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마음>초조한 마음이란 게 무엇을 말하는건지 츠바이크는 콘도어 의사의 입을 통하여 절절하게 말해준다.
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겨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다고.
그리고...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이다.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연민을 말한다.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236)
이 작품의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과 초조한 마음이 어떠한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연민과 자기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의지! 그러니까 진정한 연민이란 어려운 것인거다. 자기 자신마저 희생할수 있어야만 끝까지 남을 도울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연민을 가질 수 있지만 자기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 연민, 초조한 마음은 결국 불행을 불러올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아직 반도 못읽었는데 벌써 머리를 띵 가격당하고 있다!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는지 너무 적게 했는지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내가 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 했다 할지라도 연민에서 비롯된 그 거짓말 때문에 에디트가 행복해하지 않았던가! 누군가를 행복하게하는 일은 결코 죄나 불의가 될 수 없었다! - P216
맛있는 와인을 마시면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점차 활기를 되찾았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신나게, 더 친하게, 더 편안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처럼 그 시간만큼은 내 마음속에 단 한순간도 그 어떤 어두운 생각도 스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가장 크고 가장 행복하게 웃고 있는 저 아이가 정말로 상처 입고 고통과 절망에 빠진 그 아이가 맞을까 하는 생각, 전문가처럼 말들을 살펴보며 일꾼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그들에게 팁을 쥐여주는 저 노인이 과연 이틀 전 광적인 불안감에 사로잡혀 몽유병 환자처럼 밤에 나를 덮친 사람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조차도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 P222
"그렇지만ㆍㆍㆍㆍㆍㆍ 어째서요? 저는 그저 좋은 의도로 말한 것뿐인데.…..… 케케스팔바 씨한테 이야기한 것은 그저 ・・・・・." "알아요. 압니다." 콘도어가 내 말을 끊었다. "물론 그 노인네가 당신에게서 그 말을 억지로 끄집어냈을 겁니다. 그의 절망 어린 집착은 사람을 정말 무력하게 만들 수 있죠. 네, 압니다. 나는 당신이 그저 연민 때문에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전에도 한번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연민이라는 것은 양날을 가졌답니다. 연민을 잘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지만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처음 몇 번 맞을 때에는 마음이 진정되고 통증도 없애주죠. 그렇지만 우리의 신체나 정신은 모두 놀라울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답니다. 신경이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찾게 되는 것처럼 감정은 더 많은 연민을 원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옆에서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되죠. 언젠가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그 거절 때문에 환자가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은 사람보다도 자신을 더 증오하게 될지라도 그렇게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 P235
그래요, 소위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 의사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판사나 법 집행관, 전당포 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연민에 굴복한다면 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연민이라는 거, 아주 위험한 겁니다! 이번 경우에도 당신의 나약함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보십시오!"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절망에 빠진 사람을 그냥 모른 척합니까? 저는 그저………." - P235
갑자기 콘도어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게 아니에요! 책임감을 느껴야죠! 엄청난 책임감이요! 연민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면, 그건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요! 성인이라면 어떤 일에 관여하기 전에 자신이 어디까지 함께 갈 건지부터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남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죠! 물론 당신이 좋은 의도로 그 사람들을 기쁘게 해준 건 압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강경책을 쓰건 회유책을 쓰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입니다! - P236
연민이라・・・・・・ 좋죠! 하지만 연민에는 두 종류가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합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닌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연민을 말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 P236
그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나는 케케스팔바에게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콘도어가 눈먼 여인을 치료하는 데 실패했고 그 속죄의 뜻으로 그녀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그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 P236
처음에는 케케스팔바네가 전염되더니 이제는 나까지 서서히 전염된 것 같군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신이 책임지고 에디트를 지탱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물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며칠 더 기다려볼 만하죠.
하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끝까지 책임지셔야 합니다! 미리 확실하게 경고해드리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의사들은 수술전에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해 가족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에디트처럼 오랜 기간 불구로 지낸 환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완치된다고 약속하는 것은 메스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큰 책임을 동반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무슨 책임을 떠맡는 건지 잘 생각해보시기바랍니다. 한 번 속았던 사람에게 다시 신뢰를 얻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요구됩니다. 나는 불분명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케케스팔바에게 에디트에게는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으니 좀더 기다려달라고 솔직하게 말할 생각이었습니다. 내 결심을 바꾸기 전에 먼저 당신을 정말로 믿어도 되는지 확실히 알아야겠습니다. 당신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것이라고 믿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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