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 의열단, 경성의 심장을 쏘다! 삼성언론재단총서
김동진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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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읽은 약산 김원봉 평전에서 이야기했던 의열단. 그들의 많은 작전 중에 국내 잠입 작전.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그들의 작전. 그래서 그들을 소재로 영화꾼들은 영화를 만들었나 보구나. 몇 년 전 크게 흥행을 했던 <암살> <밀정>은 의열단의 국내 잠입 작전을 모티브로 영화로 만든 것이었단다. 그 중에 <밀정>, 아빠가 이번에 읽은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의 두 번째 이야기를 그대로 영상에 담은 작품이었단다. 이 책에서는 의열단이었던 김상옥과 황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단다. 아빠는 개인적으로 김상옥이 더 끌리더구나. 이십 대의 어린 나이로,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다니존경심이 절로 나는구나. , 그럼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해줄게.

1.

1923 1 12일 금요일 저녁 8 10. 종로경찰서에 날아든 사제폭탄. 일본이 점령하고 있는 경성의 한복판에 떨어진 사제폭탄은 그 여파가 대단했단다. 범인은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더욱 그랬어. 폭탄은 터졌지만,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든. 경찰은 노심초사하고 특별수사대까지 만들었어. 특별수사대 대장은 악명 높은 미와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김상옥을 의심하고 그를 추적했단다.

김상옥. 그는 누구냐 하면우리나라가 일본에 빼앗기는 그런 일이 없었다면 건실한 사업가로 살아갔을 그런 사람이란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었지만,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장사 수완이 있어 성공한 자수성가를 한 사람이란다. 그는 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항일민족의식을 가지고 있었어. 삼일운동에도 참여를 했고, 삼일운동이 일어난 1919 4월에는 혁신단을 만들어 신문도 발행했어. 이 일로 경찰에 잡혀 40여일 경찰서에 갇혀 있다가 무혐의로 풀려나기도 했단다. 그는 이후 무력투쟁으로 방향을 틀었고, 1919 12암살단을 결성했단다. 그런데 그 암살단이 발각되어 동료들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도 어쩔 수 없이 도망을 가 훗날을 기약했단다. 그렇게 중국으로 도망간 김상옥은 김원봉을 만나 의열단에 가입하게 되고 국내에서 거사를 시도했지만, 조선인 고등계 형사 김태석에게 적발되어 실패했단다. 그런 이력을 가지고 있던 김상옥이었기에, 특별수사대대장 미와 경부보가 그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어. 더욱이 얼마 전에 그가 국내 잠입했다는 정보도 있었어.

미와는 경기도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해서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펼쳤어. 1 16일 정보가 하나 입수되었단다. 김상옥이 삼천통에 있는 매부의 집 고봉근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였어. 당시 김상옥은 1 17일 서울역에서 사이토 조선 총독을 저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서울역 근처 매부의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야. 1 16일 고봉근의 집에 들이닥친 일본 경찰들상옥은 기습을 당했지만 총으로 대응하며 일본 경찰 한 명을 죽이고 두 명을 부상시켰어. 상옥은 남산을 거쳐 도망을 갔단다. 그렇게 일본 경찰의 포위를 벗어났어. 하지만 가지고 있던 총 두 자루를 잃어버리고 말았어.

김상옥을 놓친 특별수사대 대장 미와는 심한 질책을 받았어. 위에 보고도 없이 자신 혼자 공을 쌓으려고 남의 관할까지 갔다가 범인을 놓쳐버렸으니 말이야. 미와로서는 자존심을 완전히 구긴 셈이었지..

2.

상옥은 남산을 통해 이모네 집에 들렀다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옛 교회 동료인 이혜수의 집에 은신하게 되었어. 그곳에는 다시 암살 계획을 세웠어. 그리고 이혜수에게 부탁을 해서 잃어버린 총을 찾아달라고 했고, 이혜수는 잃어버린 총 두 개 중에 한 개를 찾아왔단다. 그 총은 김상옥에게 아주 소중한 총이고 사연 깊은 총이었대. 김상옥의 연인이었던 장규동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김상옥이 중국으로 도망간 이후 장규동은 경찰에 붙잡혀 심한 고문을 받다가 풀려났다고 했어. 이후 사람들의 도움으로 중국으로 도망간 장규동. 김상옥과 다시 만났지만, 장규동은 고문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단다. 임시정부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었고, 백범 김구는 장규동의 관을 사라고 돈까지 주었다고 했어. 그런데 김상옥이 그 돈을 가지고 가서 관이 아닌 총을 사왔다고 하는구나. 그 총이 바로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그 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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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실의에 빠져 있던 상옥은 그 돈을 보자 관을 사겠다며 혼자 시내로 나갔다. 하지만 그는 관을 사오지 않았다. 그 대신 비장한 표정으로 품속에서 모제르 7연발 권총을 꺼냈다. 관 대신 총을 산 것이다. 장례를 준비하던 임정 동지들은 그런 상옥의 행동을 어이없어 했다.

그러나 그는 동지들에게 결연한 어조로 사랑하는 내 동지 장규동을 죽인 것은 병마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내 동지를 죽인 것은 바로 일제의 경관이다. 이 총으로 그놈들을 죽여 동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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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의 집에 머물면서 김상옥은 다시 암살계획을 세웠고, 옛 암살단의 동료들을 몰래 불러 만났어. 김상옥이 이혜수의 집이 안전하다가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어. 그가 남산에서 잃어버린 것은 총만이 아니었단다. 이혜수의 집주소가 적혀 있는 편지봉투도 잃어버렸던 거야. 일본 경찰은 그 편지봉투를 주었고, 이번에는 치밀하게 김상옥 검거 작전을 짰단다. 일본경찰 400명이 이 작전에 투입되었다고 했어. 400명의 일본경찰과 김상옥은 총격전을 벌였지. 김상옥은 도망을 가면서 총으로 맞서 일본경찰들은 여럿 부상을 시켰단다. 마지막까지 도망을 갔던 김상옥은 결국,,, 마지막 총알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그의 나이 서른넷이었어. 왜놈에게 잡히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킨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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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그 순간 상옥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게 너무도 원통하지만 상하이를 떠나기 직전 임시정부와 의열단 동지 앞에서 자결하여 뜻을 지킬지언정 적의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왜놈에게 붙잡혀 조직과 스스로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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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이미 그의 삶이 어떻게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부디 살아서 도망가길 바랬단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삶을 마감하고 말았단다. 도대체 이런 정의로운 사람이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억울한 삶을 마감해야 하는가. 그런 것을 보면 신은 없는 것이 맞는 것 같구나. 그런데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사람은 김상옥이 아닌 것 같다는구나. 그게 무엇이 중요하리그 뜨거운 뜻은 이미 일본에 여러 차례 폭탄을 던진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었어.

