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비용 제로 사회 -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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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공유사회를 준비하라

 

   2000736200명의 경쟁을 뚫고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발됐지만 정식비행을 한 달 앞두고 탈락한 고산은 최초의 우주인 자리를 이소연에게 내주고, 홀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20101년 만에 갑자기 귀국했다. 그리고 그는 제조업의 메카라 불리는 종로3가 세운상가에 ‘A팀벤처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그가 미국 유학길에서 주목한 건 미래를 변화시킬 차세대 신기술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제조업의 부활을 쏘는 신호탄이라 말했던 3D프린터였다. 3D프린터는 활자를 인쇄하듯 물체를 찍어내는 기계로 나노물질부터 전자제품, , 총기, 마약류까지 모두 만든다. 심지어 인공장기도 가능하다. 고산은 이 놀라운 기계로 인해 개인이 제조업이 가능하고 생산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구반대편 미국에서 가까운 미래를 만난 것이다.


    IT 잡지 "와이어드"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오픈하드웨어 분야의 독보적 트렌드 세터로서 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온 저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 역시 3D프린터가 만들어낸 메이커 운동에 주목하고 <메이커스makers>라는 책을 써 인터넷의 보급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의 전조와 향후 10년간 일어날 기술혁명의 미래를 말했다. 그는 3D프린터를 미래를 바꿀 100년 만의 산업혁명이라 불렀다. 문제는 3D프린터와 같은 최신 기술이 경제를 한계비용 제로 시대로 빠르게 바꿔놓고 있어 혼란을 야기한다다는 점이다.


   <3차 산업혁명>, <공감의 시대>,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기술발전 덕분에 재화와 서비스를 추가 생산하는 비용(한계비용)이 제로(0)가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컴퓨터·인터넷의 보급과 기술 경쟁 격화로 생산비용이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개발 비용과 같은 초기 고정비용이 들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내려받아도 기업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한계비용)이 없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원가는 점점 제로(0)에 가까워진다. 한계비용 제로 현상이 정보화 산업 뿐 아니라 의식주나 제조업에도 적용된다. 인간의 노동 대신 로봇을 이용한 생산이 늘어나는 데다 통신·물류·에너지 같은 생산 인프라가 디지털로 변하면서 제조업의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있다. 일례로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의 1기가바이트당 가격은 200044달러였지만, 지금은 7센트로 6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 재생에너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독일은 현재 에너지의 27%가 한계비용이 제로인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다. 재생에너지는 석탄 에너지와는 다르다. 태양이나 바람은 한번 설치하면 우리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나아가 저자는 사물인터넷(IoT)3D 프린터 등을 통해 자본에 의한 대량생산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대중생산, 협력적 공유사회로 진화할 거라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협력적 공유사회가 이미 우리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에 변혁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써 21세기 전반부에 걸쳐 신규 사업과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한편 환경 지향적인 사회를 정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자본주의의 대규모 경제적 변혁이 느닷없이 일어난 이유는 뭘까? 저자는 다름 아닌 시장의 비범한 성공 탓이라는 역설을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끊임없는 이윤 추구가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해체했다는 것이다. 즉 영리 기업들이 극단적 생산성을 불러온 모종의 기술 혁명이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수많은 물리적 재화와 서비스를 풍부하게 하는 반면 동시에 가격은 제로에 가까워져서 더 이상 시장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편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의 전환, 즉 공유경제에 주목했다. 자동차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 사유재산 중에 집 다음으로 귀중한 재산이었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애물단지 취급을 당한다. 미국에서 자동차 한 대를 유지하는 데 월평균 수백 달러가 드는 반면, 자동차가 차고에서 잠자는 시간의 비율은 평균적으로 92퍼센트에 달한다. 게다가 기름값에 세금까지 따지면 답이 없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극도로 비효율적인 고정자산이라는 걸 깨닫고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시간 단위로 이동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로 미국의 집카(zipcar)나 한국의 소카(SOCAR)와 같은 카쉐어링 기업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도로에 나온 공유 차량 한 대가 자가용 열다섯 대를 도로 위에서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2009년까지 GM의 연구개발 및 기획 부사장을 역임했었던 로런스 번스 미시간대 공학 교수도 자가용이 모두 공유, 합승 차량으로 활용된다면 전체 자동차 수가 80퍼센트 이상 감소되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이동성을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372)이라고 자동자 공유의 효율성을 시인했다.

