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루비콘> 2023 제17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고...여행 가는,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는 단편의 재미라니... 높이도 모를, 구름 속 비행기 안에서 환하게 비쳐드는 햇빛의 밝음을 조명삼아 빠른 속도로 읽었나갔다. 하지만 6편 단편의 스토리는 쓸쓸하고 힘겨운 사람들,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고통 속에 침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수상작인 김혜진의 ‘푸른색 루비콘‘에는 아내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은 주인공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아내가 먼저 그를 소개하였고, 그가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그를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었다. 아내가 떠나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서서히 끊어지고 어떠한 갈등이 있어 그런건 아니지만 아내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들에서 새삼스레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이만하면 잘 살아왔다고, 그럭저럭 만족할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된 한 남자의 후줄근함과 생활의 누추함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남자를 대하면서 그가 은연중에 전해오는 책망어린 시선에서, 그리고 누추한 그 남자의 거처에서 그는 한 줄기 따뜻한 햇살과 같은 잠시간의 평화를 맛본다. 그것은 아내가 떠난 후 스스로 처음 맺는 관계에서 이루어 낸 것이라서 나에게 작은 감동을 주었다.최은영의 ‘이모에게‘는 얼마 전 단편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읽었던 단편이라 반가웠다.전통적인 여성상에서는 벗어난, 고단하고 이해받기 힘든 삶을 살았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이모의 삶을 조명하면서, 우리가 좀 더 유대하고 돌아보기를그리고 자신의 상처도 보듬어 안고 돌보기를 말한다.그것이 결국 치유의 첫 단계임을 보여준다. ‘대만여행‘ 폴더를 열 때마다 이 단편집이 생각날지 모른다. 구름 속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기쁜 마음으로 읽었던 이 책을 ... 한줄기 위로와 평화를 주었던 이 작품들을...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책과 도서관을 지키고자 목숨까지도 걸었던 시인과 서점주인들, 필사가들, 책을 사랑했던 사람들 덕분에 책은 이천년 이상을 살아남았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러므로 이 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문장 하나하나 사소하지 않은 말들... 천천히 두번 읽어보았다. 명확하고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 말들이지만 그 안에 감춰진 헤어나오기 어려울 만큼 큰 사랑이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인간의 악함에 우리는 어떻게 맞서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row 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 P11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 P120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 ㅡ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갓난 딸들을 처음 품에 안고 우렁차고 고집스러운 울음을 들었을 때조차도. - P120
3박4일 대만 타이페이 여행갔다 집 가는 길.퇴근시간과 겹쳐 집 가는 길이 이리도 멀다니...하... 너무 피곤타.새삼 느껴진다. 이제 도심에서 멀어진 우리 집이란걸..친구들과 여행은 행복했다.다음을 기약하며..비행기 안에서 졸린 눈 비비며 겨우 단편 세 개 읽었다^^ 기분 좋은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