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2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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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이제 그럼 군함도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1권에서 지상은 군함도로 부르는 하시마섬을 탈출했잖아. 지상은 해변가에 밀려와 정신을 잃었는데, 어떤 마음씨 좋은 일본인 노부부에 의해 발견되었어. 이 노부부는 이미 전에도 하시마섬에서 탈출한 조선 사람들을 도와준 적이 있어서 지상을 발견하고도 그리 놀라지 않고, 전에 한 것처럼 집에 데리고 와서 숨겨주면서 보살펴 주었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위가 일하는 나가사끼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게 해주었단다.

지상이 일본어를 잘 한다는 것을 알고, 그 조선조에서는 지상에게 징용 오는 조선인들에게 일본말을 가르쳐 주는 일을 시켰어. 일본말을 가르치는 시간 이외에는 조선소의 일도 해야 했지. 그렇게 지상은 나가사끼의 조선소에서 일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 소식을 고향집에는 보낼 수 없었단다. 자신은 아직 하시마섬을 무단 탈출한 상태이고, 편지에 대한 검열은 심했으니까.

한편, 고향에 있는 지상의 아내 서형은 소식이 끊긴 지상의 안부에 걱정이 많았어.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참아냈지만, 이웃 사람 중에 징용 갔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많이 보다 보니 더욱 지상에 대해 걱정을 했어. 결국 서형은 소식이 끊긴 남편 소식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일본에 가기로 마음먹었어. 서형은 어린 명조를 데리고 하시마 섬까지의 먼 길을 갔단다.

그리고 하시마 섬에서 지상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에 노무계에게 화를 냈어. 국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며, 큰 소리를 냈어. 그때까지는 지상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몰랐거든. 노무계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명국을 서형에게 만나게 해주었고, 서형은 명국으로부터 지상의 탈출 소식을 듣게 되었고, 오래 머물고 있으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으니 빨리 조선으로 돌아가라고 했어. 서형은 그렇게 하시마섬까지 왔다가 지상을 만나기는커녕 소식도 알아내지 못하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단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지.

 

1.

하시마 섬에서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가 일어났어. 우석, 신철 등이 주동을 했지. 노동쟁의가 일어나는 동안 한쪽에서는 집단 탈주를 시도하기도 했어. 노동쟁의로 시선을 흩어트리고 그 어지러움 사이에 탈주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 하지만 이 집단 탈주는 대부분 죽거나 잡히는 것으로 실패를 했어. 노동쟁의가 심해지자, 일본 노무계는 군대까지 동원해서 그들을 진압하려고 했어. 우석과 함께 주동을 했던 신철은 붙들려가서 모진 고문 끝에 나가사끼로 끌려 갔어. 노동쟁의가 길어지면서 주동자였던 우석은 더 이상 하시마섬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석도 하시마섬을 탈출하기로 했단다.

우석은 힘겹게 탈출에 성공해서 나가사끼에 도착을 했고, 나가사끼에 있는 먼 친척인 육손을 찾아갔어. 1권 이야기하면 육손이 잠깐 등장했었는데, 기억나니? 일본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조선인인 육손. 그 밑에 조선에서 온 아버지를 찾아왔던 길남이 일하고 있었잖아. 육손은 군수공장을 짓기 위한 터널공사장을 맡고 있었어. 육손은 우석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그래도 먼 길을 찾아왔으니 받아주었어.

우석은 터널 공사에 투입되어 일을 하였는데, 힘듦은 하시마섬과 다르지 않았단다. 길남은 우석과 친구를 하자고 해서 하긴 했는데,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달라 말다툼도 했어. 우석이 하시마섬에 있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인 장태복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물어봤어. 장태복이라는 사람은 일본인 노무계에게 중상을 입혀 조선인들 사이에 영웅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나가가씨 형무소를 끌려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어.길남은 알아보자 자신의 아버지가 근처 형무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면회를 가서 결국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단다.

노동쟁의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하시마 섬다리를 다친 명국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어. 징용 온 조선인들을 관리해달라는 일을 제안 받았어. 일본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에 듣자마자 거절을 했지만, 그런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조선인들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노무계에 요청을 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한편 전쟁에 대한 소문에 따르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했어. 점점 폭격 소식이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어. 나가사끼에도 공습경보가 잦아지면서 반공호로 대피하는 일이 비일비재였어. 보통 반공호에 있다가 아무 일 없이 다시 나왔었는데, 결국 실제로 나가사끼에 대대적인 폭격이 일어났단다. 지상이 일하던 조선소에게 폭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징용을 와서 일하고 있는 조선인 노동자들 중에 징병되어 군대로 끌려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는 거야.

.

이렇게 일본이 전쟁에서 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석은 자신도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뜻 맞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들이 작업하고 있는 터널을 폭파하는 계획을 세웠어.

그러나….

 

2.

우석의 이런 계획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어. 얼마 전에 히로시마에 떨어졌다고 하는 신형폭탄이 나가사끼에도 떨어진 거야바로 팻맨(Fat Man)이란 애칭을 가진 핵폭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핵폭탄이 어떤 존재인지도 몰랐어. 폭심지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유리창까지 부서지게 할 수 있는 매우 위력적인 폭탄이니, 사람들이 받는 피해는 얼마나 심하겠니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도 핵폭탄 사용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는 많은 논란거리를 일으켰단다. 이미 기울어진 전쟁인데, 핵폭탄까지 쓸 필요가 있었냐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 그로 인해 전쟁과 무관하게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죽음 속에는 강제로 끌려와 노예처럼 일하던 불쌍한 조선인들도 엄청 많았거든. 잊혀진 사람들….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그리고 왜 우리 조선인들이 많이 징용 온 나가사끼였단 말인가. 원래 후보지도 아니었다고 하는데원래 후보지는 교토였다고 하는데, 그곳은 역사유적지가 많아서 나가사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나가사끼에는 역사유적지보다 더 소중은 수많은 생명들이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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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405 )

이날 단 한발의 원자폭탄에 의해 24만명으로 추산되던 나가사끼 인구 가운데 7 4천명이 그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그들의 죽음을 사몰(死沒)이라도 표현한다. 시신조차 찾을 길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내린 시가지의 폐허 속에 매몰되거나 한순간에 타버려 가루가 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수치 안에 2만여명의 조선인 피폭자가 포함된다. 사망 1만명에 부상자 구조활동을 위해 투입되어 2차 방사능 피해를 입은 1만명의 징용공들을 합친 숫자이다.

