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튤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8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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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축약본으로 된 알렉상드르 뒤마의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을 읽었다. 아마 영화로는 <여왕 마고>로 알려졌었지 싶다. 영화도 봤다. 뒤마의 <삼총사><몬테크리스토 백작> 그리고 <여왕 마고>1844년 그리고 6년 뒤에 <검은 튤립>이 발표되었다. 나폴레옹 시대 혼혈 장군으로 무용을 떨쳤던 부친을 둔 뒤마는 통속소설 작가로 그동안 저평가 되어 오다가 2002년 팡테옹으로 묘를 이전하면서 비로소 프랑스 국가를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통속소설이 어째서?

 

<여왕 마고>에서도 그랬지만 알렉상드르 뒤마는 낭만주의 역사소설의 대가다운 솜씨를 <검은 튤립>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나라 무협지 같은 그런 재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까. 실제 있었던 1672820일 헤이그에서 있었던 드 비트 형제의 끔찍한 살육에서 시작해서 꽃을 사랑하는 홀란트 사람들이 그렇게 원하던 검은 튤립을 얻게 되는 일단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인 탐욕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홀란트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던 오라녜 가문의 빌렘 3(영어식으로는 윌리엄)은 약관의 나이로 순수한 공화정을 주장해오던 코르넬리스와 얀 드 비트 형제를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이웃의 강적 부르봉 왕가의 프랑스를 상대로 한 전쟁을 도모한다. 지난 세기 해양강국으로 군림했던 홀란트의 미래는 영국과 프랑스 연합을 상대로 한 경쟁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부르주아 시민들은 경쟁국들을 제압할 수 있어 보이는 강력한 군주정을 원했고 22세의 빌렘 3세는 순수한 공화주의자 드 비트 형제를 제물삼아 권력 강화에 나선다. 드 비트 형제들의 죽음은 왠지 로마 공화정 시대의 그라쿠스 형제를 연상시킨다.

 

그렇게 소설의 1/3 가량을 당시 정국과 상황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나면 비로소 진짜 주인공인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가 등장한다. 부유한 상인 집안 출신의 코르넬리우스는 의사(첫번째 직업)이자 박사로 신실한 기독교도(신교도)의 모범과도 같은 사나이다. 코르넬리우스의 부친은 돌아가시면서 최대한 행복을 추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지. 그가 가진 유산과 지적 재산은 그럴 수 있을 만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설의 작자가 그렇게 우리의 주인공 코르넬리우스를 행복하게 둘 리가 있나 그래.

 

신문연재를 하면서 다져진,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일일드라마의 영속성을 뒤마는 일찍이 깨달았던 모양이다. 자신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신속한 전재와 피와 살이 튀는 그런 유혈극을 필두로 해서 소설 <검은 튤립>은 달려가기 시작한다. 뒤마에게는 이건 뭐 도저히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독자에게 그 정도는 유추할 수 있지 않나하는 도발적인 유머까지 곁들이며 몰입하게 만든다.

 

이런 막장 드라마에 악당이 빠지면 안될 것이다. 코르넬리우스의 이웃에 사는 이작 복스텔(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유대인으로 추정된다)이라는 희대의 악당을 배치해서 주인공을 고통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역할을 맡긴다. 이 시샘과 질투의 화신은 당시 홀란트를 열광 속에 몰아넣은 취미 활동이었던 튤립 재배자로,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모차르트를 질투하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처럼 코르넬리우스의 중대한 도전을 철저하게 방해한다. 그렇다면 그의 도전이란 무엇이냐? 바로 하를럼의 원예협회장이 제시한 희귀한 검은 튤립을 만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상금 10만 플로린이라는 거금까지 걸렸으니, 홀란트의 모든 튤립 재배자들이 도전에 나섰다.

 

