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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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때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단다. 콘트라베이스. 물론 아빠도 이름을 들어봤지.

현악기 중에 가장 큰 악기. 현악기 중에 가장 낮은 음을 악기. 예전에 아빠가 재미있게 본 <노다메 콘타빌레>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어떤 작은 소녀가 자신보다 큰 악기를 등에 메고 힘겹게넘어질 듯 걷던 장면. 그때 등에 멘 그 악기가 바로 콘트라베이스였어. 그 정도가 아빠가 알고 있는 콘트라베이스가 전부였어.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란 책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의 비애를 이야기했어. 덩치는 커다랗지만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악기로 열등감마저 느낀다고... 바이올린 독주첼로 독주비올라 독주. 다른 현악기들은 독주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지만, '콘트라베이스 독주'는 어색하다고.. 사실 아빠도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어. 하지만그런 열등감을 이기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의 독보적인 인물이 있다고 했어. 그의 이름은 게리 카인데그는 콘트라베이스 독주까지 하고 앨범도 내게 되었다고... 그런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도 짧게 소개해 주었었단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어.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책을 읽었단다. 아빠는 얼마 전에 박종호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몇 년이 휙 지나갔다니시간 빠름이 무섭기까지 하구나.

파트리크 쥐스킨트. 아빠가 이 사람의 책을 읽은 것은 오래 전이더구나. <좀머 씨 이야기> <향수>라는 책을 읽었어. 이 사람은 사람 만나기를 극도로 싫어해서 인터뷰도 안하고상도 거절하였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혼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낼까 생각이 들다가도 그렇게 혼자 있는 사람이라서이런 콘트라베이스 같은 등장인물이 한 명인 소설도 쓰나 보다 했단다.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이 한 명 나오거든.

  

1.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이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단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보니이 소설은 그대로 모노드라마 연극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았어. 그래서 혹시나 하고 찾아봤지이 소설이 연극으로 상연되었나. 우리나라에서도 명계남 주연으로 몇 년 전에 했었다고 조회가 되더구나. 진작에 알았다면 한번쯤 봐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이었어. 그가 연주하는 악기는 콘트라베이스. 그가 자신이 연주는 콘트라베이스가 볼품없는 악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콘트라베이스가 다른 악기 못지 않게 중요하고 훌륭한 악기라고 이야기한단다.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달라고 했어. 그가 콘트라베이스를 흉보거나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게 표현을 해서아빠가 옮겨 적어보았단다. 먼저 콘트라베이스를 흉보는 장면은 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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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면 저는 이 녀석을 저쪽에 있는 등받이 의자 위에 올려 놓고활은 그 옆에다 놓고저는 여기 이렇게 안락의자에 앉습니다그렇게 해놓은 다음 저는 이것이 아주 볼품이 없는 악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여러분께서도 이것을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한번 자세히 봐주십시오꼭 살이 피둥피둥한 아줌마 같지 않습니까엉덩이는 축 처졌고허리 부분은 잘록하지도 못한 것이 위쪽으로 지나치게 길게 뽑아 올라져서 도대체가 못마땅합니다게다가 가늘고 축 늘어져 곱사등이 같은 어깨 부분 좀 보십시오정말 못 말립니다이렇게 외모가 엉망으로 보이게 된 원인은 콘트라베이스가 음악 역사상으로 보면 일종의 잡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아랫부분은 큰 바이올린과 같고윗부분은 커다란 저음 4현금 겜브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콘트라베이스는 이제까지 발명된 악기 가운데 가장 못생기고거칠고우아하지 못한 악기입니다악기의 돌연변이지요종종 저는 이것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톱으로 토막을 내고 싶기도 하고잘게 부숴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잘게 가루를 내거나톱밥처럼 만들어 목재를 가스로 바꾸는 기계에 집어 넣거나….. 아무튼 결판을 내고 싶기도 합니다제가 이 악기를 사랑한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이 녀석은 연주하기도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반음을 세 개만 내려고 해도 손가락을 쫙 펴야만 하거든요겨우 반음 세 개를 가지고 말입니다.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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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흉을 보다가도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가 콘트라베이스라고 이야기한단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 사는 세상도 생각해 봤어. 우리 사는 세상에 하찮은 존재는 없다고 말이야. 모든 존재가 그 존재의 이유가 있고, 그런 존재들이 모두 있어야만 진정한 세상이 된다고 말이야. 혹시 지은이도 이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아무튼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콘트라베이스가 중요한 이유를 같이 들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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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가 빠졌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자고로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을 얻으려면  지금단어의 정의에 입각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베이스가 갖춰져 있어야만이 가능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1바이올린이 없거나관악기가 없거나북이 없거나트럼펫이 없거나그 밖에 다른 악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오케스트라는 있습니다하지만 베이스가 없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결국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 악기 가운데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비록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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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여러 음악가들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그러 음악가들 중에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을 연주한 사람은 많았지만, 콘트라베이스를 직접 연주한 음악가는 별로 없다면서 브람스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슈베르트가 직접 4중창에 참여하기도 했었대. 바그너는 파리에 집을 구하려고 했으나소음으로 집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고

그는 또한 오케스트라 단원의 일원으로써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이야기해주었어. 그러면서얼마 전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노래를 하게 된 소프라노 세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첫부분에는 그냥 같이 하는 사람인 것처럼 에둘러 이야기했다가 소설의 뒷부분에 가면서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단다. 그가 세라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했어. 사실 콘트라베이스와 소프라노는 어울리지 않는 쌍이라고 했어. 왜냐하면 소프라노가 노래 부를 때 옆에서 연주해주기에는 콘트라베이스가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어떤 첼로 연주자가 소프라노와 연애를 하면서, 악기를 피아노로 바꾼 적도 있었대. 그렇게 자신이 소프라노와 어울리지 않는 악기를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런 것이 무슨 구애가 되겠니 그는 오늘 밤 공연 때 무대 위에서 세라를 사랑한다고 외치겠다고 하면서 방을 나가면서 소설을 끝이 맺었단다.

