걱정이 일하다가 크게 다쳐서 금복은 하루 종일걱정만 보살폈어.

그러다가칼자국이라는 한쪽 손에 손가락이 2개씩 밖에 없는 남자를 알게 되었어. 그는 예전에 일본에서 깡패로 조직의 넘버원까지 올라간 이력이 있었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게이샤에게 사랑을 얻기 위해 손가락을 세 개나 자른 무모한 순정파 깡패였어. 그런칼자국은 금복에게 접근하여 극장을 데리고 갔어. 금복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고래를 처음 봤을 때보다 더 큰 충격과 환희를 느꼈어.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그 이후칼자국은 가끔 금복을 극장에 데리고 갔어. 한편걱정은 계속 누워만 있었고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어. ‘칼자국’과 금복이 점점 가까워졌지만, 금복은걱정을 버릴 수 없었어. 금복은칼자국과 함께 살면서 딴 방에 금복을 데리고 와서 보살펴 주는 선에서 스스로 타협안을 내놓았어. ‘걱정’은칼자국에 질투를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질책을 하고는, 자살을 하기로 결심했어. 그런데 그때칼자국이 말리려고 뒤따랐지만 실패했어. ‘걱정’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깊은 바다 속에 몸을 던졌어. ‘칼자국’은 안타깝게걱정을 잡지 못했어. 그런데 곧바로 작살에 찔리고 말았어. ‘칼자국’이걱정을 죽인 줄 알고 눈이 뒤집어진 금복이 작살을 들고 와서칼자국을 찌른 거야. ‘칼자국’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죽었단다.

그 이후 금복은 바닷가를 떠났어. 그 사이에 나라에서는 전쟁도 일어났어.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황하던 4년 뒤 금복은 어떤 코끼리 헛간에서 아이를 출산했어. 그런데 왜 장소가 낯설고도 낯선 코끼리 헛간이냐고? 그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야. 뜬금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코끼리 헛간처럼 뜬금 없는 장소로 나온단다. 하지만, 그 이유는 명백하게 있었어. 그 코끼리 헛간은 식당을 하는 쌍둥이 자매의 것이었어. 쌍둥이 자매는 서커스를 했었는데, 그때 같이 지내던 코끼리가 늙어서 서커스로부터 버림을 받았을 때부터 보살펴 주고 있었던 거야. 근데 출산을 앞둔 금복이가 급한 대로 들어간 곳이 바로 그 코끼리 헛간이었던 거지. 금복은 아이를 출산을 했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거구였어. 정처 없이 돌아다니면서 몸을 막 굴렸기 때문에 누가 아빠인지는 몰랐어. 그런데 그 아기가 덩치가 산만하고 얼굴도 큼지막한 것이 4년 전에 죽은걱정을 꼭 닮았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랬어. 그 딸 아이의 이름을 춘희라고 지었어.

뒤늦게 금복과 춘희는 쌍둥이 자매에게 발견되었고, 쌍둥이 자매는 금복과 춘희를 잘 보살펴주고 같이 지냈어. 춘희는 점점 자라면서 코끼리와 친하게 지냈어. 춘희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커서도 말을 하지 못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춘희는 더욱 코끼리와 친하게 지냈고, 코끼리와 말도 주고 받았어. 춘희가 좀 자라자 금복은 춘희가 함께 길을 떠났는데, 그래서 정착한 곳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노파가 죽고 비어버린 식당이었단다.

  

3.

