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키스 한번에 약혼이라굽쇼?...!
원래도 암운이 가득했는데...
앞으로 마틴 에덴과 루스의 앞날에 ..
이젠 아예 폭우가 쏟아질 거 같다...! ㅠㅠ

실은 사랑에 관해서는 둘 다 어린애였다. 한 쌍의 소년과 소녀처럼 사랑을 표현하는 데 어수룩하고 미숙했다. 그녀는 대학 교육을 넘치도록 받았고 그의 머리는 과학 철학과 인생의 냉혹한 현실로 가득차 있음에도 그러했다.

하루가 영광스럽게 저물어 갈 때까지, 둘은 연인의 대화를 나누며 앉아 있었다. 사랑의 경이와, 이상한 방식으로 둘을 함께하게 만든 운명에 대해 감탄했다. 또 자기들은 이전의 어떤 연인들도 도달한 적이 없는 정도로 사랑한다고 독단적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들은 집요하게 서로의 첫인상을 다시금 반추했으며, 서로에 대해 어떤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상세히 분석하려는 가망 없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 P245

"그가 고백하지 않았다면, 그럼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었던 거 아니겠니?"
"그런데 일어났어요. 그런데도요."
"얘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모스 부인은 헷갈렸다. "결국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지 난 모르겠구나. 무슨 일이야?"
루스가 놀라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가 아시는 줄 알았어요. 저, 우리가, 마틴과 내가 약혼했어요."
모스 부인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아뇨, 그가 고백한 게 아니에요." 루스는 해명했다. "그는 단지 나를 사랑했고, 그게 다예요. 지금 어머니가 놀라듯이 나도 놀랐어요.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내게 팔을 둘렀죠. 그러자… 그러자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가 나한테 입을 맞췄고, 나도 그에게 입을 맞췄어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야만 했어요.
그러고 나서 나는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어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어머니가 축복의 입맞춤을 해 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모스 부인은 싸늘하게 침묵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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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1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키스 한번에 약혼이라굽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기준이라면 저는 약혼 천만번도 더 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0-11 14:50   좋아요 1 | URL
으아악...천만번이요...?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전 아마도 40살 아들이 있을지도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여러모로 맘에 안드는 여주 캐릭터라... 참 거시기 하네요..!
 

마틴 에덴은 호기심에 끌려 평생을 살아왔다. 알고 싶었다. 그를 세상 곳곳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 한 것도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음을, 그리고 배를 타고 영원히 떠돈다 한들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임을 스펜서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그는 그저 사물의 표면을 스쳐 지나면서 동떨어진 현상을 관찰하였고, 사실의 단편들을 축적하고, 피상적이고 하찮게 일반화해왔다. 
변덕과 우연뿐인 세상에서 모든 것들은 일관성도 질서도 없이 서로 무관해 보였다. 그는 날아다니는 새를 봐 왔고 그 비행 방식을 추론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새들이 유기적 비행기구로 발전하게된 과정을 설명해 보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그런 과정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보지 못했다. 새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생각할 거리가 아니었다. 새들은 언제나 있었고, 그냥 생겨난 것이었으니까. - P150

"말도 안 돼, 너도 알잖아." 올니가 못마땅하게 말했다. "마틴은 교양이 아니라 직업을 원해요. 그의 경우에 그 직업을 위해 교양이 필요할 뿐이죠. 그가 화학자가 되려 한다면 교양은 필요 없겠죠. 마틴은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해요. 하지만, 당신이 틀렸다는 게 드러날까 봐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마틴은 왜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 할까요?" 그는 계속했다. 
"빈둥댈 만큼 재산이 없기 때문이죠. 당신은 왜 당신 머리를 색슨어와 일반교양으로 채울까요? 당신은 먹고살 길을 스스로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에요. 당신 아버지가 알아서 마련해 주시겠죠. 당신한테 옷과 다른 모든 걸 사 주시잖아요. 우리가 받은 교육, 당신과 나와 아서와 노먼이 받은 교육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죠? 우리는 일반교양에 푹 절어 있지만, 오늘 아버지들이 파산하신다면 내일 우리는 전락해서 교원 자격시험을 봐야 하겠죠. 그렇게 되면 루스, 당신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일자리는, 시골 학교 선생이나 여자 기숙학교의 음악 선생일 거예요." - P158

