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진심 - 노회찬 유고산문
노회찬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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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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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님의 유고산문집에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단다. 노회찬님은 이렇게 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촌철살인의 유머 가득한 시원한 말씀으로 만나야 하는데 말이야.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 많은 적폐들이 남아서 노회찬님을 앗아간 것이 아직도 억울하구나. 노회찬님의 유고산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문했단다. 띠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그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 보았단다. 언제까지 이런 억울한 죽음을 우리는 보아야 하는지…. 책의 시작은 아빠가 좋아하는 유시민님의 추도의 글로 시작했단다. 그 중의 노회찬님을 가장 잘 설명한 문구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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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시대를 느꼈으며 그들의 언어로 정치를 해석하고 그들의 소망을 정치에 투영하려 분투했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제일 이루기 어려운 그 일을,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했고요. – 유시민 <추도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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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노회찬님을 서민의 친구라고 사람들은 많이 이야기했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지만, 남을 위해서는 헌신했던 분노회찬님 같은 분으로 국회의원 300명을 채웠다면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남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백성들은 아직 우매하다는 생각이 들어. 국회의원이 되지 말 사람들을 늘 뽑고 있으니까 말이야소중한 노회찬님이 가셨으니, 그를 대신할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구나.

1.

이 책은 노회찬님이 처음 국회의원을 시작했던 2004년부터 2018년 돌아가시기 전까지 적은 글들을 모은 글이란다. 국회의원 일로 바쁘셨을 텐데, 그는 늘 그의 행동과 일과를 글로 남기셨단다. 기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했어. 2004년부터 2018년의 기록이라고 했지만,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록이 절반 이상이었단다. 2004년부터 2007년이면 참여정부 시절이었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고, 유시민님도 참여정부에서 일하던 그런 시절이구나.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과 노회찬님의 패기와 열정이 한창이던 시절이야. 당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18%까지 올라갔다 사실이 낯설구나. 최근에 진보 정당의 지지율이 10% 넘기가 정말 힘든데 말이야.

비록 참여정부의 실책이 있기도 했지만, 진보정당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참여정부의 공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당시 야당이었던 노회찬님의 날 선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노무현대통령님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의 지지자로서 약간 속상하기도 했단다. 아빠는 두 분 모두 좋아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두 분이 그렇게 논쟁하고 심지어 다투어도 좋으니, 두 분 모두 아직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지금쯤 하늘 나라에서 지난 일은 모두 잊고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계시지 않을까 싶구나.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글의 양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아빠가 생각하기에 글을 쓸 시간조차 없이 바쁘셨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참여정부 때도 노회찬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글로 남길 여유는 있었지만, MB 정권부터는 막가파 정권에 대항하느라 시간 없고, 더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더 찾아가느라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길고 긴 암흑 정권 속에서 진보 정당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단다. 헤어지고 다시 모이고그러면서 지지율도 떨어지고 말이야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회의석수가 늘어나야 할 텐데진보정당의 앞길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아 안타깝구나.

2.

10년도 전에 노회찬님이 쓴 글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의 진화 속도는 참 느리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구나. 그때도 선거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선거개혁이 되지 않고 있구나. 그나마 최근에 정당 같지 않은 정당 하나만 빼고 나머지 당에 의견을 모았다고 하니 좋은 소식을 기대해 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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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정당의 지지율만큼 의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정당의 지지율은 정책, 노선, 인물에 대한 종합평가이다. 전체 유권자 중 3%, 100만 명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면 이 100만 명은 국회 내에 자신을 대변할 3%의 국회의원을 가져야 한다. 32%, 29%, 18%로 나타나는 최근의 지지율로 국회의석을 배정한다면 열린우리당 120, 한나라당 109, 민주노동당 68석 가량이 되어야 한다. 부산에서 열린우리당이 30%의 의석을 갖고 광주에서 한나라당이 최소 15%의 의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포함하는 완전비례대표제만이 정답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이기도 하다. 차선책으로나마 이런 효과를 보려면 16개 광역시도를 각각 하나씩의 선거구로 하는 대선거구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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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혁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 개혁에 대한 제안을 많이 하고 있었지만, 그냥 제안으로만 끝나고 현실화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구나. 정치만큼 기득권이 막강한 곳이 없지 않나 싶구나. 정작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정치판이지만, 가장 비민주주의적이고 권위적인 곳이 국회가 아닐까 싶구나. 그들이 바꾸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투표로 바꿀 수밖에 없단다. 1여 년 뒤면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그때는 확 바뀌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노회찬님의 뜻을 함께 하는 정당도 좀더 성장하여 노회찬님이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갔으면 좋겠어.

….

노회찬님의 글들을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정의로운 사람이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더구나. 이 책에서 가장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하면 아빠는 다음 문장을 선택할 거야. 이 문장이야말로 노회찬님이 걸어왔던 길이 아닌가 싶다. 노회찬님이 조카에게 건넨 조언인데, 쉽지 않은 길이란다.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알겠지만 선뜻 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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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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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08, 국회 귀빈식당에서 단병호 의원이 주도하는 노동기본권 실현 의원연구모임 창립대회가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김정숙 여사는 같은 해 6월에 책선물과 함께 노회찬 의원에게 편지로 답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는 곧 헌법개정의 역사이다. 그리고 헌법 개정의 역사는 대부분 헌법정신 유린의 역사이다. 자신의 재선과 3선을 위해 1952년, 1954년 두 차례나 변칙적인 헌법개정을 감행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한 독재자 이승만이 헌법의 수호동상이 되어 제헌절 제56주년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 P22

숲은 미래다.

숲은 관념이 아니라 과학이다.

숲이 병들면 미래가 병드는 것이다.

숲에서 지낸 7시간.

