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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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빌려 읽었다. 너무 순식간에 읽혀서 기다린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지경.
4편의 단편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러브,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모두 따지고 보면 모두 잔혹동화 같이 무서운 이야기들인데, 읽고 나서 드는 감정은 역시 제일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인간의 무관심, 외면, 무시, 체념과 같은 감정이 아닐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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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숲과 아름다운 평원의 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운 표지에서 기대한 건 분명 있었는데, 설마 이런 식의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배리 로페즈, 그가 평생 홀로 감수했던 고통의 시간들이 치유되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어쩌면 인간이 기대하는 좋은 인생이란 전적으로 자신이 바라본 방향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 P56

그래서 나는 이런 대등함을 명확히 밝히는 것을 작가의 사회적 의무 중의 하나로 여기게 됐다. 미국식 민주주의 같은 제도하에서 특히 작가는 ‘자격‘이라는 개념, 피부색이나 교육, 젠더,인정, 소위 재능, 
재산을 기준으로 우리 중 누구는 더 많이 누려 마땅하다는 전제가 존재함을 폭로할 소명이 있다. 

나처럼 백인남성의 울타리 안에서 백인으로 자란 작가일수록 그 울타리를 만들어낸 사회적 경제적 관습, 토지의 계약 조항, 법적 특혜, 윤리적 망각까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 - P70

남부 캘리포니아를 동서로 가르는 산맥 지대의 건조한 단층지괴 분지는 오래전 가브리엘리노 사람들이 예순 가지 식물과백 종의 씨앗을 주식으로 먹으며 부족함 없이 살았던 땅이다.

그러다 이곳에 다른 인간 집단이 관개가 잘되는 농지를 일구었다. 비록 물을 자기들 소유처럼 여기긴 했지만 자기들 손으로건조한 땅에 꽃을 피워냈다. 그래서 나는 어린 마음에 나에게도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이해했다. 내 안에서 점점 커지는 광막한 사막을, 나를 위협하는 그 무엇을 나도 어떻게든해볼 수 있을 거라고 물을 찾기만 하면 
될 거라고 - P75

알고 보니 나의 물은 보통의 삶이었다. 날마다 밭에서 땀 흘리던 멕시코 노동자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어린 백인 꼬마에게 신기하게도 뭔가를 아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던 그들이 물이었다. 
자기 삶 깊숙이 무언가를 간직하려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결심이 물이었다. 그것은 한눈팔기를 멀리하는 태도였다. 그랬기에 많은 멕시코 노동자들이 향수에 젖어들거나 밸리생활에서 기대할 것을 찾아 <선셋> 같은 잡지를 뒤적거리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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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를 그리며> 배리 로페즈 지음
첫 문장부터 ...


캘리포니아를 그리며
35년 전 나는 유타주의 그린강을 유람하는 친구의 보트 여행에 합류했다. 또 다른 일행도 있었는데 캘리포니아 중부에서 묘목장을 운영하는 이였다. 
그는 하루 일과를 맺을 때 혼자 강둑을 따라 산책하면서 소형 녹음기에 대고 뭔가를 구술했다. 그날의 감상을 기록하는 것이냐고 어느 날인가 내가 물어보았다. 그는 두 살배기 딸이 나중에 아빠가 아이를 매일같이 얼마나 생각하고 보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도록 녹음을 남겨두고 있다고대답했다. - P25

캘리포니아 이주담이나 성장담을 다룬 수많은 소설과 영화를 보면, 빛과 그림자의 주제가 이야기의 기본 뼈대를 이루고있다. 이 극적인 주제가 인간의 보편적 핵심을 파고든다. 끔찍한 경험 성적 학대의 트라우마, 폭력적인 결혼과 이혼, 부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그것으로부터 헤쳐 나오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 - P31

하지만 캘리포니아 보이로서 나에게는 무한히 용서하고 무한히 위로하는 빛이라는 중심축이 있었다. 유칼립투스 나뭇잎과 어도비 벽돌집의 옅은 벽면과 출렁이는 수면까지, 주위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적시는 빛이 내 존재를 지탱했다. 그 빛, 그리고 나를 하늘로, 나 자신의 바깥으로 끄집어내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던 새들이 내 삶에 희망이라 부를 만한 것을 가져다주었다. - P32

나는 유목형 인간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지금도 50 년째 오리건 시골의 같은 집에 살고 있다. 다시 남부 캘리포니아에가서 살지는 않았다. 내가 두고 떠나오기 싫었던 것은 그 장소 자체가 아니었다. 그보다 내가 애타게 그리워한 것은 내 유년기에 얽힌 1950년대의 분위기였다. 교외 주거 단지 끄트머리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던 날들이 그리웠다.
- P32

