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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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김상욱 교수님의 책을 읽었단다. 그동안 아빠가 읽은 김상욱 교수님의 책들은 과학 본연의 주제를 담고 있었고, 특히 김상욱 교수님의 전문 분야인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어. 이번에 읽은 책은 과학보다는 조금 멀고, 우리 일상에 좀더 가까운 글들이었단다.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 제목도 좋았단다. 가끔 책 제목이 <떨림과 울림>인지, <울림과 떨림>인지 헛갈린 때가 있지만 말이야.

..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세상 만물은 모두 떨림이 있다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 것도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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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서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 공기가 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의 귀까지 전달해준다. 빛은 떨림이다.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우리 주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전자기장의 떨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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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 아닌 떨림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더 좋았단다. 진동이라고 하면 왠지 과학 용어처럼 보이지만, 같은 뜻이라도 떨림이라고 하니 가슴 떨림이라는 말도 생각나고 말이야. 아무튼 우리 세상은 모두 떨림이란다. 심지어 빛도 떨림이라는 것이지. 138억년 전 우주의 탄생과 함께 탄생한 빛은 아직도 우주 전체를 떠돌고 있다는 것이 100년도 못사는 인간의 뇌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인 것 같구나.

1.

이런 신기한 빛은 옛사람들에게도 신비함 그 자체였단다. 빛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던 사람들의 노력들무모해 보이지만,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고 했던 사람들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단다. 오늘날 빛의 속도는 파장과 진동수를 곱한 것으로 정확히 구할 수 있다는 하는구나. 빛은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으니까, 파동의 속도 = 파장 x 진동수. 이 공식을 이용한 빛의 속도는 299,792,458m/s. 문득 이 숫자들을 외워볼까 싶었는데, 늙어가는 두뇌로 무모한 일이다 싶어, 그냥 쉽게 초속 30만 킬로미터라는 상식으로 만족하기로 했단다.

빛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빼놓을 수 없지. 관측자의 속도에 상관없이 똑 같은 속도로 관찰되는 빛의 속도로부터 출발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은 별개가 아닌 얽혀있는 하나, 시공간이라는 곳.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그 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138억년 전 빛만 생겨난 것이 아니야. 우주의 탄생과 함께 시간과 공간도 생겨났단다.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일까. 공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왜 되돌릴 수는 없을까.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길래. 아빠는 시간의 정제보다 더 궁금한 것은 시간이 생기기 전이란다. 빅뱅과 함께 우주가 생기고, 공간이 생기고, 시간이 생겼다고 하는데그런 그 이전은 무슨 상태였단 말인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밝힐 수 없는 것들

그러나 우리 과거에는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밝히 사례들이 있으니, 한번 기대해보자꾸나.

2.

과학 이야기에서, 가장 큰 세계로 우주의 이야기가 있다면 가장 작은 세계의 이야기로는 원자의 이야기가 있겠지. 더욱이 지은이는 양자역학 전문가잖니원자 이야기는 아빠가 최근에 여러 번 했으니 생략을 할게. 그래도 하나만사람은 죽지만,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 죽음뿐이겠니, 이 거대한 우주도 결국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원자 놀음인가. 원자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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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명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봄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모든 것이 원자의 일이라는 말에 허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허무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이 모든 일은 사실 원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으니 원자를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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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토콘드리아게 관한 이야기도 짧게 해주었는데, 그 이야기는 아빠로 하여금 미토콘드리아에 관한 더 알고 싶게 만들었단다. 예전에 김상욱 교수님의 책인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어떤 책에서 미토콘드리아에 관한 책을 추천했었어. 그 책이 엄청 두껍고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한번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김상욱 교수님의 이전 책들에서도 괜찮은 과학 서적을 추천해주시곤 했는데, 이번 책에서도 자신이 직접 쓴 책 서평을 실으면서 책을 추천해 주시기도 했단다. 아빠도 읽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한 서평도 실려있고, 리사 랜들이라는 여성 과학자가 쓴 <천국의 문의 두르리며>라는 책을 소개해주었어. 이 책 뿐만 아니라 리사 랜들이라는 분이 쓰신 책들을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언젠가는

3.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을 우리 일상과 읽혀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에서는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단다. 그 이전 책들을 읽고 생긴 지은이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일까. 방송 출현 등으로 유명해진 덕에 출판사에서도 신간을 얼른 내고 싶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단행본을 낼 만큼의 페이지를 꾸역꾸역 채워냈다는 기분도 들었거든. 그리고 지은이가 의식적으로 지난 책들에게 이야기한 것들은 하지 않으려고 의도도 보였어. 그것이 오히려 좀 부자연스러운 문체로 느껴졌단다.

이번 책으로 김상욱님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은, 뭔가 빠진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아빠는 김상욱 교수님의 그 이전 책들에 비해 이번 책은 약간 실망을 했다고 한 거야. 그래서 혹시 이 책이 김상욱님의 책이 처음인 분들은 그 이전의 책들을 읽어볼 것을 추천해 본단다.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무리는 괜찮았단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 말이야. 과학적인 태도로 살아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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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270)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이다. 충분한 물리적 보상이 없을 때, 불확실을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과학의 진정한 힘과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시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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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책의 끝 문장: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가 내는 특정 진동수의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언젠가 미래에 인류문명이 멸망하더라도, 이 정의를 본 누군가는 1미터를 정확히 복구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90억 번가량의 진동을 정확히 셀 수 있어야 하므로, 엄청난 정확도로 진동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2005년 노벨물리학상은 존 홀과 테오도어 헨슈에게 주어졌다. 이들의 업적은 정확한 진동수를 갖는 빛을 만든 것이다. 최근 이 방법을 사용하여 진동수를 19자리까지 알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서울과 뉴욕 사이의 거리를 원자 하나의 크기보다 작은 오차로 잴 수 있다는 뜻이다. - P32

