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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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출간되어 아빠가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올라 있던 <영초언니>를 이번에 읽었단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소설인줄 알았어. 그런데, 소설이 아니고 지은이 서명숙과 그와 함께 젊음을 불태웠던 언니들과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꼭 한번 읽고 싶었어. 아빠와는 약 20년 차이를 두고 대학 생활을 했던 그들그들의 젊음은 어땠는지 알고 싶었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세 여자>라는 소설이 떠올랐단다. 시대는 달리 했지만, <세 여자>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영초언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공통점이 있었지. 불의에 참지 않았고, 부조리한 사회를 손수 고치려 했고, 무식한 권력에 저항했던 여인들행동하는 지식인들

아빠가 책을 읽을 때 북커버를 두르고 읽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북커버를 벗겼는데, 책 뒷면에 유명 인사들의 추천사가 실려 있었단다. 그들 중에는 아빠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조정래, 손석희, 유시민도 있었어.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이 추천한 책이었다니.. 그들의 추천사 중에서 유시민의 추천사를 발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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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그린 것은옛사랑이 아니라첫사랑이다. 세상에 대한 첫사랑으로 불타올랐던 청춘, 같은 대상을 두고 첫사랑에 빠졌던 여자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설명할 길 없는 불운 때문에 말을 잃어버린영초언니를 대신해, 대책 없이 씩씩했고 지금도 여전히 어여쁜 그 첫사랑의 떨림과 짜릿함을 전해준 서명숙이 내게 물었다. 짧고, 부질없으며,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우리네 인생에서 이것 말고 다른 무엇이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는 대답한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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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선생님의 추천사도 소개해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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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겨울의 매서운 밤추위를 무릅쓰며 1700만 개의 촛불을 밝혀 끝내 민주시민 혁명을 이룩해냈다. 그 줄기찬 협동과 용기와 인내는 어디서 온 것인가. 그 뿌리는 바로 유신독재 투쟁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가 더 온전한민주세상을 갈망한다면 필히 이 <영초언니>를 읽어야 한다. 영초언니의 희생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역사에 대해 책임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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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지은이 서명숙은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올레길 개척자로도 유명한 사람이란다. 기자 출신이라고 해서 취재한 글을 모은 책인 줄 알았는데,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적은 글이었어. 서귀포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는 제주도 안에서만 자랐어.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으니, 바깥세상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왜곡된 텔레비전 방송뿐이었지. 그렇다 보니 서명숙은 어린 시절 박정희를 존경했다는구나.

그러다가 1976년 고려대에 입학하게 되고, 고대 학보사에서 기자생활을 했대. 그러면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 알고 지냈는지 깨닫게 되었대. 점점 세상을 볼 수 있는 진짜 눈을 갖게 된 거야. 그런데, 그 세상이라는 것이 그동안 생각했던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라, 온갖 불의가 판을 치고, 부조리한 세상이었어. 그들의 아름다운 청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상.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들은 총칼 앞에 조용히 지낼 수 밖에 없었단다. 몇 해 전부터 연이어 내려진 긴급조치 때문에 대학에는 사복경찰들이 잠복해 있었고, 대학가에서 시위가 사라진 것도 한참 전이었지. 그렇게 1970년대 대학가는 암흑의 도시와 같았단다. 그러고 보면 19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아빠는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다가도, 앞서 1970년대,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선배님들의 저항에 감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서명숙은 학보사 선후배 모임에서 졸업생인 천영초를 알게 되었어. 말로만 들었던 전설적인 선배, 천영초. 천영초의 권유에 따라 같이 자취를 하게 되었단다. 천영초는 72학번으로 고대를 졸업하고 한신대에서 대학원으로 다니고 있었어. 천영초를 통해서 고려대 여학생 선후배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은가라열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대. 그 모임을 통해 같이 공부도 하고, 여권 운동도 했었대.

2.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긴급조치로 인해 시위가 없었다고 했잖아. 대학생들이 암암리에 약속을 해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습적인 시위를 했대. 천영초도 이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나와. 서명숙은 같은 학보사 동기 엄주웅의 제안으로 야학활동을 하기도 했어. 구로동에 공장들이 많아서 그곳에서 야학교사로 일했고, 그러면서 다른 대학들의 학생들과 교류도 많이 했대. 그때 반가운 이름도 등장을 했단다. 서울대 78학번 서울대 새내기 유시민유시민의 등장은 이 책의 큰 줄기에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아빠가 좋아하는 유시민이 까메오처럼 등장해서 반가워서 이야기한 것이란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습 시위 이후 경찰의 단속은 더욱 심해졌고, 대학가에서도 심심치 않게 다시 시위가 벌어졌어. 학생들의 용기들이 커져갔어. 아니, 시대가 점점 절박한 상황이 되어갔던 거야. 고려대에서도 각종 학생회에서 시위를 준비를 했는데, 가라열 모임에서미모를 담당했던 생물학과 혜자언니의 시위 주동은 뜻밖이었다고 하는구나. 당시 주위 시동을 하게 되면, 감옥에 가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감옥에 가면 모진 고문을 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럼에도 시위의 주동을 하겠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이었어. 얌전하고 조용하던 혜자언니가 그걸 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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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언니가 연단에 선 장면은 그동안 우리 모두의 잠재의식에 깔려 있던 고정관념, 운동권의 기존 프레임을 일거에 무너뜨린 것이었다. 입학하고 난 뒤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들은 이야기는 데모할 때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돌을 날라다주거나 마실 물을 떠다주거나 피를 닦아주었다는 등의 미담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에서 치마폭으로 돌을 나른 조선시대 여인들의 현대판이라고나 할까. 그런 남성 중심적인 대학에서 이념서클 출신도 아니고, 운동권에서도 사실상 무명이나 다름없는 여학생이 데모를 주동하다니, 일대 사건이었다. 그동안 소문으로 무성하게 나돌던데모 주동자 예상 명단에 혜자언니는 올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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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언니는 예상했듯이 감옥에 갔고, 예상했듯 모진 고문에 시달려야 했어. 이후 혜자언니는 줄곧 노동운동 일선에 있었고, 나중에 결혼도 노동운동 때 만난 운동가와 했으며, 최근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다는구나.