3.

종로경찰서의 폭파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일본 경찰은 조선인 출신 고등계 형사 한 명을 중국으로 보내게 된단다. 그런데 그 조선인이 의문의 인물이었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야기하기 전에 의열단의 이야기를 해줄게.

김상옥이 거사를 계획했던 것은 의열단과 상하이 임시정부가 협력을 했던 것이라고 했어. 의열단은 단독으로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종로경찰서 폭파 사건이 있었던 한 달 전인 1922 12, 의열단은 단독으로 대규모 폭파 투쟁을 추진했단다. 유석현이라는 의열단원이 국내에 잠입하여 군자금을 마련하려다가 친일파 판사 백윤화의 신고로 경찰에 잡혔다가 풀려나는 일이 있었어. 이때 그가 풀려나게 도움을 준 사람이 조신인 출신 고등계 경찰인 황옥이라는 사람이야. 황옥의 계급은 경부로 무척 높은 사람인데, 그가 왜? 황옥은 사실 김원봉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어. 1920년 밀양 폭탄 사건 때 알게 된 사이라고 했어. 1922 12월 김원봉은 대규모 폭탄 반입작전을 펼쳤어. 의열단원인 김시현이 폭탄반입 역할을 하기로 했고 황옥이 도와주기로 했단다. 그런데 의열단원 사이에도 황옥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대. 아무리 의열단 단장 김원봉과 가까운 사이더라도 일본 고급 경찰이니까 말이야.

그로부터 과거로 좀더 시계를 돌려보자꾸나. 폭탄 투쟁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 폭탄이 없었던 거야. 이때 도움을 준 이가 몽골에서 명의로 소문이 난 이태준이라는 의사였단다. 이태준은 상하이로 왔다나 김원봉은 만나고 의열단에 가입했어.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폭탄 전문가 헝가리 사람 마자르를 데리고 오겠다며 다시 몽골로 돌아갔단다. 그런데 소식이 끊겼어. 감감무소식….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김원봉이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었을 때, 어떤 외국인이 김원봉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를 만나보니 그는 바로 이태준이 소개해주려고 했던 폭탄 전문가인 헝가리 사람 마자르였던 거야. 이태준에게 이야기를 듣고 직접 제발로 찾아온 거야. 그로부터 이태준의 소식도 들을 수 있었어. 몽골에서 러시아 백군에게 살해당했다는구나. 또 하나의 안타까운 죽음..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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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놀랍게도 그가 바로 이태준이 소개해주겠다던 마자르였다. 혼자서 약산을 찾아 몽골에서 베이징까지 온 것이다. 마자르는 약산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줬다. 그는 이태준과 함께 고륜을 떠나 베이징으로 오던 길에 러시아 백군을 만났는데, 이태준은 일본군 장교들의 농간으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외국인 그는 다행히 생명만은 건질 수 있었다. 친구 이태준은 비록 죽었지만 그와의 약속만큼은 꼭 지키고 싶어 혼자서 약산을 찾아 베이징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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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르의 도움으로 이제 고성능 폭탄도 준비가 되었어. 이제 국내로 반입만 하면 되었지.

김원봉은 의열단이 벌이고 있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신채호를 찾아가 의열단 선언을 써달라고 요청했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일제시대 최고의 명문인 조선혁명선언이었단다.

4.

, 이제 다시 종로경찰서 폭탄의 배후를 조사하기 위해 상하이로 떠난 조선인 출신 고등계 형사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이제 그가 누구인지 눈치챘겠지. 그가 바로 황옥이란다. 그 정도로 일본 경찰의 신임을 받고 있던 그였어. 상하이에 도착해서 김원봉과 만남을 가지고 김원봉은 황옥을 절대 신임했단다. 하지만 여전히 의열단 내부에서도 황옥을 믿지 못하는 이도 있긴 했어.

, 이제 폭탄 반입 작전이 시작되었단다. 발각이 될 뻔한 일도 있지만, 위기를 여러 번 모면하고 국내에 반입하였단다. 이때 마자르와 황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했어. 총 반입작전의 총 책임자는 의열단원 김시현이었다. 경성에 도착한 후, 황옥은 자신이 폭탄을 가지고 있으면 발각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이에게 폭탄을 맡겼는데, 여기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지황옥으로부터 폭탄을 받은 사람도 발각이 두려워 다른 사람에게 맡겼는데, 그 사람이 일본 경찰의 밀정이었어. 일본 경찰에 고발했지. 경찰부장이 황옥을 호출했어. 일본 경찰에서도 이 신고를 반신반의했어. 자신들의 심복이었던 황옥이 의열단과 연루되어 있다니 말이야. 일단 황옥을 돌려보내기는 했지만, 의심을 계속 했어.

또 하나 그들의 실수. 그들이 폭탄을 반입하면서 일부는 신의주의 지인에 맡겨두었어. 하지만 그 지인도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단다. 일본경찰에 발각이 되었고 그 사람의 입에서 김시현과 황옥이라는 이름이 나왔어. 이제 황옥은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어. 서울에 숨겨두었던 폭탄도 모두 발각이 되었고, 의열단원들은 모두 체포가 되어 거사를 일으키지도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단다. 안타까운 순간이로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어서 그랬던 것 같구나. 황옥도 붙잡혔는데, 황옥은 혐의를 부인했어. 이것을 두고 황옥을 비난하는 이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김원봉과 약속이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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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황옥 일행이 텐진을 떠나기 직전 약산은 황옥만 따로 불렀다. 약산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는 황옥에게 이번 작전의 중요성과 비밀 엄수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리의 혁명운동은 이번 한 번으로 끝치는 게 아니요. 우리의 이상하는 바가 실현되기까지는 끊임없는 투쟁이 있어야 하오. 우리 대에서 못 이루면 자식 대에서, 자식 대에서 못 이루면 손자 대에까지라도 가지고 가야 할 우리 운동이오. 이번의 우리 계획이 불행히 패를 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황공은, 결코 우리가 이번에 취한 수단방법에 관하여는, 발설을 마오, 한번 드러나고 보면 방책을 두 번 쓸 수는 없는 일 아니겠오?”