나가사끼에서 원폭으로 죽어가야 했던 징용공들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되는 속에서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그때 거기 있었다는 우연과 미쯔비시의 수많은 군수공장이 포진한 나가사끼에 끌려온 징영공이라는 필연이 교직하면서 만들어낸 나가사끼 조선인 피폭자의 죽음은 그토록 허무하고 무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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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떨어진 핵폭탄은 소설을 이끌어가던 주요 인물들도 피해갈 수 없었어. 나가사끼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우석도 죽고, 길남이도 죽고, 길남이의 아버지도 죽고, 지상을 도와주었던 일본인 부부도 모두 죽었어.

지상은 다행히 살아남아서, 다른 생존자들과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단다. 지상이 비록 살아나긴 했지만 분명 엄청난 피폭을 당했기 때문에 고향땅에 와서 후유증에 시달렸을 것 같구나. 지상은 나가사끼를 떠나면서 나라 없음에 대한 설움을 깨닫고 고향에 가면 아이들을 가르칠 마음을 먹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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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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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100% 허구였으면 좋겠지만, 단지 허구가 아니고, 어쩌면 소설보다 더 마음 아픈 사연들이 많았을 거야. 그것도 100년도 안된 과거에 말이야. 정말 가슴 아프구나.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질 않길…..

 

3.

아빠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영화 <군함도>를 뒤늦게 보았단다.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했다고 보기에는 줄거리는 많이 다르단다. 모티브를 따 온 수준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한데, 영화라는 것이 원래 허구이고, 극적인 요소를 담아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는, 우리 역사책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아픈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단다. , 오늘은 이만….

(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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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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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수산의 <군함도>라는 소설을 신간코너에서 보고 오랜만에 역사소설을 내셨네, 라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2년 전이라니세월 참. 아빠가 한수산의 소설을 읽은 것은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까마귀>라는 소설 하나야. 그것도 몇 년 전에 읽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2006년이었더구나. 꽤 오래되었네. 일제시대 징용에 끌려가 탄광에서 고생을 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나가사끼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목숨을 잃은, 하지만 역사 속에서 잊혀진 조선의 청년들그들의 아픈 역사를 소설로 그려낸 작품이었어.

그리고 2016년에 출간한 <군함도>라는 두 권짜리 소설. 아빠는 이 신간소식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예전에 <까마귀>라는 소설을 괜찮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말이야.. 또 그리고 작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군함도가 개봉을 했어.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군함도라는 섬을 알리게 한 영화였어. 아빠는 영화 군함도를 아직 안 봤어. 소설도 읽어보겠다고 했는데 읽지 않았고그러다가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단다.

앗… 그런데, 책을 사놓고 알아 보니, 이 책은 아빠가 2006년에 읽었던 <까마귀>라는 소설의 개정판이라고 하는구나. 음…. 그래서 아빠가 2006년에 <까마귀>를 읽고 쓴 독서일기를 읽어보았어. , 그 책에서는 군함도라고 하지 않고, 군함섬이라고 이야기했더구나.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그나마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고 있었지, 그 소설의 배경이 군함섬으로 부르는 하시마 섬이라는 것까지 기억을 할 수 있겠니. 그것도 10년도 훨씬 지난 시절인데, 말이야. 그러면서 기억력이 좀 좋겠다는 생각도 좀 했어. 책을 읽으면 뭐하냐고, 다 까먹는데..^^

그런데 겉표지만 바꾼 것이 아니고, 안의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구나. 2006년에 쓴 독서편지의 내용을 앞부분만 살짝 읽어보고 그 다음은 읽지 않았어.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 말이야. 아빠는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다는 심정으로 책을 펼쳤단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고, 처음 읽는 기분이었지만, 중간중간 2006년에 읽었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단다. 그리고 나쁘지 않았어. 군더더기 빼고 핵심만 끌어내어,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1.

항구도시 나가사끼에서 18.5Km 떨어진 섬 타까시마. 거기서 다시 5km 떨어진 작은 무인도 하시마. 이곳 해저에 석탄이 많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직 채탄시설과 광부 숙소만 들어서게 되었고, 그 모양이 군함처럼 생겨서 군함도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 하시마 섬이 이 소설의 무대가 된단다.

일제 시대가 끝나갈 무렵, 무리한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하게 된 일본은 더 많은 석탄이 필요했고, 중국과 조선으로부터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 와서 석탄 캐는 일을 시켰어. 또는 일자리를 찾으러 일본에 온 사람들을 속여서 하시마 탄광에 데려오기도 했단다. 한번 하시마에 들어오게 되면 다시 나가는 것은 무척 어려웠어. 목숨을 건 탈출이 아니고는 나갈 수 없었단다.