처음에는 평범한 식당을 운영했어. 그런데 금복은 예전에 좋아하던 커피가 생각나서 마셨는데, 그 향을 처음 맡아본 평대의 사람들은 밥보다 오히려 커피를 찾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금복은 식당을 그만두고 그 자리에 다방을 차렸고, 성행했단다. 그런데 운명의 날을 맞이하게 돼. 어느 비가 억수로 쏟아 붓는 날, 건달들의 공격을 받아 벌어놓은 돈을 모두 빼앗겼어. 그런데, 폭우로 젖어버린 천장이 찢어지면서 무너져 내렸는데, 그 안에 수많은 돈과 땅문서들이 쏟아져 내렸단다. 노파가 평생 숨겨두었던 돈이 발견된 거야. 그야말로 금복은 돈벼락을 맞은 거지. 금복은 그 돈으로 자신을 보살펴 주었던 쌍둥이 자매와 코끼리를 데리고 왔어. 춘희도 코끼리를 보자 너무 반가워했어. 말 못하는 춘희에게 코끼리를 유일한 친구니까 말이야. 그때쯤 금복은 다방을 즐겨 찾던 이라는 사람과 친하게 되었는데, 은 예전에 벽돌 공장을 했었어. 그래서 금복은 벽돌 공장을 짓기로 했어.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돈 뿐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었어. 그런데, 벽돌공장을 짓고, 벽돌을 잔뜩 만들었는데, 사가려는 사람이 없었어. 인부들의 임금도 밀릴 정도로 그 많던 돈도 거의 바닥이 났단다. 그런데 그때 벽돌의 품질을 알아본 이들이 찾아왔어. 그 이후로 벽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다시 갑부가 되었단다. 금복은 여자였지만, 호탕한 사업자 기질이 있었어. 뿐만 아니라 불의를 참지 못했고, 정도 많았어. 그래서 버림받은 창녀 수련도 걷어들였고, 옛날 한때 같이 지냈던 생선장수가 찾아오자 그에게 차를 뽑아주었어. 그리고 운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돈을 벌게 해주었단다. 그런데, 자신의 딸에게만은 모질게 대했단다. 그 옛날 걱정을 닮은 딸이 싫었던 거야.

어느날 생선장수의 차에 코끼리가 치여 죽는 사고가 났는데, 쌍둥이 자매와 춘희가 엄청 슬프게 울었고, 이에 금복은 코끼리를 박제하는 놀라움을 보여주었어. 춘희는 이후 코끼리의 영혼과 이야기하는 아이가 되었단다. 그런데, 코끼리는 자신이 거기에 서서 사람들의 볼거리가 되어 있는 게 싫다면서 불에 태워 달라고 했어. 그래서 춘희는 그렇게 했단다. 코끼리 박제가 불에 타는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금방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 사건은 사라져갔단다.

어느날은 벌떼를 잔뜩 몰고 온 외눈박이에 여인이 찾아왔어. 그 여인의 주위에는 수천 아니 수만 마리의 벌들이 감싸고 있었어. 누군지 알겠지? 노파의 딸이었어. 몇 안 되는 꿀벌 한 무리를 달고 다니던 옛날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지. 바람과 함께 나타난 그녀. 그를 대적하는 금복.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상상을 해보면 바로 영화 속에 한 장면처럼 떠오르더구나. 그런데 이 싸움은 시시하게 끝이 나고 말았단다. 금복이 여왕벌이 들어 있는, 양봉용 벌집을 가지고 온 거야. 그러자 벌떼들이 그 벌집으로 모두 들어가 버렸고, 그때 벌집에 불을 질러 버린 거야. 삼손이 머리카락이 잘리면 힘을 잃는 것처럼, 노파의 딸도 더 이상 아무런 힘이 없었어. 금복은 노파의 딸이 섭섭해 하지 않을 만큼 돈을 주었고, 노파의 딸은 다시 길을 떠나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금복이 점점 사업을 확장시켜나면서 점점 남자처럼 변하는 거야. 금복의 자신의 일생일대의 꿈이었던 극장 건설을 할 때쯤엔 외모도 완전히 남자처럼 변했어. 그리고 자신이 거둬들였던 창녀 수련을 사랑하게 되었어. 수련의 말에 따르면 금복이 진짜 남자가 되었다고도 했어. 그런데 어느날 수련은 남자, 그것도 금복을 찾아온 옛 고향친구와 함께 야반도주를 했단다. 금복은 수련을 깊이 사랑했었나 봐. 수련이 떠난 이후 금복은 깊은 슬픔에 빠졌어. 그가 세운 극장은 고래 모양으로 지었단다. 금복이 첫눈에 반했던 고래와 극장. 그것을 모두 만족하는 것이 고래 모양의 극장이었던 거야. 극장은 일대 성행을 하게 되어 금복에게 또 큰 돈을 벌게 해주었어. 하지만, 금복은 이때부터 슬픔 속에 살았고, 죽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걱정, 칼자국, 그리고 본 적도 없는 노파까지.. 그러다가 극장 안에서 금복의 실수로 불이 났는데, 이상하게 극장 문이 밖에서 모두 잠겨 있었던 거야. (그 죽은 노파가 나타나서 문을 잠궜어.) 그래서 극장 안에 갇혀 있던 수백 명이 모두 죽고, 불은 다른 건물로 번져 평대의 거의 대부분의 건물을 태우고 말았어. 물론 금복도 그곳에서 죽고 말았단다.

