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학고재 클래식 1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래 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책읽기를 권장하고 도서관 설립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 아빠의 기억이 맞다면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이었고, 그 프로그램의 책책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있었어. 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들도 자연스레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었단다. 그 책들 중에 숨어있는 좋은 책들도 많아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이드가 되기도 했었어. 그 때 소개되어 알게 된 책 중에 하나가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최순우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였단다.

이 책을 알게 된 지 오래되었는데, 읽기까지 참 오래 걸렸구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단지 세월이 빨리 흘러갔을 뿐이란다. 이 책을 구입해서 책장에 꽂아 놓은 지는 꽤 오래되었어.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읽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산사순례>에서 부석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단다. 그냥 부석사의 이야기를 읽기만 해도 최순우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산사순례>의 부석사 편에서 최순우님에 대한 일화를 실으면서 이 책을 이야기하셔서 더 늦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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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7 15일 오후 6, 국립중앙박물과 중앙홀에서는 <최순우 전집>(5)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도서출판 학고재가 제작비 전액을 부담해준 미담이 남아 있는 이 전집의 출간은 당시 학예연구실장인 소불 정양모 선생이 맡으셨고 편집 자체는 내게 떨어진 일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소불 선생이 급히 나에게 달려와 하시는 말씀이 식순에 선생의 글 하나를 낭독하여 고인의 정을 새기는 것이 좋겠으니 자네는 편집책임자로서 아무거나 하나 골라 읽게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거침없이 그러죠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소불 선생은 너무도 쉽게 대답하는 나에게 무얼 읽을 건가?”라며 되물었다. 나는 또 거침없이 그야 <무량수전>이죠라고 대답했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산사순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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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의 편견.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제목만 보고서, 이 책 전체가 부석사에 관한 글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읽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지. 참 대단하신 분이네, 부석사를 절 하나에 대해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쓰시다니이 책을 읽고 나면 부석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되려나 싶었어. , 그런데 이 책은 부석사에 관한 이야기만 적은 것은 아니었단다. 부석사에 대한 이야기는 한 꼭지에서만 다루었단다. 그렇다고 지은이 최순우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접은 것은 아니야. 오히려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단다. 왜냐하면 이 책 한 권에 우리나라의 문화재에 평가가 가득 실려 있기 때문이야. 그제서야 이 책의 부제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의 의미가 확 다가왔단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문화재들아빠가 모르고 있던 문화재들이 절반이 넘었어. 그러면서 느낀 것은 우리 문화재에 너무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한국의 미와 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조선 시대의 그림에 대한 소개, 전통 건축과 공예에 대한 이야기, 불상과 탑에 관한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토기와 도자기까지우리나라 문화재의 총집합이자 백과사전 같은 책이란다. 하나의 문화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원하는 이도 있지만, 이런 다양한 방면에 짧은 설명으로 된 책도 나쁘지 않았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빠는 문화재를 볼 때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보아도 그 문화재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을 모르겠는데, 지은이 최순우님은 우리 문화재 하나하나에 깃든 사연들을 이야기 주셨단다.

책의 중간을 넘어가면서, 최순우님의 글을 보기 전에 책 속에 나와 있는 문화재의 사진을 한참 쳐다보고 나서, 아빠도 마음속으로 그 문화재의 감상을 생각해보았단다. 그리고 나서 최순우님의 글을 읽어 보았어. 아마추어인 아빠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감상문을 읽고 나서야 그 문화재의 진면목을 다시 보게 되었단다. 나중에 국내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지역 주변의 문화재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 보고 이 책에서 그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잘 읽어보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은 모르고 있는 우리말이 참 많다는 것이란다. 문장의 앞뒤 문맥을 보면 그 뜻을 알겠는데, 그 단어는 처음 보는 말들이 많았어. “예를 들어… “ 이러면서 그 말들을 너희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 적어 놓은 말이 없구나. 아빠가 책을 거의 덮을 즈음에 이것을 깨닫고 이 말들을 적어 놓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말들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읽기는 좀 그렇고 말이야. 정작 너희들에게 책을 읽을 때 처음 보는 말이 나오면 적었다가 아빠나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하면서, 아빠는 그냥 넘겨버렸구나.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새로 알게 된 말에 대해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모르는 우리말이 나와도 앞뒤 문맥으로 보아 유추하거나 몰라도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되지 않아서 그냥 넘겨버리곤 했어. 지금부터라도 아빠도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말이 나오면 꼭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으로는 아빠도 꼭 그럴게. 이 책에 나오는 모르는 말들은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읽고 나서 리스트업해 주길 바래…^^

PS:

책의 첫 문장: 간혹 비행기를 타고 조국의 강토를 하늘에서 굽어보면 그림같이 신기한 밭이랑 논이랑의 무늬진 아름다움과 순한 버섯처럼 산기슭에 오종종 돋아난 의좋은 초가지붕의 정다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해줄 때가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이것이 과연 어느 왕공자의 조촐한 숨소리건 지체 있는 어느 선비의 잠 못 이루는 사색의 소리건 여전히 흥겨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간혹 비행기를 타고 조국의 강토를 하늘에서 굽어보면 그림같이 신기한 밭이랑 논이랑의 무늬진 아름다움과 순한 버섯처럼 산기슭에 오종종 돋아난 의좋은 초가지붕의 정다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해줄 때가 있다. 그리 험하지도 연약하지도 않은 산과 산들이 그다지 메마르지도 기름지지도 못한 들을 가슴에 안고, 그리 슬플 것도 복될 것도 없는 덤덤한 살림살이를 이어가는 하늘이 맑은 고장.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 강산에서 먼 조상 때부터 내내 조국의 흙이 되어가면서 순박하게 살아왔다.

- P25

뒷동산의 잘 생긴 바위 한 덩어리, 등 넘어가는 오솔길 한 갈래, 축동의 노목 한 그루에도 정령과 생명이 스며 있다는 생각, 즉 자연도 인간 못지않은 존귀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우리 민족은 믿고 있었다. 이것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사고이다. 어떤 의미로는 현대의 뛰어난 경륜을 지닌 지성보다도 한 걸음 앞선, 자연 보존의 존귀한 가치관과 신념을 지녔던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P37

추한 것이 진정 아름다운 것들을 짓밟는 행패 속에 얼마 안 남은 우리 주택 건축사의 결정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하나 그 아름다운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물론 세계의 각 지역 간에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오늘날 현대 한국인의 생활에서 오로지 주택문화만은 고격을 고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판 없이 남의 것만을 새롭고 곱게 보려는 풍조는 우리 민족처럼 틀이 잡힌 문화전통을 가진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P79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은 청자 비색의 아름다움과 곡선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위에 또 하나 상감의 아름다움이 곁들여진다. 이 청자 상감의 기법은 오로지 고려 도공들만이 보인 창의였다. 벽옥같이 푸르고 갓맑은 살갗 위에 검고 희게 수놓인 상감의 아롱진 무늬들이 마치 흘러간 고려 문화의 꽃 그림자처럼 차가운 청자 살갗 위에서 파시시 숨을 쉬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백학이, 그리고 얼마나 많은 흰 구름장이 고려 도공들의 망막을 스치고 지나갔을까. 학, 그리고 또 학, 학은 고려 사람들의 마음속 하늘을 나는 하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 P97