그날이 왔다. 골목에 나갔으나 치즈 페이스는 없었다. 그는 아예 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가 치즈 페이스를 이겼다고 축하했다. 하지만 마틴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치즈 페이스를 이기지 않았으며 치즈 페이스도 그를 이기지 않았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바로 그날, 치즈 페이스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음을, 그들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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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호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2
외젠 다비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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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다비의 <북호텔>은 1920 ~ 1930 년대 프랑스 파리의 북쪽 지역인 제마프 둑길에 있는 허름하고 값싼 호텔(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모텔 혹은 여관에 가까운?)이 배경으로, 거기에 숙박하는 프랑스 하층민들인 공장의 직공, 마차꾼, 인쇄공, 지하철 종업원, 아내를 삣기고도 모르는 경찰관, 폐병환자, 매춘부, 인정 못받는 하급 배우 등이 주인공이다. 

호텔을 새로 사서 정성스럽고 깨끗하게 운영하고자 애쓰는 르쿠브뢰르와 루이즈 부부는 나름대로 정이 넘치면서 다분히 인간적이다. 

또 이곳에 투숙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손님들의 삶도 어느 한 편으로는 비참하고 안쓰러운 모습이지만 작가가 철저히 감정은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나열하듯 묘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 사람들이 처한 상활이나 하는 행동들이 그다지 문제적인 상황으로 비치지 않는다. 문제적인 상황으로 인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순전히 책을 읽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애쓴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남자들이 여자를 대하는 상황들은 혀를 차고 싶을 정도로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여자를 그저 한 번 후려서 가지고 놀다가 버려도 되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고, 실제로 등장하는 남자들이 여자를 우습게 알고 희롱하고 쉽게 유혹하고 몸을 유린하고 같이 살다가 임신한 여자를 그냥 버려두고 줄행랑을 치고 하는 등등의 행동을 일삼는다. 그러한 모습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묘사되어 있어서 이 당시에 정말 이랬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않는 남자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름 위안이 된다. 호텔의 주인 부부의 모습은 특히 그러하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도 그렇고 손님들에게도 또 이 곳을 거쳐간 하녀들에게도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작가의 부모님이 실제로 '북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을 운영했다고 하던데, 책을 읽어 나갈 수록 작가가 이들 하층민의 모습을 그저 미화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담담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애쓴 것은 도시 변두리에서 작은 희망을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무언가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투영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강력한 힘에 끌려가듯 달려가 파국을 맞는 소설의 전형으로 추앙받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 떠올랐는데, <목로주점>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하층민인(그 당시에 파격적이게도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워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고 하지 아마!) 세탁부 여인의 삶은, 외젠 다비의 <북호텔> 속 하층민들의 삶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북호텔> 속 하층민들의 삶이 좀 더 따듯한 시선으로 쓰여진 것이어서 - 순간적으로 개탄을 금치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 

<목로주점>에 비하면 전체적으로는 좀 더 편안하게 읽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그렇다고 <목로주점>이 재미가 없느냐 한다면 결단코 그렇지 아니하다. <목로주점>은 정말 명작이다! 30 년도 더 전에 읽었지만 내가 그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아직 기억할 정도로! 단지 프랑스 하층민을 묘사한 소설이라는 소재가 비슷한데 다른 시각으로 쓰여져서 나도 모르게 기억이 났고 본의 아니게 비교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호텔의 임대 기간 8 년이 끝나갈 무렵 호텔의 토지가 팔리면서 북호텔은 종말을 고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호텔을 거쳐간 수많은 인물들 중에 어느 누군가의 모습은 잔잔하게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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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1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라니 정말 궁금한데요?! 찜해두겠습니다.