 

4.

경찰은 조사 끝에 벙어리인 춘희를 용의자로 체포해갔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방생활을 했어. 춘희는 덩치가 무척 커서 감방에서 누가 감히 건들일 수 없었어. 많은 시간이 흘렀어. 십대 후반에 들어온 감방은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단다. 감옥에서 나왔지만, 춘희는 갈 곳이 없었어. 그녀가 갈 곳은 벽돌공장 하나뿐이었어. 대화재 이후 폐허가 된 평대의 텅 빈 벽돌 공장에 그렇게 돌아온 거야. 드디어 다시 소설의 첫 부분으로 돌아왔구나. 소설의 첫부분에 나오는 그 장면은 이렇게 오랜 역사가 담겨 있었던 거야. 그곳은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았고, 춘희는 돈도 없어서 자연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야 했어. 완전 야만인이라고 해야 하나. 춘희는 벽돌을 만들기 시작했어. 딱히 누구한테 팔려고 했던 것도 아니야. 춘희가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이라고는 그것밖에는 없으니까.

그런데, 어느날 누가 찾아왔어. 예전에 안면이 있었던 트럭 운전사였어. 그는 아주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 벽돌공장을 찾아왔다가 어린 춘희를 본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들이 다시 만난 것이지. 그런데 덩치가 커다란 춘희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어. 그래서 자주 찾아오게 되었고, 그들은 사랑을 하게 되었어. 춘희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랑. 그렇게 아이까지 갖게 되었는데, 그 소식을 트럭운전사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는 무슨 두려움이 있었는지 새벽에 몰래 도망을 갔어. 그런데, 나중에 다시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고 다시 벽돌 공장에 찾아오다가 그만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단다. 아빠는 내심 이 소설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지은이는 냉정했단다. 춘희는 혼자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그곳에서 춘희는 혼자 아이를 키웠어. 그런데 어느 추운 겨울날 열병이 난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 길을 떠났는데, 하지만, 병원에 도착도 못해보고 길에서 아이는 죽고 말았어. 다시 한번 해피엔딩의 희망을 짓밟힌 기분이었단다. 춘희는 참을 수 없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고통을 받았단다. 그렇게 춘희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어떤 건축가가 대형 극장을 짓는 일을 하게 되었어. 그가 좋은 벽돌을 찾으려고 몇 날 며칠을 돌아다녔지만, 그런 벽돌을 찾지 못했어. 그랬다가 한참 만에 버려진 벽돌 공장을 찾았고, 그곳에 커다란 공터에 엄청나게 많은 벽돌이 쌓여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단다. 그 품질은 그가 기다렸던 최고의 품질의 벽돌이었어. 그곳에는 여자 유골이 발견되었어. 그래, 춘희의 유골이었어. 자신의 아이를 잃고 춘희는 그곳에서 평생 한()과 고통을 벽돌로 빚은 거야. 그 벽돌에는 춘희의 혼과 아이의 혼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건축가는 위대한 건축물을 지었고, 그는 이름 모를 위대한 벽돌공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고 이야기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지은이 천명관은 우리의 일상에서 일부분을 확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구나. 그의 다른 작품들이 기대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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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사피엔스>란 책은 출간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한 책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평점을 아끼지 않은 그런 책이란다. 막상 책을 보면 제목은사피엔스’. 두께는 만만치 않은 두께. 읽기 쉽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인기는 식지 않고 이어졌단다. ... 아빠도 집어 들었단다. 지은이는 유발 하라리란 사람인데, 이 사람은 책을 내기 전에 유투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했다고 하는구나. 그런 강의를 바탕으로 쓴 책이 바로 사피엔스란 책이란다.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 분명 인류, 즉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영장류의 모든 것? 또는 역사? 과학? 뭐 그런 것들에 관한 책이란다.