한국미가 지니느 장점의 하나는 구수함이요 또 은근스러움이며 때로는 익살스러움일 수도 있다는 것은, 이러한 서민적인 대상 속에서 숨김도 과장도 없이 풍겨나는 일종의 흥겨움을 지칭하는 것이다. 고려자기나 조선자기 또는 불상조각이나 건축 등 각 분야의 작품에서 이러한 아름다움의 요소를 느낄 수 있는 대상이 발견된다면, 이것은 대부분이 서민 자신들을 위하여 자신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작품에서 농후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왕실의 권위나 종교의 권위를 돋우기 위한 작품 같은 것에는 그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위엄과 기교가 앞서야 되고, 따라서 한국 사람들의 본바탕 생활문화나 생활감정을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서민감정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못했던 것이다. - P186

명상적인 조용한 빛깔과 은은하고도 지체 있는 청자의 질감이 고려시대 상형청자의 아름다움에 고요와 신비의 생명감을 불어넣어주었다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대개 공예 조각이란 예술의 경지에까지 미치지 어려운 경우가 많고, 따라서 지나친 잔재주와 아첨이 깃들인 속물이 되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고려의 상형청자 작품들을 보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모두 늣늣하게 때를 벗었다는 느낌을 깊게 받게 된다. 더구나 다루기 어려운 청자연적이나 문진 같은 작은 문방구들의 경우만 보더라도 조형이 자칫 복잡해질 듯싶지만 도리어 간명하고 순진하며 물체가 지닌 습성과 아름다움의 기미를 너무나 잘 살렸을 알 수 있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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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 마카롱 에디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어렸을 때 책 읽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어떤 여름에 읽었던 책들이 기억이 나는구나.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였던 것 같아. 여름방학인데, 친구들과 노는 것도 지치고 딱히 할 것이 없을 때 외삼촌댁에 갔다가 사촌형들이 읽던 책들을 살펴보게 되었단다. 그 중에 세계문학 문고판들이 눈에 들어왔어. 좀 읽다가 어려워서 관두기 일쑤였는데,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비롯하여 몇 편은 눈에 들어와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그 중에 하나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였어. 여름날 방안에 선풍기 틀고 배 깔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보던 기억이 생생하구나.

오늘날 <지킬박사와 하이드>라고 하면 원작 소설보다 각색된 뮤지컬로 더 유명하단다. 지금까지 본 뮤지컬을 손으로 헤아릴 수 있는 아빠도, 그 한 손가락이 바로 <지킬박사와 하이드>이니 말이야. 어떤 사람은 그 뮤지컬만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본 사람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유명해진 뮤지컬 덕에 원작 소설도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구나.

아빠도 어린 시절 읽어보긴 했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었어. 얼마 전에 <프랑켄슈타인>을 읽었잖아. 그런데 문득 이 소설이 연상되더구나. 그래서 읽고 싶은 마음을 좀 더 키워서 이번에 <지킬박사와 하이드>을 읽게 된 것이란다. 예전에 아빠가 초등학교 때 읽었을 때 소설의 제목은 하이드가 아니고 하이드 씨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하이드더구나.

지은이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소설이 유명해서 지은이는 누구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라는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이름이 낯익지? 책 뒤편의 작가 소개를 읽어봤는데, 아니, 이럴 수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바로 <보물섬>을 지은 그 사람이었던 거야. 얼마 전에 너희들도 <보물섬>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잖니오호, 신기하구나. 너희들에게 당장 이야기해주었잖아. 아빠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아니? ㅎㅎ 바로 너희들이 얼마 전에 읽은 <보물섬>의 지은이야그 사실을 안 너희들도 덩달아 좋아하고.. 별 것 아니지만,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된 기쁨에 작은 행복감마저 느껴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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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그럼 이 책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해줄게. 이 책의 제목이 <지킬박사와 하이드>이지만, <지킬박사와 하이드>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지은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중단편을 엮은 책이란다. 그래서 몇 편의 소설들이 있는데, 그 중에 몇 개 이야기해줄게.

처음은 당연히 <지킬박사와 하이드> 변호사 어터슨은 사촌 엔필드로부터 경험담을 하나 들었어. 어떤 밤에 아이를 짓밟는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모습이 혐오스럽게 생긴 사람이라면서 그 사람의 이름이 하이드라고 했어. 어터슨은 하이드를 본 적은 없지만, 그 이름은 잘 알고 있어서 놀랐어. 왜냐하면 어터슨의 오랜 친구이자 고객인 헨리 지킬 박사의 유언장에 그 이름이 적혀 있었거든. 헨리 지킬의 유언장에 따르면 자신이 죽거나 실종이 되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하이드에게 주라고 했어.

사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터슨은 지킬의 유언장을 믿을 수 없었어. 더욱이 최근에 지킬의 행동이 좀 이상했거든.. 그리고 사람들과 만남을 피하고 은둔의 생활을 이어와서 더 이상했지. 어터슨은 또 다른 친구 래니언 박사를 찾아가 지킬에 대해 물어보니, 만난 지 오래되었다고 했어.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지킬이 활기를 되찾고 옛모습을 되찾은 듯 했어.

그런데 어떤 유명한 하원 의원이 죽은 사고가 일어났어. 그 범인은 바로 하이드였어. 이 사건이 일어난 이후 지킬은 또 다시 실험실에 은둔 생활을 시작했어. 어터슨은 다시 걱정을 했는데, 어느날 지킬의 하인 풀의 연락을 받고 그의 집으로 갔어. 실험실에서 나오지도 않고 약품들을 사오라고만 시킨다는 거야. 그리고 목소리가 지킬 박사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이지. 어터슨이 와서 들어보니 목소리는 분명 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하이드의 목소리였어. 하이드가 지킬을 죽였다고 확신했어. 무서웠지만 어터슨과 모여있던 사람들은 합심해서 문을 밀치고 지킬의 실험실에 들어갔어.