..

책을 덮고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한번 들어봤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게리 카의 연주를 유투브에서 찾아 들어봤어. 글쎄협주곡으로 연주된 곡을 들을 만 했는데, 독주곡은 사실 아빠의 귀로는 오래 듣지 못하겠더구나. 그렇다고 아빠가 그 악기를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야. 그 악기 또한 이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을 인정하니까 말이야. 아빠와 같은 회사원이 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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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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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동양 철학의 두 주류라고 하면 공자와 노자를 들 수 있단다. 보통 공자는 현실 정치에 꾸준히 참여하려고 했고, 노자는 현실을 떠나 은둔의 생활을 한 사람으로 인식들 하고 있어. 아빠도 동양철학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가끔씩 교양 서적을 통해서 읽고, 지나면 또 까먹고 그러니까 자세히는 몰라. 그래도 노자의 도덕경 첫 번째 구절은 알고 있단다.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그 문구가 너무 멋지게 들렸어. 도를 도라고 말하면 이미 그것은 도가 아니다.. 그리고 노자는 현실을 떠나 무위(無爲), 즉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강조했다고 알고 있었어. 스트레스와 집착으로 일관된 생활을 하는 아빠로서는 그의 그런 무위 사상이 늘 동경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단다. 더욱이무위다음에자연이라는 말까지 붙여 무위자연이라는 부르기도 하잖니. 자연 속에 묻혀 아무것도 안하고 자연의 흐름대로 살아간다. 생각만 해도 여유롭고 평온한 삶이 그려지잖니..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좀더 노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들었단다.

이 책은 이미 EBS에서 지은이 최준석이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강연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 아빠는 보지는 못했어. 그래도 강연을 책으로 옮겼으니, 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단다. 강연이 그리 긴 강연은 아니었기 때문에, 책도 노자 전체에 대해 주석을 달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대략적인 내용과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관심이 있을 내용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의 사상에 대해 그 전보다는 더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았어. 예전에 김용옥의노자와 21세기라는 책을 통해 노자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김용옥이 해석한 것과는 또 다른 해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김용옥의 책을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아빠 머리 속에서는 느낌만이 남아 있지만 말이야.

 

 1.

인간은 왜 다른 동물들에 비해 두뇌가 발달했을까? 이것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해주었단다. 불에 익힌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쉬워졌고, 그로 인해 뇌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생각하는 동물이 되었다는 거야. 고대 중국에서도 사람들이 씨족을 이루면서 살다가 초기 국가 형태에 이르게 되었어. 당시 사람들은 나라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하늘이 점지해주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가 생겼는데, 이것은 하늘의 뜻을 어긴 것이 되었잖아. 그래서 그들은()”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주나라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단다. 덕이 있으면 하늘의 뜻인 천명이 오고, 덕을 잃으면 천명도 떠날 수 있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덕을 잃은 은나라는 천명이 떠나고, 덕이 있는 주나라에 천명이 왔다는 것이지. 그러다가 철기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사회는 급격하게 발전하게 되었단다. 철기를 가진 자들이 부를 쌓게 되고, 그 전에 소인으로 취급된 사람들이 세력을 키워가게 되었어.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여러 나라들이 생겨나게 되었지.

그 때가 춘추전국시대였단다. 그러면서 점점 이 세계의 주인이 하늘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단다. 이때 공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하늘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 있다고 했어. 그리고 그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인()이란 인간의 보편적 본질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인()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말로 설명했지. 이것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인간은 인간이 지켜야 할 보편적 기준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예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지. 바로 이 점을 노자가 비판했단다.

노자 또한 인간의 존재를 하늘이 아닌 인간 자체에서 찾으려고 했어. 하지만, 공자와 달리 인간의 보편적 기준을 인정하지는 않았어.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길이 있었다고 생각한 거야. 노자는 공자의 보편적 기준을 따르려다 보면 갈등을 초래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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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런 연유로 공자와 다른 방식으로 객관성, 투명성, 보편성이 확보된 질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공자는 천명론을 극복하고자 자신만의 도를 건립하면서 인간 세계, 인간의 내면성으로부터 인사이트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주관성이라는 틀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노자는인간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우리 밖에 펼쳐진자연에서 인사이트를 구하지요. 자연에는 주관성이나 가치가 개입되어 있지 않은데, 노자는 이를천도무친(天道無親)’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자연의 질서에는 더 친하게 여기고 덜 친하게 여기는 구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어떤 주관적 가치도 개입시키지 않고 아주 평등하게 대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의미에서 자연 질서는 매우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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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하자면, 공자와 노자는 모두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관점을 바꾸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 공자와 노자 모두 도()를 추구했단다. 그 도()란 것은 인간이 인간만의 능력으로 건립한 길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든그런데 공자와 노자의 차이점은공자는 인간의 내면성을 근거로 한 인간의 길을 이야기하였고, 노자는 자연의 존재 형식과 운행 원리로 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란다. , 그럼 이제 노자가 이야기하는 도와 무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2.

일단, ()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야. 도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고 할 수 있대. 여기서 무()는 없다는 의미가 아니고, 비어있다는 의미라는구나. 우리가 지금은 무()를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노자가 살던 시절에는 비어있다는 뜻으로 쓰였대. 있음과 비어있음이 서로 같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 노자로 대표되는 도교는 관계론에 주목을 했대. 도교가 공자의 유학과 가장 큰 차이점 중을 보이는 하나가 바로 이 관계론이란다. 유학은 가치론을 중시했기 때문에좋다나쁘다의 주관적 판단이 있었고, 그를 위해서는 구분을 해야 했고 이것은 배제와 억압을 불러왔다는 거야. 이에 반해 도교는 관계론을 중시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불교, 주역,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대.