그는 인류 역사에 있어, 인류를 크게 변화시킨 것을 세 가지로 보고 있단다. 그 세 가지는 너무 큰 변화를 일으켜서 그는 혁명이라고 이름 붙였어.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바로 그것이란다. 역사, 인문학, 과학, 인류학 등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호기심을 갖고 다음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이 책이 많은 나라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란다. , 그럼 아빠가 이해한 수준에서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해 줄게. 나중에 너희들도 커서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1.

지금이야 인간이 한 종인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늘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불과 10만년 전에는 여섯 종의 인간들이 있었대. 10만년 전을불과라고 하냐고? , 지구의 역사까지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생명체의 역사로만 봐서도 10만년은 아주 가까운 옛날이 되는 거지. 인간이 자신 스스로 역사를 만들다 보니, 10만년 전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낄 뿐이야. 좀 더 멀리 가보자꾸나. 우주의 역사. 우주의 역사는 한 점에서 빅뱅이라는 큰 폭발로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란다. 그것이 약 135억년 전이래. 그리고 38억년 전에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을 했대. 그리고 7만년 전에 드디어 이 책의 주인공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을 했다고 하는구나. 이때가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인지혁명이라고 한단다. 나중에 이야기할 농업혁명은 12,000년 전에 이루어졌고, 과학혁명은 오백 년 전에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인류의 역사는 학창시절에 배워서 아직도 기억 속에 단단히 박혀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을 거쳐 6종의 인간이 같이 살았다고 하는데호모 에렉투스, 호모 솔로엔시스, 호모 데니소바,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사피엔스가 그것이란다. 이런 인간들이 다른 동물에 비해 다른 점이 무엇인가? 그들은 일단 뇌가 크단다. 몸무게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그런데, 그 큰 뇌가 소모하는 에너지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휴식 상태일 때가 전체 몸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무려 25%에 해당된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무게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니, 인간은 먹어야 할 식량이 늘어나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육량은 적었대. 점점 머리는 커지고, 직립보행을 하다 보니, 아기가 나오는 길인 산도는 좁아졌단다. 그래서 임신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미숙아로 빨리 출산하게 되었고, 제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로 태어나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오랜 시간 부양해야만 했단다. 그렇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그것은 엄마의 역할이 되었고, 부족들의 도움이 필요했어.

아주 먼 옛날에서 생태계의 꼭대기는 인간이 아니었대. 그들은 거대한 동물들이 나타나면 도망 다녀야 했어. 그러다가 40만년 전부터 대형 사냥감을 사냥하기 시작하다가 10만년 전이 되면 먹이사냥의 최고 꼭대기에 앉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것은 생태계의 시간으로 봤을 때 너무 빨리 정점에 오른 것이라서 생태계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는 구나.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정점 중에 정점에 다다르게 되었고, 음식을 익힐 줄 알게 되면서, 다양한 음식을 갖게 되었단다. 사피엔스가 그럼 어떻게 다른 인종들을 없앴을까?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다른 인종들과 교배를 하면서 없애거나 또 다른 학설은 인종학살에 의한 멸종되었다는 설도 있단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을 통해 그들의 게놈 지도가 최근에 만들어졌는데, 인간과 같은 유전자가 1~4% 정도 된다고 하는구나. 어떤 이들은 교배이론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교배이론이 왜 멸종을 뒷받침을 하냐면, 다른 종들과 교배를 하게 되면 후손을 이을 수 없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말과 당나귀 사이에 태어난 노새라는 동물이 있는데, 노새는 번식을 할 수 없대. 그렇듯 다른 인종과 교배를 하면서 그 인종들을 없앴다는 것이 교배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란다. 아무튼, 7만년 전이 되면 이 지구상에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1종만 남게 된다고 하는구나. 이쯤 되니, 아빠는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여전히 이 지구상에 인간 6종이 공생하고 있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말이야. 너희들도 한번 상상해봐. 즐거운 상상이니? 무서운 상상이니?

  

2.