명국과 태복도 일자리를 찾으러 일본에 왔다가 속아서 하시마섬까지 왔어. 태복은 동료인 삼식, 경학과 탈출 계획을 꾸몄어. 하지만, 그들은…. 삼식은 죽어서 다시 하시마 섬으로 왔고, 태복은 잡힌 후 구타로 인해 반병신이 되어 하시마 섬으로 왔고, 경학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했어. 그만큼 하시마 섬에서 탈출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어. 가장 가까운 큰 섬까지가 5km이니까 그 5km를 수영으로 간다는 것은 목숨을 걸지 않고는 어려운 것이지.. 감시병의 눈까지 피해서 말이야.

조선에서 끌려온 징용 노동자를 감시하는 일본 사람들을 노무계라고 했는데, 그 노무계들은 잡아온 태복을 고문하여 행방불명이 된 경학의 행선지를 대라고 했어. 태복은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빈 틈을 노려 젓가락으로 노무계 사이또오의 목을 찔러 중상을 입혔단다. 그 일로 태복은 하시마섬 밖으로 후송되었단다.

 

2.

당시 조선의 상황은 최악이었지. 일본은 무리한 전쟁에 인력 부족, 자원 부족을 채우기 위해 조선의 젊은이들을 잡아가고, 자원들을 긁어가던 시절이었어. 그런 일본의 손아귀는 그동안 일본에게 잘 보였던 친일파 집안에도 손을 뻗었어. 서형의 시댁도 그런 친일파였는데, 아주버님이 징용대상이 된 거야. 서형의 남편 지상은 형 대신 자신이 징용을 가겠다고 아버지한테 이야기했어. 지상의 아버지는 친일 집안으로 사람들에게 일본을 위해 군대를 가라고 외쳤는데, 정작 자신의 아들이 가게 되니까 안절부절 했어.

지상은 아버지와 달리 민족의식이 투철했고, 고등학교 때 저항운동에도 참여했어. 역사적으로도 실제 있었던 춘천 상록회 사건에 참여했다가 학교를 잘린 것으로 나와 이 상록회 사건에 대해서 이 소설에서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단다. 그 중에 상록회 사건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을 발췌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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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1938년 가을 수사에 착수한 상록회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건기록>에서상록회는 일본의 국체를 변혁할 목적으로 조직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록회 사건, 이름하여춘천공립중학교 학생의 민족혁명운동사건 검거에 관한 건 1939 3 25일 경성지방법원 춘천지청으로 송치될 때까지 졸업생과 재학생 137명을 조사, 검거, 구속하였다. 결국 증거로 제시된 총 147점의 압수품과 함께 법원으로 송치된 상록회원 38명의 피의자 가운데 12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백흥기는 수감 중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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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상은 그렇게 징용을 가게 되었단다. 이제 막 임신 소식을 전해준 아내 서형을 집에 둔 채로 기약 없는 길을 떠났어. 서형의 집안은 지상의 집안과는 다른 집안이었어. 서형의 오빠 태형도 상록회 사건에 참여했었고, 오빠 태형을 통해 지상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된 거야. 태형은 지금은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어. 지상의 아버지가 친일파인 것을 알면서도, 지상의 사람됨을 보고, 서형의 아버지는 결혼을 허락해 준 것이란다.

..

지상은 춘천에서 경성으로, 경성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시모노셰키로…. 그리고 다시 나가사끼로, 또 다시 하시마 섬까지 오게 되었어. 지상의 아버지가 편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일본에 돈까지 썼지만, 그런 것은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향 친구 우석과 함께 하시마 섬까지 왔단다. 그곳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명국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단다.

 

3.

앞서 이야기했던 태복이라는 사람이었잖아. 그 사람의 아들 길남이라는 이가 있었어.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아서 무작정 일본으로 왔어. 나가사끼에서 육손으로 부르는 조선 사람을 만났어. 육손은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으로 공사장도 가지고 있었어. 나가사끼에서 아버지 태복이 하시마 섬으로 간 것 같다는 소문이 있지, 정확하지는 않다고 했어. 길남이가 똘똘하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육손은 자신의 밑에서 일하라고 했어.

지상과 우석은 일과는 하루 종일 해저탄광에 들어가서 석탄을 캐는 일이었어. 월급을 받긴 하지만, 이것저것 다 떼이고 나면 남은 것은 정확하게 0원이었어. 그뿐 아니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하 갱이었어. 그리고 언제 어디서 유독가스가 나올지 몰랐어. 그런 사고와 유독가스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불만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지. 일본인 관리에게 대들었다가는 골병들 정도로 맞을 뿐이지. 지상은 고향에서 간간이 오는 아내 서형의 편지로 이 생활을 참아냈어. 그리고 아들 명조가 태어났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어. 지상의 득남 소식에 명국과 우석이 조그마한 축하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어.

..

우석은 지친 일과를 마치고 나서 가끔 방파제를 나가서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그곳에서 조선 여자와 금화와 만나게 되었어. 금화는 여기저기를 거쳐 하시마의 유곽까지 끌려와 유곽에서 일하고 있었어. 일본 관리들을 위한 유곽이지, …. 몇 번 우석과 금화는 우연한 만남을 갖고 나서 서로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되었어.

 

4.

명국과 지상은 같은 방을 쓴다고 했잖아. 그들은 몰래 탈출 계획을 세웠어. 그런데 탈출 준비를 하는 와중에 탄광붕괴사고가 났는데, 그때 명국은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한쪽 다리를 절단할 수 밖에 없었어그로 인해 계획도 무기한 연기가 되었지. 우석이 지상의 탈출 계획을 눈치채고, 자신과 함께 하자고 했어. 우석을 통해서 우석의 친구 성필수도 탈출 계획에 동참하게 되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석은 자꾸 금화가 눈에 밟혔어. 그들은 이미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거든.

지옥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기가 쉽지는 않겠지. 금화는 우석의 탈출 시도를 알고, 그를 보내주겠다고 했어. 자신도 가고는 싶지만 짐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 지상, 우석, 필수가 탈출하기로 한 밤에금화는 경비병을 꼬셔서 같이 술을 먹었어. 탈출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던 거야. 경비병의 시선이라도 지우려고 말이지.

