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 지음, 안소현 옮김 / 디지털미디어리서치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라프코스터를 모함하기 전에 한번 더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찮음은 모든걸 무효케 하리라.

'게임을 잘만드는 101가지 방법' 이라던가 '게임 개발자가 알아야할 21가지' 라던가 하는 책은 어딘지 모르게 천박한 냄새가 나고 입시 지옥에서 느껴지는 암기식 영단어처럼 나를 괴롭힌다. 이런 책들은 나의 눈을 의식적으로 피하게 만드는데 그것은 뿌리를 밝혀 내고자 하는 나의 결벽증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프코스터의 '재미이론'은 위에 언급한 책들처럼 거부감을 일으키는 제목은 아니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재미'를 느끼는지 '재미'라는 것은 어떤 감정인지를 밝혀 나가는 책.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부터 이미 어렴풋이 느껴왔던 것들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저그런 책에 불과한 것인가? 한가지만 알아두자

라프코스터가 책으로 정리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아! 이런 것들은 어릴 때 부터 느껴왔던 것들이야!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 라며 우쭐해 지는 것이다.

아! 우리는 얼마나 우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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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숏컷
김지운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지운 감독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훌륭하게 장르를 요리하는 감독이다 라고 하는 말에는 어딘지 모르게 과장이 섞여 있는 듯 하고 또 지독히도 상투적인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그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이 말이 사실이리라.

난 김지운 감독의 열광적인 팬인데, 이상하게도 그의 영화를 때 맞춰 개봉관에서 본 기억은 '반칙왕'이 유일하다. '달콤한 인생' 같은 경우는 개봉 시기를 놓쳐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봐야만 했는데(신사역 근처의 시네마 오즈) 세상에 30석이 채 안되는 좌석에 벽면에는 집에서 쓰는 PC용 스피커가 달려 있는  극장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래도 김지운 감독의 신작을 본다는 생각에 마구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센서티브한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할 얘기가 참 많은데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심해져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김지운일지도 모른다. 아마 말로 했다면 다하지 못했을, 훨씬 재미가 없었을 이야기들이 '김지운의 숏컷' 이라는 책안에서 센스있는 글들로 살아난다.

김지운의 팬이라면 후회하지 않는다. 김지운의 팬이 아니라면 그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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