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이사벨 아옌데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여자들에게>이사벨 할머니와 수다를 ......

이사벨 아옌데의 에세이 <사랑하는 여자들에게>를 읽는 동안 정말 이사벨 할머니와 수다를 떨고 온 듯한 경험을 했다.

그 수다를 언제까지라도 ... 그래서 다시 또 만나서(물론 직접 만난다 해도 대화가 안될테니 책을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수다를 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글을 읽으면서도 정말 이 할머니의 수다를 듣고, 박수 치고 맞아요 맞아요 그러니까요 하면서 공감하고 있는 기분이 수시로 들었지만 -물론 더 할 수 없이 멋진 할머니인건 말할 것도 없고 - 그 수다가 끝나지 않고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 가까이 사는 분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사벨 아옌데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이지만 나는 그의 소설(영혼의 집, 운명의 딸)을 접한 것 뿐이어서 내밀한 속내는 알 수가 없었는데 이 작품을 대하면서 노년의 이사벨의 속내를 조금은 알게 된 기분이었다. 좀 더 친근해진 느낌이 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줄 수 있는 작가가 같은 여자라서, 그리고 작품의 엄청난 성공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서, 또 그리고 이런 뜻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는 것이지 암... 그렇고 말고... 내가 왜 뿌듯한 기분이 드는 건지는...  읽어보면 알게 될 거라고 마구마구 말해주고 싶다~~^^



칠레에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볼리비아로 망명을 하고 다시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이제는 미국의 작가가 되었지만 그녀는 영원히 남미 칠레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다. 자신의 조국은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칠레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노년에 만난 현재의 남편과 지내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다 알다시피 행동하는 페미니스트이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그의 나이 78세에 쓴 에세이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토대로 자신이 살아왔고 이제 자신의 딸과 아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 사랑하는 여자들이 살아갈 세상은 가부장제라는 제도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기를 염원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가부장제 아래 고통받는 여성들이 힘을 모아 연대하기를 바란다. 여성들이 연대하는 힘은 누구보다도 강하기 때문이다. 몇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남성들의 가부장제가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여성들의 힘으로 변화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멋진 이사벨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글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 중에 내가 몰랐던 부분은 딸 파울라가 유전성 혈액 질환을 앓다가 이사벨의 나이 50 무렵에 엄마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파울라>라는 작품을 발표하였고(우리나라엔 출간되지 않았나봐요..ㅠ.ㅠ 엄청난 성공이었대서 너무 궁금함), 그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재단(www.isabelallende.org)을 설립하고 전 세계의 여성들을 돕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페메니스트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또는 겪은 일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데, 여성들이 연대했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아는 것을 행동으로 실행하지 않는 것은 가부장제를 심지어 돕는 여자가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무거운 내용들이 많지만 그 분위기를 바꿔가면서 무겁게 이야기하지 않아서 더 좋은 이 기분을 다른 모든 여자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많은 여자들이 다 읽었으면 좋겠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이 책을 구입해야겠다.  내 맘에 들어온 문장들을 남겨본다.


                 





*** 문장들


   일반적으로 언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말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가부장제에는 남녀의 구분이 유용하며, 젠더를 구분해야 통제가 훨씬 쉬워진다. 우리는 젠더와 인종, 나이 등등의 구분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왔지만 젊은 세대 다수는 이러한 구분에 반기를 든다. (86쪽)



   내 딸 파울라를 떠나보내면서, 나는 죽음이라는 것이 항상 우리 곁에 잇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깨달았다.  칠십 줄에 접어든 지금 죽음은 어느덧 나의 친구가 되었다. 죽음은 낫을 든 썩은 냄새를 풍기는 해골이 아니다. 죽음은 성숙하고 우아하며 치자꽃 향기를 풍기는 상냥한 여인이다. 전에는 우리 동네 어귀를 어슬렁거리더니 얼마 전에는 우리 이웃집에 와 있다가 지금은 우리집 마당에서 참을성 있게 대기하고 있다. 가끔 그녀 앞을 지나칠 때면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때마다 그녀는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누리라고 일깨워준다. (146쪽)