금화가 경비병을 붙잡고 술을 먹는 사이에, 지상, 우석, 필수는 탈출을 시도했어. 그런데 우석이 점프를 하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발목을 크게 다쳤어. 절룩거리면서 움직여야 하는데 탈출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우석은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고, 지상과 성수만 탈출을 시도했어. 우석은 결국 금화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그들이 탈출이 있고, 며칠이 지나고 금화는 일본 경찰에게 불려가서 모진 고문을 받았어. 그날밤 금화의 행적이 알려졌고, 금화의 행동은 누가 봐도 탈출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으니까 말이야. 금화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우석이 무사히 탈출했기를 바랬어. 그것 하나로 버텼어. 그런데, 이상하게 일본 경찰의 입에서는 우석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어. 금화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금화는 손님으로 알게 된 어떤 일본 관리의 도움으로 풀려나긴 했어. 하지만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몸이었어. 금화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바다에 몸을 던졌단다. 너무 슬프구나. 석이 하시마 섬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금화는 다시 희망을 가지지 않았을까?

병원에 있던 명국도 지상 일행의 탈출 계획을 알고 성공하기를 기도했어. 그런데 병원에서 우석을 보고 깜짝 놀랐어. 그리고 금화가 온갖 고문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금화가 자살하기 전이었어. 결국 우석은 금화의 자살을 막지 못했단다. 평생 죄책감을 하나 어깨에 얹고 살아가겠구나.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는 한이 맺힌 하시마 섬그 하시마 섬이 지난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이유는 메이지 시대 일본의 산을 떠받친 이유였대. 그러나, 그 등록의 내용에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과 분노와 희생은 없었다고 하는구나. 일본은 자신의 잘못된 과거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정말 할 줄 모르는구나. 그런 것들이 덮어진다고 덮어지나.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나. 일본의 과거를 대하는 태도는 참 이해하기 어렵구나. 그것이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큰 더러운 얼룩이란 걸 모르나.

 

(242)

어디 그뿐이랴. 오랜 역사가 서려 있지 않은가. 지상은 말없이 생각했다. 그놈들이 임진왜란, 정유재란 거치면서 땅에서만 분탕질을 쳤던가. 그때도 돌아가는 배에는 비단 같은 물자에 도자기 만들 흙까지 실려 있었다. 거기다가 석공과 도공 같은 사람들끼리 실어가지 않았나. 선조 임금 때 그렇게 당하고도 3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조선은 또 똑 같은 짓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여기 끌려와 있는 것도 그때와 끈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더 원통하다. 우리는 왜 지난날에서 배우려 하질 않는가. 왜 이다지도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가.

(298)

1938년 가을 수사에 착수한 상록회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건기록>에서 "상록회는 일본의 국체를 변혁할 목적으로 조직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록회 사건, 이름하여 ‘춘천공립중학교 학생의 민족혁명운동사건 검거에 관한 건’은 1939년 3월 25일 경성지방법원 춘천지청으로 송치될 때까지 졸업생과 재학생 137명을 조사, 검거, 구속하였다. 결국 증거로 제시된 총 147점의 압수품과 함께 법원으로 송치된 상록회원 38명의 피의자 가운데 12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백흥기는 수감 중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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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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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십여 년 전에 읽은 책이 하나 있어. 정확히는 2005. <방외지사>란 책인데 2 권으로 된 책이야. 지금 아빠가 생각해봤는데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더구나. 하지만 그 책의 내용은 비교적 생생히 기억이 나. 그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책이야. <방외지사>의 책의 지은이로 조용헌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이후에 조용헌이라는 분의 책을 한두 권 더 읽은 줄 알았는데, 아빠의 독서리스트를 확인해 보니 없더구나. 도대체 아빠의 기억력은 어떻게 이 모양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2016년에 강헌의 <명리>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서, 명리학에 관한 책을 찾아 본 적이 있는데, 그래, 조용헌이 쓴 <사주명리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지. 생각이 나더구나. 그래서 그때 구입을 했었어. 그리고 책장에 묵혀 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연초잖니… 연초에는 이런 책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집어 들었어. 책은 재미있었어.사주풀이, 명리학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들을 많이 들려주었거든.

그런데, 아빠가 생각했던 종류의 책은 아니었어. 아빠는 사례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명리에 대한 공부를 원했던 것이거든. 강헌의 <명리>와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어. 한가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좋겠지만, 아빠의 독서 스타일은 반복보다는 다양을 추구하기 때문에, 조용헌님의 책을 구입했었던 것인데, 이 책은 명리를 공부하는 책은 아니고, 사주명리학에 대한 사례 위주의 이야기였어. 여기 나온 사례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면…. 좀 신기하기도 했어.

정말 사람은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인가. 사람이 태어날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엄마 뱃속에만 있다가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오는 그 순간이 세상의 상태는 사람들마다 모두 다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 사람이 태어나는 사람의 순간의 세상의 기운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마다 다른 기운 받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어. 그렇게 다르게 받은 기운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 된다고 하면, 운명이란 것은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하는구나.

