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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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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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얼마 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소설, 디 마이너스. 그 소설의 지은이 손아람이 쓴 또 다른 소설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부르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소수의견을 읽었단다. 이번 소설도 너무 좋았단다. 올해 아빠가 새로 알게 된 우리나라 작가들이 몇 분 계신데, 첫 번째 손가락으로 뽑고 싶을 만큼 읽는 소설마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구나. 지은이가 한때 사법고시를 준비하지 않고서는 미학과 출신의 작가가 이 많은 법정 용어와 법원 시스템에서 이렇게 잘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지은이는 정말 한때 사법고시를 준비했었을까? 궁금하더구나^^

이 소설이 처음 나온 것은 2010년이고 아빠가 읽은 것은 2015년에 나온 중판이란다. 초판이 나온 2010. MB 정권 시절로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기였어.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2009년 있었던 용산 참사가 생각이 난단다. , 가슴 아픈 사건이었는데, 어느덧 10년이 거의 다 되었구나.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사람들이 죽고, 감옥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서, MB에 이어 박근혜까지 대통령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했단다. 그리고 또다시 더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이런 일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뒤늦게 큰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깨달은 것 같아 안타깝더구나.

이 소설은 재미뿐만 아니라, 권력을 잘못 뽑으면, 이 사회가 몰상식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교훈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1.

, 그러면 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줄게. 주인공 윤 변호사. 아빠가 주인공의 이름을 놓쳤던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이름이 언급 안되었던 것인지 모르겠구나. 그냥 윤 변호사로 이야기할게. 지방의 법대를 나와서 대학 졸업 후 변변치 못한 건축회사를 다니다가 뒤늦게 사법고시를 공부해서 36살이 되어서야 사법고시를 패스를 해서 국선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가 바로 윤 변호사야.

그러다가 우연찮게 아현동 뉴타운 시위 현장에서 경찰을 죽이게 된 박재호씨의 변호를 맡게 되었단다. 박재호를 만나 봤는데 박재호씨는 자신은 아들을 살리려다가 어쩔 수 없이 경찰을 죽였다고 했어. 열여섯밖에 안된 박재호의 아들이 시위 현장에서 죽었거든. 하지만, 검찰은 박재호의 주장과 달리 박재호씨의 아들을 죽인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용역업체 사람인 김수만씨라고 했어. 윤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되자, 이준형이라는 기자가 만나러 왔어. 이름은 남자 이름이었지만 여자였어. 이준형 기자는 현장에서 촬영한 CCTV 자료를 주었고, 사건 당시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서 주었어. 윤 변호사도 조사를 하면 할수록 박재호씨의 아들 박신우는 경찰이 폭행에 의해 죽었고, 박재호씨는 아들을 살리려다가 경찰을 공격해서 경찰이 죽은 것으로 보였어.

그렇다면 왜 용역업체 김수만은 자신이 죽였다는 하는 것일까. 경찰 수사 기록은 열람이 불과했고, 사건 현장은 사건이 일어난 즉시 피한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청소를 하였어. 증거를 없었고, 수사 기록도 볼 수 없었지. 윤변호사는 같이 일하는, 대학부터 알고 지내던, 형의 친구 장대석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리고 서울대 젊은 법대 교수 이주민 교수도 도움을 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이 셋은금요모임을 갖고 같이 변론을 준비했어. 이들은 이 사건을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윤변호사는 국선변호사를 그만두었어. 국가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

그들은 변론 준비에 이곳저곳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났어. 당시 야당 국회의원인 박경철의원도 관련 자료를 주면서 도와주었어. 물론 그는 국회의원으로써 정치적인 목적도 있었겠지. 김수만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 자신이 박재호씨 아들 박신우를 죽였다고 하면서 뭔가 숨기는 듯했어. 그들에게 협조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 병원에 가서 사건 당일 일했던 레지던트를 만나기도 하고, 경찰들도 만나 조그마한 단서나 그들이 숨기는 것을 알아내려고 했어. 이 사건은 점점 사회의 이슈를 받으면서, 금요모임 멤버들은 이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기로 했어. 검사 황재덕은 판을 키우는 것을 싫어했지만 반대할 명분이 없었어. 그래서 기소검사를 따로 데리고 왔는데, 미모의 젊은 검사인 이민정이라는 사람이었어. 외모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의 인심을 사겠다는 뻔한 작전이었지.

이 사건이 많은 주목을 받게 되자, 대형 법률사무소의 유명한 변호사 이광철이 찾아왔어.. 이 재판으로 자신의 법무법인 광고나 하겠다는 심뽀를 보여 윤변호사는 자신이 끝까지 맡겠다고 했으나, 처음 윤변호사에게 의뢰를 했던 시민단체 민생살림의 사무국장도 이광철 변호사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재호씨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어. 열 받은 윤변호사는 그만둬버렸단다.

 

2.

그리고 어떤 조폭 보스의 살인 미수 사건 변론을 해주면서 큰 돈을 버는 사설 변호사가 되었어.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사무국장이 다시 찾아왔어. 박재호씨가 미안하다며 다시 윤변호사가 맡아달라면서 말이야. 그렇게 윤 변호사는 다시는 바꾸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다시 이 사건을 맡게 되었단다. 윤 변호사, 장대석 변호사, 이주민 교수, 이준형 기자는 꼼꼼한 변론 준비를 했단다. 그런데 박신우를 죽였다고 하는 김수만이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사라져버렸어. 가장 강력한 증인이라고 생각했던 변호인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윤변호사가 얼마 전에 변호해서 무죄승소를 한 조폭의 보스로부터 연락이 왔어. 자신이 김수만을 데리고 있다고그 바닥에서 김수만과 조폭의 보스는 알고 있던 사이였던 거야. 조폭의 보스는 예전에 승소에 대한 답례로 김수만을 데리고 왔어. 김수만은 진실을 털어놓았어. 검사 홍재덕이 와서 회유했다고 했어. 박신우를 죽었다고 이야기하면 그의 조직을 봐주기로 하고, 재판결과도 집행유예로 해준다고 말이야. 그런데 나중에 검찰은 약속과 달리 김수만의 몸담고 있던 조직을 들쑤셔 놓았다고 했어. 그래서 김수만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돕겠다고 했어. 그것만이 자신도 무죄가 될 수 있는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 홍재덕이 회유하며 이야기한 것을 한 녹음파일도 있었어. 같이 변론 준비하던 이준형 기자가 이 녹음파일의 존재를 기사로 터트리는 바람에, 세상은 난리가 났지만, 윤변호사는 너무 일찍 공개한 것에 대해 이준형 기사와 심함 말다툼을 하기도 했어. 검찰은 즉각 반응했어. 검찰은 갑자기 윤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했어. 다른 핑계를 대고 했지만, 그것은 홍재덕의 녹음파일을 찾기 위함이었지. 그리고 녹음파일은 홍재덕에게 전달되어 바로 폐기되었단다. 그런데 요즘 같은 시절 녹음파일이 한 개만 있었겠니. 윤 변호사와 장대석변호사는 공판 마지막날에 그 증거물을 재판장에서 틀었단다.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고, 그 목소리는 검사 자리에 있던 홍재덕이었어. 그것으로 재판은 끝났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최후변론이 끝나고 배심원의 판정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그리고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박재호의 무죄판결로 결정했어. 박재호의 행위는 아들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이 행한 정당방위였다는 것이지. 하지만 우리나라 배심원들의 판정은 단지 참고용이야. 판사가 최종 결정을 하는 거야. 국민참여재판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배심원의 판정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우리나라 판사들은 아주 쉽게 무시하는 것 같더구나.