   남성은 여성의 힘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법과 종교, 관습의 힘을 빌어 수 세기동안 여성들의 지적 계발과 예술적, 경제적 발전을 가로막는 온갖 제한을 가해왔다. 한때는 수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너무 많이 안다는 이유로,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산 채로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여자들은 도서관에도 갈 수 없었고, 대학에도 갈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그런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성적인 모습은 여성을 문맹화하여 고분고분 복종하게 만들고, 쓸데없이 질문하거나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 오늘날에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너무 두드러지거나 리더의 위치에 오르려고 하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겪은 것과 같은 공격을 당하게 된다. (162쪽) (그러게나 말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안이 미치광이 백인 트럼프였다니 믿어지십니꽈!!!)



   미국의 연쇄살인범들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백인에 공통적으로 여성혐오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여성 혐오는 가정 폭력, 여성에 대한 위협과 폭행의 이력을 보면 확인된다. 이런 사이코패스들 상당수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성의 거절과 무관심, 조롱을 견디지 못한다. 즉, 여성이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신들을 비웃을까봐 두려워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신들을 죽일까봐 두려워한다."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이다.(163쪽)



   여성의 학대는 곧 여성의 평가 절하와 맥을 같이한다. 페미니즘은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듯이, 여성도 사람이라는 급진적인 개념이다. 수 세기 동안 여성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165쪽)



   이제 평화를 이야기해 보자. 전쟁은 마초이즘 표출의 극한이다. 모든 전쟁에서 희생되는 대부분의 희생자는 군인이 아니라 여자와 아이들이다. 14세에서 44세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서도 첫 번째로 꼽히는 원인은 바로 폭력이다.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암, 말라리아, 사고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인신매매 희생자의 70퍼센트도 여성과 아이들이다. 한 마디로, 선전포고만 없었지 여성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니 우리 여성들이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그 무엇보다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174쪽) (으... 마초이즘 너무 싫어...ㅠ.ㅠ)



   경제적 자립 없이는 페미니즘도 없다. ...2015년에 전 세계 문맹자의 3분의 2는 여성인 것으로 추산되었고,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동의 대다수는 여자 어린이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여성은 같은 일을 하고도 남성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고 있으며, 교사나 간병인 같이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었던 직군은 급여가 낮고, 가사 노동은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 건 물론 대가도 전혀 지급받지 못한다. 요즘같이 여성도 밖에서 일을 하는 시대에는 이런 사실에 훨씬 더 화가 치민다. 어차피 외벌이로서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 남자가 별로 많지 않아서 바깥일을 같이 하는데,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고도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건 다 여자 몫이기 때문이다. 관습과 법이 바뀌어야 한다. ... ...누군가에 의존하는 삶은 어린시절에도 지금 느끼는 것만큼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 스스로 내 밥벌이를 하고자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가능하면 엄마도 부양하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늘 말했다. 돈을 내는 사람이 명령도 내리는 것이라고. 할아버지의 그 말이 내 초기 페미니즘 사상에 도입한 최초의 공리였다. (180 ~ 183쪽)



   나는 내 소설에 등장시킬 강인하고 결단력 있는 여주인공을 굳이 창조해낼 필요가 없다. 나 자신이 늘 그런 여성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사지에서 도망쳐 나와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모든 것을 다 잃고 심지어 자식까지 잃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그들은 단지 생존자일 뿐 아니라 조금씩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몸에 난 흉터와 영혼에 생긴 상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 자신이 회복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희생자로 취급되기를 거부한다. (185쪽)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여성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빈곤 지역의 경우, 어머니들은 소득의 전부를 가족을 위해 쓰는 반면, 아버지들은 소득의 3분의 1만 가족에게 쓴다. 다시 말해, 어머니들은 돈을 버는 대로 가족의 식비와 의료비, 자녀들 학비를 충당하는 반면, 아버지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쓴다는 것이다. 어디 가서 재미를 보느라 탕진하는 것일 수도 있고, 휴대폰이나 자전거 같은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데 쓸 수도 있겠다. (191쪽)


 