아빠가 이렇게 세상의 기운을 받는다고 했는데, 이 책의 지은이는 그 기운의 영역을 별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구나. 별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그래서 자신만의 별자리도 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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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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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연분만 말고, 제왕절개를 해도 영향을 사주에 영향을 받을까? 지은이는 그렇다고 하는구나.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의 기운을 받는 것이 운명이 된다면, 제왕절개도 마찬가지로 엄마 배를 가르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 순간 세상의 기운은 받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 같구나. 아빠는 제왕절개라는 말에제왕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지 몰랐는데, 이 책에서 그 유래를 이야기해주더구나.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났다고 해서, ‘제왕’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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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시저)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난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제왕절개의 원조에 해당한다. ‘제왕(帝王)’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도 제왕인 카이사르가 절개를 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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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은이가 동양학을 재미있게 구분을 했더구나. 강단동양학과 강호동양학. 강단동양학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공자, 맹자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강호동양학은 학교나 제도권에서 인정을 잘 받지 못했던 사주, 풍수, 한의학을 이야기하는 것이래. 풍수와 한의학은 현대에 오면서 학계에서도 연구가 이루어져 있어 어느 정도 지위를 찾았지만, 사주는 여전히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천대를 받고 있다는구나. 이를 두고 지은이는 사주명리학에 대해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서래. 마치 진흙이나 똥이 묻은 다이아몬드로 비유를 했어. 지은이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사주명리학에 대해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함이었대.

이 책이 처음 쓰여진 것은 2004년이었고, 아빠가 읽은 것은 10년이 지난 2014년에 내놓은 개정판이란다. 명리학은 우리나라에서 운명의 이치를 따지는 학문의 뜻으로 부르는 말이고, 일본에서는 운명을 추리한다는 뜻에서 추명학, 중국에서는 운명을 계산한다는 뜻에서 산명학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명리학이란 무엇이냐그것은 천문을 인문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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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천문이란 바로 때()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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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나라에 처음 명리학이 언급된 것은 조선시대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이래. 과거 시험 잡과 중에 음양과란 것이 있었는데, 그 음양과에 천문학, 지리학, 명리학이 있었대. 명리학은 사주팔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어. 앞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태어나는 순간, 정확히 이야기하면 탯줄을 자르는 순간 우주의 에너지를 처음으로 받게 되는데 그것의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사주팔자인 거야.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사주팔자는 반란과 많이 이어져 있었대. 조선왕조가 비록 계급 사회였지만, 사주라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주팔자만 잘 타고나면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반란을 일으킬 때는 사주팔자로 정당화시켰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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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사주라는 하는 것은 생년월일시만 잘 타고나면 왕도 될 수 있고 장상도 될 수 있다는 신념체재다. 반대로 아무리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이라 해도 사주가 좋지 않으면 별 볼일 없다고 믿는다. 사주가 좋으면 신분이 비천해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혁명사상이 들어 있고, 그것이 타고나면서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정론이자 운명론이 내포되어 있다. 모순되어 보이는 양면이 미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셈이다. 한쪽에는 치열한 현실타파 노선이 마련되어 있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운명에의 순응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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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는 어떻게 구성되었냐고 묻는다면 음양오행이라고 답할 수 있어. 음양이야.. 달과 해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오행이라는 것은수화목금토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이 이야기는 강헌의 <명리>를 읽고 쓴 독서편지를 보면 간단히 설명을 볼 수 있을 거야. 자세한 것은 강헌의 <명리>라는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고.. 이름을 지을 때도 사주의 오행에 따라 이름을 짓곤 한단다. 요즘에도 여전히 태어난 연월일시의 사주에 따라 이름을 짓는 사람이 많아. 아빠도 너희들의 이름을 지을 때 이런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단다.

 

3.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주로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책의 초판이 2004년이다 보니, 그 이전의 사례들이 많아. 사주팔자와 관련이 많은 직업군을 고르라고 하면 아무래도 정치인이 아닐까 싶구나. 요즘도 선거철만 되면 사주팔자로 당선되는 사람을 추측하는 기사가 나오곤 하잖아. 그 책에서도 사주팔자의 사례를 이야기는 정치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단다. 아무래도 책을 읽는 이들이 알만한 사람들을 다루려는 이유도 있겠지. 우리나라에는 3대 명리학자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이석영, 박재완, 박재현.. 이 사람들은 사람들의 사주만 본 것이 아니고, 저술 활동도 열심히 했대.

이석영은 <사주첩경>이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당시 명리학에 대해 한글로 된 책이 많지 않았는데, 한글로 정리한 책이 바로 <사주첩경>이라는 책이라고 하는구나. 박재완은 임상 사례를 책으로 엮었는데, 그 사례가 약 2만 건에 달한다고 하는구나. 박재완은 자신이 죽는 날과 시간도 알고 있었대. 그래서 사전에 자식들에게 연명하는 방법을 쓰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기도 했대. 박재현은 한국전쟁 당시 다리를 다쳐서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대. 그는 해인사에 유발처사로 있기도 했는데, 당시 살인범을 찾아내기도 했고, 유괴사건이 살인범도 찾아냈다고 하는구나. 이런 것을 비롯하여 사례들 중에 믿기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단다. 정말 이런 것이 가능할까? 라는 것들도 많았어. 그런 사례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렇구나. 그래서 오늘은 이쯤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게.

 

 

(8~9)

천문이란 바로 때(時)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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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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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마션>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그 영화의 원작소설 <마션>을 또 재미있게 보고, 신인 작가 앤디 위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어. 직장인이었던 그가 저녁마다 블로그에 소설을 썼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 바로 <마션>이라는 SF 소설이었어. 그는 이 소설의 성공으로 전업작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소설, 전업작가로서는 첫 번째 소설의 신간 소식을 들었어.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바로 <아르테미스>라는 소설이란다.

이번 소설도 SF소설이었어. 소설의 제목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이라고 한다. 아르테미스가 달의 여신이라고 하는 사람은 제목만 봐도 달과 관련된 소설이라는 것을 알 거야. <마션>이 화성에 혼자 남은 과학자의 이야기였잖아. 이번에는 달에 세워진 도시에 관한 이야기란다. 그 도시의 이름이 바로아르테미스.