이 소설에서도 판사는 배심원들의 판정을 뒤집고 박재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고, 3년 형을 선고했단다. 그렇게 재판을 끝냈어. 현실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을 하면서 배심원들은 무죄 판결을 했는데, 판사들이 배심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유죄 판결을 내린 경우도 여럿 있단다. 여러 이성적인 사람들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판결보다 그들보다 나은 것이라면 법 공부한 것 밖에 없는 한 사람의 판결로 죄를 결정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구나.

..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 앞으로는 다시 그런 이들이 정권을 잡는 일이 없길 바래. 그래서 상식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그런 나라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사체는 은평구 뉴타운의 기초공사 현장에서 발견됐다.

책의 끝 문장 : 새들은 날의 오름을 노래하고 바람은 보아야 할 시절을 이르되, 지구의 땅과 물 위 사람들을 제하고는 결코 이름을 빌리지는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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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조정래.조재면 지음 / 해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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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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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좋아하는 조정래님의 책을 읽었단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아빠가 조정래님을 좋아해서 조정래님의 태백산맥 10권을 필사까지 했었잖아. 단지 태백산맥 10권 필사를 하면 조정래님을 만나 뵐 수 있다고 해서 말이야. 그렇게 좋아하는 분의 책이니 빠짐없이 읽으려고 한단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동안 조정래님의 책들과 성격이 다른 책이란다. 혼자 쓰신 것이 아니라 공동 저자였어. 그리고 그 공동 저자는 다름 아닌 조정래님의 손자인, 이제 고등학생인 조재면군이었단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가지 주제를 놓고 논술을 주고 받는 내용이란다. 어떤 주제에 대해 손자가 글을 쓰면 할아버지가 그 글을 수정해주고, 그리고 할아버지 자신도 그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야. 그런데 그 글이 원고지 서너 장이 아니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수십 장씩 쓰고 있단다. 조정래님이야 워낙 글 잘 쓰는 작가이니 그렇다 쳐도, 조재면군은 글 내용과 실력은 둘째 치더라도 고등학생이 저렇게 장문을 글을 쓸 수 있다니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태어나서 보니 할아버지가 당대 최고의 작가라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 할아버지가 직접 논술 지도를 해주신다? 색다른 기분이 들면서 자부심도 클 것 같구나. 조정래님께서는 손자뿐만 아니라 아들이 젊었을 때도 글쓰기를 가르쳤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다른 책에서 소설가로 살아가자면 가난하게 될 것 같아서, 아이도 한 명만 낳았다고 글을 본 적이 있었어. 그 한 명뿐인 아들이 군대에 다녀와서 구타로 인해 목을 크게 다쳤다고 했어. 그리고 당시 태백산맥은 금서로 묶여 있어서 조정래의 아들이라고 하면 오히려 빨갱이 아들이라고 더 맞았다는 거야. 그런 아들에게 미안함이 컸던 조정래님은 아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직접 하셨다고 하는구나. 신문 사설을 통한 글쓰기였다고 했어. 군대까지 갔다 온 나이에 그런 글쓰기를 공부를 한 조정래님의 아드님도 대단하신 것 같구나.

 

 

1.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단다. 국정 역사 교과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청소년 PC 게임 시간 제한, 남녀 성평등, 비만 문제. 모두 최근에 이슈가 되었거나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이란다. 각 주제에 먼저 손자 조재면군이 글을 썼단다. 조재면군의 글들은 고등학생의 글 답지 않게 논리정연 하더구나. 하지만, 그런 느낌 들었어. 일반적이다.. , 이런 느낌. 그러니까, 인터넷 뉴스 같은 데서 많이 본 글들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간간이 개인의 생각도 적긴 했지만 말이야.

그에 비해 할아버지 조정래님의 글들은 확실히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포함된 글처럼 보였단다. 그리고 조정래님의 글이 더 읽기 편했어.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말글씨에 더 가까운 글들이었단다.

..

이 책에서는 조정래님이 손자의 글을 퇴고한 것을 캡처해서 실어 놓았단다. 꼼꼼하고 자세한 퇴고.. 손자의 글을 퇴고하면서 할아버지 조정래님은 뿌듯함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렇게 글을 주고 받는 것은 손자 조재면군이 고3이 되어 입시 준비 때문에 그만두었다고 하는구나. 할아버지와 나눈 이 글쓰기나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

2.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제목에대화라고 써 있어서 그야말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마주 앉아서 나누는 대화일 거라 생각했어. 할아버지인 조정래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그런 대화이런 고급 논설문인줄은 생각도 못했단다. 그러면서 아빠는 이런 논술지도를 해주지 못할 텐데너희들이 이 다음에 고등학생이 되면 결국 논술학원에 맡겨야 하나? 씁쓸한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한동안 했던 편지노트 주고 받기를 다시 해봤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이 이제 막 글을 배웠을 때, 노트에 편지를 주고 받았었는데, 요즘은 뜸해졌잖아. 그것을 다시 해봤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조정래님처럼 글을 고쳐줄 수는 없지만, 글을 쓰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오늘은 독서편지를 짧게 마치고, 편지노트에 손편지를 오랜만에 써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딸도 없이 하나인 아들이 군대에서 제대해 복학을 앞두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한밤중에 야식을 먹어야 잠이 오고, 숨이 차오르도록 많이 먹고는 소화제를 먹은 우리들을 보면서 돼지도 개도 소도 말도 고양이도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도 손가락질하며 깔깔깔 웃고 있다..


(16)
세 가지 신문 중에서 한 가지 사설을 골라낸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내가 먼저 사설의 제목을 읽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런 방향과 저런 방향에서 볼 수 있다고 두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아울러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전개하는 이야기의 방법을 간추려 들려준다. 그런 다음에 내가 사설을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 나간다. 그러면서 문장의 의미를 설명하고, 논리 전개를 짚어 주고, 기승전결을 구분하고, 확인시킨다. 그리고 논리 전개를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대목 대목에서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해 준다. 그 공부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사설 한 가지를 읽는 데 3~4분 걸리니까 그 열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55-56)
그러나 그의 무능과 고집불통의 독단은 최순실과의 국정 농단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의 잘못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세월호 사건을 그렇게 무감각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해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에 대해 절망케 만들었고, 국민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려 남북 관계를 냉전 시대보다 더 얼어붙은 파탄 상태로 몰아넣었고, 국민 그 누구도 모르게 결정된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나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고,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사전에 단 한마디 의논도 없이 돈 몇 푼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해 버려 민족 자존심을 훼손하는 새로운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 사건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증거들이다.