, 이제 모든 준비가 완성되었다. 한편, 코르넬리우스는 자신의 대부 코르넬리스가 남긴 비밀편지를 맡아 두었다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복스텔의 무고로 반역자로 몰려 투옥되고 재판과정을 거쳐 사형대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관대한 청년 군주 빌렘 3(혹은 오렌지공)의 사면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미래의 검은 튤립이 될 세 개의 소구근을 간수 흐리푸스의 딸 로자의 도움으로 구하게 된다. 아하, 로자와의 로맨스가 이어지리란 것을 명민한 독자들은 예측했으리라. , 이제 중대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수감한 뢰베슈타인으로 이송된 코르넬리우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뒤마가 구사한 낭만주의 역사소설 <검은 튤립>은 요즘 쓰인 소설과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서스펜스와 재미 그리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백미다. 전작 <여왕 마고>에서처럼 자신이 특정 인물에 대해 설정한 소설 전개상의 드라이브가 어쩌면 약점으로 지적될 지도 모르겠다. <여왕 마고>에서 카트린느 메디치가 그랬던 것처럼, 이중적 속성을 지닌 청년 오렌지공에 대한 묘사가 그렇다. 초반의 묘사처럼 오렌지공이 권력의 화신이라면, 굳이 코르넬리우스를 사면하고 신원할 필요가 없을 텐데 이 영명한 군주는 비교적 공정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창조한 게 아닌 타인의 것(검은 튤립)을 탐욕스럽게 갈구하는 악의 화신 복스텔의 집요한 음모와 탈취 계획은 또 어떤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코르넬리우스가 죽건 말건 상관없고 오로지 타인이 누릴 명예와 부를 가로채기에 혈안이 된 한 부르주아의 초상은, 소설 초반 등장해서 드 비트 형제를 도륙한 부르주아 군중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소설 쓰기에 일가견이 있는 19세기 대가는 코르넬리우스와 로자 그리고 검은 튤립 사이에 세밀하게 벌어지는 일종의 삼각관계에서도 대단한 심리묘사를 보여준다. 간수의 딸이자 문맹인 처녀 로자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드 비트 형제와 코르넬리우스를 돕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사랑할 수 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비련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코르넬리우스의 아바타처럼 자유인으로 검은 튤립을 창조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물론, 자신보다 검은 튤립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 코르넬리우스에게 때때로 냉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 게 바로 이렇게 쪼는 연애소설의 핵심이 아니던가.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을 읽을 적에도 그랬지만, 알렉상드르 뒤마가 역시나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팡테옹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의 무덤에 헌화라도 했을 텐데 뭐 그런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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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2-23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을 것 같아요. 뒤마의 소설 중 가장 좋았던 책 한 권 추천해 주세요. 시작해보렵니다.

레삭매냐 2020-02-23 21:51   좋아요 0 | URL
<여왕 마고> 작년에 소개된 <카트린 메디
치의 딸>을 추천해 드리고 싶으나 축약본
이라 어떨실 지 모르겠습니다.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백작> 말고는
국내에 출간된 책이 거의 없네요.
 
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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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PKD(필립 K. )가 발표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그리고 정확하게 29년 뒤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연출과 키애누 리브스로다쥬우디 해럴슨 그리고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영화는 특이하게도 실사 영화를 애니메이트화한 그런 스타일의 영화였다.

 

소설과 영화를 투트랙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진기한 경험이었다우선 영화를 조금 보고 나서 소설의 진도를 뽑았다그랬더니만 조금은 낯선 소설의 줄거리들이 쏙쏙 뇌리에 와서 박히는 게 아닌가 말이다물론 영화가 소설만한 디테일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꼭 말해 주고 싶다.

 

프레드라는 암호명의 언더커버 폴리스는 밥 아크터라는 이름으로 물질 D를 취급하는 약쟁이들 사이에서 암약하면서 일망타진을 도모한다프레드는 스크램블 수트라는 기묘한 복장으로 자신의 상사에게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지 않는 특이한 설정이다그의 상사 행크 역시 그놈의 스크램블 수트를 입고 있어서 서로 누가 누군지 전혀 알 수가 없다경찰 조직에서는 짐 배리스어니 럭맨 그리고 마약 딜러 도나 호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라는 장비로 합법과 위법을 오가며 약쟁이 일당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

 