가까운, 혹은 먼 미래, 아무튼 미래에 인류는 달을 정복하게 되고, 달에 도시를 지었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필립 K.딕의 <화성의 타임슬립>이라는 책이 생각이 났어. <화성의 타임슬립>이라는 소설은 인류가 화성에 건설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거든. <아르테미스>의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아빠의 평가는.. 재미는 있지만, 약간은 뻔한,,,, 아빠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편 <마션>보다는 별로였단다.

 

1.

책 앞부분에 달에 세워진 도시 아르테미스의 모습을 책 앞면에 그림으로 그려주어 머릿속 상상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단다. 다섯 개의 거대한 돔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주인공 재즈 바샤라는 콘래드 버블이라는 돔의 지하 15층에서 살고 있었어. 재즈의 직업은 포터, 즉 짐꾼이었고, 몰래 밀수업을 하기도 했어. 재즈의 꿈은 EVA 자격증을 따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어. 정확하게 416,922 슬러그를 버는 것이었어. 슬러그는 원래 돈의 단위는 아니었지만, 그냥 아르테미스에서 통용되는 돈의 단위라고 생각해도 돼. 재즈가 되고 싶어하는 EVA는 우주복을 입고 돔 밖의 선회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소설의 시작은 재즈가 EVA 자격 시험을 받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녀는 잘 했지만 우주복이 불량이어서 불합격을 하고 말았단다.

재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인데, 여섯 살 때 아버지 아마르 바샤라와 함께 달로 왔어. 그 이후 쭉 달에서만 산 재즈는 지구 중력의 1/6인 달이 그녀의 세계였어.. 아마 재즈가 지구에 다시 돌아간다면 지구 중력 때문에 생활하기 어려울 거야. 재즈의 아버지 아마르는 용접공이었고, 딸과 사정이 있어서 따로 살지만 딸을 무척 사랑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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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즈의 고객 중에 트론 란비크라는 갑부가 있었어.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그 교통사고에서 딸 레네는 반신불구가 되었어. 지구에서는 더 이상 딸이 설 수 없게 되자, 달로 이사를 왔어. 달은 지구 중력의 1/6이기 때문에 딸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달에서는 설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달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 많겠지. 그리고 달에서는 규제하는 물품도 많았어. 특히 발화성 물질예를 들어 담배트론은 재즈를 통해 담배를 비롯하여 불법인 물품을 얻었단다. 그리고 트론은 재즈를 신뢰했어. 어느날 재즈는 트론으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는단다. 아르테미스의 가장 큰 회사인 산체스 알루미늄이 독점하고 있는 산소공급 장치인 수확기를 고장 내는 것이었어.

산체스 알루미늄이라는 회사는 산소 공급을 해주는 대가로 전기 공짜를 받고 있었거든. 그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만들고 있었어. 그런데 산소 공급 권한을 트론 자신이 갖게 되면 그 수익이 자신에게 온다는 것이었어. 그래서 트론은 그것을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어. 몰래 수확기도 가지고 있었어. 산체스 알루미늄의 수확기가 고장이 나면 바로 대체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것만 해내면 재즈에게 100만 슬러그를 준다고 했어비도덕적인 면도 있지만, 그래도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었어. 재즈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어.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야. 아르테미스의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이다 보니 감시망이 철저하고, 한 개도 아니고 네 개를 모두 고장내야 했거든재즈는 이 계획을 성공하기 위해 친구인 마르틴 스보보다에게 필요한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 마르틴은 아르테미스의 최고 전자 엔지니어였어.

 

3.

재즈는 준비를 했어. 먼저 알리바이를 위한 준비를 했어. 그리고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탐사를 하기도 했어. 아르테미스의 최고의 관광지는 바로 아폴로 11호 관광안내소. 닐 암스트롱이 처음 달에 발을 디뎠던 곳…. 고요의 바다로 부르는 그곳그곳이 바로 아폴로 11호 관광안내소였어. 준비를 마친 재즈는 실행에 옮겼어.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니. 장비는 고장이 나고, 임시응변으로 다른 방법을 하였으나 시간은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니 들통이 나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EVA 마스터들이 자율적인 협조 차원에서 출동을 해. 그들이 다가오니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었어. 결국 재즈는 4개 중에 3개만 고장을 내고 도망갈 수밖에 없었어. 이제 도망자 신세였어. 중요한 것은 재즈는 우주복을 입고 산소통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는데, 아르테미스의 입고인 에어로크는 모두 감시를 서고 있다는 거야. 아르테미스에서 멀리 떨어진 관광안내소의 에어로크에는 아직 감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그곳으로 갔더니, .. 재즈의 친구라기보다 앙숙인 데일이 지키고 있었어. 데일도 EVA였거든

그런데, 데일은 거래를 하자고 했어. 다시 친하게 지내면 자신이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했어. 그들이 무슨 사이냐면재즈의 옛 남자친구를 데일이 가로챘거든.. 데일은 남자인데 말이야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그래서 그 이후 재즈는 데일을 싫어했는데이런 상황에서 부닥치다니어쩔 수 없이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데일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였어.

              

4.

아르테미스의 보안 책임자는 루디라는 사람이었어. 큰 키에 금발의 잘생긴 남자였지.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루디는 재즈가 일일곱살 때부터 재즈를 알고 있었어. 재즈가 불법을 일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번 일도 재즈가 한 것이라고 의심했어. 재즈는 트론을 찾아갔어. 나머지 수확기 한 대를 처리하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그런데 재즈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트론과 경호원의 시신이었어. 누군가에게 피살당했어. 어쩔 수 없이 루디에게 신고를 하고, 자신은 도망을 갔어.