박태원의 <약산과 의열단>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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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고 10년 형을 받았대. 그리고 감옥에서 중병을 얻어 가석방을 했다고 하는구나.

이번 거사의 총책임을 맡았던 김시현도 감옥에 갇혔는데, 그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광복을 맞이하고, 칠십 노인이 되고 나서도 독재 정치를 하고 못된 짓을 많이 한 이승만을 암살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는구나. 그의 삶 전체가 정의로움으로 똘똘 뭉쳤던 사람이구나.

….

이렇게 김상옥과 황옥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비록 그들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들은 일본경찰에게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고 충분히 알려준 것 같구나.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이 날린 명대사처럼 말이야. “둘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냐고? 모르지. 그치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PS:

책의 첫 문장 : 겨울바람이 제법 매섭게 불던 1923 1 12일 금요일 저녁 7시 반, 경성 종로의 천도교당(지금의 수운회관)에는 진보적 성향의 사회단체인 서울청년회가 주최하는 대중연설회가 열리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이 책이 그런 우리의 노력에 조금이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바깥에서 "투항하라"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하지만 상옥은 조용히 눈을 감고 머리에 권총을 갖다 댔다. 그의 눈에 살짝 물기가 맺혔다.

배고픈 어린 시절 낮에는 쳇불공장과 대장간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야학을 다니며 공부하던 동생 춘원과 함께 영덕철물상회를 운영했던 일, 3.1만세운동 후 <혁신공보>를 제작해 경성시내에 뿌렸던 일, 암살단을 조직해 사이토 총독을 죽이려고 한 일, 상하이 시설 연인 장규동의 죽음, 임시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의열단에 가입해 원대한 조국 광복의 꿈을 키웠던 일 등 34년의 짧은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스쳐갔다.

김상옥은 모제르 7연발총의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 P141

"이태준은 단순한 의료생활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도 지사였다. 조국광복을 위해서는 그도 항상 마음을 태우고 있었다. 시베리아 깊숙이 살고 있으면서도 동지들과의 연락은 그치지 않았다. 이태준은 평범한 의사이면서 레닌이 혁명운동을 위해서 상하이임시정부에 보내준 돈 백만 원 중 40만 원을 상해까지 안전히 가지고 가는 중책을 떠맡아 이를 성공시킨 사람이었다."

<약산과 의열단>96~97쪽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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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07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라마 <이몽>이 그렇게 말이 많다고
하던데...

의열단원들이 스스로 거사에 지원하기 위해
죽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 제비뽑기를 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

bookholic 2019-05-08 00:39   좋아요 0 | URL
음.. 그런 드라마가 있었군요.... 고증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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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추리 소설로 유명한 애거사 크리스티가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들의 컬렉션. 아빠가 작년에 그 여섯 권 중에 두 번째 책을 읽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봄마다 한 권씩 읽겠다고 말이야. 전에 읽은 두 권에 모두 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서 봄에 읽은 것인데, 봄마다 읽어야겠다고 작은 다짐을 했어. 일년은 휙 가는구나. 또 봄이 와서 한 권을 읽었단다. 이번에 읽은 소설은 이라는 말은 없었단다.

딸은 딸이다. 원제가 무엇인가 봤더니, A Daughter's a Daughter. 딸과 엄마 사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빠는 아빠라서 잘은 모르지만 딸과 엄마 사이의 관계를 잘 그린 것 같더구나. 딸과 엄마 사이는 보통 여자와 여자 사이와 다른 무엇인가 있잖아. ‘나무도 딸이니까 자라면서 점점 그런 것을 느낄 수 있겠지?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구나. 아들을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라고 말이야.

1.

이 소설이 출간된 년도가 1958년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주인공 앤.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남편을 잃고 혼자서 외동딸 세라를 키웠어. 집에는 가정부이자 친구인 이디스가 있었지. 세라가 계속 집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처음으로 집을 떠나 3주 동안 스위스로 여행을 가기로 했단다. 앤은 기분이 이상했어. 세라 나이가 열아홉으로 어린 것도 아닌데, 막상 처음으로 떨어져 있으려니 기분이 무척 이상했어. 그 기분, 아빠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들이 예전에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하룻밤을 잤을 때 아빠도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말이야.

앤은 남편을 혼자 잃고 딸을 혼자 키운 고전적인 여인이었어. 그러나, 세라는 앤과 달리 현대적이고 활달하면서 자기중심적이었어. 당시 다른 십대 소녀들과 마찬가지였지. 앤이 보낸 십대와는 많이 달랐지. 남자친구 게리에게도 거의 하인 다루듯 부려먹었어. 앤의 눈에 게리가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딸에게 일일이 그런 것을 이야기해서 뭘 하겠니. 그 또래 애들은 이렇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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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끔찍하군! 무슨 그런 생각을 해! 세라가 얼마나 무섭게 짜증을 낼까! 세라와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태평한 무심함 같았다. “야단 떨지 마요, 엄마.” 아이들은 간절히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들은 부모가 베푸는 봉사는 받아들였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도 찾아오고 세탁 요금을 대신 내주는 일. 곤란한 전화 통화(“엄마가 캐럴에게 전해주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나 끝없는 정리정돈(“엄마, 내가 어지른 걸 치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급히 나가봐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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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라가 떠나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앤은 제임스의 초대로 저녁을 같이 먹었어. 제임스는 오래된 친구였는데, 남자로서는 끌리지는 않았지. 그런데 그 저녁 식사에 제임스가 다른 사람들도 초대를 했는데, 그때 동석을 했던 리처드라는 남자에 끌렸어. 그 이후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어. 그리고 십 일 만에 리처드는 청혼을 했고, 앤은 받아들였어. 앤은 행복했지.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딸의 반응이었어. 딸이 여행에 다녀와서 알게 되는 것보다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앤은 메리에게 리처드가 청혼을 해서 결혼할 것이라고 편지를 썼어. 아차, 앤은 주소를 잘못 적어 편지는 반송이 되었어. 앤이 마중 나가서 집에 오는 동안이라도 이야기하려고 갔는데, 길이 엇갈려 세라는 앤이 없는 집에 왔어.

