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법률 사무소 2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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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법률사무소 2] 간단 리뷰
20년 전 자살로 위장해 살해당한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캐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윤해성 변호사. 주위에 그를 돕는 우군을 하나 둘 모으고 있다.
젊지만 도둑질에 한가닥하는 전기호. 해커로서의 만렙인 류지훈. 그리고 한이수, 방수희, 박시영... 세 명의 여성도 왠지 믿음직하다. 특히 강한 신체적 능력과 담대하고 오기있는 성품을 지닌 ‘방수희‘ 캐릭터가 가장 맘에 든다!
여자도 남자를 능가하는 강한 체력으로 무장할 수 있다는 것이 특히! 거기서 배어나오는 강한 자신감, 그리고 윤해성 변호사를 마음 깊이 담아둔 마음도 결국 복수에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윤해성 변호사에게 서서히 위기가 다가오는거 같다.
얼른 3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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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장 사회언어학자를 만나다
~ 1장 헤픈 매춘부들과 추잡한 레즈비언들

...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긍정적인 일은 우리 아이들에게 성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것이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젠더화된 고정관념이 공고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젠더화된 단어, 즉 여성, 남자, 여자, 남성, 남자애, 여자애, 그녀, 그 등... 왜 언어를 통해 누군가의 젠더를 밝혀내는게 우리에게 이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언어는 언제나 권력 구조와 사회규범을 반영하고 그것을 강화했으며 지금도 그렇다. 늙은 백인 남자들은 문화를 너무 오래 다스렸고, 언어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소통되는 매개체다. 그렇기에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도전하고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살필 시간이 왔다.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단어에 질문을 던지고,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는 문맥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깨닫지 않으면 주소나 욕처럼 아주 간단한 말조차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권력구조를 강화할것이기 때문이다. - P20

그러나 그 단어들이 어떻게 들리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여성들을 향한 모욕이 이토록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이 중 많은 단어가 이제 완전히 부정적으로만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모든 것은 탈환과 관련이있으며, 이는 사람들이 이 단어들의 의미를 밑바닥부터 적극적으로 재정의할 때 이루어진다.  - P55

우리 문화에서 가장 억압받는 공동체로부터 가장 성공적으로 전유된 단어들이 생겨났다. 

‘퀴어‘를 예로 들어 보자. 아마 최근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처음에는 동성애 혐오적인 모욕이었으나 학계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의해서 무척 인상적으로 전복되었다. ‘퀴어‘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문제적으로 비쳐지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이 단어는 비순응적인 성정체성과 젠더를 자기정의적으로 일컫는 용어로 진화했다. 오늘날 <이성애자 남자를 퀴어 아이로 보기 Queer Eye for the StraightGuy> 같은 TV 시리즈처럼 가볍게 이 용어를 쓰는 경우가 눈에 띈다. 또한 채용 공고에 ‘여성‘, ‘남성‘과 나란히 퀴어가 하나의 젠더 옵션으로 적혀 있기도 하다. - P55

인터넷 시대가 도래한 뒤로, 밈-웹에 돌아다니는 상징-역시 단어의 주권을 억압자로부터 억압을 당하는 이들에게로 돌려주는 데 일조했다. 

밈을 통한 재전유에서 가장 유명한 예는 아마 못되어 먹은 여자를 일컫는 ‘내스티 우먼‘일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선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내스티 우먼‘이라는 말을 한 지 24시간이 되지 않아서, 이 장면은 ‘짤‘로, 머그잔 문구로(나도 이런 머그가 하나 있다), 가족계획을 위한 기금 마련 온라인 캠페인 문구로 만들어졌다. 네티즌들이 이 말을 처음 한 남자로부터 빼앗아 오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은 때로 이렇게 멋진 일을할 수 있다. - P60

‘비치미디어 Bitch Media (이름에서부터 멸칭을 전유하는 비영리단체)의 공동설립자이자 운영자인페미니스트 미디어의 거물 앤디 자이슬러 Andi Zeisler 는 내게 젠더화된 모욕이 야기할 수있는 위해를 줄이려면 이를 나쁜 방식으로 쓰기를 피하면 된다고 알려 주었다. 
말하자면, 오직 긍정적인 맥락에서만 쓰는것이다. - P61

혹은 이를 다 포기할 수도 있다. 모든 모욕이 재전유를 위한 건 아니니까.