2004년 들어서서 가장 좋은 하루를 보냈다. - P36

그와 헤어진 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다음 날부터 목에서 가래가 사라졌고, 생방송 전화인터뷰 도중에 목소리가 갈라지는 낭패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 보름쯤 지나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신라면 국물맛이 그렇게 깊은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을 마주칠 때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처럼 헤어진 그의 등에다 비난을 던질 생각은 없다. 내가 그를 버렸지, 그가 나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지난 30년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정든 것들과 하나씩 이별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P144

‘잃어버린 10년’이란 허구가 낳은 허위의식 중 대표적인 것은 대미관계와 대북관계에 관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좌파정권들’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또 북한에는 퍼주기만 하면서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낳은 첫 작품이 지난 4월 18일 타결된 쇠고기수입협상이다. 향후 거래를 위해 원청회사에 한 턱 크게 써서 환심 사겠다는 사업가정신의 발로로밖에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바로 검역주권, 국민건강권을 포기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들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8.07.13) - P246

(313)

수첩을 읽는 게 아니라면 정치인의 말은 짧을수록 미덕이다. 허나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온 역정을 밤새워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도 줄이고 또 줄이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실험해보면 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뒤 그것을 계속 줄여보는 거다. 하다 보면 마침내 3분 분량으로까지 줄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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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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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었단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 유명한 시리즈부터 우리나라에 소개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해래 홀레 시리즈는 순서가 약간 뒤죽박죽이란다. 이번에 읽은 <바퀴벌레>는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에 출간되었지만, 원작은 1998년에 출간되었고, 해리 홀레 시리즈의 두 번째 소설로 비교적 젊은 해리 홀레가 등장한단다.

, 두 번째를 나중에 읽었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단다. 아무튼, 요 네스뵈와 해리 홀레 모두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기까지 하더구나. 이 책은 너희들과 여행을 가면서 여행 틈틈이 읽으려고 했는데, 역시 너희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너희들과 노는 시간에 틈이 잘 나지 않는구나. 너희들이 자고 난 야밤에 조용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여행의 노곤함으로 인해 일찍 잠이 들고 말았단다. 그래서 읽는 기간이 길어졌구나.

 

1.

잔인한 장면도 많이 나오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에는 무서운 장면도 많이 나와서, 두루뭉실하게 이야기하도록 할게. 태국 방콕의 한 창녀촌에서 노르웨이 대사가 등에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어. 노르웨이 정부는 이 사건이 스캔들로 비화되어 지지율로 이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몰래 이 사건을 수사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해리 홀레 단 한 명만을 방콕에 보냈어.

죽은 노르웨이 대사의 이름은 아틀레 몰네스. 가족으로는 아내가 있고, 한쪽 팔 장애를 갖고 있는 십대 중반의 딸 루나가 있었어. 그의 측근으로는 30년 동안 그의 차를 운전한 기사가 한 명 있었어. 방콕에 나와 있는 유력한 노르웨이 인사들, 주로 사업가들과도 친분을 쌓고 있었단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 그가 도박으로 적지 않은 빚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업가들 중에 브레케라는 사람과 친했으며, 죽기 직전 공식적으로 만난 사람도 브레케였단다.

해리 홀레는 몰네스의 가족들과 인터뷰도 했어. 딸 루나가 해리에게 찾아와서 약간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단다. 아빠는 게이였고, 엄마는 따로 애인이 있었다고 했어. 엄마의 애인은 다름 아닌 브레케였고 말이야. 그리고 몰네스가 죽으면 부인에게 거금의 보험금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것은 충분한 살인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몰네스의 부인과 정부였던 브레케를 용의선상의 놓고 수사를 했어. 그러다 보니 브레케는 사고 당일 몰네스를 만났다고 했던 주차장의 CCTV가 모두 지워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브레케와 몰네스가 만나 시간에 주차장을 지키고 있던, 주차장 관리인은 얼마 뒤 피살된 채 발견되었단다. 이런 물증과 사건은 브레케를 범인으로 몰게 되었고, 그는 경찰서에 수감되었단다.

브레케가 사건 당일에 대한 알리바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계속 경찰서에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해리 홀레가 생각하기에 그는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누군가 그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서 조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나중에 브레케는 알리바이를 찾아내어 다시 풀려나게 되었단다.

 

2.

그리고 노르웨이 정부가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어. 몰네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었거든. 죽기 전에 몰네스 소지품 중에는 의문의 사진 3장이 있었어. 그 사진들은 몰래 누군가를 찍은 같이 보였어. 그리고 수사를 통해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뢰켄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처음에는 몰래 카메라나 찍는 나쁜 사람이고, 그가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증거물을 찾으려고 그의 집을 몰래 들어가기도 했어.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노르웨이 정부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퇴역군인이었어. 은밀하게 대사관들이 잘못을 조사하고 있었어.

이후 해리는 뢰켄과 함께 조사를 했어. 방콕에 있는 노르웨이 사업가 등 묄네스가 교류했던 사람들을 조사했어. 조사를 하면서, 이 사건의 내막을 이미 노르웨이 정부에서도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쏴하게 들었단다. 그러면서, 왜 자신을 방콕에 파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 술주정뱅이 경찰을 보내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대충 사건을 마무리하려던 것이었어. 묄네스의 살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노르웨이 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었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우리의 해리 홀레가 가만히 있을 사람인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은 두려워할 줄 모른다는 것 아닌가. 더욱 치열하고 철저하게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저 밑에 숨어있는 진실과 범인을 찾아내게 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소설은 이렇게 대충 마무리할게.

요즘 나무가 초등학생을 위한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을 읽고 재미있다고 했잖아. 아빠도 초등학교 때 사촌 형 집에서 빌려온 셜록 홈즈 문고판을 재미있게 읽었단 기억이 나는구나. 너희들도 아빠를 닮았다면 추리 소설을 좋아하겠구나. 그런데 요 네스뵈의 책들은 재미는 있지만,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이 많이 나오니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읽어보길 바란다. 그때쯤이면 요 네스뵈의 책들은 추리 소설의 고전이 되어 있을까?

PS:

책의 첫 문장 :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책의 끝 문장 : 그러자 부드럽게 철벅거리며 수영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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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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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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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을 타기도 했던 파인만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단다. 파인만이 유명해진 것은 아무래도 그 어려운 현대물리학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구나. 그것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한 책들도 많이 내놓았거든.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파인만의 책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단다. 아빠가 최근에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 책 제목에 양자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들에 관심이 가고 있어. 이 책은 몇 년 전에 구매했다가 책장에서 색이 바래가다가 양자라는 단어가 책제목에 들어가 있어서 이번에 아빠의 부름을 받고 책장에서 소환되었단다.