  1960년대에 피임약을 비롯한 다양한 피임 기구들이 대중화되면서 여성 해방의 범주도 더욱 확대되었다. 마침내 여성도 원하지 않는 임신에 대한 불안감 없이 온전한 성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즈음 칠레 종교계와 마초이즘의 반발이 얼마나 강력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 ... 지금까지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전쟁, 근본주의, 독재, 경제 위기, 각종 재난에 이르는 온갖 구실로 우리 여성의 인권은 짓밟히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로 인권이 있다면 말이다. 미국에서도, 그것도 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린 이 시대에, 여전히 낙태권뿐만 아니라 여성의 피임 기구 사용 문제는 뜨거운 논란의 주제가 되고 있다. 남성의 정관 수술이나 콘돔 사용을 문제 삼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면서 말이다. (198 ~ 199쪽) (내말이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났는데... 내 몸에 생긴 일인데 왜 결정을 남자들이 해주는 거죠? 여성들이 그걸 원한건 아닌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남성의 가치 그리고 단점만 부각시키고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짓눌러온, 천 년을 이어온 가부장제 문화를 종식시켜야 한다. 종교와 법률로부너 학문과 관습에 이르는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우리의 분노가 이 문화를 지탱해온 근간을 산산이 부숴버릴 수 있도록 진심으로 분노하자. 여성 최고의 미덕으로 꼽히는 순종의 미덕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이며, 남성에게만 유익할 뿐 우리 여성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237쪽) (맞아요~~~ 순종, 복종 이런 단어는 종교인들이나 사용하는 걸로!!!)



   이미 40여 년 전에 저명한 활동가이자 뉴욕 주 하원의원이었던 벨라 앱저그는 이 모든 것을 한 문장에 담아낸 바 있다. "21세기에는 권력이 여성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대신, 여성이 권력의 본질을 변화시킬 것이다. (238쪽)



   나는 딸(파울라)에게 아직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체념한 채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그랬듯이 그 여성들도 원래 세상이 그런 거고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페미니즠'이란 이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좋은 이름을 찾아보렴. 이름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정말 중요한 건 너 자신과 이 세상의 행동을 필요로 하는 숱한 자매들을 위해 일하는 거야." 파울라는 별 다른 대답 없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240쪽)



   이제 잠시 숙고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자.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이며, 의식 있는 남녀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며, 옛이야기 속 바그다드의 칼리프가 도둑에게 물었어야 하는 질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단순히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맑은 생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 말이다. 우리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 받는 평화로운 지구를 원한다. 우리는 사람 사이의 상호 존중, 다른 종과 자연에 대한 존중에 입각한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문명을 원한다. 우리는 성별, 인종, 계급, 나이 등 우리를 갈라 놓는 각종 구분에서 비롯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포괄적이고 평등한 문명을 원한다. 우리는 평화와 공감, 품위, 진리, 연민이 충만한 친근한 세상을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세상을 원한다. 그것이 우리 착한 마녀들이 추구하는 세상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든 여성이 함께 완성해낼 수 있는 계획이다. (249 ~ 2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칠레의 위대한 작가 이사벨 아옌데가 들려주는 그녀의 인생, 그리고 페미니즘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노작가의 이야기가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듯 읽힌다. 그의 어조가 그렇다. 내 앞에서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힘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까지 쓴 소설 속 인물 중 한 명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운명의 딸》 속 여주인공 엘리사 서머스를 선택했다는 글을 읽었다. 인터뷰어는 그 책이 ‘우의적인 페미니즘의 발현‘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했는데 그 질문에 그래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런 생각을 작가 스스로는 해본 적 없었단다. 나도 그 책 읽으며 여주인공 엘리사가 시대를 앞서가는 당차고 강인한 여성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페미니즘으로까진 연결시키지 못했는데 ˝얍삽한 기자 하나˝ 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그 질문에 기분이 꽤 나빴던게 아닐까 싶어 살짝 웃음이 났다.