지킬은 없었어. 하이드만 쓰러져서 죽은 듯 했어. 지킬이 그 자리에 없다는 이야기를 아직 살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어. 그런데 그 실험실에는 지킬이 쓴 장문의 편지가 있었단다.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어. 지킬 박사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는 약을 만들게 되었다고 했어. 그래서 하이드로 변신을 한 것이지. 지킬 박사는 명망 있고, 존경 받는 사람이었어. 그만큼 어쩌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 점잖게 살아야 했지. 하지만, 하이드로 변신을 하면 악행도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는, 어떤 면에서 보면 자유를 누렸어. 어떤 나쁜 짓을 해도 다시 약을 먹고 지킬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되니까

그런데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는데,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하이드로 변하게 된 자신을 보았지. 당황했을 거야. 다시 약을 먹고 지킬 박사의 모습으로 변신했어. 그리고 한 동안 지킬 박사는 하이드로 변신하지 않았어. 다시 지킬 박사로 돌아올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욕망은 그를 움직였단다. 다시 하이드로 변신했어. 심지어 사람까지 죽였어. 그리고 이젠 약을 먹지 않고 있어도 툭하면 하이드로 변했어. 그래서 다시 지킬로 바꾸려고 약을 먹고, 하지만 또 얼마 안 있으면 또 하이드로 변했어. 그리고 이젠 약도 들지 않았어. 예전에 만들었던 약을 다시 만들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지. 실험실에 하이드의 모습으로 숨어 지내던 지킬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음뿐이었단다.

여기까지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란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그리고 이중성 중에 하나는 겉으로 잘 나타내지 않고 말이야. 겉으로 보여주지 않는 그 모습의 이름은 욕망인가? 그 욕망을 참으며 사는 것이 또 사람인 것 같구나. 가끔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터지는데, 그들에게 마약은 혹시 하이드로 변하게 했던 약물은 아니었나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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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소개된 <시체도둑>은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는구나. 전직 의사였지만 지금은 시골에서 술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페츠. 그 시골에 온 옛 동료 맥팔레인을 만나는데 분위기가 이상했어. 페츠의 친구들은 그들의 관계를 추측해 보았어. 페츠와 맥팔레인은 의사 초년생일 때 그들의 스승(유명한 사람)의 심부름을 도맡았어. 해부 실험으로 쓸 시체를 몰래 거래하는 일이었어. 그런데 어느날 페츠가 알고 있던 사람이 시신을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 며칠 전만 해도 건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페츠는 이 시신들이 어떻게 오는지 궁금했고, 이 일에 대해 신고를 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거야. 어떤 날은 맥팔레인을 괴롭혔던 사람이 시신으로 왔어. 페츠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지만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단다. 나중에는 그들의 스승이 묘지에 있는 시신까지 가져오라고 시켰단다. 페츠와 맥팔레인은 두려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들은 비가 쏟아지는 짙은 밤에 찾아가서 이제 막 장례식장을 마친 묘지를 파내서 시신을 가지고 왔어. 그런데 시신을 확인해보니, 얼마 전에 이미 시신을 해부까지 했던 맥팔레인을 괴롭혔다가 죽은 바로 그 사람이었던 것이야. 이 일인 있고 페츠는 의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살게 된 것이고, 맥팔레인은 계속 의사일을 해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였어. 아빠가 줄거리를 제대로 기억하고 쓴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였단다.

….

또 하나 <오랄라>라는 소설도 괜찮았어.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소재가 조금 식상하긴 했지만, 당대에는 호기심 가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부상당한 장교가 의사의 조언으로 시골의 어떤 집에 요양을 가기로 했어. 그 집은 중년의 안주인과 아들 펠레페와 딸 오랄라가 있었어. 시골집의 안주인은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졸기나 하는 그런 사람이었고, 아들 펠리페는 약간 덜 떨어진 사람이었어. 그에 반에 딸 오랄라는 지성과 미모를 고루 갖춘 사람 이었단다. 장교도 딸 오랄라를 한 눈에 반했어. 그래서 딸 오랄라와 썸씽이 이루어지고, 오랄라는 어떤 이유에 의해서인지 피하게 되고...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란다.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어. 그래서 아빠가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소재가 조금 식상하다고 한 것이란다. 그래도 이 이야기도 나름 재미있었단다.

….

이렇게 세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아빠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책을 덮고 난 후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리지는 것 같구나. 메모를 해놓지 않으면 줄거리가 가물가물하구나. 앞으로 메모를 잘 해놓던지, 아니면 일고 바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하던지 해야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 어터슨 변호사는 무뚝뚝하게 생긴 사람으로 밝게 미소 짓는 법이 없었다.

책의 끝 문장 : 윤리적인 편협함 따위도 결코 없었고, 삶의 더 큰 제약들을 말하는 대신 그저 넌지시 알리거나 우리가 시간과 공간의 아라베스크에서 감지하는 것 같은 그런 종류의 느낌을 전달했다.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외모를 보면 뭔가 정상이 아닙니다. 뭔가 불쾌하고 뭔가 아주 혐오스러워요. 이렇게 싫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정말 처음이었는데 그 이유를 딱히 알 수가 없어요. 어딘가 기형인 게 분명해요. 어디라고 꼬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하여튼 기형의 분위기가 강하게 납니다. 정말 특이하게 생긴 사람인데 저로서는 도저히 묘사할 수가 없네요. 그래요, 할 수가 없어요. 설명이 안 되네요. 기억을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지금도 눈 앞에 생생히 떠오르거든요." - P35

그 진실이란, 인간은 진정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이다. 내가 둘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내 지식이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기 대문이다. 같은 선상에서 혹자는 나를 뒤따를 것이고, 혹자는 나를 앞질러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내가 감히 추측건대 인간은 결국 여러 개의 모순되면서도 각기 독립적인 인자들이 모인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내 경우, 내 삶의 본성이 한 방향으로만, 오직 한 방향으로만 절대적으로 전진했다. 그것은 도덕적 측면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나란 인간 속에서 철저하고 근본적인 인간의 이중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내 의식 속에는 서로 갈등하고 있는 두 개의 본성이 있으며, 비록 내가 그중 어느 한쪽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하더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내가 양쪽 모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찍이 애 과학적 발전의 경로를 통해 두 본성을 분리하는 기적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기 전에도 나는 그러한 몽상을 즐기곤 했었다. - P106

그러나 나는 지금 고백함에 있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런 과학적 부분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첫째는, 우리 인간은 인생의 불운과 고난을 영원히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것, 그 짐을 던져버리려고 시도하면 그것이 더욱 낯설고 더욱 끔찍한 무게로 되돌아와 우리를 짓누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불행히도, 내 이야기를 들으면 자명해지겠지만, 그 발견이 결국 불완전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자연적 육체에서 정신을 구성하는 어떤 힘이 발산되어 빛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뿐 아니라 그 힘의 주도권을 빼앗은 후 제2의 형태와 모습으로 대체하는 약을 제조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제2의 형태라는 것 또한 내 영혼의 근저에 있는 요소들을 표현하고 그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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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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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유홍준님의 책을 읽었단다. 아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유명한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 그가 쓴 책들을 읽곤 했단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읽었어. 이 책에 아빠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란다.

