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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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 조이스 캐롤 오츠

내가 아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도통 뭐라 평을 하기 애매하면서 실망스럽기도 하다.
48 단서들이라니...
제목이 뜻하는 것이 뭔지도 알 수가 없었고 ...
언니와 사기꾼 사립 탐정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거미줄이 은세공처럼 떠다니는 오래된 나무 기둥 아래 단단히 다져진 흙 속에서˝ 잠들어 있다는 문장으로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들어놓고 끝끝내 궁금증은 해소해주지 않으면서 그냥 끝을 내버린 거다.

의심을 증폭시키는 문장은 여기저기 있었는데...
사립 탐정이 언니의 실종에 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지하실을 뒤지고 있을 때 ˝날카로운 톱날이 달린 도축용 칼을 꺼내 옷 사이에 숨˝겨 아무도 보지 못하게, 발소리를 죽이고 ˝웃으면서, 목표가 있다는 흥분으로 거세게 뛰는 심장을 안고, 나는 아주 조용하게 아래 지하 영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지난해 7월에 내가 내려간 이후 아무도 찾지 않았던 그곳으로.˝ ...
이런 문장을 읽고 나면 그 뒤가 궁금할게 당연한데
그 이후 아무런 설명없이 전혀 다른 상황과 문장으로 건너간다. 그럼 또 이상한데 싶어지면서 아무래도 이 실종된 마그리트의 동생 조진(지지라고 불림)은 혹시 사이코패스인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아무튼 모든게 이상하고 .. 아니 어쩌면 이 조진이 가장 이상할지도 모른다 싶다. 화자라고 해서 멀쩡하란 법은 없으니까. 독특한 캐릭터의 발견일까 아님 다른 사람들이 다 정상적인 범주의 평범한 사람들이고 이 조진 한 사람만 범주를 벗어난 캐릭터인가 ...
미스터리도 아니고 호러도 아니고 딱히 뭐라 규정짓기 힘든 작품인건 분명하다. 조이스 캐롤 오츠에게서 기대하는 어느 정도의 틀이 있었는데 내가 거기에 얽매어 있는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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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11-0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읽고 대체 이게 뭐지? 싶어서 저도 혼란스러웠어요ㅋㅋㅋㅋ근데 또 화자의 심리묘사가 독특해서 저는 이 소설이 묘하게 끌리기도 했어요😆

은하수 2024-11-07 23:2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심리가 좀 묘한게 아리송해서 정말 독특하단 생각이 했어요^^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뭔가 잘 잡히질 않아요.
 
조용필 - 정규 20집 20
조용필 노래 / 마운드미디어(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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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용필 정규 20집> 20의 타이틀 곡 "그래도 돼"의 뮤비부터 맘에 와 닿았다. 이 솜 배우의 표정 연기도 너무 아름다웠다. 빠른 템포의 곡들이라 경쾌하고 신나 신나 하며 들을 수 있었는데도 가사를 음미하니 뭔지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거 같아서...
CD 안에 들어있는 스마트 앨범(카드형)을 네모즈 앱을 이용하여 모바일에 등록해 운전하면서 들었는데 햇살 내리쬐는 대낮의 졸리는 차 안에서 듣기 딱 좋았다.
그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조용필~~~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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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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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역시 정유정.. 가독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탄탄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전개가 되어서 책장이 넘어가는게 아깝게 느껴졌다.

‘롤라‘라고 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체험하는 세상이
영원한 천국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하지만 그곳이 천국은 아닐지라도 삶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상의 공간으로서의 천국은 일상화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완전한 행복》에 이은 욕망 3부작의 두번째 작품이니 마지막 완결편도 빠른 시일 내에 출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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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지 - 정규 4집 EL GRAN ASTOR PIAZZOLLA [디지팩]
피아졸라 (Astor Piazzolla) 작곡, 고상지 (Sang Ji Koh) 연주 / 워너뮤직(WEA)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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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르 피아졸라와 고상지를 다 좋아해서 고상지의 반도네온으로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을 즐겨 듣고 콘서트도 가끔 간다. 코로나 이전에 콘서트 간 게 마지막이니 꽤 오래전이 되어 버렸다. 가끔 *튜브로 짧은 연주 영상을 보고 듣긴 하지만 아쉬울 때가 많다.


이번 앨범은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에 경쾌한 팝의 리듬, 드럼과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주고 받는 재지(Jazzy)한 느낌의 곡, 피아노와 반도네온, 일렉 기타와 신디사이저로 다양한 사운드를 입힌 편곡이 빛을 발한다.


정통 탱고 리듬이 아니었지만 이번 앨범은 전 곡이 경쾌하고 신나서 가볍게 듣다 보니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졌고 어느 새 마지막 곡이 끝나버렸다. 고개도 어깨도 살짝씩 흔들며 들을 수 있었다.