티격태격하던 학보사 동기 엄주웅이 어느날 늦은밤 찾아와 사랑 고백을 했어. 그리고 바로 다음날 시위를 주동하고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갔다고 하는구나. 서명숙 또한 감옥에 다녀왔어. 조금이라도 학생운동을 했다가는 긴급조치에 걸려서 감옥 구경을 아니할 수 없던 시절이었지. 교생실습 때문에 고향에 내려왔다가 교생실습은 나가보지도 못하고, 다시 서울로 끌려와 감옥에 갔단다. 당시는 그런 시대였어. 그리고 그런 시대는 한 발의 총알이 유신의 심장을 멈추게 할 때까지 계속되었단다.

3.

시대가 바뀌어 1980년대가 되었지만, 불운하게도 봄은 오지 않았어. 여전히 군사독재시대.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 하지만 그 소식은 콱 막혀서 전혀 알지 못했어. 영초언니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려는 운동을 했어. 영초언니는 늘 그랬어.  언제나 그런 사람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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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그 좁은 방에서 영초언니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유인물을 만들어서 등사하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광주를 찾아가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어떻게든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시기에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온몸으로 결기를 내뿜는 그녀 앞에서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경험칙상 많은 걸 안다는 건 그만큼 위험해지는 지름길이었다. 이렇게 만든 유인물을 누구를 시켜서 어디에 배포할 것인지 나는 굳이 물으려 하지 않았다. 언니도 내게 같이하기를 권하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한 차례 구속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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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히려고만 했을 뿐인데, 그런 일들로 영초언니는 감옥을 들락날락해야만 했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 이야기란다. 영초언니는 같이 운동을 하던 정문화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으면서 영초언니도 젊은 날의 열정이 점점 사그러들었다고 하는구나.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나봐. 그리고 정문화와 헤어지고, 아이와 둘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고 하는구나. 아이가 한국에서 왕따를 당해서 이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대. 홀로 남은 정문화는 젊은 나이에 큰병을 얻어 그만 세상을 일찍 뜨고 말았대. 다른 운동권들이 정치계에 뛰어들어 이름을 날리던 것과 상반되게, 그의 죽음은 너무 허망했단다.

지은이 서명숙은 가끔 영초언니와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캐나다에 정착을 하고 나서 영초언니가드디어행복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어. 비록 완벽한 행복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얻은 행복이었지.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 캐나다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뇌를 크게 다쳐서 시력을 잃고, 기억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고 하는구나. 사고소식을 듣고 서명숙은 바로 캐나다로 날아가서 영초언니를 만났지만, 아무 기억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영초언니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그저 눈물만….

영초언니는 나중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요양을 하고 있대. 기억은 작은 파편들만 기억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신연령도 서너 살 정도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던 영혼은 타지의 교통사고와 함께 육신 밖으로 튕겨 나간 다음에 찾아오지 못했던 거야.

그리고 모두에게 잊혀진 사람이 되었어. 서명숙은 그런 영초언니의 기억을 이 책을 통해 기록한 것이야. 그러면서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어. ,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지하지만 우리고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자신의 젊음을 마쳤던 사람을 알게 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

바람이 있다면, 기적이 일어나서, 영초언니의 영혼이 잃어버린 육신을 찾아 돌아와, 모든 기억을 되찾아 민주주의 완성체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보고 환하게 웃으셨으면 좋겠구나.


(43)
더 큰 자괴감은 외부검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하면서 찾아들었다. 교수님이나 간사 선배에게 한소리 안 듣기 위해, 막판에 대형사고를 치지 않으려고, 우리는 스스로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누가 기획안을 내놓으면 "그거 되겠어? 나갈 수 있겠어?" 자조 섞인 농담이 오갔다. 물정 모르고 용감한 제안을 내놓는 동료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처음에는 안팎의 압력에 대해 반발하고 저항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부자유를 스스로 선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표현도 점점 에둘러서, 비판인지 아닌지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문장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검열의 눈을 피해가고 비껴갈 수 있었기에.

(49)
"담배 없이 대체 무슨 낙으로 사니? 이 답답한 세상에 담배라도 없으면 정말 숨막혀 죽을 것 같 같은…… 너도 한번 피워볼래?"
‘담배 없이 무슨 낙으로’라는 말이 내 가슴에 탁 꽂혔다. 그즈음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대학과 학보사를 둘러싼 숨막히는 분위기, 신문사를 떠난 동기, 야학과 신문사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

(117)
무고한 양민들이 좌익으로 몰려서 죽어간 4.3의 영향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도로 친정부적인 정치의식을 갖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억울하게 몰리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였으리라. 시장통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면서 바쁜 일상에 휘둘리던 우리 부모의 정치의식도 제주도민의 평균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평균 이상의 ‘우파 보수층’이었다. 이북 출신인 아버지는 인민군으로 강제 징용당해서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혔지만 김일성 치하의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남한을 선택한 이른바 ‘반공청년단’ 소속이었다. 게다가 엄마는 당시 같은 문중이던 현씨 집안이 배출한 현오봉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던, 시장통의 공화당 조직책이었다.

(237)
그 좁은 방에서 영초언니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유인물을 만들어서 등사하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광주를 찾아가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어떻게든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시기에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온몸으로 결기를 내뿜는 그녀 앞에서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경험칙상 많은 걸 안다는 건 그만큼 위험해지는 지름길이었다. 이렇게 만든 유인물을 누구를 시켜서 어디에 배포할 것인지 나는 굳이 물으려 하지 않았다. 언니도 내게 같이하기를 권하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한 차례 구속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했으므로.

(272)
행복! 당시의 내게는 참으로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단어였다. 사전 속에서나 존재할 뿐, 실재하지 않는 그런 단어로 여겨졌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정치부 기자들의 최대 전쟁터, 시사지의 판도를 좌우하는 대목인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사지 편집장인 내게 ‘행복’은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잠시 한눈을 팔았다가는 총 맞고 전사하기 딱 좋은 전쟁터에서 이 악물고 용케 버텨내고 있었기에.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느낌이었고, 내 영혼의 우물물은 바싹 말라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자각에서 진저리치는 나날이었다.

(280)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순간, 뭐라 형용하기 힘든 비참한 심경이 들더라고. 우리가 그토록 목숨 걸고 맞서 싸웠던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가 그 딸을 다시 대통령으로 만들다니. 우리가 젊은 날 한 그 모든 일들이 역사로부터, 국민들로부터 모욕당하고 조롱받는 느낌이랄까. 박대통령이 당선된 뒤로 나는 텔레비전 뉴스만 봐도 입는 것 같아서 한동안 뉴스조차 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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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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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김탁환 작가가 있어. 그는 조선시대와 근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 유명한 사람이야. 아빠도 그의 그런 역사소설로 그를 알게 되었고, 그의 소설들을 꽤 많이 읽었어. 그렇게 캐릭터가 강했던 김탁환은 세월호 사건 이후 세월호 작가가 되었단다. 김탁환의 심장은 끔찍한 불행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장을 가지고 있던 이였어. 어이 없는 사고로 300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 의문투성이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국가는, 그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으니, 유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은 분노했단다. 그래서 스스로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이들이 각계에 있었는데, 김탁환도 그런 분들 중에 한 명이었어.