책제목에 있는 영어 QED Quantum Elecrodynamics의 줄인 말로, 우리나라 말로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이거든. 그럼 양자역학과 양자전기역학은 무슨 차이가 있냐? 양자역학은 아빠가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원자의 움직임, 그 중에서도 전자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이잖아. 그런데 양자전기역학이란 것은 빛과 물질, 여기서 물질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전자를 이야기하는데, 아무튼 그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이야기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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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양자역학은 모든 화학적 현상과 물질의 다양한 성질을 모두 설명할 수 있었으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었다. , 전기와 자기에 관한 맥스웰의 이론도 양자역학이 제시한 새로운 원리에 부합되도록 수정이 가해져야 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일단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1929년 빛을 보게 되었으며, 거기에는양자전기역학이라는 끔찍한 이름이 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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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도 어려운데, 양자전기역학을 일반인들을 상대로 설명하겠다니무모한 도전은 아닐지

1.

그런데 그는 왜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려고 할까? 양자전기역학은 이 세상 대부분의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있어서야. 파인만이 이야기하기를,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자연현상을 양자전기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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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먼저 양자전기역학이 얼마나 많은 자연현상을 설명해낼 수 있는지를 상기해보자. 아니, 거꾸로 말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 양자전기역학은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 몇 가지의 예외란 여러분을 의자에 붙잡아두고 있는 중력현상과(물론 내 생각에는 중력과 연사에 대한 예의가 혼합된 현상이지만) 핵자의 에너지 준위를 변형시키는 방사능 현상이다. 만일 우리가 중력과 방사능(정확하게는 핵물리학)을 제외한다면, 자동차의 엔진에서 끓고 있는 가솔린, 거품 현상, 소금과 구리의 딱딱한 성질 및 강철의 견고한 구조 등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생물학자들은 생명현상까지도 가능한 한 화학적 원리로써 설명하려고 하는데, 내가 이야기한 대로 화학보다 더욱 근간을 이루는 이론은 양자전기역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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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전기역학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먼저 빛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지. 현대물리학을 이야기할 때 빛의 정체가 꼭 나오는구나.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같이 띤다고 했잖아. 그런데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빛이 입자성, 그러니까 광자덩어리라는 것을 머릿속에 심어 놓아야 해. 그리고 그 광자덩어리들의 움직임을 화살표로 표시해서 그 어려운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기 시작한단다.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이 부분반사에 관한 설명이야. 빛이 유리를 통과하게 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통과하고 그러는 것이 부분반사인데, 평상시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파인만 같은 과학자들은 그런 현상들에 의문을 품고 왜 그렇게 되는지 연구를 하나 보다. 과학자의 자세. 빛이 광자덩어리라고 했으니까, 부분반사가 일어난다는 것은 어떤 광자는 흡수되고, 어떤 광자는 반사되어 튀어나오는 거야.

왜 그럴까? 그리고 유리에 따라 튀어나오는 광자의 수가 다르고심지어 같은 유리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튀어나오는 광자의 수가 다르게 돼. 정말 생각해보니 부분반사라는 것 하나도 엄청 신기한 현상이구나. 이 부분반사도 화살표 하나로 설명을 하더구나. 그러면서 빛이 유리면에서 반사되는 것이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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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빛이 유리면에서 반사되는 것은 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다. 실제로 조그만 유리조각 속에는 끔찍하게 많은 전자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여기에 광자 하나가 들어오면 그것은 유리표면에 있는 전자뿐만 아니라 유리 속에 있는 전자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광자와 전자가 복잡 미묘한 춤을 추고 그 복잡한 중간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결과는 마치 광자가 유리의 표면에서 반사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분가 빛이 유리의표면에서반사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문제를 쉽게 다루기 위한 편법이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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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빛의 성질인, 빛은 직진한다.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은 같다이것은 편의상 대충 이야기한 것이지, 빛은 정말 복잡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해.

2.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면서 화살표로 설명하는 것은 방향성과 크기를 설명하는데 화살표가 편하기 때문인 거야. 문득 고등학교 물리시간과 수학시간에 배운 벡터가 떠오르더구나.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갖는 물리량 벡터.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 설명하는 화살표의 합성이 고등학교 때 배운 벡터의 합성과 같더구나. 파인만이 수식을 모두 걷어치우고 화살표의 방향과 길이로만 쉽게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구나. 읽다 보면 이해가 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그러다가 파인만은 자신의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서 아빠도 위안을 삼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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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오늘은 조금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양자전기역학이론의 핵심을 다루기로 한다. 나의 두서없는 강의를 듣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지금 청중석에는 낯선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이는 것 같다.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어쩌면 이 강의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참석한 사람들도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첫날 말했던 바와 같이, 자연을 설명하는 매커니즘 자체가 일반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것이므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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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하면 어떠하리..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잖아. 그 빛을 이루는 광자덩어리들의 복잡성 때문에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거야..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자연현상과 이 세계는 복잡미묘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잖아. 세상은 복잡하니 너무 이해하려 하지 말라는 교훈을 하나 얻은 것 같아. ㅎㅎ 너무 자기합리화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한방에 이해하려 하지 말고, 양자역학에 관해서는 길게 보자꾸나.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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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이렇게 단순한 행위로부터 생성된 이 세계가 그토록 복잡 미묘한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광자들이 서로 뒤엉켜서 간섭현상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의 기본 행위는 단지 실제의 세계를 분석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또한 계산이 불가능한 복잡한 광자 교환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큰 사건들을 구별해낼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리하여 우리는 자연의 깊숙한 배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과정을 근사적으로 묘사하는 굴절률, 압축률, 원자가 등의 거시적 개념들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체스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체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고 기본적이지만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각 말의 특성과 배치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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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마칠게오늘 독서편지는 다시 읽어봐도 책의 핵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구나. 이해해주렴.

PS:

책의 첫 문장 : 앨릭스 머트너는 물리학에 대단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며 종종 내게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했다.