(83)
이제 전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 경제 이념은 자본주의뿐이다. 그것은 앞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는 속담을 낳게 한 인간들은 돈을 더욱 살아 있는 신으로 떠받들게 될 것이다. 그런 살벌한 시대에 이윤 추구를 본질로 하는 기업들에게 ‘기업 윤리’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잠꼬대일지도 모른다. 교수님들도 변호사님들도 다 그 지경인 판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갈데없이 불의한 세력들이 합작한 살인극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사태가 또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쉬 떼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탐욕이란 인간의 힘으로 제거할 수 없는 본성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정직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자가 온순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돈 앞에서 양심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하이에나가 고깃덩이 앞에서 얌전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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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10권을 필사하셨다구요? 우아....진짜 북홀릭님 대봑입니다 ^^

bookholic 2018-12-24 15:26   좋아요 1 | URL
에고고 부끄럽습니다^^ 제가 태백산맥 필사하고 나서 알라딘 서재에 포스팅한 것이 카알벨루치님과 친구맺기 전이었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십시오~~^^

카알벨루치 2018-12-24 17:03   좋아요 1 | URL
참 메리크리스마스 하소서! 조정래 <태백산맥>이참에 읽어버릴까 내 맘에 불을 지펴주는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bookholic 2018-12-24 17:21   좋아요 1 | URL
읽는 것보다 카알벨루치님의 독창적이고도 범우주적인 글씨체로 <태백산맥> 필사를 해주시면 엄청날 것 같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17:35   좋아요 1 | URL
북홀릭님 표현은 정말 아방가르드하시네요! 필사하신분은 제가 바로 옆에 두고 있었네요 그것도 3년...내공이...제가 <필사>책을 읽고 독서를 시작했었는데 태백산맥필사를 조정래작가가 며느리한테 시켰다고 하던데 북홀릭님도...일단 일독하는 것부터 먼저!ㅎ

붕붕툐툐 2018-12-24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필사라뇨~ 정말 대단하셔요~ 조정래님은 만나셨어요??

bookholic 2018-12-25 11: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네, 조정래 선생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되십시오~~~
 
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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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로버트 해리스가 쓴 <콘클라베>라는 책이란다. 로버트 해리스는 아빠가 좋아하는 서양 작가 중에 한 명이고, 그 동안 그의 책을 여섯 권을 읽었고, 이번이 일곱 번째란다.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소설들도 있었고, 사회 비판적인 소설들도 있었어. 다 괜찮았단다. 묵직함도 있고, 재미도 있고 말이지.

콘클라베.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어. 영어 단어인가 싶기도 하고. 특별히 찾아보지는 않았단다. 책에 나오더구나. 콘클라베.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를 지니다는 뜻으로, 추기경들이 모여서 새로운 교황을 뽑는 것을 말한단다. 교황이 뽑히기 전까지 추기경들은 교황을 뽑는 성당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어. 이 소설은 그러니까 교황을 새로 선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란다. 실제 일어났던 일을 그린 소설은 아니고, 2022년 미래의 어느 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단다. 책머리에 현재 실존하고 있는 인물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물 설정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교황이 선종하고 나면 로마 교황청에서 추기경들이 교황을 뽑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 특별한 색깔의 연기를 낸다고 했던 기억이 있었어. 이 책을 읽고 나니 좀더 정확하게 알겠더구나. 교황이 선출이 안되면 검은색 연기이고, 교황이 선출이 되면 흰색 연기더구나. , 그럼 그 이야기를 해줄게.

 

1.

2022년 교황이 갑작스럽게 선종을 했단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야. 얼마나 갑작스러운 죽음이냐 하면 임종을 지킨 이가 아무도 없었대. 추기경 단장을 맡고 있는 로멜리 추기경도 소식을 받고 교황에게 갔어.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하나둘 로마 교황청으로 모여들었단다. 추기경들의 숙고인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도착들을 했어. 로멜리 추기경이 알고 있는 모든 추기경들이 도착을 했단다. 그런데 로멜리 추기경이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왔어.

자신을 베니테스 추기경이라고 소개했어. 교황의 의중 결정 추기경이라고 했어. 의중 결정 추기경이라고 하는 것은 교황이 몰래 자신이 추기경을 서임한 추기경이야. 위험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경우 공개적으로 추기경을 서임을 하게 되면 신변의 위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몰래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했어. 왜냐하면 그는 바그다드 대주교였거든. 이슬람의 본거지인 바그다드의 대주교그는 본래 필리핀 사람이었는데, 약하고 힘든 이들을 많이 도와주고, 현재는 바그다드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어. 교황이 바그다드에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나고 서임을 받았다고 했어. 증서도 있고, 로멜리 추기경은 정황상 그가 추기경이 맞다고 생각해서 그도 콘클라베 멤버에 포함시켰단다. 물론 논란이 일기도 했어.

, 그럼 콘클라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야기해줄게. 먼저 80세 이상의 추기경은 투표권이 없다고 했어. 모든 추기경이 교황의 후보가 되었어. 2/3 이상의 득표를 받아야 교황이 될 수 있었고, 2/3 이상의 득표를 받은 사람이 없으면 다시 투표를 해서 12일간 총 30번의 투표를 할 수 있다고 했고, 그때까지 2/3이 없으면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교황이 된다고 했어. 추기경들간에도 파벌 비슷한 것이 있고, 지역연고도 있는 것 같았단다. 그래서 교황으로 추대될 유력한 추기경이 4명 정도 있었단다.

먼저 알도 벨라니 추기경. 이탈리아인. 그는 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어. 두 번째는 조지프 트랑블레 추기경. 프랑스계 캐나다인. 매체를 잘 다루는 사람으로 야심도 많았어. 세 번째는 조슈아 아데예미 추기경. 나이지리아인.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최초 흑인 교황이 유력한 사람이었어. 마지막으로 조프레도 테데스크 추기경. 이탈리아인. 보수주의자로 확고한 지지층이 있지만, 독선적이라서 로멜리 추기경을 비롯하여 그를 싫어하는 이도 많았어. 추기경 단장을 맡고 있는 이가 콘클라베의 선거 관리 임무를 맡게 되어 있어서, 로멜리 추기경은 콘클라베를 주관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를 도와 성직자인 오말리라는 사람이 있단다.

 

 

2.

첫 선거를 앞두고, 야누시 보지니아크 대주교가 로멜리 추기경을 찾아왔어.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어. 교황이 죽기 전에 트랑블레를 해고했다는 거야. 하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로멜리는 진실 파악을 하려고 트랑블레를 만나 이야기했지만, 그는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했어. 자신이 교황과 함께 있던 자리에 동석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했어. 로멜리 추기경은 일단 알겠다고 했지.