누가 이 사건에 엮여 있을까? 왜 죽였을까? 생각을 해봤어. 며칠 적 트론을 방문을 했을 때 트론과 함께 있었던 홍콩 사람 진추가 생각이 났어. 진추가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갔어. 진추의 방을 몰래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진추가 아닌 라틴계의 덩치가 커다란 남자가 있었어. 그를 보자마자 그가 트론을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재즈는 재치 있게 그를 따돌렸어.

재즈는 진추의 호텔방의 금고에는 평범해 보이는 광케이블을 발견했어. 재즈는 그 광케이블을 가지고 마르틴 스보보다에게 갖고 주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했어.

..

아르테미스에서 핸드폰과 비슷한 기즈모라는 것이 있었어. 재즈는 누군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즈모를 이용해서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했어.. , 보안 담당자 루디가 나타났어. 하지만 루디는 재즈가 범인이 아니란 걸 알았고, 재즈에게 오면 범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재즈를 찾아 왔다는 거야. 재즈는 자신이 버린 기즈모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기즈로를 버린 곳에 아따 그 그 라틴계 덩치 큰 남자가 또 나타났어..

진추로부터 연락이 왔어. 조심을 하고 만났을 때 라틴계 남자를 데리고 나타났어. 영리한 재즈는 그 위치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진추와 라틴계 남자를 가두고, 루디에게 전화를 했어. 물론 재즈가 경찰서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단다. 트론을 통해 안면을 트고 지냈떤 아르테미스 행정관, 즉 아르테미스의 1인자인 응구기의 변호로 불려날 수 있었어. 도대체 트론은 누가 죽인 것인가?

 

5.

스보보다가 밝혀낸 사실. 진추가 가지고 있던 케이블은 감쇠 없는 광케이블이었어. 광케이블이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감쇠가 있을 수 밖에 없어. 그래서 일정 거리까지 밖에 안돼. 그보다 길이를 늘리려면 증폭기나 중간에 스위치 같은 것을 사용해야 한단다. 그런데 감쇄가 없는 광케이블라니

증폭기나 스위치가 필요없지 무한정 길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이 광케이블을 사는 사람은 엄청난 돈이 세이브되는 것이야. 그러니 이 케이블의 인기가 좋을 수 밖에 없겠지. 이 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케이블은 원자재 문제로 달에서만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수요는 많고, 그 생산은 달에서밖에 못한다.

그야말로 자연이 준 독점권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인 거지. 이 엄청난 아이템이 어디 있겠는가. 이 광케이블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트론도 노리고 있었고, 산체스 아루미늄도 노리고 있었던 거야. ZAPO라고 부르는 무감쇠 광케이블…. 산체스 알루미늄이라는 회사는 사실 브라질 범죄조직 오 팔라시우의 것이었어. 응구기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ZAPO의 이권을 산체스 알루미늄에서 가지고 가면, 달과 아르테미스는 브라질 범죄조직의 손아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응구기도 알게 모르게 트론에 힘을 몰아주고 있었던 것이야.

그런데 트론이 죽었으니 응구기도 위협을 받고 있을 거야. 아무리 범죄 조직이라지만, 사람까지 죽이다니트론이 재즈를 믿었듯이 응구기도 재즈를 믿었어.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해피엔딩을 위한 약간은 뻔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단다. 재즈가 범죄 조직의 손아귀에 빠질 아르테미스를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야. 친구들과 주변사람들의 협력이 있었고, 재즈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죽음을 각오한 재즈의 희생정신이 있었고그리고 결국은 해피엔딩.

아빠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조금은 실망을 했단다. 책 겉표지에 보니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마션>만큼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지은이 앤디 위어가 전업 작가의 길을 간다고 하였으니, 좀더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걱정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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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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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아빠가 좋아하는 채사장의 책이란다. 그의 신간 소식을 듣자마자 예약까지 걸어 넣고 사서 읽었어. 읽은 지는 꽤 되는데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책이야기를 하는구나. 최근에 책을 사면서 신간을 예약까지 걸어놓고 산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구나. 그만큼 아빠가 채사장이라는 사람을 좋아해. 채사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가 다른 패널들, 즉 김도인깡샘이독실과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지대넓얕>이 있단다. 작년 8월에 종영되었지만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찾아서 듣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두세 번씩 들었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정주행을 하고 있는데거의 끝에 다다르고 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에피소드들의 숫자를 보고 아쉬움이 남지만, 다시 또 들으면 되니까… 그리고 소문에 그들이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채사장의 신간. 전에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이번에는 내는 책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야기하겠다고 했어. 신간 소개에서 본 그의 책제목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보고, 그가 이야기한 책이 나왔구나싶었단다. 죽음의 직전까지 갔던 그가 사고의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고생을 했던 것을, 그를 알고 있는 이라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가 타인과 관계를 어려워한다는 사실도 말이야.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거야. 채사장이라면타인과의 관계보다 혼자만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게 더 어울릴 것이라고 말이야. 하지만지은이 채사장이 자신에 대한 심오한 물음들을 답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야. 그 답은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과 타인들로부터 그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을 깨달을 거야. 그래서 그가 깨달은 바를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이란다.

지금까지 그가 쓴 책의 성격과는 많이 달랐어. 지금까지 그가 쓴 책은 책으로부터 지식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그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글로 옮긴 것 같았어. 그의 개인적인 생각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때론 그것이 축약되어 있어 보이기도 했단다. 그가 팟캐스트에서 했었던 이야기들도 실려 있었어. 그를 팻캐스트를 통해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축약된 그의 글들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난 이들은 무슨 소린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이전의 책들과 성격이 달라져서 다소 실망한 이들도 있을 것 같고 말이야. 사실 아빠도 지난 책들에 비해 다소 실망을 했단다.

 

1.