엘리사가 살았던 개척시대 미국도 그랬지만 사실 여성 해방을 위해 우리 여성들은 남성의 전략을 배워야했고 그들과 겨루어야 했으며 남성처럼 행동해야만 했다. 여성들이 쟁취한 자유를 더 지키고 , 저 신장시켜 나가고, 이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전파시키기 위하여 싸워나갈 것임을, 엘리사와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꼭 이야기해주고 싶단다.

<첫 문장>
한 치의 과장도 없이 말하지만, 나는 유치원 시절, 그러니까 우리식구들이 ‘페미니스트‘라는 게 도대체 뭔지도 몰랐던 그 시절부터 이미 페미니스트였다. 내가 1942년에 태어났으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다. 내 기억에, 내가 처음 남성들의 권위주의에 반감을 갖게 된 건 엄마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 엄마의이름은 판치타. 내 아버지는 페루에서 살 당시, 아직도 젖먹이였던 어린 두 자녀, 그리고 갓난쟁이와 내 엄마 판치타를 버렸다. 결국 엄마는 칠레의 친정으로 돌아와 얹혀살아야 했고, 그 덕분에 나는 외가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 P7

‘페미니즘‘이란 어휘는 매우 급진적인 느낌이 들고 때론 남성 혐오로 해석될 수 있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앞서 독자들에게 이 점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그럼 우선 ‘가부장주의‘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해보자. - P23

내가 생각하는 ‘가부장주의‘는 어쩌면 위키피디아나 스페인 한림원이 발간하는 사전상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 이 말은 여성이나 다른 그 어떤 종에 대해 남성이 갖는절대적인 권한을 의미한다. 그런데 페미니즘 운동이 일면서 일부 측면에서 이런 절대 권력이 손상되었다. - P23

물론 또 다른 많은 측면에서는 지난 수천 년을 이어온 남성들의 전권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지만 말이다. 성차별적 요소가 잠재된 수많은 법률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제는 남성만이 지배력과 특권을 누려왔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부문에서 여전히 남성에게만 억제력을 부여하는 지배적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부장적 체계는 여성에 대한 반감, 즉 ‘여성 혐오‘도 불러올 수 있지만, 동시에배타성과 공격성을 내포한 다양한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 계급 차별, 외국인 혐오,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척 등이 그 예다. 가부장주의는 타인의권리를 침해하며, 복종을 강요하고, 이에 도전하려는 자들을 응징한다. - P24

그렇다면 나의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두 다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고, 두 귀 사이에 존재한다. 즉 나의 페미니즘은 철학적 태도이자 남성만이 가진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정의에 대한 주장이다. 또한 여성의 해방과 동성애자, 성소수자(LGTBIQ 등)‘를 비롯해 제도에 의해박해당하는 모든 이들의 해방, 그리고 나의 이 페미니즘에 동참하고자 하는 또 다른 모든 사람들의 해방을 위한 투쟁이다. - P24

동참하고자 하는 노고자 하는 이들을 나는 언제라도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표현대로
‘격하게 환영 Avemenide‘ 한다.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젊은 시절에 나는 양성평등을 위해 온몸을 다 바쳐 일했고, 남성들의 게임에 끼어보려 했다. 그러나 좀 더 어른이 되면서 그런 게임은 미친 짓이며, 세상을 파괴하고 인간의 윤리의식을좀먹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이 이세상을 망가뜨렸다고 비난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망가진 세상을 고쳐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원리주의, 파시즘, 전통 등의 강력한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더욱이 수많은 저항 세력 속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며 확연히 다를 미래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수많은 여성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면 절망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 P25

이렇게 가부장주의는 거대한 바윗돌 같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바다처럼 유연하고, 강력하며, 깊고, 삶의 무한한 복잡성을 제 안에 담고 있다. 그리고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하며, 가볍게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성난 풍랑처럼 요동치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그렇게 바다처럼 언제나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다. - P2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9-0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아옌데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잇는데 이번에 새로운 에세이가 나왔군요! 담아갑니다. 후훗.