그 사건 이후 김탁환은 소설을 통해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했고, 세월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런 작품으로 먼저 <거짓말이다>라는 장편 소설을 썼어. 아빠는 그 책이 재미있었지만, 너무 슬펐어. 그 소설은 가상이 아니라, 실제였기에 그냥 재미로만 볼 수는 없었거든. 슬픔이 밀려들어 눈물이 핑 돌게 했단다. 그리고 작년에는 단편소설집으로 다시 한번 세월호를 이야기했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이 소설집에는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 이야기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단다. 그들은 모두 공통의 슬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어. 아빠는 이 책을 세월호 4주기에 맞춰 읽었단다. 아빠가 게을러서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말이야.

아빠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는 것이잖아.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을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지금이라도 진짜 진실이 다시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1.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어. 그들의 가족들과 친척들, 친구들을 포함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갖게 되었어. 평생 잊지 못할 아픔. 그리고 그걸 뉴스에서 접한 모든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을 거야. 4주기 즈음에 당시 배 안에서 찍었던 동영상들이 자주 매체를 통해 보게 되는데사실, 아빠는 못 보겠더구나.  구출을 기다리던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어.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말이야.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몰라. 그렇게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어. 아름다운 사람들.

학생들을 구출하던 일반인 생존자. 그가 학생들을 많이 구출해서 영웅이라고 불렀지만, 그에게는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남겨두고, 자신이 탈출할 수 밖에 없던 순간이 있었어. 그리고 자신이 구하지 못한 학생의 눈동자는 그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고, 그로 인해 그 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 속에 살아갔어. 우연히 그 눈동자와 똑 같은 사람을 만났어. 그 학생의 부모였지. 그 학생의 부모와 만나서, 그 학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해주었어. 그러면서, 그 자신 또한 그 학생의 부모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했어.

어떤 희생된 학생의 부모는 학생이 읽던 책들을 어떤 대안학교 도서관에 기증했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 학생의 부모는 학생의 책을 집에 싸두는 것보다 학교에 기증하여 다른 학생들이 읽는 것이, 자기 아이의 영혼이 다른 이들과 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민간인 잠수사 이야기도 있었어. 세월호에서 시신 수습 활동의 후유증으로 병이 생겨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잠수사. 대학생 외동딸은 자신의 병의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그 잠수사는 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자살을 시도했어. 자살하기 직전에 누군가의 전화가 왔어. 희생 학생의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자기 손주를 수습한 잠수사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대. 그 잠수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살을 미루고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어. 그리고 그는 어찌저찌하여 다시 삶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2025년 가상편지생존학생이 11년이 지나고, 모교의 그 반 2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 되어 11년 전 세월호 사건 때 돌아가신 담임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가상 편지였지만, 가슴이 찡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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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일했던 변호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그를 위해서 몰래 인형탈을 쓰고 선거 운동을 도와주었던 유가족 이야기.. 이 이야기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란다. 박주민 의원의 선거 운동을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해주었거든. 그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한 이야기였어.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안개만 찍는 사직작가였어. 4 15일 연안부두에 갔다가 너무 안개가 짙고 날이 안 좋아서 집으로 돌아왔지. 그런데 그날 그가 타려고 했던 배에서 사고가 난 거야. 그날 죽은 학생 중에 사진작가가 꿈이었던 이가 있었고, 그 학생이 주인공의 전시회에도 몇 번이나 참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주인공 사진작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그 학생의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하고, 그 학생이 되어서, 그 학생 관점으로 그 학생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단다. 그렇게 그 학생의 친구들과 가족과 주인공 사진작가는 그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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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역에서 청소년 상담일을 하다가 특조위 활동을 한 사람의 이야기도 들려 주었어. 그가 상담을 했던 학생들 중에 세월호 사건에서 희생된 학생들도 있고, 살아남은 학생들도 있었어. 상담사였던 그 또한 이 현실이 얼마나 힘들었겠니…. 그래도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그의 일이니, 생존학생들과 또 상담을 했어. 그런데 어떤 학생은 의도적으로 상담을 피하는 학생들도 있었어. 늘 같이 지냈던 친구인데, 자신은 살고, 친구는 죽고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기억으로 어떻게 살겠지. 잊겠다고 잊혀지는 것도 아니고..

2.

각 소설들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단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름다운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야. 정말 몰상식한 사람들도 있어.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이들 앞에서 포식행위를 하는 사람들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면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 정치인들그들 내면에 어떤 것이 그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하는 것일까? 궁금하더구나. 그래도,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들보다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단다. 그들의 슬픔에 공감을 하고, 그들이 곁에 있으면 그들을 위로해 줄 거야.

그렇게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았기에, 촛불 혁명을 일으켰고, 상식적인 대통령을 뽑았잖니. 대통령이 바뀌고 대한민국도 점점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하지만 아직도 국회에는 몰상식을 가진 이들이 꽤 많이 있단다. 그들도 촛불로 몰아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고, 선거를 이용해야 하는데국회의원 선거가 아직 한참 남았구나. 아쉽구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구나. 책을 읽을 때 손수건을 준비하라고 이야기도 해야겠지. 아참, 최근에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되었어. 몇 해 전 <김어준의 파파이스>라는 팟캐스트에 어떤 다큐 감독이 찍고 있다고 했던 영화인데, 이번에 드디어 개봉이 되었구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괜찮다고 하고, 박스오피스에도 계속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더구나.

아빠는 너무 가슴 아픔 장면들이 나올 것 같아서 아직 못보고 있어. 그래도 꼭 보려고 해. 분명 가슴 아픈 장면들도 나오겠지만,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일은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하니까.

.

