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꼭 가고 싶다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에세이... 실제로 갈지는 미지수지만...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딸램은 처음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를 간대더니 뉴질랜드를 거쳐 급기야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핀란드로 바뀌어 버렸다.
딸램이 먼저 읽고 내게 빌려 주었는데 얼른 읽고 돌려주면 자기 남자친구에게도 꼭 읽혀야겠다고 말했다. 자기처럼 생각이 바뀔 거라 자신한다나~~~^^
딸이나 나는 작가인 장류진의 감정에 깊이 동화되어 버린 거 같다!
오늘 읽었던 구절에 ‘만인의 권리‘라는 개념이 있었다.
˝일종의 관습법인데, 핀란드에 거주하는 사람이든 방문한 사람이든 누구나 사유지를 포함한 모든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핀란드 ‘신뢰사회‘의 상징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국토는 75퍼센트가 숲, 10퍼센트가 호수와 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구나 자연에서는 소유주의 허가 없이도 야생 열매, 버섯, 꽃을 채집할 수 있다. 누구나 캠프를 세워 야영할 수도 있고 자유로이 사유지를 통과해도 되고 자전거나 말을 타고 다닐 수 있다. ...(105쪽)˝
작년 겨울에 만난 예능 프로그램 중에 ‘핀란드 셋방살이‘가 있었다. 배우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차은우 4사람이 핀란드 오지의 숲과 호수에서 집을 얻고 가스없이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하루 세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컨셉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깊이 각인되었던 말이 오늘 읽었던 이 ‘만인의 권리‘였다. 땅 소유주가 있지만 허락없이도 블루베리를 비롯한 열매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고 자연을 향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오늘 장류진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그 내용이 다시 생각이 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차를 타고 지나가는 모든 길에 소유주가 있겠지만 우린 평소에 그런 생각은 딱히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재산상의 불이익과 연관이 되기 전까지는...

핀란드에는 ‘만인의 권리‘라고 하는 개념이 있다. 일종의 관습법인데, 핀란드에 거주하는 사람이든 방문한 사람이든 누구나 사유지를 포함한 모든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핀란드 ‘신뢰 사회‘의 상징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국토는 75퍼센트가 숲, 10퍼센트가 호수와 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구나 자연에서는 소유주의 허가 없이도 야생 열매, 버섯, 꽃을 채집할 수 있다. 누구나 캠프를 세워 야영할 수 있고 자유로이 걸어서 사유지를 통과해도 되고 자전거나 말을 타고 다닐수 있다. 심지어는 스키를 탈 수도 있다. (살던 집의 창문 밖으로 눈 쌓인 언덕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을 처음 봤을때, 시내의 눈길을 크로스컨트리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는 무척 놀랐으나 이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호수나 강에서 간단한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거나 보트를타거나 수영하거나 목욕을 할 수도 있다. - P105
물론 너무 어리거나 번식기에 있는 동물과 새를 방해하면 안 된다거나, 함정과 그물, 릴과 미끼를 이용한낚시는 안 된다거나,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하거나 불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거나 하는, 선을 넘는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시 함께 마련되어 있다. - P105
이 ‘만인의 권리‘ 개념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네모난 ‘박스‘가 떠올랐다. 교환학생으로 쿠오피오 대학교에 발 디딘 첫날, 학생회관에서 ‘서바이벌 키트‘라는 것을 지급해주었다. 양손으로 들어야 하는 크기의 커다란 종이박스였는데, 이제 막 타국에 도착한 외국인 학생이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스푼과 포크와 컵과 접시가 하나씩, 프라이팬과 냄비를 비롯한 각종 조리도구들도 하나씩 그리고 이불 커버와 베게 커버 같은 침구류가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한다. - P106
사회복지 수업에서 배웠던 또 다른 박스도 떠올랐다. 그건 바로 핀란드의 모든 예비 부모에게 지급된다는 ‘베이비박스‘였다. 친환경 기저귀, 담요, 턱받이, 각종 목욕 용품 그리고 실내복과 외출복, 방한복 등을 비롯해 아기 옷도 개월 수 별로 차곡차곡 들어 있다고 했다. 마분지로 만들어진 베이비 박스의 바닥에는 적절한 탄성의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서 아기침대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얼마나 ‘소유‘한 상태로 태어났는지에는 관계없이이 세상에 나온 순간, 누구나 ‘기본‘적인 것들은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나는 이 ‘박스‘들 역시 누구나 자연을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만인의 권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고 이 숲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어렴풋이 생각했다. - P106
뒤이어 이 숲을 나도 반년이나마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공연한 행복을 느끼곤 했다. 그건 마치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같은 행복이었다. 살갗에 닿아 금방 녹아내릴 테지만 내려오는 동안만큼은 너무나 아름답고, 그래서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잡고 싶어지는 그런 눈송이.
자전거를 무겁게 끌고 천천히 눈길을 오르던 그때와는 달리,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차창 밖 숲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치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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