은하수 2023-09-08 16:53   좋아요 0 | URL
후회하지 않을실 거예요
아주 기분즣은 독서 시간이 되실테니까요~~^^
 

혼자서도 밥을 잘 먹는 사람들 보면 제일 부럽다. 난 혼밥이 정말 힘든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혼자 먹자고 정성스레 상을 차리는 것이 너무 성가시고 귀찮기도 하다.  가족과 아침, 저녁을 같이 하니까, 그리고 그 두 끼를 내 손으로 차려야 하니까 혼자 먹는 점심은 간단히... 이렇게 되는 거다.  

거기다 위胃가 약해서 늘 심하거나 덜한 소화 불량 상태에 있는지라 내가 먹는 음식의 중요한 선택 기준은 소화가 잘 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달라지고, 거의 소화에 무리가 없는 음식으로 최소화해서 먹는 편인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건지 갑자기 우리 집에 라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아들 때문에라도 라면은 늘 구비되어 있다). 그것도 짜장 라면이!  소화에는 쥐약이지만 오랜만에 그 짜장 라면이 너무 땡겨서 인덕션을 고출력으로 물을 끓이고 면을 넣어 5분을 끓이고 물을 약간 넉넉하게 남긴 후 짜장 스프와 첨부된 기름을 넣고 복작복작... 마지막에 매운 고춧가루 좀 뿌리고 다시 복작복작 후 파스타 접시에 부어 맛있게 냠냠~~~^^(역시 소화가 더딘 게 느껴져서 소화제 먹어주고)





오늘 읽으려고 선택한 책은 인문 지리학자인 이영민 교수의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이다. 책 표지의 부제목은 "야만과 지상낙원이라는 편견에 갇힌 열대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가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열대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야자 나무, 그 아래 백사장엔 열대의 낭만을 즐기러 온 형형색색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 바닷 가재를 비롯한 해산물과 열대 과일이 풍성한 식탁, 그리고 아름답고 강렬한 원색의 프린팅 원피스를 입은 태양에 검게 그을린 피부의 여인들.... 등등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제대로 된 지식을 습득하기도 전에 열대의 식민 지배를 동경한 화가들의 그림에 등장하는 열대의 낙원을 그린 그림들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가끔 티비에서 방송하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열대 우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여주는 맹그로브 나무, 그도 아니면 세렝게티 초원의 야생 동물들의 세계와 바오밥 나무, 그리고 아마존 열대 우림이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거나 백화 현상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산호초 숲. . .내가 아는 열대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다.

그리고 여름을 싫어하는 나에겐 너무도 먼 나라 이야기였을 뿐이고 내가 그곳들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데서 위안을 느끼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난 강렬한 태양과 찌는 듯한 더위, 벌레, 파충류, 악어, 야생 동물, 쏟아붓듯 내리는 열대성 폭우 등.... 윽 이런 건 너무 싫어, 내 취향 아니야 절대 싫어 이러면서 여행을 가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이 책이 열대지방에 대하여 알고자 찾아본 첫 책인 셈이다.  이제까지 몰랐던 열대 지방에 나타나는 3가지 기후인 열대우림 기후, 열대 사바나 기후, 열대 몬순 기후의 차이점에 대하여 여러 번 읽어보기도 하고, 정말로 해가 중천에서 뜨는, 즉 해가 지표면에 수직으로 뜨는 경우가 일 년에 두 번 있는데 이때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른바 '라하이나 눈 lahaina noon'현상이 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 그리고 열대 지역이란 대체로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회귀선(위도 23.5도)까지, 혹은 조금 더 넓게 위도 30도 정도까지의 지역을 말한다.  둥근 지구의 두툼하게 나온 지구의 허리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적도는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열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고 그러니 기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한반도는 북위 33 ~42도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태양이 북회귀선에 위치할 때 태양이 가장 가까워지고 그때가 바로 24 절기의 하나인 것이다다.  이 정도는 알았던건데도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왠지 새삼스럽다^^ 