사실 불교도 관계를 중요시 했거든. 불교는 이 세계를 고통의 바다라고 해서 여덟 가지 고통이 있고, 그 고통을 넘어서야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무소유를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뜻을 개입하지 않는 자세라고 보면 돼. 소유라는 것은 바로 자기 생각의 틀을 가지는 것이거든. 그렇게 자기 생각의 틀과 현실과 맞지 않아 집착하게 되고 고통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어.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깨달음이 되는 것이고불교에서 또 중요시 하는 것이 바로인연이잖아그게 곧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지

..

도교에서는 도를 행하는 이유는 날마다 덜어내는 것이라고 했어. 그렇게 덜어내고 덜어내면 무위의 지경에 이르는 것이야. 무위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야. 무위는 세상을 바라보는 일종의 자세라고 할 수 있어. 세상 사람들이 정의 내린 신념, 이념, 가치관 등을 무시하고 자신이 주인이 돼서 자신만의 의식으로 세계와 직접 관계를 맺는 것이지. 좀 말이 어려운 것 같지만, 세상을 볼 때 기준을 갖지 말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 그러면 이제 무위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러면 무위를 한번 실천해보자꾸나. , 노자는 이렇게 무위를 주장했을까? 그것은 더 높은 경지를 위해서였던 거야. 무위를 지나 무불위(無不爲)에 이르기 때문이래. 무불위가 뭐냐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란다. 그러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노자가 현실을 초탈하는 철학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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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爲而無不爲

무위를 실천해봐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을 말할 때, 노자의 시선은 절대무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바로무위를 지나무불위에 가서야 멈추지요. 노자의 시선이 닿고 싶어 하는 곳은 바로무불위의 지경입니다. 노자가 무위를 강조한 이유는 무불위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자는 현실을 초탈하려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현실적 성취를 매우 중시했던 철학자입니다. 세상 속으로 아주 깊숙이 들어간 철학자였죠.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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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러면 노자의 가르침을 보고 나서, 세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냥 책으로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노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꾸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 그런데 그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하는 것이 아니야. 자꾸 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떨까? 그 기준과 변화된 세상과 차이 때문에 문제, 그래, 스트레스가 생길 거야.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 마음 속의 기준 같은 것은 갖다 버리라는 거지. 바로 그것이 무위의 태도를 갖게 되는 거야. 그럼, 위해서 말한 것처럼 안 되는 일이 없게 된다는 거야. 이것은 비단 세상과 나의 관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란다. 아빠와 너희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야. 아빠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너희들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지. 아빠는 아빠만의 길, 너희들에게는 너희들만의 길이 있다는 것이 바로 노자의 사상인 거야. 그러면서 지은이는 자식에게 세 가지만 해주라고 하는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그 세가지는 너무 당연한 것들이더구나. 믿어라, 사랑하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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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식을 키우면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들 때문에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식에게는 세 가지만 해주면 될 것 같아요. 첫째, 진심으로 믿어야 합니다. 믿지 않으면 예뻐 보이질 않습니다. 자식의 꿈과 희망을 존중하고 믿어야 합니다. 둘째, 자식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식이 아닌 자식의 성공이나 출세를 사랑해선 안 됩니다. 성적이 올라가면 더 예뻐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덜 예뻐진다면 아마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가지고 온 성적표를 사랑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셋째, 기다려줘야 합니다. 간혹 실패하더라도 기다려줘야 해요. 실패를 통하지 않고는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눈앞의 작은 실패들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커다란 학습장을 잃게 됩니다. 믿고 사랑하고 기다리기. 다만 진심으로. 여기서 가정의 행복이 나오고 창조적 성휘가 이루어집니다.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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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맨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노자의 핵심 사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다고 했잖아. 노자의 도덕경 전체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동양 철학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구나. 나중에 너희들이 크고 나서 너희들이 동양 철학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면.. (만일 말이야.) 그럼 같이 공부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다가도아빠가 아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면 노자의 사상에 어긋나는 것인데 말이야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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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52호 - 2017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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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0년 경 아랍의 봄을 불러 일으킨 재스민 혁명이라는 것이 있었어.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에서 생긴 이후 이웃나라에게 번진 반정부 시위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으로 오랜 아랍의 독재도 무너지기도 했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했어. 정부군의 탄압과 그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에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했어.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정부 시위가 작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단다. 몇 달 째 이어지고 있지만, 큰 사고나 인명 피해 없이 이어지고 있어. 수백만 명이 촛불 하나씩 들고 같은 마음으로 한 장소에 모여서 이루어지는 혁명. 촛불 시위라고 부르고들 있지만, 이 촛불 시위는 곧 혁명과 유사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촛불 혁명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구나. 이 촛불 혁명이 부패한 대통령 한 명을 내쫓으려고 시작한 것이지만, 좀 더 넓혀서 모순 덩어리로 변해버린 대한민국 시스템을 바꾸는 그런 혁명이 되었으면 좋겠어. 왜 그렇게 권력은 시민을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그 동안 시민들이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그런 무관심을 비판하는 시각도 그 동안 많았지. 그런데 몇 달 동안 이어진 이 촛불 혁명은 많은 의미를 남기고 있단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우리나라 시민들의 품격 있는 정치 의식을 알게 되었고, 그 무엇보다 정치인들에게 시민들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이번 녹색평론 152호에서도 그런 촛불 시위와 시민권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리고 이번 촛불 시위를 상징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었는데, 촛불 시위를 정리해주는 듯 해서 아빠도 한 자 한 자 따라 적어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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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광화문이다.

             - 김해자

 

유모차도 오고 휠체어도 왔다.

퀵서비스도 느릿느릿 중절모도 왔다.

촛불을 들고 실업자도 잠시 실업을 잊고 왔다 누군가는 오늘도

굳게 닫힌 일터를 두드리다 왔고 누군가는 종일 서류더미에 묻혀 있다 오고

장사하다 오고 고기 잡다 오고 공부하다 오고 놀다 오고 콩 털다 오고 술 마시다 왔다.