 ‘슬럿‘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의미를 가져오기보다는 없애야 한다고 여겨지는 단어가 되었다. 성적으로 ‘난잡‘한 여성을 특별하게 지칭하는 단어라는 점이 기원부터 다소 수상쩍은 데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슬럿 워크‘를 만든 앰버 로즈 역시도 ‘슬럿‘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 모델이자 활동가는 2017년 《플레이보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제 목표는 (…) ‘슬럿‘이 사전에서 사라지도록 하는 거예요. 웹스터 출판사의 본부를 찾아내서 내 팬들에게 나와 같이 저항하자고 말할 거예요. 사전에서 ‘슬럿‘의 정의는 ‘난잡‘한 여성이거든요."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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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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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우리나라의 사계절 날씨. 기상학자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로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거기다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들도 곁들였으니 날씨 이야기만 계속인데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상쇄해준다. 바람, 구름, 안개, 비, 차가운 공기, 기압골, 산맥, 얼음, 눈, 음악이 주인공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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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밤과 꿈에 빠져드는 겨울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그리고 차가운 겨울 환호와 박수 속에 영국 사우샘프턴 항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해하던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 호는 암초를 만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뱃머리에 서서 맞바람을 향해 팔을 벌릴 때 My Heart Will Go On이 들려왔다. 겨울바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지구의 평균기온은 상승한데 우리나라 겨울은 기온이 더 낮아지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 이러한 ‘온난화의 역설‘은 지구가 더워지는 기후에적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일 뿐이란다.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어 북극의 얼음이 모두녹아내리고 나면 이런 일시적 기현상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땐 멈출 수 없는 속도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할 것이다. 곧 닥칠 위험인데...!




날씨 전선에 안전지대는 없다. 밤낮 없이 아무 때나 찾아오는 불청객을 맞이하느라 기상예보 본부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남서쪽 해상에서 들어온 비구름이 물러나나 싶으면,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밀려와 큰 눈을 뿌린다. 한파가 누그러든다 싶으면 황사가 날아들고 먼지 농도가 올라간다. - P208

낮이라면 잠깐 짬을 내서 구름의 모습이나 대기의 색깔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밤에는 엘이디(LED) 스크린에 찍혀 나온 관측 수치나 위성 · 레이더 영상에 담긴 날씨 상황을 추정해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밤에는 위성 영상에 잡힌 희끗희끗한 영역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별이 잘 안 된다. 안개는 지면에 바짝달라붙어 있어서 지면과 온도가 엇비슷하기 때문에 열 감지 카메라로도 식별이 잘 안 된다. 
눈구름은 낮게 깔려 있기에,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는 레이더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황사먼지도 밤에는 열 감지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구름에 황사가 섞여 있으면 구분해내기도 어렵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첨단장비에도 속 시원하게 잡히지 않아서 야밤에는 언제 어디서 돌발기상이 나타날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 P208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밤에는 어디서든 일손이 달린다. 신문사나 방송사에도 최소 인원이 야간 뉴스에 대응하므로, 기상상황을 소통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당연히 돌변하는 기상 상황을 수요자에게 즉시 전달하기는 어렵다. - P208

지자체의 대기인력도 마찬가지다. 밤에는 보통 긴급한 사고에 대비해서 소수만 당직 근무를 선다. 심각한 호우나 대설로 비상소집을 하더라도 필요 인력이 모이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린다. 눈을 치우기 위해 제설차와 운전자를 동원하는 데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다보면 골든타임을 놓치고는 이미 하천이 범람하여 침수가 일어나거나 눈길 사고로 도로가 막힌 후에야 현장에 출동하게 된다. - P209

기상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갈 것 같으면 평소보다 서둘러 야간 근무지로 향한다. 낮에 잠깐 선잠이 들었다가 깨어서인지 머리는 둔기로 얻어맞은 듯이 여전히 멍하다. 밤새 자료와 씨름하며 여기저기 기상특보를 발표하고 새벽 5시에 정규 일기예보를내보내고 나면 무거워진 눈꺼풀 사이로 졸음을 참느라 또 한 차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애써 태연하게 일근 조와 교대하면서도 속으로는 다음번 야근에는 어떤 날씨가 날괴롭힐지 걱정이 앞선다. - P209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겨울철에 극지와 중위도를 갈라놓는 편서풍 띠가 느슨해지면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요동친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제트기류에 극지의 차가운 냉기가 함께 몰려오며 한파가 이어진다. 
저 멀리 유럽 북단에서 극지로 뻗어나간 바렌츠해에 얼음이 많이 얼면 찬 공기가 남하한다. 이 주기가 맞아떨어지면 제트기류의 리듬을 타고 우리나라에 시베리아 한파가 찾아오는 것이다. 
지구 전체는 평균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는 역설적으로 더욱 추운 날씨가 찾아온다. 
이러한 온난화의 역설은 지구가 더워지는 기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시적 해프닝일 뿐이다.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어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내리고 나면 이런 일시적 기현상도 자취를 감출 것이기 때문이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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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구름사이로 흘러가는 가을

나도 모르게 센치해지는 가을밤...
이 밤과 어울리는 음악들을 들었다. 작가가 알려주는대로...
영화 <나자라노>의 주제가 <아이가 태어나면(When a Child Is Born)>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멕시코 3인조 밴드 로스 트레스 디아만테스(Los Tres Diamantes)가 부른 <보름달(Luna Llena)>

어젯밤은 슈퍼문이라서 그런지 크고 하얀달이 동쪽하늘로부터 떠오르더니 오늘은 어쩐지 달이 노란빛이 더 강해진거 같다. 그래도 평소보다 커보인다. 크고 환한 달이 떠서 저녁 먹고 소화시킬 겸 조금 걸었는데 서늘해서 걷기 좋았다.




