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조르를 찾아서 2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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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그럼 <클링조르를 찾아서>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이야기의 큰 줄기는 1권의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히틀러의 최측근 과학자이면서 독일의 원자탄 프로젝트를 배후에 이끌었던 클링조르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었어. 중후반으로 가면서 클링조르가 누구인지는 눈치챌 수 있었단다. 가장 아닐 것 같은 사람.. 바로 그 사람이지

이 소설은 소설을 이용하여 20세기 초반 빠르게 발전했던 핵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이 독특하고 좋았단다. 1권 이야기하면서 지은이가 그냥 멕시코 사람 호르헤 볼피라고만 했는데, 어떤 사람인가 다시 지은이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았단다. 당연히 자연계열 전공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법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는구나. , 그럼 지은이는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이었던 것인가놀랍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바로 직전에 읽었던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많이 나왔단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미리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단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들을 몰아서 읽는 것은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구나. 이왕 이렇게 된 것, 올해는 현대물리학에 관련된 책들을 자주 읽는 계획을 세워볼까?

1.

그럼 2권 이야기를 해줄게. 주인공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는 하이젠베르크를 찾아갔잖아. 그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누구인지는 안다고 했어. 양자역학 분야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란다. 하이젠베르크가 행렬역학을 통해서 최초로 양자역학을 설명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양자역학의 역사에 있어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이야기되고 또는 비교되는 한 사람이 있어. 바로 슈뢰딩거라는 사람이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사람인데, 앞서 읽은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도 슈뢰딩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보다는 시기가 아주 조금 늦었지만,  양자역학을 비교적 쉬운 수식으로 이루어진 파동역학으로 설명을 해냈단다.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했지만, 살아온 길과 사는 방식에서 많이 차이가 나서 둘은 많이 비교가 되었대. 이 소설에서도 그 둘을 비교를 하는 부분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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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비엔나 토박이인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1888년생으로 그보다 열세살이 많은 이 물리학자는 매우 사교적이고 여자를 좋아했다. 슈트라우스의 왈츠 같은 생활 철학을 지닌 신사이자 도락가였다. 술과 여자 그리고 음악. 하이젠베르트가 물리학의 금욕주의자였다면 슈뢰딩거는 대표적인 쾌락주의자였다. 두 사람의 인생행로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젊은 시절 슈뢰딩거가 새로운 양자이론에 눈길도 주지 않은 반면,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이론과 함께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위대한 첫 발견을 세상에 발표했을 때 슈뢰딩거는 취리히 대학의 평범한 교수에 불과했던 데 반해 일찌감치 신동이란 평을 들었던 하이젠베르크는 이미 물리학의 대가들로부터 사랑과 비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스물다섯 살에 벌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지만 슈뢰딩거는 서른일곱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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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들은 대척점에 있었고,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양자역학의 한가지 특징인 양자도약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해서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스승이자 동료인 보어는 슈뢰딩거를 비판했다고 하는구나.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슈뢰딩거도 찾아갔어. 이 여행길에는 프랜시스의 애인 이레네도 동행을 했는데 링스 교수는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슈뢰딩거와 인터뷰를 했는데 슈뢰딩거는 자신의 수식이 훨씬 간단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지지지를 했다고 했어. 변방에 있던 자신이 그런 업적을 내서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시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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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정말 중요한 건 결국 물리학자들이 원자를 연구하는 데 더 적합한 방법을 택할 거란 사실이지.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건 수학적으로 훨씬 간단명료한 내 방법이야. 나의 방법이 하이젠베르크의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는 걸 깨달은 물리학자들이 너도나도 내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하이젠베르크의 친구인 파울리조차도 내 공식의 단순성에 감탄했지. 모든 물리학자들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 유감이야. 그들은 그렇게 간단할 수도 없다고 믿었던 것 같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비엔나 출신의 아웃사이더가 그들을 능가한다는 걸 차마 눈뜨고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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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와 만남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찾지는 못하고 다시 돌아왔단다.

2.

, 이번에는 닐스 보어를 만날 차례야. 전쟁 중에 미국에 갔다가 지금은 덴마크 코펜하겐 연구소에 있었어. 1920년대 코펜하겐 연구소에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을 비롯하여 핵물리학에 지대한 성과를 냈었지.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인데,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 전자는 물리학자들을 무척 괴롭혔단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었거든. 이 소설에서도 전자를 악당이라고 표현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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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전자란 뭘까? 물리학자들은 그것을 무슨 악당인 것처럼 여긴다. 수없이 많은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쳐버리는 사악하고 간교한 존재. 전자는 대단히 영리하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놈을 추적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그의 교묘한 도피 행각에 부딪혀 좌절했다. 곡예사처럼 훈련된 전자는 우리의 눈에 띄지 않게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다. 또 적들이 접근하면 지체 없이 쏴 죽이지만 추적자들에게 언제나 명확한 알리바이를 제시하기 때문에 번번이 혐의해서 벗어나곤 한다. 심지어 단독범행이 아니라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범행을 저지른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전자가 자아 분열을 일으킨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전자가 개별자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집단적 개체로서 행동한다면서. 주어진 공간을 휘젓고 다니며 충동적으로 약탈을 일삼는 폭력적인 집단, 욕망과 쾌락의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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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가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 전자라는 것이 이론적으로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어. 그것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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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이다. 이것은 이 악당의 체포전략을 결정적으로 개선시키려는 추적자의 안타까운 노력의 결실이었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추적자 한 사람(어쩌면 두 사람)의 노고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전략은 무엇보다도 전자가 숨어 있는 위치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예전의 방법은 이 악당이 범행을 저지른 지점에서부터 추적해 들어가려고 했던 반면, 양자역학은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범인의 은신처로 가장 확률이 높은 장소를 미리 찾아내는 것이었다. 전자는 거의 마법적인 능력을 소유한 존재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론적으로 전자는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수 있다. 어두운 거리에서 극히 짧은 순간 형체를 포착한 것이 우리가 그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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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었는데,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하고 코펜하겐 연구소를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로 가면서 소원해졌다고 했어. 그리고 하이젠베르크는 전쟁 후에 원자탄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 한 번만 만났다고 했어. 1941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고 했어. 그때 이미 보어는 연합군측 과학자였고,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측 과학자였어. 양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는 원자폭탄 프로젝트를 막으려고 했던 것인지 진행사항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어.

어찌되었건 원자탄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하이젠베르크…. 지금까지 나온 과학자들 중에 클링조르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었단다. 소설도 그렇게 유도해 가고 있었어.

3.

링스 교수가 이레네를 의심했어. 아무리 프랜시스의 애인이지만, 지나치게 클링조르에 관심이 많았거든. 링스 교수가 이레네를 미행하고, 이레네가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프랜시스에게 알려주었어. 프랜시스는 배신감에 빠져 화를 냈는데, 이레네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단다. 도대체 클링조르가 누구인지 정말 눈치채지 못했냐고 반문했어. 도대체 누군데? 누구긴 링스 교수지

….

링스 교수가 교수가 되기 이전의 이야기는 1권에서 잠시 이야기해주었잖아. 절친 하인리히가 군대를 가고 나서 절교 수준으로 연락을 끊었다고…. 하지만 하인리히의 아내 나탈리아와 계속 교류를 했어. 링스의 아내 마리안네와 나탈리아가 절친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나중에 관계가 이상해지기까지 했어. 링스가 나탈리아와 사랑하게 되는 거지.

