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사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 한다... 중에서

「역사」에는 고대의 정신과 현대성이 혼합되어 있다. 헤로도토스는전설, 신탁, 경이로운 이야기, 신성함이 문서화된 사실과 함께 기록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어느 왕이 소화불량으로 꾼 악몽이 신의 메시지로 해석되어 제국의 운명이나 전쟁의 전략을 변경할 수 있는 시대에 살았다.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의 경계가 흐렸던 것이다.
나는 그가 신화적 에피소드(에우로파 납치, 트로이 전쟁의 시작 등)를 야비한 악행으로 변화시키는 뻔뻔함이 흥미로웠다. 그는 폭력이 발생할 때여성이 전쟁과 복수의 희생자가 됨을 고발하기 위해 전설적인 미사여구를 명쾌하게 제거해버린다. - P230

헤로도토스는 이 이야기의 근거로 뜻밖의 출처를 든다. 그는 페르시아의 교양인들로부터 충돌의 근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반면 페니키아인들 버전의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헤로도토스는
"나는 사건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그들의 결정에 관여하지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수년간 여행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헤로도토스는 증인들이 같은 사건에 대해 모순된 설명을 하고, 사건을잊어버리거나 평행우주에서나 일어날 법한 식으로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진실이란 파악하기 어려우며, 과거를 있는 그대로 해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을 깨달았다. - P230

그래서인지 역사에는
"내가 알기로는", "내 생각에는",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사실인지는모르나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등의 표현이 많다. 
현재의 다중관점주의가 있기 수천 년 전, 최초의 그리스 역사가는 기억이 연약하고 덧없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안도감을 찾기 위해 과거를 왜곡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래서 시민 케인」, 「라쇼몽같은 작품에서그렇듯이, 우리는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 일면이나 다양한 버전들 혹은 무한한 해석만을 보게 된다. - P231

정말 놀라운 사실은 헤로도토스가 그리스인의 버전이 아니라 페르시아인과 페니키아인의 버전만 기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의 역사는 타자의 관점, 적의 관점, 미지의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탄생했다. 이는 25세기가 지난 지금도 매우 혁신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낮선 문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어떻게 비치는지를 숙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정체성과 대조할 때라야 우리의 정체성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타자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사람이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힐디치 씨, 준비완료?
이제 펠리시아를 우연인 듯 만나고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건가?
아니다. 자기 발로 오겠구나!
이 남자가 그녀의 돈을 훔쳐갔으니까 곧 돈이 없어진걸 알게 될 것이다.
이 작품 스릴러로 분류가 되던데.. .
이 사람 정체가 뭔지 점점 감이 온다.
그가 만났다는 많은 여자들의 이름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여자들이 좋아서 따라올만큼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윌리엄 트레버 작가의 처음 읽는 책이다.
도서관 갔더니 꽤 많은 책들이 서가를 차지하고 있었다. 두 권 빌려오고 신간은 구입했다.
얼른 읽어야지!
읽을 책이 자꾸 쌓인다.

어젠 포근한 가을날이더니 오늘은 비 예보가 있다.
잔뜩 흐린 하늘인데 의외로 춥진 않다.
어제 텃밭에서 무를 10개 뽑아 동치미 담가놓았다.
쪽파도 넉넉하게 넣고 청양고추도 듬뿍, 동네 친구네서 청갓도 얻어와 넣었더니
이리도 뿌듯하고 좋을 수가 없는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시골(?) - 도시 근교라고 해야하나? 후훗- 생활이 난 넘 좋아~~
우리 가족들ㅇㅣ 제일 좋아하는 겨울김치가 동치미다.
얼른 익어서 먹을 날을 고대한다.





다음날 저녁, 직장에서도 듀크 오브 웰링턴 로드 3번지에서도 먼 곳으로 나온 힐디치 씨는 그를 알아볼 사람이 없는 슈퍼마켓으로 차를 몬다. 머리망과 팬티스타킹, 여자 속옷, 탤컴파우더, 그리고 얼굴에 바르는 크림을 구입한다. 이미 어느 토요일 자선바자회에서 겉옷 몇 벌과 모자 두 개를 사두었다. 식사를 한 후 그는 산 물건들을 집안 여기저기에 정리해 넣는다. 코트와 스커트 원피스는 옷장에 넣고, 속옷을 서랍장에 넣을 때는 구기고 심지어 조금 찢는 수고까지 한다. 로션병들을 반쯤 비우고 튜브에 든 크림은 반쯤 짜낸다. 탤컴파우더와 립스틱, 눈화장에 쓰는 제품은 화장실 수납장에 넣는다. 그리고 부엌 천장에 달린 건조대에 스타킹을 넌다. 쌓인 영수증과 그의 이름이 적힌 봉투며 서류들, 오래된 수표책과 은행 내역서는 안전한 곳으로 치운다. - P151