은하수 2023-10-11 13:04   좋아요 0 | URL
목로주점 같은 대작, 명작고전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잘 읽힙니다~~^^

yamoo 2023-10-1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책을 오랫동안 소장만 해 온 저로서는 아직도 읽지 않은 게 후회스럽긴 합니다. 얼른 읽어야지 하는데 계속 후순위로 밀려서....리뷰를 보니 얼른 읽어야 겠습니다!

은하수 2023-10-11 13:06   좋아요 0 | URL
읽기 시작하시면 아마 금방 끝낼수 있으실걸요?
비참한 하층민들의 삶이라길래 목로주점처럼 힘들줄 알았는데-사실 곰곰 생각해보면 정말 비참한 삶들을 살고 있긴 하죠-그런데 의외로 잘, 술술 읽히는건 두 작가의 시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토종백제인 2023-10-11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자체 도서관 갑니다

은하수 2023-10-11 23:4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도서관에서~~!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너의 안부
성현주 지음 / 몽스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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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정보도 없이 생각없이 그냥 빌려왔는데... 읽는 내내 정말 펑펑 울었다.

이렇게 펑펑 울 줄 알았다면 빌려오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 콧물 짜내면서 어쩔 수 없이 욕도 나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작가이자 개그맨 성현주의 엄마로서의 시간들에 백 번 공감하게 될 거다.

감히 상상 속에서조차도 내 아이를 나보다 먼저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곳으로 보낸다는 생각은 할 수조차 없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지는데...

 놓고 싶지 않지만 아이가 홀로 감당하고 있을 고통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그만 보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든 현실이었을지 나는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어떠한 치료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몸의 변화를 나는 동생을 보내면서 보았기에 그 심정이 더 절절하게 와 닿았다.

지금은 그녀가 부디 무대에서, 평범한 생활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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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가장 빨리 간다는 말이죠." 그녀가 속담을 인용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 가도 마찬가지로 더 빠르게 갈 겁니다.‘
그는 불쑥 그렇게 말해 버리고 싶었는데,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과 별이 총총한 허공의 무한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그 세계를 그녀와 함께, 그녀를 팔에 안고 떠다녔으며, 그녀의 옅은 금발이 그의 뺨 언저리에 휘날렸다.  - P128

 동시에 그는 언어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함을 깨달았다. 
맙소사! 그가 본 것을 그녀도 볼 수 있도록 단어들을잘 직조해 낼 수만 있다면! 그는 제 마음의 거울에 불시에 비친 이 환영들을 그려 내고자 하는 욕망을, 죽음의 고통처럼 격렬하게 느꼈다. 
아, 그것이었다! 그는 비밀의 끄트머리를 잡았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작가들과 대(大)시인들이 한 일이었다. 그들이 거인이 된 이유였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본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았다.  - P128

양지에서 자는 개는 종종 낑낑대고 짖지만, 무엇을 보았기에 낑낑대고 짖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는 개들이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자신이 바로 양지에서 자는 개와 같았다. 그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환영들을 보았으나, 루스에게는 낑낑대며 짖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이제 양지에서 잠자기를 그만두리라. 일어서서 눈을 크게뜨고, 자신의 풍부한 비전을 그녀와 나눌 수 있을 때까지, 가려지지 않은 눈과 얽매이지 않은 혀로 분투하고, 노력하고, 배울 것이다. 
다른 이들은 표현의 기술을, 언어를 말 잘 듣는 머슴으로 길들이는 기술을, 단어들을 개별 의미의 합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갖게끔 조합하는 기술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는 언뜻 본 비밀에 깊이 각성했고,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과 별이 총총한 허공에 다시 한번 사로잡혔다. 
주위가 매우 조용하다는 생각에 깨어나니, 루스가 흐뭇한 표정으로 눈에 미소를 담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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