책의 끝 문장 : 책 출판업보다는 물리학이 더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와 같이 미시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에, 뉴턴의 물리학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이론을 찾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원자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상식적인 생각들을 모두 떨쳐 버려야만 했던 것이다. 마침내 1926년에 이르러 물질 내부의 전자가 취하고 있는’전혀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설명해주는 ‘비상식적인 이론’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 터무니없는 이론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양자역학이라고 불리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양자 quantum’라는 말 자체가 상식을 거스르는 이상한 자연현상을 지칭하고 있으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이상한 자연현상에 관한 것이다.
- P26

빛에 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성질은 단색광의 부분반사현상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지난 첫 번째 강연에서 논의되었다. 유리판의 한 쪽면에서는 입사된 광자의 평균 4%가 반사되었다. 이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신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광자가 유리면에서 반사될지, 아니면 통과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리판의 두 번째 표면, 즉 아랫면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윗면에서 4%가 반사되고, 윗면을 통과한 96% 중의 4%가 아랫면에서 반사되어 반사된 광자의 전체 비율은 약 8%가 되리라는 상식적인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것은 유리판의 두께의 따라 0%에서 16% 사이를 오락가락 하였다. - P70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빛은 직진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현상을 편의에 따라 대충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거울에서 빛이 반사될 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 P96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신비한 조화이다. 어느 길로 광자가 지나갔는지 알기 위해 별도의 검출기를 설치하면 광자의 경로는 알 수 있지만, 그 순간 경이로운 간섭효과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광자가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검출기를 제거하면 간섭효과는 다시 나타난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다! 광자가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일까?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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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세계신화총서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호메로스의 유명한 작품 중에 <오디세이아>가 있단다. 아빠도 오래 전에 그 책을 읽었어.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다 보니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을 거야. 너희들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서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잖니.

그런 옛 이야기들은 대부분 영웅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잖니. <오디세이아>도 철저하게 오디세우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말이지.. 한번쯤은 오디세우스가 아닌 페넬로페의 입장을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소설가는 생각했나 봐. 결혼하자마자 얼마 안되어 어린 아들하고 자신은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난 남편. 그리고 십 년 전쟁이 끝나고 십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둔 아내의 처지. 그 아내의 마음은 닳고 닳아버리지 않았을까? 그저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그를 기다렸을까?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녀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는데, 간단히 거절할 수 있을까? 그리고 20년 만에 돌아온 남편오자마자 시녀들이 외간 남자들한테 겁탈을 당했다고 모두 교수형을 처해버린 그 남편을 이해해 주었을까? 오랜 시간 함께 힘이 되어준 시녀들인데 말이야. 정작 자신은 숱은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했으면서 말이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는 입 다물고 있던 페넬로페가 작정을 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드러내놓은 이야기가 바로 이번에 아빠가 읽은 <페넬로피아드>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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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줄곧 교살당한 그 시녀들을 잊을 수 없었는데, <페넬로피아드>에 등장하는 페넬로페도 그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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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그의 소설은 <시녀이야기>라는 소설을 하나 읽은 적이 있는데, 괜찮게 읽어서 지은이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단다.

1.

그런데 페넬로페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당대가 아니고 수천 년이 지난 후 저승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저승에 와서 알게 된 내용도 있었어.

페넬로페의 아버지는 스파트타의 왕 중에 한 명인 이카리오스였고, 페넬로페의 어머니는 물의 요정인 나이아스였어. 아버지 이카리오스의 형은 틴다레오스였고, 틴다레오스의 딸은 그 유명한 헬레네였어. 그러니까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촌지간이었던 것이지. 너희들도 알겠지만, 트로이 전쟁의 원인에 헬레네가 큰 원인이었잖아.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던 헬레네가 트로이의 파리스와 결혼을 했잖아. 그것이 아프로디테가 배후에서 조정한 것이라고 신화 속에서는 이야기하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페넬로페의 입장에서 보면, 헬레네 때문에 일어난 전쟁 때문에 자신이 과부 아닌 과부가 되었으니, 헬레네를 좋아할 리가 없었겠지. 그리고 헬레네의 성격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거든.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이가 안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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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마법사들이 나를 불러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나도 꽤 유명한 여자였는데-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무슨 까닭에선지 사람들은 좀처럼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촌언니 헬레네는 아주 인기가 좋다.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쁜 짓으로 유명해진 여자도 아니고 특히 성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헬레네는 이래저래 악명이 높은 여자인데 말이다. 물론 헬레네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그녀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백조로 둔갑한 제우스 신이 그녀의 어머니 레다를 겁탈하여 잉태시킨 딸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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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신탁에 의해 페넬로페를 죽이려고 바다에 던졌지만 오리들이 구해준 일화가 있어 페넬로페는 오리 아가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 페넬로페 나이가 열다섯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신랑을 골라주기 위해 경주 대회를 열었어. 당시 스파르타에서는 경주에서 일등을 한 사람한테 자신의 딸을 주는 관습이 있었거든. 당시 경주에서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다리도 짧은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하게 된 거야. 나중에 저승에 와서 알게 된 사실당시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한 이유는 큰아버지 틴다레오스의 속임수가 있었음을 알았어.

오디세우스와 결혼을 하면 스타르타에서 멀리 떠나야 하기 때문에 페넬로페의 아버지인 이카리오스의 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던 것이야. 틴다레오스는 자신의 동생의 경쟁자로 생각했건 거야. 동생의 사위가 가까운 데 있으면 동생의 세력이 커지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사는 오디세우스가 우승하게끔 조치를 취했던 것이야. 그렇게 페넬로페는 결혼을 하게 된 것이야. 사랑 없는 결혼….

2.

결혼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집에 있는 이타케로 갔어. 같이 온 시녀마저 얼마 안 되어 죽어버려 그곳에서 페넬로페는 철저히 혼자였어. 외로웠지. 그리고 얼마 후에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났단다. 또 그리고 얼마 후에 스파르타로부터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어.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을 갔다는 거야.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격분하여 트로이에 사신을 보냈으나 빈손으로 돌아와서 전쟁을 하기로 했어.