언젠가부터 절이 좋아졌단다. 절이 주로 한적한 산 속에 있고, 절에 가면 평온함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가아무튼 절이 좋아졌어. 그래서 너희들과 여행을 가게 되면, 주변에 괜찮은 절이 있나 알아보고, 절을 찾게 된단다. 요즘에는 가끔씩 108배도 하곤 하는데, 그러면 몸과 마음에 잠시 안정을 찾는 것 같았어. 예전에 심인보님의 <곱게 늙은 절집>이라는 책도 괜찮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유홍준님은 절 여행기를 어떻게 맛깔나게 쓰셨나? 궁금하더구나. 그래서 주문을 해서 읽었단다.

이번에 읽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는 작년에 우리나라 산사 일곱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출간한 책이란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서 절에 관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고 일부 내용들을 수정해서 출간한 것이라고 했어. 이런 것을 사실 아빠가 책을 사기 전에는 몰랐어. 책에 대한 내용이나 차례 같은 안보고 그냥 샀거든대부분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일 텐데, 처음 읽는 것처럼 읽었단다. 아빠의 기억력이 그렇지 뭐아주 간혹, ‘맞다, 이런 내용이 있었지…”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적도 있긴 했었지만, 대부분은 기억이 안 났어. ㅠㅠ.

그래도 조금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단다. 집에 모셔둔 책들을 뒤져보면 다 있는 내용일 텐데 말이야. 예전의 책들을 짜깁기하고 일부 내용 편집해서 엮은 책이란 걸 진작 알았다면, 책 사는 것을 고민했을 거야. 뭐 이미 산 것, 어쩌겠니. 즐겁게 다시 읽어야겠다며 책을 읽었단다.

아참, 우리나라 산사 일곱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되었다고 했잖아. 그 일곱 곳이 절은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이렇게 일곱 곳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이 책에 위 일곱 곳이 모두 소개된 것은 아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된 절들만 소개된 것은 아니야. 북한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표훈사에 있는 절까지 포함해서 모두 스무 개의 절을 소개하고 있단다.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처음으로 나왔던 것이 1993년이었다고 하니, 어느덧 시간이 25년이나 흘렀구나. 그때 답사했던 그곳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 절이나 문화유산은 장소를 정하는 곳도 신중히 하고, 주변 환경과도 잘 어울리게 지은 것이 장점인데, 최근에 증축이다 복원이다 하면서 지은 건물들은 조화와 균형을 깨뜨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어. 공감 가더구나.

아빠도 어떤 절의 경우는 십여 년 만에 가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때 예전에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다른 모습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변한 모습이 썩 마음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 왠지 어색하게 변해서 기분을 살짝 상하게 했어. 증축이나 복원을 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하고 할까? 아빠 같은 보통 사람들도 어색함을 느낀다면, 그들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알고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냥 지은 것일까? 안타깝더구나. 문화유산을 보존하겠다 마음을 먹었다면, 처음 만들거나 지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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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그러나 좋은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그것이 건축적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에서 건축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이다. 조용한 산세에는 소박하게, 화려한 산세에는 다채롭게, 호방한 산세에는 기세 좋게 건물을 세운 것이 우리 산사 건축의 미학이다. 전국 각 산사의 건축이 비슷한 것 같지만 자연과의 어울림은 모두가 저마다의 여건에 따라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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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빠가 여행을 하면서 주변의 절을 간다고 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절들 중에 많은 절들을 아직 가보질 못했구나. 배흘림기둥의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부석사, 차 밭으로도 유명한 순천 선암사 등등 벌써 점 찍어 놓은 절들이 있구나. 아빠가 가 본 절들도 많이 소개가 되었어. 절이 좋다고 하지만, 그 절에 대한 많은 느낌은 없었는데, 유홍준님은 절을 다녀오면서도 참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우시는 것 같구나. 미학 전공이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문화유산을 대하는 자세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아.

아빠도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데, 실천이 참 어렵더구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여행을 하는 순간의 아빠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나중에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추억의 아주 작은 조각으로만 남겨두게 되는구나. 아빠가 제대로 여행기를 안 쓰면서, 너희들에게 한번 써보라고 권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알지만, 그래도 여행기는 짧게라도 써보는 게 어떨까 하는 게 아빠의 생각이란다.

,,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에 나오는 절들을 모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위 도장깨기라고 했던가. 물론 북한에 있는 절들은 어렵겠지우리나라에 있는 절들이라도 우리 같이 한번 가볼까?

PS:

책의 첫 문장 : 우리나라의 산사(山寺) 7곳이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책의 끝 문장 : 금강의 맥박은 지금도 그렇게 울리고 있는 것이다.


비탈길은 사람의 발길을 느긋하게 잡아놓는다. 제아무리 잰걸음의 성급한 현대인이라도 이 비탈길에 와서는 발목이 잡힌다. 사람은 걸어다닐 때 머릿속이 가장 맑다고 한다. 여러분 생각해봐라. 직장에서 집까지,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머릿속에서 무엇을 했나. 돌아오는 길은 어떠했나. 최소 하루 두 시간 자기만의 명상 시간을 갖고 있는 셈인데 대부분은 그 시간을 소비해버리고 있다.
그러나 비탈길은 그런 경박과 멍청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무리 완만해도 비탈인지라 하체는 긴장하고 있다. 꾹꾹 누르는 발걸음의 무게가 순례자의 마음속에 기여하는 바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생각은 걷는 발뒤꿈치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는 것이다. - P28

부석사의 절정인 무량수전은 그 건축의 아름다움보다도 무량수전이 내려다보고 있는 경관이 장관이다. 바로 이 장쾌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기에 무량수전을 여기에 건립한 것이며, 앞마당 끝에 안양류를 세운 것도 이 경관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안양루에 오르면 발아래는 부석사 당우들이 낮게 내려앉아 마치도 저마다 독경을 하고 있는 듯한 자세인데, 저 멀리 산은 멀어지면서 소백산맥 연봉들이 남쪽으로 치달리는 산세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이 웅대한 스케일, 소백산맥 전체를 무량수전의 앞마당인 것처럼 끌어안은 것이다. 이것은 현세에서 감지할 수 있는 극락의 장엄인지도 모른다. 9품 계단의 정연한 질서를 관통하여 오른 때문일까. 안양루의 전망은 홀연히 심신 모두가 해방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지루한 장마 끝의 햇살인들 이처럼 밝고 맑을 수 있겠는가. - P35

수덕사 대웅전 건축은 그 구조와 외형이 아주 단순하다. 화려하고 장식이 많아야 눈이 휘둥그레지는 현대인에게 이 단순성이 보여주는 간결한 것의 아름다움,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수식이 가해지지 않은 필요미(必要美)는 얼른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안정된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덕사 대웅전의 저 간결미와 필요미가 연출한 정숙한 아름다움에 깊은 마음의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도 가벼운 밑화장만 한 중년의 미인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이다. - P179

조선의 소나무는 그래도 죽지 않고 여기 이렇게 사철 푸르게 살아 있지 않은가. 웬만한 소나무는 그 칼부림, 도끼날에 생명을 다했을 거이련만 조선의 소나무는 그 아픔의 상처를 드러내놓고도 아리따운 자태로 늠름히 살아 있지 않은가. 저 푸른 소나무에 박힌 상처는 우리가 극복해낸 역사적 시련의 상처일 뿐이다. 아무리 모진 시련도 우리는 그렇게 꿋꿋이 이겨왔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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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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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그 유명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아빠도 마찬가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소설보다 영화나 만화를 통해서 먼저 만나지 않았을까 싶구나. 어렸을 때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편집된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본 이들은 많겠지만, 원작소설로 읽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아빠는 줄거리는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의 원작을 읽는 것을 좋아한단다. 아빠가 알고 있는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거나, 기억이 오래되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읽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을 이야기하기 전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은이의 이야기를 먼저 해주어야겠구나.