사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전가지력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전자기력 때문이다. 신문 또는 스마트폰에서 출발한 전가지파, 즉 빛이 당신의 눈에 도달했다. 눈의 망막에 있는 분자들이 빛 때문에 변형을 일으키고, 그 결과 화학신호가 발생하고, 그것이 전기신호가 되어 뇌로 전달되는데, 이 모든 것이 전자기력 때문이다. 심지어 당신의 글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은 뇌 속의 전기적 작용, 즉 전자기력 때문이다. 우리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모두 전자기력이라. 우리 주변 대부분의 기계들이 전기를 이용하는 이유다. 전기가 예뻐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다른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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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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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지 않던 아빠는 우연히 사촌 형 집에 갔다가 셜록 홈즈 문고판을 보게 되어 흠뻑 빠졌던 적이 있었단다. 소설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면서 말이야.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셜록 홈즈를 다루는 것을 보면 어릴 적 읽던 셜록 홈즈가 생각이 나더구나. 그리고 이제 너희들이 셜록 홈즈를 읽을 만큼 자랐구나.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책이지만, 재미있다면서 보고 있는 너희들을 보니, 셜록 홈즈는 또 한 세대를 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예전에 독서정가제가 실시하기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이벤트로 반값으로 무더기로 팔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때 사 놓은 셜록 홈즈 전집이 있었어. 셜록 홈즈 전집은 출판사별로 여러 판이 있는데, 아빠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판한 것을 샀어. 아빠도 읽고, 너희들도 자라면 읽으면 좋겠다 하고 샀어. 너희들이 어린이용 셜록 홈즈를 읽는 것을 보고, 아빠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가끔씩 한 권씩 빼내어 읽어야지, 하면서 1권을 꺼내 들었단다.

1.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주홍색 연구라는 것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봤어. 책을 읽다 보니 주홍색 연구라는 뜻이 나왔어. 죄악을 상징하는 빛깔을 의미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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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이것은 주홍색(비유적으로 죄악을 상징하는 빛깔 옮긴이) 연구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 같은 사람이 예술적인 표현을 좀 쓴다고 해서 안 될 건 없을 겁니다. 삶의 무채색 실 꾸러미 속에, 주홍빛 살인의 혈맥이 면면히 흐르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 실꾸리를 풀어서 살인의 혈맥을 찾아내어 그것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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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문고판으로 읽은 것은 주로 단편 모음집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주홍색 연구>는 장편이었단다. 페이지가 200 살짝 넘긴 하지만, 장편이었어. 베네딕트 컴퍼비치가 주연한 영국 드라마 <셜록>의 에피소드 1화에 변주되어 다뤄지기도 한 그런 소설이란다.

그럼 <주홍색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887년이더구나. 그때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했다고 하는구나,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많은 전쟁이 있던 나라인가 보구나. 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참석했던 왓슨 박사는 총탄 부상을 받고 영국으로 귀국을 했어. 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값싼 하숙집을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후배 스탬포드가 그의 친구가 하숙생을 찾는다면서 어떠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스팸포드와 함께 셜록을 찾아갔는데, 첫 만남부터 강렬했단다. 셜록을 만나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셜록은 왓슨의 겉모습만 보고, 왓슨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갔다고 온 것을 알아챘어. 약간은 거만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만 파는 약간은 괴짜의 모습이었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범죄에 관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단다. 그 외에는 거의 문외한이었어. 하지만 머리는 무척 똑똑했고, 추리하는 것과 분석하는 것은 정확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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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셜록 홈즈는 의학도가 아니었다. 나는 그 점에 관한 어떤 질문을 던져서 스팸포드의 주장을 확인했다. 또한 그는 어떤 과학 분야에서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학문의 세계에 정식으로 입문할 생각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열성이 지극해서, 기묘한 범위 내에서 그의 지식은 말할 수 없이 풍부하고 정밀했으며, 그의 뛰어난 관찰력 앞에서 나는 번번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뚜렷한 목적이 없다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리도 없거니와 그토록 정밀한 지식을 쌓을 리도 없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좀처럼 정확한 지식을 쌓지 못한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토록 사소한 것들로 정신에 부담을 지울 사람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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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삭막한 사람은 아니야. 바이올린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을 정도로 잘 연주했단다.

2.

그럼 셜록의 직업을 무엇일까. 셜록은 자문 탐정이라고 했어. 경찰에게 자문을 해주는 그런 탐정이라는 거지. 어느 날 로리스턴 가든이라는 곳에서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었어. 미국인 드리버로 밝혀졌는데, 경찰들은 유력한 용의자로 드리버의 비서 조셉 스탠거슨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셜록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홈즈는 범행 현장에 가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어. 경찰들은 조셉 스탠거슨을 쫓는데 열을 올렸지만, 그 또한 살해된 채 발견되고 말았단다.

경찰들이 허탕을 치고 있는 동안, 셜록은 범인을 찾아서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들었단다. 범인은 드리버를 마지막으로 태웠던 마부 제퍼슨 호프였단다. , 그럼 셜록은 어떻게 범인을 알았는가. 그것은 나중에 너희들이 책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남겨둘게. , 그보다 제퍼슨 호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를 해줄게. 범인과 피해자들 사이에는 오래된 사연이 있었단다.

3.