그런데 어느날 아인리히가 갑자기 찾아왔어. 링스는 나탈리아와 관계가 들통이 난 것인가 걱정했는데, 아인리히가 온 이유는 다른 이유였어. 아인리히는 히틀러 암살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데, 같이 동참해달라고 했어. 링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히틀러 암살 작전명은 발퀴레 작전으로 유명하단다. (<발키리>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어.) 이 작전은 성공을 할 수도 있었는데, 몇 개의 계속된 우연으로 계획이 조금씩 틀어지고 일정도 한 번 연기되고….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실패하고 말았단다. 이 모반에 참여했던 대부분이 처형을 당했는데, 링스는 살아남았어. 그 이유를 링스는 재판을 받을 때 재판소가 폭격을 당해서라고 했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던 거야.

프랜시스는 이레네의 설명을 듣고 수긍을 했고, 링스 교수를 러시아에 넘기기로 했어. 러시아에서는 링스 교수를 정신병원에 감금을 하고 역사 속에서 클링조르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링스 교수는 여전히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고, 그는 회고록을 남기게 된 거야.

….

아빠가 문득 줄거리를 이야기하다 보니벌써 기억 속에서 지어진 부분들이 많아서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쓴 줄거리를 다시 읽어보지 개연성이 없는 부분도 있고 그러네혹시 너희들이 나중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빠가 잘못 이야기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 해주렴.

….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났어. 2차 세계대전 때 양 진영에서 벌어졌던 원자탄프로젝트의 대결을 잠깐 이야기하고 오늘 독서편지를 마무리할게. 1939년 오토 한이라는 과학자에 의해서 우라늄 핵분열을 발견했고, 이것을 이용하면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거의 동시에 연합국과 독일에서 모두 원자탄 개발을 시작했대. 덴마크가 독일에 점령당한 후 닐스 보어는 스웨덴을 거쳐 영국을 통해 미국으로 갔어. 그곳에서 오펜하이머가 주도하는 원자탄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는구나.

독일은 하이젠베르크도 참여한 원자탄 개발을 진행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탄을 개발에 참여했지만, 독일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그것을 만들지 못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탄 개발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그것이 만들어져 실전에 쓰이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을 텐데,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또는 독일 정부는 원자탄 개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서 개발에 실패했다는 설도 있구나.

그에 반에 원자탄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미국은 원자탄을 만들어 실전에까지 투입하여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고 그 무시무시함을 증명해냈어. 원자탄 보유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말이야. 그렇게 무서운 원자탄, 즉 핵폭탄이 세상에 출현했단다. 전쟁이 끝나고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핵폭탄이 만들어졌단다. 언제쯤 사라질까? 핵폭탄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도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채 2년도 안 되었지만, 베이컨에겐 벌써 백 년도 더 지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끝 문장 : 신에게 버림받은 우리의 상처에서는 영원히 고통스런 피가 흘러내릴 것이다.


"슈뢰딩거 말이로군. 그는 오래전부터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최대 적수였어. 그들은 누구의 이론이 옳은지를 놓고 오랫동안 경쟁을 벌였지. 하이젠베르크는 헬골란트에서 행렬역학을 발견했고, 그보다 불과 일주일 뒤에 슈뢰딩거는 아로사에서 파동역학을 발견했거든. 두 사람 사이에 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싸움은 아주 희한하게 끝났지.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슈뢰딩거가 마치 솔로몬처럼 극적인 해결책을 발견했어. 그게 뭔지 알아? 사실은 두 사람은 똑 같은 얘기를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는 거지. 싸움은 하루아침에 싱겁게 끝나버렸어. 그후 슈뢰딩거는 유대인이 아니었는데도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나치와 문제가 생겨 결국 더블린으로 도망친 거야. 그곳에서 그는 프린스턴에 있는 것과 같은 연구소를 설립했어." - P23

파동역학의 발견은 양자물리학이 뉴턴의 법칙들을 뒤엎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뢰딩거의 정신은 오히려 플랑크나 아인슈타인에 더 가까웠다. 기본적으로 그는 여전히 부르주아 출신의 전통적인 비엔나 보수주의자였다. 자신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물리학의 혁명이 끝나자 그는 다시 고전물리학의 확고한 영역으로 복귀했다. 슈뢰딩거는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이후 줄곧 더블린 ‘고등연구소’의 자기 연구실에 틀어박혀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동맹자로서 우연의 추종자들에 맞선 싸움을 전개했다.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그의 목표 역시 단 하나였다. 전자기력, 중력, 원자론 등 자연에 작용하는 모든 힘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통일된 장이론을 찾아내어 우주의 대한 일관된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 P45

나는 그녀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수많은 가능성을 잃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상자 안에서 죽은 고양이를 보는 순간에 시간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돼요. 그것을 관찰하는 우리의 행위가 우리를 ‘그’ 세계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사랑도 똑같아요. 이럴 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묻는 것은 정말 정말적인 일이에요." - P66

"그와의 만남은 내게 매우 큰 자극을 주었소. 그의 불확정성원리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때 그와 나눈 토론이 없었더라면 나의 상보성원리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요. 당시에 내가 가장 바라던 것은 양자물리학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내놓는 거였지. 그때까지 우리가 거둔 개별적인 성과들을 완벽하게 능가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비전 말이야." - P108

괴델의 정리에 따라 모든 공리체계가 결정 불가능한 진술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절대적 시간도 절대적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양자물리학에 따라 과학이 세계에 대해서 단지 애매모호하고 우연적인 접근만을 제공할 뿐이라면,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인과성이 미래의 확실성을 예측하는 데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면, 그래서 개인이 오직 부분적인 진리만을 소유할 수 있을 뿐이라면, 그렇다면 다 똑같이 원자들로 구성된 우리 모두는 불확정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역설과 불가능성의 결과다. 우리의 모든 확신은 필연적으로 반쪽짜리 진리에 불과하다. 우리의 모든 자장은 기만이고, 힘자랑이고, 거짓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조차 믿어서는 안 된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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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르를 찾아서 1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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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 했잖아. 그런데 작년인가 알라딘 북플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재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어. 말이 되냐 말이야,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라니그냥 무조건 읽어! 그 소설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라는 두 권짜리 소설이었단다. 지은이는 호르헤 볼피라는 멕시코 사람이야. 아빠가 멕시코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3 세계의 소설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일석이조.

그 책을 검색을 해니 출간한지 10년도 넘은 책이더구나. 아빠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하필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에 이 소설이 있었단다. 읽어야 할 운명이구나. 고민할 이유가 있겠니. 바로 구입했어.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공부>라는 책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김상욱의 양자공부>를 덮고 연이어서 이 책을 읽었단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원자탄 프로젝트를 뒤에서 조정했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 클링조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던 사람.. 전쟁이 끝나고 나서 그 클링조르가 누구인지 추적해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란다. 그러면서 당대 유명했던 양자물리학의 대가들이 등장한단다. 그들이 주장했던 이론들도 함께 말이야. 오늘 독서편지는 이야기 중심으로 이야기해줄게. 이 책에 나온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대해서는 아빠가 따로 발췌해 놓았으니 그것을 읽어보길 바란다. 흥미로웠어. 이런 소설이 있었다니

1.

이 소설을 구스타프 링스라는 수학자의 회고록 형식이란다. 1944 7월 히틀러 암살 작전에 참여했던 이들이 작전 실패 후 대부분 처형을 당했단다. 구스타프 역시 그 작전에 참여해서 처형을 당했어야 했으나 극적으로 살아났어.

