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발작의 시작
나의 명백한 강박장애와 기괴한 독실함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 것은 10대 초반에 잇달아 잠깐씩 겪은 혼란스러운 경험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약국의 약 배달을 시킨 터라 나는 자연히 병원, 개업의, 환자, 공장들을 비롯해 격리되어 지내는 온갖 종류의 기이한고객들을 알게 되었다. 그해 여름에 아버지 심부름으로 배달을 간곳은 정신장애 환자들로 들어찬 양로원이었다. 양로원 복도를 걸으며 나는 놀라운 행동을 여럿 목격했다.  - P50

어떤 할머니는 옷을 벗으면서 나더러 같이 침대로 뛰어들자고 졸라댔고, 어떤 사람은 내리몇 시간 동안 똑같은 말을 하고 또 하는 반향어 echolalia 증세를 보였다. 또 어떤 사람은 조현병에 걸려 있었고 어떤 사람은 말기 치매등 끔찍한 행동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 장면을 여러 번 보자, 내문제는 그게 뭐든 간에 이 불쌍한 영혼들이 견뎌야 하는 짐과 비교하면 사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괴하고 끔찍한 온갖 사람들을보고 나자 세상 슬픔을 혼자 짊어진 듯했던 나의 감수성은 적당히꺼져버렸다. 나는 부모가 나에게 베푼 삶을 고마워하기 시작했다. - P51

이후로 나는 너무도 바쁘게 지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도 계속하고 스키도 계속할 수 있는 대학을 찾았다. 그래서 버몬트의 세인트마이클스칼리지에 입학했다. 강박장애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차츰 누그러졌지만, 대학 신입생 동안 다른 묘한 장애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루는 교내식당에서 동급생과 얘기하고 있는데, 뚜렷한 이유도 없이 나의 양손이 걷잡을 수 없을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악성은 아니었지만 유전질환인 가족성진전 familial tremor (특별한 원인 없이 몸의 일부분이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는 본태성진전이 가족성으로 나타나는 질환옮긴이) 진단을 받았고, 지금도 때때로 그런 떨림을 경험한다. - P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장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살인자들의 뇌스캔 사진을 기초로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를 하던 저자가 자신과 가족들의 뇌 스캔 사진을 분석하다가 자신의 뇌스캔 사진이 사이코패스거나 적어도 사이코패스와 불편할 정도로 많은 특성을 공유함을 발견한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팰런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스스로를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이 책에서는 사이코패스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진 조상들의 정보, 사이코패스의 조건 등 사이코패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연구들을 쉽게 풀어 설명해 놓았다.

얼마 전 읽었던 책 《앨저넌에게 꽃을》이 언급된 부분이 있어 반가웠다. 영화로 만들어진 <찰리 Charly>를 본 뒤로 뇌에 대한 관심을 줄곧 유지해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1968년대학 2학년 때 영화 <찰리 Charly>를 본 뒤로 줄곧 뇌에 관심이 있었다. 영화누 한 지적 장애인이 의지력으로 자기 인생을 바꾸고 학습하는 법을 배운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일시작으로 천재가 되는 법도 배운다. 그의 분신인 실험실 생쥐에게 했던 새로운 뇌수술을 받은 뒤에 말이다. 행동의 생물학적. 화학적 기초에 선견지명이 있는 이 영화는 나의 진로를 분명하게 제시해주었다.˝
(31쪽)

지적 장애인이 찰리, 분신과 같은 실험실 생쥐가 앨저넌이다. 결론이 너무 안타깝게도 불완전한 수술로 인하여 앨저넌도 죽고 찰리도 지적 장애인으로 다시 돌아가는 내용이어서 맘이 아팠더랬다. 사이코패스와는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뇌과학과 관련있으니 저자에게는 의미있는 내용의 영화였을 거 같다.




"도대체 사이코패스가 뭘까?"
나의 뇌 스캔 사진을 보고 나서, 과학자인 나는 경각심보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내가 정말로 사이코패스인지 알아보려 정신의학계 동료들에게 "도대체 사이코패스가 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가장 권위 있는 연구자들에게 물었는데도, 만족스러운 답은 얻을 수 없었다. 몇 명은 사이코패스란 아예 존재조차 않는다고, 사이코패스를 정의하라는 건 신경쇠약을 정의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질문을 일축해버렸다. 사이코패스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이지만, 과학적이거나 전문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채소와 마찬가지다. 채소란 임의적인 요리 용어이지 생물학 용어가 아니다).  - P18

마치아르디가 가리킨 ‘반사회적인격장애‘의정의는 대략 이렇다. ‘15세 이후에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광범위한 행동양식을 드러낸다. 