때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존 페리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스물 한 명 일행과 서부 사막에서 길을 잃었고, 일행들은 하나 둘 죽어갔단다. 나중에 존 페리어와 여자 아이 한 명만 남았고, 그들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다가 길을 가던 모르몬 교의 대행렬이 그들을 발견하였고, 모르몬 교를 믿는다고 하면 구해준다고 했어. 그렇게 존 페리어와 여자 아이는 구출되었단다.

존 페리어는 여자 아이를 자신의 양녀로 삼기로 했단다.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루시였어. 세월이 흘러 루시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어. 그냥 고상한 숙녀가 아닌, 말도 잘 타는 건강미 넘치는 숙녀였단다. 그런데 말을 타고 가다가 소 떼에 갇혀 위험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때 제퍼슨 호프라는 청년이 루시를 구해주었단다. 그 일 이후로 제퍼슨과 루시는 사랑에 빠졌단다. 존 페리어가 살기 위해서 모르몬 교로 전향을 하긴 했지만, 모르몬 교의 교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특히 일부다처제는 혐오하기까지 했단다. 그래서 본인은 결혼도 하지 않았어. 모르몬 교의 장로에서는 숙녀가 된 루시를 결혼시키라고 존 페리어를 압박했어. 압박은 경고가 되고 협박이 되었어. 결혼을 시키는 것도 이미 부인이 7명 또는 4명이 있는 장로들의 아들 중에 고르라고 했어. 그 아들들이 바로 드리버와 스탠거슨이었단다. 이제 앞서 런던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감이 좀 오지? 죽은 사람들은 드리버와 스탠거슨. 이들을 죽인 사람은 제퍼슨 호프

….

존 페리어는 자신의 양녀와 함께 그들로부터 도망가기를 원했고, 이를 제퍼슨 호프가 도와주기로 했어. 그래서 그들은 도망을 갔으나, 제퍼슨이 먹이를 구하는 사이에 루시는 모르몬교 장로들에게 잡혀갔단다. 그리고 존 페리어도 그들에게 살해를 당했어. 집으로 잡혀 돌아온 루시는 강제 결혼을 당하고, 한 달 만에 죽었단다. 사랑하는 여인이 이렇게 죽었으니, 얼마나 분노했겠니. 제퍼슨은 복수의 칼을 갈고 그들을 쫓아 다녔단다. 그렇게 20년을 추적한 끝에 런던에서 그들을 찾았고, 일말 망설임 없이 드리버와 스탠거슨을 죽인 거야. 복수의 완성. 그렇게 20년 동안 추적만 하면서 밖에서 불안정한 삶을 살았으니 그의 건강이 남아나지 않았을 거야. 그는 이미 대동맥 동맥 악성을 겪고 있었어. 경찰에 잡힌 후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했고, 결국 제퍼슨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

지은이는 코난 도일이라는 스코틀랜드 사람인데, 셜록 홈즈 하나로 무척 유명한 사람이야. 아빠가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너희들도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직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좀 더 큰 다음에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너희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빠와 이 책에서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해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나는 1878, 런던 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육군이 정한 외과의사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네틀리로 갔다.

책의 끝 문장: 그때까지는 로마의 구두쇠처럼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자각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겠군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비웃을지라도 궤짝에 쌓인 돈을 볼 때, 내 마음은 뿌듯하도다.>


홈즈는 말했다.

"나는 인간의 뇌가 본디 텅 빈 다락방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그 방에 가구를 골라서 채워넣어야 합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닥치는 대로 쓸어넣는 사람은 바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다가는 쓸모 있는 지식은 밀려나오거나 다른 것들과 뒤죽박죽돼서 필요할 때 꺼내쓰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뛰어난 장인은 다락방에 넣어둘 것을 고르는데 극히 조심스럽지요. 그는 요긴하게 쓰이는 연장만 고를 겁니다. 또 구색을 잘 맞춰서 순서대로 넣어두어야 하지요. 그 조그만 방의 벽이 무한정 늘어나서 무엇이든 다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그러면 어떤 지식을 더할 때마다 전에 알았던 것을 잊어버리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실이 유용한 지식을 밀어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지요." - P27

"그럴 겁니다. 어디 한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기로 하지요. 보통 사람들에게 많은 사실을 알려주면, 사람들은 결과를 예측해 낼 수 있습니다. 즉 많은 사실을 머릿속에 입력하면 그걸 가지고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결과를 말해 주었을 때,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 전 단계들을 마음속으로 더듬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내가 말하는 역추리, 또는 분석적 사고라는 것이지요.".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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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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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줄리언 반스의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열광을 하더구나. 그의 소설들이 그렇게 좋은가? 아빠는 그의 소설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어. 많은 이들이 왜 그렇게 좋아할까? 2011년 맨부커상 수상을 비롯하여 여러 문학상들을 수상한 이력이 있더구나. 아빠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그에게 맨부커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그의 대표작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 이 소설은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단다. 그것도 정작 이야기하거나 행동을 한 이는 금방 잊었는데, 그것을 당한 이는 크게 상처 받은 이야기.

아빠는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소설을 읽다 보니,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이 가더구나.

1.

주인공 토니 웹스터는 고등학교 시절 콜린, 앨릭스와 절친이었어. 늘 셋이 붙어 다녔지. 그러다가 전학 온 에이드리언 핀이 그들과 함께 어울려서 4인방이 되었어. 에이드리언은 다른 이들과 달리 지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들은 각기 다른 대학교에 진학을 했어. 에이드리언은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을 했단다. 토니는 스무 살에 베로니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어. 첫사랑이었지. 여름 방학 때는 베로니카에 집에 가서 베로니카의 식구들과 지내기도 했고, 베로니카를 콜린, 엘릭스, 에이드리언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어. 사랑스러운 애인이 생겼으니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겠어. 베로니카가 자신의 오빠 잭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에이드리언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어.

