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19 - 제2부 승자와 패자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4월
구판절판


이슬로 떨어지고 이슬로 사라질 이 몸이거늘
나니와(와사카와 그 부근)의 영광은 꿈속의 꿈-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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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2-0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쿠가와 이에야스 19권의 부제는 떨어진 태양이다. 불세출의 영웅이요 태양의 아들인 히데요시가 죽었다. 1598년, 향년 63세. 249페이지에 나오는 위의 말은 히데요시의 지세이(辭世)다. 지세이라는 것은 임종때에 지어서 남기는 시가(詩歌)를 말하는 것인데, 히데요시처럼 종신와석하면서 지세이를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무사들이 배 째고 죽기 직전에 비장하게 혹은 쓸쓸하게 이 지세이라는 것을 읊는다. 두어줄 정도의 짧은 노래다. 무식한 넘들이 멋을 아는 것 같다.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세계의 교양 시리즈 15권 <일본의 무사도>를 보면 첫장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히데요시의 지세이다. 그런데 해석이 조금 다르다.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
이 해석이 더 시적이고 감흥있게 느껴진다. 원문을 보고 싶으나 일본어를 모르니 보나마나 되겠다.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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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모두에 언급된 메트릭스의 ‘데자뷰’ 운운은 역사에 대한 비유 혹은 은유로써 나름으로는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나타난 현상이 다시 또 나타나는 메트릭스에서의 데자뷰 현상은 일종의 시스템 오류현상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역사가 계속 순환 반복되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시스템은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만 역사를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사를 바로 세워 볼려는 시도는 전 세대, 전 세기를 걸쳐 줄기차게 이루어져 왔고 약간의 진보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여전히 역사는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순환사관이 비관주의가 되고 허무주의로 흐르는 까닭일 것이다.


단군 기원으로 말하자면 올해가 4339년이니, 본인이 아주 어릴 적부터, 그러니까 귀가 뚫리고 글을 깨칠 때부터 우리 배달민족의 유구한 반만년 역사라는 말을 숱하게 듣고 또 보아왔던 것이다. 4300년만으로도 충분히 유구할진대 굳이 700여년을 더해 반만년을 채우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992년을 연명한 신라를 천년왕국이라 하고, 519년을 버틴 조선을 가리켜 흔히 조선왕조 5백년이라 한다. 이정도의 가감은 양해가 되는 것이지만 에누리가 심하면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유구한 반만년 역사와 더불어 소싯적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던 찬란한 문화유산이라는 것들이 차차 나이가 들고 견문이 넓어지면서 점점 초라하게 느껴지게 되는데, 말인즉슨, 석굴암 건축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듯이 말하지만 수많은 천재 장인들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그 어느 건축물이나 예술작품엔들 그 정도의 신비함이나 정교함이 없겠는가 이 말이다. 최고인줄로만 알았고 믿었던 빛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좋게 말하자면 여러 최고들 중의 하나였거나 아니면 그 버금이었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우수한 숱한 것들 중에 하나였다는 것이다.  


외적의 침략과 집안 싸움으로 점철된 유구한 그 반만년 역사중에 어느 때인들 함포고복하며 강구연월을 구가한 때가 있었겠나만은 해방전후의 현대사를 생각해보면 실로 답답한 마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 현대사의 모모한 인사들의 인생유전을 보면서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것이 아니라 안타까움과 서글픔, 열불남, 성질남 같은 감정들만 들끓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사흘이 짧다하고 터지는 이라크나 팔레스타인에서의 미군 등에 대한 자살 폭탄테러, 그들의 물불 가리지 않는 과격한 저항운동을 보면서 우리의 항일무장투쟁이라는 것이 너무 초라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한일합방 초기의 근왕주의적 의병운동이 끝나고 국내에서는 일제에 대한 이렇다할 테러나 습격사건 별로 없었고 해외에서의 임시정부의 활동이나 외교적인 독립 노력들은 파벌싸움으로 얼룩덜룩 지지부진 했으니, 일제 침략군과의 변변한 전투 한번 없이 얼떨결에 맞이한 해방조국은 이념분쟁과 권력투쟁으로 또갈라지고.....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어릴 때는 최고이고 대단한 줄로만 알았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라는 것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자긍심과 자존심이 상처입고, 어떨 때는 우리나라가 견딜 수 없이 작게 느껴지는 그런 아픔을 겪게도 되는데, 그러한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조국에 대한 애뜻한 감정이 생겨나고 그 애뜻함에서 뜨거운 애정이 솟아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굳이 비유하자면 못난 자식 더 생각하는 부모 마음 같은 것이리라. 