어머니가 죽자 힐디치 씨는 조문카드를 보내온 옷장수에게 어머니 유품을 팔았는데, 나중에야 신발을 넣어둔 박스를 미처 보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는 언젠가 다음에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바깥 창고에 두었다. 그는 그 신발들을 부엌 식탁에 올려놓고 곰팡이를 닦은 다음 옷장 옆에 한 줄로 늘어놓는다. - P152

그녀는 그 여자들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방의, 그 거친 숨결 그녀의 옆얼굴에 잠시 닿았던 땀의, 그가 말하는 방식의 뭔가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의 죽음으로 어둠이 더욱 숨막히게 그녀를 옥죄어오고 역겹다못해 악취가 나는 것 같다. - P234

"집밖까지 차를 태워주지." 속삭임이 다시 들려오고, 두툼한 입술이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진다. "옷을 챙겨 입고 함께 차로 나가지. 여비로 챙겨줄 돈도 있어. 집에서 걸어나가 차에 타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 여자들에 대해 확신하는 만큼 그 둥근 차 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는 밤이 오기를,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어둠은 그가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차도.
"네." 그녀가 동의한다. "네, 옷 입을게요." - P235

마룻장이 삐걱대고 그가 느릿느릿 문가로 걸어간다. 문손잡이가 딸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지만, 불빛은 들어오지 않고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여전히 어두컴컴한가운데 아래로 향하는 육중한 발소리가 들린다.
몸이 얼어붙어,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움에 질려, 그가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공포에 사로잡힌 그녀는 그가 떠나간 자리에그대로 누운 채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남아 있기는 한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휘청거리며 방을 가로지른다. 조용히 문을 열고 문 바깥쪽에 열쇠가 있는지 더듬어본다. 열쇠는 없다.
그녀는 다리에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고 불을 켠 다음 침대 시트자락으로 피를 닦아낸다. 손과 팔이 떨려 어느 동작 하나 쉽지 않다.
- P2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엔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장이 한 줄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어려워서 한숨만 나온다. 이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이유다.

˝기아의 고통 앞에서 무심해지지 않기를...!!!˝

어렵지만 할 수만 있다면 더더더 많이 후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장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아 한스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23-10-2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얇은 책인데....이거 책 표지가 완전히 바뀌었네욤!
금방 읽었던 듯한데...기억이 전혀 안나요...--;;

은하수 2023-10-24 23:16   좋아요 0 | URL
얇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 무거워 힘들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어요.
저도 곧 잊겠죠 ㅠㅠ
 

*알파벳의 평온한 혁명 중에서...

그는 페니키아의 문자를 모델로 삼아 그리스어를 위한 최초의 알파벳을 창안했다. 그는 페니키아의 열다섯개 자음 기호를 유사한 형태로 바꿨다.(알레프(K), 베트(3), 기멜()………… 등을 알파(a), 베타(B), 감마(y)……………등으로 바꿨다.) 그는 약한 자음들을 취해 다섯 개의 모음으로 활용했다.  그가 이룬 성취는 대단했다. 그 덕분에 개량된 알파벳이 유럽에 전파되었다. 페니키아인이 쓰는 문자의 장점과 새로운 변화를 모두품은 개량이었다. 모음이 없어 추측에만 의존하던 독서가 훨씬 수월해졌다. - P144

mgnms cm sr Ir st frs sn vels처럼 모음없이 읽는 걸 상상해보라. 예컨대 idea라는 말의 모음이 없다면 D만으로 단어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고 
aéreo라는 단어를 R만으로 파악해야 한다. - P145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선물한 문자만 남아있을 뿐이다. 정체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연구자들은 그리스어 알파벳의 발명을 익명의 집단적 행위로파악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이 성취한 것이며 의도된 것이었으며 특정 장소와 특정 순간에 실현된 단일한 사건이었다. 
그리스 역사에서 문자의 점진적인 발전의 증거는 찾을 수 없다. 또 중간 단계의 형태나 퇴화도 찾아볼 수 없다.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익명의 현자가,
페니키아 항해자들의 친구가, 우리 모두가 지금 쓰고 있는 미래의 문자를 만들어냈다.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著

















요 근래 들어 '글쓰기 싫어'병이 도져서 책을 읽기만 하고 도통 리뷰도 페이퍼도 쓰지 않고 방치 상태다. 열심히 읽긴 하는데 도서관 반납에 쫓겨 반납해버리고 나니 리뷰를 쓰기는 더 힘들어진다. 이러다 언젠가 후회하는 날이 오겠지만 다시 책을 빌려와서 리뷰를 쓰긴 싫잖아...ㅠ.ㅠ

<빌러비드>는 반납하기 전에 뭐라도 남겨보고 싶은 맘이 들었지만 하루 종일 뭉기적거렸다. 