 

우리가 이렇게 광장에 모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기울어가는 대한민국호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 있지 않겠다와 더이상 가만두지 않겠다는 뼈저린 다짐이다.

기울어가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불의한 명령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내가 든 촛불은 불의와 탐욕과 거짓이 일용할 양식인 자들에게

더이상 우리의 주권을 맡기지 않겠다는 명예선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국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므로.

어느 누구도 누구보다 높지 않으므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대통령은 하던 짓을 계속할 것이고

의원들은 그냥 팔짱을 낀 채 아무 법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들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뻔뻔하게 빼앗아갈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기억나지 않는다모른다만 아는 파렴치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들은 앉은 자리에서 군대를 불러 국민에게 총구를 돌릴지도 모른다.

 

광장과 공용의 마당을 빼앗긴 민중에게 남은 것은 골방의 한숨과 눈물뿐,

우리는 잃어버린 우리 모두의 광장을 이 작은 촛불 한 자루로 탈환했다.

50 100 150 200 250만 점점더 많은 촛불이 광장에 켜지고 있다.

빛이 사방을 덮어 그 빛이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는 광화문(光化門),

빛을 밝혀 좋은 방향으로 화해해간다는, 여기가 바로 광화문이다.

촛불 들고 당산나무를 도는 산골과 밤을 밝히는 시장통과

대구 부산 광주 영월 보령 목포 흑산도 진도 거문도...

우리가 먹고 살고 사랑하고 만나고 모여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빛이고 광화문이다.

 

누가 대통령이어도...

지금 내 옆의 어느 누구도 저들처럼 무책임하고 무능하진 않을 것이다.

(아파트가 그렇게 남아돈다는데... 집을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보통사람인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살아가는 어려움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다들 공부들을 많이 했다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몰상식하고 파렴치하진 못할 것이다.

이게 지도자입니까? 이게 땅에 발을 디딘 사람 맞습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우리가 이렇게 모여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땅에 발을 대고 상식으로 빚은 팔을 휘두르며

양심으로 걸어와 우리 옆에 앉는 보통 인간의 얼굴이다.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우리는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

당도 대통령도 우리의 절대희망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대통령도 정당도 모른 채

즐겁게 밥 먹고 평화롭게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도 되는 세상이다.

좋은 세상이라면 왜 알아야 하는가,

공기처럼 바람처럼 빛처럼 생명을 주는 것들은 다 소리도 형체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있을 건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애야 한다.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심판도 단죄도 받지 않은 거짓과 비리,

민주주의를 짓밟고 고문하고 죽이고도 출세와 이권을 챙긴 불의한 관료,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국민들 고혈을 짜낸 탐욕스런 재벌,

아아 나스닥이여, 그들은 머잖아 붙잡고 울 나라조차 팔아먹으리라.

연민과 분배와 정의가 얼어붙은 사이

농촌은 해체되고 청년들은 미래를 빼앗기고 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졌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동안 가난과 공포와 불안도 대물림되었다.

공부하고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도 미래는커녕 오늘 하루를 기약할 수 없다.

이 모든 세습을 탄핵하라

우리가 든 촛불은 새로운 주권의 역사를 여는 첫 장,

이 촛불은 몽땅 쓸어서 가진 자들 아가리에 처넣은 얼굴 없는 귀신들에게

더이상 수저를 올리지 않겠다는 각성의 빛,

이 촛농은 먹고사느라 나 몰라라 했던 통회의 눈물,

힘없는 자에게 힘 있는 자 적이 되는

이 모든 억압과 불평등을 불 싸지르기 위하여

만인이 만인에게 적이 되고 분노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만인이 만인에게 친구가 되고 위안이 되는 세상을 위하여.

 

한 사람이 촛불 밝혀 한 사람이 더 밝아지고,

두 사람이 촛불 밝혀 두 사람이 더 따뜻해지고,

천 사람 만 사람의 촛불로 우리 모두가 환해지도록.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민주주의 만세!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낮지 않은,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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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위에 여러 유명한 사람들도 같이 동참해주고 있단다. 그 참여 자체에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란다. 이번 호에서는 연예인 김제동과 대담을 글로 실었단다. 촛불 시위에 가장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는 연예인이 바로 김제동이란다. 김제동의 입담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데, 그는 정부에 미운 털이 박혀서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는 연예인이 된 지 오래란다. 그는 시청률을 올리는 보증수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관 방송이 된 공중파들은 그를 출현시킬 수 없는 거야. 김제동은 이런 조치에 대해 굽신하지 않고 더욱 정부 비판에 적극적으로 행동했어. 어쩌면 그로 인해 그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얻게 되었을 수도 있어. 정의로운 행동에 사람들의 호감이 느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 책에 실린 김제동의 대담을 보고 김제동이 그저 입담만 좋은 연예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헌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헌법을 대하는 자세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 다시 한번 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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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우리가 지켜야 될 법이라기보다 우리(국민)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선언하는 법이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헌법에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헌법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국민들의 손으로 넘어와야 되는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저 사람들이 권한문서를 가지고 마치 자기들에게 권력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왔고, 사람들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단 말이에요. (그러나)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은 국민만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저들이 거꾸로 이용해왔던 헌법의 정신이 제대로 사용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에요. –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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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추첨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했었잖아. 그런데, 사실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많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갖고 있단다. 추첨 민주주의란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좀더 현실적으로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 한 가지를 제안하였단다.

시민 의회. 이것도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냐. 국가의 중요 쟁점이 되는 법안이나 정책을 마련할 때, 국회에서의 결정이 끝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시민 의회에서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지. 만약 이런 제도만 있어도,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든가, 핵발전소 등이 그렇게 쉽게 결정되지 않을 텐데 말이야. 우리는 잘못된 민주주의 제도로 인해 힘들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렇듯 시민 의회는 국회의원들의 밥그릇도 빼앗지 않고, 그들 스스로도 정책 결정에 대한 부담감을 시민과 나눌 수 있으니,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오직 그들의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생각만 갖지 않는다면 말이야. 또는 자신의 결정을 자신의 부 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이런 시민 의회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도 진지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구나.

