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하강 - 죽은 자와 협상하기

그런 뒤 죽음의 배를 지어라.
망각으로 가는 가장 긴 여행을 떠나야 하니.
그리고 죽음을 죽어라,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과거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에 놓인 (・・・)

오 죽음의 배를 지어라, 너의 작은 방주에음식과 작은 케이크와 포도주를 채워 넣어라망각으로 내려가는 어두운 항해를 위해. - D. H. 로런스, <죽음의 배> - P217

같은 공간을 차지하고서
움직이고 살아 있는 것
그들을 건드린 것을 만지는 것은
그들 덕분이니 (…)

영이 된 뼈들과 하나가 된 흙에
무릎까지 박고 서서
고고학의 태양을 받는다 (・・・)

해질녘마을,
교차하는 어둠의 강물에
가슴까지 담그고 서 있으니,
말 없는 사냥꾼들과
어두운 불 위로 몸을 숙인 여자들,
나는 그들의 낡은 자음을 듣는다 (…)
- 알 퍼디, <인디언 마을의 유적> - P217

내양 손바닥에서 기쁨을 취하라
약간의 꿀과 햇빛을,
페르세포네의 벌이 우리에게 명한 것처럼,
- 오시프 만델슈탐, <내 양 손바닥에서 기쁨을 취하라>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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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특별판 8 Chapter 15, 16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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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몬스터특별판 8 Chapter 15, 16>
뮌헨에서 요한 암살에 실패한 텐마는 목숨을 구해준 슈바르트를 통해 요한 출생의 비밀이 프라하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프라하로 간다. 룽게 경감도 긴 휴가 중에 프라하에 있었고 개별적인 조사를 계속한 끝에 프란츠 보나파르타가 ‘이름 없는 괴물‘이라는 그림책 작가이며, 필명으로 ‘에밀 쉐버‘라는 이름을 사용했음을 밝혀낸다. 그러나 텐마는 체코 경찰에 갑작스레 구속이 되는데, 전 약혼녀였던 에바가 목숨이 위험에 처한걸 알게 되고 탈옥을 강행해 성공한다.

프라하에 온 니나도 혼란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다 ‘붉은 장미 저택‘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수많은 죽음이 있었음을 기억해낸다. 에바는 마르틴이란 사람의 경호를 받다가 요한과 ‘안경 낀 남자‘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되고, 그 역할을 마친 그녀는 자신이 곧 죽임을 당할 것임을 알게 된다. 에바를 경호하다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된 마르틴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그녀를 구한다. 니나는 악마적인 극우파 조직의 보스인 페테르 차페크와 대면한다. 탄생조차 철저한 예정 속에 이뤄진 니나와 요한, 이러한 계획을 알게된 니나는 결국 요한과 만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게 만든 요한에게 총을 겨눈다. 탈옥에 성공한 텐마는 니나와 요한에게 달려오고 있다. 부디 온전히 닿기를...

이제 대망의 마지막 완결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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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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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발하고 있는 강력 사건들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사형제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이미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흉악무도한 저들에게 인권이란 것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인간의 존엄이라는 명제를 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속된 말로 인간 같지도 않은데 국민의 세금을 써가면서 계속 살려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유가족은 오히려 늘 그렇듯이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은 외면 받아 마땅한 것일까. 



그래서 작가는 이 작품으로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작가는 사형 찬성인지, 반대인지, 아니면 사형은 언도하면서 집행은 하지 않고 있는 이 '어정쩡한 경계'에 머무는 현실을 고발하고 공론화하고 싶은 것인지... (그런데 작품의 내용은 진지하고 심각한데 왜인지 제목은 '맛있는'이라네! 차라리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작품 속에서는 실제로 두 명의 사형수의 사형이 집행된다. 사실이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사형 집행 과정이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그리고 사형수의 행동, 그가 느끼는 두려움까지도 하나하나 느껴지도록 한다. 

사실 그 장면을 읽을 땐 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한 순간 내가 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처럼 두렵고 떨리고 무서웠다. 감정이입이 너무 잘돼서 아무튼 문제다. 솔직히 책을 놓고 잠시 자리를 피했었다.



그리고 나도 평소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잠깐 글로써만 맞닥뜨린 것인데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너무도 쉽게 드는 거여서 순간 놀랐다.  

어떠한 경우라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행하는 사형이라는 제도도 따지고 보면 사회적 살인이 아닐까 하고... 나도 그 살인에 가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합의된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침묵하고 있는 나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가 그 살인에 동조한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이 작품에서는 사형수가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식사를 준비하는 '요리사 X'와 마지막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재형'의 개인사가 얽히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사형 제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뻔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면서 그 동안 우리가 사형을 언도받은 사람들과 집행된 사람들이 모두 정당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 잠깐일 뿐이고 또 다른 흉악범을 접하게 된다면...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된다면...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피해자 유가족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가해자는 죽음으로 그 벌을 다하는 것이 너무 쉽게 느껴질까, 살려 놓고 좀 더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두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게 가장 정당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어떻게 변할지 사실 알 수 없다! 아니 내가 만약 피해자나 유가족이 된다면? 가해자의 인권 따위 결코 생각하지 않을 거 같다. 나는 죽을 거 같은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누군가는 가해자의 손에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는데(빼앗겼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어떻게 인권 따위를 논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작가가 말하는 '내가 선택한 중도'에 대해서 이해도 안되고 수긍이 잘 안된다. 공권력을 가진 정부, 사법체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은 회의감... 생각만 해도 무기력해진다...