악마의 악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고상지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을 좋아하는데 이번 앨범도 콘서트장에서 들었다면 아마 훨씬 더 즐겁고 신나게 들을 수 있었을 거 같다. 그래서 더 콘서트 가서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10/12(토) ~ 10/13(일) 서울숲 재즈 패스티벌 2024 라인업에 고상지(마리아 킴 X 고상지)도 이름을 올렸던데 하필 그날은 친구들과 1박 2일 안동 여행 가기로 한 날이지 뭔가.... 아쉽지만 콘서트 직관은 다음 기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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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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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11 명의 여성 작가와 13 편의 뛰어난 단편을 읽는 즐거움에 한껏 빠져들 수 있는 단편집이다. 진정으로 좀 부족하다 싶은 작품이 하나도 없을 만큼 뛰어나다. 케이트 쇼팽의 '아카디아 무도회에서', '폭풍우', 그리고 표제작인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캐서린 맨스필드의 '작고한 대령의 딸들'은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케이트 쇼팽, 푸른사상, 2019년)과 『가든파티』(캐서린 맨스필드, 강, 2010년) 등의 작품집을 통하여 이미 읽었지만 다른 역자의 문장으로 다시 읽어봐도 역시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이다..



급속한 도시화, 자본화로의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혼란과 과도기의 사회상, 인식의 변화를 포착하여 작품으로 구현한 여성 작가들의 단편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디스 워튼의 「다른 두 사람」과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는  "결혼의 신성함이나 결혼 관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흐려지면서 그와 함께 결혼을 대하는 여성의 태도에 나타난 변화를 보여"주었던 단편이다. 이디스 워튼의 단편이 주로 뉴욕 중상류층의 결혼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다른 두 사람」도 동일하다.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여성과 결혼한 남성의 결혼 생활에서 두 명의 전 남편과 엮이는 상황이 예기치 못하게 자주 발생하게 되고 이야기는 남성의 시각에서 서술이 되는데 상황은 묘하게도 여성이 주도를 하게 되는 그 상황들이 뭔지 모를 긴장감을 형성한다.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의 여성 주인공도 '미혼' 대신 '비혼'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함으로써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는 자신의 삶을 독자적으로 이어나가려 한다. 



특히 기억에 남을 작품은 여성의 히스테리를 다룬 유명한 단편이면서 그 주제 뿐만 아니라 서술 방식에서도 획기적인 방식으로 평가받았던 샬럿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였다.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지만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하여 억압받고 좌절한데서 비롯한 여성들의 히스테리는 이 시대를 다룬 남성 작가들에게 있어 여성들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여성의 히스테리를 억압된 감정의 표출로 보지 않고 여성의 태생적 연약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했다. 이 단편의 여성 화자도 작가가 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끊임없이 억압하고 비하하면서 보호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남편의 정신적 폭력으로 인하여 좌절한다. 그러한 감정의 억압을 겪으면서 서서히 발현되는 히스테리 증상을 개성적인 문장으로 창조해 내는 과정은 실로 뛰어난 것이어서 작가가 이룬 성과를 찬양하게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사회를 비판하고 그러한 사회를 그려낸 여성 작가의 뛰어난 심리 묘사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것이 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성, 특히 고압적이고 폭력적이며 잔인하기까지 한 남편의 억압에 피해자로서 가해자에게 행한 복수를 다룬 세 작품도 기억에 남을 듯하다. 수전 글래드펠의 「여성 배심원단」, 엘런 글래스고의 「제3의 그림자 인물」, 조라 닐 허스턴의 「땀」 세 작품인데 조라 닐 허스턴의 「땀」은 같은 인종. 동일한 계층 내에서도 오랜 시간 침묵을 강요당하는 '흑인' 여성이라는 성별 억압의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복수의 성공이 더욱 당연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반면에 엘런 글래스고의 「제3의 그림자 인물」에는 숨진 딸 아이의 막대한 유산을 차지하기 위하여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아 감금하고 죽게 만든 남편을 단죄하기 위하여 고딕 양식을 차용한다. 매력적이면서 의사라는 신분을 가진 남편의 힘에 맞서기에는 너무 약한 아내의 처지를 상쇄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자 '죽은 딸'이 영혼의 모습으로 등장할 뿐 아니라 결국 복수를 이루게 되는 장치로서 고딕 양식은 적절한 수단이 된다 할 수 있다. 

수전 글래드펠의 「여성 배심원단」은 살인 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억압 당한 채 살아낸 한 여성의 결혼 생활의 모습을 추리소설의 기법으로 풀어낸다. 남편을 살해한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서 수감된 여성을 위하여 옷가지를 챙기러 온 이웃의 두 여성이 피의자인 친구의 부엌에서 그녀의 삶을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은 한편으론 눈물겹다.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무능하면서 아내에게 가난을 강요하였고 폭력을 일삼았던 남편은 이제 살해됨으로써 아무 죄가 없는 피해자가 되었다. 여성은 극도로 가난한 삶을, 폭력적인 남편을 감내하면서 온갖 나쁜 소문에 시달렸는데 어떠한 이해도 받지 못하고 수감되었고 사건을 조사하는 남성 보안관과 검사는 그녀의 부업을 보며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자라고 끊임없이 비판을 한다. 그럴 권리는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두 여성은 가난과 폭력이라는 굴레를 감내한 삶에 같은 여성으로서의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그녀의 삶에 무죄라는 판결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살인을 했든 안 했든 두 여성은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되는데 같은 여성이라면 아마도 충분히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으론 너무 속이 시원해서 위의 세 작품을 읽으며 오랜만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전환기에 발표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처한 여러가지 시대적 고민들과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작품으로 표현하려 하였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남기려 애썼던 작가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단편들을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제시한 삶의 단면을 통하여 현재 우리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책을 덮었을 때 기꺼이 '공감'하게 된다면 소설이 추구하는 '보편성'이라는 명제는 충분히 획득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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