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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평점 :
빈발하고 있는 강력 사건들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사형제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이미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흉악무도한 저들에게 인권이란 것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인간의 존엄이라는 명제를 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속된 말로 인간 같지도 않은데 국민의 세금을 써가면서 계속 살려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유가족은 오히려 늘 그렇듯이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은 외면 받아 마땅한 것일까.
그래서 작가는 이 작품으로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작가는 사형 찬성인지, 반대인지, 아니면 사형은 언도하면서 집행은 하지 않고 있는 이 '어정쩡한 경계'에 머무는 현실을 고발하고 공론화하고 싶은 것인지... (그런데 작품의 내용은 진지하고 심각한데 왜인지 제목은 '맛있는'이라네! 차라리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작품 속에서는 실제로 두 명의 사형수의 사형이 집행된다. 사실이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사형 집행 과정이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그리고 사형수의 행동, 그가 느끼는 두려움까지도 하나하나 느껴지도록 한다.
사실 그 장면을 읽을 땐 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한 순간 내가 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처럼 두렵고 떨리고 무서웠다. 감정이입이 너무 잘돼서 아무튼 문제다. 솔직히 책을 놓고 잠시 자리를 피했었다.
그리고 나도 평소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잠깐 글로써만 맞닥뜨린 것인데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너무도 쉽게 드는 거여서 순간 놀랐다.
어떠한 경우라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행하는 사형이라는 제도도 따지고 보면 사회적 살인이 아닐까 하고... 나도 그 살인에 가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합의된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침묵하고 있는 나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가 그 살인에 동조한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이 작품에서는 사형수가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식사를 준비하는 '요리사 X'와 마지막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재형'의 개인사가 얽히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사형 제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뻔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면서 그 동안 우리가 사형을 언도받은 사람들과 집행된 사람들이 모두 정당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 잠깐일 뿐이고 또 다른 흉악범을 접하게 된다면...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된다면...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피해자 유가족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가해자는 죽음으로 그 벌을 다하는 것이 너무 쉽게 느껴질까, 살려 놓고 좀 더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두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게 가장 정당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어떻게 변할지 사실 알 수 없다! 아니 내가 만약 피해자나 유가족이 된다면? 가해자의 인권 따위 결코 생각하지 않을 거 같다. 나는 죽을 거 같은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누군가는 가해자의 손에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는데(빼앗겼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어떻게 인권 따위를 논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작가가 말하는 '내가 선택한 중도'에 대해서 이해도 안되고 수긍이 잘 안된다. 공권력을 가진 정부, 사법체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은 회의감... 생각만 해도 무기력해진다...
"이 소설도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 먼저 머릴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몰되어가는 동안 한쪽에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 들어가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형은 선고되지만, 집행은 하지 않는 '어정쩡한 경계'에 머무는 게 아니라, 떳떳하게 적극적으로 '내가 선택한 중도'라면 결과가 사뭇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석용.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