,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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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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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을 구입한 것은 꽤 되는데, 책 제목에 벚꽃이 무려 두 번이나 나와서, 벚꽃 피는 시절에 읽으려고 재워두었다가 꺼냈단다.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꽃피는 날짜가 예상을 할 수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이 책 읽는 시기를 놓칠 뻔했어.^^ 아빠가 이 책을 읽을 즈음출퇴근길에 벚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이 책을 읽는 날짜를 제대로 맞췄구나 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단다. 그런데, 너희들에게는 너무 늦게 이야기해주었구나. 미안~ .. 시간 참 빨리도 가는구나. 눈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을 덥석덥석 먹어 치우는구나.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에 미미여사의 책을 만났단다.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를 미미여사로 부르더구나. 그래서 아빠도 그렇게 부르곤 해… 미야베 미유케의 책들을 꽤 읽은 것 같아. 일단 어느 정도 재미를 보장하니까자꾸 손이 가는구나. 이번에 읽은 <벚꽃다시 벚꽃>은 아빠가 그 동안 읽은 미미여사의 책들과 조금 달랐어. 그것은 아마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에도 시대라서 그런 것 같구나.

미미여사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많이 썼다고 하는데, 아빠는 에도시대를 배경을 한 미미여사의 소설이 이번이 처음이야. 이 책의 원제는 “사쿠라호사라(:벚꽃박죽)”로 이런 일 저런 일 온갖 일이 벌어져서 큰일 났다난리 났다라는 고슈 지방 표현인 “사사라호사라(:뒤죽박죽)”을 응용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1. 

아빠가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없어. 그래서 에도 시대에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도 잘 몰라.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에도 시대는 지방 봉건제가 활발했던 시대인 것 같구나. 중국의 역사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일본의 역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현대사만 좀 알지, 그 이전 시대는 잘 몰라.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크게 주었던 시절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아빠도 일본의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에 최인호 역사소설을 통해 알게 된 일본 고대사 일부하고, 임진왜란 전후의 사정 아주 쪼금 정도가 전부인 것 같구나. 사두고 책장 속에 먼지만 먹고 있는 일본역사책을 읽어보긴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아서….

그건 그렇고…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육백 페이지가 넘는 무지 두꺼운 소설이지만줄거리는 짧게 하려고 노력은 해볼게.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젊은이가 주인공이야. 1815년에 무사 집안에서 태어나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시점에는 이십 대 초반이었어무사 집안이다 보니자연히 쇼노스케도 무사가 되었지만, 아버지 소자에몬을 닮아서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 그에 비해 형 가쓰노스케는 승부욕이 강하고 칼솜씨도 좋은 진정한 무사다운 사람이었어. 가쓰노스케의 그런 성격은 아마 엄마 사토에를 닮았던 것 같아. 쇼노스케의 엄마 사토에는 억센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사별로 첫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시댁과 갈등으로 두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 소자에몬과 세 번째 결혼을 했던 거야.

그런데 소자에몬이 자신의 필적까지 모방한 위조문서로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게 된 거야. 소자에몬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죄를 감수하고 할복자살을 했어. 아버지의 그런 죽은 후루하시 가문의 몰락을 의미했어. 쇼노스케는 근신하면서 글공부나 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에도 대행을 찾아가서 후루하시 재건을 부탁하라고 했어.

에도 대행은 사카자키 시게히데라는 사람인데, 엄마가 사별한 첫 번째 남편의 숙부였기 때문에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야. 사카자키를 만난 쇼노스케… 사카자키는 쇼노스케에게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라고 했어.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적절한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고 했어. 그 사람은 무라타야 서점의 대본소 관리인인 지헤에라는 사람이었어. 지헤에는 쇼노스케에게 책을 필사하는 일을 의뢰했지. 쇼노스케는 책을 필사하는 일을 하면서필적 모방자를 찾아내라는 것이었어. 당시 책을 필사하는 이유는 당시 책을 다량 출판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책이 필요하면 책을 일일이 복사할 수 밖에 없었거든. 서점은 그렇게 필요한 책들을 팔았단다.

쇼노스케는 그 일을 위해 에도에 혼자 지냈고, 도미칸 나가야라는 곳에 머물렀단다. 나가야라는 것은 칸을 막아서 여러 가구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이야.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2. 

아버지의 필적모방자를 찾아내는 것인 목적이지만, 쇼노스케는 책을 필사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았어. 지헤에는 단순히 필사뿐만 아니라소설을 개작해달라는 요청도 했어. 잔인하고 지루한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개작을 해 달라는 것이었지.

이 책의 주요 이야기는 쇼노스케가 필적모방자를 찾는 것이지만, 그보다 쇼노스케와 이웃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각 챕터별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서 연작소설로 봐도 된단다.

그 동네에 도자기 상인이 꽃놀이를 맞이하여 먹기 겨루기 대회를 개최했어. 도미칸 나가야의 가난한 사람들은 대거 참석을 했어. 쇼노스케는 참석은 아니지만 구경을 하러 갔다가 어떤 여인을 봤단다. 얼마 전에 꿈 속에서 봤다고 생각했던 단발머리의 미인인데, 그 여인을 다시 본 것이야. 그러니까 얼마 전에 본 여인이 꿈속에서 본 것이 아니고 실제에서 본 것이지. 지헤에에게 물어보니 자신의 단골손님이라고 했어. 이름은 와카이고재봉점의 외동딸이었어. 와카는 얼굴과 몸에 붉고 큰 반점이 있어서 외출을 거의 안하고, 하더라도 얼굴을 가리고 외출을 한대. 지헤에의 소개로 쇼노스케는 와카와 알게 되었어. 그들은 책 이야기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갔단다.

어느날 낯선 손님이 찾아왔어. 미야노 번의 무사 니가호리 긴고로라는 사람이야. 자신이 모시던 번주가 젊은 아들에게 번주 자리를 물려주었대. 미야노 번이 궁핍해서 백성들이 힘들게 살고 있었어. 그래서 새로운 번주는 그것을 개혁한다고 아버지 번주가 해왔던 정책들을 다 뒤집어 버렸대. 아버지 번주는 그거 때문에 화가 나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거기에 아끼던 애첩과 애마가 연이어 죽게 되었대. 점점 우울증이 심해지고 실성까지 했다는 거야.

쇼노스케를 찾아온 손님 긴고로는 그 아버지 번주를 모셨던 무사였어. 여전히 충성심이 강한 그는 번주를 위해서 사람을 한 명 찾으러 다니고 있대. 아버지 번주가 젊었을 때 교류를 했던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무사였어.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이름의 무사를 다 찾아 다니는데 쇼노스케가 열한 번째라는구나. 왜 찾고자 하냐면 자신의 번주가 후루하시 쇼노스케라는 무사와 주고받은 암호로 된 편지만 본다는 거야. 우리의 주인공 쇼노스케가 긴고로 자신이 찾는 쇼노스케는 아니었지만, 쇼노스케의 친절함에 암호로 된 편지를 세 통 주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혹시 암호를 풀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어.