드디어 첫번째 투표를 했어. 앞서 이야기한 4명의 후보가 골고루 표를 나눠 가지면서 테데스코가 22표로 1위를 차지했어. 하지만 2/3득표에는 턱없이 부족했어. 로멜리 추기경은 자신은 고독한 자리인 교황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적지 않은 5표를 얻었단다. 투표를 하면서 점점 득표를 받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표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아데예미가 절반 가까이 표를 얻었단다. 이제 몇 번만 더 투표를 하면 흑인 최초의 교황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단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수녀가 몇 주전에 로마로 발령을 받아서 왔는데 교황이 죽기 하루 전에 로마에 도착을 했어. 샤누미 수녀였는데, 그 수녀는 그곳에서 30년 전 자신을 강간했던 이를 만났다고 했어. 그것은 바로 아데예미 추기경이었어. 이미 30년 전의 일이고 철부지 없던 젊은 시절의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성추행 스캔들의 교황을 누가 좋아하겠니.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다음 투표에서 아데예미 추기경은 표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표의 절반 이하가 되었어. 그 다음에는 거기에 또 절반그렇게 아데예미 추기경은 후보군에서 사라졌단다. 그러면서 다시 표가 분산되었고, 테데스코가 다시 1위를 차지했어. 그런데 누가 샤누미 수녀를 로마로 불렀을까.

로멜리 추기경을 투표할 때마다 벨리니 추기경을 선택했지만, 벨리니 추기경은 표수가 늘지 않았어. 로멜리 추기경은 벨리니 추기경과 따로 이야기했어. 독선적인 테데스코 추기경이 교황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어. 벨리니 추기경은 차선으로 트랑블레 추기경을 밀자고 했어. 로멜리 추기경은 트랑블레 추기경와 교황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어. 벨리니 추기경은 그것은 헛소문이라면서 믿지 않았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벨리니 추기경의 뜻을 이해했어. 유력 후보자간의 표가 분산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두 명의 표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로멜리 추기경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의중 결정 추기경이었던 베니테스 추기경이었어. 로멜리 추기경은 벨리니의 추기경의 뜻을 이해하고 베니테스 추기경을 만나 트랑블레 추기경을 지지해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베니테스는 끝까지 로멜리 추기경한테 투표하겠다고 했어.

아데예미 추기경을 추락으로 몰아넣은 샤누미 수녀를 누가 로마를 불렀는가. 그것은 바로 트랑블레의 요청으로 왔다는 것이 밝혀졌어. 또다시 트랑블레에게 안 좋은 소문이었어. 로멜리 추기경은 다시 트랑블레 추기경을 찾아가 샤누미 수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교황이 시킨 일이라며, 자신은 교황이 시킨 일을 한 것뿐이라고 했어.

음… 로멜리 추기경은 점점 트랑블레 추기경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교황의 숙소에 몰래 들어가 숨겨져 있던 비밀보고서를 찾아냈단다. 트랑블레 추기경이 돈으로 추기경을 매수했다는 보고서야. 그래서 교황은 죽기 전에 트랑블레 추기경을 해고했던 거야. 로멜리 추기경은 그 비밀보고서를 보고 밤새 고민을 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겠다면서 그 비밀보고서를 복사해서 모든 추기경에 돌렸단다. 충격 받은 추기경들고성이 오갔어. 믿을 수 없다고 했어. 트랑블레 추기경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선거를 돕는 아그네스 수녀는 샤누미 수녀 사건의 내막을 추기경들 앞에서 이야기했어. 트랑블레 추기경이 샤누미 수녀를 불러왔다고 말이야.. 트랑블레 추기경도 후보군에서 빠지게 되고, 이것은 표를 잃고 있던 테데스코 추기경이 반전을 얻는 계기가 되었어.

이 일이 있고 나서 투표를 했는데, 테데스코 추기경과 로멜리 추기경의 양강구도에 베니테스 추기경의 표도 또 증가했어. 로멜리 추기경이 베니테스 추기경의 의중결정 추기경으로 인정을 했지만, 아직 그에 대한 신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서 따로 오말리에게 베니테스의 신분을 조사해 보라고 했어. 그런데 그의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어. 로멜라는 점점 자신의 표가 많아지는 것을 걱정하고 교황으로 선출되더라도 끝까지 거부할 생각이었어. 그러면서도 테데스코 추기경이 교황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자칫 자진이 교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했어. 그 무거운 짐을 자신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교황 선거가 길어지다 보니 교황청 밖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결국 폭발 테러가 일어나는 불상사도 일어났단다. 로멜리 추기경은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가지고 선거 관리를 했단다. 투표가 거듭될수록 베니테스의 표가 늘고, 사람들은 그가 살아온 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그리고 콘틀라베의 결과는….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베니테스 추기경이 2/3 이상의 득표를 얻어서 교황이 되었단다. 로멜리 추기경은 자신이 교황이 안 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베니테스 추기경에게 축하를 해주었어.

 

4.

그런데… 오말리가 찾아왔어베니테스에 대한 아주 중대한 비밀을 말이야. 지금까지의 이야기도 많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지만, 베니테스의 중대한 비밀은 차마 이야기를 못하겠구나.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이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원래 이 편지에 베니테스의 중대한 비밀까지 적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지우고 다시 적었단다. 혹시 나중에 커서 이 책을 별로 읽고 싶지 않고 결말이 알고 싶다면 그때는 그냥 이야기해줄게~

.

지은이 로버트 해리스이번 소설의 이야기의 설정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한순간도 긴장감을 풀 수 없었어. 아빠의 종교가 비록 불교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재미있었단다. 그럼 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 로멜리 추기경은 새벽 2시 직전 검사(檢邪)성성을 떠난 뒤, 바티칸 수도원을 지나 황급히 교황 침실로 향했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잠시 후 멀리 수십만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희망의 함성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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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2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전복과 반전의 순간 2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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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2 년 전에 재미있게 읽은 <전복과 반전의 순간>이라는 책이 있었어.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지만, 설마 음악에 관한 내용이라고 제목만 봐서는 추측하기 어려울 거야. 그런데 그 책은 감칠맛나게 음악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었단다. 그래서 그 책을 읽고 나서 너희들 고모한테도 선물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구나. 그 책의 두번째 이야기가 있었어. 아빠는 이제서야 그 두번째 이야기를 읽어 보았단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너희들이 이 책 제목을 보고, 그 맛있는 전복에 관한 이야기냐고 물어보았잖아.. 하하.. 그 전복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야. 바다에 사는 전복이 아니라 뒤집어 엎는다는 뜻의 전복이란다. 음악의 역사에서 새로운 음악으로 기존의 음악 세계를 확 바꿔 놓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라고 짧게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첫번째 이야기의 강렬함 만큼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두번째 이야기도 역시 지은이 강헌 특유의 입담으로 재미있는 음악의 에피소드를 알게 되어 좋았단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과 뮤지컬 영화도 알게 되어 좋았단다. 요즘은 제목만 알면 바로 검색창에 두들기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 책을 읽다가 듣고 싶은 음악이 생기면 바도 찾아서 들으면서 책을 읽곤 했단다. , 그러면 어떤 전복과 반전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볼까?