….

전쟁이 끝난 1946, 미국전략정보국 OSS의 전 요원이자 독일 미점령군 과학 고문인 프랜시스 프랭크 베이컨 중위가 전범재판이 한창인 뉘른베르크에 도착을 했어.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의 줄거리와는 관계없지만…) 이 전범재판에서는 독일의 이인자였던 괴링도 교수형이 처해지기로 했었대. 그런데 괴링이 심판 하루 전날 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프랜시스가 뉘른베르크에 온 이유는 제3국 과학연구나 관련 있는 혐의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어. 그리고 전쟁 당시 클링조르라고 불렀던 총통의 학술고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야. 잠깐 프랜시스 플랭크 베이컨에 대해 이야기 좀 할게. 주인공이니까. 1919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에딩턴 경에 의해 증명이 된 해에 태어났어. 어렸을 때 엄마한테 수학을 배우고 수학에 흠뻑 빠졌고 수학에 재능도 있었어. 프린스턴 대학에서 양자이론을 공부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이 일하는 고등연구소로 가게 되었어. 그곳에서 헝가리 출신으로 독일에서 공부하다가 온 괴짜 교수 폰 노이만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어. 그는 착실히 학문적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여자 문제로 스캔들이 발생해서 연구소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 그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약혼녀가 연구소 강의실에 와서 난동을 부렸거든. 그것도 당대 아주 유명한 과학자인 괴델의 강의에서 말이야.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에 학장이 찾아와 다른 일을 추천했단다. 나라에서 유능하고 젊은 물리학도를 추천해달라고 했다면서 그 일을 맡는 것이 어떠냐고 했어. 프랜시스는 그 일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그는 장교가 된 것이었단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일 제국에 베일에 숨어 있는 클링조르라는 인물을 찾는 것이었어.

2.

프랜시스는 OSS 산하의 알소스 특명의 임무를 맡게 되었어. 그것은 독일 원자탄 프로젝트와 관련있었던 독일 과학자 10명을 체포하는 일이었어. 10명 중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하이젠베르크도 있었어. 프랜시스는 하이젠베르크를 체포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휩싸였었지.

, 이제 본격적으로 클링조르를 찾아야 했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스승 폰 노이만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러자 폰 노이만 교수는 구스타프 링스 교수를 소개해 주었어. 이번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 글이 구스타프 링스 교수의 회고록 형식이라고 했지? 바로 그 교수란다.

….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인 구스타프 링스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하인리히라는 사람과 깊은 우정을 쌓았어. 결혼도 하인리히가 소개해준 마리안네와 했어. 마리안네는 하인리히의 아내 나탈리아와도 친구였어. 이런 관계이니 이 두 쌍은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였지. 그런데 그 관계는 1930년 히틀러가 집권하고 난 후,  하인리히가 군대를 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어. 구스타프는 히틀러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인리히가 그런 히틀러를 위해서 군대를 간다고 하니, 배신감이 들었거든. 구스타프는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고 교수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단다.

3.

프랜시스는 링스 교수를 만났어. 그리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달라고 했어. 링스 교수도 클링조르란 이름을 들어봤고 영향력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를 모르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당시 유명한 노물리학자인 플랑크를 소개해주어 같이 만나러 갔단다.

이후 이야기는 실존했던 당대 물리학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취재하는 식으로 이어진단다. 클링조르를 찾는다는 명분이었지만, 그 물리학자들을 취재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학문적 업적 등을 독자에서 알려주려는 것이 지은이의 의도 같았단다. 가장 먼저 만난 플랑크. 흑체를 발견하고 플랑크 상수로 유명한 바로 그 막스 플랑크였단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핵분열에 정통한 물리학자였단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어 그가 클링조르일 가능성은 없었어. 플랑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858년생이더구나. 그럼 이때 나이는 여든이 훌쩍 넘어 아흔을 바라보던 시기였어. 주인공이 놀랄만한 나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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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그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현대 독일 과학의 역사에 정통하지. 그 대표적인 인물들에서부터 발전과정의 부침과 비극까지 모두 알고 있어. 왜냐하면 그가 바로 현대 독일 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니까. 그는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 짓기 힘든 인물로 친구와 적들이 모두 존경할 뿐만 아니라 의심할 바 없는 고귀한 도덕성까지 갖추고 있지. 내 생각에 그는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될 거야. 우리의 판단기분 자체를 바꾸어 놓을걸. 그도 이젠 늙고 허약한 남자에 불과하지만, 난 그가 우리 일에 틀림없이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해.”

“아인슈타인을 제외하면 교수님의 설명에 부합되는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없어요. 막스 플랑크! 그런데 지금 몇 살이나 됐죠? 한 백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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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플랑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했어. 좀더 강력한 후보로는 친나치 성향의 요하네스 슈타르크가 있었어. 양자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으로 받고, 나치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유력하다고 생각을 했어.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는 클링조르가 아니라는데 결론을 내렸어. 그럼 후보군은 점점 좁혀지고,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에 정통한 사람은 몇 안 남았어.

그 다음 강력한 후보가 하이젠베르크였어. 프랜시스의 우상인 하이젠베르크. 행렬 역학을 이용해서 양자 역학을 설명해낸 바로 그 사람..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도 닐스 보어만큼 많이 이야기되었던 그 사람.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를 그를 찾아갔어. 하이젠베르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했고 클링조르가 누군인지 모른다고 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프랜시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

아참, 프랜시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독일에서 클링조르를 추적하면서, 그는 이레네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레네는 프랜시스가 하는 일을 꼬치꼬치 물어보았어. 처음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레네의 계속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단다. …. 이레네의 정체가 무엇이지? 왜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보지? 혹시 클링조르의 정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 그건 2권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

PS:

책의 첫 문장 : “불 꺼!”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은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은 순식간에 차가운 암흑시대로 돌아갔다.

책의 끝 문장 : 그러나 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이 결코 예전과 같아질 수 없으리란 것을 예감했다.


과학은 게임이다.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는 현실의 게임. 하나의 그림을 조심스럽게 수천 개의 조각으로 잘라낸 뒤, 잘라진 조각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그림을 다시 완성할 때 이 퍼즐게임은 끝난다. 이 게임에서 당신의 상대는 신이다. 신은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의 규칙들도 만들어냈다. 이 규칙들이 무엇인지는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규칙의 절반은 당신 스스로 발견하거나 유추해내야 한다. 실험은 날을 세운 검이다. 이 검을 휘둘러 어둠의 악령들을 몰아내거나 아니면 치욕스럽게 몰락해야 한다. 신이 얼마나 많은 규칙들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규칙들이 인간의 게으름 때문에 생겨났는지는 분명치 않다. 해법은 당신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만 가능하다. 이것이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당신은 당신과 신 사이에 놓여 있는 상상의 한계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상상의 한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 슈뢰딩거 - P7

한 번은 리포터가 아인슈타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한 공식이 존재할까요?"

"있고말고요."

"어떤 겁니까?" 리포터는 다시 물었다.

"성공을 A라고 한다면 공식은 A=X+Y+Z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X는 일이고, Y는 유희입니다."

"그럼 Z는 뭐죠?"