오디세우스도 그들과 함께 맹세한 사이라서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기로 했어. 그 당시에는 아무도 그 전쟁이 그렇게 길어질 지 몰랐을 거야. 십 년…. 졸지에 갓난아이와 함께 남겨진 페넬로페전쟁터에서 오는 소문에 가슴 조아리며 귀를 기울여야 했어. 시간이 지나면서 페넬로페는 마음을 굳게 먹었어. 페넬로페가 비록 헬레네만큼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현명했거든. 페넬로페는 다른 남자들이 하는 일을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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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나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불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양도 더 많고, 소도 더 많고, 돼지도 더 많고, 밭도 더 많고, 노예도 더 많고…… 내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고, 그동안 내가 흔히들 남자의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얼마나 잘 해냈는지를 그에게 여자답게 겸손한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한 일이라고, 오로지 그를 위해 일했다는 말도 잊지 말고 덧붙이는 것이다. 그순간 그의 얼굴은 기쁨에 겨워 얼마나 환하게 빛날 것인가! 나를 얼마나 흡족히 여길 것인가! ‘헬레네를 천 명이나 준대도 당신과는 안 바꿀 거요.’ 그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어찌 아니랴? 그러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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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하지만 남편의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어.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페넬로페 주변에는 구혼자들이 많아졌어. 신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이 소설에서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돈 많은 과부라는 이유였어. 페넬포페가 어떤 구혼자에게 물어봤거든.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왜 나한테 구혼을 하냐고…. 그러자 그 구혼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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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29)

젊은 남자치고 돈 많고 유명한 과부와 결혼하기를 마다할 놈이 어디 있어? 과부들은 그짓을 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는데, 특히 당신처럼 남편이 행방불명되거나 죽은 지 오래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물론 당신이 헬레네는 아니지만 그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구. 어둠은 많은 것을 가려주니까! 우리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건 오히려 장점이었지. 우리보다 먼저 죽을 테니까. 물론 우리가 좀더 앞당겨줄 수도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의 재산도 물려받겠다. 젊고 아름다운 공주를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잖아. 설마 우리가 정말로 사랑에 눈멀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생긴 건 별볼일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주 똑똑한 여자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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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적이 돈이라는 것을 안 이상 더더욱 구혼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어. 전쟁이 끝난 지도 십 년이 다 된 즈음드디어 오디세우스가 돌아왔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변장을 하고 오다니내가 모를 줄 알고? 페넬로페는 한 눈에 알아봤지만 모른 척 했어. 페넬로페는 변장한 오디세우스 앞에서 더욱 오디세우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표현했어.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정체를 드러냈을 때 반갑게 맞이해주었단다. 거기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어.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오디세우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을 죽이고, 구혼자들에게 겁탈을 당한 시녀들도 모두 죽였어. 이 나쁜…. 아들 텔레마코스도 맘에 안 들었어.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부터 나이 좀 먹었다고 어미를 업신여기기도 하고그 현명한 페넬로페도 아들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나 봐.. 심지어 트로이 전쟁이 한 번 일어나서 아들을 싸움터로 보내고 싶어할 정도로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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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물론 나는 텔레마코스가 잘되기를 바랐다. 그는 엄연히 내 아들이고, 따라서 나는 그가 정치 지도자나 전사나 그 밖에 또 뭐가 되고 싶어하든 간에 부디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날 그 순간만은 차라리 트로이아 전쟁이라도 한 번 더 일어나서 녀석을 싸움터로 보내버렸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운 수염이 나기 시작한 시내녀석들은 가끔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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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들소설에서는 재판장까지 소환을 해서 오디세우스의 재판까지 열었단다.

이 소설은 패러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페넬로페와 시녀들의 입장을 공감이 가도록 잘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더구나. 너무나 당연시 되는 그리스 영웅의 남성 우월주의에 치우친 것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어.

아빠가 거창한 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안되고, 이쯤에서 이번 독서 편지를 마칠게. 지은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다른 소설들을 또 검색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나는 죽고 나서 전부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다.

책의 끝 문장 : 시녀들의 몸에서 깃털이 돋아나더니 올빼미가 되어 날아간다.


그런데 곤란한 것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입이 없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세상, 즉 육신이 있고 혓바닥과 손가락이 있는 세상에 대고 내 생각을 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곳 강 건너편에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간혹 이상한 속삭임이나 가느다란 음성을 듣는 사람이 있더라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마른 갈대나 해질녘 날아다니는 박쥐 소리, 또는 그저 나쁜 꿈이라고 여기며 지나쳐버리곤 한다. - P23

헬레네는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남들은 훨씬 더 가벼운 잘못을 저지르고도 바다뱀에 휘감겨 질식사하거나 폭풍우 속에서 익사하거나 거미로 변하거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잡아먹지 말아야 할 소를 잡아먹었다든지, 교만하게 굴었다든지, 뭐 그런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헬레네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었으니, 최소한 몽둥이찜질이라도 한번 야무지게 당했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 P44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 속에 손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은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가는 거야. 물이 그러하듯이." - P68

한번은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춰진 문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음으로 통하는 문이며, 그 문을 여는 손잡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음은 열쇠인 동시에 자물쇠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곧 운명의 여신들을 다스리고 자신이 가진 운명의 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경지에 가까이 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 – 그런 일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들조차도 운명의 세 여신보다 더한 힘을 갖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여신들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불운을 피하기 위해 침을 뱉었다. 그리고 나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생명의 실을 자아서 길이를 재고는 뚝뚝 끊어버리는 여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 P82

이 침대 기둥은 막중한 비밀이었다.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오디세우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내 시녀 악토리스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뿐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짐짓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만약 이 기둥에 대해 어떠한 소문이라도 나돌기 시작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내가 다른 사내와 동침했다는 증거일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이랍시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몹시 화가 나서 나를 토막쳐버리거나 대들보에 목매달아 죽여버릴 거라고 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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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개정신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 / 지식산업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읽고 그 책에 나왔던 과학자들이 대거 출현하는 소설 <클링조르를 찾아서>를 읽고, 그 소설에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온 과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책을 펼쳐 보았단다. 앞선 두 책을 읽지 않고 하이젠베르크의 책을 읽었다면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선 두 책을 읽고 나서 하이젠베르크의 책을 읽으니 그나마 읽을 만했고 ‘정말’은 떼어내고 어려웠단다. 아빠가 올해는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좀더 자주 읽겠다고 했잖아.

