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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 김경욱 소설집
김경욱 지음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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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의 어느 자리에서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보통 리뷰는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쓰는 편인데 지난 주말에 이러저러한 일로 바빠서 리뷰 쓰는데 며칠이 걸렸다. 모두 9편의 이야기 중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아버지의 부엌>에 나오는 에피소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느 학생 꼬마처럼 시험 잘 보면 무엇이든 사주겠다고 약속한 아버지에게 턱도 없이 “미미의 부엌”을 사달라고 했다가 장난감 기관총을 받는다. 너무 “미미의 부엌”이 갖고 싶었던 나는 결국 동생의 돼지저금통에 손을 댔다가 전봇대에 호스로 묶인다. 정말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에 대한 묘사는 내내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위험한 독서>로 김경욱 작가를 처음 만났다. 아마 처음으로 내가 읽은 책의 저자와 지근거리에서 그렇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나 싶다. 서울의 어느 카페에서 진행된 <위험한 독서>에 대한 대담의 자리였지 싶다. 솔직히 김경욱 작가와 나눈 이야기보다 김경욱 작가가 우리를 위해 내준 커피 값의 추억이 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카메라맨과 PD의 요청으로 <위험한 독서>의 독서지도사 역할을 어느 대학생과 연출했었다. 그래서 더 개인적으로 작가에게 친근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나 지난달 끄트머리에 김경욱 작가의 신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를 만났다. 다 읽고 난 나의 소감은 한 마디로 다음과 같다. 명불허전(名不虛傳). 김경욱 작가의 단편 실력은 이미 알고 있기에, 장편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소설집을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 다시 만난 지기 같은 기분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분주해졌다.

도시의 수백 개의 계량기가 동파된 어느 추운 겨울날 벌어진 사건을 재구성한 타이틀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에서는 <도가니>의 잔향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악행에 대한 심판은 온전하게 신에게 맡겨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일본만화 <내일은 조>를 연상시키는 <허리케인 조의 파란만장한 삶>에서는 타인의 삶을 반추하는 자서전을 대필하는 글쟁이의 시선으로 몰락한 권투선수를 바라본다. 한 때, 각광받는 스포츠였지만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네 관심에서 멀어져간 권투 경기와 계체량 통과라는 가히 살인적인 자신과의 투쟁이 오롯하게 그려진다.

<연애의 여왕>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내는 책마다 족족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은둔형 얼굴없는 작가 “연애소설의 여왕”을 찾아 나서는 사진작가의 밀착취재가 그 중심이다. 모두가 알고 싶어 하지만, 도대체 알 수 없었던 미지의 인물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형식의 구성이 인상적이다. 누가 봐도 빤한 상업소설이지만, 잘 팔린다는 이유로 궁금해 하는 설정은 문학의 소비가 과연 긍정적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연애의 여왕이 잘 팔리지 않는 작가였다면 그 누가 그녀에게 관심을 두었겠는가 말이다. 게임이 법칙이 지배하는 문학계에 대한 풍자를 슬쩍 내비치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가 가출하고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할아버지에, 야간경비 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희망 없는 88만원 세대의 초상을 그린 <태양이 뜨지 않는 나라>도 주목할 만하다. 누구나 꿈꾸는 행복이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절대 허락되지 않은 금기의 단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허구한 날 꽁치찌개를 끓이는 아버지에게는 담배를, 텔레비전을 끼고 사는 할아버지에게는 소주에 빨대를 꽂아 드리는 주유소 비정규직 알바 청년의 신산한 삶에 대한 초상이 마치 허상처럼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정답을 아주 좋아한다. 아니 꼭 정답이 아니더라도 정답에 가까운 근사치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런데 김경욱 작가는 나 같은 독자에게 그런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정말 다양한 삶의 군상을 죽 나열해준다. 이런 삶도 있단 말인가 하는 질문은 스스로에게 삶의 방향타를 다른 방향으로 수정하라는 말로 다가선다. <위험한 독서>를 읽으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그의 소설에는 정답이 없다. 하긴 변화무쌍한 삶의 여로에서 정답을 찾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에서 김경욱 작가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공감하고, 분노하고, 연민을 느끼고, 그땐 그랬지를 속으로 연발했다. 깊어가는 가을에 부담 없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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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1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김경욱 작가 만나고 왔어요! 낭독회였는데, 말도 조곤조곤 잘하고 훈남이더라구요. 특히 [아버지의 부엌]을 낭독할 때는 연기까지 하셨다는 ^^;;

[신에게는...] 단편 하나 하나가 재밌고 잘 짜여진 것 같아요. 해설을 보기 전까지 하나로 묶이는 해석을 내리기는 어려웠지만요. 늘 그런 것 같아요. 단편소설은 정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다양한 삶의 군상들을 보여줘요.