토니는 베로니카와 2년 정도 사귀다가 헤어졌단다. 그런데 얼마 후 에이드리언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어. 자신이 베로니카와 사귀어도 되냐고 말이지화가 난 토니는 에이드리언에게 절교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어. 그렇게 첫사랑은 짧고 허무하고 끝나고 잊혀져 갔단다.

2.

베로니카와 헤어지고 나서 얼마 후 토니는 미국 여행을 한창 동안 다녀온 일이 있었어. 집에 돌아오자,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에이드리언의 자살 소식.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시간은 또 충격을 닳아 없어지게 만들었단다. 시간은 잘도 흘러 갔어. 토니는 마거릿을 만나 결혼을 했고, 수지라는 딸을 낳았어. 베로니카와 첫사랑은 그저 먼 과거 속에 한쪽도 안 되는 추억이 되었어.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을 때 그는 이혼을 하고 그 이후에는 줄곧 혼자 지냈단다. 이혼한 다음에도 수지의 아버지 역할은 충실해 했으며, 마거릿과도 여전히 연락을 하며 지내고 가끔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그랬어. 부부 사이에서 친구 사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시간은 잘도 흘러 육십 대, 머리 벗겨진 할아버지가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베로니카의 엄마인 포드 부인이 죽으면서 토니에게 500달러를 남겼으니 받아가라는 편지를 받았어. ?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 포드는 그가 베로니카의 집에 갔을 때 딱 한 번 본 것이 전부였는데.. , 그에게 500달러를 남겼을까.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어. 40여 년 전 에이드리안의 일기를 포드 부인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도 토니에게 전해주라고 했다는 거야. 그런데, 토니가 받은 것은 500달러뿐이었어. 토니는 궁금했어. 에이드리언이 왜 일기를 자신에게 전해주려고 했을까. 그리고 왜 에이드리언의 일기를 베로니카도 아닌 포드 부인이 보관하고 있었을까.

토니는 베로니카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해 보려고 했지만, 토니의 연락을 받지 않았어. 법정 소송을 하면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 토니는 그저 궁금했던 거야. 베로니카에게 계속 메일을 보냈지만, 계속 무시를 했어. 그러다가 연락이 왔어. 만나자고 했어. 그렇게 토니와 베로니카는 40여 년 만에 만났어.

3.

베로니카는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차가웠어. 예전 그 모습이었지. 토니가 오랜 만에 만난 첫사랑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냉담한 분위기만 풍기던 베로니카.. 토니가 만나자고 했던 이유, 일기장을 전달해달라고 했어. 베로니카는 차가운 시선 그대로 유지한 채 일기장을 태워버렸다고 했어. 그래도 첫사랑이고, 세월이 한참 흘러서 황혼기에 다시 만났는데, 좀더 부드러운 분위기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베로니카는 웃음 한번 짓지 않고 차가운 시선만 보내다가 금방 자리를 일어났단다.

그런 만남이 두어 번 있었는데, 모두 비슷한 분위기였어. 왜 그럴까그리고 베로니카가 편지 하나를 전해주었어. 집에 와서 토니는 편지를 펴봤어. 아주 오랜 전에 토니가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였어. 하지만, 자신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편지였어. 에이드리언이 베로니카와 사귄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나서 보낸 편지 같은데, 토니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버림을 받아서 화가 난 상태에서 보낸 편지였으니 내용이 좋지는 않았겠지. 40여 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본 내용은 낯 뜨거울 정도의 내용이었어. 그들을 조롱하고 욕하는 것을 넘어서 저주의 말들을 쏘아붙였어. 이제 와서 미안해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베로니카가 토니를 데리고 어떤 보호소를 데리고 갔어. 그곳에는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는 한 어른이 한 명 있었는데, 누가 봐도 에이드리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에이드리안과 베로니카의 아들인 것 같았어. 그러나 정상이 아니고 지체 장애라니.. 토니는 다시 한번 자신이 썼던 편지 내용이 떠올랐어. 자신이 쏟아 부은 저주의 말이 씨가 된 것 같았거든.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어. 그 에이드리언의 아들의 엄마가 베로니카가 아닌 사라 포드였다는 거야. 진실을 알면 알수록 토니는 괴로워했고,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우발적으로 쓴 편지도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했어. 진심으로 베로니카에게 사과를 해 보았지만,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러면서, 토니는 인생의 참 모습을 생각해 보았단다. 우리 인생은 고통이지, 그 고통 속에서 또 의미를 찾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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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인생에 대해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인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았던가. 흔한 야심을 품었지만, 야심의 실체를 깨닫지도 못한 채 그것을 위해 섣불리 정착해버리지 않았던가. 상처받는 게 두려웠으면서도 생존력이라는 말로 둘러대지 않았던가. 고지서 납부를 하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았을 뿐, 환희와 절망이라는 말은 얼마나 지나지 않아 소설에서나 구경한 게 전부인 인간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자책을 해도 마음속 깊이 아파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이 모든 일이 따져봐야 할 일이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 흔치 않은 회한에 시달렸다. 그것은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쳤던 인간이 비로소 느끼게 된 고통, 그리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느끼게 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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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참 덧없고, 세월은 참 빠른 것 같구나. 아빠도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 마디로 후회하는 경우가 참 많단다. 혹시 아빠도 모르게 던진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 깊은 상처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구나. 줄리언 반스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 것인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 짧은 소설 속에 괜찮은 문장들도 많이 담겨 있었단다. 스토리를 쫓아가는 것 외에도 그의 문장 속에서 잠시 읽던 책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도 많아서 좋았단다. 예를 들어아래 이야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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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그러나 시간이란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간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문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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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책의 끝 문장: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간을 정말로 잘 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 나는 시간이 구부러지고 접힌다거나, 평행우주 같은 다른 형태로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이론적인 얘길 하는 게 아니다. 그럴 리가, 나는 일상적인, 매일매일의, 우리가 탁상시계와 손목시계를 보면 째깍째깍 찰칵찰칵 규칙적으로 흘러감을 확인하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초침만큼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굳이 시간의 유연성을 깨닫고 싶다면, 약간의 여흥이나 고통만으로 충분하다.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을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은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학창시절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결코 그때가 그립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 P12