 

1.

러시아 5인조의 이야기가 맨 처음 등장하는구나. 러시아 5인조는 예전에 읽은 풍월당 박종호님의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이들인데, 이 책에서 만나니 반갑더구나. 러시아 5인조는 민족주의 음악가들로 유명한데, 그런 러시아 5인조 같은 이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조선 음악가 동맹.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단체이고, 이 단체에 소속한 음악가들 역시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한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사상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을 거야. 그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1945년 해당 당시의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 특히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단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친일파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는 아픈 역사. 그런 혼란 속에서 하나의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여운형, 김구 등 민족주의자들이 암살당하고…. 음악계에서도 친일파였던 인사들이 다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하는구나.

대표적인 친일파였던 현제명은 미군정을 등에 업고 고려교향악협회라는 음악 단체를 만들었대. 20~30대 젊은 음악가들은 현제명을 인정하지 않았고 프롤레타리아 음악을 하고자 하는 조선 음악가 동맹을 만들었단다. 대부분 젊은 음악가였는데, 안기영과 같은, 좀 나이가 있는 음악가도 있었어. 안기영은 당시 흔치 않은 미국유학파였는데, 귀국 후 그는 민족 음악을 했다고 했어. 민요를 채집하여 악보로 만들기도 했어. 그와 나이와 비슷하고 마찬가지로 유학파였던 홍난파와 전혀 다른 음악의 길을 갔다면서 지은이는 두 명의 음악가를 비교해 주었단다. 지은이 강헌의 글을 읽어보면 홍난파보다 안기영을 더 높이 평가하는 듯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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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안기영은 작곡가였지만 동시에 미성의 테너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똑 같은 물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는 말처럼 이 사람도 분명 처음에는 서양음악에 꽂혀 유학을 갔을 텐데도 홍난파와 매우 다른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홍난파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하고 완전히 반해서 우리 걸 다 부정하고는 저 음악의 세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홍난파는 서구도 아닌 일본에 가서 베토벤과 슈베르트와 모차르트를 보고 기꺼이 그 문화의 포로가 되었는데, 이에 비해 안기영은, 보니까 좋긴 하네. 그래도 역시 우린 우리 걸 해야 해하는 생각을 다지며 자신만의 음악철학을 정립하게 된다. 이 미세한 차이가 홍난파와 안기영이라는, 똑같은 서양음악 유학파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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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영은 작곡뿐만 아니라 테너로도 활동을 했대. 그리고 한국 최초의 뮤지컬 <견우직녀>도 만들었고, 이어 <콩쥐팥쥐> <견우직녀>의 후속작인 <은하수>도 만들었는데, <은하수>라는 작품이 반도가극단을 통해서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하는구나.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 음악가였구나. 안기영은 조선 음악가 동맹 부위원장을 맞았고, 1947 8월 활동 금지를 당하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월북을 했는데,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하는구나. 안타깝구나.

조선 음악가 동맹에 또 한 명의 천재 음악가 김순남이 있었어. 1917년생인 그는 일본에서 유학을 했고, 해방 후 조선 음악가 동맹에 가입했지만 좌익활동금지 조치로 숨어 지내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인민항쟁가>를 작곡했는데 좌익 단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인기를 얻었대. 한때 북한 국가를 대신하기도 했다는구나. 그가 음악 활동의 탄압을 받게 된 것은 현제명이 조선 음악가 동맹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미군청정 문화참사관(미국 사람인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구나.)이 우연히 김순남의 악보를 보게 되었고 반했다고 하는구나. 숨어 지내는 그를 찾아내라고 했고, 그의 부하가 김순남을 찾아냈대. 미군청정 문화참사관은 직접 그를 만나서, 그에게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 보내주겠다고 했어. 하지만 김순남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에게 미군차를 빌려달라고 했고, 그 미군차를 타고 월북을 했다는구나. , 이런 것도 기개라고 해야 하나.

북에서는 그를 대환영했고, 중요인사로 등용되었고, 그는 각종 음악을 작곡했어. 남에서는 숨어만 지냈는데 북에서는 그렇게 반겼으니 얼마나 신나서 음악을 했겠니. 거기에 모스크바로 음악 유학을 보내주기까지 했어. 그런데 갑자기 1953년 소환 명령이 떨어졌어. 1953년 북한은 서슬 퍼런 숙청이 있던 시기였는데 음악계 인사도 예외는 아니었지. 김순남 역시 남로당파였으니까다른 유학생들은 귀국하면 숙청당할 것을 알고 망명을 했는데, 김순남은 호기롭게 귀국을 했단다. 숙청당하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는 법정 재판을 통해서 작곡금지령이 떨어지고 함경북도로 유배를 갔어. 처형 안 당한 것이 다행일 정도였지. 그 이후 그 천재 음악가의 삶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당시 김순남처럼 남에서 쫓겨 북으로 갔다가 북에서 숙청을 당한 이들이 꽤 있었는데, 그들이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해도 그들은 남에서도, 북에서도 대우를 받지 못하였단다. 역사에서 그들의 기록은 한 줄도 없었어. 김순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안타까운 천재음악가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2.

시대를 쭉 뛰어넘어 이번에는 1980년대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이때 등장하는 이들은 아빠도 어렸을 때 들어본 가수들이구나. 1980년대 우리나라 가수 중 단 한 명을 뽑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똑 같은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구나.

조용필. 아직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진정한 가왕. 조용필은 1970년대에도 활동을 했지만, 유신정권에 (어떤 이유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찍혀서 대마초 사건 이후 가장 오랫동안 활동 금지를 당한 가수들 중에 한 명이었대. 박정희 정권에 사라지고 나서야 사면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당시 본인은 힘들었겠지만, 당시 활동 금지 기간에 음악연습을 더 많이 하여 실력이 엄청 향상되었다고 하는구나. 만약 그 기간이 없었다면 1980년대 우리가 알고 있던 조용필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했어.

사면 이후 첫번째 앨범이 <창 밖의 여자>를 타이틀로 한 앨범인데 그야말로 싹쓸이를 했다는구나. 조용필은 첫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이 있었고, 그는 일인자였지만, 안주하지 않았고 동료 음악인들에게도 투자를 했대. 그와 함께 하는 밴드위대한 탄생에게 투자를 했고, 그 밴드를 운영하다 보니 부자도 못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당시 저작권에 대한 법적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서 그의 저작권료가 고스란히 앨범제작사로 들어가고 있었대.

그렇게 조용필에 우리나라에서 활개를 치고 있을 때, 미국과 전세계에서는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가 평정하고 있었어 1980년대 들어서면서 MTV 출현과 Digital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CD의 출현. 이것과 발맞춰 비디오를 지향하는 화려한 춤 솜씨의 마이클 잭슨의 등장. 1982년 발매된 <스릴러> 앨범은 어마무시한 히트를 기록하게 된단다. 아빠도 그 앨범에 들어 있는 노래를 여럿 알고 있으니까앞서 이야기했듯 MTV를 타겟으로 뮤직비디오도 만들어 대박이라고 하는데, 아빠는 <스릴러> 뮤직비디오는 못 봤었어. 또는 봤지만 기억을 못하거나그래서 이번에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10분이 넘어가는 단편 공포 영화를 보는 듯했단다.

