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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2월 어느 오후 런던의 한 여성 클럽에서 시작됐다. 불편한 모임이었고 끔찍한 오후였다. 윌킨스 부인은 햄프스테드에서 쇼핑하러 왔다가 클럽에서 점심을 먹은 뒤 우연히 흡연실 테이블 위에 놓인 <타임스》를 보았고, 아무 생각 없이
‘고민 상담 코너‘를 훑어보다 다음과 같은 내용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 P7

등나무와 햇살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모든 것이 완비된 지중해 연안의 중세 이탈리아식 작은 성에서 4월 한 달을 보낼 기회를 드립니다. 숙련된 하인들도 있습니다. 사서함 1000, Z, 《타임스>로 문의 바랍니다. - P7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다른 많은 경우처럼 당시에는 이걸 마음에 품는지조차 몰랐다.
윌킨스 부인은 그해 4월이 어떻게 될지 그때 그곳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체념한 듯 짜증스럽게 신문을 내려놓고는 창가로 가서 비 오는 거리를 쓸쓸히 내다보았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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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우리 애들 어릴 때 같이 읽었는데...
20 년은 됐나봐.
집 책꽂이 어디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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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혼란 -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서정일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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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간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불꽃... 


이것이 진정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의 "불꽃"이란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무려 40 년이라는 시간 동안 간직한 사랑이다. 물론 이러한 사람들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하여 간간이 접할 때가 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전쟁으로 헤어진 연인을 만나고 싶어,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일념으로 몇 십 년을 간직한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현실에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도 나는?

전 생애를 관통하는 불꽃을 가슴 속 저 깊은 곳에 간직하고 살아가고, 그 불꽃이 꺼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수십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타오르고 있어서 여전히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면?  

섣불리 입 밖에 내어 말해 버릴 수 없었던 비밀을 잠잠히 끌어안고 있다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렇다면... 이제는 그 비밀을 그냥 말해버리고 싶어지게 될까?



**줄거리 + 결정적인 순간들

여기, 60번째 생일과 교수로서의 빛나는 업적을 이룬 롤란트에게 그의 업적을 기려 여러 제자들이 그의 글을 모아 양장본으로 엮은 문집을 선물받은 즈음에, 그의 인생이 문집에서 보여지듯 상승 곡선만을 타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는 것, 세심하게 기록된 문집의 목차에는 200여 명에 달하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단 한 분, 그의 '모든 창조적 충동의 원천인 그 사람의 이름'은 그곳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비겁하게 침묵해온  것에 대해 새삼 죄책감을 느끼면서 비밀로 남겨진 한 페이지를 그 분을 다시 불러와 자신의 곁에 세우고픈 마음에 이제라도 그 간의 비밀을 고백 하려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문집에서 서술하는 그에 대한 접근 방법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을 그들의 활동을 통해 서술하고 세계의 정신적 구조를 본질적으로 이해하는데 삶을 바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성장의 원천인 핵심 세포를 파악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경험하지만, 우리의 완전한 세계가 고양되는 순간, (스탕달 Stendhal이 기술한 바와 같이) 모든 진액을 빨아들인 꽃들이 순식간에 한데 모여 결정(結晶)을 이루는 바로 그 순간은, 언제나 단 한순간, 오직 한 번 뿐입니다. 그것은 생명이 탄생하는 시간처럼 마술적이며, 체험된 비밀로 삶의 따뜻한 내면에 꼭꼭 숨어있기에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어떤 정신의 대수학도 그 한순간을 계산할 수 없고, 어떤 예감의 연금술을 가지고도 추측할 수 없으며, 심지어 독자적인 감정을 통해서도 그 순간을 붙잡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겠지요." (17쪽)  



