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2부 . 밝혀진 비전‘~‘3부. 어떤 과학의 탄생‘ 까지

  한번 붙잡고 읽기 시작하면 백 여 페이지 정도는 문제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분류학자들의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나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읽을 차례가 자꾸 뒤로 밀리게 된다. 그제도 어제도 계속 미루다 안되겠다 싶어 오늘은 좀 집중해서 읽었다. 딸램이 엄마 빨리 읽고 빌려 달라고 하니 설 때 오면 가져갈 수 있게 서둘러 읽으려 한다.



  "1부. 자연의 질서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다"에서는 그동안 분류학의 계보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 다윈과 린나이우스의 분류 작업과 생물학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세세하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생물과 분류학에 대한 보잘 것 없었던 나의 지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윈과 린나이우스의 분류학은 인간의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유전자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온 감각적이고 자연적인 분류의 기술인 움벨트에 의한, ˝진화분류학˝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분류하고 명명하는 것은 별 생각 없이 하는 업무나 불가사의한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무엇이 무엇이며 그 세상 안에서 우리의 자리는 어디인지를 판단하고 선언하는 일이다. 생명이 있는 것들(음식,포식자, 친구,숲의 구조,초원의 감각)을 보고 인지하는 일은 당신의 토대를 탄탄히 하는 일이며, 현실을 인지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움벨트의 비전이 이끌어왔으며, 인간 종의 역사 대부분에 걸쳐 우리 종의 나날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이 일은 아득한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추구해 온 일이었다.˝ (264쪽)

이 멋진 문장들로, 움벨트를 바탕으로 우리 인간이 그동안 행해온 분류학에 대해 정리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해 보인다. 분류학의 발전을 바라고 좀 더 과학전인 방법으로 분류학의 체계를 세우길 바란다던 다윈의 유언이 있었지만 진화분류학은 이후 200여 년 동안 별다른 발전없이 정체되어 있었다.


  여타의 다른 과학의 분야들이 논박하기 힘든 증거를 제시하면서 발전해 온 것과는 달리 움벨트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다른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발전에 비해 더디고, 직관과 자신들의 움벨트를 사용해 추론한 분류학의 방법들은 어찌보면 비과학적이고 수치로 표현해내기도 힘들며 분류학자마다 다른 견해를 제시하며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많아 비과학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변화해야만 하는 시점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3부. 어떤 과학의 탄생˝에서는 새로운 분류학의 탄생에 대하여 알려준다. ‘수리분류학‘과 ‘분자생물학‘의 세계로 ~~~
스니스와 소칼이라는 학자에 의해 ‘수리 분류학‘이 등장하게 된다. 탄생과정을 설명하는 ‘7장.숫자로 하는 분류학‘을 읽고 나면 이제서야 비로소 분류학이 과학의 한 분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두 과학자는 진화분류학에서 사용하는 분류과정이랄수 있는 이른바 ‘가중치 조정‘이라는 과정을 반대하고 오로지 데이터와 숫자의 조합만으로, 그리고 컴퓨터의 천공카드에 구멍을 뚫으며 상세한 분석의 과정을 거쳐 분류의 나무를 만들어낸다. 컴퓨터가 도출해낸 이 결과들은 전통적인 직관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낸 분류학과 충격적일 정도로 유사했으며 어떤 점에서는 더 낫기도 했다. 이제 컴퓨터가 존경받는 분류학자와 같은 수준의 능력을 지닐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200년 동안 직관의 안내를 따라왔던 분류학이 이제 정량적 과학이 된 것이다.~~~ 이것은 진보의 길이었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었으며, 마침내 주관성의 늪에서 탈출할 방법인 셈이었다.(284쪽)˝ 