인지혁명은 7만년 전부터 3만년 전까지 이어진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이때 호모 사피엔스는 의사소통방식을 터득하게 돼. 그전까지 그렇지 않다가 왜 이때 그들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졌을까? 그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이때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들과 차별점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유연한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되었고, 언어는 정보의 수단이 되었대. 그로 인해 오늘날 인류까지 인간은 가상의 실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구나. , 국가, , 법인 등등이 모두 그런 것들이야. 사피엔스는 사회구조와 인간관계의 속성들을 빨리 바꿀 수 있었어. 교역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지. 그럼에도 인지혁명을 하던 시기 대부분의 인간은 수렵채집인으로 살았어. 그렇게 수렵채집 생활을 하다 보니 인간은 고칼로리음식을 먹었대. 그리고 성생활도 많이 달랐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여러 남자의 정자들이 축적되어야 아이가 생긴다고 생각했대. 오늘날 일부일처제는 고대 공동체를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제도인 거야. 수렵채집 생활은 외부관계와 거의 단절하는 삶을 가지고 했다고 해. 당시 정착생활을 하는 곳은 그나마 먹을 것을 쉽게 수렵채집을 할 수 있는 바닷가의 어촌 정도였어. 당시 그들은 일주일에 35~45시간을 일하면서, 가사 노동도 적었을 것이라고 했어. 지은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아마 오늘날 우리보다 적게 일하고도 잘 살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렇게 일해도 영양실조도 적었고, 전염병도 적었대. 60대 이상의 사람들도 꽤 있었대. 물론 어린 사망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고난과 결핍이 뒤따르기도 했었어. 당시 정치 사회는 어땠을까? 추측불가 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당시 전쟁은 있었을까? 학자들마다 의견이 달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수렵채집 하는 인간들이었는데, 생태계를 이미 많이 바꾸어놓았다고 하는구나.

인지혁명 이후 많은 인간들이 외부 세계로 나아가게 되었고, 그래서 4 5천년 전 호주까지 정착하였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어떻게 먼 바다를 건너 호주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인간이 호주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거대동물 수십 종이 멸종을 했대.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 16,000년 전 사피엔스는 시베리아를 통해 알래스카를 거쳐 드디어 아메리카에 도착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2000년 만에 대형 동물 대부분이 멸종을 했대. 그렇게 사피엔스가 가는 곳마다 대형동물들이 멸종을 했다는구나. 생태계 최고 정점에 있는 이의 만행이라고 할까? 과연 그들은 지구 생태계에 필요한 존재인가? 이것은 이미 석기 시대부터 논의가 필요했던 것이었구나. 이런 일들이 인지혁명이 일어났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하는구나.

  

3.

1만년 전 상황은 급격하게 변했대. 사피엔스는 농업 기술을 터득한 거야. 더 이상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지도 않게 된 거지. 제한된 지역에서 농업을 시작하여 점점 퍼지게 되었고, 다양한 곡식을 재배하게 되었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어. 기원후 1세기에는 세계 대부분의 사피엔스들이 농민이었대. 아빠가 학교에서 배운 농업혁명이 가져다 준 것은 이익이 많았고, 인류가 진보한 근거였어. 하지만, 지은이는 아빠가 몰랐던 사실들을 일깨워 주었단다. 물론 농업을 통해 식량 총량은 확대되었어. 그런데, 그 이전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열악한 식사를 하게 되었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농업으로 인해 그 전에 없던 새로운 질병들이 출현을 했어. 그리고 정착지를 지켜야 하는 의무도 생겨났고, 그로 인해 전쟁도 일어났어. 농경사회에서 15%가 인간 폭력으로 사망했대. 더욱이 남자는 25%가 인간폭력으로 죽었대. 전쟁으로 죽었다는 거지.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식량 총량이 늘어나면서 인구의 증가를 가져왔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곡식량만 늘어난 농업혁명. 지은이는 밀과 감자, 쌀 등이 자신들의 개체를 늘이기 위해 인간들을 길들였다고 하는 기발한 생각까지 해냈어. 마치 리처드 도킨스가 이야기한 이기적 유전자들이 자신들의 번식을 위해 인간들을 조종하는 것처럼? 아무튼 농업 사회가 되면서, 인간들은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어. 당연히 삶이 더 나아질 거라 기대했을 거야. 하지만, 인구가 늘어 삶의 질은 그대로가 되었어. 인구가 늘어나서 다시 수렵채집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 그래서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도 불러.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원래 있었던 것인지, 지은이가 독창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 사실을 처음 보게 된 아빠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단다. 농업 사회로 들어선 인간이 결코 발전한 게 아니었다니그것은 말, 감자, 쌀 등이 발전한 것이었어. 동물들의 가축화 또한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단다. 오늘날 가축화된 동물은 엄청난 개체수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 또한 불행한 시절이 되고 말았단다. 현재 지구 상에는 양이 10억마리, 돼지도 10억 마리, 소는 10억 마리 이상, 닭은 무려 250억 마리가 있다고 하는구나. 그들은 그려 식용 또는 옷의 재료로 또는 우유생산을 위한 목적일 뿐이란다. 동물에게 있어 농업혁명은 재앙이었던 것이야.