지은이 메리 셸리. 그리고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썼을 때 메리의 나이는 고작 열여덟 살이었다고 하는구나. 완전 어메이징 메리로구나. 메리 셸리는 1797년 영국에 태어났대. 그의 부모 역시 유명한 사람이었다는구나. 메리 셸리의 아버지는 급진 정치사상가인 윌리엄 고드윈이고, 메리 셸리의 어머니는 유명한 여성주의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였다고 하는구나. 그런 진보적인 부모님의 유전자를 받아서였나? 그 옛날 영국이라는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런 SF 소설이자, 공포 소설을 쓰다니그것도 십대 소녀가 말이야

메리가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했어. 아버지는 재혼했는데, 계모의 질투로 어린 메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했어. 하지만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많은 책들을 읽었고, 아버지와 친구들이 나눈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대. 열다섯 살에 아버지의 제자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졌고, 2년 뒤에는 그와 함께 프랑스로 도망갔다고 하는구나. 퍼시 비시 셸리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고 해.. 아버지와 의절까지 한 사랑의 도피였어. 그 사랑의 도피에서 아이를 임신했지만 유산을 하였어. 그리고 남편의 버림을 받은 퍼시의 아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퍼시의 아내가 죽고 나서 퍼시와 메리는 정식으로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었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던 메리와 퍼시. 그들은 결혼한 해인 1816년 남편 셸리와 메리는 제네바에서 여름을 보냈어. 퍼시의 지인들과 함께 보냈는데, 그 자리에서 괴담 하나씩 짓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때 메리는 이 소설을 구상하였고, 1818년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메리와 퍼시의 결혼 생활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랑에 비해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어. 누구는 퍼시가 아내를 버려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것에 대한 죗값이라고 하기도 한단다. 아이들을 다섯 명이나 낳았지만, 네 명이 일찍 죽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1822년 남편이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나 죽고 말았어. 이후 혼자 지내며 소설과 여행기를 적었고, 1851년에 뇌종양으로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프랑켄슈타인>의 걸작을 지었지만, 메리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구나.

1.

어떤 사람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란다. 사실은 괴물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 모습이 흉측해서 괴물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야. 괴물도 본성은 착했으나, 편견을 가지고 자신을 보는 인간들로 인해 괴물이 되었던 것이란다. 그럼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해줄게.

로버트 월턴이라는 영국사람이 있었어. 러시아에서 항해를 시작했는데, 어느날 떠다니는 빙산에 고립되어 있는 어떤 사람을 구출해 주었어. 그는 몹시 지쳐 있었고, 거의 탈진 상태였어. 그는 자신이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했고, 자기로부터 도망친 자를 찾는다고 했어.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배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었어.

..

빅토르는 제네바의 명문가 집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 그런데 출가한 아버지의 여동생이 죽고, 그 죽은 여동생의 딸 엘리자베트를 아버지가 데려와 키웠어. 빅토르에게는 고종사촌이었지. 빅토르의 고모는 나중에 커서 빅토르와 엘리자베트를 결혼시켜달라고 유언을 남겼단다. 빅토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척 착하신 분으로 엘리자베트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펴 주었단다. 그런데 빅토르의 열일곱 살 때 첫 번째 비극이 일어났단다. 당시 전염병이 돌고 있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그 전염병에 걸려 죽고 말았어.

그리고 얼마 뒤 빅토르는 잉골슈타트 대학에 진학을 했단다. 대학에서 빅토르는 자연과학과 당시 현대과학에 흠뻑 빠져들었고 2년 넘게 집에도 오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했단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빅토르는 어느날 개체 발생과 생명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생명체를 만들어보았단다. 다 만들고 난 생명체의 모습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칠 정도로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었어. 두려움에 빅토르는 집을 도망 나왔다가 빅토르를 찾아온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 클레르발을 만났어. 용기를 내어 클레르발과 함께 집에 가보니 그 괴물은 사라지고 없었단다.

2.

괴물은 사라졌지만, 괴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빅토르는 신경성 열병에 걸려 몇 달 동안 집에만 있었고, 클레르발이 극진히 병 간호를 해주었어. 몇 달 만에 회복을 한 빅토르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단다. 고향 집에서 온 소식인데, 동생 윌리엄이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거야. 고향 집으로 돌아오자 모든 가족이 상심에 빠져 있었어. 당시 정황을 들어보니, 살해한 이는 다름 아닌 자신이 만든 괴물인 것 같았어. 그래서 더욱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했단다.

그런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어. 그들의 사랑스럽고 착한 하인이자 친구인 유스틴이 범인이라는 증거들이 나타났어. 유스틴은 당황했고, 엘리자베트가 유스틴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재판은 유스틴의 유죄를 선고했고, 유스틴은 처형을 당했단다. 계속된 안 좋은 일로 빅토르는 다시 신경 쇠약 증세를 보였어. 그래서 아버지의 제안으로 다 같이 몽블랑으로 여행을 갔단다. 몽블랑에서 기운을 좀 차린 빅토르는 혼자 빙벽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만든 괴물을 만나게 되었단다.

괴물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했어.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는 아파트를 빠져 나와 도망만 다녔대. 그를 본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가니까 말이야. 산속에서 피신에 지내다가 한적한 시골의 어느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머물렀대.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몰래 살피면서, 말도 배우게 되고 글도 배우게 됐다고 했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참 착한 사람들이었어. 눈 먼 노인 드라세와 그의 아들 펠릭스와 딸 아가타가 있었어.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어. 그들은 원래 파리에 명망 있는 집안으로 돈도 많은 부자였어. 그런데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아랍상인을 탈출시켜주는 일을 도왔고, 그 아랍상인이 그들을 배신하는 바람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되었단다. 결국 파리에서 쫓겨나 지금의 시골에서 살고 있는 것이야. 그러나 그들은 품성이 착해서 시골에서 살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았어. 그들이 도왔던 아랍상인은 나쁜 사람이라 배신을 했지만, 아랍상인의 딸 사피는 착해서 그들의 집에 찾아왔단다. 사실 펠릭스와 사피는 사랑하는 사이였거든. 그렇게 사피도 같이 시골집에서 살게 되었어. 이렇게 착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외모보다 마음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랜 칩거에서 벗어나기로 용기를 가졌단다. 그리고 자신도 그 가족들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했어.