 

2.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 같구나. 이번에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대통령 한 명 뽑는 것으로 이번 촛불 혁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면이번 기회에 우리 나라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야. 그렇게 되자면 개헌도 같이 이루어져야겠지. 하시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개헌을 하더라도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단다. 일부 대선 후보들 중에는 개헌을 대통령 선거 전에 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30년이 넘은 헌법을 바꾸는데, 그렇게 급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천천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오랫동안 토론을 통해 제대로 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잘못된 우리나라의 시스템도 같이 개혁하고 말이야. 이번 녹색평론 152호에서도 우리나라 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이야기하였단다. 그러면서 4가지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선거 제도 개혁,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 재벌 개혁, 중앙집권 구조 깨기가 바로 그것이야.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구나. 모순덩어리 시스템 때문에 열 받는 일 좀 없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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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개혁의 4대 과제

(중략)

첫째,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엉터리 선거제도를 갖고 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국회가 제대로 구성되어야 제대로 된 입법이 가능하다. 재벌개혁이든 검찰개혁, 행정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이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중략)

둘째,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하려면 2017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 절차에 대해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중략)

셋째, 재벌개혁을 해야 하고, 검찰, 사법, 행정 등에 만연한 특권, 기득권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재벌로 드러났다. 재벌들은 그동안 뇌물, 로비 등의 음성적인 방법으로 국가의 의사결정을 왜곡시켜왔다. 이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넷째, 중앙집권구조를 깨는 획기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권력은 수평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하고, 수직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잘해보려고 하는데 중앙정부가 그것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편 지방분권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만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지 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의 만주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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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에 미운 털이 박힌 쿠바. 온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쿠바는 세상에 외면을 받았어. 특히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러시아에서 지원하던 것 마저 끊기고 그들은 어려움에 처해졌어. 그렇다고 쿠바는 그냥 무너지는 것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무릎을 꿇은 것도 아니었어. 그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해결책을 찾아냈단다. 그들은 자원 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도 커다란 문제였대. 그래서 그들은 유기농 야채를 더 많이 소비하고 육류를 적게 소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건강해진 것은 당연한 것이고. 뿐만 아니라 석유 공급도 차단되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게 되었고, 오늘날 1만개의 풍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태양에너지를 개발 중이래. 이런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공급의 15%나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주변 국가로부터 석유를 제공받게 되었는데도 그들은 이런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개발은 여전하다고 하는구나.

그들이 비록 미국에 규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런 것들을 실천해나갔지만, 그들을 통해 탈핵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들에게 이런 점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지만…. 녹색평론에서 쿠바 이야기를 자주 싣기는 했지만, 이번 호에 실은 이유는 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단다. 오랫동안 쿠바를 통치해왔던 피델 카스트로가 작년 11월에 죽었기 때문이었어. 그가 집권한 오랜 시절 늘 잘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쿠바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 수명도 길고, 유아사망률도 낮고,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무료로 식품을 배급하고, 무료 의료제도를 실시하고, 전기나 수도에 보조금을 주고, 값싼 주거비용을 가능하게 했단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만, 미국 중심의 역사 평가만을 믿어서는 안될 것이란다.

다른 꼭지들도 더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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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 하 - 양장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이제 닥터 지바고 ()권을 이야기해줄게. 겨울산 눈 덮인 산장에 앉아서 이 책을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빠는 강력한 스트레스 속에서 이 책을 읽다 보니, 집중하지 못할 때도 많았어. 이 책을 읽을 때 회사 일도 바빠서 더욱 그랬고그러니, 아빠가 이야기하는 것이 혹시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 이해해줘.

()권 마지막 부분에서 유리는 가족들과 함께 우랄 지역에 있는 바리끼노에 도착한 것까지 이야기했었지. 바리끼노는 별장과 같은 곳으로 주변에는 아무도 없이 외로운 곳이었어. 그리고 국가의 손길도 닿지 않는 그런 곳이었지. 유리와 또냐는 그곳에서 직접 농사도 짓고 그랬어. 그리고 가끔 글도 썼어. 그렇다 보니 유리도 지루했겠지. 삶의 무료함과 여유로움, 하지만 그리 행복하지 않은 삶. 당시 유리의 심정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 시절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시절은 쉽게 가지 않을 것 같았어. 자리에서 쫓겨난 황제가 총살당했다는 소식도 전해왔어. 또냐의 아버지도 농사일을 거들면서 무료함 마저 같이 했단다. 그곳에서 유리와 또냐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어. 하지만 무료함과 단조로움은 여전했지. 유리는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유랴찐에 있는 도서관에 가 보기로 했어. 그리고 그곳에서책을 읽고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어. 그래 바로 라라였어. 무척 반가웠지만, 그는 아는 척을 할 수 없었어. 라라가 도서관을 나가고 나서, 유리는 도서관의 책을 보다가 대출목록에서 유리의 집주소를 알게 되었어. 그는 망설이다가 유리의 집을 찾아갔어. 물을 긷고 있는 라라를 만나게 되었지. 반가움. 마음 속 깊이 품어두었던 라라의 대한 사랑의 감정이 폭발하는 듯했어. 도서관에서 사실 라라도 유리를 봤다고 했어.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났어. 라라는 유리에게 열쇠를 보관하는 장소까지 알려주었단다.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그것이 라라만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어. 라라는 사랑스러운 딸과 단 둘이 살고 있었어. 라라는 남편이 전쟁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어. 유리는 그를 만났었다고 이야기해주었어. 그런데 유리와 라라 사이는 그런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 오랜 시절 헤어져 지낸 그들에게 그 어떤 걸림돌도 없었어. 오직 사랑만이 있을 뿐.

