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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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의 가부장제 시대상이 반영된, 거기다 막장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연애 소설이기도 하나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다. 여주인공 진수가 과거 ‘양공주‘였다는 것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나 자신의 자발적 의지가 아닌 시대의 폭력이 낳은 결과라는 것과 이를 보는 냉혹한 시선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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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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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운명의 꼭두각시라니...˝ 아버지가 즐겨하시던 그 표현대로 운명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내버려두지 않고 잔인하게도 정반대의 삶을 선사하지만 그에 순응하며 힘차게 살아낸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 독자의 가슴은 그래서 더 충만해진다. 여백이 많은 스토리라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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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2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명의 꼭두각시가 유영한 표현인가보군요!! 이 책은 특히 여백이 많은거 같아요. 뒤로 갈수록 대규모 여백 ㅋㅋㅋ 그러나 너무 재미있다는~!!

은하수 2023-11-24 17:13   좋아요 1 | URL
그쵸~~~
71쪽 잊지도 않을거 같은 그 페이지 이후 마구 달리게 되잖아요.
갈수록 여백에 슬쩍 몇 문장만 흘리니까 더 집중이 되는...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 다 의미있단 생각이 들어요
다 읽고 처음 윌리 첫 두쪽을 다시 읽으니 이해가 되네요
좀 이해가 안됐었거든요^^
 

나두 갖구 싶다... 예판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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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멜다
2장은 윌리의 사랑 ‘메리앤‘의 스토리였다. 윌리의 스토리는 우울하고 불행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장 극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운명의 꼭두각시 놀음에 젊은 인생이 망가졌다. 하지만 그에겐 꼭 필요한 일이었다.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쌍둥이 여동생과, 살아남았지만 결코 그 비극을 극복하지 못했던 어머니, 그리고 퀸턴 家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을 대량학살한 블랙 앤드 텐즈의 밀고자를 그냥 살게 둘 순 없었으니까.
이멜다는 윌리와 메리앤의 딸이다. 윌리가 도망자로서의 시간을 지내는 동안 태어나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생각해보면 너무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일들이다.




로언 수녀가 성모 마리아의 기적을 기도해주고, 테레사 셰이가 질투하는 등 모두가 그렇게 법석을 떨어서 이멜다는 아버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아주 파란 눈을 가졌다고 어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가끔, 그저 재미로, 이멜다는 아버지가 드리스콜네 가게 앞에서 버스에 내리면 알아보고 달려가는 상상을 했다. 
드리스콜네 가게 밖에서 감초 과자나 무지개 토피 사탕을 먹던 소녀들은 한순간 조용해진다. 
그때 스위니 씨가 정비소에서 나오고 스위니 부인이 펍 문간에 나타난다. 그들은 기뻐하며 손을 흔들고, 이멜다는 킬네이까지 아버지와 함께길을 따라 걷고 아버지는 자신이 여행한 곳에 대해 들려준다. - P281

그의 용기와 명예가 그가 행한 일이 필요했다고 역설했기에 그는 영웅이었다. 어머니가 모두 설명해주었다. 아무도, 심지어 테레사 셰이조차 킬네이를 불태운 블랙 앤드 탠즈에게 복수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건 결코 범죄가 될수 없다고, 대량 학살과 희생자들을, 한밤중에 벌어진 퀸턴가에 대한 잔혹한 살인을 생각한다면 죄가 될 수 없다고 어머니는 강조했다.
- P281

이멜다는 호기심이 일어서 사진을 보기 위해 자주 어머니의 방으로 갔다. 아주 파란 그 눈동자를 유심히 살폈다. 이멜다는 무엇이 아빠를 미소짓게 했었는지 궁금했다.
"아, 너만 했을때 정말로 평범한 어린 소년이었지."피츠유스터스 고모가 말했다. 킬개리프 신부는 그가 라틴어에 소질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 P281

이멜다는 눈을 감았다. 
그림들이 흩어졌다. 불길이 아이들의 얼굴과 팔과 다리 살을, 그들의 위장과 등을 집어삼켰다. 뚱뚱한
플린 부인은 방에 갇힌 채 공포에 질려 울었다. 연기가 그녀의 폐를 가득 채웠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테디베어 잠옷 가운을 걸친 남자가 아내를 안고 불타는 계단을 내려와 자녀들을 찾아 나섰다. 
발각될까 두려운 군인들이 돌아왔다. 정원에서는 정문 옆집에서 온 정원사들이 죽어나갔고, 래브라도들이, 떠돌이 개들이 죽었다. 텅빈 정문 옆집도 불지옥이 되었다. 자동차 엔진 소리가 서서히 멀어졌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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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을 입은 소년...
그런데 왜 그레타 가르보의 독백이 나오는건지
알 수 없지만 문장은 의외로 술술 읽힌다.





맨해튼
푸른 옷을 입은 소년
또는 죽음의 에메랄드
*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의 첫 영화는 1919년 봄에 뮌스터지역의 피셔링 성城과 베를린 교외에서 촬영되었다. 가장 중요한소도구는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블루 보이>를 모사한 그림이다.
원본의 얼굴은 무르나우 영화의 주인공인 토마스 반 베르트 역할을 맡은 에른스트 호프만의 얼굴로 대체되었다.  - P121

감기가 든 것 같았다. 콧물이 흘러내렸다. 언제부터 코가 막혔던 거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미심쩍었다. 여하튼 건강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휴지는 또 어디 있는 거지? 조금 전만 해도 이 앞에있었는데, 젠장. 여하튼 휴지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다. 아,
저기 있었네, 거울밑에! 이제 휴지를 가방에 넣고, 모자와선글라스를 쓰고, 아파트 문을 닫고 우체국으로 가자. 복도에서 풍기던 악취는 또 뭐더라? 아, 맞다. 연성비누, 월요일이지. 월요일에는 항상 꼭두새벽부터 퀸스 구역의 청소부들이 몰려와 사나운 원숭이 떼처럼 대리석을 문질러닦았다. 세탁부들의 땀과 세제가 뒤섞인 저 냄새가 적어도수요일까지는 남을 것이다. 또 이사를 가야 하나. 언제까지이러고 살아야 할지 울고 싶은 지경이었다. 그나마 엘리베이터는 빨리 왔다. 전에는 벨보이도 더 친절했던 것 같다. - P122

그리고 지금은? 이제 도시의 그 굴이그녀가 가진 유일한 집이다. 그녀는 죽지 않았다. 여하튼 죽은 사람은 콧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아니까. 

아니, 그녀는 살아있었다. 아직 살아있다. 그러니 그게 문제였다. 
그러니까 캘리포니아로 가는 거다. 아님 혹시 유럽으로? 절대 여기에 머물 수는 없었다. 다시 작은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겠지. 
하나씩 차례로 먼저 집으로 가서,찻물을 끓이고, 제인에게 전화하고, 머리를 감자. 그 다음에는 캘리포니아로, 팜스프링스에도 잠깐 들러서. 
여름이 오면 유럽으로 듣자 하니 니스는 아름다운 섬이라던데.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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