 

   현재 미국인의 약 40퍼센트가 소셜 미디어 사이트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을 통해 카쉐어링를 포함해 협력적 공유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백만의 아파트 거주자들과 주택 보유자들이 에어비앤비(Airbnb)나 카우치서핑(Couchsurfing)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거주지를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수백만의 여행객과 공유하고 있고, 오래된 것은 빼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자는 모토로 세운 의류 교환 업체 스레드업은 40만 명의 회원이 옷을 바꿔 입고 있다. 스레드업 웹사이트는 월간 약 385천회에 달하는 방문횟수를 기록하고 있고, 2012년에는 35만 개가 넘는 아이템을 팔았고, 주문량은 매월 무려 51퍼센트씩 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전거 공유, 주택 교환, 에너지 및 식료품 협동조합, 사무실 공유, 주택 공유, 음악 스튜디어 공유, 공구 대여 등 다양한 유형의 공유비즈니스가 성행중이다.


   하지만 공유가 소유를 완전 대체하서 결국 자본주의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교환가치가 갈수록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전 미국 노동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완곡하게 표현해서 공유경제(Share Economy)이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부스러기(scraps)만 떨어지는 부스러기 공유 경제’(Share-the-scraps Economy)”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유경제 회사에는 구성원들이 고용된 정직원이 아니어서 보험, 산업재해보상, 실업 보험, 건강검진 등 노동자의 복지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아울러 공유경제로 돈을 버는 건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회사이지,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책을 덮으며 과연 이런 미래가 올까?’하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보듯 고민했다면, 당신은 20세기식 독서를 했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의 동시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까운 미래’, 즉 첨단 트렌드의 끝자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뭘 건져내야 할까? 지난 318일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TED 2015 에 도요타 자동차가 초소형 전기자동차 아이로드(i-Road)를 선보였다. 바퀴도 세 개 뿐인 일인승의 이 자동차는 혼자 타지만 함께 탈 차로 설명된다. 전기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 여기에 자율주행차까지 결합한 이 자동차는 자동차의 미래 개념이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줬다.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대두되는 공유경제의 도래를 직감한 도요타가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처럼 빌릴 수 있는 차를 개발함으로써 사유재산의 대표이자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여준 셈이다. ‘마인드 마이너로 불리는 송길영은 책 <상상하지 말라>에서 “(타인은) 보고도 모르는 것을 보는 것이 통찰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통찰의 보고(寶庫). 보고도 모르고 지나친 숱한 것을 다시 읽어 찾아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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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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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것이 많은 것임을 알라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5년 전 <혼창통>을 들고 나와 대한민국 경영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저자 이지훈이 이번엔 <()>을 통해 보다 큰 그림의 통찰을 전하고 있다. 저자의 직업은 내가 주말마다 즐겨 읽는 조선일보의 경제섹션 위클리비즈를 맡고 있는 경제기자다. 저자는 10년 가까이 매주 세계적인 경영 대가들을 만나고, 수없이 많은 최신의 비즈니스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의 놀라운 성공과 성장의 비결들이 하나로 수렴됨을 감지했다. 그것들을 풀어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경제기자 중에 통찰력 있는 책을 쓴 저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데, 그 중 경제분야에서는 <2015 빚더미가 몰려온다>, <세대전쟁> 등을 쓴 KBS의 박종훈 기자가 제일이고, 경영분야에서는 이지훈 기자가 으뜸이다.

나는 <혼창통> 이후 위클리비즈를 매주 만나면서 이지훈이 또 어떤 통찰을 끄집어낼지 몹시 궁금했다. 이번엔 달랑 한 단어, ()이었다. 단은 단순함, 군더더기 없음이다. 노자는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지만, ()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기쁘고 행복할 것 같지만 넘치면 부족한만 못한 법’, 풍부함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마트 진열대에는 너무 많은 제품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게 하고, 넘쳐나는 정보와 뉴스는 공해가 되어 오히려 눈과 귀를 멀게 한다. 단은 참을 수 없이 복잡하고 많은 세상에 맞서 내 길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과 정보는 우리 자신을 앗아가고 잠식하고 본질에서 멀어지게 한다. ‘참을 수 없이 복잡한시대의 미덕은 더 이상 더하는데 있지 않다. 빼는 데 있다. ‘more'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less'을 요구하고 있다. 넘쳐나는 풍요의 바다에서 단순함의 자유를 찾고 싶어 한다.” (13)

 

저자가 찾아낸 단(, 단순함)의 정의는 불필요한 것을 모조리 제거하고 핵심만 남겨놓은 상태,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궁극의 경지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맞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의 기준이나 가치를 걷어내고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것’, 즉 완벽함이다. 생텍쥐페리 역시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단순함의 추구는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있어 고수(高手)가 되는 길이고, 기업에게는 독보(獨步)로 가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함을 추구해야 할까? 저자는 단순함에 이르는 순서로 버리고, 세우고 지키라고 말한다.

