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이 우리의 6.25 전쟁으로 시작이 된다.
필립 로스 작품으로는 두번째다!

모르핀을 맞고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으로 무장한 북한의 정예 사단들이 38도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로부터 두 달 반 정도 뒤에 뉴어크 시내에 있는 작은 대학 로버트 트리트에 입학했다. 17세기에 이 도시를 세운 사람의 이름을 딴 대학이었다.  - P13

나는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고등교육을 받게 된 사람이었다. 사촌들 가운데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없었으며, 아버지와 세 삼촌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나는 열 살 때부터 돈을 벌려고 일을 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동네 정육점 주인이었고, 나는 고등학교 시절 내내 자전거를 타고 주문받은 고기를 배달했다. 야구 시즌과 토론팀 구성원으로 학교 대항전에 출전하는 오후만 예외였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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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기지촌에서의 일상을 관리하는 능력에 이주여성들의 행위 주체성을 위치시키는 분석적 접근은 의심할 여지 없이 수십 년간 성매매/성노동 관련 연구의 지배담론이었던 
‘피해자성 대 행위주체성‘ 논쟁에 크게 이바지했다.
- P156

성매매는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다양한 행위와 체제를 수반하는것으로 악명 높은데, 한국 기지촌의 사례는 이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여기서 내 목표는 이러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지촌 시스템의 독특한 특징을 잘 분별해내는 데 있다. 
즉 고도로 군사화된 환경에서 만나게 된 접대부와 군인 고객이 지구 절반에 분포하는 미국의 안보체제를 위해 그들의 노동을 전유하는 시스템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 말이다. - P156

나는 성노동자들의 행위주체성을 강조하는 운동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이 행위자들이 타협해야 하는 더 큰 구조적 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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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웃음은 정전에서 배제되고 있다. 희극은 드라마보다 오스카상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학과 익살을 다루는 작가가 스톡홀름에 노벨상을 수상하러 갈 일은 없다. 
광고주와 프로그램 제작자는 유머가 팔린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학계는 그것을 예술의 시상대에 올리기를 꺼린다. 대중문화는 웃음을 악용하며 웃음을 비하한다. 리얼리티 쇼나 코미디는 웃음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만 고급문화는 웃음을 초라한 미학으로 치부하고 웃음에 눈을 찡그린다. 그렇게 웃음은 개인적인 기분전환이나 순간적인 오락으로 축소된다. - P243

그러나 지배에 도전하고 권위주의를 깨부수고 황제를 고발하는 저항적인 유머가 있다. 
밀란 쿤데라가 <농담>에서 말하듯, 웃음은 권력을 부정하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모든 시대의 사랑받는 지도자들은 그들을 조롱하는 희극인을 혐오하고 박해했다.  - P245

희극인들은 권력자나 체제와 충돌하곤 했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유머와 공격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 이 문제에 대한 태도는 그 유머가 우리를 향한 것인지 타자를 향한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관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분개하고, 너는 민감하고, 그는 독단적이다.‘ - P245

아리스토파네스는 찰리 채플린처럼 저항적이고 반체제적인 웃음을 구현한다. 나는 이 두 사람의 유머가 가족적인 분위기를 띤다고 생각했다. 찰리는 품성 좋은 사촌 같고 아리스토파네스는 풍자적인 할아버지 같다. 이 두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영웅은 결코 귀족적이지 않다. 찰리 채플린은 방랑자, 도망자, 이주민,
알코올중독자, 실업자, 금을 찾는 굶주린 자 등으로 등장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의 주인공들은 귀족적 기풍도 재산도 없는 자, 세금납부를 피하려고 속임수를 쓰는 자, 전쟁에 지친 자, 섹스와 파티를원하는 자, 파렴치한 자, 배가 고프진 않지만 폭식에 대한 환상을 품은 자와 같은 악당들이다.  - P24

찰리 채플린은 고아와 비혼모와 공감하고거지와 사랑에 빠지며 기회를 엿보다가 경찰을 걷어차버린다. 그는 부자, 기업인, 이민청 직원, 1차 세계대전의 교만한 자 또는 히틀러를 조롱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 P245

아리스토파네스의 인물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파업으로 전쟁을 중단하고, 아테네의회를 점거하여 재산의 공동체 소유를 선포하고, 소크라테스를 조롱하거나 재산에 눈먼 자들을 고쳐 부가 잘 분배되도록 한다. 거친 모험과 황당무계한 일들이 벌어지고 나면 작품은 거대한 축제의 연회로 끝난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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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사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 한다... 중에서

「역사」에는 고대의 정신과 현대성이 혼합되어 있다. 헤로도토스는전설, 신탁, 경이로운 이야기, 신성함이 문서화된 사실과 함께 기록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어느 왕이 소화불량으로 꾼 악몽이 신의 메시지로 해석되어 제국의 운명이나 전쟁의 전략을 변경할 수 있는 시대에 살았다.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의 경계가 흐렸던 것이다.
나는 그가 신화적 에피소드(에우로파 납치, 트로이 전쟁의 시작 등)를 야비한 악행으로 변화시키는 뻔뻔함이 흥미로웠다. 그는 폭력이 발생할 때여성이 전쟁과 복수의 희생자가 됨을 고발하기 위해 전설적인 미사여구를 명쾌하게 제거해버린다. - P230

헤로도토스는 이 이야기의 근거로 뜻밖의 출처를 든다. 그는 페르시아의 교양인들로부터 충돌의 근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반면 페니키아인들 버전의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헤로도토스는
"나는 사건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그들의 결정에 관여하지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수년간 여행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헤로도토스는 증인들이 같은 사건에 대해 모순된 설명을 하고, 사건을잊어버리거나 평행우주에서나 일어날 법한 식으로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진실이란 파악하기 어려우며, 과거를 있는 그대로 해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을 깨달았다. - P230