양자역학을 처음으로 수식으로 설명한 하이젠베르크. 그의 자서전이라고 해도 좋을 책 <부분과 전체>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즈음 사두었던 책인데 어려울 것 같아서 책장에만 고이 모셔 두었다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김상욱의 양자 공부><클링조르를 찾아서>를 읽고 나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서 집어 들었던 것이란다. 이 책의 구성은 하이젠베르크가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던 과학과 철학과 정치 그리고 기타 등등에 관한 대화를 모아 놓은 책이란다. 그 대화의 깊이가 너무 깊어 읽다 보면 그 깊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었단다.

.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들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는 사람들이 맞나 싶었어. 그 이야기들이 전문적인 내용들이었어. 하이젠베르크는 그 옛날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어찌 기억해서 쓰고 있는 것인지…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물론 오래 전에 일은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 있어 그 부분은 하이젠베르크의 본인이 채울 테니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어. 이 정도의 분량을 적는다는 것은 그는 과학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소질도 있는 것 같았어. 아참 그는 음악적 재질도 있었단다. 피아노도 수준급이었어.

1.

이 책에서 하이젠베르크가 나눈 대화와 토론들을 아빠가 정리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줄 능력은 없단다. 분명 좋은 글들, 귀담아들을 글들이 많은데잘 정리하기가 쉽지 않구나. 옮겨 적은 발췌록이 있으니 그것도 참고해주길 바란다.

....

그가 태어난 시대는 불안함이 가득한 세계였어. 다행히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은 유복하게 보냈대.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쳤단다. 그는 수학 전공을 하려고 했는데, 대학 초년생 때 만난 조머펠트의 교수의 자상한 지도로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어. 당시 물리학의 대세는 원자론이었단다. 그전까지 모든 물체의 운동은 뉴턴의 운동방정식으로 설명이 가능했는데, 원자의 운동으로 그것으로 불가능했고, 새로운 운동 법칙이 필요했어. 그 시작은 플랑크의 양자론이었고, 보어 등이 연구를 하고 있었단다. 조머펠트 교수의 도움으로 괴팅겐에 가서 보어의 강연을 듣고 토론도 같이 하면서 그와 교류를 하게 되었어.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아인슈타인의 강의도 들었지만,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에게 끌렸어. 조머펠트 교수의 도움으로 보어가 연구하고 있는 덴마크의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정식으로 연구하게 되었단다. 이때부터 보어와 함께 양자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단다. 그들이 그렇게 양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지만,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시기였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연구만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단다.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어. 그러면서 더욱 친분을 쌓게 되었지.

물론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원자물리학이었어. 수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들은 양자론과 원자물리학에 대한 레벨을 쌓아갔어. 1925년 고초열병으로 헬골란트 섬에서 휴양을 하게 된 하이젠베르크. 이미 앞서 읽은 책에서 이야기했지만, 이 섬에서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약학을 수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하게 돼비록 어려운 행렬역학을 이용했지만 세계 최초였어. 이것을 베를린대학에서 발표했는데 이 자리에는 플랑크, 아인슈타인 등 당대 유명한 과학자들이 모두 모였어. 이것을 발표한 다음에 아인슈타인이 하이젠베르크를 초대해서 같이 토론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하이젠베르크의 의견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비판했단다. 앞서 읽은 책들에서 이야기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믿지 않았다고 했잖아.

....

그리고 또 한 명이 과학자가 등장하는데, 누구인지 예상하겠지? 그래, 바람둥이 슈뢰딩거야... 이 책에서는 시뢰딩거로 적었는데,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슈뢰딩거로 이야기할게. 슈뢰딩거는 행렬역학보다 쉬운 수식인 파동역학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했어. 그것이 양자 도약을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전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설명했단다. 보어와 하이젠베르트는 슈뢰딩거에게 초대장을 보내 코펜하겐 연구소로 초대를 했단다. 슈뢰딩거와 보어의 토론이 시작되었어. 파동역학에 관한 것인데, 그것이 양자 도약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어. 그러니까 보어가 파동역학에 대한 비판을 했다고 보면 돼. 보어와 슈뢰딩거는 그것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토론은 끝이 났단다.

2.

그리고 그 유명한 제5차 솔베이 회의를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구나. 아인슈타인이 작정을 하고 양자역학에 대한 맹비난을 했던 토론의 장.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등 코펜하겐 학파는 아인슈타인의 공격을 보다 받아내어 설명을 했었던... 5차 솔베이 회의. 누군가 이 제5차 솔베이 회의를 영화로 한번 만들어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 그들이 나눈 이야기가 비록 어렵지만, 유능한 감독이 일반인들도 좀 이해하기 쉽게 영화로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아무튼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양자역학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은 바로 언어의 제약도 한 몫을 하는 것은 사실이란다. 거시적 세계에서 만들어진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 미시적 세계, 그러니까 원자 내의 세계에서는 일어나고 있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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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현재까지 우리들은 어떠한 언어로 원자 안의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확실히 수학적 언어, 즉 수학적 도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의 도움을 빌려서 원자의 정상상태나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이 언어가 우리의 통상적인 언어와 일반적으로 어떻게 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의 도움을 빌려서 원자의 정상상태나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이 언어가 우리의 통상적인 언어와 일반적으로 어떻게 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론을 실험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이 연관성이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험결과에 관해서는 아직도 항상 일반적인 언어, 즉 고전물리학에서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직은 양자역학을 이해하였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수학적인 도식은 이미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언어와 맺는 연관성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것이 형성되기만 하면 사람들은 안개상자 안의 전자 궤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내부모순이 없이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난점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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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과학자라고 하면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 비단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기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관념 속에 콱 박혀 사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을 보면서 아빠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간혹 아빠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단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에 대한 좋은 글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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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과학의 진보는 그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그러나 실제로 신세계에 들어가려면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야 할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고구조를 바꾸어야 할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받아들일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정적인 한 발짝을 내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라이프치히의 자연과학자대회에서 처음으로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양자론에서도 본질적으로 어려운 고비가 눈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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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는 또 하나의 큰 성과 중에 하나가 불확정성 원리라는 것을 발표하게 된단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인데, 아래 내용이 좀 어렵더라도 같이 읽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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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87)