그렇다면 문제는, 수많은 것들이 걸린 그런 문제로 인한 손실에 어떻게 대처할까이다. 상처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억누를 것인가. 또 그 상처는 우리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상처를 받아들여 중압감을 덜어보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상처받은 이들을 돕는 데 한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류이자,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다. - P81

젊을 때는 서른 살 넘은 사람들이 모두 중년으로 보이고, 쉰 살을 넘은 이들은 골동품처럼 느껴진다.그리고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면서 우리의 생각이 그리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어릴 때는 그렇게도 결정적이고 그렇게도 역겹던 몇 살 되지도 않는 나이차가 점차 풍화되어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젊지 않음’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로 일괄 통합된다. 내 경우는 그런 문제로 신경 쓰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 P107

마거릿은 여자는 두 종류라고 말하곤 했다. 매사에 분명한 여자와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여자. 그리고 이는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자, 가장 먼저 그를 매료시키거나 그렇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남자들마다 끌리는 유형은 각기 다르다.

- P116

시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마흔은 아무것도 아니야. 쉰 살은 돼야 인생의 절정을 맛보는 거지. 예순은 새로운 마흔이야… 시간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다. 객관적인 시간이 있다. 그리고 주관적인 시간도 있다. 가령 손목의 요골동맥 바로 옆에 시계의 앞면이 오도록 차는 경우, 이런 사적인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시간이며, 기억과 맺는 관계 속에서 측정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기묘한 일이 일어났을 때 – 새로운 기억이 느닷없이 나를 엄습했을 때 – 는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마치 강물이 역류한 것 같았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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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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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많은 사람들이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고 재미있다고들 했어. 아빠 주변에 그 영화를본 이들이 모두 그 영화를 꼭 보라고 했지. 아빠는 그때까지 어벤져스 시리즈물을 거의 보지 않았단다. <아이언맨 1>을 오래 전에 집에서 DVD로 본 적이 있고, <토르 1>을 나폴리 포트만이 나온다는 이유로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전부였던 것 같아.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 봐야겠구나 싶었어. 너희들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직 볼 수 있는 나이가 안되었지만 보호자와 함께 가면 된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 전에 <어벤져스 1> <어벤져스 2>를 집에서 봐야겠다고 했어. 아빠가 혼자 <어벤져스 1>을 한번 봐 봤어. 너희들과 함께 봐도 될 수준인가 싶어서 말이야. 봐도 될 것 같아서, 너희들과 함께 집에서 <어벤져스 1> <어벤져스 2>를 보고 극장에서 막을 내릴 즈음에 <어벤져스 3 인피니티 워>를 같이 보러 갔잖아.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어벤져스 시리즈에 푹 빠져버렸지.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가오갤 등등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냐고 하면서도, 늦게 알게 된 덕분에 개봉일을 기다리지 않고, 종영된 드라마 보듯이 정주행으로 계속 봤잖아. 너희들은 배우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극중 스토리를 줄줄 외었잖아. 그리고 작년에 스탠 리 옹께서 돌아가셨을 때 슬퍼하기도 하고.. 작년 일년 동안 마블의 영화들을 몰아보고, 올해 개봉한 캡틴 마블과 웅장하고 감동적인 마무리를 선보인 어벤저스 엔드게임 그리고 스파이더 맨까지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위로는, 때로는 감동을 준 영화들이었던 것 같구나.

그 중심에 있던 인물 스탠 리. 전에 그가 한 인터뷰에서 그저 밥벌이로 생각해서 만들어낸 영웅들인데, 이렇게 사랑해주어 고맙다고 한 적이 있었어. 오히려 우리는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런 멋진 캐릭터들을 만들어주어서 말이야. 작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번 영화에 까메오로 출현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셨는데, 이제 돌아가셨으니 그런 재미가 사라지는 것인가. 올해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마지막으로 까메오로 출현하면서, 군대 안의 군인들을 보면서 싸우지들 말고 사랑을 하라고 한 그 대사가 마치 유언처럼 들리더구나. 영화 속 마지막 대사로써 의미도 있었고 말이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어. 그러던 중에 그에 관한 책 <더 마블 맨>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단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맞춰 출간을 한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어벤져스의 팬으로 읽어보았단다. 이 책을 통해서 스탠 리와 마블 코믹스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구나.

1.

스탠의 아버지 제이곱 리버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1905년 미국으로 이주를 했어. 당시 동유럽에서는 반유대 차별이 심해서 많은 유대인들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왔는데, 그때 제이곱도 미국으로 왔어. 재단사로 일하면서 결혼도 했는데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어. 1922년 스탠리를 낳았어. (스탠 리의 원래 이름은 스탠리 리버였는데, 나중에 스탠 리로 바꾼 것이란다.) 경제 공황이 일어나면서 집안 형편은 더욱 안 좋아졌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부부 사이도 좋지 않았고.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스탠의 어린 시절. 고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돈벌이를 하였대. 수필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작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하는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에 취업을 했대.