아인슈타인은 웃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 P76

지난 수천 년 동안 수학은 가지가 아무렇게나 뻗어나와 마구 뒤엉켜버린 나무처럼 무질서하게 성장했다.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아랍, 인도 등지에서의 발견과 그 뒤를 이은 근대 서양에서의 진보 등으로 수학은 수천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로 바뀌었다.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학은 인류가 가진 가장 객관적이며 가장 광범위하게 발전된 학문적 도구인데도(실제로 매일같이 수백만의 사람들이 수학을 사용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 무한한 다양성 내부에 혹시 썩은 씨앗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곰팡이가 피어 그 계산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 P111

괴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학문, 언어, 정신 등 모든 시스템 안에 참인 진술이 존재하지만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항상 증명 불가능한 허점이 발견되고 흰개미처럼 우리의 확신을 모조리 갉아먹는 모순된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보어 계열의 양자이론을 통해서 물리학이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면, 괴델은 수학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다.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괴델 덕택에 진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하고 가변적인 것이 되었다. - P116

"그럼 교수님께서는 과학을 종교의 대체물로 보시는 겁니까?"

"신앙심은 회의론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해. 과학적 연구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과학의 사원 입구에 ‘너는 믿어야만 하느니라’라고 써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소. 우리 과학자들은 결코 믿음을 포기할 수 없지. 거듭된 실험의 결과를 놓고 우리는 마음속으로 우리가 찾는 법칙을 떠올려야 하는 거요. 그리고 가설을 세워 그것이 일정한 형체를 갖도록 만들어야 해." - P258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과학이 연구해야 할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은 또한 과학이 풀어야 할 비밀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씀인가요?"

"과학의 법칙에만 충실하다면 맞는 말이오. 당신이 이 세계의 어떤 영역을 연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그런 믿음을 통해 그리로 나아갈 수 있지. 물론 그것이 잘못된 걸음이라 거기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과학자들에게 흔하디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야. 무언가 어둠을 밝히는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계속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소. 위대한 발견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지."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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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3-02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중에서 이런 보석 같은 작가의 책
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bookholic 2019-03-02 14:48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을 비롯하여 여러 북플 이웃님들로부터 좋은 책들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세먼지가 가득이지만,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녹색평론 통권 164호 - 2019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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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한참 전에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을 모아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을 통해서 격월간 발행하는 <녹색평론>이라는 잡지책을 알게 되었고, 2010년부터 줄곧 읽었단다. 작년 7~8월호까지 한번도 빼먹지 않고 읽었는데, 작년 9~10월호, 11~12월호는 빼먹었단다. 최근에 실리는 이야기들이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매번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몇몇 관심 있는 연재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

그렇게 작년에 두 번을 빼먹었더니, 자꾸 무엇인가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 늘 하던 것을 안 했을 느낌 같은 것 있잖니.. 이를 닦지 않았다거나, 모닝 커피를 빼먹었다든지그래서 새해에 들어서는 다시 읽기로 했어. 아빠가 녹색평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책도 많이 추천을 받았잖아. 그리고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녹색평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그래서 다시 읽기로 했어. 그럼 이빨 빠진 듯한 지난 두 개의 과월호는 어떻게 할까?^^

1.

올 겨울은 제대로 추운 날도 별로 없이 지나가려고 하는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눈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지나가려고 하는구나.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위협은 현실이 된 것 같구나. 거기에 미세먼지와 싸우는 날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것을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산업 위주의 성장주의가 환경을 황폐화 시킨 것이란다. 그러면서 흙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금까지 지구 표토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빠도 하루 종일 흙을 밟지 않고 지내는 날이 훨씬 많은 것 같아. 흙은 기후 변화의 자정작용을 많이 했는데, 표면의 흙 자체가 없으니 기후 변화에 더욱 대응을 못하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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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지만 기후변화라는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불과 몇 인치이지만 그것 없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흙(토양)이 지금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전세계 표토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는 흙의 대량 소실이라는 이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깊게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흙이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다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도의 대응은 가능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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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업을 장려하는 것이란다. 그것이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일지도 몰라. 하지만, 무조건 농업을 하는 것이 아니야. 농업을 장려해야겠지만, 지금의 산업과 같은 농업의 모양도 변화를 해야 한다고 했어. 옛날 시골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거야. 세계 전체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하나가 되었으니, 농업도 그런 시스템 속에서 모양을 변해 있었고, 시골도 도시의의 생활도 크게 차이가 없었어. 농업도, 시골도 석유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지. 녹색 혁명을 위한 시골과 농업은 이런 모습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시골조차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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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골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도시인들 탓으로 돌리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골과 도시의 대립이라는 오래된 도식은물론 여전히 진실이며, 시골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도시의 식민지가 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더욱 진실이기는 하지만우리의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단순하다. 실제로 시골사람들도 갈수록 도시인들처럼 살고 있고, 따라서 도시인들과 공범이 되어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시골사람들은 도시인들처럼 텔레비전과 세일즈맨, 외부 전문가들이 설정한 경제적, 사회적 기준을 자기들의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의 쓰레기는 시골 매립장에서 뉴저지의 쓰레기들과 뒤섞여 있고,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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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저 옛사람들의 후손들은 지금 대부분 멀리로 떠나버렸다. 그 원인은 부분적으로 내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문화적 경제적 실패에 있다. 어쨌든 그들은 더 이상 저녁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잠잘 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매 수간을 광고를 듣는 데 쓰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광고의 메시지는, 시청자가 다른 사람들처럼 되어야 하고 그러자면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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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에는 그 동안 농업을 살리고, 시골을 살리는 방안들을 제시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농민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 인구를 늘리는 방안은 그들에게 안정적인 재정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미 우리나라에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을 실천하고 있는 자치제도 있잖아. 그러니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준비는 되어 있을 거야.

그렇게 농민들이 늘어나게 되면 수도권 과밀 현상이나 지역 균형 발전 문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 강제로 정부 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거나, 지방에 높은 건물을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야. 그렇게 해결을 했다고 해도 흙이 황폐화되고 환경이 안 좋아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어. 오히려 지역 균형 황폐화가 될 수도 있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농업에 대한 무시하는 시각이 나타난 듯한데, 농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 문재인 정부도 더 늦지 않게 농업과 시골을 살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구나.

2.

유전자 관련된 기술의 발전은 늘 양면을 띠면서 발전하는 것 같구나. 유전자 복제 기술이 시작된 이후부터 늘 있었던 문제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 164호에서는 그런 유전자 기술에 대해 여러 꼭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예전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어. 이 기술은 제한적이고 무작위라서 큰 효용가치가 없었다고 해.

그런데 2012유전자 가위 기술이 가능해지면서, 원하는 유전자의 변형이 가능하게 되었어. 이로 인해 유전자 치료 확률이 높아지고,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대. 그러니 더욱 윤리적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지. 심지어 2018 11월 중국에서는 유전자 변형 인간이 출생하기도 했대. 인간이 신의 영역에까지 들어온 것인가?

유전자 기술은 이미 다른 생명체들의 존속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대. GM 모기를 이용하여 모기 개체수를 줄여서 멸종에 이르게 하는 계획도 있대. 이런 유전자의 기술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방향도 도덕성과 안전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구나.

3.

<내 인생의 책>이라는 연재 코너에서는 아빠가 좋아하는 역사학자 중에 한 분인 이이화님의 글이 실려 있었어. 대학 입학할 때는 문예창작과에 입학을 했다가 고전번역을 하다가 역사학자의 길을 들어섰다고 했어. 그리고 아차산방을 짓고 다른 문인들과 교류를 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좋았단다.