 

단순함이란 가장 소중한 것까지 죽이고 또 죽임으로써 버리고 비워내는 정화의 과정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 시각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고집이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우직하게 걸어가는 뚝심이다.” (348~349)

 

단순해지려면 우선 버려야 한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다 보면 저절로 진면목이 드러나기 때문”(91)이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쓴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는가 여부에 따라 울림이 없는 물건은 버리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우리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것들에 둘러싸여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현대인이 너무 많다. 버리기는 결국 소중한 것만 남기기 위한 작업이다.

 

버리지 않으면 버려진다. 단 하나의 목표를 택하지 않으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으로부터 버려진다.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고 복잡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기업도 고객으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생존을 위해 버림은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137)

 

기업 역시 버려야 살아남는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자신이 쓴 책 <제로 투 원>에서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창조적 독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구루 피터 드러커 역시 자신이 못하는 일을 평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탁월한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허락된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시간은 제한적이다. 가능성이 적은 분야를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하는 것에 더욱 잘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버리고 취할지를 정하고 버리고, 지우고, 털어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단순함을 위해 충분히 버렸다면 다음은 세워야 한다. “버리기만 하고 세우지 못한다면 거짓 단순함이요, 공허이고 조악함이다”(17) 무엇을 세워야 한단 말인가? 바로 뜻()이다. 개인은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세우고, 왜 일해야 하는지 사명을 세워야 한다. 기업이라면 우리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하고 진정한 존재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이나 기업이 단순해지기 위한 필수적인 고민이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애플의 모토로 삼고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고, 나아가 애플의 제품들이 우주에 영향을 미치는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 그의 뜻에 공감한 전 세계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애플에 합류했고, 오늘날의 애플에 이르렀다.

 

단순해지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지켜는 것이다. 버리고 세웠지만 지키지 못한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단순함을 구축했으면 어떤 유혹이나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 세우는 것이 약속이라면 지킨다는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일관성은 인간관계는 물론 기업 경영에 있어서 신뢰의 원천이 되는 것처럼, 지키기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사명을 찾고 마지막까지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고, 기업의 차원에서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준수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다.

 

지난 312일 한국은행은 1.75%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역사상, 아니 단군 이래 처음 맞이하는 초저금리시대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상태,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국민 경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신화는 이미 종언을 고했고,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소리 없는 구조조정 아래서 박스권 탈출에 실패했다. 연금만으로 안락한 노후를 꿈꾸던 시대도 저물었고, 금리는 1%대로 추락하여 자산이 2배로 불어나는 데 35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거라는 우울한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운 좋게 5 년 만에 벗어났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최소 10년은 허우적대야 한다. 선진국 일본은 20년째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개인이나 기업, 정부는 발등의 불에 매달려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내다보는 큰 그림, 그리고 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또한 무엇보다 몸보다 마음비우기가 급선무, 지금껏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경계해야 할 때다. 그 점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이 참으로 많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저널 <기획회의>(388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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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심플 - 스티브 잡스, 불멸의 경영 무기
켄 시걸 지음, 김광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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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함에 대한 잡스의 통찰

 

  애플이 정상을 재탈환했다작년 10월 내놓은 아이폰 6와 아이폰 6플러스 출시에 맞물려 7450만대라는 사상 최대치 판매를 기록하면서 애플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46%나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판매 실적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6490만 대를 약 1000만 대 가까이 뛰어넘었다.

   일등공신은 중국. 대화면 아이폰에 대한 중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 매출은 사상 최대인 1614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70%나 증가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1분기 아이폰의 중국 매출은 지난 5년 동안 중국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애플의 성공비결은 뭘까대답은 의외로 싱겁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심플함(simplicity)에 반해서.