김경욱 작가의 장편소설은 어떨지, 사뭇 궁금하네요 :)

레삭매냐 2011-11-25 09:00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저도 만날 단편만 만나서 장편이 기대가 됩니다 :>

연기를 겸한 낭독회라, 상상만 해도 즐거워집니다.
물론 싸인도 받으셨겠죠?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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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흑산 / 김훈 (2011)
이런 저런 책을 읽다 보면 내 스타일이다 싶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은 작가가 있다. 대개 후자의 책은 잘 안보게 되는데, 그런 룰에 적용되지 않는 작가가 있다. 나에게 어쩌면 김훈은 그런 작가로 인식된지도 모르겠다.
동네서점형의 소개와 추천으로 오래전에 <남한산성>을 미처 읽지도 못하고 지인에게 선물한 게 김훈과의 첫 번째 인연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독서모임의 <칼의 노래>가 선정되서 비로소 작품으로 그를 만날 수가 있었다. 순서가 좀 헷갈리긴 하지만 <공무도하>도 읽었다. 그리고 2011년 <흑산>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문체를 구사하는 김훈은 근대물보다 확실히 역사물에 강하다는 걸 <흑산>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을 수가 있었다.  

 

 

 

 

 

 

 

 

[2] 한밤의 아이들 / 살만 루슈디 (1981)
말이 필요 없다. 부커상 수상에 빛나는 영국 출신의 작가, 그리고 이슬람을 소재로 다룬 <악마의 시>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살만 루슈디의 책이다.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는 루슈디의 <무어의 마지막 한숨>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다가 그만 둔 기억이 난다. 비교적 최근에 우리나라에 나온 <광대 샬리마르> 역시 보유는 하고 있지만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난 도대체 언제 루슈디의 책을 일게 될까하는 걱정, 염려를 이 책 <한밤의 아이들>이 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은하영웅전설 / 다나카 요시키
“은영전”이라는 약어로 그동안 전설처럼 회자되어 오던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 드디어 발매됐다. 이 책 전에 비채에서 나온 다나카 요시키의 외전을 접했는데 SF 서사에 정치적 색깔을 가미한 내러티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외전까지 포함해서 열권에 달하는 방대한 시리즈 속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하다. 이 무지막지한 시리즈의 볼륨이 어쩌면 넘사벽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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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0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 다 탐나는 책들이네요. 흑산은 수중에 있고, 은영전은 기대는 되는데 읽기 전부터 그 방대한 분량에 식은 땀이...( '')!! 해야할 일들을 얼른 해치우고 읽고 싶은 책 맘껏 읽는 순간만큼 편안한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ㅎㅎ

레삭매냐 2011-11-02 07:1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너무 퓌곤해서리,,,
책 좀 읽고 자야지 하다가 그대로 꿈나라로
날아가 버렸답니다.

책읽기도 좋지만, 가끔은 그렇게 정신줄 놓고
자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ㅋㅋ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새벽 거리에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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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만에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 만났다. 작년 이맘때 읽은 <탐정클럽> 이후 1년 만에 신간 <새벽 거리에서>로 다시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르 세계에 뛰어 들었다. 한 가지 패착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200쪽을 넘어가는 책읽기 속도에 깜짝 놀랐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느라 아주 고생했다.

올해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새벽 거리에서>는 불륜에 대한 어느 사내의 단상으로 시작된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이제는 단골 소재로 빠지지 않는 정해진 짝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불륜은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나중에 오는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지극히 통속적이다.