그래서인지 역사에는
"내가 알기로는", "내 생각에는",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사실인지는모르나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등의 표현이 많다. 
현재의 다중관점주의가 있기 수천 년 전, 최초의 그리스 역사가는 기억이 연약하고 덧없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안도감을 찾기 위해 과거를 왜곡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래서 시민 케인」, 「라쇼몽같은 작품에서그렇듯이, 우리는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 일면이나 다양한 버전들 혹은 무한한 해석만을 보게 된다. - P231

정말 놀라운 사실은 헤로도토스가 그리스인의 버전이 아니라 페르시아인과 페니키아인의 버전만 기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의 역사는 타자의 관점, 적의 관점, 미지의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탄생했다. 이는 25세기가 지난 지금도 매우 혁신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낮선 문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어떻게 비치는지를 숙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정체성과 대조할 때라야 우리의 정체성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타자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사람이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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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디치 씨, 준비완료?
이제 펠리시아를 우연인 듯 만나고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건가?
아니다. 자기 발로 오겠구나!
이 남자가 그녀의 돈을 훔쳐갔으니까 곧 돈이 없어진걸 알게 될 것이다.
이 작품 스릴러로 분류가 되던데.. .
이 사람 정체가 뭔지 점점 감이 온다.
그가 만났다는 많은 여자들의 이름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여자들이 좋아서 따라올만큼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윌리엄 트레버 작가의 처음 읽는 책이다.
도서관 갔더니 꽤 많은 책들이 서가를 차지하고 있었다. 두 권 빌려오고 신간은 구입했다.
얼른 읽어야지!
읽을 책이 자꾸 쌓인다.

어젠 포근한 가을날이더니 오늘은 비 예보가 있다.
잔뜩 흐린 하늘인데 의외로 춥진 않다.
어제 텃밭에서 무를 10개 뽑아 동치미 담가놓았다.
쪽파도 넉넉하게 넣고 청양고추도 듬뿍, 동네 친구네서 청갓도 얻어와 넣었더니
이리도 뿌듯하고 좋을 수가 없는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시골(?) - 도시 근교라고 해야하나? 후훗- 생활이 난 넘 좋아~~
우리 가족들ㅇㅣ 제일 좋아하는 겨울김치가 동치미다.
얼른 익어서 먹을 날을 고대한다.





다음날 저녁, 직장에서도 듀크 오브 웰링턴 로드 3번지에서도 먼 곳으로 나온 힐디치 씨는 그를 알아볼 사람이 없는 슈퍼마켓으로 차를 몬다. 머리망과 팬티스타킹, 여자 속옷, 탤컴파우더, 그리고 얼굴에 바르는 크림을 구입한다. 이미 어느 토요일 자선바자회에서 겉옷 몇 벌과 모자 두 개를 사두었다. 식사를 한 후 그는 산 물건들을 집안 여기저기에 정리해 넣는다. 코트와 스커트 원피스는 옷장에 넣고, 속옷을 서랍장에 넣을 때는 구기고 심지어 조금 찢는 수고까지 한다. 로션병들을 반쯤 비우고 튜브에 든 크림은 반쯤 짜낸다. 탤컴파우더와 립스틱, 눈화장에 쓰는 제품은 화장실 수납장에 넣는다. 그리고 부엌 천장에 달린 건조대에 스타킹을 넌다. 쌓인 영수증과 그의 이름이 적힌 봉투며 서류들, 오래된 수표책과 은행 내역서는 안전한 곳으로 치운다. - P151

어머니가 죽자 힐디치 씨는 조문카드를 보내온 옷장수에게 어머니 유품을 팔았는데, 나중에야 신발을 넣어둔 박스를 미처 보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는 언젠가 다음에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바깥 창고에 두었다. 그는 그 신발들을 부엌 식탁에 올려놓고 곰팡이를 닦은 다음 옷장 옆에 한 줄로 늘어놓는다. - P152

그녀는 그 여자들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방의, 그 거친 숨결 그녀의 옆얼굴에 잠시 닿았던 땀의, 그가 말하는 방식의 뭔가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의 죽음으로 어둠이 더욱 숨막히게 그녀를 옥죄어오고 역겹다못해 악취가 나는 것 같다. - P234

"집밖까지 차를 태워주지." 속삭임이 다시 들려오고, 두툼한 입술이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진다. "옷을 챙겨 입고 함께 차로 나가지. 여비로 챙겨줄 돈도 있어. 집에서 걸어나가 차에 타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 여자들에 대해 확신하는 만큼 그 둥근 차 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는 밤이 오기를,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어둠은 그가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차도.
"네." 그녀가 동의한다. "네, 옷 입을게요." - P235

마룻장이 삐걱대고 그가 느릿느릿 문가로 걸어간다. 문손잡이가 딸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지만, 불빛은 들어오지 않고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여전히 어두컴컴한가운데 아래로 향하는 육중한 발소리가 들린다.
몸이 얼어붙어,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움에 질려, 그가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공포에 사로잡힌 그녀는 그가 떠나간 자리에그대로 누운 채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남아 있기는 한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휘청거리며 방을 가로지른다. 조용히 문을 열고 문 바깥쪽에 열쇠가 있는지 더듬어본다. 열쇠는 없다.
그녀는 다리에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고 불을 켠 다음 침대 시트자락으로 피를 닦아낸다. 손과 팔이 떨려 어느 동작 하나 쉽지 않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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