농업혁명은 그 동안 없었던 인구 급증을 만들어냈고, 흉년이 들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식량을 비축하게 만들어야 했고, 그로 인해서 일을 그전보다 더 많이 해야 했단다. 그리고 지배자와 엘리트를 출현하게 하였고, 그들은 농업을 하지 않는 대신 잉여 식량을 가져가게 되었고 본격적인 국가가 생기기 시작했단다. 국가가 생기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뇌의 기억 용량이 부족하게 되면서, 쓰기가 출현하였단다.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있던 수메르인들이 점토판에 숫자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런 숫자나 문자는 점점 복잡해졌어. 그들의 문자를 쐐기문자라고 했어. 수메르인들이 문자를 쓰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3000년에서 기원전 2500년이래. 이후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중국 등지에서도 문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대. 농업혁명이 일어나고 수많은 국가가 생겼지만, 인류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 또한 생겨난 것이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단다. 그것은 바로 돈, 제국, 종교란다.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것들이란다.

  

4.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과학혁명은 상당히 최근에 일어난 일이란다. 하지만, 그것은 그 전에 인류 변화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단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피엔스를 더 풍요롭거나 더 행복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농업혁명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500년 전 과학혁명은 그것이 향후 사피엔스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줄거라 예상하지 못한 채 우연히 일어났단다. 과학은 오늘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으로 생각하고 있고,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과학은 자본주의를 낳았고, 자본주의는 사회 전체의 부의 총합이 늘어나지 않으면 종속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단다. 사피엔스 개체수의 증가율보다 부의 증가율은 월등히 높게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겠니? 예전에는 필요 없는 사치품들을 필수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사도록 하면 되겠지. 그리고 사람들은 필수품이 된 사치품을 사기 위해서 더 많이 일을 해야 하고

그래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과학의 도움으로 분명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니? 너무 바빠서 집에 오면 이미 너희들은 아빠를 기다리다 잠이 들고.. 아빠도 책 한 장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잠들고.. 이것이 과학이 만들어낸 삶이 아닐까 생각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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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를 우표에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 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개월이 걸렸다.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려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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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이 수렵채집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듯이, 과학혁명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은 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단다. 그런데, 과학혁명이 만들어놓은 또 다른 폐해가 있어 그 문제가 심각하단다. 바로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거야. 모든 이들이 이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아빠는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돌아갈 수 없는 것 같아. 그냥 이렇게 종말로 가야만 가는 것일까? 과학혁명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왔단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다. 그래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신비도 풀어낼 것이고, 과학은 신의 경지에 다다를지도 몰라. 어쩌면 이미 신의 영역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과연 이 지구 파괴의 길을 멈출 수 있을까? 그렇게 어떻게 하면 파괴의 길을 걷는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갑자기 지구가 터져버려 지구와 사피엔스가 이 우주에서 사라져버려도 이 우주는 아주 평온하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무슨 고민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더구나. 지은이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하지 않나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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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한,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내일 아침 지구라는 행성이 터져버린다고 해도 우주는 아마도 보통 때와 다름없이 운행될 것이다. 그 시점에서 우리가 아는 바로는 인간의 주관성을 그리워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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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과학혁명의 영향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서, 책의 뒷부분에 대해 메모를 하지 못해서 내용이 많이 부실하단다. 이해해주렴. 오늘은 여기까지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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