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는 이 작품 <애가>의 여자 주인공이다. 남자 이름 같지만.
그런데 전쟁통에 미군 장교에게 납치되어 겁탈을 당하고 어쩔수없이 함께 살기도 했다. 임신한 몸을 수술해 준 사람이 진수가 사랑하는, 대학병원의 촉망받는 암전문의인 ‘민호‘의 친구인 강영구이다.
오늘 음악회가 끝나고 찻집에 갔다 불행히도 마주치게 되었다. 진수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동반한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하필, 왜 오늘이었을까.

진수는 다시 고개를 든다. 시가에 불이 깜박깜박 켜지기 시작한다. 이 고개를 넘어 얼마를 가면 거기에 미인부대가 있고, 나와같은 여자들이 부대 부근에 산다. 그네들의 이름은 양공주, 내일이 없는 그네들, 오직 오늘 하루를 살면 그만인 그네들이 있다. 그네들은 마치 옛날, 낙인이 찍혔던 종과도 같이 슬픈 이 - P46
력을 갖고 있고, 무서운 천형을 받은 문둥이와도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몸뚱어리를 갖고 있다. 그들은 도저히 성한 사람들 속에 끼어 살 수 없는 인종인 것이다. 그렇다! 나도 그들과 같이 성한 사람들이 사는 테두리 밖으로 밀려 나온 인간이 아니냐!‘ 소연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이 먼바다에서처럼 묻히어온다. 진수는 으스스 몸을 떤다. - P47
‘성한 사람들, 그들이 받는 햇빛을 나는 받을 수 없다. 그들이 하는 숭고한 사랑도 나는 할 수 없다. 문둥이의 떼거리가 저희끼리의 세상을 마련하듯, 양공주에게는 양공주의 세계가 있다. 한번 찍힌 그 더러운 낙인이 사라질 리는 없다. 어리석은 수작…………. 너가 무슨 연애냐! 우스꽝스러운 피에로! 피에로야, 아아, 너 진수!‘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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