그 집에 리처드가 세라와 인사하려고 와 있었는데, 그들의 첫만남부터 서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고 헤어졌단다. 앤은 리처드와 결혼한다고 세라에게 이야기했어. 세라는 리처드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어. 그리고 리처드와 결혼을 하면 분명히 엄마는 불행에 빠질 것이라고 했어. 세라는 어디서 오는 확신인지 모르겠지만, 강한 확신에 빠졌어. 세라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결혼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리처드도 처음에는 세라에게 잘 보이려고 했지만, 세라가 적대감을 보이며 말과 행동을 보이자, 욱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만 심한 말다툼을 하고 말았어. 앤은 가운데서 중재를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고, 만날 때마다 그랬어. 앤은 딸이 그렇게 반대를 하는 결혼을 할 수 없었단다. 그래서 결국 앤은 리처드와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단다.

3.

그 일이 있고 2년이 지났어. 앤은 2년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단다. 앤은 매일 저녁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만남을 가지고 술도 자주 마셨어. 앤은 예전과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런 생활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런데 이런 생활이 계속될수록 술과 수면제 없이는 잠도 잘 이루지 못했어. 딸 세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세라가 돈은 많지만 나쁜 남자로 소문이 난 로렌스라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반대하지 않고 딸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했어. 로렌스가 세 번이나 이혼을 했고, 전 부인들이 좋지 않은 상태가 된 이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결혼하고 싶어했고, 앤은 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대를 안 했어.

어느날 앤과 결혼할 뻔했던 리처드에게 연락이 와서 방문을 해도 되냐고 했어. 리처드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고 근처에 와서 연락을 한 거야. 앤이 세라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세라는 이름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아무리 철부지 어린 것이라고 하지만, 세라가 너무 심한 것 같구나. 리처드가 어리고 예쁜 부인과 함께 방문을 했어. 앤은 리처드를 그저 아린 추억으로만 생각을 하면서도 후회의 감정이 생기기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리처드는 2년 만에 확 변한 앤의 모습에 놀랬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고 앤과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기까지 했단다.

4.

또 일 년 뒤, 앤은 이제 폐인이라고 할 만큼 알코올과 수면제의 의존하고 있었어. 결혼한 딸 세라와 연락도 거의 안 했어. 그런데 다른 이로부터 딸 세라가 마약을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렇다고 앤이 세라를 챙길 여력도 있는 것도 아니야. 늘 그렇듯 딸의 의견을 존중해야지.

..

외국에서 농장을 하던, 딸의 첫사랑 게리가 귀국을 했어. 게리는 여전히 세라를 사랑하고 있었지. 그런데 마약으로 엉망이 된 세라를 보고 가슴 아팠어. 게리는 세라에게 같이 다시 출발하자고 했어. 같이 캐나다 가서 사업을 하자고 했어. 세라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고, 그 힘들다는 마약 치료도 받았지. 앤도 뒤늦게 딸 세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세라와 재회를 한단다. 말은 안 했지만 앤과 세라는 서로 화해를 했어. 엄마와 딸이잖니

….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아빠는 비록 엄마는 아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구나. 우리 나무도 나중에 엄마와 어떤 사이가 될까. 지금처럼 가끔 티격태격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아빠와 딸 사이아빠와 아들 사이도 생각해 보았어. 아빠가 백점 짜리 아빠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너희들을 사랑하는 아빠라는 것은 알아줘~~^^ 사랑해~~~

PS:

책의 첫 문장 : 앤 프렌티스는 빅토리아 역 플랫폼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책의 끝 문장 : 사람으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하느님의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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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 김원봉 평전 - 개정판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의열단 약산 김원봉을 다시 한번 읽었단다. 아빠가 예전에는 이름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김원봉. 학교에서 제대로 안 가르쳐 주니 말이야.. 시험에도 안 나왔고 말이야. 거기에다 일제시대 친일파 고문 전문가 노덕술이 해방 후에 버젓이 형사짓을 하고, 김원봉도 그에게 심문을 당했는데, 이에  모욕과 치욕을 느끼고, (어쩌면 두려움도 느끼고) 북으로 넘어가게 되었으니, 반공 정신에 투철했던 그 옛날 그 시절 그가 교과서에 등장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보다 어려웠겠지. 그래서 일제시대 일본 경찰이 가장 두려웠던 최고의 독립운동가를 아빠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단다.

아마 몇 년 전에 영화 <암살> <밀정>이라는 영화가 없었다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김원봉에 대해서 잘 몰랐을 거야. 아빠는 예전에 이원규라는 분의 책을 통해 김원봉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고, 이원규님의 다른 책 <약산 김원봉>을 통해서 그의 삶 전체를 알게 되었단다. 그렇게 뜨거운 사람이 있었던가. 10대의 나이부터 나라를 위해 투쟁하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마치 그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았어. 그 책을 읽은 이후 영화 <암살> <밀정>이라는 영화에서 그가 이끌던 의열단의 활동이 소개되었어. 그의 역할은 그 영화들에서 조연이었지만, 그를 알리는데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언젠가는 그가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된 영화나 드라마가 한 편 만들어졌으면 좋겠구나.

아무튼 이번에 아빠는 다시 김원봉을 읽었단다. 이번에는 김삼웅님이 쓴 평전이야. 예전에 읽은 이원규님의 <약산 김원봉>에서 다룬 김원봉의 삶의 큰 줄기는 비슷해. 하지만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단다. 같은 영화를 다른 감독이 연출했을 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원규님의 책도 좋았고, 김삼웅님의 책도 좋았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원봉의 삶은 더욱 좋았어. 비록 그의 삶을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정신은 높이 본받고 따르고 싶더구나.