녹색평론의 여러 코너 중에 아빠가 좋아하는 코너는 <서평> 코너란다. 좋은 책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 이번에 소개된 3권의 책 중에 <중독의 시대> 내용이 좋았어. 우리는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고, 그것은 자본주의시스템이 중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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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따라서 자본주의시스템에서 모든 개인은 중독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세포이다. 이 세포의 성장은 중독시스템으로서의 자본주의를 확대재생산한다. 아니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이 세포는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 결국 세포, 그들이 속한 다양한 조직인 학교, 가족, 노조, 기업, 정부 그리고 이것들을 품에 안고 작동하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중독시스템으로 완성된다. 잘 짜인 연결망으로 서로를 얽매어 중독이라는 단일한 작동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체,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중독 과정을 영속화하는 병든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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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빠도, 너희들도 모두 자본주의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아빠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어떤 약물에 중독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약물 중독을 치료하려고 노력하려고 하잖아. 그런 것처럼 이 자본주의시스템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스스로 중독자라는 사실을 시인해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내면의 삶을 지향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쉽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방향을 전환을 해서 함께 한다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만 혼자 방향을 튼다면 그 길이 옳다고 해도 자꾸 뒤돌아볼 것 같구나. 그런 두려움이 있는 거야. 결국 이 중독시스템에서 안주하여 지구가 망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이 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구나.

,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 ‘촛불혁명으로 10년 만에 다시 들어선 민주정부가 임기 중반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위기를 맞았음을 알리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책의 끝 문장 : 이 책을 만들고 이어온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6)
농사를 살리는 것은 당면 위기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난제 중의 난제, 즉 수도권 과밀현상과 지역균형발전 문제의 해결에도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중앙의 주요 기관 지방 이전이라는 방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경제가 우선 살아나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의 핵심이 농사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농사를 살리면 지역의 토착 소상공업이 살아나고, 지역사회와 마을문화가 활기를 찾고, 거기에 뿌리를 박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53~54)
분단체제는 다른 체제로 체제전환(system transformation)됨으로써 사라진다. 분단체제 안에서 성장해온 힘이 이 체제의 작동을 정지시키면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해가는 것이다. ‘촛불혁명’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체제전환의 계기,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분단체제가 체제전환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면, 그 환골탈태한 새 체제란 과연 무엇일까? 남북의 적대가 해소되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체제 아니겠는가? 그래야 ‘독재가 민주를 회수하는 마의 순환고리’가 이윽고 끊기지 않겠는가? 그것이 한국과 조선이 서로를 인정하여 수교하는 양국체제, 즉 양국 평화체제, 양국 공존체제 아닌가? 그것이 ‘분단체제에서 양국체제로의 체제전환’인 것이고, 이것이 ‘촛불’을 진정 ‘혁명’으로 만드는 징표가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과연 분단체제론은 어떻게 생각할까?


(81)
1999년 8월 ‘현대의료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아홉 명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바르바샤의 게토 유적, 그리고 독일 베를린으로 답사여행을 떠났다. 일본과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독일 또한 전쟁 당시 나치에 의해 의학범죄가 행해졌던 나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 중의 의학적 범죄에 대해서 조금도 반성하거나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데 비해서, 독일의 경우에는 나치 의학이 저지른 범죄들에 대해 반성하고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가치 - 1918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 의학>은 나치 당시의 독일 의학을 반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독일의사회가 발행한 보고서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나치 독일 치하에서의 의학범죄 사실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의사회를 비롯해서 아무 데서도 이러한 노력이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28)
대학은 과학에 대해서 무엇을 해왔는가? 대학은 대학의 경비 염출을 위해서 과학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희생시켰다. 대학은 과학을 싸구려로 만들고,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통속적으로 만들었다. 대학에 의해서 과학은 홍보용 속임수 수단이 되었다. 이런 종류의 교육에 의해서 나온 산물이 그래도 좋은 물건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젊은이들의 정신이 아직 건강한 탄력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회복 불가능할 만큼 손상을 입고 있다.


(129)
오늘의 과학은 공적 지원에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보조금을 받지 않고는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과학자들의 연구비 신청이 거부된다면, 가장 젊고 원기 넘치는 조교수들조차도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 이와 같이 연구비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다 보면, 그것은 일종의 파블로프형 조건반사 작용을 낳고, 과학을 돌이킬 수 없이 손상시키는 일반 신경쇠약 증상을 초래한다. 그러고 보면 너무 가난해지기 전에 너무 부유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법하다. 왜냐하면 그사이에 실현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길로 많은 젊은이들이 유혹을 받고 끌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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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26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빠진 두 개의 과월호 결국은 읽는다에 한표 던집니다. ㅎㅎ
갈수록 중독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만 가는 시대에 스스로를 해독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19-02-27 01:24   좋아요 1 | URL
ㅎㅎ 네 빠진 이 채워놓겠습니다.^^
설해목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김상욱의 양자 공부 - 완전히 새로운 현대 물리학 입문
김상욱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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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과학의 한 분야인 양자역학. 아주 가끔씩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을 읽었어. 어려웠단다. 그러다가 작년에 김상욱님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를 읽고 어렴풋하게 양자역학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책을 읽고 나서 김상욱님의 책을 검색하다가 <김상욱의 양자 공부>란 책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 공부>란 책만 읽으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김상욱님이 늘 리처드 파인만의 말을 들면서,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이야기 하시지만 말이야.

그렇게 김상욱님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김상욱님께서 <알쓸신잡 시즌3>에 나오시더구나.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반갑더구나. 올해는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을 좀더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첫 번째로 김상욱님의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읽었단다. 알찼어.  그리고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과학 분야인데, 김상욱님은 인문학적인 비유도 많이 하시고, 소설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하셨어.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 같았어. 그래서 그렇게 말을 깔끔하게 잘 정리해서 이야기 하나보다.

1.

요즘 너희들이 무쩍 자주 질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원자잖아. 밥도 원자로 이루어졌어? 나도 원자로 이루어졌어? 그럼 원자가 원자를 먹는 거야? 등등그래, 이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단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들, 그리고 텅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얼마나 텅 빈 공간이냐면, 수소 원자 한 개를 서울시만큼 크게 확대를 해 놓으면 원자핵은 농구공만 하고, 전자는 서울의 외곽 부분에서 돌아다니고,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모양이 원자야. 그런데 그 크기는 너무 작아서 눈이 보이질 않아.