추신 : 참고로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사의 모모한 인물들의 호를 알게 되었다. 가외의 소득이라 할 만하다. 백범은 말할 것도 없고, 우남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박정희의 호가 중수(中樹), 김종필의 호가 운정(雲庭, 기생이름 같기도 하다), 박헌영의 호가 이정(而丁) 이란다. 독설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반면 한국컨텐츠 진흥원의 우수만화 기획부문 선정작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만화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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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18 - 제2부 승자와 패자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3월
구판절판


"이 소식은 틀림없는 것입니다. 오월 사일이었다고 합니다. 적의 수군 총대장은 이순신인가 하는 아주 뛰어난 해전의 명장인 모양입니다. 아군의 배가 거의 모두 침몰 했다고...... 전하도 나고야에서 몹시 당황하시고 즉시 다음 배 준비를 재촉하고 계시다고."-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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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1-3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32권을 통틀어 이순신에 대한 언급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것 같다. 이 소설이 오다씨 ,풍신씨, 덕천씨 3인을 중심으로한 일본 전국시대 100년간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그중 임진년에 시작되었던 10여년간의 조선전쟁도 그 비중이 적지 않을 것인데, 그 전쟁(우리입장에서는 왜란이겠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대륙진출 전쟁이었겠지만)에 대한 언급이 너무 소략이라서 조금 아쉽다.
 
납치된 공주
카렌 두베 지음, 안성찬 옮김 / 들녘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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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야기는 악당을 물리친 왕자가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에 골인하는 동화가 아니라, 왕자와 기사와 공주 3인간에 벌어지는 현대적 삼각 로맨스의 기사문학적 변주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춤추는 디에고 왕자의 다리를 기사 부레두르가 몰래 걸어 넘어뜨린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의 디에고 왕자에 의한 공주 리스비나의 납치, 스스로 명예를 지켜 더러운 빨래를 빠는 노예생활을 자처하는 공주, 공주의 마음을 얻지 못한 디에고 왕자의 노심초사. 공주를 구하기 위한 기사 부레두르의 고난에 찬 여정. 용을 사육하는 마법사에게 다시 납치되는 공주. 왕자 디에고와 기사 부레두르의 항해 등의 사건을 거치면서 결국 디에고는 공주를 납치한 명예롭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뉘우쳐 스스로 부레두르의 하인이 되어 북쪽나라로 압송되고, 용감한 기사 부레두르는 디에고의 도움으로 마법사로부터 공주를 구해내 마침내 자신의 조국 북쪽나라로 개선하게 된다. 공주 라스비나는 자신의 사랑이 명예와 자존심에 억압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고, 북쪽나라의 영웅이 된 기사 부레두르는 공주와의 결혼식날에 진정한 용기를 발휘해 지난날 자신이 디에고의 다리를 걸었음을 인정하고 쓸쓸히 떠난다. 왕자는 부레두르를 기꺼이 용서하고 자신이 물려받을 왕국의 백작으로 임명한다. 드디어 왕자는 공주와 결혼하고 해피엔드.

 

<등장인물 3인 소개>

 

납치된 공주의 이름은 리스비나.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가난한 북쪽나라의 공주. 절세가인이요, 경국지색이라한다. (상고시대 중국의 포사나 달기에서부터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 헬레네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하는 여인들은 능히 한 나라를 무너뜨리고 헥토르나 아킬레스같은 천하의 이름난 영웅호걸들을 골로 보내기도 했던 것이니 그 아름다움의 지극함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여기에 비하자면 우리의 공주 리스비나는 그녀의 보잘 것 없는 북쪽나라를 조금 기울게는 했으나 완전히 뭉게지는 못했고 결론적으로는 성하게 했으니 미모로 말하자면 포사, 달기, 헬레네에게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녀의 사랑은 순탄치가 못했다. 납치생활중의 고난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알게 되었으나 자신의 사랑이 조국에 대한 배신으로 보여질까 두려워 한다.