그 때 묻지 않은 시절에 대한 갈망이 때로 걷잡을 수 없이 차오를지언정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게 내가 가졌던것, 혹은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을 더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하기는, 일곱 살 생일에 나에게 텀블러피전 여덟 마리를 선물한 건 그 아동 성도착자였다.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일부러 날기를 포기하고 곤두박질치던 비둘기들, 그러다 지면까지 불과 몇십 센티미터를 남겨두고 그 하강에서 벗어나 다시 날개에 힘을 주고 너른 하늘로 솟구치던 나의 비둘기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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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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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 협잡꾼의 정신과 벼룩만한 윤리수준

이언 매큐언의 《속죄》, 《첫사랑, 마지막 의식》, 《체실 비치에서》를 연달아 읽던 때가 있었다. 10여년 전에. 사실 줄거리가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 정도 시간이면 줄거리가 잊힐만도 하다. 하지만 세 작품을 연달아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언 매큐언의 작품에 빠졌었다는 걸 의미하겠지. 이 작품을 읽다보니 역시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됐다! 이래서 그런거였군!^^ 하면서 수긍하게 됐다.


아름답고 재기발랄하며 자유로운 영혼 몰리 레인의 장례식에 모여든 네 남자들의 몰락을 그린 이야기. 손에 잡으니 놓을 수 없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놀라운 결말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지다 그럼 그렇지를 외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옛 연인이었던 클라이브와 버넌, 그리고 마지막 연인이었던 현 외무장관 줄리언 가머니,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지만 죽음이 눈 앞에 닥쳐와 의식불명이 되어서야 독차지하게 된 남편 조지 레인까지. 하나 같이 위선적이고 이기적이며 속물적인 자신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는 네 인간들의 몰락을 지켜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이들은 입으론 사랑을 말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병든 남자들이다. 물론 이 네 남자만 그런건 아니다.


클래식 음악계의 유명 작곡가인 클라이브는 친구 버넌이 폭로하려는 가머니의 충격적인 ‘복장도착‘ 사진의 공개를 비난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의뢰받은 ˝밀레니엄 교향곡˝의 작곡의 악상이 떠올랐다는 핑계로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돕지않고 외면한다. 자신의 일을 위해 여성의 위험을 외면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 정신머리라니...


버넌은 또 어떠한가.. <저지>라는 신문의 편집자인 그는 차기 수상을 노리는 줄리언 가머니의 ‘복장도착‘사진을 몰리의 남편, 조지 레인으로부터 입수하고 그것을 신문에 폭로하려한다. 이 시대에 ‘복장도착‘이 뭐 대수라고! ˝공인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사적 취향은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할(146쪽)˝ 것이 명백하나 바닥을 치고 있는 신문의 판매부수 때문에 궁지에 몰린 그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다. 그러면서 친구 클라이브가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외면했다고 비난할 뿐 아니라 경찰에 그 사실을 신고하기까지 한다. 물론 악의의 끝이 그게 다가 아니라는게 나중에 밝혀진다. 이게 30 년지기 친구라고 하는 자들의 행태이다.


몰리 레인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현 외무장관 줄리언 가머니. 물론 그가 ‘복장도착‘을 일삼건 동성애자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것은 철저히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의 취향이니 존중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으면서 차기 총리를 노리는 자가 ‘인종차별‘과 ‘사형제도의 부활‘이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노선을 가지고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라는 점. 거기다 가정이 있으면서 외도를 일삼다가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가식적이고 파렴치한 방법에 아내를 동원한 점 등은 용서 받아서는 인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인이라면 어떠한 성적취향을 가졌건 어떠한 정치적 노선을 견지하건 그것은 존중받아 마땅할 것이다.하지만 정치인이라면 도덕적 타락, 그리고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 입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것은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냥 넘어가선 안되는 것이란게 내 확고한 신념이랄까! 그러니 그가 수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버넌의 논리는 사실 옳다. 개인적 원한으로 두 눈이 가려지고 올바른 판단을 차지 못했다는게 문제인 것이지.