아빠도 채사장만큼 타인들과 관계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그런 관계를 어려워하는 아빠가 하루종일 회사에서 타인들과 부딪히면서 생활을 하다 보니 몸과 영혼이 지쳐 퇴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구나. 이건 늘 다른 세계들과 부딪힘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계는 언제나 내 중심의 세계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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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세계’는 언제나 ‘자아의 세계’다객관적이고 독립된 세계는 나에게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나는 내가 해석한 세계에 갇혀 산다이러한 자아의 주관적 세계이 세계의 이름이 ‘지평(地平),horizon’이다지형은 보통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말하지만서양철학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해 자아의 세계가 갖는 범위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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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그만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지. 사랑하는 것은 다른 두 개의 세계가 만나는 것이야. 그래서 쉽지만은 아닌 것이야.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나게 되었다면, 나의 세계는 사랑을 하기 전과 다른 세계가 되어 있을 거야. 사랑했던 사람의 세계가 나의 세계에 흔적으로 남아 있을 테니 말이야. 나의 삶이라고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타인과 함께 살아가니 쉽지 않은 것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내가 꿰려고 하는 첫단추가 제대로 꿰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말이야. 하지만인생 전체로 봤을 때 우리는 옳은 선택을 한다고, 지은이는 위로(?)를 해주기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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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인생이 생각보다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테다혼자 살아가는 것이었다면 나의 계획과 전망과 실행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겠지만실제 세상에는 나의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타인이 있어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만다그것을 간신히간신히수습해가면 결국 나의 삶은 누더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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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명심해야 한다내가 첫 단추를 제대로 꿸 가능성은 전혀 없다객관적으로 말해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물론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대신 이렇게 믿고 싶다나는 인생의 중간 어딘가에서 힘들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할 테지만인생 전체의 큰 틀에서 본다면 분명 운이 좋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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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은 관계 속에서 나의 세계와 다른 사람의 세계가 충돌하면서, 이 삶을 여행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는 거야.

 

2.

이 책은 40가지 만남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가 약간은 어두워 보였단다. 그렇게 아빠가 생각한 이유는 몇몇 에피소드 때문일 수도 있었어. 타인과 관계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여 슬픈 결말을 맺게 되는 소년병 이야기,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던 채사장의 아버지의 이야기… 그 아버지와 채사장의 불편했던 관계, 결국 그 불편한 관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객사를 돌아가시고…

삶은 왜 이렇게 무거운가? 삶을 가볍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야. 고대 이집트 도시 옥시린쿠스의 유물 중에 재산을 세세히 정리한 메모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 아주 오랜 과거의 사람의 삶이란 것이 오늘날과 그리 다른 것이 없었던 거야. 왜 사람은 그렇게 살고 있을까? 채사장은 질문을 던졌어. 만약 당신이 고대이집트로 가서 30~40년을 살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여행을 할 것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이제 다시 질문을 바꿔보자. 당신이 먼 미래에서 현시점으로 여행을 와서 30~40년을 산다고 하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 30~40년 남은 삶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군가는 의술이 발달해서 더 오래 산다고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잖아. 우리는 삶이라는 여정을 늘 여행하고 있는 것이야. 여행을 마칠 때지난 여행을 되돌아 보면서 어떤 감정을 가질까. 이런 생각을 늘 할 수는 없지만가끔 힘들 때 삶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생각을 하면, 앞서 이야기했던 삶의 무거움이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구나. 그래서 채사장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이 든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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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

나이가 든다는 건 다행이다어린 날의 들뜸과 격정은 가라앉고섬세함은 무뎌지고무거움은 가벼워진다죄책감은 줄어가고헛된 희망은 사라지고안타까움은 오래가지 않는다그래서인가나는 다만 고마웠다연인의 불안을 나누어 지고 젊고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해준 그녀에게 다만 고맙다고 느낄 뿐이었다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에는 조금 부끄러워졌다그렇게 무거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무엇이 그리 무겁다고 세상의 짐을 혼자 다 짊어진 사람처럼 엄살을 부렸던 것일까운명이라거나 의무라거나 책임이라거나그런 것들은 생각처럼 슬픈 것이 아닌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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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가지 더… 터키의 아이딘 지방에서 발견된 고대 비석 비석의 새겨진 세이킬로스의 노래.. 그 가사를 읽어보면다시 한번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삶은 찰나이니그 살아있는 빛나라결코 슬퍼하지 말라고.. 그래맞아..

삶은 찰나이니 너희들도 그 짧은 삶 속에 슬퍼할 시간들 두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우리는 슬퍼할 겨를이 어디 있겠니? 즐기고행복하자꾸나영원히…..




(33)

‘세계’는 언제나 ‘자아의 세계’다. 객관적이고 독립된 세계는 나에게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해석한 세계에 갇혀 산다. 이러한 자아의 주관적 세계, 이 세계의 이름이 ‘지평(地平),horizon’이다. 지형은 보통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말하지만, 서양철학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해 자아의 세계가 갖는 범위로 사용한다.

(128)

나이가 든다는 건 다행이다. 어린 날의 들뜸과 격정은 가라앉고, 섬세함은 무뎌지고, 무거움은 가벼워진다. 죄책감은 줄어가고, 헛된 희망은 사라지고, 안타까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나는 다만 고마웠다. 연인의 불안을 나누어 지고 젊고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해준 그녀에게 다만 고맙다고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에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무거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무엇이 그리 무겁다고 세상의 짐을 혼자 다 짊어진 사람처럼 엄살을 부렸던 것일까. 운명이라거나 의무라거나 책임이라거나, 그런 것들은 생각처럼 슬픈 것이 아닌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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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2018-01-28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던 책인데 이렇게 작성해주신 리뷰를 보니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18-01-28 23:5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유나님도 즐독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