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거프틸이 기억하는 루시 바턴의 모습들.
반갑다. 앰개시 사람들이 이젠 루시 바턴을 기억할 수 밖에 없구나! TV에도 나오고 책이 출판되면 가장 좋은 자리에 진열이 되니까..


 토미는 운전하면서 문득 루시가 중학생일 때 앉곤 하던 책상 근처에 자신이 1쿼터를 놓아두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애는 늘 헤일리 선생의 교실을 이용했다. 그 선생은 일년동안 사회를 가르치다가 군에 입대했는데 아마 루시에게 잘해주었는지, 나중에 그 교실이 과학실이 된 뒤에도 루시는 그곳을 자주 이용했다. 그래서 토미는 어느 날 루시가 즐겨 앉는 책상 근처에 1쿼터를 놓아두었다.
학교에 자동판매기가 막 들어온 시점이었고 1쿼터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사 먹을 수 있어서, 루시가 볼 수 있는 자리에 1쿼터를 놓아둔 것이었다. 그날밤 루시가 집으로 돌아간 뒤 토미가 교실로 가보니 1쿼터가 놓아둔 그 자리에 정확히 그대로 있었다. - P35

금요일이었다. 그날 오후 패티는 월급 수표를 가지고 시내 은행에 들렀고, 다시 보도로 나와 걸음을 옮기다가 서점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 루시 바턴의 새 책이 진열대 바로 앞쪽에 놓여 있었다.
 "어머나." 패티가 말했다. 서점으로 들어가니 찰리 매콜리가 있었는데, 패티는 그를 보고 하마터면 밖으로 다시 나올 뻔했다. 그는 그녀가 서배스천을 제외하고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를 정말로 사랑했다. 그를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작은 타운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알지만 동시에 모르기도 하는 그런 정도의 관계일 뿐이면서, 그녀는 그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었다. 시비의 장례식 때 그녀는 뒤를 돌아보다 뒷줄에 혼자 있는 그를 보았고, 그 순간 고꾸라지듯-그야말로 고꾸라졌다-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뒤부터 줄곧 사랑했다. 찰리는 초등학생인 손자와 함께 서점에 와 있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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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거프틸은 한때 낙농장을 소유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 낙농장은 일리노이주 앰개시 타운에서 2마일쯤 떨어져 있었다. 그 일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토미는 낙농장이 홀랑 불타버린 그날 밤 느꼈던 두려움에 휩싸인 채 한밤중에잠을 깨곤 했다. 집도 깡그리 불탔다. 바람이 헛간에서 멀지 않은 그의 집으로 불똥을 날려보냈다. 그것은 그의 실수였다-그는 늘 자신의 실수였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그가 착유기 전원이 꺼졌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화재가 시작된 곳잊바로 거기였기 때문이다. - P9

오늘 아침 토미는 칼라일에 볼일이 있어 그리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5월의 화창한 토요일이었고, 며칠 있으면 아내의 여든두번째 생일이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들판에는 옥수수와 콩이새로 심겨 있었다. 많은 들판이 작물을 심기 위해 흙을 갈아엎은 상태여서 여전히 갈색이었고, 하늘은 지평선 근처에 구름 몇점이 흩어져 있을 뿐 대체로 높고 푸르렀다. 
그는 바턴 씨네 집으로 통하는 도로에 서 있는 간판 앞을 지나갔다. 여전히 바느질과 수선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바느질과 수신을 하던 여자 리디 - P11

아 바턴은 오래전에 죽었다. 바턴 가족은 심지어 앰개시 같은 타운에서도 따돌림을 당했는데, 그들의 극심한 가난과 이상한 면들이 상황을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지금 그 집에는 장남 피트가 혼자 살고 있었고, 가운데 아이는 두 타운 떨어진 곳에 살았으며, 막내인 루시 바턴은 오래전에 달아나 결국 뉴욕시티에 정착했다. 토미는 종종 루시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루시는 4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반 때까지 학교가 끝난 후에도 교실에 혼자 남았다. 그녀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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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사진들 ...
책장 펼치자마자 깜짝 놀라 책 덮었다 한참만에 다시 펼쳐 읽기 시작했다.

1938년 6월, 버지니아 울프는 《3기니》를 출판했다. 전쟁의 근본 원인을 용감하게 성찰한 이 책은 전혀 환영받지 못했다.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 그리고 동료 작가들이 스페인에서 일어난 파시스트들의 반란[1936년]에 온 정신을 집중해 왔던 지난 2년 전부터 씌어진 이 책은, 자신에게 편지를 써서 "당신의 견해로는 우리가 전쟁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본 런던의 어느 저명한 변호사에게 보내는 때늦은 답장이었다. 울프는 자신과 그 사이에서는 진솔한 대화가 오고갈 수 없다고 신랄하게 말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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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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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의 피맛을 알아본다는 뱀파이어, 그리고 저마다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세 여인 수연, 완다, 난주의 각기 다른 행로가 얽혀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간의 외로움은 밤에 찾아오는 뱀파이어와 같이 위험하다.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보듬어안아주는 따스함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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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의 장편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어제 읽었던 범유진 작가의 《아홉수 가위》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였군!


수연

"뱀파이어야."

이 미친 여자의 말을 듣게 된 경위를 따지려면 아침으로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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