마지막, 몰리 레인의 남편 조지 레인. 재벌 출판그룹의 수장이기도 한 그도 위선 덩어리이긴 마찬가지. 몰리 레인이 찍었던 줄리언 가머니의 사진의 유증자가 된 조지 레인은 몰리의 옛 연인, 마지막 연인이었던 세 남자를 모두 증오한다. 흠. 여기까진 이해된다. 하지만 몰리 레인이 비공개로 가지고 있던 사진을 그녀가 죽자마자 찾아내 공개함으로써 파멸에 이르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버넌에게 건네고 부추기고 버넌이 <저지>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재빨리 노선을 바꾸어 버넌을 해고한다. 그의 행동을 보건대 자기 아내 몰리를 사랑하긴 한걸까? 그랬다면 비공개로 남겨둔 아내의 사생활은 지켜줘야지. 그러니까 그건 사랑이 아니고, 그저  아름답고 개성적이며 자유로웠던 몰리 레인에 대한 독점욕 아녔을까. 그러니 몰리가 혼수상태가 되자마자 친구들의 병문안을 칼같이 차단한 거겠지.


여기에 더해 몰리 레인도 자유로운? 재기발랄? 이런 미모의 여인이고 남자들에게 숭배 받지만, 결국 옛 연인들 다 버리고 돈 많은 재벌 조지 레인을 택했고, 줄리언 가머니와 연인 관계를 유지했으며 사진이라는 증거물을 남기지 않았는가. 자고로 증거사진, 증거영상, 목소리 등등등. 이런 건 절대 남겨선 안되는 거다. 고럼. ˝세상에 끝까지 가는 비밀은 없다˝는 명백한 진리를 몸소 보여주고야 말았다.
줄리언 가머니의 아내이자 명망있는 의사인 로즈 가머니는 남편의 추락을 막기위해 거짓된 영상으로 자기 기만의 끝을 보여준다. 정말 그게 다 아무렇지 않은 건지... 남편의 연인까지는 그렇다 치자. 어쨌든 전도유망한 남편이니 언젠간 자신도 수상의 부인이며 유능하고 따뜻한 의사라는 타이틀을 쥘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위기에 처하자 자신에게 거짓 영상을 찍게 하는 남편의 성적취향도 모두 인정하고 바람피는 것도 다 인정하고 그러고 그것을 다 용서하기까지 하고 아이들에게도 인정을 강요하고 행복한 가정인 것처럼 아무 일 없이 살아갈 수 있다구?????
진심입니까?????


어찌된게 하나도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 진심 정말 대단해 .. 이러면서 읽게 되는데 진짜 대단한 건 결말이다. 총도 칼도 등장하지 않는데 죽고 죽이는 이 스토리 진짜 뭐지 싶어진다. 클라이브와 버넌은 역시 친구맞네 싶어진다니까. 어쩜 그리 서로의 마음을 잘아는지. 혼자 골로 가지않는 대단한 우정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의사와 간호사를 보내 클라이브의 ˝팔에 큰 주사기를 꽂으면서 자기가 당신 작품을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고 싶(191쪽)˝다는 버넌이겠지, 그리고 이와 쌍벽을 이루는 ˝위팔의 따끔거리는 통증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196)˝이라고 마지막 다짐을 하는 버넌.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에게 주사기를 보내는 다정한 친구들이다! 어이없지만 이들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말하고 싶지 말입니다!
이언 매큐언이 ˝유유상종類類相從˝ 이 말을 알았건 몰랐건 이 사자성어가 뜻하는 바는 동서고금의 진리라는 것이겠지.!(그저 웃지요^^)
로즈 가머니가 기자들의 마이크에 대고 버넌에게 했던 말이 있다.

˝핼리데이 씨, 당신은 협잡꾼의 정신과 벼룩만한 윤리 수준을 가진 사람입니다.˝

후훗! 로즈, 당신은 이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을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모두에게 해당사항이 있는 말이니까 말이다! 우리 부디 이렇게 살지는 맙시다!



**어라 ... 이 책도 이미 2010년 3월에 읽었다네... 어쩐지 저 '복장도착' 모티프가 너무 눈에 익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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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금요일, 그녀는 오후 3시에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다시 섬으로 갔다. 청바지와 큰 체크무늬셔츠를 입고, 맨발에 평범한 로퍼를 신은 채 손에는 새틴 양산과 손가방을 들고 있었다. 짐이라고는 커다란 비치백이 전부였다. 그녀는 부둣가에 줄지어 있는택시 중에서 소금기에 부식된 낡은 택시로 곧장 다가갔다. 운전기사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그녀를 맞았고, 택시는 가난에 찌든 마을을 뒤뚱거리며 가로질렀다. 마을의 집들은 오두막처럼 초라했고,지붕에는 야자수 잎이 얹혀  있었으며, 불타는 바다 앞의 거리에는 뜨거운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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