그럼 양자역학은 무엇이냐그 원자의 운동, 특히 원자의 외곽을 돌고 있는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란다. 양자 역학이 등장하기 전에, 전자를 고전 역학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했어. 그러다가 이중 슬릿 시험을 통해서 전자가 파동의 성질인 중첩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어. 그 전까지는 당연히 전자는 입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중 슬릿 실험은 전자가 파동성을 가진다는 결과가 나온 거야. 그러니까 과학자들은 멘붕이 올 수 밖에 없었어. 그 전까지는 입자성질과 파동성질을 모두 가진 물질은 없었거든.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전자 하나하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즉 측정을 하면 전자는 입자의 성질만 보이고 파동의 성질은 사라진다는 거야.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에서는 유명한 코펜하겐 해석이란 것이란다. 코펜하겐에 보어라는 과학자가 이끄는 연구소에서 연구한 내용이라서 그렇게 불러. 이런 이중성은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에서 발견된다고 했어. 전자와 같이 작은 입자들의 세계인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래서 거시세계에는 뉴턴의 고전역학이, 미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에 의해 입자는 움직인다고 했어. 그러면 어느 크기까지 미시세계에 포함되는 것일까? 어디까지 양자역학으로 움직이고 어디부터 고전역학으로 움직이냐 말이지그래서 시험을 해봤대. 전자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입자로 이중 슬릿 실험을 해보았대. 아주 간혹 중첩의 현상이 나왔다는 거야. 그러면 왜 파동의 성질이 적어진 것일까? 입자가 커지면 누군가에 의해 측정이 될 확률이 높았던 것이야. 측정의 주체는 인간이 아닌 이 세상의 모든 물질에 해당되는 것이거든. 이런 걸 결어긋남이라고 이야기하더구나. 그러니까 슈뢰딩거가 고양이를 예를 들어 양자역학을 비판하려고 했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졌어. 고양이가 너무 커서 완벽하게 결어긋남이 일어나서 파동의 성질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야. (아빠가 중간중간 설명을 뛰어 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 편지를 읽기 전에 작년에 <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를 읽고 쓴 독서편지를 한번 다시 읽고 읽어주길 바란다. 그걸 감안하고 이번 독서 편지를 쓰고 있는 거야.)

2.

전자처럼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게 또 있었어. 바로 빛이란다. 막스 플랑크라는 사람이 빛 에너지가 띄엄띄엄 불연속적이라는 발견하여 입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아인슈타인이 빛이 입자라는 것을 발견하여 광양자설을 내놓고 그것으로 노벨상까지 탔단다. 처음에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모두 인정하게 되었단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었어.

, 그럼 전자도 빛 에너지처럼 띄엄띄엄 존재하는가? 그렇단다. 전자는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하면 궤도를 이동하는데,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궤도로 바꿔버려.. 보어는 이 현상을 보고 점프한다고 했고, “양자도약이라는 말로 사용했어. 전자가 사라졌다가 다른 궤도에서 나타난다고? 이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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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정상 상태는 불연속적이다. 쉽게 말해서 전자의 원운동 궤도가 공간적으로 띄엄띄엄하게 존재한다. 양자 역학이 원래 띄엄띄엄함의 학문이라 그 자체는 그래 놀랍지 않다. 문제는 띄엄띄엄한 궤도들 사이를 전자가 이동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오직 정상 상태의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다. 이웃한 두 궤도를 넘나들 때, 그 사이에 공간에 존재하지 않으면서 지나가야 한다는 말이야. 태양계로 예를 들자면 지구 궤도에 있던 전자가 사라져서 화성 궤도에 짠 하고 나타나야 한다. 이런 운동은 기존의 물리학에서는 불가능하므로 역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양자 도약이라 부른다. 빛의 입자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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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말이 안되지... 그것은 사람의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그런 거야. 파동이면서 입자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인간의 고정관념 때문이지, 왜 그것이 문제인가 말이야. 파동이면서 입자인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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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파동이면서 입자다. 하나의 정상 상태에서 다른 정상 상태로 전자가 도약한다. 여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표현이 등장한다.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도 직관과 맞지 않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입자가 파동의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양자 도약 하는 전자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 역학은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문제는 원자가 아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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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에서 중요한 사람 중에 한 명인 닐스 보어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단다. 문제는 우리가 가진 언어에 있다고 말이야. 우리의 언어는 입자와 파동을 분리된 상태로 이야기하고 있어 그렇다고 말이야.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진 언어가 없다고 이야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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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보어는 더 나아가 문제는 우리가 가진 언어에 있다고 지적했다. 상보적인 두 개념은 일상에서는 분리되어 보인다. 우리의 언어는 입자파동과 같이 이들을 분리된 상태로 기술할 뿐이다. 문제는 전자가 이중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아니라, 우리에게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상보적으로 가지는 상태에 대한 언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어휘 부재의 문제가 아니라 개념 부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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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25 6월 양자역학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단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라는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단다.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에 대한 이론을 내놓았고, 그것을 수학적으로 처음 기술한 사람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였어. 이것은 갈릴레이의 이론을 뉴턴이 수학적으로 기술한 것도 비슷한 것이라고 했어.

하이젠베르크는 1901 125일에 독일에서 태어났어. 엄친아라고 생각하면 돼. 어렸을 때부터 모든 면에서 뛰어났어. 1922년 괴팅겐에서 보어를 처음 만난 이후, 하이젠베르크는 보어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코펜하겐에 자주 갔고, 나중에는 보어의 연구소에 합류했어. 그런데 건초열이라는 병이 걸려서 어떤 섬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는데, 요양 중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것이 바로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란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 때였어. 그는 오직 관측 가능한 물리량만으로 양자역학을 기술을 했는데, 행렬을 이용했기 때문에 행렬역학이라고 부르기도 했어.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었어. 행렬 역학이라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같은 과학자들도 어렵게 생각했대.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슈뢰딩거라고 하는 평범한 과학자가 전자의 움직임을 파동으로 표현을 했다는 거야. (여담인데 슈뢰딩거가 여성편력이 무척 심했다고 하는구나. 파동방정식으로 유명해지고 나서는 이것을 여자들을 꼬시는데도 이용을 했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도 양자 역학에 딱 들어맞는다고 했어. 거기에 과학자들에게 있어 파동방정식은 행렬 역학에 비해 무척 쉬운 것이어서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더 선호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나 파동방정식은 한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전자의 양자도약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어. 즉 전자의 입자성을 설명하기 어려웠어.. 하지만,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양자역학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단다.

, 그럼 앞부분에서 이야기했던 전자를 측정하게 되면 파동의 성질이 사라지는 것을 이야기해보자꾸나. 전자를 측정하려면 빛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  물론 빛이 아니고 전자 등 다른 물질로 관측을 할 수도 있단다. 그런데 전자를 튕겨 보내서 전자를 측정하게 되면 두 전자가 튕겨나가 제대로 측정할 수가 없게 돼. 그러니까 빛으로 측정하는 것으로 해보자꾸나. 빛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란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물체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빛 에너지는 너무 작아서 물체를 움직일 수는 없어. 하지만 전자처럼 아주 작은 입자는 어떻게 될까. 전자는 질량도 아주 작기 때문에 빛의 아주 작은 에너지로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는 거야. 관측을 하려고 빛을 보내면 그 빛 에너지로 인해 전자의 위치는 흩어지게 되는 것이야. 그래서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게 된다는 하는구나,. 아하,, 그래서 측정을 하게 되면 파동성이 사라지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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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이 왜 불가능할까? 고양이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보아야 한다.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양자 역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당연한 것을 수도 없이 다시 되짚어야 한다. 본다는 것은 빛이 고양이에 충돌해서 튕겨 나와 그 일부가 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양자 역학적으로 빛은 입자이기도 하다. 빛에 맞으면 충격을 받는다는 말이다. 당신이나 고양이같이 큰 물체는 빛에 맞아도 아무렇지 않지만, 전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전자같이 작은 입자는 빛에 맞으면 휘청거린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싶으면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야 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전자가 받는 충격량이 커진다. 충격은 운동량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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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 원리라고 했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겠니. 확률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어. 전자가 여기에 있을 확률 얼마저기에 있을 확률 얼마이렇게 말이야. 고전 역학에서는 결정론이 대세였어. 지금의 위치와 운동상태를 알고 있으면 과거의 상태를 알 수 있고, 미래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었지.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어. 그래서 양자역학은 비결정론이라고 했어.