맨 처음에 등장해서 물질 D(느린 죽음:slow death)에 중독된 찰스 프렉이 온몸에서 나오는 진딧물 환각에 시달리는 장면도 꽤나 충격적이었다사실 영화로 보면 더 자극적이다어쨌든 프레드는 밥 아크터로 신분을 위장해서 약쟁이들 사이에서 암약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나는 누구이고도대체 여기서 나는 무얼 하는 거지프레드는 멀쩡한 생활인으로 두 명의 딸들과 부인을 가진 정상적인 직장인이었는데 순전히 직업 때문에 약쟁이 행세를 하다가 진짜 약쟁이가 될 판이다약쟁이 친구들이 주는 약을 거부하면 의심을 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이 건네주는 느린 죽음을 덥썩덥썩 받아먹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상당 부분이 PKD의 실제 체험이라는 사실이다. 1970년대 초반네 번째 아내와 이혼한 작가는 실제로 거리의 정키들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어쩐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짐 배리스찰스 프렉어니 럭맨 그리고 도나 호슨 같은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리얼하다 싶었는데 아마 그 시절의 동거인들을 스케치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 잡입 수사관인 프레드는 약쟁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물질 D에 중독되고 만다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당연히 문제가 된다소설/영화에서 프레드는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지만 지속적인 약물 중독으로 심신이 파괴된 그의 판단은 흐릿할 수밖에 없다결국 자신의 상관인 행크로부터 자신이 원하지 않을 그런 결과를 통보받는 프레드그 뒤에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 너무 디테일하게 풀어 놓는다면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이미 스포일은 충분히 하지 않았던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겠다.

 

PKD의 또 다른 걸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영화 버전인 <블레이드 러너>에서처럼 작가가 준비한 반전은 기대 이상이었다아 내가 왜 그 점을 생각하지 못했을까엉뚱한 코끼리 다리를 더듬고 있지 않았던가. 1970년대에 이미 이런 설정을 구상했다는 점이 놀랍다과연 내가 사는 이 세상의 실질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었던가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아니 그 진실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했던가.

 

소설과 영화를 교차하면서 읽고 보는 재미는 대단했다영화는 소설의 대강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그런 느낌이었다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더 디테일에서 풍부했고프레드/밥 아크터의 내면세계에 대한 묘사가 치밀했다물론 영화에서 보여준 형상화는 소설을 읽는 데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PKD의 다른 소설들을 다시 읽어야 싶다오늘 눈이 엄청나게 내렸지만 대부분 녹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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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7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0-02-17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vd를 가지고 있는데 보지는 않았어요. PKD원작인지도 몰랐네요@_@;;; 레삭매냐님 덕분에 알게 됩니다. 소설도 영화도 꼭 봐야겠어요. 불끈!

레삭매냐 2020-02-17 09: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실사로 찍은 다음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만족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소설을 읽었더니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 번 보시길...
 

 


지금 막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4개 본상(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각색상) 중에 각본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아침 출근길에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온 씨네21 편집장인가 하는 양반의 예상이 적중했다.

 

사실 아카데미상은 국제영화상이 아닌 미국의 로컬상이다. 게다가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상이라는 점을 편집장은 강조를 하더라.

 

그런 점에서 본상에 해당하는 각본상을 점쳤지 아마.

작품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는 샘 멘데스의 <1917>을 꼽았는데, 전쟁서사와 휴머니즘 그리고 볼거리마저 풍부한 해당 작품이 작품상을 받으리라는 보수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나도 공감하는 바이다.

 

아카데미나 그래미가 보수적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지 않은가.

아카데미 꼰대들이 외국어로 만들어진 외국 영화에 본상을 주지 않을 거라는 점에 수긍이 갔다. 8-9,000명 정도 되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고 하는데, 원체 보수적인 아카데미다 보니 자국산 영화에 표를 주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편집장은 라이벌 쿠엔틴 타란티노가 두 번이나 이미 각본상을 받은 경력이 있으니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상을 받지 않을까라는 그야말로 점쟁이 뺨치는 예지를 시전해 주시었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

 

<기생충>의 빛나는 칸느 영화제 대상이라는 후광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천만 관객이라는 흥행과 작품성마저 일군 보기 드문 영화라는 점을 편집장을 높게 평가했다. 참고로 나는 아직 <기생충>을 보지 않아서 그저 후문으로만 영화에 대해 알고 있다. 이 참에 영화를 봐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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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n, Oscar goes to...

you know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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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2-10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자리, 어느 인터뷰에서든지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잘한다는 의미의 자유자재가 아니라, 정말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봉감독을 보면서 저런 자신감이 있어야 세계에 우뚝 설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봉감독.
저도 아직 영화 안 본 1인이라서... 봐야겠어요, 이젠^^

레삭매냐 2020-02-10 13:10   좋아요 1 | URL
지금 보니 감독상도 받았다고 하네요.
작품상까지는 아무래도 무리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고수하면 결국
이런 성과를 얻게 되는가 봅니다.

페넬로페 2020-02-10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품상까지 받았어요, 와우~~

레삭매냐 2020-02-10 15:01   좋아요 2 | URL
대박이네요.

각본상과 감독상 정도는 예상했는데.