우리들은 전자가 어느 방향에서 방출될 것인가를 알지 못 한다고 확인하였습니다. 당신으로 그러니까 이 방향 결정요소를 계속하여 찾아야 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러한 결정요소를 찾았다고 가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어려운 고비에 부딪치게 됩니다.  방출된 전자는 또한 원자핵으로부터 방사되는 물질파로써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파동은 간섭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원자핵에서 반대방향으로 방사된 파동 부분은 그것에 맞추어 설치해 놓은 장치 안에서 간섭현상을 일으켜 –그 장치의 결과로 –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의 파동은 소멸하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은 전자가 이 방향으로는 결국 방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예언할 수 있음을 뜻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새로운 결정요소를 알고, 전자가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방출된다는 것이 완전히 결론지어졌다면 간섭현상이라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즉 간섭에 따른 소멸은 없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이끌어낸 결론은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소멸현상은 실험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기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결정요소는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은 더 이상의 새로운 결정요소가 없이도 이미 완전하다는 것을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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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는 1927년 코펜하겐을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로 가게 돼. 하지만 휴가 때마다 코펜하겐에 와서 보어의 연구소에서 보냈단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휴가 때 다른 연구소에 와서 연구를 하다니... 하이젠베르크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물리학이 많지만 그것으로 국한된 것은 아니야. 생물학과 물리학에 대한 관계도 이야기하고, 여성 철학자 크레테 헤르만과 만나서는 양자역학과 칸트 철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

또 유명한 사람이 아닌, 우연히 만난 젊은이와 나눈 대화도 실려 있단다. 우연히 하이젠베르크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던 젊은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젊은이는 민족적 사회주의자였어. 그 젊은이를 집에 들어오라고 해서 둘은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 당시 독일은 나치가 정권을 잡고 있었고, 독일 내에서도 반나치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지식인들의 행동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도 던져 보았단다. 당시 지식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독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어. 그것에 대해 하이젠베르크도 많은 고민을 했어. 이민을 가야 하나? 국내에 머물러야 하나. 그는 이렇게 생각해 봤어. 자신의 집에 전염병 환자가 있다고 해서 그 집을 떠나야 하느냐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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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나는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문제를 여러 가지를 새로운 형태로 설정해 보았다. 만약 자기 집에서 가족 한 사람이 전염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그 전염병의 감염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 집을 떠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희망은 없을지라도 그 병자를 끝까지 간호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 도대체 하나의 혁명을 질병과 견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도덕적인 규준을 뒤엎는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안이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플랑크가 이야기한 타협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강의가 시작될 때마다 나치당이 요구하는 형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나는 손을 높이 들어야 했는데(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서 ‘히틀러 만세’라고 말해야 했던 것이 당시의 형식이었다-역주), 지금까지 얼마나 자주 그들의 요구대로 사람을 만났을 때 손을 들고 그 손끝을 움직이면서 인사를 하였던가. 이런 행동이야말로 하나의 수치스러운 타협이 아니었던가? 공식적인 편지에는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라고 서명해야만 했는데, 이거야말로 불유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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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고민 끝에 그는 국내에 남기로 했어. 그것이 나중에 하이젠베르크를 평가할 때 친나치였을지도 모른다고 물음표를 붙이기는 했지만, 당시 하이젠베르크는 국내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전쟁이 끝난 뒤에 국가 재건에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억지비약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정권 때 나라는 사랑하지만 대통령이 꼴 보기 싫을 때 우리의 자세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다행인 것은 우리는 선거로 대통령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나라를 떠나는 이보다 그냥 좀만 참자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게지. 다시 하이젠베르크의 마음 속에 들어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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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실제로는 내가 이민을 갈 것인가, 독일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플랑크는 이와 같은 파국이 지나간 다음의 시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은 분명하게 잘 이해되는 말이었다. 이러한 재난의 시기를 통하여 불변의 고도를 구축하는 , 그리고 젊은이들을 모으는 일, 그래서 되도록 이 재난을 꿋꿋하게 타개해 나가다가 재난이 끝나면 다시 새롭게 재건하는 일이 플랑크가 나에게 말한 과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타협을 맺게도 되고, 이로 말미암아 뒷날 지탄을 받게 될 경우도 생길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더 악화된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하게 설정된 과제였다. 원래가 국외에서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그곳에는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좀더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과제가 있을 뿐이다. 라이프치히로 돌아왔을 때는 적어도 당분간은 독일에, 그리고 라이프치히대학에 머물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지켜보기로 한 결심이 차츰 굳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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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내에 남은 결정으로 인해 그에게 다가온 운명. 이 부분은 지난번에 읽은 <클링조르를 찾아서>의 모티브가 된 부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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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탄 프로젝트의 참여. 과학자로써의 양심. 그러니까 과학의 발달이 재난과 연결될 수 있을 때 과학자의 선택에 대한 고민. 전쟁이 끝나기 전에 독일 원자폭탄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을 거야. 미국도 독일이 전쟁에서 졌을 때까지는 원자폭탄을 실전에 사용하지는 않았어. 미국의 물리학자들도 독일이 전쟁이 진 다음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말라고 건의했을 것이라고 하이젠베르크는 이야기하고 있어. 하지만, 이미 물리학자들의 결정권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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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아마도 전쟁 초기에 미국 물리학자들은 독일이 원자폭탄의 제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몹시 두려워했을 것이다그것은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우라늄 분열은 한에 의해서 독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히틀러가 유능한 많은 물리학자들을 추방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원자물리학의 수준이 확실히 그들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따라서 그들은 원자폭탄에 따른 히틀러의 승리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며, 이 같은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도 자기들의 원자폭탄 제조연구를 정당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면, 이와 같은 일에 대하여 무어라고 반론을 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과 전쟁이 끝난 뒤에는 아마도 미국의 많은 물리학들은 이 무기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건의하였겠지만, 그땐 이미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기에는 늦었을 거라고 본다. 이 점에 관해서도 우리는 무어라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도 우리 정부가 저지른 무서운 일들을 조금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전도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도 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좀더 노력하였더라면 그것을 좀더 확실하게 알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체적인 사고과정에서 이 모든 일들이 얼마나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인식하게 될 때 우리는 참으로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사에서 선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허용될 수 있으나 악을 위해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대원칙, 좀더 나쁘게 말한다면, 목적은 수단을 신성화한다는 이 원칙이 항상 반복해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과정을 막을 수 있는 무엇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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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하이젠베르크는 미국의 물리학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했어. 원자폭탄의 위력을 물리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려야 했다는 이야기했어. 쉽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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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인 진보가 일반사회에 대하여 지니는 중요성에 비추어 그 진보를 직접 담당하는 자들의 공적인 영향력도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물리학자나 기술자가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을 정치가보다 더 잘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학문적인 연구에서 객관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특히 커다란 연관성 안에서 사물을 생각하기를 배운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가들의 직업에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논리적인 정확성과 넓은 시야, 그리고 엄격한 청렴 등의 건설적인 요소들은 부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미국의 원자물리학자들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즉 원자폭탄 사용의 결정권을 너무 손쉽게 손에서 놓아 버렸다는 비난을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원자탄 투하의 역효과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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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미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하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오펜하이머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단다. 아주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가 트루먼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은 기억이 있구나. 그만큼 그도 많이 괴로워했다는 거야. 과학의 진보가 악마의 손에 쥐어지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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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빠가 회사 동료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좋은 문구를 하나 발견했단다. 아빠가 하는 일이,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해서 실수를 줄이는 것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이야기들을 많이 해. 다들 전문가라고 하면 그 분야에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이젠베르크는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더구나. 그런데 그 생각에 너무 공감이 가더구나.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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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전문가란 그가 관계하는 분야에 대해 매우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정의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한 사람이 한 분야에 관해서 정말로 많은 것을 알 수는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습니다. 전문가란 그가 전문으로 하고 있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몇몇의 오류를 알고 있는 사람이며따라서 그는 그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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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여기까지 하련다. ... 읽기도 어려웠고, 독서편지 쓰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나중에 너희들도 커서 한번쯤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너희들이 잘 이해해서 다시 아빠에게 이야기해주면 더 좋고^^