 

   17년간 스티브 잡스와 함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었던 켄 시걸 역시 애플이 잇따른 혁신을 가능케 한 것은 '단순함(simplicity)‘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에서 잡스에게 단순함은 종교였고 그리고 무기였다며 단순함을 향한 잡스의 헌신적인 집착을 높이 평가했다. 잡스는 애플에서 종종 폭군으로 불렸다. 하지만 잡스가 폭군이 될 때는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게 둘러대는 사람을 만났을 때다. 그때마다 잡스는 본론이 뭐냐?‘ 혹은 그래서 결론이 뭐냐?‘는 단순함에 집착하는 그만의 심플스틱(simple stick)을 휘둘렀다.

 

  “단순함은 애플의 혁신을 그저 가능케 하는 수준을 넘어 몇 번이고혁신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변해 애플이 그 변화에 적응하더라도, 단순함에 대한 신념만큼은 변함없다. 자신들의 기술을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기기로 전환할 수 있는 배경에 바로 이 가치 체계가 자리한다.

  단순함을 향한 애플의 사랑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라보이는 모든 곳에 단순함이 자리한다. 그것이 곧 회사의 제품이고, 광고이며, 내부 조직이고, 스토어이며, 고객과의 관계다. 애플 내부에서는 단순함이 목표고, 업무 프로세스이며, 평가의 척도다.“

( 17)

 

   1997년 존 스컬리를 쫓아내고 애플의 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그간 만들어왔던 애플의 제품들을 검토하다가 이제 그만! 이건 미친 짓이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화이트보드에 2X2 매트릭스를 그린 후 가로줄에는 일반용’ ‘전문가용’, 세로줄에는 데스크톱’ ‘휴대용이라고 적고 4분면에 해당하는 제품을 하나씩 결정해 총 4개의 제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버려.”라고 말했다. 잡스는 고객에게 과도한 선택권을 주는 것은 오히려 싫증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잡스에게 혁신(innovation)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다. 그는 평소 나는 실제로 애플이 한 일 못지않게 하지 않은 일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수많은 것들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혁신이다.“(94)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주기능은 인터넷과 전화, 아이팟 세 가지였다. 세 가지면 아주 적은 수, 하지만 잡스는 버튼을 세 개가 아닌 달랑 하나만 달았다. 이유는 단 하나, 셋은 하나보다 많기 때문이다. 세 버튼을 장착했더라면 아마도 거의 완벽한 아이폰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잡스는 이 거의(almost)'라는 단어와의 절충을 거부했다. 저자는 이러한 타협을 거부해야 자신이 추구하는 단순함(핵심가치)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애플 내에서 형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싫어했다. 그와 회의할 때는 심플하게 탁자와 화이트보드, 그리고 솔직한 아이디어 교류만 있으면 됐다. 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달랐다. 그는 몇 날 몇 주에 걸쳐 예행연습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가장 효율적인 신제품 공개에 최선을 다했다(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선보이는 슬라이드 쇼를 본다면 그 내용이 지극히 심플하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잡스와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것 같은 심플하고 자연스러움을 갖게 했고, 지금껏 잡스가 최고의 연설자로 불리게 하는 이유이다.


   아이팟이 등장하기 전, 뮤직 플레이어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였다. 마지막 후발업체나 다름없던 애플은 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단순함이라고 판단했다. 잡스는 다른 뮤직 라이브러리 대신 아이튠즈를 기반으로 아이팟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은 1세대 아이팟을 출시할 때, ‘5기가바이트 드라이브에 무게가 약 184그램인 뮤직 플레이어란 설명 대신, 간단히 주머니 속의 노래 1,000이라고 말했다. 반응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이었고, 아이팟이 뮤직 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는데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네오나르도 다빈치는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이 추구한 단순함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단순함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애플의 핵심가치를 달성하도록 돕는 방향등이다.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마지막 심플한 한 문장이 바로 기업의 핵심가치다. 그런 핵심가치만 꺼낼 수 있다면 어느 기업이든 애플과 같은 성공은 가능해진다.

 

   1967년 보잉 비행기 3대로 시작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그야말로 영세 항공사였다. 창업자 허브 켈러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경쟁자보다 싼 가격이라고 판단, 핵심가치로 삼았다. 방법은 심플했다. 스스로를 초저가 항공사로 규정하고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과정 이외의 불필요한 서비스는 줄이고 효율성은 극대화해서 가격을 경쟁사보다 파격적으로 낮췄다.