멀쩡하게 아내와 딸까지 있는 가장이 훨씬 나이 어린 직장 임시직 직원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설정, 정상적이지 않다. 아니 어쩌면 정상 궤도에서 그렇게 일탈해 있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재미를 주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 ‘관계’에 살인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면서 <새벽 거리에서>는 막장으로 치닫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출중한 외모로 주변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그런 미녀를 등장시키지 않는다. 주인공 와타나베가 사랑하는 나카시니 아키하는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매너리즘에 빠진 와타나베의 일상이 궤도에서 이탈한 로맨스의 단초를 제공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던 어느 날, 야구연습장에서 아키하를 만나고 만취한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아니 그건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한다. 진짜 사건은 15년 전에 일어났다. 그리고 아키하가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와타나베. 이제는 더 이상 남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던 중년 남자에게 다가온 사랑은 그래서 더더욱 치명적이다. 생판 모르는 타인 같이 되어 버린 아내와의 결혼생활, 그렇다고 아내와의 결혼을 끝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중생활을 하는 가장의 위선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충실하게 벗겨낸다. 아주 천천히.

아키하와의 불륜과 어우러지는 그녀의 과거는 책을 읽는 독자를 한 순간에 중독시켜 버린다. 파멸적 사랑과 결합된 ‘메멘토 모리’는 도대체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가 소설의 곳곳에 배치한 단서로 결말을 예상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추리는 하나는 맞았고, 다른 하나는 보기 좋게 틀렸다. 와타나베의 위험천만한 외도만큼이나 결말을 예상하는 스릴은 최고였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 구성을 뒷받침하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대화 전개방식이다. 원죄 때문에 아키하에게 한 순간도 당당할 수 없었던 와타나베의 속마음이 속도감 넘치게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남녀간의 ‘사랑과 전쟁’에서 보다 적극적인 감정의 전개를 보여주는 여자 역의 아키하 역시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의 감정을 절제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15년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결말로 갈수록 아드레날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의 심장 박동은 최고조에 달한다. 결승점을 앞둔 경주마처럼 <새벽 거리에서>의 모든 글자들이 공소시효 만료인 3월 31일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누구나 그렇듯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둘 다 고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 다를 취하고자 할 때 항상 말썽이 생긴다. 사랑이 빚어낸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와타나베를 멋지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배신자로 규정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뒤늦은 사랑과 안정을 모두 가지려고 위험한 줄타기를 한 남자에게 돌아가는 건 인과응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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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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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1년 전에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든 <치킨 런>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 영화 <대탈주>를 패러디한 닭들의 대탈주를 그린 영화였다. <치킨 런>은 그때 이미 공장식 축산 농장의 효율적 산업 모델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제시했다. 어떻게 해서 실리어 스틸과 찰스 밴트리스라는 낯선 이름의 주인공들이 오늘날 우리가 저렴한 비용으로 갈루스 도메티스쿠스(gallus domesticus:닭의 학명)를 즐길 수 있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에 따른 도덕적 윤리 문제에 대한 아주 복잡한 셈법을 미국계 유대인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모든 것이 밝혀졌다>라는 제목의 성장소설을 통해 처음 만났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어느 유대계 미국 청년의 우크라이나 여행기를 다룬 소설이었는데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유럽 출신 유대인이었던 포어의 할머니는 홀로코스트와 기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그 어떤 것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90세가 다 된 지금에도 언제나 사랑하는 자식과 손자들에게 풍족한 음식을 준비해주기 위해 지하실에 엄청난 양의 밀가루 부대를 쟁여 두고 있단다. 어쩌면 전쟁을 겪은 세대의 일반적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아홉 살 때, 처음 베이비시터를 통해 채식주의를 접하게 된 작가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또 첫 아이를 갖게 되면서 자신이, 앞으로 자신의 아이가 먹게 될 음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어쩌면 그게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동기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볼 때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이 책을 쓰기에 뒤에 달린 참고 문헌과 인용구를 보면 엄청난 작업이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포어는 다양한 측면에서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라는 주제에 접근한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거리낌 없이 먹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에게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의 주장대로라면 개를 식용으로 이용할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과 공장식 축산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어떤 동물은 절대로 보호해야 하는 종(種)이고 또 어떤 동물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예에 적합한 예로 베를린 동물원의 슈퍼스타 북극곰 크누트를 작가는 등장시킨다. 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비좁은 공간 그리고 자연 조건을 임의대로 조작한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되는 가축을 둘러보기 위해 열혈 동물 운동가 C와 함께 잠입 취재도 마다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게일 아이스니츠의 육성 르포인 <도살장>을 통해 미국 현지의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동물에 대한 참상을 읽어서인진 몰라도 포어의 짧은 모험은 솔직히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책상머리에서 쓰는 글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담고 싶다는 그의 노력에는 가산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그의 모험보다 그 뒤에 등장하는 은퇴한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작금의 공장식 축산 농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캐릭터의 인터뷰가 더 인상적이었다. 효과적인 가축의 생산을 위해 술파제와 항생제를 남발하고 동물 복지에는 눈감고 끔찍한 행위가 자행되는 현실에 쏟아지는 비난에 그는 이런 대답을 한다. 만약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값싼 가격으로 단백질 섭취는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또 다른 칠면조 농부는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잘 대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되었던 간에 그가 기른 칠면조의 마지막 행선지는 도살장이 아니었던가? 한편으로 우리는 인간의 복지론 때문에 나라가 다 시끄러운 판에, 미국에서는 동물의 복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먹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으로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우리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무엇이 정상적인 때가 있긴 했었나?) 본격적인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게 될 세대의 징검다리 세대다. 그래서 우리의 결정이 변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확실하다.