결정적 한 순간, 언제나, 단 한 순간, 오직 한 번뿐인, 생명이 탄생하는 듯 결정적인 한 순간은 단 한 번뿐이어서 그 순간을 붙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 결정적 순간이 그가 그다지도 잊지 못하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는 그분과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인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결정적인 순간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나는 그때마다 츠바이크의 문장들에 심취하게 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그의 문장들을 읽는 기쁨을 말로 하자면 입만 아프다. 결정적 순간을 대할 때마다 그의 문장이 어찌나 황홀하던지... 나야말로 이런 심미적 체험과 그의 책을 읽으며 츠바이크를 알게 된 것이 나의 독서 생활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롤란트의 고백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아버지가 시골 소읍에 위치한 대학의 학장이어서 어릴 때부터 인문학적인 정신의 고양에 대한 억압이 있었기에 베를린에서의 대학 생활의 초창기는 그러한 억압에 대한 반항의 심리가 있었고, 잘난 체 떠벌이는 대학 강단에 지독한 권태로움을 느낀 그는 이후 기세등등한 탐욕 속에서 남성성의 흥분과 순응적인 문화와 제약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알게 된 방탕에 탐닉하게 된다.  "어떤 우연이 순식간에  정신적인 몰락을 진정시켜 주지 않았다면(27쪽)" 신세를 망치거나 타락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지경에 이른 그 순간!!!  학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예상치 못하게 들이닥친 아버지로 인하여 "어떤 우연"의 순간이 그에게 미치게 되었다.  교수 신분의 교육자로서 아버지께서 찾아오신다는 연락도 없이 아들의 행실에 대해 알아보려고 불시에 찾아오시게 되었고 이 기습을 전혀 몰랐던 나는 그 날도 내 방을 찾아온 애인과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리고 문을 열어 젖힌 그 순간... 그 순간....  듁은 듁은.. ㅠ.ㅠ



   "그러자 바로 그 순간, 마치 주먹으로 얼굴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현관의 어두컴컴한 속에서 아버지의 그림자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반사되어 반짝이는 안경유리로 그림자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림자의 윤곽만으로도 미리 준비했던 무례한 말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목에 꽂혀 있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순간, 난 말문이 막혀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아버지께 - 얼마나 무서운 순간이었는지! - 방 정리를 할 때까지 잠깐 부엌에서 기다려 달라고 공손하게 요청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내 요청을 승락하신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꾹 참으시는 태도로 보아 그것을 감지할 수 있었지요. 그는 내게 악수도 건네지 않고 불쾌한 표정으로 커튼 뒤쪽 부엌으로 물러나 계셨습니다. 뜨거운 커피와 무를 삶는 철제 냄비가 놓여 있는 곳 앞에서 그는 10분이나 선 채로 기다려야 했습니다."(29쪽)



하.... .. 얼마나 무서웠을까.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내 인생에서 그토록 창피한 적은 없었"다고 ... 그 불쾌한 순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셨던 인간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한 나는 아버지의 결정에 순종하며 베를린을 떠나 작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기로 하였고, 자신을 학업에 바치기로 결심하는데, 열 아홉 인생에서 최초로 느낀 감동의 대상이 아버지였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이 아름다운 순간을 묘사하는 문장들도 정말 압권!  다시 읽어봐도 감동적이다.  "학문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고귀한 열정도 알지 못하고, 정신의 드높은 세계 속에서 열정적인 사람에게는 모험과 위험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도 전혀 예감하지 못한 채...(34) 수강 신청을 하러 찾아간 지방의 대학에서 다시 마주한 결정적인 한 순간. 



   "갑자기 교수가 책상 위로 올라서자 학생들도 따라서 일어섰고, 그가 높은 곳에서 마치 올가미로 사로 잡듯, 말로서 학생들을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서 있도록 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초대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 그의 강의에서 나오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에 자석처럼 이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까지는 불과 몇 분이면 충분했지요!... (중략) 목소리가 당당하게 터져 나올 때마다 그는 마치 날개를 활짝 펴듯 떨리는 두 손을 들어 올렸다가, 지휘자가 선율에 따르듯 안정된 제스처로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려 놓았습니다....(중략) 그때까지 나는 그 사람 이외에 그토록 감격에 빠져 진실하게 마음을 끌며 강의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나는 라틴어로 '랍투스'(Raptus,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황홀한 심리적 상황을 의미하는 단어 - 옮긴이)라고 부르는 것, 즉 한 인간이 자신의 경계를 초월해 이끌려가는 상태를 체험했던 것입니다." (37 ~ 38쪽)