그 이후 유리는 자주 유랴찐의 라라 집에 들렀어. 하지만, 유리는 또냐를 버릴 수 없었으며, 라라 또한 남편 뺘샤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어. 그들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윤리라는 울타리도 함께 자랐지. 그런데 어느날 라라의 집으로 향하던 유리 지바고는 빨치산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었단다. 그때는 그것이 오랜 이별이 될 줄 몰랐을 거야.

 

1.

혁명이 일어나긴 했지만, 당시 러시아는 내전이 이어지고 있었어. 볼세비키 혁명군들은 붉은 색을 상징을 했기 때문에 적군이라고 불렀고, 반군은 흰 색을 상징해서 백군으로 불렀어. 그 밖에 여러 단체들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당시 독일군과 전투를 벌였던 연합군은 볼세비키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했어. 그래서 백군을 지원하게 되었지. 그렇게 외세의 지원을 받은 백군과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적군의 내전이 한창 펼쳐지던 시기였어. 그리고 정규군 이외에 빨치산 부대들도 많았는데, 그 빨치산 부대 중 하나가 유리를 납치한 거야. 왜냐하면 그 빨치산 부대에 있던 의사가 최근에 죽었기 때문이야. 의사였던 유리가 타겟이 되었던 것이지. 유리는 비록 납치되었지만, 지식인이고 의사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우를 받았단다. 빨치산 부대의 대장과 자주 이야기도 나눴어. 당시 시국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했단다. 그렇다고 유리가 빨치산 생활에 적응을 한 것은 아니야. 그의 마음은 언제까지나 가족에게 가 있었고, 누구보다 라라에게 가 있었단다. 그리고 몇 번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시 붙잡혀 오곤 했었단다. 그리고 어느 추운 겨울날그가 빨치산에 잡혀온 지도 두어 해가 지났어. 또냐를 비롯한 가족들, 그리고 마음 속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라라. 그리운 이들그는 다시 한번 결심을 했어. 다시 한번 탈출을 시도했고, 이번에는 성공을 했어.

몹시 추운 산속,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곳을 몇 날 며칠을 걸어서 결국 유랴찐에 도착을 했어. 그리고 그는 라라의 집으로 갔어. 라라의 집 열쇠.. 옛날에 알려준 그 자리에 혹시나 있나 싶어 살펴보았지. 그랬더니 그곳에 열쇠뿐만 아니라, 편지도 놓여 있었단다. 시내에서 유리를 봤다는 소문이 돌아서, 바리끼노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갔다는 내용이야. 그래서 혹시 길이 어긋날 지 모르니까 집에 머무르고 있으라고 했어. 라라의 집에 있는 거울을 본 유리. 더부룩한 수염과 머리칼, 폐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 그는 이런 모습을 하고 유리를 만나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근처 이발소에서 머리도 잘랐어. 그리고 다시 라라의 집으로 오고 잠이 들었지. 얼마만의 단잠인지 몰랐어. 얼마를 잤을까. 눈을 떴을 때 그곳에는 라라가 있었단다. 늘 그리워하던 그 얼굴.. 라라는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또냐의 소식도 전해주었어. 또냐와 유리의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 라라가 가서 도와주기도 했대. 그리고 또냐는 아버지와 아이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떠났다고 했어.

 

2.

유리와 라라는 얼마만의 행복을 느꼈는지 몰랐어. 그들은 라라의 집에서 사랑만을 생각하면서 지냈어. 그러던 어느날 불청객이 찾아왔단다. 꼬마로프스키. 이 사람 기억나지? 이 사람이 찾아온 이유는 물론 라라 때문이었지. 그는 여전히 라라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어. 그는 극동 지방으로 떠나는 데 같이 가자고 했어. 왜냐하면,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잡혀가고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라라의 남편 빠샤 기억하지? 그가 스뜨렐리니꼬프라는 가명으로 혁명 전사로 활동했다고 했잖아. 그런 그가 일이 잘못 꼬였는지 반역군으로 몰리게 되었다는 거야. 그런 사람의 아내인 라라도 무사할 수 없었다는 거야. 그리고 유리는 빨치산 부대에서 탈영한 신세니까 그 또한 보호해 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말이야. 라라는 유리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고, 유리는 당연히 꼬마로프스키의 제안을 거절했지. 유리와 라라그들은 유랴찐에서 얼마를 더 지내고, 안전을 위해서 바리끼노로 가기로 했어.

그곳은 예전보다 더욱 황망했어. 주변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밤에는 늑대까지 나타났어. 그리고 또 얼마 뒤, 다시 꼬마로프스키가 왔어. 그는 유리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하자고 했어. 그리고 스뜨렐리니꼬프의 사망 소식을 전했어. 이제 라라도 안전하지 않다고 했어. 유리가 거짓으로라도 같이 가겠다고 해야만 라라를 안전한 곳으로 보낼 수 있다고 했어. 유리는 어쩔 수 없었다 생각했지. 사랑하는 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말이야. 그래서 그는 곧 뒤따라 가겠다고 하면서, 라라와 꼬마로프스키를 먼저 보냈단다. 그렇게 라라를 보내고 나서, 유리는 바리끼노에 혼자 남아서 괴로워했어. 라라와 이별은 그를 폐인으로 만들었어. 혼자 남은 유리는 라라를 위한 시를 쓰기도 했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그러던 어느날 바끼리노에 손님이 한 명 찾아왔어. 죽었다고 하는 스뜨렐리니꼬프. 그래, 라라의 남편.. 그가 찾아왔어. 여전히 쫓기는 몸이었어. 유리와 스뜨렐리니꼬프. 그들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라라 뿐이었어. 그들을 서로 자신만이 소유하고 있던 라라와의 추억을 공유했단다. 그리고 하룻밤을 묵은 스뜨렐리니꼬프. 다음날 아침 자살한 채 발견되었단다. 자신의 강한 신념으로 사랑하는 이까지 버려야 했던 스뜨렐리니꼬프. 그의 삶 또한 기구한 삶이 아닐 수가 없구나.