PS:

책의 첫 문장 : 1920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차 세계대전의 종결은 독일 청년들을 불안과 동요의 상태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왔다..

책의 끝 문장 : 그 곡을 경청하는 동안 내 전신에는 보어가 “사람은 항상 커다란 드라마 속의 관객이면서도 공연자”라고 말한 것처럼, 인류의 시간이란 척도에서 본다면 우리들 자신의 협력은 매우 짧다고 할지 모르나 생활도 음악도 학문도 끊임없이 전진하리라는 확신이 차츰 깊이 파고드는 것이었다.


너희처럼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항상 너무나 쉽게 경험적 사실에 의지해 버리고, 또 그것으로 진리를 얻었다고 믿어 버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경험에서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고찰한다면 너희들이 갖는 방식은 나에게는 매우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너희들이 말하는 것은 요컨대 너희들이 사고하는 방식에서 오는 것이며, 너희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런 사고방식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고는 물론 사물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물들을 직접 인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먼저 표상으로 변화시키고 그리고 나서 그것들로부터 개념을 형성해야 한다. 감성적인 인지를 통해 인지로부터 우리에게 몰려드는 것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인상들의 무질서한 혼합물이다. 우리가 나중에 인지한 형태나 성질들은 직접적으로는 그 인상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 P13

예를 들면 물이라는 액체는 얼음이 녹는다든지 수증기가 액화할 때, 또는 수소가 연소할 때도 항상 그 모든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똑 같은 것이 새롭게 형성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물리학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이 항상 전제되어 왔으나 한 번도 이해되어 본 일은 없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화학은 이 개념을 효과 있게 사용해 왔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뉴턴의 운동법칙을 가지고는 그 같은 물질의 최소부분의 운동의 안전도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원자들이 항상 반복하여 같은 상태로 배열되고 운동하고, 그 결과 동일한 안정된 특성을 가진 원소들이 반복해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자연법칙에 관해서는 20년 전에 발표된 플랑크의 양자론에서 최초로 시사된 바 있다. - P40

나는 저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 전주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상당히 닿을 만한 거리였다. 확률적 예상을 뒤엎고 나는 단 한 번으로 그 전주에 맞혔다. 보어는 아주 깊은 생각에 잠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팔을 움직여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돌 던지기를 시도할 때는 적중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런데 모든 이성을 무시하고 혹시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단순한 생각 아래 던지면 사정은 좀 달라집니다. 지금 바로 그것이 일어난 것입니다." - P94

국회의원들이란 다만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정당에 물질적 이익이 많이 돌아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그 밖의 일에는 도대체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자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윤을 비난하곤 하였습니다. 일반의 복지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격돌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잉크병을 던지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 P224

어째서 그런 세 개의 임의적인 단위가 존재해야만 하는가 말이다. 그 단위 가운데 하나-양성자-는 다른 단위-전자-보다 1836배의 무게를 가져야 하는지, 도대체 이 1836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또 이 숫자는 왜 파괴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 단위들을 임의의 높은 에너지로써 서로 충돌시킬 수 있게 되었다. - P253

어쨌든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전쟁은 원자탄의 발명으로 결판이 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전쟁은 젊은이들의 몽상적인 희망과 일부 연장자계층의 사악한 복수심에서 나오는 불합리한 힘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원자폭탄의 힘에 따른 결정은 자각이나 피폐에 따른 결정보다는 문제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전쟁이 끝나면 다음 시대는 원자기술이나 다른 기술의 진보로 특정지어지는 시대가 될 수 있겠습니다. - P270

그러나 우리 독일사람들이 저 이상한 꿈과 신비를 향해 달음질치는 경향을 계산에 넣는다 하더라도, 어째서 이 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분명하게 냉철하고 과학적인 사고에 그렇게까지 환멸을 느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논리적인 사고와 단단히 짜여진 자연법칙들의 이해와 적용만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올바르지 않습니다. 도리어 실질적인 면에서는 환상은 과학의 영역, 특히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도 결정적인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을 얻기 위하여 냉철하고 세심한 많은 실험적인 작업이 필요하지만 사실의 종합정리는 사람들이 그 현상을 곰곰이 생각할 때보다는 도리어 그 현상으로 감정이입이 가능할 때에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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