당시 타임리 코믹스의 대표는 마틴 굿맨이었고, 사이먼과 커비 2인조 메인 작가가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구나. 스탠 리는 조수 역할을 했는데, 사이먼과 커비의 대표작 <캡틴 아메리카> 3편에 대한 스토리 작업을 스탠 리가 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 일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 캡틴 아메리카가 그렇게 오래된 만화였구나.

당시 타임리 코믹스의 경쟁사로는 디텍티브 코믹스였는데, 오늘날까지도 마블 코믹스의 경쟁사로 있는 DC 코믹스의 전신이었단다. 이미 디텍티브 코믹스의 히어로물 슈퍼맨이 빅히트를 치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만화산업이 많이 번성하게 되었단다. 스탠 리의 첫 번째 창작 만화는 <헤드라인 헌터 외부특파원>이라는 5쪽짜리 만화였다고 하는구나. 이때부터 필명으로 스탠 리를 사용했대.

메인 작가였던 사이먼과 커비가 퇴근 후에 몰래 DC 코믹스의 만화를 그리면서 돈을 벌곤 했는데, 사장한테 발각이 되어서 해고된 일이 벌어졌단다. 이 일 이후 만화부서 편집 책임자로 스탠 리가 선임되었어. 스탠 리가 인정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만화부서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해. 스탠은 메인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가 되었어. 당시 분위기가 만화책이 인기를 끌던 시기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 그런데 1950년대 들어서면서 국가 정책으로 만화를 억제하기 시작했어. 타임리 코믹스의 사장 마틴 굿맨은 그저 돈만 밝히던 이였기에, 이런 국가 정책에 발맞춰 직원들을 해고했단다. 다시 줄어든 인원으로 근근이 코믹스를 이끌어가는 스탠 리시간이 흐르면서 그도 매너리즘에도 빠지기도 했어. 그가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지금 하던 대로 하면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지만,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만화를 따로 있었던 거야. 이때 아내의 조언이 있었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2.

그가 하고 싶은 만화는 인간적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것이었어. 당시까지 히어로라고 하면,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신비주의에 빠져서 평범한 사람들과 거리가 먼 그런 사람들이었어. 자신이 히어로라는 사실도 숨기며 은신처에 살고는 했지. 그런데 스탠 리는 그런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과 같은 영웅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회사 잘릴 각오를 하고 만든 캐릭터들이 바로판타스틱 4’였다고 하는구나. 우주 여행을 갔다가 방사능에 노출되었다가 영웅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 만화는 스탠 리를 회사에서 짤리게 만든 영화가 아닌, 대박이 된 만화가 되었단다.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팬레터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어. 나중에판타스틱 4’는 영화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아빠는 이 영화는 보지는 못해서 어떤 이야기인지는 잘 몰라.

‘판타스틱 4’가 히트를 치면서 그는 자신감을 얻고 자신만의 영웅들,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만화를 잇달아 만들어냈어. 그 때 나온 캐릭터가 스파이더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단다. 그가 만들어내는 영웅들은 DC 코믹스에서 만들어내는 영웅들과 달랐어. 좀더 인간적이고, 평범해 보이고, 유색 인종들도 있었어. 동양계 영웅인 상치와 흑인 영웅인 블랙 팬서까지…. 그리고 배경도 그들이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뉴욕처럼 주변의 도시였어. 고담 같은 신비의 도시가 아니고.. 1960년대 그는 수많은 영웅 캐릭터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이 오늘날까지 인기를 끄는 캐릭터가 된 거야. 헐크, 아이언맨,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등등 모두 그 시절 스탠이 만들어낸 히어로들이란다.

그는 코믹스 잡지에 만화가들과 편집자의 일상을 글로 적었어. 팬들에게 그 글들을 읽으면서 편집자와 작가들과 더 가까움을 느꼈지. 그렇게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스탠은 알고 있었어. 팬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알았던 것 같아. 그와 함께 일한 이들이 스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탠 같은 분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싶더구나. 회사 생활을 하는 이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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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그는 직원들이 새로운 일에 아주 열성적으로 도전하도록 만들었어요.” 스탠과 커비 모두와 함께 일했던 작가 마크 에바니어가 말했다. “직원들은 간혹 편집자들을 대할 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만, 스탠에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토머스도 스탠에 이어서 직원들에게 지지를 얻었지만, 한 달에 4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출판 일정은 여전히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었다. “스탠이 편집장으로 있었을 때 발휘하던 힘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토머스가 회상하며 말했다. “하지만 난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았어요. 어느 누가 나보다 더 스탠과 가까이 지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편안했고, 그렇게 불안해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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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70년대가 되면서 텔레비전이 급속도로 보급이 되고, 만화들이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 마블의 만화들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스탠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진 영상에 분노하기도 했대.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블 코믹스는 여러 회사에 인수되면서 부침을 겪게 되었고, 스탠은 자신의 만화들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 그래서 집도 뉴욕에서 LA로 이사를 왔다고 했단다. 할리우드와 가까이 있으니까 말이야.