1.

김원봉 그의 삶에 대해서는 이원규님이 쓰신 <약산 김원봉>을 읽고 쓴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했었잖아. (언제였는지 확인해 보니 2013년이더구나. ~~ 벌써 그렇게 되었었나? 아빠는 2~3년 전쯤 되었겠다 싶었는데…) 그의 전체적인 삶은 2013년에 쓴 독서편지에서 했으니까 이번에는 그의 삶 중에 인상 깊은 장면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단다.

먼저 김원봉의 범상치 않았던 십대. 시대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십대에 어찌하면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나라를 생각할 수 있을까, 싶었단다. 밀양 출생으로 동화중학 시절 교장선생님과 고모부인 독립운동가 황상규로부터 민족주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말이야. 십대인데 말이야.. 그가 1898년생이니까 그가 중학생생일 때는 한일합병이 된 지 얼마 안 지나서였을 때야. 그는 전국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 실상을 보면서 무장투쟁만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대. 이 장면은 여행을 하면서 혁명정신을 키웠던 체 게바라가 떠오르더구나.

김원봉은 당시 국력이 강한 나라는 독일이라고 생각했고, 독일을 배우기 위해서는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서 중국 천진에 있는 덕화학당까지 가게 되었단다. 당시 그의 나이 열아홉이었단다. 그런데 중국과 독일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덕화학당은 폐쇄되었어. 결국 일 년 만에 김원봉은 다시 고향 밀양으로 돌아왔단다. 밀양에 있으면서 김원봉은 국제정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 파리강화회의에 대표를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어. 왜냐하면 당시만 해도 일본은 연합국 소속이었기 때문에 연합국에 도움을 청한다고 그들이 조선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오히려 그보다 자객을 보내 일본대표를 암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김철성이라는 사람을 시켜 파리를 보냈으나 파리에서 권총을 도난 당해 목적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3.1운동 소식. 비폭력 운동이라는 소리에 실망을 했어. 김원봉은 독립은 폭력투쟁에 의해서만 독립이 가능하고 생각을 했어. 결국 김원봉은 중국 땅으로 향했단다.

그리고 그가 의열단을 만든 것이 22살이었어. 폭탄제조법을 만들기 위해 신흥무관학교에 입학하기도 했지. 그리고 의열단의 본격적인 투쟁은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단다. 박재혁의 부산경찰서 폭사. 최수봉의 밀양경찰서 폭파. 김익상의 종로경찰서 폭파. 김익상, 오성륜, 이종암의 상해 황포탄 일본육군대장 다나카 기이치 저격 등 국내외로 의열 투쟁을 함으로써 김원봉은 일본 경찰의 리스트 1번에 오르게 되었어. 이후에도 그는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조선 독립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단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기도 했어.. 임시정부와 함께하기도 하고, 중국 국민당과 함께하기도 하고, 중국 공산당과 함께하기도 하고, 아나키스트들과 함께하기도 하고….

2.

그의 삶은 영화 같은 삶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어. 그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단다. 의열단원 박차정. 박차정은 광주학생운동의 연장으로 서울에서 시위투쟁을 배후로 지도하다가 일본경찰에 잡혀 감옥에 가기도 했었대. 다행히 얼마 안 있다가 석방되었지만, 계속 감시가 붙어서 의열단에서 활동하고 있던 오빠 박문호를 따라 중국에 와서 의열단이 되었어. 그리고 오빠의 소개로 김원봉을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이가 박차정이었어. 그는 김원봉의 아내이지만 그보다 독립운동가로 우리가 기억을 해야겠구나.

여자라고 열외를 받은 것은 아니야. 박차정은 중국에 가서도 조선공산당재건동맹 중앙위원을 맡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어. 이후에도 여러 단체의 중요 역할을 하면서 민족독립운동과 여성해방운동에 참여를 했다고 했어. 뿐만 아니라 조선의용대로서 전투에도 참여를 했어. 안타깝게 전투 중에 큰 부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광복 1년 전 34살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자신의 삶을 독립을 위해 싸우고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이 열정적인 사람을 아빠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니….

아빠뿐만 아닐 거야. 길 가는 사람에게 독립운동가 박차정을 아시냐고 물어보면 아마 대부분이 모를 거야. 아빠는 이 박차정이라는 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그에 관한 책이 있나 검색을 해봤단다. 2004년 출간되었다가 품절된 책이 딱 한 권 검색되더구나. , 우리나라 역사 학자들은 아직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 잃어버린 반쪽 역사를 되찾고,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복원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작업을 해야 하니까 말이야.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을 만나게 되면 참 미안한 생각이 드는구나. 아빠라도 기억을 잘 해주어야겠구나. ...

4.

이번에는 시대를 좀 건너 뛰어 광복 이후의 김원봉을 살펴 보자꾸나. 김구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손으로 해방이 안되어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었지만, 광복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었을 거야. 멀고 먼 중국 땅에서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던 이들이 광복의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벅찬 마음에 귀국을 준비하던 김원봉과 독립운동가들그런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푸대접이었어.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 하지만 그들은 마음이 넓었기 때문에 그런 것에 상심하고 그러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나 해방 후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고는 분노를 했을 거야. 남과 북이 둘로 갈라지는 것까지 어쩌면 봐 줄 수도 있었을 거야. 그런데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하던 악질 친일파 순사들이 대한민국 경찰이 되어 큰소리 치고 버젓이 활개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는 없었을 거야. 김원봉은 1947 3 22일에 구속되었어. 포고령 위반이라는 사유였는데, 그가 구속된 시기는 짧았지만, 그 동안 악질 친일파 순사였던 노덕술이라는 사람한테 모진 수모를 당했대. 그 억울함에 김원봉은 집에 돌아와서 3일간을 울었다고 하는구나. 이 무슨 개판인 사회가 있느냐. 처형을 당해도 모자를 판인 친일파 놈이 일본 경찰이 가장 두려워했던 독립운동가를 고문한다니 말이야