긴고로가 가고 나서, 쇼노스케는 암호 해독에 열을 냈어. 암호 해독이 알 듯 말 듯 해서… 쇼노스케는 밥과 잠도 잊고 매달렸단다. 나중에는 동네 사람들과 다 같이 보고 와카도 머리를 맞대고 암호를 풀어보았지만 결국 못 풀었어. 어떤 사람의 아이디어로 동네 주점 벽에 그 암호를 적어보자고 했어. 혹시 아는 사람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그랬더니 정말 그 암호를 알고 있는 시즈에라는 중년의 여자가 찾아왔어. 시즈에의 전남편이 바로 후루하시 쇼노스케라고 했어. 하지만 그는 이미 그는 이미 죽었다고… 그 편지는 연서였는데미야노 번주가 시즈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했어. 물론 시즈에는 죽은 남편에 마음을 주고 있었지. 정신을 잃어도 젊은 시절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인을 잊지 못하고 그 암호로 된 편지를 계속 썼던 것이 아니었을까.

 

3. 

어느날 지헤에가 며칠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나타났어. 마카와야라는 어떤 부잣집의 무남독녀 기치가 사라졌다고 해서 도와주고 왔다고 했어. 그런데 기치를 납치한 일당으로부터 연락이 왔어. 기치를 돌려주는 대신 돈 삼백 냥을 요구했대. 기치의 엄마 가쓰에는 딸을 위해서 그 정도 돈을 줄 수 있다고 하고… 그 돈을 주겠다고 했어. 그 돈을 전달해주는 자리에 호위를 쇼노스케에게 부탁을 했어. 비록 무늬일지 모르지만 쇼노스케는 무사이잖아. 그런데 돈을 전달해주는 자리에 딸 기치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어. 그래서 쇼노스케는 돈을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치의 엄마 가쓰에는 범인들의 말을 믿고 돈을 건네주었어. 쇼노스케의 예상대로 돈만 주고 기치는 돌아오지 않았어.

쇼노스케는 이제 기치를 납치한 일당을 추적하는 일을 시작했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딸 기치와 엄마 가쓰에는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대.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날아온 협박편지의 필체였어. 집안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자신이 사용하는 붓과 먹을 이용해서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글을 쓰라고 했어. 쇼노스케는 그 협박편지의 글과 비슷한 글씨체를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기치의 아빠 주에몬이었어. 그래서 쇼노스케는 주에몬과 기치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했어. 이미 아버지 주에몬은 기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이 집안의 숨겨진 사연을 추리해 나갔어와카와 함께… 그리고 주에몬 집안의 비밀을 밟혀냈고기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냈단다. 옛날에 이 집안에 16살 어린 하녀가 아비가 누구인지 모르는 딸을 하나 낳았었대. 자식이 없던 주에몬 부부는 그 딸을 대신 키웠는데 그 딸이 바로 기치였어. 그런데 최근에 기치가 그 사실을 알고 친모를 찾아간 거야. 가뜩이나 엄마 가쓰에와 사이가 안 좋아서 더욱 친모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던 거야. 친모는 어떤 늙은 홀아비와 결혼했는데그 홀아비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 그런데 그 아들이 머리를 굴려서 기치를 이용해서 돈을 빼앗으려고 했던 거야. 기치는 기치 나름대로 자신을 속인 부모에 분풀이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

이 일은 지헤에의 지혜와 용기로 잘 해결이 되었단다. 기치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 주에몬과 가쓰에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주에몬과 가쓰에는 기치의 친모와 그 친모의 늙은 남편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살게 했대. 아빠가 줄거리를 너무 짧게 쓰긴 했는데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합심했고, 서로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주었단다. 그야말로 사람냄새 풀풀 나는 이야기였단다.

 

4.

이제 다시 아버지의 필적 모방을 한 대서인을 어떻게 찾게 되는지 알아보자.(남을 대신하여 서류나 편지를 써 주는 사람을 대서인이라고 해.) 쇼노스케가 그런 사람을 찾는다는 것도 소문이 났어. 그리고 어느날 쇼노스케의 아버지의 필적을 모방했다고 하는 대서인이 직접 찾아왔어. 완전 술주정뱅이였지만그가 아버지의 필적으로 글씨를 썼는데 정말 똑같았어. 그 대서인은 오히려 당당했어. 자신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이야. 오히려 쇼노스케가 당황했지.

그 대서인은 멀리 있던 사람이 아니었어. 지헤에와 거래를 했던 사람이고, 그의 책을 쇼노스케가 개작을 하기도 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나. 물론 지헤에도 그 대서인이 쇼노스케의 원수로 찾는 사람인지 처음에는 몰랐대.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자헤에와 그 대서인에 대해 불쌍하게 여기도 있던 차였어. 그래서 쇼노스케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던 거야. 그리고 그 대서인에 대해 계속 조사를 해봤더니.. 충격적인 배후 인물이 나왔어. 그것은 바로 쇼노스케의 형 가쓰노스케였어.

아니형이 왜 아버지를… 다시 에도에는 권력 암투가 무척 심했는데, 가쓰노스케도 그 권력 다툼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는 속아서 이용당하고 만 것이었어. 쇼노스케는 이 사실을 알고 에도 대행인 사카자키를 찾아갔는데, 그곳에 놀랍게도 형 가쓰노스케가 있었어. 사카자키도 최근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던 거야. 사카자키는 가쓰노스케도 이용당한 것을 알고 용서를 해주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도리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가쓰노스케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어. 그래서 가쓰노스케에게 도망갈 기회를 준 것이지. 쇼노스케는 사카자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

형 가쓰노스케는 떠나고 쇼노스케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에도 생활을 정리를 하기로 했어. 애정이 싹트고 있었던 와카와도 헤어지려고 했어. 그런데 도망갔던 형이 다시 나타났어. 그러면서 쇼노스케를 칼로 죽이려고 했지… 가쓰노스케는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었어. 그 장면을 본 이웃집 소년 다이치가 재치 있게 불이 났다고 소리쳤어. 그 소리에 동네 사람들은 뛰쳐나왔고 가쓰노스케는 도망을 갔어. 형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쇼노스케… 이웃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보살핌으로 간신히 살아났단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도 희망이 없었다고 했는데 말이야. 그 중에 특히 와카의 보살핌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다시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쇼노스케… 지헤에의 조언으로 가명으로 살아가기로 했단다. 이 일을 계기로 와카와의 사랑은 좀더 깊어지고 말이야.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번 편지를 쓰고 다시 읽어보니, 아빠가 짧게 쓰려고 중간중간 이야기를 뭉텅뭉텅 잘라내고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고 다시 쓰기에는 아빠가 밀린 독서편지가 너무 많아. 이번 편지를 마무리하고 다음 독서편지도 또 시작해야 돼…^^ 그러니 이해해주렴…

이번 편지에서 줄거리만 쭉 이야기를 했는데,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 벚꽃 날리는 그런 곳에서 주로 이루어졌단다. 책제목과도 연관이 지어진 부분이야. 올해는 벚꽃이 필 즈음에 아빠가 바빠서  같이 벚꽃놀이도 가지 못했는데.. 아빠가 미안하구나내년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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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5-06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린 독서편지가 너무 많아. 다음 독서편지도 또 시작해야 돼.˝ 이 부분에서 빵 터졌다가 잠시 후 씁쓸해졌습니다.