  

3.

시간을 지나고, 8년이 지났어. 유리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었어. 그보다 훨씬 전에 또냐와 장인어른은 프랑스로 망명한 상태였고, 유리한테도 오라고 했지만, 유리의 신분으로는 그것이 어려운 일이였어. 8년이라는 시간은 유리를 또 다른 사람의 남편으로 만들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오직 한 여인 뿐이었단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그리면서 살았기에, 그 그리움이 그의 몸마저 상하게 한 것 같았어. 그는 심장 질환을 겪고 있었고,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장례식그곳에 라라가 참석했어. 당시 라라가 모스크바에 있었던 거야. 어쩌면 유리가 죽기 전에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장례식 이후 라라의 행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대. 그리고 시간이 또 한참 흐르고 나서, 유리의 이복동생은 유리와 라라의 딸을 만나게 되었단다. 유리와 라라의 사랑이 그냥 헛된 것만 아니었던 거야. 그들은 사랑스러운 딸이 있었던 거야. 그들은 비록 가고 없지만유리의 이복동생은 그녀에게 유리가 남긴 시집을 전해 주었어. 소설은 유리가 남긴 시집의 전문을 실으면서 끝을 맺었단다.

휴… 아빠가 이야기하긴 했는데, 제대로 이야기를 전달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유리와 라라. 그리고 러시아의 혁명이라는 대서사시를 전달하기에는 아빠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빠가 다시 이 소설을 읽을 날이 올지 모르겠구나. 가까운 시일에 영화 <닥터 지바고>를 봐야겠구나.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한 1965년 작품이 유명하지만, 2000년대에 아빠가 좋아하는 키이라 나이틀리라는 여배우가 라라 역할을 맡은 <닥터 지바고>도 있더구나. 두 작품을 모두 보고 싶구나. 소설과 비교하면서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의 내용이 아빠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봐야 할 텐데서둘러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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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 상 - 양장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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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닥터 지바고>라는 소설을 예전부터 보고 싶었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 들었던 영화음악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 라라의 테마. 아빠가 고등학교 때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영화음악을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 그 프로그램에서 알려주어 알게 된 영화 <닥터 지바고> OST 라라의 테마’.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 음악은 아빠의 영혼 속에 깊이 박혔단다. 특히 눈 오는 겨울날이면 이 노래가 자주 생각이 났어. 나중에 꼭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지. 그런데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지, 영화를 보지를 못했어. 그러다가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영화보다 이 소설을 먼저 본 다음에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러시아 소설이 읽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뤘지. 그리고 이왕 읽을 거면 <닥터 지바고>란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겨울이 오면 읽어야지, 생각하다가 막상 겨울이 오면 겨울이 금방 휙 지나고그렇게 해가 지나고 또 해가 지나고…. 이번 겨울에는 꼭 읽고 말 테야.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 내용이 어려워도 꼭 읽어야겠다고 했어. 그리고 책을 드디어 읽었단다.

예상한 것처럼 읽기가 쉽지는 않았어. 길고 긴 러시아 이름.. 그리고 이름도 하나가 아니고, 한 사람인데도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앞부분은 정말 읽기 힘들었단다. 그래도 그 이름들에 익숙해지니 읽을 만했어. 우연이 좀 많긴 하지만, 이야기도 괜찮았어지은이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라는 사람이야. 작품에 비해 많이 유명하지 않은 것 같아. 이유가 그의 작품들 중에 장편소설로는 이것이 유일하다시피해. 그는 러시아에서는 소설가보다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구나. 보리스 빠스떼르나끄하고 해야 더 러시아 이름처럼 들리는 것 같기도 하구나. 그는 시만 쓰다가 1945 <닥터 지바고>의 집필을 시작하였단다. 그리고 9년에 걸쳐 쓰고 마침내 1954년에 끝을 내지만, 조국 러시아, 당시에는 소련이었겠지. 그 소련에서 출판을 못하게 되었단다. 혁명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렸기 때문에결국 조국에서는 출간하지 못하고 1957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었고, 그 이후에는 전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출판하게 되었대. 그리고 1958년에는 노벨문학상으로 선정이 되었지만, 그는 조국을 떠나지 않고는 그 상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상을 거절했다고 하는구나. 조국의 사상과 자신의 생각에 차이가 있지만, 조국을 사랑했던 보리스 빠스떼르나끄. 그의 이 역작이 1988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조국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의 주인공 유리 지바고는, 다름아닌 보리스 빠스떼르나끄 자신을 모델로 한 자전적인 소설로 더 유명하단다. 혁명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야 했던 지식인의 모습. 그러면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이야기를 들려줄께.

 

 1.

사실 이 소설은 유명한 영화 때문에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지만, 그보다는 러시아 격변기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간 이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게 좋을 듯 싶구나. 이 소설의 시작은 1903년 유리 지바고가 10살 때 이야기가 시작해. 유리 지바고의 집안은 엄청난 부자였는데,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는 바람이 가산은 급격이 기울었고, 어머니마저 유리 지바고가 10살 때 죽고 말았어. 그래서 외삼촌 니꼴라이가 유리 지바고를 데리고 모스크바로 와서 어떤 믿음직한 집안에 양자로 맡기게 된단다.

유리 지바고의 아버지. 그는 술취한 채 기차를 타고 나가다 열차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고 만단다. 유리 지바고의 아버지를 타락의 길로 이끈 이가 있는데, 변호인 꼬마로프스키란 사람이란다. 이 사람은 나중에 라라와도 엮이는 사람이야. 아참, 소설이 시작하는 1903년 러시아이 시기가 중요한데, 이 때는 절대 봉건주의 말기로써 황제 격인 차르의 부정부패가 심했던 시절인 걸로 아빠는 알고 있단다. 그 이후 지식인과 노동자 중심으로 연이어 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말이야. 아빠가 러시아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서 대략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넘어갈게. 아무튼 유리 지바고는 그렇게 모스크바에서 살게 되었고, 그가 머물고 있는 집에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또냐였어. 나중에 유리와 또냐는 커서 결혼하는 사이가 된단다. ..