   우선 비행기 기종은 보잉 737로 통일했다. 조종사 교육, 부품재고 등 유지관리비 최소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가급적 복잡한 허브공항을 경유하지 않고 지방 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항노선을 개발했다. 목적지는 최대 2시간의 운항거리를 넘지 않도록 정했고, 목적지 도착 후 10분 내에 재운항 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 했다.

좌석등급과 좌석 선택권도 없애고 선착순 탑승제을 도입했다. 출발시간을 지연시키는 화물 항공우편도 취급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기내식 서비스도 없앴다. 모든 결정의 판단의 기준은 초저가 항공사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과연 어울리는 제도인가?’였다.


   이렇게 효율성이 극대화되자 비행기 요금은 경쟁사의 절반 정도가 가능해졌다. 사우스웨스트는 경쟁상대를 아예 대형 항공사가 아닌 고속버스인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정하고 그레이하운드를 탈 바엔 사우스웨스트를 타자고 마케팅을 펼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속버스보다 더 싼 비행기 요금이 있더라는 말이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결국 전체 항공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며 사우스웨스트는 세계 최초로 초저가항공 시대를 열었다.

   9·11 테러 이후 수많은 항공사가 파산과 통·폐합을 거쳤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우스웨스트는 오히려 승승장구할 수 있었고, 지금은 연간 13000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세계 최고의 항공사가 되었다.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는 사우스웨스트를 기업문화와 가치 측면에서 올해 현직 직원들이 만족하는 기업 6으로 선정했다.

 

   켄 시걸은 잡스와 함께 일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고 정리했고, 그 속에서 일정한 원칙을 발견했고, ‘미친듯이 심플한 애플의 경영의 11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책에 담았다. 그 원칙들을 통해 애플이 주도한 모든 혁신들은 단순함을 향한 사활을 건 헌신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애플의 모토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의 방법론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지난 주말 저녁 책을 덮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 그레이컬러의 아이폰6 플러스(64 기가)를 구입했다. 2년 전부터 써오던 삼성 갤럭시3의 마지막 할부금을 갚지 않은 채 조바심에 서두른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더 빨리 <미친듯이 심플>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였다. 이보다 더 나은 평이 있을까.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출판저널

<기획회의>(386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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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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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기계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기계와의 경쟁>에서 폭스콘의 예처럼 학력이 짧거나 월급이 적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폭스콘이 좋은 예다.


   아이폰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중국기업 폭스콘은 애플의 제품은 물론 노키아, , HP,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들을 조립업체로 중국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폭스콘은 지난 2010년 봄, 국제적인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한 달 사이에 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16명이 공장 창문 그리고 기숙사 창문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고등교육을 갓 마친 10대 후반의 직원들이 돈을 위해 4초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을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하루 10,000번의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했다. 이런 노동을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해서 버는 월급은 고작 520 위안,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이었다.


   기가 막힌 것은 폭스콘의 대응이었다. 1년 매출이 애플이나 델, 마이크로소프트과 같은 글로벌 업체의 매출액을 뛰어넘지만 이익률은 4% 남짓(애플의 이익률은 27%이다)으로 값싼 노동력을 무기(가격 경쟁력)로 하는 조립회사에게 직원들의 근무조건 등에는 관심 없었다. 폭스콘은 직원들의 투신사건이 있은 후 세계적인 비난을 받자 오히려 폭스콘은 앞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을 10,000 대의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계를 통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폭스콘의 전략'으로 중국 청년 수십만 명이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사회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레미 리프킨 역시 1995년 출간된 책 <노동의 종말>에서 우리는 세계 역사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점점 더 적은 수의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중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다. 리프킨은 나아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문명사회는 더 이상 일자리가 필요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책에 적었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경제의 분야에서 기술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수백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와의 경쟁>이 기술이 진화할수록 사라지는 일자리 속 인간의 미래를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앤드루 맥아피 교수와 함께 쓴 신간 <2의 기계 시대>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共生)을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어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강화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열어 정신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술의 진보가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만을 고민한다면 기계에 대체당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기계가 인간을 도와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력, 새로운 제품,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한 우버 택시는 운전자에게 과거 택시 기사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하고, 언제 일하고 어디서 일할지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꼽았다. 이들은 첨단의 과학기술로 기계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조직 구조,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나아가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사진술의 진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하급수적 성장, 디지털화, 조합적 발전의 두 가지 큰 경제적 결과인 제2의 기계 시대의 풍요와 격차를 잘 드러낸다. 우리는 해마다 마우스를 몇 번 누르거나, 화면을 몇 번 건드리는 것만으로 거의 4천억 번에 이르는, 이른바 코닥 순간을 맛보면서 수많은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코닥에 필요했던 인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디지털 사진과 다른 상품들의 풍요를 낳았지만, 한편으로 예전보다 소득 격차를 훨씬 더 벌려놓았다.”(163164)