그야말로 책 읽는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지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독서편지^-^

bookholic 2018-05-06 22:1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리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리뷰를 안 쓰면 응가를 하고 밑을 닦지 않은 기분이랄까요? ^^

제가 내성적이라 댓글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syo님의 위트있는 글들로 하루 스트레스를 풀곤 한답니다.^^ 열렬 구독자로써 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어요.. 남은 연휴 하루, 열공하세요~~~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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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에 관한 사상과 사회운동 등을 페미니즘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페미니즘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단다. 아빠는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는 소설은 읽은 적이 있지만, 제대로 된 페미니즘 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그렇다고 아빠가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야. 여자라고 부당한 권리와 기회를 갖는다면, 그것은 불의라고 생각해. 그리고 아빠도 평상시에 은연중에 남녀를 구별하는 말도 안 하려고 노력한단다.

어떤 직업을 이야기할 때 앞에라는 말은 절대 붙이지 않고, ‘그녀’라는 단어도 안 하려고 한단다. 이오덕 선생님께서 이야기해서 알게 된 것인데, ‘그녀’라는 말은 우리말에 없었다는 것이야. 우리나라에서는 3인칭대명사는하나였다는 것이지. 그마저도 잘 사용하지 않고, 3인칭인 경우 그냥 이름을 불렀대. ‘그녀’라는 것은 영어 ‘she’를 번역하면서 생겨난 말이라고 했어. 이런….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샌 것 같구나.

이번에 읽은 책.. 제목이 조금 길어서 좀 헛갈리는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라는 책의 부제는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란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란다. 그리고 또 제목과 부제에서 또다른 키워드 경제학이 보이는구나. 경제학과 페미니즘의 만남. 책제목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내용경제학에서 여성의 가정 노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고 책을 폈단다.

1.

애덤 스미스.

경제학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름은 모두 들어봤을 거야.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해서 경제학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 애덤 스미스 이후 모든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이야기하면서 빼먹은 것이 있었어. 그것도 절반이나 뚝딱.

그러면서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물리학 세계와 연관시키면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하지인간사 절반이나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말이야. 그것은 무엇인지 대충 예상이 되었단다. 여성들의 노동, 특히 가정주부의 노동 말이야. 그런데 그런 주장은 사실 새롭지는 않았어. 아빠도 이 책 말고 그 전부터 비슷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어. 가정주부의 노동을 국민소득으로 환산하면 일인당 국민소득은 엄청 올라갈 것이라는 내용 말이야.

아직 가정주부의 노동은 국민소득에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1950년대 시카고학파에서 여성의 경제적 활동을 포함한 경제학 이론을 이야기했대. , 대단히 진보적이네라고 생각하면 안돼. 그들은 상당히 우파적이고 보수성향의 학파였거든.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여성의 차별을 합리화하기 위함이고, 여자가 임금을 적게 받는 것도 합리화하려고 했던 것이야. 유명한 경제학자 베커라는 사람이 여성이 보수를 적게 맞는, 이유를 이야기한 것을 보면서, 이런 것이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내는 생각이고 이론인가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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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결혼한 여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부엌을 치우고 다림질을 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돕는다. 결혼한 남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잠깐씩 아이들과 놀아 줄 것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여가 시간을 집안일에 많이 쓰고,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피곤해진다. 베커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에게 더 낮은 보수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부엌을 치우느라 여성은 남성보다 더 피곤하다. 따라서 근무 시간에 남성과 동일한 노력을 기울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베커의 생각이었다.

동시에 경제학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설명도 내놓았다. 여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이유는 그들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이다. 여성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가족 전체로 볼 때 손해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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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경제학자들에 대해 그리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야. 이렇게 살기 힘든, 경쟁 속에 살아야 하는,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치는, 자본주의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를 했잖아. 그리고 그들이 미래를 예측한다고 했지만, 그 예측이 맞는 것은 별로 보지 못했어. 그리고 이제는 툭하면 오는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별 다른 대책들도 없는 것 같고아무래도 경제학자들은 밥벌이에 큰 걱정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서 그러지 않을까 싶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왔을 때,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경제학자들에게 왜 아무도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냐는 질문을 했었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루커스라는 사람이 그 여왕에 대한 답변을 <이코노미스트>지에 실었다고 하는구나. 위기를 예측하지 않은 것은 애초에 이런 일은 예측할 수 없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라고ㅎㅎ 이것 참, 혹시 경제학이라는 것이 말장난 아닌가?

2.

문제다, 문제.. 성장과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가 온 세상에 널리 퍼져있으니 말이야. 이 신자유주의가 바뀌지 않으면, 지구의 환경은 얼마 안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것으로 바뀔 것 같구나. 이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많은 적폐를 낳았지같은 회사에서 다니면서, 똑같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하면서, CEO라고 일반 평직원 월급의 수백 배를 받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이것은 아빠도 참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어. 잘못된 것이라고..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신자유주의에서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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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1970, 미국의 한 CEO는 근로자 보수의 30배 정도를 벌었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이 숫자는 500배가 되었다. 유명한 금융가 J.P. 모건은 미국 기업의 CEO는 평직원 월급의 20배가 넘는 보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7년에는 그 격차가 364배로 벌어졌다. 그리고 미국을 모방 삼아 서구 사회에서 CEO 의 보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영국에서는 2002년에서 2012년까지 CEO들의 보수가 3배 증가했다. FTSE 100대 기업의 CEO와 평직원 평균 보수 격차는 1998 45배이던 것이 2010 120배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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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규제가 없고, 경재만 내세우는 것은 점점 지구를 삭막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에서 사람 냄새가 점점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그래도 고전적 자유주의에서는 시민으로서의 인간과 경제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구분했다고 해. 그런데, 신자유주의에서는 사람은 오직 경제적 관계만 존재하게 만든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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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고전적 자유주의는 시민으로서의 인간과 경제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구분했다. 신자유주의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 사이에는 오직 한 가지 관계만이 존재하며, 그것은 경제적 관계다. 다시 말하면 시민과 노동자와 소비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모두 동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적 인간이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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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또다른 문제점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자본으로 본다는 것이야.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먹고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해 버렸어. 알아서 잘 살아 보라는 것이지이런 신자유주의 병폐는 동서양의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고, 금융위기도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심하게 생겨나고 있어. 그러면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도,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더 심해진 것 같아페미니즘 운동이라는 것을 할 정도로 말이야. 방법은 경제적 인간으로 해방을 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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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7)