스탠은 현재의 안정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선도적인 길을 가는 경우도 많았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창의적인 그의 두뇌와 영혼은 시대를 이끌어갔어. 그의 나이 이미 칠십이 넘었던 1990년 후반에는 인터넷의 장래가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인터넷 미디어 사업을 시작했어. 그런 감각도 사기꾼을 감지 못했는지, 희대의 사기꾼을 만나 그가 만든 인터넷 미디어 회사 SLM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그의 나이 팔십을 바라보고 이런 실패를 겪고 나면 당연히 은퇴를 생각했을 텐데, 그에게는 아직 꿈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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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SLM이 실패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탠의 경력이 끝나기 일보 직전 같다고 생각했다. 만일 정말 그랬다면, 그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스탠은 자기만의 슈퍼히어로 체인점을 갖기 위해 창작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다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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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가 되어도 그는 왕성한 활동을 보였으며, 마블의 명예회장이 되기도 했어. 그리고 그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그가 만든 영웅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영화들에 직접 까메오로 출현했어.

그가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잘 설명하는 한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열정’이 아닐까 싶구나. 그는 한 평생 열정적인 사람이었어. 너희들도 무슨 일을 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스탠, 히어로들 좀 많이 만들어. 장사가 될 것 같아.” 타임리 코믹스(미국 만화책 출판사 마블 코믹스의 전신으로, 1939년에 설립되었다옮긴이)의 출판인 마틴 굿맨이 편집자 스탠 리를 닦달했다.

책의 끝 문장: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이, 스탠 리는 당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탠은 이야기 시작부터 독자들과 ‘은밀하게’ 비밀을 공유한다. 만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슈퍼히어로들을 "내복 입은 캐릭터들"이라고 부프며 그런 캐릭터는 "흔해 빠졌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캐릭터는 "조금은… 다르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길고 긴 설명을 하는 동안 스탠은 이미 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되었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구별되는 스파이더맨의 분위기와 배경이 형성되었다. 그의 익살스러운 말투는 의도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며 이 히어로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강조해주었다. - P189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스탠은 신뢰하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일하며 마블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이끌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그는 일부러 그 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마블 특유의 작업 방식을 밀어붙였다. 예를 들어, 스탠은 만화책 산업에서 가장 독특한 그림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받는 스타일리스트 조지 투스카의 유려한 작품들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곧 투스카의 그림을 가장 선호하게 되었다. <데어데블>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진 콜런은 이렇게 말했다. "스탬은 항상 (투스카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만화가들도 그렇게 그리기를 바랐습니다." 스탬은 이러한 관리 방식으로 마블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반면, 일러스트레이터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그림 스타일을 알려주어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 P224

이 특별한 <스파이더맨>을 출판함으로써 스탠은 코믹스 코드를 현대문제로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의 만화를 작업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던 DC 코믹스를 마블이 앞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DC의 편집장 카민 인판티노는 마약에 관한 내용을 다룬 마블을 매도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만화책을 읽을 아이들에게 특히 유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P277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 개인적인 확신을 유지하며 글을 쓴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그는 캐릭터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로 내 모습이었다. … 그들 하나하나가 나와 같았다. … (하지만) 특히 스파이더맨의 삶은 내 자서전이나 다름없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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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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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과학과 수학에 관련된 교양서적을 좋아하는 편이야. 학창 시절 때도 수학과 과학이라는 과목에 흥미가 있었어.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빠는 수학이 나쁘지 않았어. 대학에 들어갈 때 수학과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좀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단다. 학창 시절 나쁘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수학에 대한 교양 서적이 있으면 눈길이 가더구나. 그래서 김민형이라는 분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을 읽은 거야.

김민형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약자 소개를 보니 대단한 사람이더구나. 옥스퍼드대학교 머튼 칼리지 교수이면서, 서울고등과학원의 석학교수더구나. 저자 소개란에, “김민형 교수는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된 산술대수 기하학의 고전적인 난제를 위상수학의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여 세계적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오일러 도서상을 수상한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는 그를 두고 3천 년간이나 수와 수체계의 이론을 연구해왔지만 실제 탄생한 이론은 많지 않다. 누군가 진짜 새로운 방식으로 그 작업을 해낼 때마다 큰 사건이 된다. 김민형이 그 일을 실제로 해냈다고 평했다.”라는 말이 있더구나. 이 말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위상수학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것은 대단해 보이는구나. 예전에 읽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을 통해 그 문제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고 있거든. 책들도 많이 적으셨네.

.

1.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수학이란 무엇인가수학이란 왜 필요한가를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한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먼저 역사를 바꾼 수학적 발견 세 가지로 이야기를 시작했단다.

그 첫번째가 수학자 페르마의 이름을 딴 페르마의 원리라는 것이야. 이것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어. 빛은 시간을 최소화하는 경로로 진행한다는 뜻빛이 직진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빛이 하나의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통과할 때 다른 물질을 만나게 되면 굴절을 되거든. 왜 빛이 하나의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통과하게 될 때 굴절을 하게 될까. 빛이 최단 거리를 가야 한다면 굴절을 하면 안되거든. 빛이 굴절하는 이유는 최소의 시간을 이용해서 통과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최단 거리가 아니고, 최소의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마치 바닷가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해안구조대원이 달려갈 때 최단거리가 아닌, 가장 빨리 도착하기 위해, ,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리를 짧게 가기 위해 달려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 그 전까지 빛은 최단거리로 이동한다고 했는데, 그럴 경우 굴절의 경우 설명이 안 되었는데, 페르마는 빛이 최소 시간의 경로로 움직인다는 것을 정리한 것이야. 생각의 전환이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구나.