단 한번도 겪지 못했던 황홀한 강의를 처음 접한 그 날로부터 롤란트는 교수의 강의에 빠져들게 되었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황홀한 그 순간의 감동을 다시 접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교수님과 같은 건물 위층에 세를 들어 살면서 거의 매일 저녁 교수의 집을 방문하여 교수와 교류하고 알 수 없는 무기력함에 빠져 이루지 못한 저작에의 꿈을 위하여 그의 글을 받아 적어주면서 그에게 헌신한다. 하지만 그 분은 롤란트가  과도한 열정으로 그의 맘에 들고자 하는 행동들을 비난하고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번번이 그를 실망시키면서 완강하게 밀어내기만 한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젊은 청년의 영혼은 실망과 절망감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불쑥불쑥 말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그 분으로 인하여 상처 받은 정신은 그 분의 부인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롤란트가 보기에 일반적이지 않다. 부부 사이에 대화라곤 없다. 보통의 부부와는 다르게 서로 냉랭하고(물론 그런 부부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특히 아내는 남편에 대하여 냉소적이면서도 믿기 어려운 비난의 말을 입에 담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를 보여주지만, 소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젊은 롤란트는 그 부부에게서 보여지는 이상야릇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분은 왜 그가 학문적인 열정과 동경으로 다가가려 하면 밀어내기만 하는 것인지를 도통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와 함께 이루어낸 책의 1부가 완성이 되었고 그 기쁨을 나누는 날, 뜻밖에도 선생님의 서재 밖에서 적대적인 호기심과 질투심으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부인을 발견하고 그들의 축제는 유감스러운 결말을 고하고 만다. 또 다시 사라진 선생님에게 실망한 롤란트는 짐을 싸서 하숙집을 떠나려 하고 그 순간 그 앞에 나타나신 교수님은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한 번은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분의 입으로 듣는 고백은 어린 그에겐 충격으로 다가오고, 불시에 습격을 당한 듯한 젊은 롤란트로서는 그의 정열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 자네는 젊고 밝고... 미남이지... 그리고 자네는 우리와 가까이 있지 않았는가? 어떻게 내 아내가 자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자네같이 잘생기고 젊은 친구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나는..."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몸을 바싹 숙이고 내게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에,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또다시 그의 눈빛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이상한 빛... 그와 나 사이에만 존재하는 기이하고 특별한 순간, 그는 내게 더 바짝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그는, 입술이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나지막하게 속삭였습니다.

   "나도... 나도 자네를 사랑하고 있네." (175쪽)



   "나는 두 번 다시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편지도, 소식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의 저술은 출판되지 않았고 그의 이름은 잊혀졌습니다. 오직 나를 제외하고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도 아무 것도 몰랐던 소년으로서 느꼈던 그때의 그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를 알기 전의 내 부모님과 그를 알고 난 후의 내 아내와 아이들, 그 누구에 대해서도 그보다 더 고마워하지도, 더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198~199쪽)



아무리 가슴 절절하게 사무치도록 사랑했던 사람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하게 희석이 되기도 하고 아예 잊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이 롤란트는 선생님이 갑자기 깊이 추락하듯 고통스러운 절규로 그를 떠나보낸 그 시간으로부터 떠나오지 못한 거 같다. 

가장 존경하는 그 분이 딱딱한 조개 같은 자신의 운명을 털어놓던 그날 저녁 이후로, 40 년 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 인간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불꽃은 꺼지지 않은 것이겠지! 



츠바이크는 <감정의 혼란>이 껄끄러운 문제들 때문에 출간이 원활히 진행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소회를 밝힌 적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도 문학의 주제로 터부시되는 '동성애'가 외적 소재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깊게 보면  <감정의 혼란>을 관통하는 핵심은 심미적 체험이다. 이 소설은 이렇듯 순간순간이 한 청춘을 강렬함으로  소환한 다양한 색채의 첫 감정들 그리고 그것과의 충돌로 충만하다. "순간은 우리를 훨씬 더 변하게 만든다"는 그의 표현처럼 말이다. (역자후기 중에서, 205쪽)



나에게는 '동성애'라는 소재도 괜찮고 한 청춘의 강렬한 심미적 체험을 보여주는 많은 문장들에 빠져들어서 흠뻑 젖어 있었지만....  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 별 다섯개를 줄 수가 없어...ㅠ.ㅠ

왜냐하면... 너무 금방 끝나버려서 너무 아쉽기 때문이지.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들과 아름다운 문장들은 좀 더 계속 되어야 하는데... 머리로는 이대로 완전한 결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겠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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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8-08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끝나는 게 아쉽다라...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

은하수 2023-08-08 13:38   좋아요 3 | URL
네... 넘 짧아서 아까웠어요~~ 책이 너무 얇아요 ㅠ
그래도 역시 츠바이크로군! 생각하게 됩니다^^

은오 2023-08-09 0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금방 끝나버려서 아쉬운거 공감이요 ㅠ 저도 진짜 앉은자리에서 다읽었어요!!
그래서 초조한 마음을 샀습니다.. 이건 좀 두껍더라고요 ㅋㅋㅋ

은하수 2023-08-09 10:35   좋아요 1 | URL
은오님도 사셨네요
저도 샀는데.. 두꺼워서 또 헉했네요
언젠간 읽겠죠???~~ㅎㅎ

잠자냥 2023-08-09 23:20   좋아요 3 | URL
초조한 마음도 초초하게 책장 넘어갈 걸요?! 근데 은오님, 누운자리에서 다 읽은 거 아닙니까?