우리의 관계는 경쟁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 자연을 적대적인 상대로 간주할 필요도 없다. 모든 부분을 합친 것보다 전체가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은 기계 혹은 정교한 기계적 움직임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경제적 인간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헛되다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많지만 이 문제만큼은 헛되다 외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정의 목표는 바뀔 수 있다. 세상을 소유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편안하게 살려고 애쓰는 여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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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면서 페미니즘 관점에서도 이야기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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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9)

주류 경제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페미니스트적 관점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사회 전체적으로 확신시켜야 하는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임무다. 페미니즘의 관점은 불평등부터 인구 증가, 복지 혜택, 환경, 그리고 노령화 사회가 곧 직면하게 될 돌봄 인력의 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깊은 관련이 있다. 페미니즘은여성들의 권리이상의 훨씬 큰 문제에 관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페미니즘 혁명의 절반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성들을 더해서는 젓는 것까지는 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이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깨닫고, 그 새로운 세상에 걸맞도록 사회, 경제, 정치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경제적 인간을 단상에서 내려오게 해서 작별을 고하고,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폭넓게 포용할 수 있는 경제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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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학과 페미니즘을 함께 다루고 있다고 했잖아. 이 정도를 다루는 책이라면, 아빠의 지적 수준으로는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을 읽는 중간에 3일을, 엄청 급한 회사일로 책을 펴보지 못하고 나머지 시간들도 책은 읽는데, 머릿속은 회사일로 가득 차버렸으니, 읽어도 어렴풋한 내용만….

그렇다고 이 책을 다시 읽을 만큼은 아닌어중간한 상태에서 책을 덮었단다. 그래서 오늘 독서편지는 주로 아빠가 인상 깊은 구절의 발췌한 부분을 많이 할애해서 적은 점 이해해 주길 바래. , 그게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어.

아참, 애덤 스미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어머니가 평생 저녁밥을 차려주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어머니의 경제활동 조차 경제학에 포함을 넣지 않았다니경제학의 정의는 아주 좁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구나.


(20)

경제학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과학이라고 묘사되어 왔다. "사랑은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 이 개념의 기본 전제다. 따라서 사랑은 아껴서 사용해야 하고, 불필요한 곳에 써 버려서는 안 된다. 사랑으로 사회를 움직이면 개인적인 삶에서 사용할 사랑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찾기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경제학자들은 사회를 조직하는 데 사랑 말고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8)

시장이라는 기계는 사람들의 평범하고 기본적인 감정 같이 단순한 것을 가지고 세계 평화와 모든 이의 행복을 창조해 내는 것으로 가정되었다. 따라서 모두가 이 이야기에 매혹된 것도 놀랍지 않다. 착취를 개인적 악감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급 7000원을 받으며 등골이 휘게 일하는 여성도 사악한 누군가가 강요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그리고 경제학은 피할 길이 없어. 우리의 본성에 있으니까. 사실 그게 우리의 본질이야.
우리는 모두 경제적 인간이니까.

(59)

결혼한 여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부엌을 치우고 다림질을 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돕는다. 결혼한 남성이 퇴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잠깐씩 아이들과 놀아 줄 것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여가 시간을 집안일에 많이 쓰고,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피곤해진다. 베커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에게 더 낮은 보수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부엌을 치우느라 여성은 남성보다 더 피곤하다. 따라서 근무 시간에 남성과 동일한 노력을 기울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베커의 생각이었다.
동시에 경제학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설명도 내놓았다. 여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이유는 그들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이다. 여성의 수입이 더 낮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가족 전체로 볼 때 손해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185)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게 하려 평생을 싸웠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었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돈이나 선의 중 한 가지 요인만이 동기가 된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다. 게다가 이 개념은 성별에 관해 우리가 가진 이미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남성은 자기 이익 추구라는 본능에 의해 나아가고 여성은 전체적인 그림을 조화롭게 만다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220)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자본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노동과 자본 사이의 갈등을 간단히 해결한다. 즉, 인간의 삶을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련의 투자 행위로 보는 것이다. 기독교 신학자들은 빵 한 쪽과 생선 한 마리로 신도들을 먹이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누구나 먹고살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믿는다. 험한 세상이기는 하지만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그리고 우주가 우리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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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봄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꽤 많단다. 봄이라서 그런지 그런 책들 중에 봄에 관련된 책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구나. 이번에도 읽은 소설도 제목에 ‘봄’이 있어서 집어 들었단다. 추리소설의 대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자신의 실명을 숨기고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 출판사 포레는 메리 웨스트매콧의 필명으로 쓴 소설들을 모아서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이라는 시리즈를 출간하였는데, 이번이 아빠가 읽은 두번째란다. 작년 봄에 그 책 역시 책 제목에 ‘봄’이 들어가서 봄에 읽었었지.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이고….

이번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리 행복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은 아니야. 애거사 크리스티도 남편과 불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소설로 그린 것이라는 것 같았어. 오늘 들려줄 <두번째 봄>이라는 소설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니 너희들에게 되도록 짧게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피곤하고독서편지를 쓰기 귀찮아서 아니라는 점.. 꼭 알아줘~~~^^)

 

1. 

레러비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자살하려는 여인 샐리아를 만났어.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지나쳤는데, 직감이 스치고 지나갔다고 할까다시 샐리아가 자살을 하려고 그곳에 왔음을 직감했어. 래러비는 힘든 시절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어서…. 그래서 샐리아를 다시 찾아가 설득해서 자살을 막았고, 숙소까지 데리고 와서 밤새 샐리아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단다. 왜 샐리아가 이 낯선 곳에서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참이 소설의 출간년도는 1934년이라는 점도 알고 이야기를 들어줘.

