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립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일단 재미있다!
생각해볼 문제들을 마구 던져준다!
배울 점도 많다는 것! 선진국으로서의, 교육의 힘인가 싶다.

"전부 쓰려면 우리 집 애는 아일랜드인에, 일본인에, 영국인에, 유럽인, 아시아인까지, 정체성이 무진장 길어지네요." 내 말에 교장이 답했다. "그렇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도 정체성이 하나뿐인 사람은 없어요."
어느 한쪽을 고르라든가 그중 하나를 내세우라며 서로 옥신각신하는 세상이 된건 분명하다. 저기 축구장에도 동유럽인의 피가 흐르는 아이, 몇 대를 거스르면 인도계 선조가 있는 아이, 아일랜드인의 아이 등이 분명 있을 것이다. 유복한 집의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도, 양친이 모두 있는 아이도, 싱글맘이나 싱글파더의 아이도 있을 것이다. - P75
분단이란, 여러 정체성 중 하나를 타인에게 덮어씌운 다음그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정체성을 골라 자신에게 둘렀을때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75
It takes a village. 영국 사람들이 육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써먹는 문장이다. ‘육아에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즉 아이는 마을 전체가 키우는 것이라는 뜻인데 아들 역시 부모와 학교 선생님의 힘만으로 자라지는 않았다. 오늘처럼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 아이를 길러준 것이다. - P93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노숙자 지원단체의 사무소가 민간지원의 중추가 되어 식료품과 담요 등을 기부받고 있다고 방송을 한 데다 사륜구동 자동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있어서 점심을 앞둔 무렵에는 부엌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물자가 잔뜩 모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민하게 이뤄지는 영국의 ‘풀뿌리 상부상조‘는 놀라울 정도다. 2017년 런던의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P95
영국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켄싱턴 앤드 첼시의한구석에 자리한 그렌펠 타워는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던24층짜리 고층 아파트였다. 그곳에서 일어난 화재는 7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가 되었다. 조사 결과 건설비를줄이기 위해 마땅히 사용해야 하는 단열재를 빼먹고 스프링클러도 설치하지 않은 바람에 불이 빠르게 번져 많은 이들이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후 그렌펠 타워 화재는 영국의 격차 문제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 P95
그런데 화재가 일어났을 때 정부보다 먼저 움직인 이들이 바로 민간인이었다. 막대한 식료품과 의류, 침구류 등이 순식간에 모여들었고 지자체와 자선단체가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몰렸다. - P95
풀뿌리에 자리한 상부상조 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중학교에서는 시티즌십 에듀케이션의 일환으로 시민활동의 의의와 종류, 역사 등을 가르치고 현장연수도 간다. 영국에서 비상시에 재빠르게 이뤄지는 상부상조는 그저 개인의 선의에 기대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시스템 속에그 정신이 확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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