먼저 낮에 홀로 집에 있는 장님인 노인에게 말을 걸었어. 노인은 친절하게 대해주었어. 그런데 외출했다가 돌아온 젊은이들은 괴물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심지어는 혼절까지 했단다. ‘괴물은 도망갈 수밖에 없었고, 그가 사람들에게 걸었던 기대를 저버리게 되었어.

3.

괴물또한 괴로워했어. 이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창조자를 찾아 복수하기로 했어. 빅토르의 고향 제노바를 찾아갔어. 그리고 윌리엄을 죽였던 것이고, 계속 그들의 가족 주변에 있다가 몽블랑에서 빅토르를 만나게 된 것이란다. 빅토르는 괴로웠지만, ‘괴물을 처치하기에는 괴물의 힘이 훨씬 셌단다. ‘괴물은 한가지 제안을 했어. 자신을 위로해 줄 반려자 한 명만 만들어달라고 했어. 그러면 그 새로운 괴물과 함께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서 사람들에게 방해를 안하고 그들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했어. 빅토르는 괴물의 말에 설득을 당했어.

빅토르는 친구 클레르발과 함께 영국 여행을 가기로 했어. 그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괴물을 만드는 것이었어. 클레르발과 여행을 하다가 헤어져서 한적한 숲 속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두막에서 그는 다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기 시작했어. 하지만 빅토르는 자신이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드는 것이고 그러면 두 괴물이 사람들을 죽이면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만들던 괴물을 파괴해버렸단다. 이 장면을 본 괴물은 다시 복수를 다짐했고, 그의 결과는 금방 나타났어. 친구 클레브발을 죽였던 것이야. 다시 충격에 빠진 빅토르. 다시 고향으로 왔어. 그는 충격에 빠졌지만, 미뤄두었던 엘리자베트와 결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어. 그런데 결혼식 날 괴물은 엘리자베트 마저 죽이고 말았어.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얼마 못 가서 돌아가시고 말았어.

이제 빅토르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어. 단 하나, 그 괴물을 제거하는 일.. 그것만이 빅토르가 살아갈 이유였단다. 그리고 괴물을 쫓다가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까지 온 것이라고 했어. 비록 구조가 되었지만, 빅토르는 이미 기력을 많이 잃었어. 결국 기력을 찾지 못하고 얼마 못 가 죽고 말았단다. 빅토르가 죽자 배에 괴물이 나타났어. ‘괴물은 늘 빅토르 근처에 있었던 거야. 아마 괴물은 빅토르를 설득해서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게 하려고 했을 거야.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자신과 동종의 존재. 하지만 이제 빅토르는 죽고 말았어. ‘괴물은 자신이 지금껏 해온 일에 대해 자기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어. 인간들이 자신의 외모만 보고 외면을 하니, 그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제 자신은 이 곳을 떠날 것이고, 더 이상 사람을 보지 않겠다면서 배를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역시 영혼은 그저 나약한 인간이었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야. 하지만 겉모습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사람답게 살수 없었던 것이야.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본능은 겉모습으로 편견을 갖게 되는 것 같구나.

,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공포 소설, SF 소설이 아니야.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갖게 되는 치졸한 인간상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빠는 어렸을 때 동화로도 프랑켄슈타인을 읽은 적은 없었고, 원작 소설로 읽은 것이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단다. 지은이 메리 셸리가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아 아쉬울 뿐이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그토록 불길하게 여기셨던 일이 별다른 탈 없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신다면 무척 기뻐하시겠지요.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순식간에 세찬 파도에 떠밀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우연한 한 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 - P129

또 다른 깨달음 몇 가지는 내 가슴에 더 깊이 새겨졌다. 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에 대해서도 들어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갓난아기의 미소에 얼마나 무조건적으로 기뻐하는지, 아이가 좀 더 자라면 활기차게 뛰어나오는 그 모습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 고귀한 임무에 어머니의 삶과 관심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으며, 아이의 마음이 어떻게 지식을 확장하고 얻어나가는지를 배웠고, 형제, 자매, 그리고 한 인간을 다른 인간과 상호 유대로 묶어주는 다양한 인간관계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 P161

힘겨운 행군에 지칠 때면 밤이 올 때까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밤이 되면 내 소중한 사람들의 품 안에서 현실을 만끽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들을 향한 내 사랑은 얼마나 괴롭고 괴로웠던가! 심지어 눈을 뜨고 있을 때고 내 온 마음을 사로잡던 그네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렸으며,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으려 얼마나 애썼던가. 그런 순간 내 안에서 불타던 복수심은 심장 속에서 죽어버리고, 그 악마를 파괴하기 위한 행보는 내 영혼의 열렬한 갈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늘이 내린 사명, 나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힘의 기계적 충동 같았다. - P287

하지만 내가 저주받은 괴물이라는 건 사실이다. 사랑스럽고 힘없는 이들을 무참히 죽였으니. 죄 없는 이들이 잠자는 사이에 그 목을 졸랐고, 나나 다른 살아 있는 존재를 한 번도 해한 적 없는 사람의 목덜미를 죽도록 그러쥐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사랑과 존경을 받아 마땅한 우수한 인물인 내 창조자를 불행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결코 치유할 수 없는 파멸의 길로 그를 쫓았다. 저기 그가 누워 있군, 하얗고 차가운 몸으로 죽어서. 당신은 나를 미워하겠지. 그러나 그 증오는 나 스스로 느끼는 혐오감에는 차마 비길 수도 없다. 나는 그 일을 집행한 손을 본다. 그런 상상을 품었던 심장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 눈길과 마주치고 그 행위가 내 생각을 온통 사로잡을 그 순간만을 갈망한다. - P302

안녕히! 이제 난 당신을 떠난다. 그리고 당신은 내 눈이 보게 될 마지막 인간이 되겠지. 이제는 작별이다. 프랑켄슈타인! 아직 살아 있어 내게 복수심을 품고 있다면, 나를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두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테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신은 내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할까봐 두려워 나를 파멸시키려 했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방식을 통해 당신이 아직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내 목숨을 원치는 않을 거다. 당신이 아무리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훨씬 크니까. 회한의 쓰라린 가책은 죽음이 영원히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한 상처 속에서 끝없이 곪아갈 테니까.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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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1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오류로 메리 셸리의 생몰연대가 1951년이
아닌 1851년으로... 그전에 표시해 주신 연대도...

고딕 소설의 쌍둥이 형제 같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
큘라>는 읽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원전으로
만나 보질 못했네요 책은 사두었지만요.