아무튼 오늘은 열대 지역의 기후에 대한 부분을 다 읽고 2장 열대의 자연에 대해  읽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열대우림 기후를 가진 지역이 보르네오 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르네오 섬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의 세 개 국가가 있는데, 열대 우림의 경관을 구경하기 위해 저 멀리 아마존이나 콩고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니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5 시간 정도만 비행하면 열대 우림을 구경할 수 있고 코타키나발루에서는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를 둘러볼 수도 있다.  또한, 쿠칭에서는 오랑우탄(세계적으로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에만 서식하는 유인원이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안가의 열대 우림 지역은 이미 개간이 되어 도시가 들어서고 강줄기를 따라 벌목과 농지가 만들어져서 열대 우림은 흉측한 모양으로 계속 뜯겨나가고 있는 실정이란다.  숲이 뜯겨나가고 남은 자리는 사진으로만 봐도 처참하기 이를데 없다.  오랑우탄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은 열대 우림의 파괴가 동물종의 멸종 위기를 불러오는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열대 우림의 파괴는 오랑우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개간만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열대 우림을 불태우며 나온 유기물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거기에 다시 농사를 짓는 방식은 열대 우림 사람들의 전통적인 경작 방식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열대 우림만이 키워낼 수 있는 특수한 작물의 전 세계적인 수요가 열대의 숲을 전례 없는 속도로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대를 여행하다 보면 열대 우림의 숲을 태우면서 나는 뿌연 연기를 곳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숲은 더욱 심각하다.  현지어로 '아삽'이라 부르는 이 연무는 건기가 끝나갈 무렵인 8 ~ 10월 경에 가장 심해지는데 멀리 바다 건너 대륙쪽 동남아시아까지 퍼져나가고 우리가 휴양지로 선호하는 '발리'까지 날아가 숨쉬기가 곤란해지고 천식에 눈병까지 날 지경이란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그리고 멀리 태국이나 필리핀까지 연기가 날아가 인도네시아 정부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째 우리가 봄만 되면 황사 때문에 중국을 욕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여기서도 벌어지고 있는 거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이렇듯 열대 우림을 계속 불태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기름 야자(우리가 팜유라고 부르는)  총 생산량의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인데 이 기름야자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열대의 숲을 계속 불 태우고 있는 것이다. 


  "기름야자에서 추출하는 팜유는 가정집의 식용유로 직접 사용되기도 하며, 라면과 과자 등 튀김류의 가공 식품에도 빠짐없이 들어간다. 그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세제와 샴푸 등에도 필수로 들어가는 원료다.  최근에는 바이오디젤 연료로까지 개발되어 미래 에너지원으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104 ~105쪽)



*'팜유'에 대하여(네이버 지식검색)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0942&docId=6478120&categoryId=32109



아... 백만년만에  라면을 점심으로 먹은 날 하필 이런...

다용도실에 있는 라면을 종류별로 다 뒤집어봤다.  삼양라면, 짜왕, 감자라면(애터미), 배홍동, 라면사리, 컵라면은 신라면이 있었다. 원재료명은 팜유(말레이시아산)로 6가지의 라면이 동일했다. 과자류는 크라운산도 한 가지가 있어서 그것도 확인해 보니 팜유(말레이시아산)였다.  왜 하나같이 말레이시아산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흔히 먹는 라면이나 과자류 등의 튀김 가공 식품에 사용되는 팜유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은 기회로 다시 한 번 찬찬히 찾아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 어쨌든 의미를 두고 싶다.  덕분에 다용도실에 구비된 식재료들과 과자류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외였던 점은 남편이 좋아하는 프림 커피의 재료 중 하나인 동서 프리마에도 팜유가 들어있었다는 거다.  

다시.... 이 기회에 기왕 시작한 거니까 싶어 우리 집 가공 식품의 원재료명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았다. 냉장, 냉동실 재료들도 살펴보고...  팜유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 식품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 안에 있는 세제류도 다 보고(성분명이 어찌나 깨알같은지... 안경을 썼는데도 알아먹기 힘드네!) 화장품도 일일이 뒤집어봤는데 내 눈에만 안보이는건 아니겠지???  원재료명을 이렇게 열심히 읽은 건 처음이다.^^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집 식재료나 식품 중엔 원재료명에  '팜유'라고 쓰인 제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라면과 과자 한 가지, 동서 프리마가 다였다.  소화가 잘 안되니까 의식적으로 튀긴 음식이나 과자류는 늘 피해왔기 때문에 많이 걸러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팜유가 들어간 식품을 전혀 안 먹을 거 같지는 않다.  전혀 안 먹겠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나도 일정 부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열대 우림 파괴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겠지만 그보다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의식이 제고되어야 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싶은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문제점을 알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늘 너무 어렵다.  이게 나의 한계일까 하고 생각을 하면 그것이 참 미안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지구에 내가 태어남으로해서 끼치는 나쁜 영향이란 것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수 법률 사무소 3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복수법률사무소 3] 간단 리뷰