두번째 수학적 발견은 뉴턴의 운동의 법칙과 중력이란다. 그러면서 뉴턴의 위대한 책 <프린키피아>의 책이 여러 번 소개되었어. 세월이 흐르면서 그 책의 내용들의 오류가 조심씩 생겼지만, 당대에는 놀라운 책이었단다. 자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운동들을 설명하고 있었어. 수학적인 공식을 이용한 과학으로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수학적 발견은 데카르트의 좌표의 발견이란다. 철학자로도 유명하지만 수학자로서도 많은 업적을 남긴 데카르트. 그 중에 어떤 위치를 x축과 y축으로 표기할 수 있는 좌표의 발견이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어. 많은 과학과 수학의 설명이 좌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위대한 발견이 아닐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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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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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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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숫자로 하는 것만이 아니란다. 이런 수학적 사고가 사회에 적용할 수도 있어. 정답이 없다고 좋아. 비슷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학문이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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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수학적인 사고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 수라는 개념 안에서만 생각한다면 굉장히 제한적인 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근사(approximation)’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현재의 조건 안에서 이해해나가는 것이죠. 애로의 경우도, 뉴턴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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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선거제도에도 수학적 사고가 적용될 수 있어.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1등만 유효한 선거인데, 그것이 모든 이들의 대표성을 띨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을 해주는데, 재미있더구나. 그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선거 제도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한 표 차이여도, 그것이 50퍼센트도 지지를 받지 못해도, 일등만 되면 당선되는 선거 제도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다. 수학적인 방법으로 조금만 생각하면 좀더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설명해 주었어.

….

짝짓기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었단다.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게끔, 즉 안정적으로 짝을 지을 수 있을까. 이것을 연구한 사람들이 있대. 수학자인 데이비드 게일과 경제학자인 로이드 섀플리란 사람들이 만든 방법인데,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안정적인 짝짓기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했어.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컴퓨터 알고리즘에도 이용이 되었고, 이것으로 201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게일-섀일러 알고리즘은 아빠가 다시 설명하는 것보다 너희들이 나중에 책에서 직접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거야.

3.

수학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자주 등장하는 수학자가 오일러라는 과학자가 아닐까 싶구나. 이번에도 오일러의 수를 설명하면서 오일러가 나왔어. 다각형의 도형이나 입체 도형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그 도형에서 면의 수에서 선의 수를 빼고 다시 점의 수를 더한 값을 오일러의 수라고 하는데, 같은 위상인 경우는 늘 같은 수를 가진다고 하는구나. 도대체 이런 발견은 어떻게 하는지 신기하구나.

수학을 좀 깊이 공부하면 위상수학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는데, 위상수학이란, 모양을 공부하는 수학의 분야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으로, , , 삼각면 등 간단한 형태들을 이어 붙여서 만들 수 있는 모양들을 기호화하는 것이라고 했어. 같은 위상이라는 것은 선을 끊거나, 면을 자르거나, 구멍의 개수를 변화시키지 않고 변형을 시킬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 좀 말이 어렵지? 쉽게 이야기하면 찰흙 반죽을 이용하여 모양을 바꾸되, 표면을 터뜨리거나 구멍을 내지 않게 바꿔서 만들 수 있다면 같은 위상이라고 하는 거야. , , 정육면체, 삼각뿔, 원통 등은 같은 위상이지만, 도넛 모양은 위상이 다른 것이 되는 거야. 구멍 뚫린 손잡이가 있는 컵이 도넛과 같은 위상이 되는 것이고 말이야. 이런 위상수학도 과학, 경제학 등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너희들도 이제 수학이라는 것을 공부하잖아. 두 자리 수 곱하기도 하고, 셈뿐만 아니라 도형도 공부를 하는데, 앞으로 다양한 수학의 분야를 공부하게 될 거야. 수학이 힘들 때도 있지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때의 쾌감을 너희들도 좋아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이 원한다면 아빠도 너희들의 교과서를 보면서 함께 다시 연필을 긁적였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수학은 발전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수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생긴 거죠.


그렇게 보면 추상적인 개념적 도구를 사용해 세상을 체계적으로, 또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P39

이 ‘공리’라는 단어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증명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때, 이를 기초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공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전혀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이 공리가 맞다고 상정하면 앞으로 나올 결론들도 맞다고 여길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공리적인 사고체계입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을 통해 기하학에 대한 5개 공리를 만들고, 그다음에 그 공리만 이용해서 여러 가지 증명을 전개했습니다. 가정과 공리만 사용해서 결론을 이끌어낸 이 책은 당시 서구세계에 굉장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 P77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맨 처음에 했던 질문이 기억나나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답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학에 대해,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에 대해 느끼고 있습니다. 더 탐구하게 되고, 생각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수학이 이제 특정한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은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겁니다. - P265

알파벳 다섯 글자로 만들 수 있는 단어는 과연 몇 개일까요? 아무 제약 조건도 주지 않고 의미를 고려하지 않으면 26^5개, 약 1200만 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의미 있는 다섯 글자 영어 단어는 희한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약 1만 5,000개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알파벳 3개 글자를 효율적으로 써서 26^3=17,576개의 단어를 만들면 될 것을, 5개의 글자로 왜 1만 5,000개 단어밖에 만들지 않은 것일까요? 다섯 글자 영어 단어에 들어 있는 정보율은 약 5분의 3입니다. 의미 있는 단어는 1만 5,000개밖에 안 되는데, 다섯 글자나 쓰는 낭비를 ‘정보율’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단어의 길이를 늘려서 쓰게 된 데는 인간의 언어가 자연적으로 정보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한 것이 중요한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언어 자체도 방금 이야기한 오류의 관측과 정정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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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12-2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들 머리 터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