망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라는데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읽은 책들은 기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쓴다. 줄거리만이라도 기억할 단서를 남겨보자 싶어서... 세서의 절규만이라도...

내일이라도 리뷰를 남기고 싶은 욕구가 솟아났으면 좋겠다.



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무엇이든 선택해서 사랑할 수 있는 ㅡ 욕망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ㅡ 곳에 도달하는 것, 그래, 그게 바로 자유였다. (268쪽)



...간단한 것이었다. 정원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다가오는 그들을 보고, 학교 선생의 모자를 알아보았을 때, 그녀는 날개가 파닥이는 소리를 들었다. 작은 벌세들이 바늘처럼 뾰족한 부리로 머릿수건을 뚫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를 콕콕 쪼아대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혹시 생각이라는 걸 했다면, '안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라는 절규뿐이었다. 간단했다. 그녀는 무작정 달려갔다. 자신이 만든 생명들, 귀중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의 일부들을 빠짐없이 끌어모아서, 이 세상의 장막 너머로 멀리, 아무도 그들을 해칠 수 없는 저편으로 들고, 밀고, 끌고 갔던 것이다. 저 너머로, 이곳, 바깥,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벌새의 날개는 계속 파닥거렸다. (269쪽)



덴버는 엄마와 빌러비드의 관계를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세서는 톱질에 대한 보상을 하려 애썼고, 빌러비드는 그 보상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한도 끝도 없었고, 한없이 작아지는 엄마를 보면 덴버는 수치스럽고 화가 났다. 하지만 엄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덴버가 제일 처음 두려워했던 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빌러비드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이 빌러비드를 깨우쳐주기 전에 떠날까봐,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 조그만 턱 아래 대고 톱날을 켜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손안에서 아기의 피가 기름처럼 펑펑 솟구치는 게, 머리가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얼굴을 붙잡고 있는 심정이, 생명의 힘으로 달콤하고 포동포동한 그 사랑스러운 아기의 몸을 관통하는 죽음의 경련을 어떻게든 흡수하려고 꼭 껴안는 심정이 어땠는지를 이해시키기 전에 빌러비드가 떠날까봐, 그러나 그보다도 베이비 석스가 죽음에 이른 이유와, 엘라가 아는 일과, 스템프가 본 것과, 폴 디를 공포에 떨게 한 일은 훨씬, 훨씬 더 끔찍한 일이었다는 걸 그녀가 개닫기도 전에 떠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408쪽)



피부가 희기만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하기 위해 흑인의 인격을 모두 빼앗을 수 있었다. 일을 시키거나 죽이거나 사지를 절단할 뿐 아니라, 더렵혔다, 완전히 더렵혀서 더는 자신을 좋아할 수 없게 했다. 그녀와 다른 이들은 그 일을 겪고도 살아 남았지만, 자식만큼은 절대 그런 일을 겪게 할 수 없었다. 자식들은 그녀의 보배였다. 

백인들이 그녀 자신은 더렵혀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녀의 보배만큼은, 마법처럼 놀랍고 아름다운 보배만큼은, 그녀의 순결한 분신만큼은 그렇게 되게 할 수 없었다. 머리도 발도 없이 표시만 남은 채 몸통만 나무에 매달린 시체들이 내 남편인지 폴 에이인지 고민하는, 그런 꿈으로조차 꿀 수 없는 꿈들은 더이상 안된다. 애국자들이 흑인 학교에 불을 질러 부글부글 달구어진 여학생들 가운데 내 딸이 있는지, 백인 무리가 내 딸의 은밀한 곳을 침범하고 허벅지를 더럽힌 후 마차 밖으로 내던지지는 않았는지 괴로워하는 꿈들은 더이상 꿀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은 도살장 마당에서 몸을 팔지언정, 딸에게는 절대 안 될 일이었다. (409쪽)



그리고 아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딸의 특징을 공책의 동물적인 특징 목록에 적을 수는 없었다. 안 될 말이지, 오, 안 되고말고. 베이비 석스라면 걱정하면서도 체념하고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서는 필사적으로 거부했었고, 지금도 거부했다. (40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10-22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2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