주로 다음 7개 중 3개(또는그 이상) 항목에 해당한다. 
‘사회규범을 지키지 못한다. 사기성이있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쉽게 흥분하며 공격적이다.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다. 무책임하다. 자책할 줄 모른다.‘ 
DSM 밖으로 나가면, 사이코패스의 조건에 대한 의사와 연구자들 나름의 많은 정의가 있다. 문제는 정의가 다 다르고 어떤 정의도 확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 P19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브라이언 콕스와 윌리엄 피터슨이 주연한 1986년 영화 <맨헌터 Manhunter>에 나온다. 콕스가 연기하는 한니발 렉터는 식인 습성이 있는 연쇄살인범으로, 나중에 <양들의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과 <한니발 Hannibal>에서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로 부활해 더 유명해졌다. - P26

렉터는 공감을 모르고 말솜씨와 매력으로 사람들을 농락하며자신의 끔찍하고 사악한 행동에 양심의 가책이라곤 눈곱만큼도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한마디로 그는 많은 사람이 고전적 사이코패스로 여길 만한 인물이고 PCL-R 점수 또한 아마 높을 것이다. - P26

렉터를 닮은 실제 사이코패스들은 더 선정적이고 극단적이다.
17명의 남성과 남자아이를 죽이고 그 시체를 잘라 먹었다고 알려진 제프리 다머 Jeffery Dahmer, 약 4년 동안 최소 30명의 여성을 납치또는 강간한 뒤 잔혹하게 죽인 것으로 알려진 테드 번디 Ted Bundy,
경찰에게 ‘샘의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범행을 예고하고는 무차별 총격으로 사람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데이비드 버코위츠 DavidBerkowitz 가 그 예다. - 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식물도감‘

21쪽에 달하는 시詩 한 편
한 호흡에 읽을 수 없어 천천히 나눠 읽었다.

복수초, 꽃무릇, 구절초, 금강소나무, 두릅, 시누대, 산수국, 강아지풀, 바랭이풀, 은행나무, 오동나무. 감나무, 갯메꽃, 수크령, ...
다 알만한 이름들이다.
다시 기억해 보련다!

*
시누대 잎사귀는 빗방울 튕겨내는 솜씨가 다들 달라서
어스름이면 그리하여 잎사귀 아래로 다스리는 어둠의 농도도 제각각 달라서 - P84

*
산수국 헛꽃 들여다보면
누군가 남기고 싶지 않은 발자국 남겨놓은 거 같아서
발소리 가벼워질 때까지 가는 것 같아서 - P84

*
튀기 위해
끈질기게 붙어 있다

강아지풀 - P84

*
화암사 뒷산 단풍 나 혼자 못 보겠다
당신도 여기 와서 같이 죽자 - P86

*
바랭이풀은 몸에서 씨앗들 다 떼어낼 때까지 버텼다
서리 내리자 과감하게
무릎 꿇었다 - P86

*
백두산 천지 갔다가 구절초 씨앗 몇 받아 왔다
박성우 시인에게 주었더니
기어이 모종판에 묻었다 한다 - P86

*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일제히 고개 돌려 눈 내리는 걸 바라보는 억새들 - P86

*
복수초에게도
설산이 있었지 - P88

*
이름에 매달릴 거 없다
알아도 꽃이고 몰라도 꽃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 P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철둑길 강아지풀
기차 타러 나왔다
박용래 시인의 마을까지 가는
기차가 끊겼다 - P79

*
갯메꽃처럼 바닷가에 살자
바닷물에 발은 담그지 말고
바닷물이 모래알 만지는 소리나 들으며 살자 - P79

*
참새떼가 찔레 덤불로 스며든다 - P79

*
수크령 묶어놓고
네 발목 걸리기를
기다린 적 있었지
나 열몇살 때 - P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식물도감‘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안도현 시인의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수 있게 되었다》이다. 능소화가 피는 계절이라 우리 동네 집들에도 능소화가 흔히 보였었다. 지금은 거의 다 지고 없지만 ...
우리 마당에 능소화 한 그루 심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 눈에 들어왔을지도...

보통 시집의 제목이 표제작인 경우가 많은데 책을 구입하기 전에 책 제목에 해당하는 시가 어디에 있나 찾아서 읽어보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목차를 훑어봐도 제목에 해당하는 시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 찾은건가 싶었지만 아무튼 목차에서는 보이지 않고 대신 마지막 3부(1,2,3부로 구성되어 있다)는 ‘식물도감‘이라는 시詩 한 편인데 온갖 야생화와 식물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아는 꽃도 있고 이름이 익숙한 꽃도 있고 모르는 꽃도 등장한다. . .

매화꽃, 변산바람꽃, 노루귀, 으아리꽃, 꽃다지, 호박꽃, 개불알꽃, 살구꽃, 산괴불주머니, 앵두꽃, 자운영, 찔레, 화살나무, 제비꽃, 산수유, 벚꽃, 모과꽃, 모란, 오동꽃, 얼레, 귀롱나무 꽃, 인동초, 작약, 함박꽃, 물매화, 꽝꽝나무, ... ...

이름만 들어도 고운 얼굴이 연상되는 꽃들도 있지만 그 고운 얼굴에 왜 저런 이상하고 우스운 이름을 붙인건지 싶어 웃음 난다!

21 쪽에 걸쳐 길게 이어지는 시는 그야말로 식물도감처럼 많은 꽃나무가 등장한다.






*
천안에서 전주를 가려면
차령터널을 통과하면서부터
밤꽃냄새군대의 저지선을 돌파해야 한다 - P77

*
함박꽃 열리기 세 시간 전쯤의
꽃봉오리 주워 와서
빈 참이슬 병에 꽂아두었네 - P77

*
지리산 노고단 가서
물매화 보지 못했다면
하산하지 마시게 - P77

*
꽝꽝나무
그 작은 이파리마다
찰랑찰랑 자지러지는 - P77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3-08-1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님 덕분에 시 읽는 아침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