비록 진화분류학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

‘8장. 화학을 통한 더 나은 분류학‘에서는 각 종의 유기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의 DNA와 RNA를 비교하는 작업을 함으로써 모든 생물 질서를 한꺼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문을 열어놓았다. 만약 어떤 사람의 진정한 진화적 관계, 모든 생명의 계보를 찾아보고자 한다면 유전물질 자체,
모든 생물의 모든 새 세대에게, 조상에게서 후손에게 전해져 내려온 바로 그 분자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또한 새로운 분자기술인 최첨단 PCR의 방법을 이용하면 서로 유사하지 않은 종들도 아무런 제약없이 비교해 볼 수 있었고, 이들이 만들어낸 진화계통수 역시 한결같이 전통적인 진화분류학자들의 작업을 재현해 낸다는 사실이 더 이상의 논박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분류학자들은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이제 3부의 이야기는 ‘9장. 물고기의 죽음‘이라는 한 챕터만 남아있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궁극적인 질문에 답해 줄 마지막 이야기가 남아 있는 셈인데...
너무 맛있는 건 좀 아꼈다 먹고 싶은게 인지상정인지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렇게 길게 쓸거였으면 노트북을 켰어야하는데 하고 후회중..ㅠ
손가락도 손목도 다 그만하란다. 안그래도 요즘 손가락 아파서 체외충격파도 받고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는데 넘 무리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화분류학자들의 악착스러운싸움 속에 움벨트의 진짜 중요성이, 생명의 분류와 명명이 지닌 더 커다란 의미가 들어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분류학의 투쟁들은 단순히 작은 정보 꾸러미들을 더 작거나 더 큰 파일 속에 정리해 넣는 가장 좋은 방법에 관한 싸움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훨씬 더 심오한 무엇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 P264

분류학의 투쟁은 과거에도 지금도 생명의 세계를
정의하는 일에 관한 싸움이었다.
그것은 무엇이 무엇이며 무엇이 아닌지,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지, 그리고 무엇이라 불리는지 말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분류하고 명명하는 것은 별 생각 없이 하는 업무나 불가사의한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무엇이며 그 세상 안에서 우리의 자리는 어디인지를 판단하고 선언하는 일이다.

생명이 있는 것들(음식, 포식자 친구, 숲의 구조, 초원의 감각을 보고 인지하는 일은 당신의 토대를 탄탄히 하는 일이며, 현실을 인지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움벨트의 비전이 이끌어왔으며, 인간 종의 역사 대부분에 걸쳐 우리 종의 나날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이 일은 아득한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추구해 온 일이었다. - P264

자신의 움벨트를 놓아버리기를 거부하고, 인간이 태고부터 이어온 여정의 마지막 자취를 꼭 붙든 채 그 추구를 마지막까지 놓지않은 이들, 그들이 바로 그 강경하고 까다로운 사람들, 바로 진화분류학자들이었다. 
이 괴팍하고 고루한 표본 관리자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말할 인간의 권리를 위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 P265

그들은 자연의 질서를 해독하는 일에는 수량 데이터나 실험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분명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고, 또한 비과학적인 일이었을지는 몰라도) 그 어떤 질서든 단순히 누군가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 타당하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바꿔 말해서 생명의 세계는 그 세계를 지각할 수 있는 모두에게 속한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마추어 박물학자, 어떤 새를 포유류라고 보는 뉴기니 사람들, 정말로 진실로 물고기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조나 제인, 밍이나 마세고, 그리고 워그까지, 또 숲속을 돌아다니며 아무 말 없이 자기 주변 자연의 질서를 감지했던 모든 아이에게 속한 것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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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재밌잖아.
순식간에 두 권을 다 읽어버림.

... ... 예를 들자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본인이 갈릴레오의 직계 후손이라며 엄청나게 자랑하는 사람이 있지.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조상 중에 메이플라워호에 탄 청교도가 있다고 으스댄단다. 둘 다 자신이 훌륭한 혈통을 타고났으니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니야. 조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네가 중요하거나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란다.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요. 노예처럼요."
"뭐, 그것도 사실이구나."
아이의 말에 담긴 단순한 진리에 목사는 어쩐지 분해졌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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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또 선물로 보내주셨다. 손길에 감사^^


1961년 11월
그 옛날 1961년은 여자들이 오후마다 셔츠웨이스트* 원피스 차림으로 이웃집 정원에 모여 수다를 떨던 때였다. 여자들이 애를 차에 잔뜩 태우고도 안전벨트도 채우지 않은 채 별 생각 없이 운전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60년대에 시민운동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때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 그 뒤로도 60년이나 그 운동을 질질 끌리라고는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 당시는 세계 대전이 끝나고 비밀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을 품고서 뭐든 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정장 안에 받쳐 입는 남성용 셔츠와 유사한 넉넉한 블라우스 - P15