영화로도 보았는데 완전 비극의 연대기네요. 인간
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19세기 과학 기술문명
발전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 이후에 발생하게 되는 부수적 피해에 대한 메리
셸리식의 경고는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탄생을 다룬 또다른 소설도 읽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냥 소설로 읽을 적에는 몰랐
네요.

bookholic 2019-05-19 20:19   좋아요 0 | URL
오류 발견 고맙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메리 셸리에 관한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도 봤는데요.
이 <프랑켄슈타인> 탄생을 다룬 소설도 있었군요.
˝읽고 싶어요˝목록에 추가해야겠어요.
남은 휴일 즐거운 시간 되세요^^

카알벨루치 2019-05-19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인상적이었던 메리 셀리였는데, 라이프스토리가 기가 막히네요 작가들은 다 특출난 인생인듯 합니다 쩝!~재독하고픈 책이네요 ㅎㅎ

bookholic 2019-05-19 20:22   좋아요 1 | URL
간혹 소설보다 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소설가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나시면 함 재독하시고 멋진 리뷰 부탁드려요^^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고요~
 
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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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갈 즈음, 독일의 드레스덴에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대규모 폭격을 사건이 있었단다. 이 폭격이 꼭 필요했느냐는 질문과 함께 논란이 있었던 폭격이었다고 하는구나. 이 폭격으로 아름다운 고도 드레스덴은 사라졌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다음은 위키 백과에서 발췌한 드레스덴 폭격에 대한 내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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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폭격은 제 2차 세계 대전의 유럽 전선에서 마지막 몇 달 간 미국과 영국이 독일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 시를 대규모 폭격한 사건이다. 1945 2 13일에서 15일까지 네 번의 공습에서 영국 공군 (RAF) 소속 중폭격기 722대와 미국 육군 항공대(USAAF) 소속 중폭격기 527대가 드레스덴 시에 3,900톤 이상의 고폭탄 및 소이탄을 투하했다폭격과 그로 인해 발생한 화염폭풍으로 드레스덴 도심의 40 km²가 파괴되었으며, 22,700명 에서 2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미국 육군 항공대의 공습은 이후로도 세 번 더 이어졌다각각 3 2일과 4 17일에 있던 두 번의 공습은 철도 조차장을, 4 17일에 있던 적은 규모의 공습은 산업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

공격이 벌어진 직후의 반응과 종전 후 공격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논의는 드레스덴 폭격이 전쟁에 관한 도덕적 '유명 소송'의 일례가 되기에 이르렀다. 1953년 미국 공군 보고서는 이 작전을 독일의 전쟁 총력을 지원하는 110개의 공장과 50,000여명의 노동자를 수용하는독일의 군사 및 산업시설 표적 (주요 철도 교통시설 및 통신센터로 주장)에 대한 정당한 폭격이라고 옹호했다일부 연구자들은 다리를 폭격한 점과 같이 통신 기반시설 전부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며도심 외부의 대규모 산업 구역을 삼은 것도 역시 아니라고 주장했다폭격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엘베 강의 피렌체 (Elbflorenz)'라고도 언급되던 드레스덴은 군사적으로 중요성이 크지 않거나 전혀 없는 문화명소였으며드레스덴 폭격은 무분별한 지역폭격이고 전과에 상응하는 비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장되는 바에 따른 사망자수의 큰 차이는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1945 3월 나치 정권은 드레스덴 공습의 사상자 수를 200,000명으로 조작하여 언론에 발행하도록 명령했고추정된 통계에 따라 사망자수가 500,000명까지 늘기도 한다당시 시 당국은 희생자를 25,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2010년 시의회가 의뢰한 조사를 비롯한 여러 차후조사가 이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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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 드레드덴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이번에 읽은 커트 보니것의 <5도살장>이 바로 이 드레드덴 폭격을 배경을 소설이기 때문이야.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였으며, 작년에 아빠가 읽은 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에서도 소개된 책이었단다. 그래서 아빠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 커트 보니것은 세계 2차 대전에 직접 참전했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고, 드레스덴 폭격을 실제로 겪었다고 하는구나. 그 경험을 가지고 나중에 소설로 쓴 것이 바로 <5도살장>이란다. 소설이라고 하지만소설 속에서 나오는 세계 2차 대전 부분은 사실이라고 생각해도 된단다. 잔인하고 무서운 그 사건들이 100년도 안된 지구상에 실제로 있었던 것이야.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란다.

 

1.

지은이가 욘 욘슨이라는 이로 소설 속에 등장한단다. 소설 속에 욘 욘슨도 지은이 커트 보니것처럼 드레스덴 폭격을 겪었고, 커트 보니것처럼 작가야. 드레스덴 폭격의 경험을 겪은 지 20여 년이 지나고 나서 그 경험을 책으로 쓰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그와 함께 포로로 잡혀 있었던 빌리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책을 쓰기로 했단다. 그렇게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빌리 필그림. 1922년 뉴욕 주 일리엄 출생. 2차 세계 대전을 참전하였다가 독일군 포로가 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살아서 돌아옴. 전쟁 이후 검안사로 사업을 시작해서 큰 부자가 되었고, 딸 바버러와 아들 로버트이 있어. 그들은 이미 다 성장하여 딸은 결혼을 하였고로버트는 또 다른 전쟁에 참가하러 베트남에 가 있었어. 빌리는 검안사들과 함께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하러 갔다가 비행기가 추락하고 빌리 혼자만 살았단다. 머리에 부상을 입어 입원을 했지만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어. 불행은 연이어 오는 법인가. 얼마 뒤 아내도 세상을 떠났어.

그런데 그런 일들이 있고 나서, 빌리는 외계인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끌려가 한참을 살다가 오는 경험을 하게 돼.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끌려간 빌리는 그들의 행성에서 동물원 우리에 갇혀 지내고그들에게 지구인의 삶을 보여주는 구경거리가 되었단다. 하지만그 생활이 그리 비참한 것은 아니었어. 적당히 행복감도 느꼈다고 빌리는 생각했어. 그리고 얼마 뒤에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빌리가 갇혀 있는 우리에, 지구에서는 아주 유명한 여배우인 몬태나를 잡아와서 넣었어. 이제 우리 안에는 빌리와 아름다운 여배우 몬태나 이렇게 둘이었단다. 자연히 사랑도 하게 되고 아이도 태어나고 그랬지그렇게 한참을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잡혀 있다가 풀려나서 다시 지구로 돌아왔어. 몇 년을 살다가 돌아왔는데, 지구의 시간으로는 시간이 1초도 지나지 않았단다. 상대성 이론이 그런 거지….