, 이제 라라의 이야기를 해줄게. 라라의 집안 형편은 가난했어.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친구가 라라의 엄마한테 도움을 주어 양장점을 운영하게 했어. 그 아버지의 친구가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꼬마로프스키란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꼬마로프스키가 착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가 그렇게 도움을 준 이유는 라라의 엄마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던 거야. 곧이어 그는 엄마의 애인이 되었어.’ 라라. 그녀는 똑똑하고 예쁘고 당찬 여성이었단다.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어. 그런 라라에게 꼬마로프스키가 흑심을 품게 되고, 라라의 엄마 몰래 라라의 순결을 그만 빼앗고 말았어. 한편, 러시아에서는 1905년 시위는 더욱 거세졌어. 그리고 경찰들의 총칼도 덩달아 거세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했단다. 라라의 남자 친구가 될 빠샤도 그 시위의 중심에 서 있었어.

 

2.

시간은 흘러 유리는 대학생이 되었어. 유리는 자연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의학을 전공하게 되었어. 또냐와 약혼한 사이가 되어 있었어. 그들은 어떤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를 받아서 갔지. 그런 시기의 크리스마스 파티라면아무래도 자본가들, 즉 부르주아들의 파티였겠지. 그 파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한발의 총성이 울렸단다. 그것은 바로 라라가 꼬마로프스키를 겨냥했던 총알이었단다. 비록 그를 명중시키지 못하고 경상만 입혔지만 말이야. 어떤 일이 있었냐고? 라라도 학교를 졸업하고 꼴로그리보프 씨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웠어. 오빠의 빚도 대신 갚고, 남자친구 빠샤의 부모님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거든. 그리고 여전히 꼬마로프스키의 손아귀에 있었어. 라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오빠가 맡겨둔 권총을 들고 꼬마로프스키가 있는 크리스마스 파티장에 가서 그에게 총을 쏜 것이란다. 꼬마로프스키가 자신을 쏜 사람이 라라라는 것을 알고, 그녀가 경찰에게 잡혀갈 것을 걱정해서 자신은 괜찮다면서 오히려 라라를 자신이 데리고 가버렸어. 꼬마로프스키가 나쁜 사람이지만, 라라에게는 지극정성이었어. 자신에게 총을 겨눈 이를 그렇게 보호하려고 하니 말이야. 아니면 자신의 결점이 온 세상에 드러날까 봐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말이야

또 시간이 흐르고, 유리와 또냐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갖게 되었어. 세상은 그들의 행복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단다. 세계 1차 대전에 러시아가 참전하면서 유리도 참전하게 되었단다. 유리는 의사였기 때문에 군의관으로 참가하게 되었어. 라라와 뺘샤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어. 둘은 모두 우랄 지역의 유랴찐이라는 곳에서 학교 선생님이 되었는데, 빠샤는 평범하게 선생님을 하고 가정을 꾸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급진주의 혁명파였단다. 라라를 비록 사랑하지만, 그에게는 혁명이 먼저였어. 그리고 그 혁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빠샤는 지원해서 군대에 들어가게 된단다. 그렇게 갑작스레 군대에 들어간 빠샤. 빠샤에게서 정기적으로 오던 편지가 어느날 끊겼어. 라라는 걱정했어. 그래서 직접 군대로 찾으러 가기로 했어. 여자가 입대할 수 있는 방법은 간호병밖에 없었어. 그래서 그는 간호병이 되기 위해 공부를 했고, 간호병으로 군대에 갔단다. 하지만, 남편 빠샤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 병원에서 라라는 부상병들을 치료하는데, 부상당한 군의관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래, 바로 유리야.. 유리가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 그렇게 그들은 처음 만나게 되었고, 유리가 다 나은 다음에는 의사와 간호사로 같이 일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의연 중에 사랑이 싹텄을 거야. 세상의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자신도 모르게 스며드는 사랑전쟁은 끝이 났어. 유리 지바고는 모스크바로.. 라라는 유랴찐으로헤어지게 되었단다. 이제 막 커지려고 했던 사랑의 감정을 품은 채….

  

3.

모스크바에 돌아온 유리. 세상은 변해 있었어. 혁명이 성공해서, 이제 공산주의 사회가 되어 있었어. 사유물은 모두 없었지. 그러다 보니 유리의 집과 재산도 모두 국가의 것이 되었어.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어. 혁명 전 부유층이었던 유리와 또냐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랬단다. 그들은 모스크바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냐의 아버지의 별장이 있는 바리끼노로 했단다. 그런데 그곳은 우랄 지역으로 라라가 있는 곳과 멀지 않는 곳이었어. 라라와 재회를 암시하는 이주였단다. 모스크바에서 바리끼노로 가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니었어. 눈 내리는 겨울 열차 칸에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했어. 가다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며칠 동안 철길에 쌓인 눈을 승객들이 직접 치워야 했어. 그리고 가는 길에 어떤 혁명을 이끌고 있는 리더 스뜨렐리니꼬프라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단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라라의 남편 빠샤였던 거야. 빠샤는 전쟁에 참여했다가 전쟁이 끝나고 나서 다시 혁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스뜨렐리니꼬프라는 가명을 쓰기 시작했던 거야. 유리와 빠샤의 만남 또한 지나친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상에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 아니겠니. 그리고 드디어 우랄의 바리끼노에 도착을 했단다.

이렇게 ()권이 끝났단다. 이 소설이 러시아의 장엄한 현대사를 품고 있다고 하지만, 아빠는 그래도 유리와 라라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 읽게 되더구나. 그래서 너희들에게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더 하게 된 것 같아. 러시아의 역사를 한번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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