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안 읽힐 땐 익숙한, 그리고 친숙한 공간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어스시 시리즈 3권으로 돌아왔다.






분수의 뜰, 물푸레나무와 참나무의 어린 이파리들 사이로 3월의 태양이 빛났다. 물줄기가 그늘과 볕을 뚫고 솟아올랐다가 떨어졌다. 지붕이 없는 이 뜰은 사방이 높은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벽들 뒤로는 방과 뜨락, 복도와 회랑, 탑들이 있어 가장 바깥쪽으로는 육중한 로크 대학당(大學堂)의 외벽에 이른다.

그 벽들은 단지 돌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마법으로 세워졌기에 그 어떤 전쟁이나 지진에도, 바다 그 자체가 몰아쳐온다 해도 버텨낼 수가 있었다. 로크 섬은 현자들의 섬이며 마법의 기예가 전수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로크 대학당은 학교인동시에 마법 세계의 중심이다. 그리고 대학당의 중심은 외벽에서 한참 들어가 깊숙이에 자리 잡은 작은 뜰이다. 분수가 춤추고, 비와 태양과 별빛 속에 나무들이 서 있는 곳이다. - P7

대현자의 시선은 여전히 아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제 소년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 사람에게 신복(僕)하겠다고 한것은 무의식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대현자를바라보았다. 온 어스시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 펀다워의 검은벽을 닫아 버리고 아투안의 무덤으로부터 에레삭베의 고리를얻어 내었으며 네프의 깊은 바다 장막을 세운 사람. 아스토웰로부터 셀리더에 이르는 바다 전체를 아는 뱃사람이자 현재 생존해 있는 단 한 명의 용주(龍主). 그 사람이 거기 분수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키가 작고 이미 젊지 않으며 조용한 목소리와 밤처럼 깊은 눈동자를 지닌 사람이다. - P16

소년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똑바르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더듬으며 말했다.
"대현자님, 당신을 섬기게 해 주십시오!"
자신감은 이미 사라져 버려, 아렌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목소리는 떨렸다.
소년은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다. 붉은색과 금색으로 무늬가새겨진 새 가죽 칼집에 들어 있지만 칼 자체는 평범한 것으로,
낡은 십자형 손잡이는 은빛 나는 청동으로 되어 있었다. 아렌은허둥지둥 그것을 앞으로 가져와 충성을 서약하는 신하들이 군주에게 하듯이 칼자루 쪽을 대현자께 내밀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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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08-01 10:21   좋아요 1 | URL
앗.. 그러시군요
소설 쓰시는 작가님이셨군요!
제가 이렇게 좀 무관심해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인지라 몰랐어요^^
읽어보겠습니다.
투비도 안가봐서 적립금까지 주는줄은 까맣게 몰랐어요
그것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류 진화에서 여성들이 정당한 위치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러나 선사시대 유물은 다의적이어서 반드시 개개인의 성을 표시해주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시간의 심연으로 들어가 선사시대 여성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려고 한다.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 문화적 · 종교적 위치는 어땠을까? 모계사회는 존재했던 것일까? 노동의 분업과여성이 손해를 보고 있는 성별 계층화는 언제, 왜 일어나게된 것일까? - P17

지난 150년 이상 해당 연구분야에서 잊혔던 선사시대 여성은 이제 당당한 연구주제**가 되었고, 보이지 않는 감춰진 존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인류진화에서 여성들이 정당한 위치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다.


** 선사학 관련 책에서 여성을 독립된 주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초반부터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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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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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영국 공립 중학교에 입학하고 겪는 차별의 양상들이 심각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전개된다. 영국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생각보다 본격적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새롭고 신선하다. 아이들은 어른들 생각보다 슬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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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립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일단 재미있다!
생각해볼 문제들을 마구 던져준다!
배울 점도 많다는 것! 선진국으로서의, 교육의 힘인가 싶다.






"전부 쓰려면 우리 집 애는 아일랜드인에, 일본인에, 영국인에, 유럽인, 아시아인까지, 정체성이 무진장 길어지네요."
내 말에 교장이 답했다.
"그렇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도 정체성이 하나뿐인 사람은 없어요."

어느 한쪽을 고르라든가 그중 하나를 내세우라며 서로 옥신각신하는 세상이 된건 분명하다. 저기 축구장에도 동유럽인의 피가 흐르는 아이, 몇 대를 거스르면 인도계 선조가 있는 아이, 아일랜드인의 아이 등이 분명 있을 것이다. 유복한 집의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도, 양친이 모두 있는 아이도,
싱글맘이나 싱글파더의 아이도 있을 것이다. - P75

분단이란, 여러 정체성 중 하나를 타인에게 덮어씌운 다음그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정체성을 골라 자신에게 둘렀을때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75

It takes a village.
영국 사람들이 육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써먹는 문장이다. ‘육아에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즉 아이는 마을 전체가 키우는 것이라는 뜻인데 아들 역시 부모와 학교 선생님의 힘만으로 자라지는 않았다. 오늘처럼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 아이를 길러준 것이다. - P93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노숙자 지원단체의 사무소가 민간지원의 중추가 되어 식료품과 담요 등을 기부받고 있다고 방송을 한 데다 사륜구동 자동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있어서 점심을 앞둔 무렵에는 부엌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물자가 잔뜩 모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민하게 이뤄지는 영국의 ‘풀뿌리 상부상조‘는 놀라울 정도다. 2017년 런던의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P95

영국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켄싱턴 앤드 첼시의한구석에 자리한 그렌펠 타워는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던24층짜리 고층 아파트였다. 그곳에서 일어난 화재는 7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가 되었다. 조사 결과 건설비를줄이기 위해 마땅히 사용해야 하는 단열재를 빼먹고 스프링클러도 설치하지 않은 바람에 불이 빠르게 번져 많은 이들이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후 그렌펠 타워 화재는 영국의 격차 문제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 P95

그런데 화재가 일어났을 때 정부보다 먼저 움직인 이들이 바로 민간인이었다. 막대한 식료품과 의류, 침구류 등이 순식간에 모여들었고 지자체와 자선단체가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몰렸다. - P95

풀뿌리에 자리한 상부상조 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중학교에서는 시티즌십 에듀케이션의 일환으로 시민활동의 의의와 종류, 역사 등을 가르치고 현장연수도 간다. 영국에서 비상시에 재빠르게 이뤄지는 상부상조는 그저 개인의 선의에 기대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시스템 속에그 정신이 확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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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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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자신이 낳은 너무나 예쁜 딸을 질투한다는 소재 자체도 생소한데 그 와중에 잘 자랐구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받아들이기가 몹시 힘들다! 우리와 다른 정서를 가져서 그런건 아닐텐데 뭐지 싶다! 읽고나서 기분이 묘해지는? 아니 기분 나쁜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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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7 0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07-27 23:37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푸른수염도 그랬어요
그 작품은 재밌게 읽었는데.. 음... 이 작품은 좀 판단하기 애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