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에마뉘엘 보브 × 최정은, 빛소굴
구입해놓은 지 한참 됐는데 이제서야 읽는다.
사놓고 한참 되고 보니 살 때의 설렘은 점차 줄어들고 책등만 봐도 그냥 지루해진다. 그래서 얼른 읽어보기로 했다.
에마뉘엘 보브가 1924년 발표한 이 작품의 주인공 빅토르 바통...
세계대전에 참전해 한쪽 손에 부상을 입어 일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상이군인 연금으로 겨우겨우 연명해 살아간다.
진정한 친구가 너무 그리운 이 친구,
친구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너무 큰 그의 고독과 단절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외부와의 단절이 오히려 주인공 내면의 생각의 흐름을 디테일한 묘사로 파헤치고 있어 더욱 부각된다.
앙리 비야르 1 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 이런 나의 탄식을 곁에서 들어줄 사람이라면 아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그 누구하고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거리를 헤매다 밤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손톱만큼밖에 안 되는 우정과 사랑이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다.
진심으로 우정을 베풀어 주는 사람에게, 나는 한없이 친절해질 수 있다. 연금도 침대도 독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상대방을 거역하거나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 P37
나의 희망은,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전부 들 어주는 것뿐이다. 강아지처럼 어디든 따라다닐 것이다. 그 사람이 농담하면 나는 항상 통쾌하게 웃어 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 사람을 슬프게 한다면, 나 역시 그와 함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나는 한없이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다. - P38
그렇다. 비야르도 다른 인간들과 다르지 않았다. 앙리비야르, 내가 그와 만난 것은 약국 앞의 군중들 틈에서였다. 나는 길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안에 떤다. 시체가 누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호기심과는 또 다른 어떤 욕구에 이끌려 군중사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 언제나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눈을 가릴 준비는 하고 있다. 주위에 있는 구경꾼들이 떠드는 소리는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 먼저 알고 싶기 때문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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