엘리자베스 조트도 원한을 품고 살았다. 다만 그녀의 원한은 주로여자들이 뒤떨어진다는 통념에 근거하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원한이었다. 능력이 떨어진다. 지능이 낮다. 창의성이 부족하다남자들이 일터에 나가 우주에서 행성을 발견하고 제품을 개발하고법을 제정하는 등 중요한 일을 하는 동안 여자들은 집에서 아이를 봐야한다는 통념들 있잖은가. - P38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이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도 갖고 일도 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전혀 잘못이 아니다. 일도 하고 아이도 갖는 건 명확히 남자에게만 주어진 기회였다. - P39

~~ 여자라는 이유로 으레 행정 담당 직원이라고 오해받지 않으며, 미팅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언제나 자신을 깎아내리거나 더 심하게는 그 결과를 가로채려는 남자들에게 당하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산다는 건 어떨까.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저었다.

성 평등적 관점에서 보자면 1952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시대였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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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킬조이> 1. 페미니스트 킬조이란?
밑줄

1장은 ‘킬조이‘란 단어, 그리고 페미니스트 킬조이의
역사에 대해 말한다. 또한 페미니스트 킬조이로서 겪는 어려움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제공하고 검증함으로써 이해를 돕는다. 명확하고 단정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 색다른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한 단원씩 재미있게 씹어 삼키듯 읽으면 좋을 듯 하다.


페미니스트 킬조이 이야기는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말대꾸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 전에 시작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페미니스트에 관한 고정관념, 부정적인 평가, 페미니즘을 불행의 원인이자 결과로 끌어내리는 수단으로 정치적 생명을 시작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탈환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평가를 프로젝트로 전환한다. 만약 페미니즘이 불행을 초래한다면, 그건 그럴 만했기 때문이다.(16쪽)


킬조이가 등장하면 경계선이 그어진다. 뭔가가 강제되었다면, 그건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습관이나 규범, 일상이 된 일은 강요로 여겨지지 않는다. 한 예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지위가 당연히 결혼 여부에 달려 있다는 가정에 반대하기 위해 미스Miss나 미시즈Mrs를 대체하는 미즈Ms를 도입했다. (30쪽)


모든 킬조이가 페미니스트는 아닐지라도 모든 페미니스트는 킬조이다. 이 말은, 페미니스트로 인식되거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인식하는 것이 곧 킬조이라고 평가받는 일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이런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든 말든 상관없다. 이는 모든 페미니스트가 천성적으로나 성향상 실제로 킬조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런 형상의 핵심은 페미니스트가 되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이의 재미를 박탈하려 든다는 인상을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 (31쪽)


그들이 계속하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말하는 것임에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듯 보이는 쪽은 우리다. 페미니스트 킬조이, 특히 흑인, 선주민 혹은 갈색 피부의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된다는 것은 지나치게 집요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집요하다는 것은 같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반영된 결과다. (64쪽)


개인적인 것이 제도적인 것이다. 아무리 별나고 특이하게 여겨지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전기를 통해 더 커다란 역사에 통합된다.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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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사랑한 작가와 작품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너무 늦었으며, 모든 것이 잘 안됐다. - P240

가방을 싸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내 짐이라고는가방 세 개밖에 되지 않았다. 옷 가방 하나와 책들을 넣은 가방두 개가 전부인데, 이 호텔 저 호텔을 전전할 때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닐 때도 절대 버리지 않았다. 
오래된 《율리시스(Ulysses)> 메두사 출판사 판도 있고, 파베세(Cesare Pavese, 이탈리아의신사실주의 작가)가 번역한 《모비 딕》, 콘래드의 책들, 그리고 누렇게 바랬지만 아직 멀쩡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미국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의 문고판도 있고, 《마틴 에덴(Martin Eden, 미국의 작가 잭 런던의 소설)》과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러시아 태생 미국의 소설가)와... - P242

...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미국의 소설가)의 책들, 엘리엇과 토머스의 시집들,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어제의 세상(The World of Yesterday, 오스트리아의 작가 스테판 츠바이그의 회고록)>, 챈들러 (Raymond Chandler, 미국의 작가)의 책과 《알렉산드리노 콰르텟(Alexandria Quartet, 영국 작가 로렌스 더렌의 4부작 소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영국의 극작가)와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러시아의 극작가)의 책들 모두 가방 두 개에 넣어 갖고 다녔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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