1980년대는 조용필과 마이클 잭슨이 이끌어가는 주류 음악뿐만 아니라 비주류 음악도 같이 공존을 했다고 하면서, 비주류 음악 세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단다. 외국에서는 펑크와 얼터너티브 락으로 이어졌고, 이들의 대표주자에는 아빠에게도 익숙한 U2, R.E.M, Nirvana 등이 소개되었단다. 그리고 우리나라 1980년대 비주류 음악에서는 학생들 중심의 운동가요 출신 가수들의 성장을 이야기했어. 아빠에게도 익숙한,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김광석, 안치환 등등그리고 락밴드도 크게 성행했던 것이 1980년대라고 했단다. 들국화를 필두로 많은 밴드들이 성행했던 1980년대다양한 음악이 공존했던 1980년대였어. 몇 년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80년대의 음악을 다시 자주 들었을 때가 있는데, 여전히 촌스럽지 않고 기분 좋아지게 하는 음악이더구나. 아빠는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소개된 1980년대 음악을 찾아 들어보면서 책을 읽었단다. 80년대 추억들이 소환되었단다. 음악의 힘은 대단해.

 

 

3.

20세기 클래식 음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단다. 그나마 신()빈악파가 선전을 했지만, 쇠락의 길을 막을 수 없었어. 신빈악파 전에 빈악파가 있었어. 빈을 중심으로 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로 이름만 들어도 쟁쟁했던 이들이지. 그에 비해 신()빈악파는 쇤베르크, 안톤베베른, 알반베르크 등으로 쇤베르크를 제외하면 이름조차 낯선 이들이구나.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음악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어. 쇤베르크의 이야기 속에 그들이 추구했던 음악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단다.

쇤베르크가 이야기하기를, 지금까지가 평범한 시대였다면 우리 시대의 음악은 아주 달라야 한다고 했어. 그는 지금까지의 조성 체계를 족쇄로 생각하고 이를 파괴하는 무조성 체계의 음악을 추구했단다. 그렇다 보니 그의 음악은 일반인에게 난해했어. 일반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에 친숙해지기는 쉽지 않았어.

...

20세기에 들어서 디지털 음악이 유행하고, 음악을 쉽게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클래식 산업은 크게 쇠락했다고 하는데, 지휘자로 잘 알려진 카라얀도 한 몫 했다고 하는구나. 그가 뭘 했냐고? 카라얀이 클래식 산업을 주도해서 베를린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와 2000장의 음반을 녹음을 했다는구나. 오호, 그러면 클래식 음악을 크게 성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가 녹음한 2000장의 음반이 모두 옛 고전 음악만 연주했고, 당대의 클래식음악은 녹음을 하지 않았대. 그렇다 보니 당대의 작곡가들은 어찌 보면 모차르트, 베토벤 등과 경쟁을 해야 했던 거야. 그렇게 20세기에는 클래식음악은 새로운 음악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어.

오페라도 마찬가지였단다.

.

 

 

4.

, 이제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아빠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뮤지컬의 환경은 척박했단다.. 하지만 최근에는 뮤지컬은 많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문화가 되었어. 너희들도 너희들을 위한 뮤지컬을 여러 편 봤었잖아. 그 뮤지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그 뮤지컬의 탄생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오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1600년 첫 오페라 <에우리디케>가 이탈리아에서 공연을 했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오페라가 교향곡보다 늦게 출현한 줄 알았는데, 오페라가 먼저였다고 하는구나. 오페라의 분위기를 먼저 알려주려고 시작을 하면서 연주곡인 오페라의 서곡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서곡이 발전하여 교향곡이 되었대.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한 오페라는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되었고, 규모도 커지고 프랑스에서는 발레까지 접목한 형태가 나타났다고 했어.

오랫동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우리가 요즘도 즐겨는 듣는 아리아들과 서곡들을 비롯해 많은 음악들이 태어났단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랑스에서 기존 오페라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오페라코미크라는 장르가 생겨났고,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오페레타가 출현했다고 했어. 오페라에 비해 화려한 춤이 가미되었고 좀더 가볍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아무튼 이런 오페라에서 조금씩 변형된 오페라코미크와 오페레타가 뮤지컬의 뿌리라고 이해해도 될 것 같구나.

오페레타는 1855년 파리만국박람회를 통해서 자크 오펜바흐라는 사람을 통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했어. 오펜바흐의 유명한 오페레타로 <지옥의 오르페우스>이 있단다. 이 오페레타에 삽입된 캉캉 춤곡이 유명한데, 들어보면 누구나 들어본 음악일 거야.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의 슬픈 사랑은 너무 극적이어서 오페라에서 많이 다루었다고 하는데,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에서는 조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구나. 오르페우스가 사실 에우리디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래서 하데스가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던 것을 어긴 것도 사실은 일부러 그랬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대. 아빠는 <지옥의 오르페우스>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한번 기회가 있으면 한번 보고 싶더구나.

지은이 강헌은 이 오페레타 이외에 슈트라우스2세의 <박쥐>라는 작품을 꼭 보라고 권했어. 실황으로 보면 좋겠지만, 영상을 찾아서 보라고 했어. 얼마나 재미있길래 보라고 하는지 꼭 보고 싶더구나.

이렇게 유행한 오페레타가 대서양 건너 미국에도 진출했어. 그리고 점점 진화를 거듭해서, 1927 <쇼보트>뮤지컬 플레이라고 하는 장르로 큰 성공을 거두었어. 드디어 장르 이름에뮤지컬이라는 용어가 들어갔구나. 하지만 이어진 대공황으로 뮤지컬의 성공은 단절이 될 위기에 처했어. 이 때 출현한 것이 뮤지컬 영화였단다.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뮤지컬 영화가 뮤지컬을 대신했던 거야. 그 첫번째 뮤지컬 영화가 <42번가>였다고 했어.

이 영화는 나중에 뮤지컬로도 재현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었단다. 이렇게 뮤지컬보다 영화로 먼저 만들어져서 나중에 다시 뮤지컬로 성공한 작품들이 꽤 있다고 했어. 그 중에 또 대표적인 것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빠가 뮤지컬을 많이 보지 않았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들어봤어. 아무튼 요지는 그 전에 오페라의 불모지와 다름 없던 미국과 영국에서 오페라에서 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뮤지컬이 크게 성공했다는 것이야.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를 중심으로 뮤지컬은 크게 발전했다고 하는구나. 브로드웨이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사실 웨스트엔드도 뮤지컬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은 몰랐어. , 아빠가 뮤지컬에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 1980년대 뮤지컬 빅4라고 부르는 <캣츠>, <레미제라블>, <팬텀 오브 오페라>, <미스 사이공>가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이 뮤지컬들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공연되고 있어..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말이야. 그런데 이 4편 모두 캐머린 매킨토시라는 사람이 제작을 했대. ,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뮤지컬계의 스탠 리가 아닌가 싶구나.

