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 허스트베트의 작품으론 처음인데 에세이여서 좋다. 펀딩해서 어젯 저녁에 받았다.
벌써 느낌이 좋다!

틸리
친할머니는 괄괄하고 뚱뚱하고 요지부동이었다. 웃을 때는 킬킬 소리를 냈고 자기만 아는 이유로 깊은 생각에 잠기고 가끔은기함할 의견을 목청껏 피력했으며 나로서는 도저히 알아듣지 못할 노르웨이 방언을 말했다.  - P7

할머니는 아흔여덟 살에 돌아가셨다. 한동안 내 인생에서 유령으로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 마음 속의 이미지가 되어 자꾸 내게 돌아온다. 나는 묵직한 물 양동이 두 개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마틸다 운더달 허스트베트를 본다. 그 뒤에는 아직 그 농장에 남아있는 수동 펌프가 있고 펌프 뒤로 돌들이 보인다. 내가 태어나기 오래전에 철거한 낡은 헛간의 토대가 있던 자리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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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은 <금수>를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려 읽고 연달아 <환상의 빛>을 빌려 읽었고,

다음엔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다. 이사 오면서 가지고 있던 책의 2/3 정도는 판매하거나 버리거나 고물상으로 갔는데 아직 우리집 다락방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좋았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이 더 이상 책을 늘리지 않는거라서 이 책 <등대>는 한참을 기다렸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읽고 나서도 그렇고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 전작들에 비해서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편안했다는 거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그리고 평생을 근처에서 함께 한 절친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그로 인해서 심각한 전개로 이어지거나 무언가 파탄이 나거나?? 하는 갈등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이라는 소재이지만 우리는 다시 또 일상을 그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설파하는 듯한 느낌의 전개라서 읽는 내내 그것이 좋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미야모토 테루가 작품에서 주인공 고헤의 생각을 빌어 말한 부분이 나는 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구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그 구절들을 남기면서 리뷰를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꾸려나가던 '중화소바'라는 라면 집도 2 년이나 문을 닫은 채로 의기소침해 있다가 어느 날 펼쳐 든 책 속에서 아내에게 온 엽서를 발견한 고헤는 엽서에 그려진 등대 그림을 보고 갑작스럽게 등대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참고로 고헤는 자신이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력을 극복하고자 친구(얼마 전 오래 함께 했었고,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 한)의 권유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집 한 층 전체를 서재로 꾸밀 만큼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가져온 오늘의 제목이기도 한 저 문장도 '버네트'의 글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란 것도 그래서 넓은 서재를 갖고 있단 것도... 

이래저래 부러우면서 아주 맘에 드는 설정이다^^ 



   고헤는 주차장으로 돌아와, 내비게이션을 예약한 호텔로 설정했다.

   호텔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해안에서 내륙부로 들어간 길은 거의 일직선이었고, 다이오사키 등대에서 봤던 석호가 실은 삐쭉빼쭉한 선을 그리며 육지로 들어온 바다의 일부임을 알 수 있었다.

 

   정확한지 어떤지 자신은 없었지만, 버네트의 글을 떠올렸다.

   ㅡ 실제로 누구의 인생에나 놀랄 만큼의 행복이 도처에 있으니까요. ㅡ


   주유소 옆 편의점에서 컵 된장국과 주먹밥을 두 개 샀다.

   그 밖에 반찬이 될 만한 게 있나 둘러보다가 오늘 밤은 이거면 충분할 듯해 미네랄 워터만 두 병 사서 편의점을 나왔다.


   놀랄 만큼의 행복 따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람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소공자>를 처음 읽었던 스물일곱 살 때, 고헤는 그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마흔을 넘길 즈음 과연 세상에는 놀랄 만큼의 행복이 널려 있는 걸 알게 됐다.

   이를 테면? 하고 물으면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숱한 행복이.

   추운 밤 뜨거운 물을 받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커다랗게 하품할 때. 하루 일을 마치고 미지근한 소주 한두 잔에 기분 좋게 취해 아내와 시시한 수다를 떨 때.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마주해 그냥 입양해버릴까 하고 아내와 진지하게 토론하는데, 때마침 주인을 따라 이쪽에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가버릴 때.....


   그런 사사로운 일이 행복이라고? 놀랄 만큼의 행복이라면 최소한 죽을병에 걸렸다가 기적적으로 완치됐다든가, 무일푼에서 대부호가 됐다든가, 뭔가 명예로운 상이나 훈장을 받았다든가, 요컨대 더 드라마틱해야 하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비웃으리라. 짐작건대 그런 사람들은, 놀랄 만큼의 행복은 평생 만나지 못한다.

   말라 죽은 줄 알았던 작은 화분의 꽃씨가 연둣빛 새싹을 틔웠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뭘까?

   삐딱하게만 굴다 집을 나갔던 아들이 어느 날 대문 앞에 서 있다가 "죄송해요"라며 울먹인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뭘까.


   그렇게 생각햐면 누구의 인생에나 넉넉한 행복이 마련되어 있다.