양자역학은 많은 과학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찬반론이 거셌단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서 그 논쟁은 정점이 되었단다. 솔베이 회의는 벨기에의 기업가인 솔베이가 만든 정기적인 학회였어. 1927년에 열린 제 5회 솔베이 회의는 당대 유명한 과학자들이 모두 모였고, 그 중에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였다고 하는구나. 당시 찍은 기념 사진에 포토샵으로 자신을 포함시키는 것은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놀이라고 하더구나.

아무튼 1917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양자 역학, 특히 불확정성 원리를 맹렬히 공격했대. 아인슈타인은 결정론을 신뢰했고,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확률로 나타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어. 보어는 그런 아인슈타인의 공격을 모두 방어해냈어. 그렇게 코펜하겐해석의 승리로 끝이 났고,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는구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이라는 진일보한 업적을 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너무 보수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 조금 아쉽구나.

4.

이 책의 2부에서는 양자역학과 다른 학문과 관계, 우리 일상과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결론은 우리는 양자 역학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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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우리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한다. 이른 아침이라면 형광등부터 켜야 한다.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화학 섬유 옷을 입고, 유전 공학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으며 거리로 나선다. GPS를 이용한 네비게이터가 길을 안내한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집어 내밀자 점원이 레이저로 바코드를 읽는다. 자성을 이용한 신용 카드로 결제를 하고, 동작 감지 자동문을 지나 회사로 들어선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여 세계 각지에서 온 이메일을 훑어본다. 이렇게 또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하지만 양자 역학이 없다면 이 글의 내용 중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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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 뿐만 아니라 약간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생물 분야도 모두 양자 역학으로 설명된다고 하는구나. 그 중에 한가지 예를 들면 호흡을 통해 우리 몸 속에 들어온 산소의 에너지 대사 과정도 모두 양자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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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물은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반응성이 강한 산소를 이용하여 이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을 호흡이라 한다. 원자력이 위험하지만 덕분에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 단세포 생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분자들은 대개 혈액에 섞여 그냥 이동되지만, 산소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에 실어 이동시킨다. 위험물 특별 호송이라 할 만하다. 실수로 산소가 빠져나가 몸속을 돌아다니면 치명적인 위험이 되기 때문이다.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 산소의 에너지 대사 과정 모두가 양자 역학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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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이라는 것은 최근에 컴퓨터에 접목하여 양자컴퓨터라는 것을 만들었어. 이 양자컴퓨터는 계산은 빠르지만 아직 범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범용컴퓨터까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어.

이 책의 끝부분은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많이 추천해 주었단다.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은 아빠에게 참 도움이 될 것 같구나. 김상욱님이 추천한 모든 책들을 읽을 수 없겠지만, 몇몇 책은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추가를 했어. 급하지 않게 천천히, 틈틈이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도 좀더 커서 같이 양자역학을 공부했으면 좋겠구나.

우리가 작년에 즐겨 본 <어벤져스> 시리즈 중에 <앤트맨>이 있었잖아. 거기 주인공들이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랬지? 과연 올해 개봉하는 <어벤져스 4> 예고편을 보면 양자의 세계에서 길을 잃었던 앤트맨이 되돌아왔잖아. 그래서 양자 역학이 <어벤져스 4>에서 어떤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더구나. , 기다려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암울한 미래가 잘 나타나 있다.

책의 끝 문장 : 무슨 책을 읽을지 당신이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생각을 만들어 내는 당신 모의 모든 원자들은 양자 역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15)
아직 세수도 못 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해야 한다. 원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양자 역학이다. 이쯤 되면 양자 역학이 궁금해질 법도 한데.

(31)

결국 원자를 이해하려면 전자의 운동을 이해해야 한다. 무거운 원자핵은 가만히 있고, 전자가 그 주위를 분주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시 서울시만한 원자를 생각해 보자. 당신이 부산에서부터 원자를 향해 접근한다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전자다. 농구공 크기의 원자핵은 사대문 안까지 들어가야 볼 수 있다. 전자가 당신을 싫어해서 밀어낸다면 원자핵을 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 원자들끼리 만났을 때에도 먼저 마주치는 것은 언제나 상대방의 전자다. 전자들끼리는 서로 미워한다. 밀어낸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자핵끼리 만나기는 힘들다. 나중에 보겠지만, 언제나 서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함께하기도 하다. 원자가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다.

(37)

이것으로 양자 역학의 핵심은 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를 분들이 대부분이리라.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물리학자들도 처음에 어리둥절해 했으니까. 사실 이제부터 질문이 터져 나와야 정상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확률이라는 개념이 나와야 하는 것일까? 전자가 정말로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가나? 하나의 전자가 둘로 쪼개졌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인가? 모두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앞으로 하나하나 짚어 볼 것이다. 일단 여기서는 전자라 확률의 파동이라는 것이 원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만 이야기하자. 이 모든 것은 원자를 이해하려고 시작한 것이니까.

(65)

유일한 근거는 우리의 경험뿐이다. 과학의 역사가 우리에게 일관되게 들려주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으니, 바로 경험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돌고, 우주는 팽창하며, 생명은 진화한다. 빛의 이중성은 경험과 직관의 빈약한 근거를 다시 한번 보여 준다.


(78-79)

플랑크가 씨 뿌리고 아인슈타인이 키운 이중성은 드 브로이에 이르러 꽃을 피우고 슈뢰딩거가 수확한다. 콤프턴 실험으로 빛의 입자성이라는 미친 생각이 갑자기 상식이 된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이제 루이 드 브로이(192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재)는 거침없이 질문한다. "전자는 입자인가?" 슈뢰딩거는 아예 전자의 파동 방정식을 만든다. 보어가 발견한 정상 상태와 양자 도약의 광맥은 하이젠베르크가 개발한다. 하이젠베르크가 만든 행렬 역학은 정상 상태를 구하는 수학적 방법을 제공한다. 그 이론에는 양자 도약이 자동 내장되어 있다.

(106)

왜 빛으로 측정하는가? 좋은 질문이다. 빛이 아닌 다른 물체, 예를 들어 전자를 이용해서 전자의 위치를 측정할 수도 있다. 전자 현미경이 그 예다. 이 경우도 똑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전자도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고 운동량과 파장이 드 브로이의 공식으로 기술된다. 전자 현미경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전자의 파장을 작게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전자의 운동량이 커야 한다. 운동량이 큰 전자는 충돌 시 큰 충격을 주어 측정당하는 전자의 운동량을 크게 교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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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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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작년에 신간 소개를 통해서 알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 안재성님이 반갑더구나. 아빠가 그 분의 책은 딱 한 권 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괜찮게 읽어서 이 책에 대한 관심도도 높이 올라갔었어. 안재성님은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금기시하는 하는 공산주의자들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셨단다. 다른 작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인물들을 쓴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 안재성님의 책들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을 거야.

안재성님의 책을 읽었던 것이 2007년이었는데, 좋게 읽었음에도 그 동안 그의 책들을 찾아 읽지 못한 것 같구나. 앞으로 그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이번에 읽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는 어떤 가슴 뜨거운 사람의 이야기란다. 소설의 제목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 우연히 지은이의 손에 들어온 어떤 이의 수기. 수기를 쓴 이도 이미 오래 전에 죽었고, 원고지에 쓰여진 수기 또한 50년 세월에 낡았다고 하더구나. 그 수기를 지은이가 소설로 각색한 것이 바로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 그럼 그의 이야기를 전달해줄게.

