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 눈보라 휘몰아치는 밤, 뒤바뀐 사랑의 운명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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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이 단편집을 읽고 나니 삶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참으로 알수가 없단게 ...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 표제작 ‘눈보라‘도 좋았고, 푸시킨이 자신의 죽음을 마치 예언하듯 보여주는 작품 ‘한발의 총성‘이 가슴에 새겨질 듯하다. 나머지 세 단편인 ‘장의사‘, 역참지기 아버지와 사랑을 따라 떠나간 딸의 애달픈 인생사에 가슴이 아픈 ‘역참지기‘, 그리고 코믹하고 귀여운 두 연인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귀족 아가씨 농노아가씨‘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로써 녹색광선의 책은 9권 읽고 6권을 소장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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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의 총성]
쏘지 않겠네.
실비오가 대답했소.
나는 만족하오. 당신이 당황하고 겁먹는 모습을 본 걸로 만족해. 당신이 나를 쏘게 만들었으니 이걸로 되었소. 나를 기억할테지. 당신의 양심에 당신을 맡기겠소.
그는 이렇게 말하고 곧바로 나가려 하다가 문가에 멈춰 서더니, 내가 총을 쏜 그림을 힐끗 쳐다본 후 조준도 하지 않고 총을 쏘고는 사라졌소. 아내는 기절했고 종복들은 그를 붙잡을생각도 못한 채 공포에 
떨며 그를 지켜보고만 있었소. 그는 현관으로 나가 지나가는 마부를 불러 세운 뒤, 내가 미처 정신을차리기도 전에 떠나버렸소." - P49

백작은 말문을 닫았다. 이리하여 나는 예전에 내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야기의 첫머리가 어떻게 매듭지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 P49

[눈보라]
"이럴수가!"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소리쳤다.
"그러니까 당신의 가엾은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신다는 말씀이세요?"
"모릅니다."
부르민이 답했다.
"제가 결혼식을 올린 마을 이름이 뭔지도 모르고 어떤 역참에서 출발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그때는 제가 한 고약한 장난이 죄인 줄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교회를 출발하고는 곧바로 잠이 들었고, 이튿날 아침에야 세번째 역참에서 눈을 떴습니다. 그때 저와 같이 있었던 종복이 전쟁 중에 죽어버려서 제가 그토록 잔인하게 농지거리를 했던 그 여인을 찾으리라는 희망이 없어요. 이제는 그녀가 이토록 잔인하게 제게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상에 이럴 수가, 이럴 수가!" - P81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그의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당신이었던 거로군요!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겠어요?"
부르민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그는 그녀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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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가본적도 없고 거리도 건물도 상점들도 모두가 낯선 이름들이다. 여러 작품들 가운데서 대하던 거리와 인물들, 사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럼 또 반갑다.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저 단편적 지식만 있을 뿐!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페렉이 묘사하는 파리는 왜 이다지도 멋지게 느껴질까?
우리 서울의 아름다움도 누군가 이렇게 멋있게 써주면 좋겠다.

그렇지만 페렉이라서 읽는다!




이 구역의 모든 거리는 저마다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역사 그 자체다. 생마르탱 거리와 오브리르부셰 거리가 만나는 모퉁이에 1832년 6월 마지막 폭동자들의 바리케이드가 세워졌고, 바로 그곳에서 빅토르 위고가 가브로슈를 죽게 만들었다. 우르스 거리에서는 약 4세기 동안 마리아 상을 숭배했는데, 한 병사가 마리아 상을 때렸을 때 피가 흘러내렸고 이에 사람들은 해마다 7월 3일이 되면 군복을 입힌 허수아비를 도시 전체에 끌고 다닌 후 마리아 상앞에서 
불태웠다.(거리의이름인 Ours는 곰을 뜻하는 ours 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거위를 뜻하는 ‘oues‘ 에서 유래했다. 많은 구이 장수들이 초기에 이 거리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 P119

또 롱바르 거리에서는 보카치오가 태어나기도 했다.  한편, 생드니 거리 바로 맞은편에 있는 페론느리 거리 11번지 앞에서 1610년 5월 14일 금요일 오후4시경 앙리 4세가 암살당했는데, 그는 아르스날의 설리 경14을 방문하러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과거에 트랑스노냉 거리라불리던 보부르 거리의 한 부분에서, 1834년 4월 13일 뷔조 사령관의 군인들이 반란군들이 숨어있다고 추정되는 한 건물의 주민들을
모두 학살했다. - P120

생마르탱 거리를 지나 남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센 강변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그 근처에 새시장과 꽃 시장이 있고,너무나 아름다운 도핀 광장이 있으며,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생루이 섬과 선착장들, 고서적 상인들 그리고 바토-무슈들이 있다. - P120

세바스토폴 대로를 지나 북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거의곧바로 장인(匠人)들의 파리 그 한복판에 있게 될 것이다. 모자 제조인, 패션 주얼리 세공업자, 흡연용품 제조인, 단추 제조인, 세공품 제조인, 가죽 제품 제조인, 모피 제조인, 안경 제조인 등...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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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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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과거의 기억들은 정말 모두가 사실일까? 나의 기억 속에서 각색되었을지도 모를, 그래도 기억해내고 만나면서 치유에 이르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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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작가는 책도 쓰고 번역도 한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자들이 깨어날 때>와 비비언 고닉의 <멀리 오래 보기>가 이주혜 작가가 번역한 책이다.
그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

*첫 문장~~~
학살자가 죽은 날, 그의 죽은 몸이 운반된 병원에 갔다.
그의 끝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텔레비전 화면에 간혹 비치는 그의 산 얼굴조차 보고 싶지않아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이었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아침뉴스에서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유당이 제거된 우유에 천천히 그래놀라를 말아 먹었다. 세수와 양치를 하고 외출복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텔레비전을 끄면서 한 문장을 떠올렸다. 모든 죽음은 느닷없다. 죽음의 평등함을 말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살자는조소하듯이 죽음조차 불평등함을 알리고 가버렸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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