우리나라의 뮤지컬의 역사는 어떨까. 앞서 조선 음악가 동맹을 이야기하면서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안기영이라는 이가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고 했잖아. <견우직녀>, <콩쥐팥쥐>, <은하수>를 만들었다고하지만 분단과 전쟁으로 뮤지컬은 맥이 끊겼다고 했어. 오히려 북한에서 피바다 가극단가 공연한 5대혁명가극이 유명해졌다고 했어. 유럽 순회 공연을 가질 정도였다는 구나. 이에 자극을 받은 남한에서 가극단예그린을 만들어 <살짜기 옵서예>라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워낙 뮤지컬이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국가의 지원이 끊어지자 더 이상 할 수 없었어.

그러다가 1990년대 서서히 뮤지컬의 시장이 넓어졌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많은 뮤지컬 가수들이 등장하고 뮤지컬의 제작도 많아졌다고 했어. 그 붐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고 말이야. 하지만 아직 창작 뮤지컬은 너무 적다고 하는구나. 대부분이 외국 뮤지컬의 판권을 사와서 제작된다는 것이지.. 유능한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창작 뮤지컬만 나오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했어.

암튼 뮤지컬은 가장 늦게 등장했지만 가장 강력한 음악 장르가 되었고, 오페라를 역사 속으로 모셨다고 하는구나. 뮤지컬 킬 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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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345)

하지만 가장 늦게 등장했음에도 뮤지컬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 장르 혹은 상품이 되었으며 이 생명력은 앞으로도 굉장히 오래 이어질 것 같다. 그렇게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록 출발은 늦었으나 그 앞의 수많은 인류 예술사의 최선의 성과를 포섭하고 축적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이야말로 어쩌면 인류 예술사에 나타난 가장 순조로운 반전의 명예혁명 같은 것이 아닐까? 뮤지컬은 오페라를 학살하는 대신 조용히 유폐시켰고 오페라가 누려왔던 모든 것을 새 시대에 걸맞게 자신의 영역에 구축한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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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전복과 반전의 순간 두번째 이야기란다. 음악과 음악가들 사이에 숨어 있는 에피소드들은 재미있는 것이 많은 것 같아. 그런 이야기를 알게 된 다음에 음악을 들으면 그 전과 달리 색다르게 들리기도 하더구나. 지은이 강헌님께서는 세번째 이야기를 출간해주셨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한국과 서구의 음악사 전체를 통틀어 나에게 가장 극적인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의 끝 문장 : 뮤지컬은 오페라를 학살하는 대신 조용히 유폐시켰고 오페라가 누려왔던 모든 것을 새 시대에 걸맞게 자신의 영역에 구축한 장르다.


(78)

앞서 언급했듯이 ‘조선음악가동맹’은 음악에서 기교나 기술보다는 민중과 함께하는 호흡을 중시했다. 그래서 치열한 역사를 쓰는 데 필요한 혁명가도 다수 작곡했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로 쓰인 시로 노래나 가곡도 많이 만들었다. 조선음악가동맹이 특히 사랑한 시인은 김소월이었다. 소월의 시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의 울림을 안고 있다고 판단했고 최상의 음악적 언어로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민족음악일 것이라 생각했다. 김순남이 쓴 걸작 가곡 가운데 김소월의 시에 붙인 <산유화>가 있다. 다행히도 이 곡은 조수미가 부른 노래로 녹음이 되어 떳떳이 들을 수 있다.

(142)

나는 <빗 잇>의 맨 마지막 절 가사가 섬뜩하다. 이 노래가 나온 때는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1911~2004)의 시대였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를 도탄으로 몰아넣게 되는 신자유주의의 악령이 슬슬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하던 때다. 그런데 <빗 잇>은 맨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외친다.

"지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어. 난 당신이 화려하고 강력한 투쟁력을, 싸움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옳고 그른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 그냥 꺼져. 그냥 꺼지라고."

(254)

다만 중요한 사실은 서양음악사가 바로 쇤베르크에 이르러, 카라얀이 마지막으로 완전히 말아먹기 전에, 이미 90년 전에 사실상 내면적 종말을 고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쇤베르크와 그 지지자들이 몸부림치면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 그 점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술사가 수많은 사례를 통해 동시대에는 공감되거나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이 수백 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어느새 너무나 당연하게 열광과 환호를 받게 되었음을 알고 있다. 비밥도 그랬다. 비밥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왜 좋냐고 물으면 "그냥 좋던데요." 한다. 그 좋은 비밥 음악, 이유 없이 그냥 좋은 비밥 음악 중에 너무나 많은 곡이 놀랍게도 쇤베르크의 무조성주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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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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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을 읽었단다. 그의 소설을 여럿 읽었는데, 아직도 그의 이름이 헛갈린다. 피에르 르메르트? 피에르 르메트로? 피에로 로메트르? 피에로 르메트로? 아무튼 그의 가장 최근 소설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을 읽었단다.

피 말리는 이야기라고 해야겠구나. 죄를 숨기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야. 분명 그가 잘못을 했으니까 죄를 받아야 하는데,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다 보면, 들통날까 조마조마하게 되더구나. 그 이야기를 해볼까? 스포일러를 시작해보자꾸나.

 

1.

1999년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12살이었던 앙투안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 엄마는 직장을 다녀야 했으니 집에서 늘 혼자 지내기 일쑤였지. 같이 놀던 친구들도 비디오게임이 유행하면서 보이지 않고, 앙투안은 혼자 숲에서 나뭇가지 등으로 아지트를 만들며 혼자 놀았어. 어느날 그를 따라온 이웃집 데스메트씨의 개 윌리스가 그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단다. 이후 늘 윌리스와 함께 지냈어. 그런데 어느날 교통사고로 윌리스가 중상을 입었어. 그를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데, 데스메트씨는 윌리스를 총으로 죽였단다. 그 현장에 있었던 앙투안은 깊은 슬픔과 윌리스를 죽인 데스메트씨에 대한 강한 분노를 갖게 되었지.

그는 자신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이 지은 숲 속의 아지트를 찾아가 다 부셔버렸어. 그때 숲에 놀러 온 레미. 데스메트씨의 어린 아들, 레미바로 그 윌리스를 죽인 데스메트씨의 아들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있던 앙투안은 막대기로 레미의 머리를 가격했는데, 그만 레미가 죽고 말았어. 뒤늦게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법. 앙투안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수를 할까? 시신을 숨겨야 할까? 고민하다가 숲 반대편에 잇는 동굴 안 구덩이가 생각이 났어. 그곳에 시신을 버리고 돌아왔어. 오다가 지나가는 차가 한대 있었는데 잘 몸을 숨겼지.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자신의 손목시계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어. , 어쩌지?

 

2.