1.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10여일 지났을 때, 평양의 한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정찬우는 긴급 명령을 받게 되었단다. 정찬우는 김일성 대학을 나온 수재였어. 자신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영남지방의 교육 의원으로 발령을 받았어. 남쪽에 내려가서 남쪽 인민들을 교화하라는 임무를 받았어. 정찬우에게 주어진 준비 시간은 두어 시간 뿐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하고 곧바로 출발했어. 하마터면 약혼녀인 허인숙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갈 뻔했단다. 그런데 그 만남이 마지막이었음을 그때는 알았을까. 정찬우는 그렇게 짐을 간단히 싸고 다른 문화예술 의원들과 함께 남으로 갔단다. 인민군이 점령을 했다고 하지만, 미군기의 예고치 않은 공습은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길거리에도 많은 시신들이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단다.

서울에 도착한 정찬우는 이옥련이라는 비서가 함께 하기 시작했어. 그들은 대전을 거쳐 진주까지 도착을 했단다. 당시 가장 치열한 전쟁터는 낙동강 전선이었는데, 진주라고 하면 그 낙동강 전선이 코 앞인 지역이었단다. 인민군은 낙동강 전선에서만 이기면 전쟁이 끝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싸웠단다. 그런데 9 25일 갑자기 퇴각 명령이 내려왔어. 조금만 더 하면 끝인데 말이야. 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이 함락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서울도 곧 함락된다고 했어. 그러면 남쪽에 있는 인민군들은 잘못하면 독 안에 든 쥐가 되는 것이었어.

퇴각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어서, 오합지졸에 각자도생이었단다. 정찬우는 비서 이옥련을 비롯하여 일행들과 함께 산을 타고 북상을 했어. 가는 길에 인민군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도 했단다. 과연 북에 도착할 수 있을까. 문득 바라본 가을 하늘은 자신의 신세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어.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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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맥없이 누워 있으려니 가을 새벽의 새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하얀 양들이 푸른 들판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졌다. 한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영화처럼 어른거렸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꿈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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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는 산으로는 북으로 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남으로 해서 바다를 통해 밀항선을 타고 북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찬우 일행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단다. 도피길이 길어지면서 일행들 중에 죽는 이들도 많았고, 수는 점점 줄어들었단다. 그리고 비서 이옥련과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로 애틋한 감정이 생겨나기도 했어.

….

남쪽으로 향하던 그들은 지리산 자락 하동 지방에서 빨치산 부대인 이영회 부대를 만났단다. 원하지 않았지만, 이영회 부대에 합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빨치산 부대에서 있으면서, 사소한 잘못으로 즉결심으로 처형을 당할 뻔한 인민군들을 교육의원의 권한과 설득으로 살려주기도 했어. 나중에 포로 수용소에서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정찬우를 도와주기도 했단다.

빨치산의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어. 토벌대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거든다시 도망 시작뿔뿔이 흩어지고 하루가 지나면 동료들이 몇 명씩 죽어나갔어. 그 중에는 비서에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이옥련도 있었어. 그렇게 이옥련도 지리산 자락에서 죽고 말았단다. 이옥련이 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 근처의 숲 속에서 몰래 숨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고서울에 집에 있던 이옥련은 자신이 몰래 먹을 것을 가지고 오면 된다고 했었어. 정찬우는 그럴 수 없다고 하고 이옥련은 그런 그를 따라 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다니정찬우는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졌단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이란 말인가. 추운 한겨울 지리산 동굴에서 숨어 지냈지만, 결국 그는 잡히고 말았단다.

2.

진주 임시 수용소에 갇혔다가 광주 포로수용소로 이송되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2년을 지낸 후 재판을 받았어. 그리고 판결은 10. 청춘을 전쟁과 감옥에서 다 날려야 했어. 대구 교도소를 거쳐 목포 교도소로 이동했어. 당시 교도소의 삶은 고난의 삶이었어. 차마 죽지 못해 지내는 시간들그는 전향서도 쓰지 않았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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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젊은 배식담당의 살기 어린 고함에 감방은 조용해져버렸다. 정찬우는 문득 운전수 윤성남이 떠올랐다. 북이 옳은 건지, 남이 옳은 건지 분간을 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진 채 정신착란을 일으킨 듯 발광하며 굴 밖으로 뛰어나가 죽은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젊은 배식담당과 운전수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던 이봉춘도 그랬고 박창섭도 그랬다.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는 그만 벽에 눈을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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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도대체 이남이나 이북이나 뭐가 서로 다르단 말인가?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같아서, 돈과 권력을 차지한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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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고향은 사실 남쪽이었어. 전라도 정읍이었지. 일제 시대에 가족들과 함께 만주로 이주해서 십대 중반의 나이에 조선의용군으로 항일 무장투쟁을 하기도 했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줄 아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나이였지. 해방 후에 그는 고향이 아닌 평양에 정착하게 되었던 거야. 교도소에서 그는 혹시나 하고 옛 고향집으로 편지를 보냈어. 그리고 한참 만에 온 누이의 답장…. 가족들도 모두 고향으로 내려와 있었던 거야 그렇게 가족들과 연락이 닿은 정찬우…. 아버지가 면회를 와서 눈물의 재회를 하기도 했단다.

십 년 세월. 교도서의 삶을 그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정찬우는 십 년 꼭 채우고 교도소 문을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단다. 그의 약력을 보니, 1929년 출생 1970년 사망으로 나온단다. 교도소의 후유증 때문인지 그는 교도소에 출감한지 얼마 안되어 40년 삶을 뒤로 하고 세상을 등졌더구나.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그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가 시대를 잘 만났다면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인류 발전에 기여를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선택의 자유도 없이 명령에 의해 내려와서 한 것이라고는 도망 다닌 것뿐인데 말이야. 그렇다고 누가 그를 기억이나 하겠니안재성 같은 분이 그의 삶을 복원해내어 우리가 그를 기억하게 되는구나.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어떤 청춘을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정찬우는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허가이의 전화였다.

책의 끝 문장 : 중얼거리던 정찬우는 팔정자를 향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흙 위에 엎어져 길고 긴 오열을 시작했다.


(82)

맥없이 누워 있으려니 가을 새벽의 새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하얀 양들이 푸른 들판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졌다. 한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영화처럼 어른거렸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꿈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103)

‘하루아침에 민심이 바뀌다니. 우리가 서울에서 보았던 민중들의 표정은 전부 거짓이었을까? 서울역 광장에 모여 있던 의용군은 모두 강제로 끌려나온 이들이었을까? 인민군이 다시 오면 이번에는 또 인민군 만세를 부를 것인가? 내가 도시마다 돌아다니며 떠들어댄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게 아닐까? 모두들 내 등 뒤의 다발총 앞에 굴복했던 것뿐이었을까?’

(227)

젊은 배식담당의 살기 어린 고함에 감방은 조용해져버렸다. 정찬우는 문득 운전수 윤성남이 떠올랐다. 북이 옳은 건지, 남이 옳은 건지 분간을 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진 채 정신착란을 일으킨 듯 발광하며 굴 밖으로 뛰어나가 죽은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젊은 배식담당과 운전수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던 이봉춘도 그랬고 박창섭도 그랬다.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는 그만 벽에 눈을 감고 말았다.

(286)

‘도대체 이남이나 이북이나 뭐가 서로 다르단 말인가?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같아서, 돈과 권력을 차지한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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