결국 악인은 악인의 길로...
당연한 결말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다.
내가 좋아한 그 강한 여성 캐릭터 수희는 어디로...흑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장 잠깐만... ‘여성‘이 무슨 뜻이라고?
- 섹스,젠더, 그 뒤의 언어에 대한 또 다른 질문들




이본 브릴Yvonne Brill이라는 재능 있는 로켓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났고, 30년간 나사에서 재능을펼치면서 우주선과 위성을 무한한 세상 저 너머로 쏘아 올렸다. 브릴은 마니토바 대학교에 등록했지만 음부를 가졌다는이유로 공학과에 등록할 수 없었다. (대학 입학처에서 그의 음부를확인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출생증명서에 ‘여성‘이 쓰여 있다는 이유로, 그들은 ‘있다‘ 쪽에 판돈을 걸고 "공학 공부를 허락할 수 없답니다. 예쁜 아가씨"라는 도장을 꽉 찍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 P69

브릴은 대신 화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이후에 너무나 효율적이고도 신뢰성 높은 로켓 엔진을 발명해 산업 전반에서 그의 발명품이 표준으로 쓰였다. 날씨가 나오거나 GPS를 사용하는 뉴스를 본 적 있다면 브릴 박사에게 감사해야 한다. - P69

2013년 브릴은 88세로 사망했고 항공우주공학계는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이틀쯤 뒤에 <뉴욕타임스New YorkTimes)는 이렇게 시작하는 부고를 실었다.

그녀는 비프 스트로가노프를 맛있게 만들었고, 남편을 따라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8년간 일을 쉬었다. "세계 최고의 엄마였어요." 아들 매튜가 말했다.
그러나 향년 88세로 뉴저지 프린스턴에서 수요일에 사망한 이본 브릴은 명석한 로켓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 아주, 아주 혼란스러워졌다.
- P70

이본 브릴은 우주선을 달과 화성으로 쏘아 올리는 데 몇십 년을 바쳤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게 기술과 혁신에 대한 국가훈장을 수여했다. 

그런데 망할, 스트로가노프라니. 거기에 행여라도 자식을 키우느라고 8년간 일을 쉬었다는 사실을 잊을까 싶은 문장까지 (사실도 아니었다. 그동안 시간제로 일했다). 
《뉴욕타임스》 눈에는 이런 전통적 여성성이 우주과학에 대한 기여보다도 그를 잘 설명할 뿐 아니라 둘이 모순된 관계로 보였나 보다. ‘그러나‘를 집어넣은 걸 보라. - P70

나는 브릴의 부고에 대한 이 문제적인 글귀를 대학에서 우연히 접했는데, 이 문구는 즉시 내 흥미를 끌었다.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여성이란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달리 말하면, 영어권 화자들이 누군가를 여성이라고 말할 때, 청자의 마음에 어떤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여성은 특정한 젠더 역할로 정의되는가(헌신적인 부인, 훌륭한 요리사) 여성성은 외모로 분류되는가(긴머리, 화장, 드레스) ? 혹은 잠재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 브릴을 공학 프로그램에서 배제시킨 성기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이것은 우리가 ‘여자‘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것인가? 왜 어떤 사람들은 이본 브릴과 같은 성공한 전문가이자 여성인 사람을 젠더링하는 것, 즉 그냥 ‘과학자‘라 부르는 대신에 ‘여과학자‘라고 부르는 것이 공격적이라고 느끼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을까? 아마 ‘여성‘이란 말은 모든 사람과는 조금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이 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