자연의 숨결은 감정을 자극하여 처음 그 품에 안겼던 시절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럴 때 낙엽 진 숲에서 첼로 소나타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악기의 밤색 목재는 가을의 색을 닮았다. 특히 첼로는 두터운 몸집에서 나오는 중후한 음색으로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장 밥티스트 바리에(Jean-Baptiste Barrière)의 <첼로 소나타> 4번 2악장에서 두 대의 첼로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우아하게 대화를 나눈다. 
조금 걸으면 오르막이 나오고 구부러진 내리막을 돌면 또다시 오르막이다. 그렇게 낙엽 진 숲을 걷다 보면 어느새 추억 속의 내가 음악을 통해 지금의 나에게 속삭인다. 지난 계절의 풍파를 견뎌온 삶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것 같기도 하고, 다가올 추운 겨울도 이겨내라는 따스한 격려의 말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 P152

낙엽이 오감을 홀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단풍의 인생사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가을로 접어들면 추분이 지나면서 밤이 낮보다 길어진다. 낮에는 햇빛을 받아 기온이 오르고, 밤에는 대지가 하늘을 향해 적외선 에너지를 내보내는 만큼 땅과 주변 대기가 차갑게 식어간다. 밤이 길어질수록 이렇게 잃는 에너지가 늘어나고, 가을이 깊어갈수록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진다. - P153

나무는 생리적으로 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는 월동을 위해 이파리와 줄기 사이에 물과 양분이 흐르는 통로를 떨켜로 막아 이파리를 떼어낼 준비를 한다. 또한 광합성을 하는 클로로필도 더는 만들어내지 않는다. 남아 있는 클로로필은 분해되고 녹색 색소는 점차 사라진다. 그러면서 이파리에 남아 있던 카로티노이드나 크산토필 같은 노란 색소가 전면에 드러난다. 광합성으로 이파리에 쌓인 설탕은 떨켜층에 막혀 줄기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일부가 이파리에 남아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를 만들어낸다.
- P153

둥근 달을 바라보면 밤하늘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빛과, 밤의세계를 깨우는 인력이 동시에 느껴진다. 밝은 면을 보면 추석에가족이 모여 보름달에 소원을 빌거나 달나라에 산다는 토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른다. 멕시코의 3인조 밴드 로스트레스디아만테스(Los Tres Diamantes)가 부른 <보름달(Luna Llena)>에는달빛이 비치는 숲과 들판을 거닐 때의 한적함과 애달픈 정서가담겨 있다. 
"어스름한 빛과 고요함. 푸르스름한 땅거미. 부엉이가 멀리서 알린다. 오늘 밤 보름달이 뜨리라는 걸..... 그(달)의 푸른 망토를 밤에게 입힐 것이다." 남미 가수의 목소리는 악기로 치면 플루트를 닮았다. - P158

그런가하면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은 한 폭의 인상파 그림이다. 피아노의 부드러운 선율 사이로 새어나온 달빛이밤거리로 쏟아진다. 가면을 쓴 무희들이 소란한 축제의 거리에서빠져나와 <달빛>에 맞추어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마치 달빛과 함께 잠시 꿈길을 걷는 느낌이다. - P159

반면 어두운 면을 보면 보름달의 인력에 이끌린 무언가가 무덤에서 일어난다느니 하는 기이한 서양 미신이 떠오른다. 아르헨티나의 어느 시골에는 일곱 번째로 태어난 아이가 사랑에 빠지면 보름달이 뜰 때 늑대로 변한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영화 <나자리노>에서 늑대인간은 금발 소녀 크리셀다와 사랑에 빠지고 두 연인은 결국 마을 사람들의 총에 맞아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난다.

주제가 <아이가 태어나면(When a Child Is Born)>은 나자리노의 슬픈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다. "아이가 자라게 되면 눈물이 웃음으로, 증오가 사랑으로, 전쟁이 평화로 바뀌어 모두가 이웃이 되고, 비애와 고통은 영원히 잊히게 될 겁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꿈이고 환상이지만."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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