은오 2023-08-11 08:19   좋아요 1 | URL
제가 몇달전에 독서용으로 흔들의자를 샀거든욬ㅋㅋㅋㅋ 그래서 요즘은 주로 거기 앉아서 봅니다.. 거의 반쯤 누운 자세로....

은하수 2023-08-11 13:37   좋아요 3 | URL
흔들의자라구욧!
저도 급 관심~~~ 거기 앉아서 책 읽으면 편해요?
저 그게 너무 궁금^^
흔들거리면 책 읽기 불편할까 싶어 몇번을 망설이다 포기했거든요~~
그나저나 잠자냥 님이 초조한마음 도 책장 잘 넘어간다니 일단 시작할 용기가 생기네요!

은오 2023-08-11 21:34   좋아요 1 | URL
진짜 짱 편해요!!! 흔들의자가 사실 의도적으로 몸을 흔들지 않는 이상은 안흔들려서 ㅋㅋㅋ 그냥 눕듯이 기대고 다리 올리고 배랑 다리 사이에 쿠션 놓고 거기 책 올려서 읽으면 완벽.. 허리에는 안좋을 듯합니다 ㅠㅠ

잠자냥 2023-08-11 23:08   좋아요 1 | URL
은하수 님 흔들의자에서 초초한 마음 읽으면 너무 초조하게 책장 넘기느라 의자가 마구 흔들릴 것입니다. ㅋㅋㅋㅋ

은하수 2023-08-11 23:44   좋아요 1 | URL
이러다 조만간 살거 같아요~~
초조한 마음도 곧~~~^^
 

기억도 안나는 옛날에 읽었을텐데...
책이 너무 이뻐서 갖구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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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8-0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서관서 빌려서 봤는데 책이 초록초록해서 화분이나 마당이랑 사진 찍으면 진짜 독서허영심 만족됩니다 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08-08 13:35   좋아요 1 | URL
독서허영심! ㅋㅋㅋ
딱 맞는말입니다
저도 어제 서점 갔는데 눈에 딱 들어오더라구요. 꾹 참았어요 ㅎㅎ
 

처음부터 재밌네.
할머니 말씀이 백번 지당하다^^
이슬아 작가가 결혼하면, 거기다 아이까지 넣으면 진짜 이야기가 쏟아질거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거야 작가의 선택이니까 존중!

책 모양 문진도 받았다.
너무 이뽀~~~♡♡♡






프롤로그
노인들은 굽어 살핀다

땡볕 내리쬐는 무대에 선다. 야외에 마련된 작은 강연 무대다. 근처 공사장에선 포클레인이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있다. 먼지와 소음 속에서 땀을 훔치며 내 얘기를 풀어놓는다. 겪은 건지 지어낸 건지 헷갈리는 이야기를. 그러는 동안관 객석 한구석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가 부채를 손에 꼭 쥐고 나를 바라본다. - P27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된다. 보통 첫번째로 손을 들 용기를 내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러나 부채를 쥔 할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번쩍 든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들떠 있다. - P27

"나는요. 작가님을 책으로 만났어요. 그러다가 하도 궁금해서 여기 찾아온 거예요. 오는 길에는 버스를 두 번갈아탔어요. 내려서 걷는데 세상에 꽃들이 활짝 피어 있어요. 그러면 나는 멈출 수밖에 없지요. 멈춰가지고 꽃에 얼굴을 묻어요. 냄새를 들이마시려고요."
꽃이 핀 줄도 몰랐던 내가 할머니를 바라본다. 할머니는 사람들 시선에 아랑곳 않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게 와가지고 여기 앉아서 작가님 얘기를 흠뻑 들었어요. 꽃구경만치 재밌어 가지고요. 나는 정말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작가님이 결혼을 할까? 아이를 낳을까?
엄마가 될까? 그런 게 너무 궁금해요, 나는." - P28

사람들이 웃고 나도 웃는다. 그런 질문을 삼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할머니한테 장난스레 여쭤본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어요?"
할머니는 설레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작가님이 꼭 결혼하면 좋겠어요. 애도 낳고요. 그럼 또 얼마나 삶이 달라지겠어요? 그럼 또 얼마나 이야기가 생겨나겠어요? 나는요. 계속 달라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듣고 싶어요."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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