빌리는 라디오에 출현해서 이 경험을 이야기했어. 빌리가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딸 바버러는 긴급히 집으로 달려왔어. 아버지의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생각을 한 것이지.. 노망이 들었다고사고의 충격으로 말이야. 그러나 빌리는 자신은 정상이라고 했어. (당연하겠지) 이 책을 읽는 이들 중에는 바버러의 생각처럼 빌리가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아빠는 빌리의 말을 믿기로 했단다. 이 세상에는 그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빌리와 같은 경험을 실제로 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단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믿지 않는 것이니까 말이야.

심지어 빌리 자신이 이미 1944년부터 시간이 풀렸다고 했을 때도 아빠는 빌리를 믿기로 했단다. 그런데 시간이 풀렸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의 삶 어느 순간으로 점프를 할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야. 그래서 이미 빌리는 자신의 삶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고 했어. 그래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죽음도 끝이 아니라 그저 한 순간이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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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빌리 필그림은 시간에서 풀려났다.

빌리는 노망이 든 홀아비로 잠이 들었다가 결혼식 날 깨어났다. 1955년에 하나의 문으로 들어갔다가 1941년에 다른 문으로 나왔다그 문으로 다시 들어가니 1963년의 자신이 나왔다자신의 출생과 죽음을 여러 번 보았다그는 그렇게 말한다그 사이의 모든 사건과 무작위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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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 그를 납치해 간 트랄파마도어인들도 그랬어. 트랄파마도어인들이 빌리를 납치한 이유가 자신들처럼 시간에서 풀려났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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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내가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는다 해도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여전히 과거에 잘 살아 있으므로 장례식에서 우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모든 순간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순간은 늘 존재해왔고앞으로도 늘 존재할 것이다트랄파마도어인은 예를 들어 우리가 쭉 뻗은 로키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그들은 모든 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봐서 알고 있고그 가운데 관심이 있는 어떤 순간에도 시선을 돌릴 수 있다마치 줄로 엮인 구슬처럼 어떤 순간에 다음 순간이 따르고 그 순간이 흘러가면 그것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여기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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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44년 룩셈부르크 숲에서 독일군에게 잡혀서 포로가 되었어. 독일군이 건네준 냄새 나고 더 떨어진 외투를 입고 다녀야 했어. 누가 알았겠어. 그 외투 속에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을 줄이야. 빌리는 포로로 잡혀 있으면서 같이 포로로 잡혀온 사람들과 이리 치이듯 저리 치이듯 독일군의 총부리에 따라 이동했어.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드레스덴이었단다.

시간이 풀려나는 능력이 있는 빌리는 그곳이 얼마 뒤에 큰 폭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자신이 살아남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어. 그리고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지도 다 알고 있었지. 그런데 그걸 지금 말한다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냥 입 다물고 지냈지. 드레스덴에게 그들이 갇혀 있던 것이 바로 돼지를 잡는 도살장이었고, 도살장 번호는 5번이었어. 바로 제5도살장이었지. 그곳에 머물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대폭격을 받게 되었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 남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발렌시아 머블과 결혼을 하고 검안사로 돈을 벌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그 사고에서 살아 남고…

아빠가 이렇게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소설은 빌리가 시간에서 풀려난 시간대로 이동하면서 이야기가 어찌 보며 뒤죽박죽 섞여 있단다. 한창 2차 세계 대전 중이었다가 시간이 풀려서 전쟁 후 결혼을 앞둔 시간으로 갔다가 다시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잡혀 간 시간으로 갔다가 비행기에서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 병원에 입원한 시간으로 갔다가, 다시 눈을 뜨면 제5도살장으로 돌아와 있었어. 언제 시간에서 풀려날지 몰랐고어디로 튀어갈 지도 몰랐어. 아무렴 어때주인공 빌리가 이야기하듯이 “뭐 그런 거지”

 

3.

이 소설이 쓰여진 것은 1967년이야. 그리고 소설 속 빌리는 자신이 죽는 순간인 1976년에도 갔다 와.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리 슬프지 않지. 그는 무한히 자신의 삶의 시간대에서 여기저기 점프를 하고 있을 뿐이니… 소설을 쓸 당시가 1967년이니까 1976년은 미래에 해당되잖아. 그가 다녀온 미래는 또 한번 큰 전쟁이 일어났어. 그래서 미국이 20개 나라로 쪼개져 있다고 했어. 실제 1976년의 미국의 모습은 여전히 하나의 나라였지만, 1967년에 생각한 미래의 모습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을 거야.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소련과 미국의 냉전도 심각한 시절이었으니,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던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그래서 지은이 커트 보니것은 경고했을 수도 있어. 너희들 그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산산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말이야. 전쟁의 비참한 경험을 그대로 적고 있고, 주인고의 아들은 자라서 또 다른 전쟁에 참여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미래의 모습을 경고해서인가, 이 소설이 반전 소설이라고 분류되기도 한다는구나.

시간대가 왔다갔다하고 지은이의 횡설수설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해서 줄거리를 쫓느라 정신 없었는데, 어느덧 책의 끝에 도착을 했단다. 아빠는 여전히 빌리의 말을 믿는다. 그의 말보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은 드레스덴 폭격 같은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다시는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겠지.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고민거리는 산더미같이 많으니까 말이야. 요즘 아빠의 게으름이 더해가는구나. 책읽기도 더딘데너희들에게 독서일기는 더욱 더디구나.. 올해 목표량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어 ㅎㅎ

 

PS:

책의 첫 문장 :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책의 끝 문장 : 새 한 마리가 빌리 필그림에게 말했다. “지지배배뱃?”


"지구인을 연구하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면 ‘자유의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전혀 몰랐을 겁니다. 나는 우주의 유인행성 서른한 곳을 찾아가보았고, 그 외에도 백 개 행성에 대한 보고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직 지구에서만 자유의지 이야기를 합니다." 트랄파마도어인이 말했다. - P113

포로가 된 미군 징집병을 처음 다루는 수용소 행정관들은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형제들 사이에서도 형제애는 기대하지 마라. 개인 사이에 응집력은 전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침울한 아이처럼 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캠벨은 독일인이 포로가 된 미군 징집병들을 만나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전쟁 포로들 가운데 가장 연민이 심하고, 우애가 가장 부족하고, 가장 더럽다고 알려져 있다. 캠벨은 그렇게 말한다. 그들은 서로 도울 능력이 없으며 이는 결국 자신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가운데서 나온 지도자를 경멸하고, 그를 따르려 하지도, 심지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도 않는다. 그가 자신들보다 나을 것이 없고, 따라서 허세를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 P116

도살장에 도착했을 때 빌리는 마차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 뒤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빌리에게 인생의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라고, 불행한 순간은 무시하라고 – 예쁜 것만 바라보고 있으라고, 그러면 영원한 시간이 그냥 흐르지 않고 그곳에서 멈출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선별이 빌리에게 가능했다면, 그는 수레 뒤에서 햇볕에 흠뻑 젖은 채 꾸벅꾸벅 졸던 때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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