   "이 소설도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 먼저 머릴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몰되어가는 동안 한쪽에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 들어가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형은 선고되지만, 집행은 하지 않는 '어정쩡한 경계'에 머무는 게 아니라, 떳떳하게 적극적으로 '내가 선택한 중도'라면 결과가 사뭇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석용.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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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허스트베트의 작품으론 처음인데 에세이여서 좋다. 펀딩해서 어젯 저녁에 받았다.
벌써 느낌이 좋다!

틸리
친할머니는 괄괄하고 뚱뚱하고 요지부동이었다. 웃을 때는 킬킬 소리를 냈고 자기만 아는 이유로 깊은 생각에 잠기고 가끔은기함할 의견을 목청껏 피력했으며 나로서는 도저히 알아듣지 못할 노르웨이 방언을 말했다.  - P7

할머니는 아흔여덟 살에 돌아가셨다. 한동안 내 인생에서 유령으로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 마음 속의 이미지가 되어 자꾸 내게 돌아온다. 나는 묵직한 물 양동이 두 개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마틸다 운더달 허스트베트를 본다. 그 뒤에는 아직 그 농장에 남아있는 수동 펌프가 있고 펌프 뒤로 돌들이 보인다. 내가 태어나기 오래전에 철거한 낡은 헛간의 토대가 있던 자리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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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은 <금수>를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려 읽고 연달아 <환상의 빛>을 빌려 읽었고,

다음엔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다. 이사 오면서 가지고 있던 책의 2/3 정도는 판매하거나 버리거나 고물상으로 갔는데 아직 우리집 다락방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좋았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이 더 이상 책을 늘리지 않는거라서 이 책 <등대>는 한참을 기다렸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읽고 나서도 그렇고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 전작들에 비해서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편안했다는 거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그리고 평생을 근처에서 함께 한 절친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그로 인해서 심각한 전개로 이어지거나 무언가 파탄이 나거나?? 하는 갈등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이라는 소재이지만 우리는 다시 또 일상을 그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설파하는 듯한 느낌의 전개라서 읽는 내내 그것이 좋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미야모토 테루가 작품에서 주인공 고헤의 생각을 빌어 말한 부분이 나는 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구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그 구절들을 남기면서 리뷰를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꾸려나가던 '중화소바'라는 라면 집도 2 년이나 문을 닫은 채로 의기소침해 있다가 어느 날 펼쳐 든 책 속에서 아내에게 온 엽서를 발견한 고헤는 엽서에 그려진 등대 그림을 보고 갑작스럽게 등대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참고로 고헤는 자신이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력을 극복하고자 친구(얼마 전 오래 함께 했었고,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 한)의 권유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집 한 층 전체를 서재로 꾸밀 만큼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가져온 오늘의 제목이기도 한 저 문장도 '버네트'의 글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란 것도 그래서 넓은 서재를 갖고 있단 것도... 

이래저래 부러우면서 아주 맘에 드는 설정이다^^ 



   고헤는 주차장으로 돌아와, 내비게이션을 예약한 호텔로 설정했다.

   호텔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해안에서 내륙부로 들어간 길은 거의 일직선이었고, 다이오사키 등대에서 봤던 석호가 실은 삐쭉빼쭉한 선을 그리며 육지로 들어온 바다의 일부임을 알 수 있었다.

 

   정확한지 어떤지 자신은 없었지만, 버네트의 글을 떠올렸다.

   ㅡ 실제로 누구의 인생에나 놀랄 만큼의 행복이 도처에 있으니까요. ㅡ


   주유소 옆 편의점에서 컵 된장국과 주먹밥을 두 개 샀다.

   그 밖에 반찬이 될 만한 게 있나 둘러보다가 오늘 밤은 이거면 충분할 듯해 미네랄 워터만 두 병 사서 편의점을 나왔다.


   놀랄 만큼의 행복 따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람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소공자>를 처음 읽었던 스물일곱 살 때, 고헤는 그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마흔을 넘길 즈음 과연 세상에는 놀랄 만큼의 행복이 널려 있는 걸 알게 됐다.

   이를 테면? 하고 물으면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숱한 행복이.

   추운 밤 뜨거운 물을 받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커다랗게 하품할 때. 하루 일을 마치고 미지근한 소주 한두 잔에 기분 좋게 취해 아내와 시시한 수다를 떨 때.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마주해 그냥 입양해버릴까 하고 아내와 진지하게 토론하는데, 때마침 주인을 따라 이쪽에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가버릴 때.....


   그런 사사로운 일이 행복이라고? 놀랄 만큼의 행복이라면 최소한 죽을병에 걸렸다가 기적적으로 완치됐다든가, 무일푼에서 대부호가 됐다든가, 뭔가 명예로운 상이나 훈장을 받았다든가, 요컨대 더 드라마틱해야 하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비웃으리라. 짐작건대 그런 사람들은, 놀랄 만큼의 행복은 평생 만나지 못한다.

   말라 죽은 줄 알았던 작은 화분의 꽃씨가 연둣빛 새싹을 틔웠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뭘까?

   삐딱하게만 굴다 집을 나갔던 아들이 어느 날 대문 앞에 서 있다가 "죄송해요"라며 울먹인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뭘까.


   그렇게 생각햐면 누구의 인생에나 넉넉한 행복이 마련되어 있다.


   고헤는 호텔에 체크인하고 전망 좋은 방에서 쉬면서, 시마의 깊숙한 후미에서 석양빛에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도처에 있는 사사로운 행복들을 손꼽아 보았다. (223 ~ 224쪽)



이런 평온한 문장들을 대하면서 나도 생각한다.

이런 글을 읽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도 놀랄 만큼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으면 되지...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니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물들이리라~~~ (아, 그러고보니 모바일에선 안보이는구나. . ㅠ.ㅠ)

하하하핫~~~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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