아마 그때 북으로 갈 생각을 했을 거야. 김원봉이 북으로 간 것은 그가 공산주의자이거나 김일성과 친분이 있거나 뭐 그런 것이 아니었던 거야. 친일파의 수모를 참을 수 없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었어.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던 여운형도 결국 암살을 당했잖아. 그렇게 김원봉으로 북으로 향했단다. 일제시대 최고의 독립운동가가 북으로 왔으니 북에서 대환영이었지. 그래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임되기도 했어. 하지만, 북한도 파벌 싸움이 심했어.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고 5여 년 뒤인 1958년 그는 사라졌단다. 그가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 아무런 기록이 없었어. 숙청당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젊음을 불태웠던 김원봉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무하고 안타깝구나. 우리나라는 이런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인가.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겠지만, 똑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 국회에서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고 있는 몇몇 기회주의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10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

아빠가 한번 생각해봤어. 1958년 김원봉. 그는 북한에서도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는 몰래 휴전선을 넘어가기로 결심을 하지. 우여곡절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휴전선 넘는 것을 성공하게 돼. 남한에 와서 그는 강원도 산자락에서 조용히 지낸단다. 삶을 초월한 채…. 남과 북으로 나뉜 조국을 아파하며 말이지그리고 조용히 삶을 마감하는 거지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또는 말이지…. 강원도 산자락에서 남몰래 인력 양성을 하는 쪽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보면 어떨까. 그래서 그가 키운 이들이 남한의 주축이 되는 그런 스토리? ㅎㅎ 아빠가 너무 갔나? 나무의 꿈 중에 하나가 소설가이니나중에 커서 김원봉에 관한 소설 한 편 아빠를 위해 써주지 않겠니?^^

얼마 전에 신문 기사에서 김원봉 서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는데, 김원봉의 서훈은 당연한 것이란다. 그저 북에 넘어갔다는 이유로 서훈을 반대하는 이들은 줄만 그어진 과일은 모두 수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가 일제시대에 했던 독립 운동을 알고 그가 왜 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소리를 못하지김원봉 서훈을 반대하는 이는 노덕술의 후예들뿐이지 않을까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약산 김원봉 평전 집필을 앞두고 여러 날을 망설였다.

책의 끝 문장 : 진정으로 너의 옛 동지들 / 너의 친척이 / 너를 흙에 묻었는지 알지 못한 채, 조국은 그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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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턴이 들려주는 원자 이야기 -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10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131
최미화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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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너희들이 원자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책을 몇 권 샀다고 했잖아. 전에 이강영님의 <불멸의 원자>라는 책도 읽었고 말이야. 책들을 보다가 너희들이 읽을만한 책은 없을까 하고 고른 책이 최미화의 <돌턴이 들려주는 원자 이야기>란 책이란다. 주문할 때 책소개를 대충 보고 주문을 했는데, 책을 받고 보니 이 책을 읽기에는 너희들이 아직 어린 것 같았어. 조금 더 크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인터넷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는데, 이 책이 개정판도 나와 있더구나. 원자에 대한 책은 굳이 개정판이 아니더라도 이 책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가 먼저 읽어봤단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읽었으면 화학에 좀더 흥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학창 시절에 과학 과목을 좋아하던 편이었는데, 화학을 좀 어려워했거든. 외워야 하는 것도 많고, 예외적인 것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들었어. 나중에 커서 교양 과학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도 많은 것이 화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원자라는 것은 화학이라고 딱 규정할 수는 없단다. 원자의 운동을 연구하고 원자 안의 전자의 원동을 연구하는 것은 현대물리학의 핵심이니까 말이야. 원자야 말로 물리와 화학의 접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1.

데모크리토스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원자, 영어로는 atom이라는 개변을 생각했대. 어떤 물질을 계속 쪼개다 보면 쪼갤 수 없을 것이라는 개념 말이야.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 라부아지에라는 과학자는 연소라는 것을 연구하다가 원소라는 것을 이야기했어. 당시 연소라는 것이 잘못 알려졌었는데, 라부아지에가 처음으로 연소라는 것이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한다는 것을 밝혀냈어. 그리고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을 원소라고 했단다. 원자와 원소라는 말이 비슷한 의미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종류를 원소라고 하면 될 것 같구나. 알려진 원소의 종류는 100개 남짓이고, 자연 속에서 발견되거나, 과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단다.

..

라부아지에 이후 과학자들은 원자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을 한단다. 톰슨, 러더퍼드, 보어, 슈뢰딩거까지 원자의 모형은 점점 베일을 벗었어. 슈뢰딩거가 이야기한 원자의 보형은 오비탈 모형이라고 하는데, 원자의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원자핵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가 일정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 그래서 전자를 특정위치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확률만이 존재한다고 했지. 아빠가 얼마 전부터 가끔 이야기한 양자역학의 본질인데, 여전히 어렵구나.

이 책에는 원자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단다. 원자들이 보여서 만들어내는 분자들실제 이 세상은 원자 하나로 존재하는 것보다 원자들이 보여서 분자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대부분이란다. 그 분자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원자와 원자들이 결합을 할 때, 전자를 주고 받으면서 결합하고 결합을 하고 나면 전자를 사이 좋게 공유하게 돼. 그 전자를 하나 잃거나 얻은 상태로 액체에 녹아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태를 이온이라고도 한단다. 그런 이온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있어. 물론 원자를 구성하는 핵심인 원자핵과 전자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있지.

….

그밖에 원소들의 종류를 설명해주면서 원소들이 비슷한 것끼리 묶을 수 있다며 그 원소들을 가족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대표적인 그 원소 가족을 소개해주었는데, 활동이 아주 활발한 할로겐 가족과 활동이 아주 게으른 비활성 가족의 원소들을 소개해주었단다. 아빠가 고등학교 때, 할로겐족이니, 비활성기체니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르더구나. 그때는 무척 어렵게 공부를 했는데 말이야.

….