카스피 2020-02-10 14: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기생충 4관왕 했어요.만세 ^3^

레삭매냐 2020-02-10 15:01   좋아요 1 | URL
본상 3개를 쓸었으니 <기생충>
의 해라고 해도 될 듯 하네요.

캐모마일 2020-02-10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기생충은 진짜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네요.

레삭매냐 2020-02-11 09:10   좋아요 0 | URL
아직도 안 보고 버팅기고 있는
저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ㅋㅋ
 



골수 레드삭스 팬으로 어제 무키 베츠가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뭐 예상하고 있던 바라 크게 놀라지 않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환영하는 바이다. 그런데 레드삭스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 보낸 게 이번이 처음이던가? 아니다.


시간을 16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04년 7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충격적인 뉴스가 빈타운을 뒤흔들었다.

레드삭스의 주전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컵스로 트레이드되었던 것이다.

그가 누구였던가. 보스턴의 암울했던 시절을 함께 한 그야말로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던가. 신인왕 그리고 우타자로 2연속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노마를 트레이드하다니!


새로 부임한 냉철한 젊은 단장 테오 엡스타인은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정책을 밀어 붙였다. 그것은 바로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것이었다.

그 저주를 깰 수만 있다면 프랜차이즈 스타의 트레이드는 그에게 금기가 아니었다.


노마가 보스턴에서 지낸 9년과 무키 베츠의 6년은 비교 불가다.

사실 노마는 숙명의 라이벌 양키즈의 데릭 지터에 비해 전혀 딸리는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양키즈는 데릭 지터에게 10년 2억 달러에 달하는 화려한 금액을 선사했고, 보스턴은 냉정하게 노마에게 5년 6천만 달러라는 초라한 연장 계약을 스프링캠프에서 제시했다. 다시 한 번 야구가 냉정한 비즈니스라는 점을 강조해야할 것 같다.



잦은 부상으로 많은 필드 레인지를 커버해야 하는 주전 유격수에게 수비 부담은 크게 다가왔다. 더불어 강점을 가진 타격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결국 노마는 레드삭스와 비슷한 처지의 컵스로 트레이드된 것이다.

그 다음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2004년 가을, 노마 대신 올란도 카브레라를 주전 유격수로 삼은 레드삭스는 양키즈를 상대로 모든 프로리그에서 전무후무한 리버스 스윕을 완성하고, 월드시리즈에서 1946년과 1967년 두 번이나 물먹은 카디널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86년 묵은 저주를 뽀갰다.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모두가 노마를 잊어 버렸다.


다시 2020년으로 돌아와 보자. 보스턴 수뇌부는 이미 올해가 끝나면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무키 베츠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지난 스토브 리그에서 선수들의 몸값 폭등을 목격한 베츠는 연장계약 대신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 나갈 것을 공언했다. 전언에 따르면 연장계약에서 보스턴은 10년 3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츠는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마이크 트라웃 수준의 연장 계약을 원했던 모양이다. 12년에 4억 2천만 달러. 바이 바이 무키.


한 선수에게 그런 돈을 주는 건 정말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팀의 총 연봉을 2억 달러라고 간주했을 때, 선수 한 명이 팀 연봉의 20%를 가져 가는게 정상인가? 말이 되지 않는다. 레드삭스가 올릴 수 있는 최대 승수를 100승으로 잡았을 때, 그러면 베츠에게 기대하는 WAR가 20.0 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팀에 마음에 떠난 선수는 그나마 값어치가 있을 때 트레이듷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아도 망한 계약인 데이빗 프라이스의 계약을 털어 내고 사치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보스턴 경영진이 짝수해와 홀수해를 오락가락하는 선수에게 그런 계약을 내줄 리가 없었다. 결국 고육책으로 베츠와 프라이스를 묶어 다저스와 극딜에 나선다. 더 이상 팀에 머무를 생각이 없는 선수와 망한 계약을 상징하는 선수 대신 베츠의 자리를 대신할 (하지만 허리 부상으로 건강에 물음표가 달린) 알렉스 버두고와 미네소타와의 삼각 딜로 유망주 한 명을 얻었다.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데이브 돔브로우스키가 보여준 팜을 털어 먹고 돈을 잔뜩 들여 우승한 2018년 우승 모델(게다가 사인 스틸링까지!)보다는 괜찮은 준척 선수들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응집력으로 우승한 2013년의 우승 모델이 2020년 레드삭스가 추구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보스턴은 이번 트레이드에서 다저스의 개빈 럭스나 더스틴 메이 둘 중의 하나는 꼭 데려왔어야 하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아마 베츠 트레이드만으로는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는데, 프라이스를 덤으로 끼워 넣는 바람에 아쉬운 딜이 된 것 같다. 버두고가 부디 건강해서 베츠의 몫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No one is bigger than th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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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MLB를 뜨겁게 달구었던 배추 트레이드 건은 루키 단장의 탬파베이 스타일의 트레이드 결과를 손에 쥐고 현타한 보스턴 수뇌부의 결정으로 막판에 엎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오죽했으면 보스턴 팬들이 팀의 이름은 보스턴 레이 삭스라며 놀려댔을까.