어느 유명한 셰프는 자신의 아들이 육식 포기 선언을 한다면 총으로 쏘겠다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나 역시 육식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과연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인식이 행동과 변화에 대한 결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문제는 동물을 위한 윤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연 누가 선뜻 지갑을 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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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서평 도서가 도착했다. 정말 오래 간만에 다시 신간평가단이 돼서 이달부터 매달 두 권의 책을 리뷰하게 됐다. 그리고 보니 그전에 2기때 할 적에는 소설/문학이 아니라 인문도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적잖이 고생한 기억이 난다. 뭐 그래도 다 지나고 나니 좋은 기억이었지 싶다. 정말 그 시절에는 거의 매주 같이 책이 날아와서 책 읽으랴 리뷰쓰랴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룰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한 달에 두 권 정도면 되는 것 같다. 뭐 그 정도면 쉬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방심하지 말지어다. 

 

안그래도 궁금해 하던 김경욱 작가의 단편 소설집 <신에ㅐ게는 손자가 없다>가 너무 반가웠다. 몇 년 전에 책콩 카페를 통해 김경욱 작가와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졌었다. 무슨 방송에선가 나와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찍어 갔던 것 같은데 물론 볼 기회는 없었다. 나도 예전에 한 때 방송공부를 좀 해서 그런진 몰라도, 텔레비전 카메라만 들이대면 기겁하는 분들에게는 항상 별거 아니니까 성의껏 대답해 주라고 권유한다. 물론 나에게도 카메라가 오면 사양하지 않고 말한다. 언젠가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저리 주저리 떠들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참 웃겼었다. 사실 인터뷰 한 번 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직접 만난 김경욱 작가는 소박하고 마음에 드는 인상이었다. 무엇보다 카페 사하라에서 우리 찻값을 대신내 주셔서 참 고마웠다. 그 때 급하게 카페로 달려가는 바람에 다 읽고 토론까지 했던 <위험한 독서> 싸인을 받지 못한 게 아쉽다. 이번에 언젠가 싸인회를 한다면 이 책하고 <위험한 독서>를 들고 가서 싸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중간에 있는 <하인리히의 심장>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궁금하다. 당장 읽어야 하나?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히가시고 게이고의 책이다. 책읽기 기록을 뒤져 보니, 딱 1년 전의 게이고의 <탐정클럽>을 읽었단다. 그런데 그 <탐정클럽> 책의 내용이 뭔 내용인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08년에 읽은 <아름다운 흉기>는 오히려 더 생생하다. 흠,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는 <새벽 거리에서>는 과연 앞으로도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게 될지 어떨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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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2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책콩 카페에서 활동하셨어요? 저도 몇 년 전에 꽤 활발하게 드나들었던 기억이 ^^;;
두 책 모두 너무너무 기대되요. 김경욱 작가의 [위험한 독서] 읽을 때 해설에 '잘 생기고 똑똑한 청년'이라고 그랬는데, 실제로 만나본 김경욱 작가는 어떻던가요? ㅎㅎ
아무쪼록 우리 잘 해내봐요! (제가 더 걱정이지만, 킁...)

레삭매냐 2011-10-28 09:03   좋아요 0 | URL
실제로 만나본 김경욱 작가님은 역시나 멋지더군요 :>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바로 읽기 시작해서 어느새 반절
이나 읽었습니다.
역시 글쓰실 줄 아는 분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