집에 돌아오자 데스메트씨 집에는 난리가 났단다. 여섯 살짜리 아이가 사라졌으니 말이야. 데스메트 부인은 앙투안에게도 레미를 못 보았냐고 물어보았어. 못 봤다고 했지. 나중에는 군경까지 출동해서 앙투안을 심문했어. 당황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려고 했어. 앙투안은 혼자 도망갈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하지 못했어. 열두살짜리가 가면 어딜 가겠어. 군경대는 주변에 있는 큰 연못을 샅샅이 수색했단다. 어린 아이가 실종했다면 실수로 연못에 빠졌을 확률이 가장 높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기도 했단다.

며칠이 지나고 앙투안의 실종사고는 텔레비전에서도 크게 보도가 되었어. 앙투안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자수를 해야 하나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하나 괴로워했단다. 그리고 엄마의 약들을 한꺼번에 먹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 나중에 토하고 열이 심하게 나는 앙투안을 보고 엄마는 왕진 의사를 불렀어. 말이 적고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의사선생님은 치료를 다 해주고, 마치 진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고민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와서 이야기를 하라고 했어.

레미의 수색은 점점 확대되어 대규모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하기로 했어. 동네 사람들도 모두 참여하기로 했고, 수색지역도 넓혀서 시신을 숨긴 숲도 하기로 했어. 앙투안은 곧 자신이 범인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어. 일분 일초가 무서운 시간이었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시간들이었어.

 

3.

그런데 앙투안이 살고 있는 보발시에 강력한 태풍 2개와 엄청난 폭우가 왔어.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만들었고, 그 폭우로 인해 죽은 사람도 있었어. 수해 복구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였어. 레미 수색 작업을 하려고 했던 자원봉사자들은 수해 복구가 더 급해 보였어. 그들이 모두 수해의 피해자였으니까 말이야. 그 숲도 완전 엉망이 되어버렸어. 레미 사건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지.

 

4.

시간은 지나 2011년이 되었어. 앙투안은 파리에서 의대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었어. 여자 친구 로라와 함께 생활을 했지. 그는 대학 졸업을 하면 구호 단체에 가서 해외에서 활동할 계획도 세웠어. 앙투안은 어떻게 해서든지 보발시에서 멀리 벗어나려고 했어. 여전히 그날의 후유증으로 앙투안은 안정제를 먹어야 했고, 가끔씩 공황장애를 겼고 있었거든. 그 일이 그렇게 쉽게 잊혀질 일이 아니지, 그는 변함없는 범인이고 죄를 여전히 받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야. 정기적으로 보발시의 엄마가 혼자 지내는 집에 가는데, 어느날 어린 시절 짝사랑 하는 에밀리를 만났어. 순간적인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짧고 어설픈 불장난 같은 사랑을 나누었단다. 그리고 후회했지.

그리고 뜻밖의 소식. 레미의 시신이 숨겨져 있는 그 숲을 재정비해서 놀이공원으로 만든다는 소식이었어. 그렇게 되면 레미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러면 앙투안 자신이 범인으로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어. 다시 불안감과 공황장애로 괴로워했단다. 다시 파리로 돌아와 지내는데,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었단다.

서너 달 뒤에는 에밀리가 찾아왔어. 임신을 했다는 거야. 앙투안은 순간 화가 났단다. 자신의 아이인지 어떻게 아냐고 했어. 자신의 아이더라도 낳을 수 없다고 했어.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중절 수술 비용을 주겠다고 했어. 에밀리는 종교적인 이유로 그럴 수 없다면서 화를 내며 보발시로 돌아갔어. 앙투안의 처지에서 보면 이것저것 한번의 실수들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니, 꼬인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하지만 모두 자신이 뿌린 씨앗들.

어느날 엄마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안 좋은 일들은 연이어 닥치는 것인가. 엄마를 간호해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어. 어쩔 수 없이 다시는 가기 싫은 보발시를 다시 가야만 했어. 병실에 켜져 있는 텔레비전을 통해 숲에서 어린 아이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봤어.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다고 했어. 그 머리카락의 유전자 분석을 해 보았지만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은 없다고 했어. 12년 전에 용의자로 조사받았던 코발스키씨가 다시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지만 그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풀려났단다.

한편, 에밀리가 그렇게 화를 내고 갔지만, 에밀리의 아버지는 가만히 있지 않았어. 앙투안을 고소하겠다고 했어. 에밀리가 임신한 아이와 앙투안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친자임을 확인하겠다고 했어. 앙투안은 다시 두려움이 엄습했어. 자신이 고소당해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되면, 자신의 유전자는 경찰의 데이터에 저장이 되고, 언젠가는 레미의 유골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의 유전자와 일치됨을 경찰이 알게 된다면너무 앞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앙투안의 추리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 방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에밀리와 결혼하는 방법뿐이지. 결국 앙투안은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나가려는 계획을 접고, 사랑하는 여인 로라에게도 거짓말을 이야기해서 헤어지고, 에밀리와 결혼해서 다시 보발시로 돌아와 지내게 되었단다.

 

 

5.

2015년 보발시의 동네 병원 의사로 일하게 되었어. 어느날 코발스키씨가 환자로 찾아왔어. 레미 사건으로 두어 차례 경찰의 심문을 받았던 그 사람 말이야. 그가 앙투안에게 고백 비슷한 것을 했어. 그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단다. 1999년 레미가 죽던 날 차 운전을 하다가 앙투안이 허겁지겁 도망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어. 경찰서에 두 번이나 불려갔지만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앙투안의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리고 앙투안이 도망가는 것을 본 그 차 안에 그 혼자 있던 것이 아니라고 했어. 앙투안의 엄마도 같이 있었다고 했어.

그렇다면 앙투안의 엄마와 코발스키는 처음부터 다 눈치채고 있었다는 거야. 앙투안의 엄마도 말은 안 했지만 그 오랜 세월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셨을까. 앙투안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숨죽이며 고생했던 그 시간들. 앙투안이 먹었던 엄마의 약들을 엄마도 계속 먹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또 하나 놀라운 사실. 코발스키와 앙투안의 엄마의 만남은, 앙투안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졌다고 했어. 그렇다면….. 앙투안의 아빠는 …..

코발스키는 평생 숨겨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숨길 이야기를 해주고 돌아갔어. 그리고 며칠 뒤, 소포 하나가 왔단다. 1999년 그날 숲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손목시계였어.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처음에 이야기했지만 참 묘한 감정이었단다. 분명 앙투안은 실수이긴 하지만 사람을 죽인 중대한 죄를 지었어. 그것에 대한 벌을 받아야만 했어.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그가 잡히지 않길 바라게 되더구나. 지은이 피에르 르메트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런 걸 노리지 않았나 싶구나. 아빠가 지은이와 게임에서 졌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주인공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라고 했을까.

 

PS:

책의 첫 문장 : 1999년의 12월이 끝나 갈 무렵, 일련의 돌연하고도 비극적인 사건들이 보발을 덮쳤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사건은 물론 어린 레미 데스메트가 사라져 버린 일이었다.

책의 끝 문장 : 물론 그것은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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