 

그러니까 팀의 가장 강력한 타자인 배추와 썩어도 준치라는 1억 달러 연봉이 남은 사나이 프라이스에 연봉보조 5천만달러까지 해서 손에 쥔게 메이크업’(선수의 생활방식 혹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알렉스 버두고와 아직 실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신인 투수 그라테롤이라니! 믿어지는가.

 

그러니 당연히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다저스와 보스턴의 딜을 주축으로 미네스타에 에인절스까지 낀 빅 딜은 난항에 부딪혔다. 딜이 무한정 길어지자 성질이 솟구친 에인절수 구단주 모레노는 결구 나가리를 선언했고 에인절스로 가게 되었던 우완투수 후두러 패기작 피더슨(우투수 상대 홈런 36, 좌투수 상대 홈런 0)과 로스 스트리플링은 그대로 다저스에 주저 앉게 되었다. 프리 에이전트가 1년 남은 피더슨은 팀을 상대로 한 연봉조정 분쟁에서 패하면서 사단을 냈지만... 뭐 그렇게 가는 거지.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는 배추가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기 전,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끝내 배추는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서 자신의 가격을 알아볼 심산인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가 원하는 1042천만 달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설마 이미 3번의 MVP에 빛나는 트라웃과 비교하는 건 아니겠지. 사실 배추의 실력은 이제 정점에 달하고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그런 선수에게 장기계약은 절대 안된다. 길어야 1-2년이 배추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일 것이다.

 

어쨌든 딜은 성사되었고, 부디 보스턴이 받은 버두고 외에 지터 다운스와 코너 웡이 팜에서 무럭무럭 자라 피디와 캡틴 베리텍의 왕년의 모습을 재현해 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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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2-07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장동료들과 점심먹으면서 이 트레이드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레삭매냐님의 깔끔한 요약정리 감사합니다^^ 사인훔치기의 가장 큰 피해자 다저스-_-;;;;

레삭매냐 2020-02-07 22:32   좋아요 0 | URL
보스톤 팬으로
이번에는 다저스에게 당한 딜로 보이네요 ㅠㅠ
 
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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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의 <술라>를 읽고 나서 <재즈>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마 작년엔가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꼭 읽고 싶어서. 어느 순간, 토니 모리슨의 스타일이 좀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에 <재즈>를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써둔 문장이다. 달궁 독서모임에서 <술라>를 다시 만났었는데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재즈><빌러비드>로 독서모임을 했다면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 전자는 너무 비극적인 서사 때문에 그리고 후자는 삼 대를 넘나드는 복잡한 구성 때문에 쉽지 않았으리라.

 

계속 미루고 있던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를 다 읽고 나서, 완독하지 못하고 있던 <재즈>를 마저 읽었다. 그전에 읽은 기억들을 되살리기 위해 영문 서머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5장 분량의 서머리를 읽다 보니 주인공 조 트레이스와 바이올렛/바이올런트 그리고 도카스 맨프레드 등의 주인공들이 하나둘씩 망각 속에서 소환되었다.

 

신나는 파티장에서 늙은 연인의 총에 맞아 죽은 18세 소녀 도카스 맨프레드의 장례식에 등장한 미용사 바이올렛 트레이스가 벌인 난투극은 그야말로 전설이 되어 버렸다. 소설의 초반을 장식하는 충격적인 사건은 하나의 미스터리로 작용한다. 어떻게 50살 먹은 조가 도카스와 희대의 불륜을 저지르게 되었는가?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조는 왜 처벌받지 않았지? 이런 사건들이 줄지어 벌어지는 데도 조와 바이올렛은 어떻게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 그런 점에서 보면 남녀간의 결혼은 우리의 상상 저 너머에 고고하게 버틴 그 무엇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192611일이다. 정확하게 역사에 재즈 에이지(jazz age)’란 이름으로 기록된 광란의 20년대를 관통하는 시점이다. 6년 전에 통과된 금주법에도 불구하고 흥청망청하는 경제 활황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의 심장을 강타하는 흥겨운 재즈 리듬에 맞춰 소설은 전개된다. 그런데 조와 도카스의 불륜은 고작 3개월 정도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남녀 관계에 있어 핑퐁게임 같은 비결을 터득한 도카스는 늙은 조와의 관계를 손절하고, 젊고 새로운 애인 액튼을 만나기 시작한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비극의 원인이었을까.