샐리아는 어린 시절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자라났어. 아버지 존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요양을 위해 프랑스 남부에 다녀오기도 했어. 프랑스에서 다녀온 이후에도 부모님만 여행을 가시고, 샐리아의 오빠 시릴과 샐리아는 하녀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어. 이런 생활이 샐리아의 성격을 만들었을까아니면 천성이었을까? 샐리아는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 다른 사람들이 곤충들의 생명을 해치는 행동에도 눈물을 보이곤 했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듯 하는 말도 마음 속에 담아두었단다.

샐리아의 아버지는 결국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샐리아가 열 살 때 돌아가셨어. 이후 샐리아 가족의 생활은 넉넉하지 못했어. 엄마는 샐리아의 학업을 직접 가르쳤고, 일부 가르치지 못하는 과목들은 따로 가정교사를 두어 가르치기도 했어. 샐리아가 10대 후반이 되었을 때 파리로 공부라고 갔어. 이 때 음악에 대한 소질이 약간 있었는데, 예민한 성격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했어.

샐리아의 엄마는 샐리아가 젊은 시절에 이런저런 재미를 누릴 수 있게 했어. 돈이 들긴 하지만이집트 여행도 같이 갔어. 샐리아는 커가면서 점점 아름다움을 갖추게 되었고남자들의 대쉬가 이어졌어. 그러나 수동적이고 내성적인 샐리아는 잘 표현하지 못했어.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는데도 마음 속에만… 자신의 타입이 아닌 이들에게만 청혼이…. 어떤 돈 많고 나이 많은 소령이 적극적으로 청혼을 했지만, 소심한 성격에 여러 번 망설이다가 소심하게 거절했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짐이라는 남자가 어느날 이웃으로 이사 와서 농장을 했어. 짐과 책사상 등 지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 통한다고 생각했어. 짐이 청혼을 했지만샐리아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짐이 6개월 간의 약혼기간을 가져보자고 했는데, 그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서 그러자고 했지만역시나였어. 짐과 약혼기간에 오히려 우울증이 생겼지.. 이런 고민을 친구의 오빠인 피터에게 편지로 물어보곤 했어. 피터는 친구의 결혼식에서 알게 된 이후 편한 관계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알고 보니 피터가 샐리아를 사랑하고 있었어. 짐과 파혼을 하자 피터가 청혼을 했고샐리아는 오케이를 했어.

그런데 이번에는…. 겸손한 피터는 자신이 너무 가난해서 샐리아와 결혼할 자격이 없다면 조금 시간을 갖자고 했어. 군인이었던 피터가 외국으로 2년간 파견을 하게 되었는데,  2년동안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때 결혼하자고 했어. 그 사이 더 멋지고 부자가 나타나 청혼을 하면 부담 갖지 말고 결혼하라고 했어. 피터는 왜 그랬을까샐리아를 왜 시험대에 올려놓았을까? 겸손하고 착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그 또한 나쁜 남자였던 것일까?

 

2.

얼마 뒤 샐리아에게 더멋이라는 남자가 나타났어. 피터가 이야기한 부자도 아니고멋진 남자도 아니었어. 피터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군인이었어… 그런데더멋은 자신의 상황 같은 거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샐리아는 더멋의 청혼을 받아들였어. 피터에게는 미안했지만 현시점에서 더멋을 사랑하는 것은 맞으니까. 샐리아의 엄마 미리엄은 더멋을 싫어했어. 콩깍지가 씌어져 보이지 않는 더멋의 진모습이 명확히 보였거든. 더멋은 그리 착한 남자가 아니었어나쁜 남자.

미리엄의 입장에서는 다행히 전쟁이 일어나 더멋도 전쟁이 참가한다고 갔어. 하지만일 년 뒤 부상을 당하고 후방으로 배치를 받았고, 샐리아는 더멋과 결혼을 했어. 더멋은 결혼을 하면서 한마디 했는데, 그 말을 읽는 아빠도 그렇고샐리아도 그렇고 그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다정스러운 이야기인줄 알았지, 그 말이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 말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라는 말이야. 나이를 먹고아이를 낳다 보면 그 나이에 맞게 아름다움의 기준도 바뀌어야 하는 것인데… 더멋이 이야기하는 하는 아름다움은 지금 이순간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그때는 더멋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을 거야.

가난한 군인과 신혼생활은 낡고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했어. 샐리아는그 전에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무료한 가정주부의 생활의 시작이었어. 군인에서 제대한 더멋은 사업을 하게 되었고, 사업이 위기도 있었지만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 하지만 샐리아에 대한 집착특히 샐리아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심했어. 그리고 자상함이란 것도 없었어. 샐리아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샐리아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사람 같았어. 주디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도, 기쁨보다 샐리아가 아름다움을 잃을 것을 걱정했으니….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샐리아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조금씩 바래기 시작하면서, 더멋을 아무렇지 않게 샐리아를 버렸어. 그는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어.

 

3.

내성적이고 성격이 예민했던 샐리아는 힘든 시간을 가졌어. 홀로 오랜 시간을 가졌어. 딸 주디도 자라서 결혼을 했어. 그렇다가 우연히 마이클이라는 남자를 만났어. 의사였던 마이클은 그 옛날 피터와 비슷한 성향이었어. 그리고 어느날 그 남자는 샐리아에게 청혼을 했어. “아름다움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라는 말과 함께… 더멋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 들었으니 얼마나 경악을 했겠니. 그 말을 듣고 그 남자를 떠나 버렸다는구나. 샐리아의 나이 이제 서른아홉. 그의 삶이 아직도 삼십 년이나 더 남았을 텐데… 그런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 수 없다면서 자살을 생각했다는구나.

래러비는 밤새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 샐리아가 자살의 생각을 접었을 것이야. 래러비가 손을 다정하게 손을 잡아준 것이니까. 래러비와 헤어진 샐리아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이야. 예전에 유명한 초상화가였던 래러비가 한쪽 팔을 잃고 좌절했다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았던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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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사람은 사람과 관계로 자신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가장 많은 시간을 갖고 가족과의 관계가 그만큼 중요한 것 같구나. 성격이 만들어지는 어린 시절… 그런 시간을 갖고 있는 너희들… 아빠도 더욱 더 너희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을 쓴 다른 소설들…. 가끔씩 찾아서 읽어봐야겠구나. 이제까지 두 권은 봄마다 읽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것 매년 봄마다 하나씩 찾아서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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