그리고 동소체를 설명할 때는 형제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탄소 형제와 산소 형제를 이야기했단다. 앞서 아빠가 이야기를 하기를 원자들이 모여 분자가 만들어진다고 했잖아. 보통 원소들은 분자를 만들 때 같은 개수가 모여 하나의 분자를 만들게 된단다. 그런데 탄소와 산소 같은 경우는 결합하는 탄소의 숫자들이 다양해.. 탄소 원소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고, 흑연이 될 수 있고, 숯이 될 수가 있단다. 산소는 2개 만나 결합하면 우리가 숨 쉴 때 필요한 그 산소가 되고, 산소가 3개가 만나 결합하면 우리 몸에 그리 좋지 못한 오존이 된단다. 이렇게 같은 원소들로 되어 있으면서 분자구성이 다른 것을 동소체라고 해.. 이런 동소체에 대한 설명도 이 책에 나와 있단다.

 

2.

아빠가 생각하기에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런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이 써져 있어. 하지만 아빠와 같은 어른들이 봐도 나쁘지 않단다. 하나하나 정리를 해가면서 읽는다면 좋은 참고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 나중에 너희들이 조금만 더 큰 다음에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을 해 볼 생각이란다. 너희들이 과학에 관심이 조금 있는 편이니까 이 책도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사탕을 쪼개면 무엇이 남을까?

책의 끝 문장 : 방전에 의해 유리관 내에 전자가 흐르게 되는데, 여기에 수은 기체가 충돌해 자외선을 방출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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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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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다독가는 아니지만, 도서관서점에 관련된 소설들에 눈길이 간단다. 이번에 읽은 소설 <섬에 있는 서점>도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야. 책제목에 서점이 있어서 그냥 관심 두고 있다가 알라딘 헌책방에 들렀다가 구입을 했단다.

섬에 있는 서점을 상상해 봤어. 비록 돈은 많이 벌지 못하겠지만, 서정적이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져 멋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더욱이 바닷가가 보이는 서점이라면… 아그런 서점을 갖고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만큼의 수입은 있어야겠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든 것을 다 얻기란 참 쉽지 않구나.

 

1.

어밀리아 로먼. 나이틀리 출판사의 영업담당으로 처음으로 앨리스 섬에 있는 아일랜드 서점에 책을 홍보하러 갔단다. 원래 하비 로즈라는 사람이 담당이었는데,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어밀리아가 맡게 되었단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앨리스 섬. 그 섬에 유일한 서점인 아일랜드 서점. 그곳의 주인은 에이제이라는 사람이야. 어밀리아가 아일랜드 서점에 도착해서 에이제이를 만난 첫인상은… 깐깐함 그 자체였어책 팔기 어려운 사람. 에이제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들만 들여놓았어. 그래서 어밀리아가 적극 추천한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단다. 어밀리아는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갔어.

아일랜드 서점의 주인 에이제이…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일랜드 서점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운영이 되었어. 에이제이와 아내 니콜이 같이 잘 꾸려나갔거든. 일층은 서점이고 이층은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이었어. 그런데니콜이 교통사고로 그만 죽고 말았어. 그 이후 에이제이는 니콜을 잊지 못하고 늘 술만 먹고 식사는 냉동식품을 때우고 그랬어.. 그렇게 좋아하던 서점 일도 하는 둥 마는 둥 되었단다.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었지.

그는 서점 운영뿐만 아니라 책 수집도 했는데, 어느날 가지고 있던 희귀본을 잃어버렸어. 애드거 앨렌 포가 다른 필명으로 지은 시집 <태멀레인>이라는 책이야. 경찰서에 가서 신고도 했지만없어진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지. 마음을 비우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어. 그 일이 있고 한 달쯤 지났을 때인가누군가 서점에 아이를 버렸어. 25개월 된 마야라는 여자아이였어. 하필 그 아이를 발견한 것이 주말이라서보호소에 데려다 줄 수 없어서 에이제이가 마야를 주말 내내 봐주게 되었어. 근처에 사는 처형 이즈메이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 그렇게 주말 동안 마야를 봐주면서정이 깊게 들었고, 결국 에이제이는 마야를 정식으로 입양하게 되었어. 아빠로써 정성을 다했고마야를 통해 에이제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듯 했어. 술도 끊고먹는 것도 제대로 해 먹었지. 사랑스러운 마야에게 냉동식품을 먹일 수는 없잖아.

 

2.

마야가 여섯 살이 되었어. 그만큼 에이제이도 마야와 함께 변했어. 예전에 읽지도 않던 장르의 책들도 읽었어. 4년 전 어밀리아가 추천하면서 두고 간 <늦게 핀 꽃>이란 책을 우연히 읽었는데, 당시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읽으니 너무 감동적인 내용이었던 거야. 뒤늦게 어밀리아에게 미안하다고 전화하고 책이 좋았다고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다음에 서점에 들르면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했어.

음…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되는 거구나. 에이제이와 어밀리아의 사랑으로…. 그들이 그렇게 다시 만나고 에이제이가 어밀리아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겼지만 안타깝게도 어밀리아에게는 약혼자가 있었어. 하지만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어.. ㅎㅎ 또 몇 년이 흐르고 어밀리아는 다시 혼자가 되었어… 약혼자와 헤어진 거지…

에이제이는 어밀리아를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어. 그들을 다시 가깝게 만들어준 <늦게 핀 꽃>을 지은 작가를 초대해서 아일랜드 서점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하는 거야. 그런데.. 초대한 작가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순수하지 못한 술꾼이었어.. 결국에는 서점에 구토까지 하는 대형사고를 일으켰지. 그 사고가 대충 수습을 하고, 북콘서트에 왔던 어떤 여자가 어밀리아의 안테나에 걸렸어. 그 여자가 <늦게 핀 꽃>을 지은 진짜 작가라는 것을 눈치챘지그 여자가 대필 작가로 책을 쓰게 된 이유도 납득이 갔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란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어밀리아와 에이제이의 사랑을 더욱 싹트게 했다는 것이지. 그들의 사랑에 걸림돌은 없었어. 배를 타고 섬과 육지를 왔다 갔다 해야 했지만… 섬과 육지를 오가던 그들의 사랑은 결국 결혼으로 골인해서 서점에서 같이 살게 되었단다. 어밀리아도 사랑스러운 마야를 무척 사랑했단다.

  

3.