 

   저자들은 우선 기술의 진보로 심화되는 불평등을 우려했다. 폭스콘의 기계도입과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제품의 생산력을 높일지 모르지만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기계를 사서 운영하는 자본가에게 가게 되므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더 큰 불평등을 불렀다. 지난 10년 동안 저임금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 약진하던 중국이나 인도의 저임금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은 뻔하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강한 풍요(strong bounty)'를 내세우는 이들은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모든 사람의 경제적 삶이 더 나아지고 있는데,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시실에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까?”(211)하고 묻는다.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 역시 지난 13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불평등은 생산의 기여에 대한 대가라며 자본을 축적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마디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기술 덕분에 삶이 나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 불평등의 증가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기술 발전에 대응해 기술력을 다룰 줄 아는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기계와의 경쟁 시대에 생존하게 될 직업은 무엇일까?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과 직접 일해야 하는 감성 노동자, 인공지능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일부 서비스 직종 등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 즉 리더십, 팀워크, 협상법, 공감 능력, 가르치는 일이나 환자를 간호하거나(nursing), 사람들을 가르치거나(teaching), 노약자를 돌보는(caring) 직업군이 특히 중요해질 거라 전망한다.


2의 기계시대로 더 깊이 진입할수록 우연한 사고로 생겨나거나 악의적으로 일으키는 위험들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물질적 욕구 충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재앙, 진정한 존재론적 위험, 자유 대 독재 등 기술이 낳을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들을 점점 더 우려하게 될 것이다.”(316)

 

   제 2의 기계시대의 도래에 우려되는바 적지 않다. 저자는 제2의 기계시대에 접어들면 복잡하고 치밀하게 연결된 시스템으로 사소한 결함이 예측하지 못한 연쇄적인 사건들을 통해 확대되면서 훨씬 더 큰 규모의 피해를 일으키거나 스파이, 범죄자, 파괴와 혼란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에서 환경 파괴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다른 수많은 방식으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 2의 기계시대는 경이로운 미래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똑똑한 기계는 정말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줄까? 광범위한 디지털 기술과 관련 경제학 지식을 아우른 저자의 놀라운 통찰을 만나다 보면 부지불식중에 미래의 바다를 유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작 <기계와의 경쟁>도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4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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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투 원 - 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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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조적독점만이 왕도다

 

   나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매년 초여름 발표하는 ‘CEO가 휴가 때 읽을 책이 영 탐탁치 않다. 스스로 비즈니스북 칼럼니스트라고 자처하는 내가, 일 년 중 경제경영, 자기계발서가 유일하게 반짝 팔리게 만드는 이 반가운 기획에 불만이 있을 리 없다. 다만, ‘CEO가 읽을 책만 추천하는가하는 아쉬움이 불만이다. 'SERI 추천도서CEO의 관점에서 조직경영과 미래, 자기계발 등을 위해 경제경영·인문교양 분야의 도서를 선정하고 있다면, ’직장인의 관점에서 필요한 책들을 추천하는 기획 역시 필요하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 수많은 신간 중에서 올해 안에는 꼭 읽을만한 책들을 신뢰할만한 사람들이 추천해 준다면 좋은 책들이 아까운 책으로 남지 않고 더 많은 독자를 오랫동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출판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책은 단연 미생이다. 만화 미생은 어느 케이블 채널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원작이 주목되는 이른바 미디어셀러가 되면서 지금까지 200만부(올해 100만부를 넘은 책은 미생뿐이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재작년에 진즉 나왔던 책, 꽤 많은 화제를 낳은 책이지만 그 해 ‘CEO 추천도서에 들지 못했다. 만약 미생이 드라마로 제작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기는 불가능했다. 지난 해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자기계발 분야에서 큰 화제를 낳아 인문서로는 드물게 단기간에 수만 부가 팔린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 역시 올해 CEO 추천도서에서 누락되었다. CEO들이 반길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국내에 출간되어 현대자본주의의 폐해와 계층간 불평등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부자들에게 글로벌 부유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과 한국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밝힌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 그리고 자본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등이 내년 CEO 추천도서에 선정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아니다. ’직장인 추천도서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개하는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 역시 직장인 추천도서가 생긴다면 선정되어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전자결제시스템회사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스탠퍼드대에서 펼친 스타트업 강의를 엮은 것으로 세계의 기업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들이 격찬한 바 있고, 아마존은 ‘2014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 제2의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될 순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창업자)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될 수도 없다.”(8)