왕자 디에고. 따뜻한 지중해 근처의 부유한 바시카리아의 아름다운 왕자. 공주에게 눈이 멀어 공주를 납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바치지만 공주의 마음을 쉽게 얻지 못한다. 진정한 사랑의 힘이 그로 하여금 공주를 조국으로 돌려보낸 후 자신은 북쪽나라의 감옥에서 죄값을 치를 결심을 하게 한다.


기사 부레두르.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보잘 것 없는 북쪽나라의 용감한 기사. 납치된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혼자 길을 떠나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게 된다. 그 여정에서 만난 술탄의 공주 사릴리사를 사고로 죽게한 후 사랑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공주를 구출하여 조국에 개선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눈부신 용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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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신미식 사진.글 / 이클라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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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감상을 일언이폐지하자면 왈 사무사(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는 사람은 위해 부언한다. 성현 공자께옵서 가라사대 시경에 나오는 시 삼백편을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무사思無邪’라 했다는 것이다. 생각에 사사로움이 없다는 말 되겠다)가 아니라, “사진은 정말 볼만하다”는 것이다. 본인이야 뭐 사진에 문외한(하기사 본인으로 말하자면 뭐엔들 문외한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버린 넘도 아닌 것이 세상사의 문외한이라 할만하다)이라 사진찍는 기술이나 카메라의 기능이나 사진의 구도,색상이나 이런 것들에 대하여는 전혀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고 따라서 얼마전에 산 본인의 디카로 찍은 사진들에서 이 책에 나오는 사진 그 비슷한 어떤 것이라도 기대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일 것이 지당한 것인데, 말인즉슨 우리가 흔히 보는 여행기 등에 나오는 사진들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는 고런 느낌이다. 

옛날부터 궁금했던 것이 여행전문가니 여행전문 사진작가니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먹고 사나 하는 것이었다. 이슬먹고 실똥싸며 백학따라 구름타고 다니는 신선도 아니관대 사진기 하나 들고 일렁일렁 놀러다니면서도 어떻게 잘먹고 잘사는가 궁금했더랬다. 부모님이 벌어오는 돈으로 밥 얻어먹고 살던 철없던 시절에야 경제라는 것을 몰랐지만 나이들어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자 경제라는 것이 갑자기 절박하게 다가와 찬바람 북풍한설을 일으킨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다. 뭐 코피 터트려가며 뼈빠지게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봉급쟁이로 일년 열두달중 1주일도 짬을 내기가 어려워 겨우 3~4일짜리 휴가로 여행의 욕구를 간신히 달래는 본인으로서는 지금도 그들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하는 것이 궁금하다. 어쨌든 복많은 사람들이다.


페루, 볼리비아가 대부분이고 캄보디아, 간간이 우리나라도 등장한다. 페루에서 찍은 사진이 많아도 잉카문명과 관련한 쿠스코 유적이나 마추피추 유적에 대한 사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연히 캄보디아 관련 사진에서도 툼레이더에 나오는 앙코르왓트 유적 사진은 없다. 이 책이 “사람을 껴안다”와 “자연을 품다”는 부제가 붙어있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듯이 사진의 주인공은 사람과 자연이다. 254쪽의 ‘혜화동에서’라는 사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구불구불한 기와지붕, 이리저리 얽힌 전깃줄, 황혼빛 혹은 아침빛에 물든 뒷골목의 인적없는 풍경이 어째 푸근한 듯 하면서도 쓸쓸하다. 사진 옆에 붙은 짧은 글들이 불러 일으키는 감흥은 없다. 그러나 다시한번 말하지만 사진은 볼만하다. 책을 눈 앞으로 바짝 끌어당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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