 

토니 모리슨은 현재에서 출발해서 노예제도가 성행하던 19세기 중반까지 바이올렛과 조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간다. 언제나 그렇듯 과거는 현재를 규정하고, 미래를 예언하는가 보다. 그런 점에서 토니 모리슨 작가의 소설 속에서 과거라는 시점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어떻게 해서 오늘을 사는 이들의 모습이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었을까. 아니 어쩌면 작가는 과거를 먼저 구성하고 거기에서부터 현재를 이끌어 내는 게 아닐까 싶다.

 

바이올렛의 할머니 트루벨은 부잣집 규수 베라 루이스 아씨 밑에서 일하는 노예다. 베라 루이스는 흑인 노예와 불장난 끝에 집안에 커다란 수치를 안겨 준다. 수치의 결과가 바로 골든 그레이였다. 자신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끝장내기 위해 길을 나선 골든 그레이는 길에서 만난 야생의 흑인 처녀/임신부의 출산을 돕는다. 그레이가 우여곡절 끝에 만난 헨리 레스토리는 헌터스 헌터라 불리는 유능한 사냥꾼이다. 와일드가 낳은 아이가 바로 도카스에게 총탄을 날린 조 트레이스였다. 뜨내기 생활을 하던 조가 버지니아의 팔레스타인 목화밭에서 만난 배필이 바로 트루벨의 손녀 바이올렛이다.

 

장례식 사건 이후 이웃에게 바이올런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바이올렛 삼대에 걸친 서사는 흥미진진 그 자체다. 절묘한 전개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 어울리는 관계의 연속성에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연적 도라스의 정체를 알게 된 바이올런트는 이제는 죽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카스 맨프레드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이스트 세인트루이스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도카스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 친척 앨리스가 사는 할렘으로 삶의 공간을 옮긴다. 도시에 살면서도 고향을 잊지 못하는 조나 바이올런트와는 달리, 화려한 도시의 삶에 완벽하게 매료된 도카스. 그런 도카스에게 아버지 뻘인 조와의 관계는 그저 불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결말 부분에서 도카스의 친구 펠리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조와 바이올렛에게 안식의 가능성을 부여했다.

 

나는 여전히 재즈에 대해 잘 모른다. 물론 좋아하는 몇 개의 재즈 넘버들이 있긴 하지만, 무질서해 보이는 애드립 연주의 참맛을 모른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토니 모리슨의 인도를 따라가다 보면 1차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제패하고 흥청거리는 미국 젊은이들이 몸을 맡긴 분위기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기성세대들은 그런 난잡해 보이는 음악이 마음에 들었을 리가 없다. 재즈 에이지 세대가 부모가 되었을 때, 등장한 로큰롤에 대해서도 그들은 마찬가지로 적대적이었으니까 말이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음악들이 이제는 마이너 장르가 되어 소수의 지지자들이나 즐기는 음악이 되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재즈>를 읽으면서 지난 가을에 멈춘 지점이 바로 조의 어머니 와일드와 골든 그레이가 만나는 장면이었다. 바이올런트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와일드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아무래도 소화하기에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 지점을 꾸역꾸역 읽다가 잠이 들어 버렸고 결국 몇 달 동안 포기하고 있다가 서머리의 도움으로 원점으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실을 기가 막히게 꿰뚫고 있는 화자가 누구일까러눈 점에 대해 작가는 답하지 않는다. 역시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참으로 사랑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와 도카스의 관계가 그랬고, 죽은 소녀를 이해하기 위해 앨리스를 찾아 어린 소녀 생전의 삶을 재구성하고 그녀를 이해해 보려고 수고하는 바이올런트의 모습이 그러했다. 그렇다고 해서 명백한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인 조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이다. 언제 삶이 그리고 사랑이 만만했던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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