 

   ‘스탠퍼드대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라는 부제의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의 핵심은 단 하나, 0(, ZERO)에서 1(, onE)이 되려면 무엇인가 창조되어야 하는데, 그 무엇(ONE)은 유니크(unique) ,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좋은 예다.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애플의 배를 넘는다. 20143분기 삼성전자는 9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반면, 애플은 3900만대에 그쳤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제조·판매 규모만 커질 뿐,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과 삼성 모두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가 지난해 이후 줄곧 하락해온 것은 같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을 2대 이상 팔아야 아이폰 1대 매출이 나올 만큼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매 분기마다 20%대 후반에서 30% 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20% 대로 올라섰다가 올 3분기 8%(추정치) 대로 하락했다. 이유는 뭘까?


   애플의 아이폰은 제로 투 원의 전형적이 사례다. 스크린 터치 기술로 디지털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의 신기원을 이룩한 아이폰은 대만 폭스콘 등으로부터 전량 외주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애플은 단말기 매출 외에도 아이튠즈 등 서비스 매출, 소프트웨어 매출 등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반면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갤럭시폰은 스마트폰의 설계부터 부품 소싱, 생산까지 모두 수직 계열화한 구조여서 제조비 부담이 아이폰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어, 시장 공략 실패시 돌아오는 실적악화 폭이 더 크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보다 모방은 훨씬 더 쉽고 덜 위험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의 아류(亞流)는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저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어려운 과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무리 이익을 내고 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될 것이라 저자는 경고한다. 최근 아이폰 66플러스 출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애플과 갤럭시폰의 계속된 실적 악화로 고전중인 삼성전자의 현실은 저자인 피터 틸의 경고와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이 특히 주목되는 점은 단순한 창업 지침서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로서 기업 경영과 경제학 원리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기본개념인 완전경쟁독점에 대한 설명은 특히 인상적인데, 저자는 독점은 시장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경제학 원론에서 완전경쟁은 생산자의 공급이 소비자의 수요와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점으로 이상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상태로 간주하지만, 현실은 엇비슷한 회사들이 시장에 맣이 진입하면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해 애초에 그들이 이끌렸던 수익이 없어지게 되어 손해를 입어 사업을 접거나 장기적으로 탁월한 경제적 수익을 내는 회사는 없게 된다.


   그렇다면 완전경쟁의 반대는 뭘까? 독점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독점은 교활하게 경쟁사를 없애거나, 정부의 편애를 받아 독점인 경우는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비슷한 제품을 내놓지 못할 만큼 자기 분야에서 탁월해 경쟁자가 없는 창조적 독점을 의미한다. 독점기업은 혼자만의 시장을 가졌기 때문에 가격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 경쟁이 없으므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생산량과 가격의 조합으로 제품생산이 가능하다. 구글은 독점의 대표적인 회사다. 구글은 2000년대 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야후를 크게 따돌렸고, 이후 검색 분야에서 경쟁자가 없었다.


   구글 같은 독점기업은 수익 창출 이외의 것을 생각할 여유가 있다. 즉 다른 기업과 경쟁할 걱정이 없기 때문에 직원, 제품,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더욱 신경 쓸 여유가 있다. 완전경쟁시장하의 경쟁기업들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완전경쟁에서 기업은 오늘의 이익률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그러므로 기업이 매일 매일의 치열한 생존 투쟁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바로 독점이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편 중세시대처럼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독점기업은 지대(地代) 수금원밖에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세상, 즉 언제든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발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구글을 뛰어넘는 또 다른 창조적 독점기업이 언제든 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창조적 독점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영원(永遠)은 없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은 예리한 통찰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이와는 정반대다.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49)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저자 피터 틸의 주장은 혁신적인 회사들을 창업했던 자의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적 독점을 먼저 이해하는 일이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시작이다.


이 리뷰는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2호)에 소개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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