   고헤는 호텔에 체크인하고 전망 좋은 방에서 쉬면서, 시마의 깊숙한 후미에서 석양빛에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도처에 있는 사사로운 행복들을 손꼽아 보았다. (223 ~ 224쪽)



이런 평온한 문장들을 대하면서 나도 생각한다.

이런 글을 읽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도 놀랄 만큼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으면 되지...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니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물들이리라~~~ (아, 그러고보니 모바일에선 안보이는구나. . ㅠ.ㅠ)

하하하핫~~~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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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특별판 6 Chapter 11, 12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체코의 비밀 경찰에 끌려간 쌍둥이의 엄마와 요한, 그리고 세마리 개구리 간판이 달린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안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에서 만난 금발머리의 미인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수크 형사... 괴물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의 행방을 쫓는 사람들과 그 열쇠를 쥔 수크 형사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올가미... 불쌍한 수크 형사... 수크 형사가 금방의 미인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안나로 변장한 요한이었던 것! 안타깝게도 Dr. 텐마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한편 룽게 경감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의 끝에 요한이 있다는 것을 드디어 깨닫고 사건을 쫓아 장기 휴가를 내고 체코로 간다. '이름 없는 괴물'이란 책의 뒤를 쫓는 것과 동시에 작가가 살았다던 '붉은 장미 저택'에서 열어서는 안될 문을 열고 말았다. 글리머와 헤어진 Dr. 텐마는 갑작스럽게 체코에서 경찰에 체포가 된다.  텐마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과 도움음 받았던 사람들을 조용히 결집하게 만드는 텐마의 체포 소식은 사건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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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제목만 들어도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아픈 말이어서...






"엄마, 음식 잘 잡수고 계세요?" 내가 물었다.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백질은요?"엄마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코를 킁킁거렸다. "나한테 분유를 주더라."
"아, 그래요?" 나는 놀란 척하며 말했다.하던 생각이 끊긴 듯, 엄마는 잠시 조용해지더니 환각적 몽상에 깊이 빠져드는 듯했다.
"그 맛은 진절머리가 나." 엄마는 말했다.
  "전쟁 같은 맛이야."

엄마가 묻지도 않았는데 전쟁 얘기를 꺼낸 건 이번이 겨우 두번째였다. 그 말을 듣자 연구내용이 파편처럼 머릿속에 떠올랐고 나 역시 몽상에 빠져들었다. 죽은 엄마의 시신 옆, 흙길 바닥 - P39

에 나앉아 있는 아기들, 네이팜탄에 화상을 입고 미라처럼 붕대를 감은 여자들의 모습. 미군기가 공중에서 폭탄을 떨어뜨려 아이를 잃은 노근리 학살 생존자 여성의 말. 

그날 미국의 두 얼굴을봤어요.‘ 미국의 식량 원조를 회고하는 전쟁 신부의 말. ‘양키‘가 우리를 구하러 왔다는 말을 들었어요……………. 
쌀이나 보리를 기다리던 차에 먹을 게 넉넉히 올 거란 생각에 침을 흘렸죠…………… 그랬는데 분유만 끝없이 쏟아졌고, 그걸 타서 마시는 사람마다 며칠씩 설사로 고생을 했어요?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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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삐끗만 안했어도 어제 다 읽을 수 있었을텐데!
어제 약침 맞았는데도 많이 불편하고 아프다.
이렇게 저렇게 앉거나 눕거나 어떤 자세를 취해도 아프고 돌아눕기도 힘들다.
경험해 본 바로 어느 정도 괜찮아지려면 최소 1주일은 아프다는 거, 그리고 꾸준히 침 맞거나 물리치료 해야한단 거...

지금 거의 절정 부분이라고 해야하나..
고헤가 궁금해했던, 아내 란코와 고사카라는 사람의 40 년전 일을 알기 위해 편지를 쓰고 있다.


- 무려 사십몇 년 전 일이 왜 새삼 궁금할까 생각하시겠지만, 옛 역마을 이타바시 구의 중화소바집 안주인으로 살았던 란코가 남편에게도 끝내 숨겼던 진실을 저 혼자서라도 검증해보고 싶습니다.
고사카 씨가 그런 일은 다시 떠올리기도, 이제 와서 거론하기도 싫으시다면 할 수 없지요. 저도 그 엽서를 《신의 역사》에 끼워둔 채 가슴속에 묻어둘 작정입니다.
하지만 혹시 스미다 씨 댁에서 불과 일이 분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들려줄 용의가 있으시다면, 엽서도 좋고 편지도 좋으니 제게 알려주십시오. 제 휴대전화 번호도 적어둡니다. 배상. -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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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9-21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0년전의 일을 알기위해 편지를 쓴다는 마지막 감상에 궁금증 폭발입니다😄

은하수 2023-09-21 16:18   좋아요 1 | URL
재밌었어요~~
마지막에 감동포인트도 있구요~~^^
빌려서 휘리릭 읽어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읽자나 2023-09-21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을 맞을때 아무 증상이 없는 것보다 아프면서 낫는게 효과적이라고 하드라구요. 빨리 나으시길~~

은하수 2023-09-21 16: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프니까 가기 또 무서워요 ㅠㅠ
빨리 다녀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