에이제이의 처형이 있다고 했잖아. 이즈메이라고… 이즈메이의 남편은 대니얼이라는 유명하지 않은 작가야. 초기작만 반짝 히트를 쳤고그 이후 작품들은 실패를 거듭했어. 그런데 이 대니얼이라는 사람이 바람둥이였어. 이즈메이는 그 사실을 알면서 참고 살았어. 그러다가 결국 에이제이의 결혼식을 다녀 오는 길에 폭발하여 다니얼과 부부싸움을 차 안에서 심하게 하다가 트럭에 치이게 되었고그 사고로 다니얼은 그만 죽고 말았어. 물론 이즈메이도 크게 다쳤지..

.

시간이 또 흐르고, 어느덧 마야는 고등학생이 되었어.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마야는 직접 단편소설을 써서 대회에 입상하기도 했단다.

에이제이의 친구이자 앨리스 섬의 경찰인 램비에이스… 오래 전부터 이즈메이를 짝사랑했는데, 이제서야 그 짝사랑이 이루어져 램비에이스와 이즈메이는 같이 살기로 했어. 이즈메이 집에서 우연히 그 책을 발견했어. 에이제이가 오래 전에 잃어버렸다고 한 애드거 앨렌 포의 시집 <태멀레인말이야.. 그것도 크레파스로 비뚤 빼뚤 ‘마야’라는 낙서가 되어 있었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램비에이스는 지금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모른 척 하기로 했어.

얼마 후 에이제이가 가끔 정신을 잃곤 해서 병원에 갔는데그만 머리에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어. 그것도 아주 늦게 발견되어 그는 오래 살 수 없다고 했어. 큰 수술이 필요했어. 그 수술이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지만수술할 돈도 없었단다. 이 소식을 들은 램비에이스는 조심스럽게 이즈메이에게 이야기를 꺼냈어. <태멀레인>이라는 책에 대해서 말이야.

그랬더니 진실을 이야기해주었어. 마야의 엄마는 메리언이라는 대학생이었는데, 메리언이 어느날 마야를 데리고 왔다고 했어. 마야가 대니얼의 딸이라면서 마야를 키울 수 있게 돈을 달라고 했어. 메리언 자신은 너무 가난했다고 했어. 이즈메이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지. 메리언을 그대로 내쫓았어. 가끔 술 중독에 빠진 에이제이를 돌봐 주러 가곤 하는데, 어느날 <태멀레인>을 보게 된 거야.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 책을 가지고 와서 메리언한테 주었었어. 돈 대신 말이야. 그런데메리언이 그 책이 분실된 책이라는 것을 알고 며칠 뒤 다시 찾아왔단다. 그때 메리언과 이즈메이가 말다툼을 할 때 혼자 있던 마야가 크레파스로 책에 낙서를 한 거야. 그 이후 메리언은 마야를 서점에 맡기고, 자신은 자살을 하고 말았던 것이란다.

그런 아픈 사연이 있었던 거야. 램비에이스는 그 책의 낙서를깨끗하게는 아니지만 잘 닦아서 서점에 갖다 두었고에이제이는 그 책을 팔았어. 책을 팔아서 돈이 생기기는 했지만, 에이제이는 확률 낮은 수술에 그 돈을 쓰고 싶지 않았어. 마야를 위해 남겨두고 싶었지. 하지만마야와 어밀리아가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해서 에이제이는 수술을 했단다. 그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결국 에이제이는 죽고 말았단다. 죽기 전에 에이제이는 마야에게 편지를 통해 책들을 추천해 주었단다. 참 현실적인 소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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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서점은 에이제이 덕분에 책을 좋아하게 된, 램비에이스와 이즈메이가 맡기로 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야기가 좀 식상한 면이 없지 않지만그리 나쁘지 않았어. 그리고 많은 작가들과 책들이 소개되었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책에 나온 작가들과 책들을 모두 적어둘 걸 그랬구나. 괜찮은 책 추천 리스트가 되었을 텐데 말이야.

이 책을 읽고 나니 서점을 하는 것도 무척 낭만적인 일이라는 생각도 들더구나. 그런데 동네 서점이 어려워서 문닫는 서점들이 많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란다. 아빠도 생각해보니 동네 서점을 가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구나. 대부분이 인터넷 서점이고, 오프라인 서점이라고 해봐야 대형서점이나 알라딘 헌책방이니 말이야.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서점은 있긴 있나 싶네… 한번 찾아볼까? 그리고 한번 동네 서점 나들이를 한번 가볼까?

 

PS:

책의 첫 문장 : 하이애니스에서 앨리스 섬으로 가는 페리 안, 어밀리아 로먼은 손톱에 노란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칠이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전임자의 메모를 보았다.

책의 끝 문장 : “램비에이스 씨, 당신에게 전해드릴 책이 있습니다!”

어밀리아의 어머니는, 소설 따위를 읽으니까 현실의 남자가 눈에 안 차는 거라고 곧잘 얘기했다. 그런 논평은 어밀리아에 대한 모욕인데, 왜냐면 전형적인 로맨틱한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책만 읽는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로맨틱한 남주가 나오는 소설도 나쁘진 않지만, 어밀리아의 독서 취향은 그보다는 훨씬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 P19

나는 인생에서 단편에 더 끌리는 시기를 여러 번 거쳐왔다. 그 중 한 시기는 네가 걸음마하던 시절과 일치한다. 내가 장편을 읽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니, 안 그래, 우리 딸? - P103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그는 마야에서 말하고 싶다. 이 책들을 읽으면 내 마음을 알 거야.

우리는 딱 장편소설은 아니야.

그가 찾고 있는 비유에 거의 다가간 것 같다.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의 인생이 그 말과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 P301

램비에이스는 잠시 말을 끊었다. "난 평생을 앨리스에서 살았어. 내가 나는 유일한 곳이지. 좋은 동네고, 이곳을 쭉 그렇게 살리고 싶어.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잖아. 이즈메이." - P310

나는 진심으로 아일랜드 서점을 사랑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고, 종교도 없다. 하지만 내게 이 서점은 이승에서 교회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은 신성한 곳이다. 이런 서점들이 있는 한, 출판업은 오래도록 이어져갈 거라고 확언한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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